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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부-증조부… 어느 분까지 해야 하나요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연휴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심란합니다. 벌초 때문입니다. 올해 초 돌아가신 아버지를 유언에 따라 선산에 모셨습니다. 지난 주 추석을 앞두고 생전 처음 벌초를 하러 갔죠. 차로 4시간을 달려 선산에 도착했는데, 풀이 어찌나 우거졌는지 산소로 올라가는 길을 못 찾겠더군요. 겨우겨우 풀숲을 헤집고 올라가서는 경악했어요. 아버지 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그리고 이름 모를 조상님들 묘가 온통 잡초더미로 엉망이더라고요. 도저히 혼자 벌초할 규모가 아니었어요. 외동이라 형제도 없고 연락할 친척도 마땅치 않아 막막했습니다. 벌초 대행업체에 문의하니 우리 선산 규모면 100만 원 이상 든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아버지 묘만 겨우 벌초하고 내려왔는데 기분이 영 찜찜했어요. 저는 어디까지 벌초를 해야 예를 다하는 걸까요? 내년 추석이 벌써 걱정입니다. ■ 사위는 처가 묘 벌초하면 안되나추석 때면 집집마다 벌초 고민이 적지 않죠? 민속문화 전문가이자, 유교 전문가이자, 장례 전문가이자, 벌초 전문가인 저 ‘추성묘’가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벌초가 무엇인지 봅시다. 사실 벌초는 틀린 용어입니다. 성묘가 맞아요. ‘살필 성(省)’에 ‘무덤 묘(墓)’, 말 그대로 묘를 살핀다는 뜻이죠. 여름엔 풀도 많이 자라고 비도 많이 오잖아요. 추석 전에 친지들이 모여 조상의 묘에 우거진 풀을 뽑고 무너진 흙을 정비하던 풍습에서 유래했죠. 효심을 표하고 가족 간 정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전통입니다. 문제는 저출산 핵가족으로 요즘은 어느 집이나 벌초할 자손이 적다는 점입니다. 친척들에게 연락해 함께 벌초할 가족공동체를 되살리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만약 벌초 대행업체에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부모님뿐 아니라 자신이 추억을 가진 조부모나 증조부모 묘까지 벌초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조상님들도 그 마음은 이해하실 거예요. 딸만 있는 집은 걱정이 더 많죠? 얼마 전 제가 만난 주부 한정숙(가명·41) 씨는 벌초 문제로 남편과 한바탕하셨더군요. 남편에게 친정아버지 묘 벌초를 부탁했더니 남편이 “한국 문화에선 처가나 외가의 벌초는 안 하는 게 불문율”이라고 했다는군요. 자신은 매년 남편 집 제사상을 차리는데 이렇게 말하는 남편이 얄미운 것도 당연하죠. 더욱이 우리 문화에 ‘처가나 외가 벌초를 안 한다’는 룰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대충할 때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는 속담이 있죠? 마음은 없을지 몰라도 그만큼 예전엔 처삼촌 벌초를 많이 했다는 방증입니다. 유교가 들어오기 전 한국은 처가살이 문화였습니다. 심지어 조선시대 문헌에도 퇴계 이황 선생이 장인어른의 벌초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벌초 방식을 두고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직장인 김정현(가명·36) 씨는 벌초 때문에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녹다운이 됐다더군요. 김 씨 어머니는 벌초 대행은 불효라며 “네가 안 하면 내가 직접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벌초 날짜를 잡아 며느리랑 손주의 대동을 명했다는 겁니다. 이에 아내는 “벌도 있고 뱀도 있는 땡볕 산에 왜 세 살짜리를 데려가야 하느냐”며 버텼대요. 이런 갈등, 요즘 흔하죠. 이건 서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세상 부모님들, 요즘 젊은이들이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초보에게 벌초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예초기가 워낙 무겁고 위험해 하루 종일 벌초를 하고 나면 다음 날 팔이 덜덜 떨려 숟가락질도 못해요. 벌에 쏘이는 사고도 많고요. 그래서 벌초 대행이 이제는 일반화됐어요. 지난해 농협·산림조합의 대행 건수만 5만5000건에 달해요. 5년 전의 2배예요. 사설 업체도 500곳이 넘어요. 벌초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가족이나 문중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해요. 선산 일부를 팔거나 돈을 모아 묘를 개장한 뒤 가족 납골당을 만들거나, 관리를 대신 해주는 공원묘지로 옮기는 거죠.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불효는 ‘묵뫼’(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거칠게 된 묘)를 만드는 건데, 앞으로 상당수 묘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농촌에 젊은이가 없어 벌초 대행도 오래 못 가요. 앞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 의논해 공원묘지 안에 가족 단위로 조성이 가능한 선산 형태의 장지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국토 관리의 숙제인 ‘무덤 산’이 줄어들어요. 화장(火葬) 문화가 일반화된 만큼 자기 집 화단이나 자투리 땅 등 가까운 곳을 장지로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어차피 죽음은 삶의 일부니까요.임우선 imsun@donga.com·유원모 기자 <도움말 주신 분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박복순 전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 △박종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 △농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벌초대행업체 H사, M사}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연휴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심란합니다. 벌초 때문입니다. 올해 초 돌아가신 아버지를 유언에 따라 선산에 모셨습니다. 지난 주 추석을 앞두고 생전 처음 벌초를 하러 갔죠. 차로 4시간을 달려 선산에 도착했는데, 풀이 어찌나 우거진지 산소로 올라가는 길을 못 찾겠더군요. 겨우겨우 풀숲을 헤집고 올라가서는 경악했어요. 아버지 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그리고 이름 모를 조상님들 묘가 온통 잡초더미로 엉망이더라고요. 도저히 혼자 벌초할 규모가 아니었어요. 외동이라 형제도 없고 연락할 친척도 마땅치 않아 막막했습니다. 벌초 대행업체에 문의하니 우리 선산 규모면 100만 원 이상 든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아버지 묘만 겨우 벌초하고 내려왔는데 기분이 영 찜찜했어요. 저는 어디까지 벌초를 해야 예를 다하는 걸까요? 내년 추석이 벌써 걱정입니다. 추석 때면 집집마다 벌초 고민이 적지 않죠? 민속문화 전문가이자, 유교 전문가이자, 장례 전문가이자, 벌초 전문가인 저 ‘추성묘’가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벌초가 무엇인지 봅시다. 사실 벌초는 틀린 용어입니다. 성묘가 맞아요. ‘살필 성(省)’에 ‘무덤 묘(墓)’, 말 그대로 묘를 살핀다는 뜻이죠. 여름엔 풀도 많이 자라고 비도 많이 오잖아요. 추석 전에 친지들이 모여 조상의 묘에 우거진 풀을 뽑고 무너진 흙을 정비하던 풍습에서 유래했죠. 효심을 표하고 가족 간 정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전통입니다. 문제는 저출산 핵가족으로 요즘은 어느 집이나 벌초할 자손이 적다는 점입니다. 친척들에게 연락해 함께 벌초할 가족공동체를 되살리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만약 벌초 대행업체에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부모님뿐 아니라 자신이 추억을 가진 조부모나 증조부모 묘까지 벌초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조상님들도 그 마음은 이해하실 거예요. 딸만 있는 집은 걱정이 더 많죠? 얼마 전 제가 만난 주부 한정숙(가명·41) 씨는 벌초 때매 남편과 한바탕 하셨더군요. 남편에게 친정아버지 묘 벌초를 부탁했더니 남편이 “한국 문화에선 처가나 외가의 벌초는 안하는 게 불문율”이라고 했다는군요. 자신은 매년 남편 집 제사상을 차리는데 이렇게 말하는 남편이 얄미운 것도 당연하죠. 더욱이 우리 문화에 ‘처가나 외가 벌초를 안 한다’는 룰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대충할 때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는 속담이 있죠? 마음은 없을지 몰라도 그만큼 예전엔 처삼촌 벌초를 많이 했다는 반증입니다. 유교가 들어오기 전 한국은 처가살이 문화 였습니다. 심지어 조선시대 문헌에도 퇴계 이황 선생이 장인어른의 벌초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벌초 방식을 두고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직장인 김정현(가명·36) 씨는 벌초 때문에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녹다운이 됐다더군요. 김 씨 어머니는 벌초 대행은 불효라며 “네가 안하면 내가 직접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벌초 날짜를 잡아 며느리랑 손주의 대동을 명했다는 겁니다. 이에 아내는 “벌도 있고 뱀도 있는 땡볕 산에 왜 세 살짜리를 데려가야 하느냐”며 버텼대요. 이런 갈등, 요즘 흔하죠. 이건 서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세상 부모님들, 요즘 젊은이들이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초보에게 벌초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예초기가 워낙 무겁고 위험해 하루 종일 벌초를 하고 나면 다음날 팔이 덜덜 떨려 숟가락질도 못해요. 벌에 쏘이는 사고도 많고요. 그래서 벌초 대행이 이제는 일반화됐어요. 지난해 농협·산림조합의 대행 건수만 5만5000건에 달해요. 5년 전의 2배예요. 사설 업체도 500곳이 넘어요. 