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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광’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7·사진)이 자기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린 시니어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플로리다주 지역신문 팜비치포스트는 25일 “2라운드로 치러진 그 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라운드에 아예 출전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시니어 클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골프장에서 우승한 건 큰 영광이다.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힘과 스태미나가 필요하다. 내겐 남들이 가지지 못한 힘과 스태미나가 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힘과 스태미나가 필요하다”고 썼다. 고령에 건강 문제가 종종 거론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변형 스테이블 포드 방식(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등을 주는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라운드에는 아예 코스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날 그는 공화당의 열렬한 후원자인 리넷 하더웨이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대신 그는 대회 이틀 전 목요일에 같은 코스에서 기록한 좋은 성적을 1라운드 성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일요일 코스에 나와 리더보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위를 5점 차로 앞선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유명 골프 기자 릭 라일리는 2019년 출간한 ‘커맨더 인 치트’라는 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저지른 다양한 반칙을 소개한 적이 있다. 라일리는 “언젠가 그는 뉴저지에서 우승했다고 했는데 당시 그는 필라델피아에 있었다”고 썼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23시즌 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는 키움 외야수 이정후(25)가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71)와 손을 잡았다. 세계 최고의 야구 에이전시인 보라스 사단 일원이 되면서 미국 진출에 한결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25일 인스타그램에 보라스와 이정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본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우리 회사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LG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 씨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구단에는 ‘악마’이지만 선수들에겐 ‘천사’라는 평가를 받는 보라스는 MLB를 대표하는 에이전트다. 해마다 그의 손을 통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계약이 이뤄진다. 2019년 스토브리그에서는 야구 에이전트 사상 최초로 계약 총액 10억 달러(약 1조232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이번 겨울에도 그는 다시 한번 총액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말 유격수 산더르 보하르츠와 샌디에이고의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450억 원)짜리 계약을 성사시켰고, 올 초에는 라파엘 데버스와 보스턴의 11년 총액 3억3100만 달러(약 4078억 원) 계약을 이끌어냈다. 보라스는 한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2001년 말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약 801억 원) 계약을 한 투수 박찬호(은퇴), 2013년 말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602억 원)짜리 계약을 한 외야수 추신수(현 SSG)가 모두 그의 고객이었다. 왼손 투수 류현진 역시 보라스를 옆에 두고 2019년 말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986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다. 지난해 타격 5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정후는 올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빅리그 무대를 노크한다. 관심사는 2012년 말 류현진이 같은 제도를 통해 미국에 진출할 당시 계약 조건을 넘어설지다. 류현진은 그해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444억 원)에 계약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민선(24·고려대·사진)이 2023 겨울 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 선수 첫 3관왕에 올랐다. 김민선은 20일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대회 여자 500m 경주에서 38초5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열린 혼성계주에서도 안현준(23·대림대)과 함께 3분10초8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16일 여자 1000m 금메달까지 더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이다. 공기 저항이 큰 야외 링크에서 경주를 벌인 탓에 김민선은 개인 최고 기록(36초96)에 많이 못 미쳤지만 은메달을 딴 구마가이 모에(일본·39초41)에 0.88초나 앞섰다. 김민선은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와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대학 선수들이 출전한 이번 대회서도 경쟁자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25·연세대)도 20일 1500m에서 2분40초30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건희(23·단국대)는 은메달, 서휘민(21·고려대)은 동메달을 각각 수확했다. 최민정은 남은 500m와 1000m, 3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 등에서 다관왕을 노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몸을 최대한 잘 만들어 달라. 그리고 맡은 역할에 충실해 달라.” 이강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은 16일 처음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에게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WBC는 3월 8일 개막(한국의 첫 경기는 3월 9일 호주전)한다. 예년 프로야구 정규시즌보다 20일가량 빠르다. 부상 우려 없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예년보다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피’들이 스스로 알아서 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수가 일찌감치 자비로 해외훈련을 떠나 16일 대표팀 소집에는 최종 엔트리 30명 가운데 19명만 모였다. 마운드의 오른손 투수들인 소형준(22·KT), 고영표(32·KT), 원태인(23·삼성)은 날씨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훈련하고 있다. 작년까지 KT에서 함께 뛰었던 외국인 선수 데스파이네가 자신의 집이 있는 마이애미로 소형준과 고영표를 초청했고, 소형준이 원태인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작년 말 미국으로 떠난 세 선수는 모두 현지에서 WBC 대표팀 최종 선발 소식을 들었다. WBC 준결승과 결승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안방구장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다. 소형준과 고영표, 원태인은 얼마 전 이곳을 함께 방문해 “반드시 여기에 다시 오자”고 서로 다짐하기도 했다. 좋은 날씨와 시설이 마련된 마이애미에서 이들은 MLB 투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기회도 잡았다. 지난해 MLB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샌디 알칸타라(27·마이애미), 강속구를 던지는 아롤디스 차프만(35·전 뉴욕 양키스)의 투구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한국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우뚝 선 이정후(25·키움)와 왼손 투수 이의리(21·KIA)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둘은 팀과 나이, 포지션이 모두 다르지만 같은 에이전시 소속으로 친분이 깊다. 이정후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훈련 파트너로 이의리를 낙점했다. 두 선수는 14일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와 덴버의 경기가 열린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 한창 쉬고 싶고, 놀고 싶을 때인데도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이 선수들을 보면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개인 훈련을 이어간 뒤 다음 달 초 소속팀의 미국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16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 오픈에서 결혼 한 달 만에 우승한 김시우(28)가 ‘약속의 땅’에서 2주 연속이자 PGA투어 통산 5승에 도전한다. 김시우는 20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퀸타의 PGA웨스트에서 열리는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출전한다. 