벌초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가족이나 문중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해요. 선산 일부를 팔거나 돈을 모아 묘를 개장한 뒤 가족 납골당을 만들거나, 관리를 대신 해주는 공원묘지로 옮기는 거죠.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불효는 ‘묵뫼(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묘)’를 만드는 건데, 앞으로 상당수 묘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농촌에 젊은이가 없어 벌초 대행도 오래 못 가요. 앞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 의논해 공원묘지 안에 가족단위로 조성 가능한 선산 형태의 장지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국토 관리의 숙제인 ‘무덤 산’이 줄어들어요. 화장(火葬) 문화가 일반화된 만큼 자기 집 화단이나 자투리 땅 등 가까운 곳을 장지로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어차피 죽음은 삶의 일부니까요.<도움말 주신 분들>△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박복순 전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 △박종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 △농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벌초대행업체 H사·M사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지난 주말 라디오를 켜고 운전을 하는데 흥미로운 해외 뉴스가 들렸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1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교육 자선사업에 매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문득 수년 전, 이제는 오래돼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다큐멘터리 속에서 그가 열정적인 몸짓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맞다. 그는 교사였다. 지금은 4200억 달러(약 472조 원) 규모의,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를 이끄는 중국 최고의 부호지만 알리바바 창업 전 그는 영어교사였다. 어려운 집에서 자라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4수 끝에 사범대에 진학했다. 그래서인지 마 회장은 기업인으로 변모한 뒤에도 교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왔다. 그의 발언과 행보들을 보면 어지간한 교육부 장관보다 낫다. 그는 ‘농촌 교사들이야말로 중국서 가장 큰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시골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보안관이자 보모이며, 가장이자 의사선생님이다’라고 교사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고 그들의 소명의식을 일깨웠다. ‘국가의 교육 수준을 보려면 최고 학교가 아닌 최저 수준 학교를 살펴봐야 한다’, ‘가장 우수한 사범대 졸업생이 지역교사가 돼야만 지역교육이 강해질 수 있다’며 질 높은 공교육을 강조했다. 소외지역의 우수교사 유치를 위해 마윈재단을 통해 매년 우수 농촌교사 100명을 뽑아 3년간 10만 위안(약 1680만 원)씩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의 웨이보 계정 이름은 ‘동네 교사들의 대변인―마윈’이다. 동시에 그는 중국의 미래를 위한 우수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자신의 고향인 항저우에 세운 중국 최고의 비영리 사립학교, ‘윈구학교’가 대표적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5명에 불과한 전교생 3000명 규모의 이 학교는 초일류 교사진을 자랑한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사 10명 중 4명은 해외에서 5년 이상 교사 경험을 한 이들로 뽑는 식이다. 학생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고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교육도 접목한다. 사실 기업가 중에는 은퇴 후 교육사업에 매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빌 게이츠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뜻있는 기업가들이 기업가로서의 열정을 교육으로 이전시켰다. 기업가들이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맨 앞의 뱃머리에서 느끼는 사람들이고, 그 바람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인재를 확보해야 할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때로 교육에 대한 기업가들의 비전은 교사, 관료를 훨씬 능가할 만큼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최근 잇따른 교육계 인사를 보며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운동에 투신하다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이다. 새 대통령교육비서관에 임명된 이광호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역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경기지역 혁신학교 정책을 주도했다. 전국 초중고교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1급)에는 전교조 조직국장 출신으로 4년 6개월간 해직됐던 이력이 있는 충북도교육청 김성근 장학관이 임명됐다. 모든 교육계 인사가 ‘노동’, ‘민주화’, ‘전교조’, ‘혁신’ 등 정치의 무한 도돌이표로 느껴진다. 노동과 민주화는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그것이 교육의 전부가 될 순 없다. 미래를 살아갈 2018년의 아이들에게는 더 다양한 비전과 그에 맞는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계는 인사부터가 1980년대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세계가 미래교육을 향해 달리는데 우린 아직도 여기다. 중국의 스승의 날인 오늘, 교육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윈 같은 인물이 부러운 이유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75조2052억 원. 국민들의 교육을 위해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돈이다. 지난해보다 7조 원 가까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세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 예산도 늘었다. 이 천문학적인 교육 예산의 80%는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간다. 정부가 내년에 시도교육청에 교부할 예산은 총 59조8000여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6조 원 이상 늘어났다. 사실상 올해 총예산에서 증액된 돈 대부분이 시도교육청으로 보내지는 셈이다. 그만큼 예산권을 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과연 이들은 교부받은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을까?○ 시도교육청별 투자 비중 격차 커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통해 지난 3년간 시도교육청별 집행 결과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교육감의 성향이나 지역별 예산 편성 관행에 따라 그 사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지난해 전국 시도교육청별 예산 집행 내용을 보면 평균 46.7%가 인적자원 운용에 쓰여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교사 인건비 등으로 나갔다. 이어 △학교재정 지원 관리(15.4%) △학교시설 개선(10.5%) △교육복지 지원(10.3%) 순이었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은 교육의 질적 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투자됐다. 학력 신장, 외국어 교육 등 교수·학습활동 지원에는 평균 5.9%의 예산이 투자됐고, 보건·급식·체육활동에 대한 예산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교수·학습지원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교육청은 제주도교육청(10.5%)이었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3.8%로 가장 낮아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경기 다음으로 낮은 지역은 서울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으로 각각 5.1%에 그쳤다. 대신 경기도교육청은 인건비 비중이 52.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복지 분야 투자가 13.9%로 전국 최고였다. 교육부는 “지역별 교육 환경이나 교육감의 철학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은 학생 수 대비 학교나 교원 수가 많다 보니 인건비 비중이 높고, 교육감이 교육복지 쪽 투자를 강조하면 상대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창의성, 제주는 외국어 교육 투자 많아 교수·학습지원 예산을 △교육과정(학습자료 개발 등) △학력 신장(기초학습부진아 지도 등) △창의인성 및 특색교육(창의적체험활동 등) △특수교육(특수교육 대상자 지원 등) △외국어 교육(원어민교사 지원 등) △특성화고 교육(특성화고 내실화 등) 등으로 세분화하면 지역별 격차가 더 컸다. 2016년 기준 서울과 인천은 교육과정 부문 투자 비중이 제일 적어 0.14%에 그쳤다. 서울은 경기와 함께 기초학습부진아 지도(0.03%) 부문에서도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울산은 기초학력 분야에서 서울의 17배인 0.51%를 투자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016년 당시 보수 성향 교육감이 있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신 서울시교육청은 창의인성 및 특색교육 투자(0.72%)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경남과 울산(0.05%)은 가장 낮았다. 또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투자를 많이 하는 지역은 울산(1.1%)과 충북(1.08%)이었고 비중이 제일 낮은 지역은 대전(0.18%)이었다. 외국어 교육에 가장 많은 관심을 두는 지역은 제주(1.21%), 적은 곳은 인천(0.27%)과 경기(0.31%)였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분야별 투자 차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해마다 교육 재정 규모가 왔다갔다 심한 편차를 보인다는 것”이라며 “교육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한데 분야별 투자 등락이 심하면 학생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내년처럼 예산이 크게 늘어날 때 일정 부분 재정 안정화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지방채 규모가 12조 원에 달하는 만큼 채무도 줄여야 한다”며 “예산에 여유가 생겼다고 무상복지를 늘리면 향후 학교 운영비나 지원비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3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며 “난 어릴 적 교사가 꿈이었다”며 자신의 지명을 철회해달라는 (교사들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현장을 잘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교사들이 자신의 지명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로 꼽는 교육공무직법안에 대해 해명했다. 유 후보자가 2016년 발의한 교육공무직법안은 행정실무자, 조리사, 급식보조원, 실습보조원 등 교육공무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이들이 교원자격증을 가졌을 경우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한다는 부칙을 넣었다가 임용고시생 및 교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결국 자진 폐기했지만 지금까지도 상당수의 교사들이 법안 취지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이날까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유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40건 이상 올라왔다. 이 중 한 글은 5만여 명의 지지를 받았다. 유 후보자는 “2016년 발의한 교육공무직법안은 당시 14만 명에 달하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지금은) 학교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되는 상황이라 다시 발의할 이유가 없어진 법으로 (교사들이)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또 “해당 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무직’이라는 별도의 직제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어 2016년도에 이미 철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교육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 6년간 활동하며 간사도 맡았다”며 “교문위에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며 정책 대안을 만들어 토론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대입 수시모집의 절반 이상을 학생부 내신(교과)전형을 통해 뽑아야 한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선을 앞두고 한 개인적 제안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은 청문회 때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56·사진)를 둘러싸고 “지명을 철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31일 오후 10시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 20개가 넘는 지명 철회 요구 청원이 올라온 가운데 한 게시글에는 청원 시작 하루 만에 2만9000여 명이 동의했다. 또 유 후보자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하 피감기관 소유 건물에 지역구(경기 고양병) 사무실을 개설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 건의 발의 법안, 교사들 거센 반발 불러 유 후보자의 지명에 교사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들은 2016년 유 후보자가 대표 발의한 두 건의 법안을 문제 삼고 있다. 2016년 7월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같은 해 11월 발의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던 유 후보자는 “각 학교에 있는 행정실이 별도의 법적 설치·운영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행정실 법제화를 제안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행정직원 사이 업무분장 및 권한을 두고 논란이 있어 왔다”며 “행정실 법제화는 행정직원들이 교장·교감의 지시를 따르거나 교사에게 협조하지 않고 법률적으로 분리돼 독자적으로 일하겠다는 취지라 교사들 반감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공무직 관련 법안은 당시 유 후보자가 교사들의 거센 반발에 자진 폐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당시 유 의원은 행정실무자, 조리사, 급식보조원, 실습보조원 등 교육공무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이들이 교원자격증을 가졌을 경우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한다는 부칙을 넣었다가 임용고시생 및 교사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유 후보자가 넘어야 할 산은 청문회가 아니다. 교사들에게 박힌 ‘미운 털’을 뽑는 게 더 큰 숙제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과거 유 후보자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등 특정 시민단체와 함께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주도한 점 등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는 정부 조사에서 71.8%의 학부모가 계속 운영에 찬성했는데도 폐지됐다. 초2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방과 후 영어수업 폐지 뒤 학원비 등 사교육비만 더 들고 경제력에 따른 격차는 더 커진 느낌”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유 후보자의 전문성과 특유의 정치력으로 혼란스러운 교육 현안을 잘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유 후보자가 국정 역사 교과서 같은 비교육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좌초될 위기에 있는 교육개혁을 살릴 적임자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중요한 교육 현안이 산적한 데다 많은 혼선이 발생해 교육부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교문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쌓은 만큼 원만하게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소유 건물에 지역구 사무실 개설 논란 이날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유 후보자는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2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자회사 ㈜한국체육산업개발로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올림픽스포츠센터 2층의 한 사무실을 임차계약해 현재까지 지역 사무실로 쓰고 있다. 곽 의원은 “해당 건물은 한국체육산업개발의 공공시설로 분류돼 공직선거법에 따라 특정 정치인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없고,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 사무실 문제로 지적을 받은 뒤 내부감사를 벌여 한국체육산업개발 직원 6명을 징계했다. 이후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유 후보자 측에 임차계약 해지를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유 후보자 측은 “2016년 국감에서 곽 의원이 이미 지적한 내용이다. 피감기관 소유 건물은 맞지만 정식 입찰을 거쳐 들어갔고 당시 문제없다고 결론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최고야 기자}