김시우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통산 7승을 거둔 오지현(27)과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소니 오픈 우승이 ‘결혼 선물’이었다면 한국 시간으로 설 연휴기간인 23일 끝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설 선물’이 될 수 있다. 김시우는 이 대회 코스인 PGA웨스트와 인연이 깊다. 국내 투어에서 ‘프로 잡는 고교생’으로 불리던 2012년 12월 이 골프장에서 열린 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역대 가장 어린 나이(17세 5개월 6일)로 통과했다. 당시 고교 2학년이었다. 이해를 마지막으로 퀄리파잉 스쿨 제도가 폐지되면서 김시우의 최연소 기록은 영원히 역사에 남게 됐다. 길었던 우승 갈증을 해소한 것도 이 대회였다.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과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김시우는 한동안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다가 2021년 1월에 열린 이 대회에서 3년 8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회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치며 1타 차 우승을 거둔 그는 “이 코스에 오면 항상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다. 퀄리파잉 스쿨 통과 때 기억을 살려 좀 더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가 같은 조에서 함께 경기하는 프로암 방식으로 열리는 게 특징이다. 올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는 세계 랭킹 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4위 욘 람(스페인) 등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 5명이 출전한다. 새해 첫 대회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7타 차 역전 우승을 거둔 람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파워랭킹에서 1위에 올랐다. 김시우의 파워랭킹은 6위다. 김시우를 포함해 김주형, 임성재, 김성현, 안병훈, 이경훈, 강성훈 등 7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대한 몸을 잘 만들어 달라. 그리고 맡은 역할에 충실해 달라.” 이강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은 16일 처음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에게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WBC는 3월 8일(한국팀 첫 경기는 9일 호주전)에 개막한다. 예년 프로야구 정규시즌보다 20일 가량 빠르다. 부상 위험 없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예년보다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피’들이 스스로 알아서 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수들이 일찌감치 자비 해외 훈련을 떠나면서 이날 대표팀 소집에는 최종 엔트리 30명 가운데 19명만 참석했다. 마운드의 오른손 ‘영건’들인 소형준(22·KT)와 원태인(삼성·23), 고영표(32·KT)는 날씨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훈련 중이다. 작년까지 KT에서 함께 뛰었던 외국인 선수 데스파이네가 자신의 집이 있는 마이애미로 소형준과 고영표를 초청했고, 소형준이 절친한 사이인 원태인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작년 말 미국으로 떠난 세 선수는 모두 현지에서 WBC 대표팀 최종 선발 소식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WBC 준결승과 결승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의 홈구장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다. 소형준과 원태인, 고영표는 얼마 전 이곳을 함께 방문해 “반드시 여기에 다시 오자”고 서로 다짐하기도 했다. 좋은 날씨와 훌륭한 시설이 마련된 마이애미에서 이들은 MLB 투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기회도 잡았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만장일치 수상자인 샌디 알칸타라(27·마이애미), 강속구를 던지는 아롤디스 채프먼(35·전 뉴욕 양키스)의 투구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한국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우뚝 선 이정후(25·키움)와 왼손 투수 이의리(21·KIA)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둘은 팀과 나이, 포지션이 모두 다르지만 같은 에이전시 소속으로 친분이 깊다. 이정후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훈련 파트너로 이의리를 낙점했다. 두 선수는 14일엔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와덴버의 경기가 열린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클리퍼스는 이날 ‘한국 유산의 날(Korean Heritage Night)’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정후는 카와이 레너드, 이의리는 폴 조지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KBO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 한창 쉬고 싶고, 놀고 싶을 때인데도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이 선수들을 보면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개인 훈련을 이어간 뒤 내달 초 소속팀의 미국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야구는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는 종목이다. 미국, 일본을 이겼던 선배들의 기운을 받아 저희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김하성(샌디에이고)은 16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일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한국은 역대 최강 전력을 구축한 일본과 함께 B조에 속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김하성은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과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룬다. 에드먼은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지난해 MLB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됐던 김하성이 유격수, 2021년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에드먼이 2루수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하성은 “에드먼은 공격, 수비, 주루가 다 되는 선수다. 스위치히터라 타격에서 큰 힘이 되고 주자로도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다. 수비는 말할 필요가 없다.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숙명의 대결을 벌인다. 양국이 WBC 무대에서 맞붙는 건 일본이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제2회 대회 결승전 이후 14년 만이다. 이강철 한국 대표팀 감독(KT)은 “일본 대표팀엔 이름만 대면 아는 선수들이 모두 뽑혔다. 투수력이 워낙 좋다. 번트를 대서라도 점수를 내야 한다. 전력을 떠나 멋지고 재미있는 경기를 해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5명의 메이저리거가 포함된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부진했던 포수 양의지(두산)와 투수 고우석(LG)도 설욕을 다짐했다. 11일 두산 입단식 때 “칼을 갈고 있다”고 했던 양의지는 “국제대회에서 부진했을 때 몸이 안 돼 있는 상태였다. 올해는 준비를 잘해서 결과로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일본전에서 결승타를 허용했던 고우석도 “당시엔 실력이 부족했다. 그 경기를 계기로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시 만난다면 자신 있게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 만난 일본에 2-5로 졌다. 대표팀 주장으로는 외야수 김현수(LG)가 뽑혔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김현수를 주장으로 뽑았다. 경력도 많고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팀 소집에는 해외파와 해외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을 제외한 19명이 모였다. 최종 엔트리 30명은 다음 달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 모여 손발을 맞춘다.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역대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 30명이 사실상 확정됐다. 닛칸스포츠와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사무라이 저팬(일본 야구 대표팀 애칭)에 (추가로) 승선할 18명의 WBC 대표 선수들이 내정됐다”고 15일 전했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6일 WBC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30명 가운데 12명을 먼저 발표했다. 15일 언론을 통해 새로 공개된 18명은 내정 선수다. 최종 엔트리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대표팀이 각 구단에 알린 선수 명단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의 외야수 라스 눗바다.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눗바의 합류로 일본 대표팀은 외야 세 자리를 모두 메이저리거로 채울 수 있게 됐다. 