건국대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3328명 정원의 64.8%인 2157명을 선발한다. 원서접수는 9월 10∼12일 진행한다. 대표적 학생부종합전형인 ‘KU자기추천전형’과 ‘KU학교추천전형’의 선발인원이 확대되면서 학생부종합전형 모집인원은 총 1644명으로 전년도 1512명에 비해 132명 늘었다. 특히 전형절차 간소화, 6개 대학 자기소개서 문항 및 평가기준 공통 적용, 모든 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적용 등이 도입돼 수험생의 대입지원 부담이 줄었다. 건국대의 대표적인 학생부종합전형 KU자기추천은 국내외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또는 법령에서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가 지원 가능하다. 교내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해당 전공에 관심과 소질이 있어 자신이 스스로를 추천할 수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1단계에서 서류평가 100%로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 40%에 면접평가 60%를 더해 최종인원을 선발한다. 면접평가는 제출서류의 진위를 확인하는 개별면접으로 진행된다. KU학교추천은 국내외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서 인성과 학업역량이 우수하고 타의 모범이돼 고교에서 추천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고교 3학기 이상 학생부 교과 성적 산출내역이 있어야 하며, 고교별 추천 인원에 제한은 없다. 기존 제출서류인 학생부와 교사추천서 외에 자기소개서를 새롭게 추가했다. 전형방법은 학생부(교과) 40%에 서류평가 60%를 일괄합산하는 방식을 따른다. 고른기회전형Ⅰ은 국가보훈대상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졸업자, 특성화고교등을 졸업한 재직자, 특수교육대상자를 대상으로 총 341명을 모집한다. 2018학년도에 신설된 고른기회전형Ⅱ는 의사상자 및 자녀, 군인 및 소방공무원 자녀, 다자녀 가정의 자녀, 다문화가족의 자녀, 아동복지시설출신자, 조손가정 손자녀, 장애인부모자녀를 대상으로 총 40명을 모집한다. 고른기회전형Ⅰ 중 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 등을 졸업한 재직자의 제출서류 및 전형방법은 KU학교추천과 동일하다. 나머지 고른기회Ⅰ과 Ⅱ의 제출서류 및 전형방법은 KU자기추천과 동일하다. 장교식 건국대 입학처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은 교내활동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성실한 고교생활”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모든 대학에서 자기소개서에 지원자 성명을 비롯해 출신 고교, 부모(친인척 포함)의 실명을 포함한 사회적·경제적 지위(직종명, 직업명, 직장명 등)를 암시하는 내용 기재를 금지한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광운대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총 1046명(정원내)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 전형에서는 △광운참빛인재 523명 △소프트웨어우수인재 30명 △고른기회(농어촌학생, 국가보훈대상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만학도) 86명 △사회적배려 대상자 33명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 2명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소프트웨어우수인재가 신설돼 30명을 뽑는데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 서해5도 출신자의 전형 방법이 변경된 것도 유념해야 한다. 2018년에는 1단계에서 3배수를 선발해 2단계에서 성적 70%, 면접 30%를 합산 선발했지만 올해는 서류종합평가로 100% 선발한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교과성적우수자 151명을 선발한다. 논술전형에서는 △논술 우수자 206명, 실기(특기)전형에서는 △체육특기자(축구, 아이스하키) 15명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 100%로 3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1단계 성적의 70%와 면접 30%를 합산하여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논술우수자전형은 논술 60%와 학생부 40%를 합산하여 선발하며,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은 학생부 100%로 선발한다. 실기(특기)전형의 체육특기자는 경기 실적 40%와 학교생활기록부 10%, 실기 50%를 합산하여 선발한다. 모든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없다. 광운대 수시 원서 접수는 인터넷에서 가능하며, 접수 기간은 9월 10일 오전 10시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다. 최초 합격자는 11월 9일 또는 12월 14일 오후 3시에 광운대 입학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경희대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73.3%(3822명)를 뽑는다. 정시인원 1390명까지 더하면 올해 총 5212명을 선발한다. 수시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51.6%(2691명), 논술우수자전형으로 14.8%(770명), 실기우수자전형으로 6.9%(361명)를 뽑는다. 정시 수능전형으로는 21.9%(1139명)를, 정시 실기전형으로는 4.8%(251명)를 선발한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인 ‘네오르네상스’는 국내·외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 제한했던 지원자격을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로까지 확대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고교연계)은 고교별 최대 6명(인문계열 2명, 자연계열 3명, 예·체능계열 1명)까지 학교장 추천이 가능하다. 고교에서 추천 시 대학의 인재상인 문화인재, 글로벌인재, 리더십인재, 과학인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전형방법은 학생부 교과 성적 40%, 서류평가 60%로 전년도 대비 교과 성적 비중을 축소했다. 교과 성적 이외에 비교과 활동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함이다. 모든 학종 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수시 실기우수자전형에서는 소프트웨어분야 인재를 뽑기 위해 ‘K-SW 전형’을 신설했다. 합격자에게는 장학금도 부여된다. 황윤섭 경희대 입학처장은 “네오르네상스 전형은 합격자의 내신 성적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라며 “내신 성적은 중요 평가기준이지만 당락을 결정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기 떄문에 학과나 계열에 대한 적합성을 잘 따져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서는 학과나 계열에 대한 적합성을 관심 있게 본다. 따라서 내신 성적과 함께 학생부의 기록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나 계열에 유의미한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지난주 교육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중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묻힌 정책이 있었다.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첫 지원’이란 제목의 자료였다. 교육부는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현장실습 참여 직업계 고3 학생에게 돈을 줄 것”이라며 “저소득층 학생부터 1인당 3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주는데 단 6개월 이상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라고 밝혔다. 총 2만4000명에게 720억 원을 줄 예정이다. 만약 6개월 전에 그만두면 300만 원은 반납해야 한다. 또 돈으로 해결인가.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직업계고 학생의 중기 취업 장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이런 일차원적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300만 원만 주면 중기에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300만 원을 토해 내기 싫으면 마음에 안 들고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6개월을 버티란 건가?’, ‘만약 학생들이 6개월만 다니고 그만두면 720억 원은 허공으로 날아가는 건가?’ 취업의 질과 일자리의 지속성 측면에서 의구심만 들었다. 교육부에 의도를 물었다. 교육부는 “최근 잇따른 사고로 직업계고 학생의 현장실습 제도가 바뀌었다. 근로 대신 교육만 허용하다 보니 학생들이 월급을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실습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중기 취업연계 및 국가인력 양성 차원에서 예산으로 당근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돈이야말로 그간 직업계 학교 관계자들이 원했던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얘긴 달랐다. 고졸취업 전문가인 박상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직업계고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교육부가 직업계고 재정지원 평가를 할 때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본다는 것”이라며 “학교들이 이런 장려금이라도 받아 중기 취업률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계고 졸업생이든 대졸자든 괜찮은 일자리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다”며 “300만 원을 준다고 중기에 계속 다니는 것도 아니고 고용률을 높일 만한 정책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영민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교육부가 가장 쉬운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기 쪽으로 인력을 보내긴 해야겠는데, 정부 입장에서 가장 쉬운 대상은 직업계고 학생들이란 것이다. 보조금을 줘서 유도하는 방식도 가장 간편하다. 