눗바의 중견수 기용이 유력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 보스턴과 계약한 요시다 마사타카는 좌익수로 나선다. 올해 초 12명의 확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스즈키 세야(시카고 컵스)는 우익수 출전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 56홈런을 포함해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을 차지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가 이미 승선한 가운데 유독 한국과의 경기에서 강했던 야마다 데쓰토(야쿠르트)도 내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야마다는 2019년 프리미어12 결승전 당시 양현종(KIA)에게서 역전 결승 홈런을 뽑아냈고, 2021년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는 8회 고우석(LG)을 상대로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때렸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지명타자로 출전하면 일본 타선은 더욱 무게감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투수진에서도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오타니와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등 2명의 메이저리거가 원투 펀치를 형성한 가운데 지난해 4월 일본 야구 역대 최연소 퍼펙트 게임을 완성한 사사키 로키(롯데)와 2년 연속 투수 5관왕에 오른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가 뒤를 받친다. 내정자 가운데서는 최고 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가 눈길을 끈다. 일본 대표팀에 메이저리거는 모두 5명이다. 2013년 WBC부터 일본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뛴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와 지난해 12월 MLB 뉴욕 메츠로 이적한 투수 센가 고다이는 30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잇단 부상으로 지난해 83경기 출장에 그친 사카모토는 여성 스캔들까지 불거지며 결국 낙마했다. 일본은 올해 WBC 1라운드에서 한국, 호주, 체코, 중국과 B조에 속해 있다. 숙명의 한일전은 3월 10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황금세대’로 꼽히는 1982년생 선수들이 낯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선의 4번 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대호(41·전 롯데)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동기생인 SSG 추신수(외야수)와 삼성 오승환(투수)은 올해도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연봉에 관한 한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 27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작년 3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광현(35·SSG)이 연봉 81억 원 등 4년 총액 151억 원에 계약하기 전까지 KBO리그 최고 연봉 선수였다. 올해 연봉 협상에선 10억 원이 깎인 17억 원을 제안받았다. 지난해 그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112경기 출전에 타율 0.259, 16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베테랑답게 제 몫을 해냈고, 팀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추신수는 구단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구단 제시액에 그대로 사인한 추신수는 “나 대신 다른 선수들을 더 올려줘야 한다. 나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 제도 도입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16억 원의 연봉으로 지난해 전체 투수 연봉 3위에 올랐던 오승환도 11일 구단에 연봉 ‘백지위임’ 의사를 밝혔다. 두어 차례의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구단의 결정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삼성은 오승환을 연봉 삭감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57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2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지만 예전 같은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블론세이브가 7개나 됐고, 승리를 날린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삼성은 “오승환이 팀의 최고참 선수로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 성적에 책임을 다함은 물론이고 올 시즌 개인과 팀의 반등을 위한 백의종군의 의미로 2023년 연봉을 백지위임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2023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구단은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 오승환의 연봉을 결정할 계획이다.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황금세대’로 꼽히는 1982년생 선수들이 낯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선의 4번 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대호(41·전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SSG 타자 추신수와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상 41)은 올해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지만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들이 받는 연봉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27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작년 3월초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광현(SSG)이 연봉 81억 원 등 4년 총액 151억 원에 계약하기 전까지 KBO리그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최고 연봉이었다. 김광현의 복귀 이후를 쳐도 타자 중에서는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연봉 협상에서 추신수는 10억 원이 깎인 17억 원을 제안 받았다. 지난해 그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9, 16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베테랑답게 제 몫을 해냈고, 팀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했다. 10억 원 삭감은 비FA 선수로는 역대 최고 수준 금액이다. 하지만 추신수는 구단의 제안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줄다리기를 하지 않고 구단 제시액에 그대로 사인했다. 추신수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했으니 나 대신 다른 선수들을 더 올려줘야 한다. 나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샐러리캡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작년 16억 원의 연봉을 받아 투수 연봉 3위에 올랐던 오승환은 11일 구단을 통해 연봉 ‘백지위임’ 의사를 밝혔다. 두어 차례의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구단의 결정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삼성 구단은 오승환을 삭감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57경기에 등판, 6승 2패 2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세이브 4위에 올랐지만 예전 같은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블론세이브가 7개나 됐고, 승리를 날린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앞둔 7월 4경기 연속 실점을 했다. 삼성은 충격의 13연패에 빠지며 5강 싸움에서 멀어졌다. 삼성은 “팀의 최고참 선수로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 성적에 책임을 다함은 물론, 올 시즌 개인과 팀의 반등을 위한 백의종군의 의미로 2023년 연봉을 백지위임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2023시즌 뒤 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라 구단은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 연봉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프로 선수에게 연봉은 곧 자존심라지만 이미 야구를 통해 거의 모든 것을 다 이룬 추신수와 오승환은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렸다.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광주진흥고 시절 딱히 눈에 띄는 포수가 아니었던 양의지(36)는 2006년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때 두산으로부터 2차 8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은 3000만 원. 