땜질식 ‘대책’이 아닌 고심한 ‘정책’을 내놔야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달 내놓은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방안’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 장기 마스터플랜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국민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까지 선정됐다. 하지만 중장기적 취지만 있을 뿐 실효성 있는 구체적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기자가 받아 본 마스터플랜 자료집은 ‘이상적인 거대담론으로 점철된 두툼한 서류더미’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세부과제는 대부분 기존 정책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교육부가 산업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도 많았다. 정부는 이런 것이야말로 국가교육회의에 물어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수시 대 정시 비율은 몇 대 몇?’ 따위를 위해 온 국민 토론회를 여느라 진짜 마스터플랜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 교육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유효기간 6개월짜리 혈세 720억 원을 허공으로 흩날리는 것, 그것이 최선의 대책인 현실이 개탄스럽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공개됐다. 내년부터 덕성여대,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일반대 67곳, 전문대 49곳 등 총 116곳은 모두 1만 명가량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한다. 적게는 7%, 많게는 35%까지 감축한다. 이 가운데 일반대 37곳, 전문대 13곳은 정부 재정 지원까지 제한된다. 또 학생에게 지원되는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지원마저 일부 대학에서 전면 제한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심의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한다고 23일 밝혔다. 2012년 시작된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아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다. 자율개선대학이 못 되면 정원 감축에 정부 재정 지원도 끊어지기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대학 살생부’로 불린다. 전국 323개 일반대 및 전문대 가운데 가장 낮은 그룹인 재정지원제한대학 Ⅱ유형에는 일반대 6곳(경주대 부산장신대 신경대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한려대), 전문대 5곳(광양보건대 동부산대 서해대 영남외국어대 웅지세무대)이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내년부터 30∼35%까지 정원을 줄여야 하고 정부 재정 지원도 전면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진단제외대학과 역량강화대학 역시 개선이 요구되는 대학들”이라며 “재정지원제한대학은 학자금 대출까지 제한되는 만큼 내년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11월 15일 치러질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응시원서 접수가 23일부터 시작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전국 86개 시험지구교육청 및 일선 고등학교에서 수능 원서접수를 한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고교 재학 중인 학생은 학교에서 일괄 접수시키며, 고교 졸업자는 출신고 또는 현재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교육청에서 개별 접수시키면 된다. 검정고시 출신 및 기타 학력 인정자도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교육청에서 접수한다. 모든 지원자는 여권용 규격(가로 3.5cm×세로 4.5cm) 사진 2장과 응시수수료 납부 영수증,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준비해야 한다. 개별 접수 시에는 졸업증명서 1부, 주민등록초본 1부를 추가로 준비해야 하며 직업탐구 영역을 신청할 경우 전문계열 전문교과 86단위(2016년 3월 1일 이전 졸업자는 80단위) 이상 이수한 것을 증명하는 학교장 확인서 1부가 필요하다. 장애학생 등 시험특별관리대상자는 복지카드 등 관련 증빙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응시수수료는 본인이 선택한 영역 수에 따라 4개 영역 이하는 3만7000원, 5개 영역은 4만2000원, 6개 영역은 4만7000원이다. 원서접수일 기준으로 수험생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법정 차상위계층이면 응시료를 면제받는다. 장애인, 수형자, 군 복무자, 입원 중인 환자, 원서접수일 기준 해외 거주자 등은 대리접수가 가능하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에서 대학들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정시모집) 비율 30% 이상 선발’을 권고한 것과 관련해 상당수의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대신 학생부교과전형 및 논술전형 선발을 줄여 비율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30% 룰’을 만든 건 ‘깜깜이 전형’이란 비난을 받았던 학종 선발 쏠림을 막기 위한 것인데 대학들은 다른 방식으로 정시 확대 방침에 대응할 계획이라 정부의 정책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이런 가운데 국립대 법인인 서울대만 학종 선발을 줄여 정시모집을 확대하기로 했다. 20일 각 대학은 정부 권고에 맞게 전형별 선발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만약 ‘수능 30% 이상 선발’이라는 정부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대학당 10억∼20억 원 정도 지원되던 ‘고교 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수능 선발 비율이 30%에 못 미치는 35개 대학 중 수도권에 있는 17개 대학은 당장 2년 내에 0.6∼13.8%가량 수능 선발 비율을 늘려야 한다. 대학에 따라 최대 600명에 가까운 신입생을 수능 전형으로 더 뽑아야 한다. 대학들은 어느 전형을 줄여 수능 선발을 늘릴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본보가 이날 수능 비율 30% 미만인 서울대를 포함한 수도권 대학 10곳을 조사한 결과 6개 대학이 학종이 아닌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을 줄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3곳은 미정으로 다른 대학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교육부의 수능 비율 30% 권고는 급격히 늘어난 학종 비율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A사립대 입학처장은 “학종 대신 교과전형 선발을 줄일 것”이라며 “학종으로 뽑은 학생들은 학교나 학과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업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아 대학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B대학 입학처장도 “수능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반수나 재수 등으로 중도에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학종은 그렇지 않다”며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 비율이 극히 적은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종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지역 주요 대학 중에는 논술전형을 대폭 줄이는 안을 고려하는 곳도 있었다. C대, D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논술을 폐지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라 이참에 학종보다는 논술을 많이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개편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들이야 수능 비율을 늘리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는 것”이라며 “입시제도를 흔들 때 웃는 곳은 사교육계뿐”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립대인 서울대는 정부 방침에 따르기로 했다. 당초 서울대는 2020학년도 기준 학종 선발 비율을 80% 가까이로 늘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비율을 2년에 걸쳐 10%포인트 정도 줄이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선발 기준 학종 비율 79.6%, 수능 비율 20.4%이다. 교과전형, 논술, 실기 등 다른 전형으로는 아예 학생을 뽑지 않는다. 따라서 수능 비율을 늘리려면 학종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그간 가장 적극적으로 학종을 늘려온 대학이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입장이라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갑작스러운 선발 철학 변경을 두고 학내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해 구체적 연도별 조정 비율을 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박은서 기자}

중3과 초3 자녀를 둔 학부모 현모 씨(45)는 17일 발표된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방안’ 기사를 보다 깜짝 놀랐다. 함께 발표된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2025학년도 고1부터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고교 내신 완전 절대평가화(성취평가제 도입) 내용 때문이다. 2025년은 초3인 둘째가 고1이 되는 시기다. 현 씨는 “자고나면 바뀌는 첫째 아이의 입시정책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둘째 때 또 바뀐다니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 난데없는 2025년 혁신안에 학부모 ‘혼란’ 교육부는 당초 2022년부터 전국 고교에 적용하겠다던 고교학점제 도입을 2025년으로 늦췄다. 새 교육과정도 이때부터 적용된다. 또 2025년 고1부터 전 과목 내신을 국 영 수는 A∼E 5단계, 진로선택과목은 A∼C 3단계로 절대평가할 계획이다. 현재 석차(등수)를 기준으로 1∼9등급으로 분류하는 상대평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절대평가 도입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대평가제는 1점을 두고 학생들이 피 말리는 석차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른바 ‘내신지옥’을 깰 수 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학생 개개인의 지력과 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라며 “외국도 대부분 절대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라도 내신 절대평가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절대평가 유리한 강남 학교로 ‘쏠림 현상’ 발생할 듯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신까지 절대평가 되면 대입에서 학생 간 우열을 판별할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90점만 넘으면 모두 똑같이 A를 받는 식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한 교실 안에서도 수십 명이 A를 받을 수 있다. 똑같이 A를 받은 학생이더라도 대학들이 지방이나 비명문고 출신 학생보다는 이른바 강남 등 교육특구 지역의 특정 학교 학생들을 우대할 가능성도 높다. 입시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강남 대이동으로 명문고 인근 집값이 상승하고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교육부가 특목·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정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강남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학점제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 및 진로 관리 등 교육 프로그램의 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내신이 절대평가되면 지방이나 소외지역보다 교육특구 학교들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4∼초6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군 이동’이 집중되는 시기로 이번 발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교별 격차 실존, 현실부합 대책 내놔야 실제 상대평가 체제인 현재도 지역·학교별 대입 격차는 매우 크다. 최근 5년간 전국 고교별 서울대 입학생 수(최종 등록 인원 기준) 분석 결과 입학생 상위 10개 일반고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서초에 몰려 있다. 2014학년도에는 서울대 입학생 수 상위 일반고 14곳(공동 순위 포함) 중 10곳이 이 지역 고교들이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입시 결과를 놓고 보면 서울대의 경우 매년 상위 50개 학교 명단이 거의 변화가 없다”며 “사실상 대학이 고교별 선발인원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간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실제 대학 내부에서 입시 동점자 처리 문제는 매우 어려운 숙제”라며 “정량적 점수가 똑같을 경우 모든 정성적 요소를 따져보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변별력이 없을 때 보는 게 출신 지역과 학교”라고 귀띔했다. 절대평가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학교별 교육격차를 줄일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교육부는 격차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특구는 그냥 하는 말이고 현실적으로 교육특구는 지정돼 있지 않다”며 “다만 지역·학교별로 약간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앞으로 고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꼬박 1년간 사회적 논쟁을 불러온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17일 발표됐다. 현행과 달라진 게 거의 없어 1년간 갈등과 혼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학들에 수능 위주 전형(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 하라고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따르지 않는 대학은 총 예산 559억 원 규모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주로 내신 위주 수시전형으로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는 지방대 사정을 고려해 학생부 교과전형 30% 이상 운영 대학은 ‘수능 30% 선발 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산업대, 전문대, 원격대(사이버대 등)도 이 룰에서 제외된다.○ 수능 비율 30% 미만 대학 35개뿐 현재 전국 196개 대학(4년제 일반대) 중 △수능 선발 비율이 30%가 안 되면서 △학생부교과전형 선발 비율도 30%가 안돼 둘 중 하나를 늘려야 하는 대학은 35개 대학에 불과하다. 사실상 이 대학들만 이번 대입제도 개편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35개 대학의 절반 이상은 지방대로, 이들은 수능보다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 중에서는 고려대(16.2%)와 서울대(20.4%), 이화여대(20.6%) 정도만 수능 선발 30%를 크게 밑돌고 나머지 대학은 이미 30%가 넘거나 약간만 상향 조정하면 30% 기준을 맞출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수능으로 30% 이상을 뽑아야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예산을 주겠다는 정부 발표에 당혹해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 예산은 원래 학생부종합전형을 늘려야 받을 수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수능을 늘려야 주겠다니 정부의 교육철학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대학 자율성 보장도 말뿐”이라고 꼬집었다.○ EBS ‘70% 직접연계’→‘50% 간접연계’ 수능 과목 구조에서 초안과 달리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하고 탐구과목에서 문·이과 교차 선택 의무화를 포기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시험 보지 않겠다는 과목을 다시 보겠다는 것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사실상 기초과학계의 거센 반발에 교육부가 항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발표로 문·이과 통합은 전혀 의미가 없게 됐다”며 “융합 인재라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부는 고3 교실이 EBS 문제집 풀이 현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EBS 연계율을 현행 ‘70% 직접연계’에서 ‘50% 간접연계’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학생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양정고 이종한 교사는 “절반을 연계하겠다니 안 볼 수도 없고, 간접방식이다 보니 예전처럼 성적이 오르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결과 무시” “포퓰리즘 정책” 교육부는 이날 학생부 기재방식 개선 및 2025년 이후 고교교육 혁신 방향도 함께 발표했다. 먼저 학교별 상 남발 및 특정 학생 몰아주기의 원인으로 지적된 학생부 수상 경력 기재와 관련해 수상 경력을 한 학기당 1개 이내로, 고교 재학 중 총 6개까지만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자율동아리도 한 학년당 1개만 간단히 적도록 했다. 소논문(R&E) 기재는 없앴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현행 4개 문항 5000자에서 3개 문항 3100자로 줄였다. 만약 대필이나 허위 작성이 발각되면 지금은 0점 처리하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탈락이나 입학을 취소할 예정이다. 교사추천서는 폐지된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이자 고교교육 혁신 방안의 하나인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당초 예정보다 3년 늦은 2025년에 하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따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때부터 전 과목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며 “당장 내년 고1부터 ‘진로선택과목’은 A-B-C 3단계로 구분해 석차등급이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진보와 보수, 학부모단체와 교사단체를 불문하고 일제히 교육부의 최종 결론에 비판을 쏟아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공론화 결과 정시 45% 선발을 요구하는 1안이 1위였는데도 교육부는 아무 근거 없이 30% 이상을 내걸었다”며 “1년간 여론 수렴과 공론화 결과를 모두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32개 교육 관련 단체도 “이번 안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아마추어리즘과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박은서 기자}