그는 “프로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르는 동안 양의지는 KBO리그 최고 포수가 됐다. 2019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역대 포수 최고액인 125억 원에 NC와 4년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4+2년, 최대 152억 원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두산으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역사상 FA 계약으로 돈을 가장 많이 번 선수가 양의지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입단식은 ‘귀하신 몸’이 된 양의지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풍 대표이사가 유니폼을 입혀줬고, 이승엽 감독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두산 왕조를 함께 일궜던 동료 김재환, 허경민과는 진한 포옹을 나눴다. 이날 행사엔 아내 오현주 씨(36)와 첫째 딸 소율 양(7)도 참석했는데, 소율 양이 좋아한다는 두산 마스코트 철웅이도 함께 자리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잇단 전력 누출에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며 지난해엔 9위로 추락했다. 양의지는 “상대 팀으로 본 두산은 홈런도 잘치고, 도루도 잘하고, 수비도 강해 상대하기 힘든 팀이었다”면서 “작년엔 비록 9위를 했지만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팀이다. 동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올해엔 좋은 순위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매년 내 목표는 우승이다. 후배들에게 내 모든 걸 주고 싶다. 두산이 다시 강팀이 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2015년과 2016년 두산의 우승 포수였다. NC 소속이던 2020년엔 두산을 꺾고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그는 “당시 감정이 북받쳐 엄청 울었다. 그래서 ‘두산 팬들에게 미움을 받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시 와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 힘을 얻어 복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종료 이후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취임과 함께 포수 보강을 팀 부활의 열쇠로 꼽았다. 그러자 박정원 구단주까지 양의지 영입에 직접 나섰다. 양의지의 복귀는 일종의 취임 선물인 셈. 양의지는 “(2009년) 경찰청 야구단 제대 후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당시 요미우리 선수로 뛰던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였는데도 저녁마다 야간 운동을 하러 오시더라. 항상 더 노력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주전 포수로도 나서는 양의지는 여느 해보다 일찍 기술 훈련을 시작했다. 양의지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등 유독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뽑아주신 이강철 감독님(KT)께 감사드린다. 이번 WBC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게 칼을 갈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김주형은 꿋꿋이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공식 홈페이지가 12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되는 소니오픈을 앞두고 김주형(21)을 파워랭킹 1위에 올려놓으며 내린 평가다. 파워랭킹은 대회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순위다. PGA투어의 새해 첫 대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공동 5위를 한 김주형이 미국 하와이에서 이어지는 소니오픈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가 지난해 PGA투어에서 우승했거나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참가했던 선수 39명만 출전한 ‘왕중왕전’이었다면 소니오픈은 144명이 출전하는 일반적인 정규 대회다.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 컨트리클럽(파70)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파워랭킹 순위에서 알 수 있듯 김주형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세계랭킹(14위)과 페덱스컵 순위(3위)에서 가장 높다. 지난주 세계랭킹 15위였던 그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톱5에 이름을 올리며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14위는 개인 최고 순위 타이로 지난해 11월 초 잠시 14위에 자리한 적이 있다. 세계 상위 랭커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김주형은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 이어 PGA투어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노린다. ‘막내’ 김주형을 필두로 이번 대회에는 모두 7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공동 7위를 한 이경훈(32)과 공동 13위 임성재(25)가 김주형과 마찬가지로 2주 연속 대회에 나선다. 이 대회에 5번째 출전하는 임성재는 파워랭킹 6위로 평가받았다. 김시우(28)와 김성현(25), 안병훈(32)은 새해 들어 처음 출격한다. 2008년 이 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우승한 한국 남자 골프의 ‘맏형’ 최경주(53)도 모처럼 PGA투어 대회에 나선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은 일본 남자 골프의 간판 마쓰야마 히데키(31)다. 마쓰야마는 지난해 러셀 헨리(34·미국)를 연장전에서 꺾고 정상에 올랐다. PGA투어 통산 8승으로 최경주와 함께 아시아 선수 최다승 타이를 기록 중이다. 헨리도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2013년 신인이던 헨리는 데뷔 무대였던 그해 소니오픈에서 24언더파를 몰아치며 우승했다. 작년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 생애 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는 파워랭킹 2위에 올랐다. 이 밖에 세계랭킹 15위 조던 스피스, 페덱스컵 5위 키건 브래들리(이상 미국) 등이 우승 경쟁자들이다. 스피스는 작년 말 크리스마스 때 김주형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지난주 발표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최종 엔트리(30명)에 한화 선수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화 소속 WBC 대표가 0명인 것은 아니다.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49·사진)가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코치로 그라운드를 밟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푸에르토리코 야구연맹(FBPR)은 최근 로사도 코치를 WBC 대표팀 불펜코치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로사도 코치는 2013년과 2017년 WBC에서도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코치를 맡아 2회 연속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번에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으며 3회 연속 코치로 WBC에 나가게 됐다. 중남미의 야구 강국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시즌 은퇴한 전설적인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41·전 세인트루이스)가 지휘봉을 잡는다. 조이 솔라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단장은 “로사도의 경험이 꼭 필요하다. 훌륭한 솜씨로 투수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로사도 코치는 “세 대회 연속 푸에르토리코를 대표하게 돼 영광이다. 신과 연맹에 감사드린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에서 다섯 시즌을 뛴 로사도 코치는 125경기 37승 4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을 기록했다. 1997년과 1999년엔 아메리칸 리그 올스타로도 뽑혔다. 그는 부상으로 20대 중반의 나이에 은퇴한 뒤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코치로 일했다. 유망주들을 지도하던 그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베네수엘라)이 2020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함께 한국으로 왔다. 푸에르토리코는 WBC 1라운드에서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이스라엘, 니카라과와 함께 D조에 속해 있다.이헌재 전문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SSG 랜더스 추신수 선수(41·사진)가 새해를 맞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을 지원해 온 팀 관계자들에게 50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보냈다. 5일 SSG 구단에 따르면 추 선수는 구단 버스 운전기사, 그라운드 관리책임자, 훈련 보조요원 등에게 상품권을 전달했다. 라커룸 청소원과 선수단 식당 종사자, 유니폼 세탁을 맡아준 사람들도 같은 선물을 받았다. 추 선수는 “우리 선수들을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마음이 있었기에 좋은 기운과 에너지가 모였다. 덕분에 부상도 방지하고 선수 개개인의 기록도 좋아졌다”며 “지난해 SSG의 통합 우승에도 이분들의 기여가 상당하다고 본다. 이분들께 감사의 마음이 잘 전달된다면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에 우승하지 못했어도 어떻게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들이 선수단 지원 관계자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곤 한다. 팁을 주는 게 가장 일반적이고, 고가의 선물을 주기도 한다. 