“대입에서 학생부가 얼마나 중요해졌는데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나. 공정성을 위해 고교만이라도 분리해야 한다.” “부모가 교사라고 자녀의 학교 선택권이 침해받아서야 되겠나.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 최근 강남의 한 고교에서 해당 학교 교무부장의 두 자녀가 각각 문·이과 1등을 한 것을 두고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것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교사인 부모가 자녀의 평가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만큼 분리를 통해 의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런 주장은 교사 자녀에 대한 학교선택권 역차별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모 교사와 자녀의 같은 학교 배치 문제는 수년간 반복돼 온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특히 학생부에 근거해 선발하는 대입 수시전형의 선발비율이 70%를 넘어서면서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3년에 걸쳐 아들의 학생부를 수정한 혐의로 A사립고 교사와 동료 교사가 지난해 입건됐다. 지난해 5월 경기 성남의 한 고교에서도 해당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엄마가 자녀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자녀의 대학입학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부모 교사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부모 교사를 배제하고 △부모 교사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담임이나 교과 담당을 맡지 말도록 한다. 그럼에도 매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구심도 커졌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교사 개개인의 양심을 믿고 싶지만 자녀 문제에 흔들리는 교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는 “부모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두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제도적으로 분리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 이모 씨는 “교사 자녀라고 해서 집에서 가깝고 좋은 학교를 놔두고 부모가 재직하지 않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는 건 역차별”이라며 “학교선택권 보장 차원에서도 위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수가 많지 않은 읍면지역의 경우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교사 주모 씨는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 보는 눈이 많아 부모도 자녀도 무척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일부 교사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실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818개 초중고교에서 1만1913명의 학생이 교사인 부모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자체 신고를 해야만 파악이 가능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후기 일반고 배정 시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길 원하는 교사 자녀들을 위해 별도 신청제도를 만들어 놨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 학생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교원과 학생 배치는 시도교육청이 전권을 가진 사안이라 가이드라인 제시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대입에서 학생부가 얼마나 중요해졌는데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나. 공정성을 위해 고교만이라도 분리해야 한다.” “부모가 교사라고 자녀의 학교 선택권이 침해받아서야 되겠나.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 최근 강남의 한 고교에서 해당 학교 교무부장의 두 자녀가 각각 문·이과 1등을 한 것을 두고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것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교사인 부모가 자녀의 평가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만큼 분리를 통해 의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런 주장은 교사 자녀에 대한 학교선택권 역차별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모 교사와 자녀의 같은 학교 배치 문제는 수년 간 반복돼 온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특히 학생부에 근거해 선발하는 대입 수시전형의 선발비율이 70%를 넘어서면서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3년에 걸쳐 아들의 학생부를 수정한 혐의로 A사립고 교사와 동료 교사가 지난해 입건됐다. 지난해 5월 경기 성남의 한 고교에서도 해당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엄마가 자녀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자녀의 대학입학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각 시도교육청마다 부모 교사의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이 있다.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부모 교사를 배제하고 △부모 교사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담임이나 교과 담당을 맡지 말도록 한 것 등이다. 그럼에도 매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다보니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구심도 커졌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교사 개개인의 양심을 믿고 싶지만 자녀 문제에 흔들리는 교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는 “부모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두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제도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 이모 씨는 “교사 자녀라고 해서 집에서 가깝고 좋은 학교를 놔두고 부모가 재직하지 않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는 건 역차별”이라며 “학교선택권 보장 차원에서도 위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수가 많지 않은 읍면지역의 경우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교사 주모 씨는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 보는 눈이 많아 부모도 자녀도 무척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일부 교사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실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818개 초중고에서 1만1913명의 학생들이 교사인 부모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후기 일반고 배정 시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길 원하는 교사 자녀들을 위해 별도 신청제도를 만들어 놨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 학생은 50여명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부모 교사와 자녀의 같은 학교 배치 문제는 오래된 숙제”라면서도 “교원과 학생 배치는 시도교육청이 전권을 가진 사안이라 가이드라인 제시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 호캉스 기분 취해 뒷정리 나몰라라… 정말 곤란해요 저는 일주일 중 토요일 오후가 제일 무섭습니다. 저뿐 아니라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제 직업이 궁금하다고요? 전 호텔에서 ‘메이드’라고 불리는, 객실청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 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 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어진 방도 있어요. 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 문을 여는 순간 ‘헉’ 소리가 난다니까요. 한국 손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 ‘대신 치워달라고 비싼 돈 낸 것 아니냐.’ 하지만 같은 돈을 낸 손님 중에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많답니다. 메이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별 투숙객 문화가 비교되더라고요. 