선수단뿐 아니라 지원 인력까지 모두 ‘원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다가 메이저리거로 크게 성공한 추 선수는 이전부터 구단 안팎에서 기부 활동에 앞장서 왔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한국 야구로 복귀한 2021년에는 연봉 21억 원 중 10억 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기부했다. 이해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선정한 ‘2021 사랑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뽑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메이저리그 시즌이 중단됐던 2020년에는 당시 소속팀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씩, 총 19만1000달러(약 2억4000만 원)의 생계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누가 봐도 깜짝 뉴스였습니다.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마저 발표 전까지 잘 모르고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LG 트윈스의 선택은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이었습니다. LG는 6일 신임 염경엽 감독과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1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팬들의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듯 합니다. LG가 전임 류지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가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였기 때문입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선두 다툼을 했던 LG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키움 히어로즈에게 1승 3패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2년 내내 정규시즌에 좋은 성과를 냈던 류지현 전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된 이유이지요. LG의 목표는 오직 하나, 1994년 이후 이루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여러 명의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삼성 시절 두 차례 우승을 이끌었던 선동열 전 감독과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3번이나 우승했던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데려온 인물은 결국 염경엽 감독이니 팬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감독’ 염경엽은 분명 장점이 많은 지도자입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시절 한 ‘염갈량’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습니다. 2013년 넥센을 사상 첫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이듬해에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지요.하지만 ‘한국시리즈 감독’ 염경엽으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은 삼성 라이온즈에 2승 4패로 패했습니다. ‘업셋’을 하지 못했지만 어쨌건 찾아오기 힘든 기회를 놓친 건 사실입니다. 또 한 번의 좋은 기회는 SK 와이번스 사령탑이던 2019년입니다. 바로 전해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맞이한 2019년에 SK는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며 1위를 굳게 지켰습니다. 하지만 8회 중순 2위권 팀에 9경기 차로 앞서 있던 상황에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연패를 거듭하며 결국 두산에 따라잡혔고, 정규시즌 마지막 말 2위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남아 키움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3전 전패로 탈락했습니다. 당초 LG 프런트가 정규시즌 직후 염 감독에게 제안한 자리는 육성총괄코디네이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류 전 감독의 재계약이 유력해 보일 때였습니다. 하지만 LG가 키움에 1승 3패로 패한 뒤 LG는 4일 류 감독과의 재계약 포기를 알렸고, 이틀 뒤 염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구단 및 그룹 최고위층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부터 야구계에서는 “염 감독이 언젠가는 LG 감독을 할 것”이라는 말이 돌긴 했습니다. LG 그룹 최고위층이 염 감독을 무척 아낀다는 것이었지요. 그 동안 지켜본 염 감독에게는 다른 야구인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재능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이지요. 선수를 거쳐, 프런트, 코치, 감독에 단장까지 해 본 염 감독은 언제나 꾸준히 배우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그는 자신이 머리에 갖고 있는 것들을 상황에 맞게, 사람에 따라 잘 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감독 시절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많은 기자들이 뭔가 하나나도 배우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선수들에게도, 코치들에게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야구 이론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와 대화를 하다보면 야구에 대한 박식함과, 야구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됩니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그룹 최고위층이라면 어떨까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요. 이미 여러 차례 감독을 역임했고, 또 새 자리가 생기면 항상 감독 또는 단장 후로로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야구 대화가 이론이라면, 감독 자리는 실전입니다. 이미 두 차례 실패를 맛본 염 감독으로서는 이제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팬들과 구단의 바람에 답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은 3년이지만 거의 매년이 살얼음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2년 후면 LG가 마지막 정상에 오른 지 정확하게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32)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세상을 떠난 팬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습니다. 이 사실은 오지환의 아내 김영은 씨(33)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김 씨의 인스타에 따르면 고인의 지인 한 사람이 김 씨에게 “오지환의 열렬 팬이었던 고인과 딸이 사고를 당했다. 오지환이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면 많이 좋아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DM을 보냈습니다. 메시지에는 고인이 오지환과 함께 찍은 사진도 들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오지환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오지환은 “사진을 보니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이 난다”면서 1일 부인과 함께 서울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고인의 남편 등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난 딸은 이번 참사로 세상을 떠난 156명 가운데 유일한 중학생이었습니다. 오지환과 함께 빈소를 찾은 사진도 함께 올린 김 씨는 “남편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따님과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기도 드리겠다”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오지환의 현 상황이 썩 좋은 것도 아닙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LG는 키움과의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힘든 시즌이 끝나서 쉬고 싶고, 한국시리즈에 못 올라가 아쉬움이 컸을 텐데도 오지환은 선뜻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지환의 조문 소식이 알려진 뒤 야구 커뮤니티 등 각종 온라인에서는 그의 인성을 칭찬하는 글들을 올라오고 있습니다. “멋있다” “다시 보게 됐다” “앞으로 응원하겠다” 등등의 글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지환의 행동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지환의 이 같은 태도는 일회적인 것이 아닙니다. 신인 시절부터 오지환을 10년 넘게 보아온 구단 관계자로부터 들은 오지환의 인성에 대한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시즌 중 많은 타자들이 경기 전 일찍 운동장에 나와 특타를 하곤 합니다. 타격감이 좋지 않거나, 추가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선수들이 특타를 합니다. 그런데 특타 훈련은 해당 선수만 나와서 되는 게 아닙니다. 베팅 케이지를 설치하고, 공을 준비하고, 그라운드 사정을 살피기 위해서는 훈련 보조 요원들이 함께 나와야 합니다. 선수들의 출근이 빨라질수록 이들의 출근도 빨라질 수밖에 없지요.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 과정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특타 훈련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라커룸으로 들어간 뒤 경기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오지환은 달랐습니다. 자신을 위해 일찍 출근하고, 훈련을 도와준 보조 요원들에게 꼭 사례를 했다고 합니다. 특타 훈련이 끝나면 꼭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식사나 하라”며 수십 만 원씩의 돈을 건네곤 했다는 겁니다. 이 구단 관계자는 “지환이는 연차가 낮은 선수였을 때부터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곤 했다. ‘참 괜찮은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올 시즌 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지요. 9월 29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오지환은 상대 투수 김민수가 던진 공에 오른손 손등을 맞았습니다. 워낙 아픈 부위였기에 타석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자 김민수는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스스로 일어나 김민수에게 미소를 보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하루 뒤 김민수는 SNS를 통해 오지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김민수는 “왜 KBO 탑 클래스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제 제가 불미스러운 사고를 쳤는데도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에게 안심을 시켜주시는 선수가!! 실력은 당연하지만 인성 또한 남다르기에 그 높은 위치에서 있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라고 썼습니다. 김민수가 보낸 사과 문자에 오지환은 “올해 잘하고 있는데 괜히 신경쓰지 말고, 다음에 또 맞춰도 되니까 편하게 해”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오지환은 2009년 LG 입단 후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선수 중 하나입니다. 신인 시절에는 익숙치않은 유격수 수비를 하던 도중 많은 실책을 저질러 비난을 받곤 했습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 전후에는 대표팀 승선과 경기 출전 여부 등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따뜻한 마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올 시즌 그는 25홈런-20도루로 생애 첫 20-20 클럽에 가입했고, 잠실구장을 쓰는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을 넘으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수비에서도 국내 톱 클래스로 올라섰지요. 무엇보다 그는 주장을 맡으며 후배들을 잘 이끌었고, LG는 정규시즌 2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KBO리그에 오지환처럼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홈런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민타자’ 이승엽(46)이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복귀했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역대 초보 사령탑 최대 규모인 3년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입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두산은 화끈한 베팅으로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를 데려왔습니다. 2017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던 이승엽은 5년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많은 팬들은 이승엽의 행선지가 왜 두산이냐는 것을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간 이승엽은 두산과는 큰 인연이 없었습니다. 만약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다면 평생 몸담았던 삼성 라이온즈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승엽과 라이온즈의 푸른 색 유니폼을 떼놓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에 입단한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8년(2004년~2011년)을 빼놓고는 오직 삼성 유니폼만 입었습니다. 삼성에서만 467개의 홈런을 날렸고, 2003년에는 당시 한 시즌 아시아 신기록이던 56개를 홈런을 쳤습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1906경기에 뛰면서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를 기록하며 1498타점을 올렸습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하기도 했지요.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일본에서 복귀한 뒤에도 3차례 더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이승엽은 평생 몸담았던 삼성이 아니라 두산에서 자신의 첫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삼성은 그를 부르지 않았고, 두산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야구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프랜차이즈 스타가,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원 소속팀의 감독이 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팀 내 코칭스태프들부터 크게 원하지 않습니다. 이승엽같은 대스타를 코치로 두고 싶어 하는 감독은 있을까요? 좀처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이승엽같은 존재가 있으면 어느 감독이건 자신의 목덜미 뒤가 서늘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예가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입니다. 선 감독이 그나마 코치로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해태 시절 은사였던 김응용 감독이 선 감독을 품에 안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당시 김응용 삼성 감독은 선 감독을 수석코치로 데려왔고, 이듬해 그에게 감독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김 감독이 아니었다면 선 감독의 현장 복귀도 그리 수월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프런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선수를 데리고 있던 프런트는 그 선수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걸 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스타도 사람이니만큼 좋은 면모와 그렇게 않은 면모를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과 오래 지내다보면 좋은 면보다는 그렇게 않은 부분이 부각되기 십상입니다. 이승엽이나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절대 아닙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데려오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승엽과 같은 대스타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큰 부담도 따릅니다. 성적이 잘 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프런트도 동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지요. 2017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이승엽은 그 동안 야구와의 끈을 계속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SBS해설위원으로 일하며 객관적으로 야구를 지켜봤고, KBO 홍보대사와 기술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아마추어 야구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탰고, 야구 예능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는 은연중에 현장 복귀를 타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을 비롯한 모든 팀들이 그 의미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때마침 팀의 방향성을 새로 잡으려던 두산이 그를 전격적으로 데려오게 된 것입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예전부터 이승엽에게 호감을 느껴왔습니다. 두산 프런트는 새로운 두산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이승엽을 선택했지요. 그리고 그룹 최고위층도 여기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 이승엽과 같은 ‘큰 산’을 움직이는 데는 야구를 좋아하고, 꾸준히 야구를 지켜봤으며, 야구를 잘 아는 그룹 최고위층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해야 합니다. 모든 감독 인선은 그룹 최고위층의 재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승엽과 같은 경우엔 그룹 최고위층이 생각이 더욱 중요합니다. 두산 지휘봉을 잡게 된 이승엽은 코치 생활을 경험을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도 그 부분입니다. 하지만 선수 시절 이승엽은 순둥이 같은 얼굴을 하고도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이기고 싶어 하는 열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삼성이 아닌 두산을 지휘하게 된 그는 다시 한 번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23시즌의 두산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SSG 랜더스가 한국 프로야구 출범 40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시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개막과 함께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대단한 기록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5번밖에 나오지 않은 그 진귀한 기록이지요. 