이제 우리도 경제력에 걸맞은 숙소 사용 예절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 ‘떠나면 그만’, 생각 버리고 배려도 챙기세요 직장인 윤호영 씨는 5년 전 대학생 때 해외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숙소 사용 매너다. 윤 씨는 “퇴실할 때 사용한 이불을 마치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듯 각 잡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내가 숙소를 얼마나 함부로 사용했는지 처음으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방 하나를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 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외국 호텔과 외국계 국내 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 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수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 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 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 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런트에 남긴 칭찬 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 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 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 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3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 입시개편 공론화 결과’ 말이다. 공론화위는 이날 ‘시민참여단의 공론 과정은 의미 있었다. 하지만 대입제도 개편을 어째야 할진 모르겠다’로 요약되는 결과문을 발표했다. 이로써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위에 떠넘긴 일이 다시 원점인 교육부로 되돌아갔다. 1년 동안 ‘교육부와 그의 친구들’은 가성비 최악의 ‘삽질’만 한 셈이다. 아니, 이 정도면 삽질이 아니다. 처참한 교육 현장을 볼 때 ‘포클레인질’ 정도로 불러야 맞다. 4월 교육부가 처음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을 때다. 당시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정말 대입제도가 바뀔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이었다. 질문의 의도를 묻자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도 최종 정책은 현 제도에서 크게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첫째,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다시 대대적으로 대입제도를 뒤집어야 한다. 이번에 크게 바꾸고 나서 몇 년 뒤 또 바꾸면 여론의 역풍을 감당할 수 없다. 둘째, 교육정책이 늘 그렇지만 대입제도는 특히 ‘49 대 51’의 싸움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하면 청와대나 여당은 부담이 돼 브레이크를 걸게 돼 있다.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이 어그러진 건 이 때문이다. 셋째, 교육제도란 혈관 같아서 바꾸려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억지로 바꾸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막히거나 터지게 돼 있다. 모든 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편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당시 “그럼 도대체 왜 이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자 그는 쓴웃음만 지었다. 우린 영문도 모른 채 논쟁이 낳은 또 다른 논쟁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7월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한 뒤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춘 수능 개편 논쟁에 갑자기 김 부총리의 소신인 ‘전(全) 과목 절대평가’라는 거대 변수가 끼어들어왔다. 한 달 뒤 난데없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일부 과목 절대평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수능 개편안이 나왔다. 그러자 ‘수능보다 학종이 문제’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대입제도 개편은 1년 뒤로 미뤄졌다. 그 뒤 교육부와 친구들 사이에 ‘폭탄 돌리기 대작전’이 벌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공론화위는 이번 공론화에 들어간 예산이 20억 원이라고 밝혔다. 올해 교육예산 68조5000억 원에 비하면 큰돈이 아닐 수 있다. 시민들의 아름다운 토론 과정을 지켜보는 데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억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자유수강권 확대에 썼다면 33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1년간 재밌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20억 원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왔다면 아무런 결론도 없는 토론 과정을 보겠다고 그 돈을 썼을까. 그러라고 낸 세금이 아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이건 명백한 정책 실패다. 다만 중요한 자리에 앉은 어느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학부모들을 인터뷰할 때면 ‘김상곤 부총리는 왜 잘리지 않느냐’는 분기탱천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일각에서는 누구를 새 부총리로 앉혀도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길이 없어 결자해지 차원에서 김 부총리 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폭탄은 돌고 돌아 다시 그의 손안에 있다. 이제는 넘길 곳도, 넘길 시간도 없다. 김 부총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게 무엇이든 이젠 책임질 일만 남았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저는 일주일 중 토요일 오후가 제일 무섭습니다. 저뿐 아니라 저랑 같은 일하는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제 직업이 궁금하다고요? 전 호텔에서 ‘메이드’라고 불리는, 객실청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 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 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겨진 방도 있어요. 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 문을 여는 순간 ‘헉’소리가 난다니까요. 한국 손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 ‘대신 치워달라고 비싼 돈 낸 것 아니냐.’ 하지만 같은 돈을 낸 손님 중에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많답니다. 메이드 일을 오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별 투숙객 문화가 비교되더라고요. 이제 우리도 경제력에 걸맞는 숙소 사용 예절을 갖춰야 하지 아닐까요? 직장인 윤호영 씨는 5년 전 대학생 때 해외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숙소사용 매너다. 윤 씨는 “퇴실할 때 사용한 이불을 마치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듯 각 잡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내가 숙소를 얼마나 함부로 사용했는지 처음으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한 방을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해외호텔과 외국계 국내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수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표시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 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론트에 남긴 칭찬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글로벌 특급호텔 메이드들이 알려주는 숙소사용예절 10계명>1. 예약 시 객실 당 정원과 흡연 여부를 솔직히 밝히자.2.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으면 샤워 시 샤워커튼을 반드시 치자.3. 사용한 수건은 바닥 말고 세면대나 욕조 한 곳에 쌓아두자.4. 침대 시트를 하루 이상 쓰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청소 수고를 덜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5. 외출할 시 여행가방을 전용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바닥 청소가 한결 쉽다.6. 전기포트에 우유를 넣는 것은 금물, 물만 끓인다.7. 수건이나 헤어드라이어, 비상용 플래시 등 공용 비품을 가져가지 않는다.8. 아이를 동반했거나 파티를 할 경우 너무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스스로 유의한다.9. 퇴실 시간을 지켜줘야 다음 손님을 위한 객실 청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10. 퇴실 시 칭찬카드를 작성하거나 메시지를 남겨주면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