사령탑 2년째 맞은 김원형 감독의 지도력, 끈끈하게 서로를 챙기며 플레이에 헌신한 선수들,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프런트, 여기에 인천 연고 팀으로 올해 최다 관중을 기록한 열성적인 팬들까지…. 랜더스의 위업을 일군 요인들을 대충 이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 SSG 선전은 ‘특별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특별한 선수들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이야말로 SSG 정규시즌 우승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우승의 가치를, 특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SSG는 시작부터 다른 팀들과는 확연히 앞선 선수단 구성으로 시즌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KBO리그에서는 각 팀이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 및 기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외국인 선수를 뽑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리곤 합니다. 외국인 원투 펀치의 효과를 제대로 본 LG 트윈스와, 외국인 때문에 폭망한 두산 베어스가 대표적이지요. KBO리그 모든 팀의 오프시즌 전력 강화 우선순위의 가장 높은 곳엔 외국인 선수 선발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SSG 랜더스는 나머지 9개 구단과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기존 3명의 외국인 선수에,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실력이 검증된 초특급 외국인 선수라 할 수 있는 추신수와 김광현이 가세했기 때문이죠. 과장되게 표현하면 다른 팀이 3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때 SSG는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동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작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16년간 뛴 추신수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국내에서 마무리하고 싶어 하던 추신수를 과감한 베팅과 열린 비전으로 데려온 것이지요.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SSG는 왼손 에이스 김광현마저 데려오는 데 성공합니다. 원래 SK 와이번스의 에이스로 뛰었던 김광현은 구단을 허락을 얻어 2020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 진출했습니다. 김광현은 구단과의 2년 계약이 끝나 새 구단을 찾고 있었는데 SSG가 다시 한 번 과감한 베팅을 했습니다. 당초 미국 잔류에 좀더 마음이 기울어있던 김광현을 4년 총액 151억 원에 데려온 것이지요.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입니다. 원래부터 KBO리그를 지배했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를 통해 얻은 관록까지 더해 팀의 에이스 구실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10월 5일 두산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부진해 1점대 평균자책점은 날아갔지만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습니다. 추신수 역시 16홈런에 58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 쏠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타율은 0.259로 평범했지만 역시 주무기랄 수 있는 OPS에서 0.812로 수준급 활약을 했습니다. 도루도 15개나 기록했지요.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원래는 전력에서 없어야 할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극적인 영입으로 이들은 투타의 기둥 역할을 한 것이지요.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이 타선과 선발진을 맡아주면서 SSG는 선수단 운영에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SSG가 데려온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와 거포 기대주 케빈 크론은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7월 중에 짐을 쌌지요. 만약 김광현, 추신수가 없었으면 SSG역시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한 다른 팀들처럼 훨씬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버티는 사이 SSG는 대만 리그에서 숀 모리만도를 데려왔고,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외야수 우한 라가레스를 영입했습니다. 추신수와 김광현의 영입은 사실 프런트의 작품입니다. 어느 팀이든 새로운 전력을 구성하는데 애를 쓰지만 SSG 프런트는 보다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과감한 베팅으로 이들을 데려와 즉시 전력으로 활용했습니다. 프런트를 보고를 받고 아낌없이 돈주머니를 푼 정용진 구단주의 결심이 든든한 배경이 되었던 건 당연한 얘기지요. 이제 남은 것은 한국시리즈까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어가는 것 뿐입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시즌을 시작했던 SSG가 마지마까지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A라는 선발투수는 매 경기 5이닝 3~4실점을 합니다. 선발투수 B는 한 경기에선 9이닝 완투를 했다가 다음 경기에선 3이닝을 못 버티곤 합니다. 사령탑은 어떤 투수를 선호할까요. 당연히 전자입니다. 다승, 승률, 평균자책, 탈삼진 등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다양한 지표들이 있지만 감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 중 하나는 꾸준함입니다. 한마디로 계산이 서기 때문입니다. 이 투수가 나가면 최소 몇 이닝을 버텨준다는 믿음이 있으면 그에 맞게 경기를 운영 할 수 있습니다. 후자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는 투수를 데리고는 당일 경기는 물론이고 한 시즌 운영을 해나가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3)는 모든 감독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투수라 할 수 있습니다(류지현 감독님 축하합니다!). 일단 켈리가 나가면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져준다는 계산이 서고, 거기에 맞춰 경기를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KBO리그 4년째를 맞는 켈리는 역대 한국 프로야구 최다인 71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한 게 2020년 5월 10일 NC 다이노스전(2이닝 6실점)이었습니다. 다음 경기인 5월 16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올해 6월 28일 NC전까지 2년 넘도록 선발 투수의 기본 요건이랄 수 있는 5이닝 이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는 KIA 타이거즈 왼손 에이스 양현종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 47경기를 훌쩍 뛰어넘는 대기록입니다. 그냥 버티기만 한 게 아닙니다. 켈리는 6월 28일 NC전에서 상대 에이스 구창모와 맞붙어 6이닝 2안타 2볼넷 6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5-0 승리를 이끌며 올 시즌 가장 먼저 10승(1패) 고지에 올랐습니다. 5월 11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7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은 1.72밖에 되지 않습니다. 6월 30일 현재 평균자책점은 2.52로 이 부문 7위에 올라 있습니다. 올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 주는 켈리의 어깨를 발판 삼아 LG는 3위(43승 1무 29패)의 성적으로 6월을 마무리했습니다. 144경기 정규시즌의 반환점을 깔끔하게 돈 것이지요. 선두 SSG 랜더스와의 승차도 크지 않아 좀더 큰 꿈을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 외국인 투수 덕을 크게 보지 못했던 LG에 켈리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입니다. 2019년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이후 매 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벌써 52승(28패)을 올렸습니다. 역대 팀 외국인 투수 최다승입니다. 이웃집 두산 베어스에도 비슷한 투수가 있었습니다. 두산 팬들로부터 ‘니느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더스틴 니퍼트(은퇴)입니다. 니퍼트는 두산 구단 역사상 가장 오래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투수입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7년을 뛰었지요. 두산에서 거둔 승수만 94승이나 됩니다. 선수 생활 마지막이었던 2018년 KT 위즈에서 거둔 8승을 더하면 KBO리그에서 102승을 거뒀습니다. 이는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입니다. 2010년대 이후 이른바 ‘왕조’를 구축했던 두산의 배경에는 1선발로 제 몫을 다해준 니퍼트가 있었습니다. 니퍼트와 켈리가 최고의 외국인 투수인 데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KBO리그에 특화된 투수들이라는 것입니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투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니퍼트 같은 경우엔 2016시즌에 22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 조금 더 큰 리그에 갈 정도의 구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계속 한국 무대에서 뛸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켈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켈리의 구위가 리그를 씹어 먹을 정도로 압도적인 것은 아닙니다. 최고 150km가 넘는 속구를 던지지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km대 중후반입니다. 메이저리그의 기준으로는 느린 편입니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수준급이지만 ‘마구’라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투수 출신 한 해설위원은 “켈리의 변화구 중 가장 좋은 건 커브다. 오른손 타자, 왼손 타자를 가리지 않고 커브를 잘 구사한다. 그런데 국내 타자들에게 잘 통하는 켈리의 커브가 과연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 먹힐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켈리는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순위 지명 선수입니다. 보스턴에서 1순위 지명을 받았고 처음 몇 년간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2013년 토미존 서저리 이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차례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면서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6경기 등판 2승 11패 평균자책점 5.46에 불과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뛴 것은 2018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던진 7경기였습니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 중에는 KBO리그의 성적을 바탕으로 다시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는 선수가 많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조시 린드블럼(두산→피츠버그), 라울 알칸타라(두산→한신 타이거즈) 등이 다시 해외에 나갔지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었던 또 다른 켈리(메릴 켈리)는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선발 투수로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든 LG 켈리가 다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뛸 수 있는 곳은 결국 LG밖에 없는 것이지요. 니퍼트가 두산에서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뛰면서 최고의 외인 투수가 되었듯, 켈리 역시 LG의 최장수 외인으로 뛰면서 최고의 자리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LG로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 아닐까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격분해 배트를 바닥에 강하게 내려치고,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받자 심판을 향해 욕설을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가서는 헬멧을 내동댕이쳤는데, 벽을 맞고 튀어나온 그 헬멧이 하필이면 외국인 수석코치의 뒤통수를 강타했고, 이를 뻔히 보고도 무심히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린 한화 이글스 주장 하주석(28)이 물의를 빚은 지 하루 만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보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아무튼 한화는 17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 방문경기를 앞두고 하주석을 2군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하주석은 구단을 통해 “주장으로서 경솔한 행동으로 팬들과 동료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심판께도 사과드린다. 2군에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고 전했습니다.올해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로서는 뼈아픈 일입니다. 야구를 못하는 것도 모자라 매너에서도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말았으니까요. 특히 하주석의 행동은 야구 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TPO(시간·장소·경우)’를 모두 어겼습니다. 더구나 주장(Captain)을 의미하는 ‘C’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선수로서는 더욱 해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먼저 시간(Time)적으로 하주석의 행동은 공감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올해 KBO리그의 최대 화두는 스트라이크 존 확대입니다. 이미 하주석 전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에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했습니다. 1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안방경기 8회 타석을 돌이켜 볼까요. 상대 투수 구승민이 던진 바깥쪽 초구에 송수근 구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누가 봐도 볼이라고 할 만한 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곧잘 스크라이크 콜을 받는 공입니다. 하주선은 잠시 타석에서 벗어나 불만을 드러낸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5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습니다.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기엔 이미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볼 판정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장소(Place)도 아쉽습니다. 야구에서 분노 표출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모든 관중이 지켜보고, 중계도 이뤄지는 상황에서 분노 조절에 실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라커룸 등에 들어가 분노를 삭입니다. 예전 수도권 A 구단은 라커룸에 복싱 선수들이 사용하는 샌드백을 비치해 두기도 했습니다. 화가 쌓이면 언제 터질지 모르니 샌드백에 풀라는 의도였지요. 반대로 B구단에서는 철문을 주먹으로 때리다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했지요. 가끔 메이저리그에서는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은 대개 팀의 대표 선수이거나, 그 정도의 분노 표출은 용인되는 전국구 스타급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경우(Occasion)에 맞지 않았습니다. 의도치 않게 벽을 향해 던진 헬멧이 웨스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뒤통수를 때렸는데 하주석을 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구단에 따르면 하주석은 경기 후 곧바로 동료들과 클레멘츠 코치를 비롯한 코치진에 사과했다고 합니다. 자칫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팀 분위기 상 이런 하주석의 행동이 용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주석은 지난해에도 라커룸에서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기물을 부수다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엄중 경고를 받았습니다. 이 장면은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공개된 구단 다큐멘터리에서 고스란히 방영됐습니다. 당시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너 방망이 부순 게 세 번째야. 지금 5-0으로 앞서가고 있어. 이기고 있잖아. 우리가 지고 있는 게 아니야. 네가 안타를 몇 개 치든 상관없어. 지금 팀은 이기고 있다고 알겠어?” 또 하주석이 부순 방망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가 리더라면 저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팀은 이기고 있다고. 네가 10타수 무안타라도 상관없어. 팀이 이기고 있는데 왜 그러는 거야. 마지막 경고야”라고 소리칩니다. 하지만 하주석은 1년이 지나도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야구는 개인 종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팀 스포츠입니다. 경중을 따지자면 팀이 중요합니다. 자신은 무안타에 그치고, 팀이 이긴다면 화가 날 수 있지만 최소한 티는 내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만 잘하고, 팀이 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도 일맥상통하지요. 야구를 잘하는 강팀에는 ‘팀 퍼스트’의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하주석이 보인 태도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후배들이 보고 배우는 건 선배의 행동일 테니까요. 실제로 한화의 어린 선수 중에 벌써 하주석처럼 감정 조절에 미숙한 기미를 보이는 선수가 나오고 있습니다. 팀에서 주장이란 자리는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자리입니다. 하주석은 이미 주장으로서의 의미를 잃었습니다. 수베로 감독의 경고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팀이 받고 있지요. 강팀의 문화를 만들기까지 한화의 보살 팬들은 얼마나 더 인내해야 하는 걸까요.이헌재 기자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