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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계가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에서 제외하라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당 의원들이 잇달아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7일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농민 1000여 명이 모여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김영란법은 농업계에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농축수산물은 반드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한국자영업자총연대,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일단 지역별로 농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고 이달 말 전국 농민들이 모이는 대대적인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한우를 키우는 A 씨는 “4월 총선 전에 국회의원들과 면담했는데 분명히 ‘농축산물은 빼준다’고 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니까 돌변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이 석 달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은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등 13명은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금품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6일 발의했다. 농축수산물 업계가 FTA에 맞서 품질 고급화 전략을 취해 왔는데 앞으로 판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할 경우’ 부정청탁의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우경임 기자}

20대 국회 첫 임시국회가 6일 종료됐지만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은 19대 국회와 달라진 건 없었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로 특권 내려놓기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또다시 무능한 국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등 떠밀린 특권 내려놓기 바람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국회에는 ‘특권 내려놓기’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되던 친인척 보좌진 채용에 대한 국민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보좌진이 줄줄이 면직됐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대법원 양형위원인 MBC 간부가 성추행 전력이 있다는 허위 폭로를 했다가 면책특권을 남용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질타가 쏟아지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6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국회사무처는 자체적으로 보좌진 채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대정부질문 회의론도 다시 제기됐다. 5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대통령이 영남 편중 인사를 했다”고 비판하자 여당 의원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에 김 의원이 “총리의 부하 직원” “저질 국회의원”이라고 막말을 퍼부으면서 본회의가 중단됐다. 결국 이튿날인 6일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에 제소했다. 또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발언 시간 내내 대구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따져 묻는 등 국무위원들을 하루 종일 대기시켜 놓고 자신의 지역 현안에 대한 질문만 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을 정부 정책의 잘못을 파고들고 지적하는 기회로 삼기보다 소위 ‘한번 뜨려고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영국처럼 질의 분야를 세분하고 의원 40∼50명이 정부 당국자에게 자유롭게 질의하도록 대정부질문 운영을 개선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을 들었다 놨다 한 초선 의원들 20대 국회 초선 의원은 전체의 44%(132명)에 이른다. 개원 한 달여 만에 패기 넘치는 활약으로 주목을 받은 의원도 있었다. 더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일성 친인척 서훈’ 문제를 지적해 국가보훈처의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과거 선배 의원의 구태를 재연하기도 했다. ‘선거비용 리베이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의 사퇴를 불러왔다. 더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사건과 관련해 “잘생긴 경찰을 배치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언급해 물의를 빚었다. 이튿날 부랴부랴 사과했지만 자신의 트위터에 “언론의 특권을 이용해 악의적 기사로 진실을 왜곡한다면 기레기”라고 책임을 돌려 진정한 반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정부질문이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고, 정쟁을 유발해 오히려 국회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정부질문은 내각제적 요소가 많아 대통령제와 잘 맞지 않는다”며 “정기국회에 한해서만 대정부질문을 진행하든지, 아예 폐지하고 긴급 현안제도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민주화’ 밑그림을 완성하고 20대 국회에서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김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시대적 과제로 제안한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구체화하기 위해 상임위원회별로 추진할 법안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도전은 경제 위기”라면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경제 구조의 틀을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직접 발의한 1호 법안인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상임위원회별로 더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김종인표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추진됐던 상법 개정안은 모(母)회사 주식을 1% 이상 가진 주주가 자(子)회사 임원의 잘못에 대해 소송에 나설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 브레인’ 최운열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발의했다.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인세법도 이미 발의가 됐다. 이 같은 법안에 대해 기업들은 기업 활동 및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20대 국회 통과 과정에서 격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소득 양극화를 개선하는 포용적 성장 방안으로는 비정규직·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소방·경찰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고용 지원금을 1인당 1200만 원으로 2배로 늘리고, 근로장려금 지원 대상을 연간 소득 3500만 원인 근로자까지 확대한다. 또 기초연금을 매달 30만 원까지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이 밖에 국민안전처를 다시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으로 개편하는 방안이나 조선업 구조조정을 두고 기획재정위·산엉통상자원위·정무위 합동 청문회를 추진하는 등 경제민주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법안도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더민주당의 치밀한 집권 전략으로 김 대표가 직접 검토를 마쳤다”며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우경임 기자}
4일 20대 국회 첫 대정부질의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 등 조선업 구조조정을 논의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현안회의)를 두고 날 선 공방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해 10월 22일 서별관회의에 보고된 안건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 방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홍 의원은 “정부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문건에 나온 일정 그대로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이 공개한 26쪽의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4조2000억 원대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돼 있다. 정부가 “다양한 측면의 손익과 리스크를 고려할 때 국책은행 주도의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조선업 전망이 불투명해 추가 지원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당시 대우조선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도 검토했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추가 자금 지원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게 문건 내용이다. 답변에 나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에 대규모 손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회계법인을 투입해 해당 실사 결과에 대한 검증을 완료한 게 10월 말”이라며 “대우조선 공시와 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차이가 나 분식회계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이를 서별관회의에서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별관회의에서 분식회계에 대한 대응을 늦췄다는 것은 시점상 맞지 않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홍 의원이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임직원에게 구조조정 지침을 따른다면 면책 처리해주겠다고 했느냐”고 묻자 임 위원장은 “중병 환자의 외과수술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수술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임 위원장은 홍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건에 대해서도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료” “의원님이 들고 있는 자료는 처음 본다”고 말해 문건 진위 논란이 벌어졌다. 홍 의원이 문건의 목차가 담긴 화면을 보여주며 “생각이 안 나느냐”고 재차 묻자 “형식 자체는 동일하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뒤늦게 “논의 안건으로 가져갔다”고 인정했다. 야당 의원들은 서별관회의를 두고 ‘밀실회의’ ‘유령회의’라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서별관회의는 관련 기관이 모여 자유롭게 토의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정부뿐 아니라 과거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협의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야당은 법인세 인상으로 소득 재분배를 주장한 반면 여당은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더민주당은 최근 과세표준 500억 원 이상 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우경임 woohaha@donga.com·정임수 기자}
‘국회의원은 보조 직원을 성실하게 지휘·감독하고, 국회가 그 직원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책정한 급여를 다른 목적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15조) 현행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은 1991년 제정됐다. 15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규범은 1993년 한 차례 개정된 뒤 23년 동안 그대로다. 한국에선 ‘국민정서법’에 기대는 동안 선진국 의회에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하고 있다. 친인척 보좌관 채용 문제만 해도 미국은 의원 본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4촌 이내의 혈족 채용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배우자나 4촌 이내의 혈족 1명까지는 고용 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 ‘몰래 채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프랑스에선 상원의원은 친인척을 채용할 수 있지만 급여는 일반 비서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하원의원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을 2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그 대신 급여는 일반 비서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독일은 친인척 채용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급여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사무처는 이르면 이달 중에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초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수백 장 분량의 미국 의원 윤리 매뉴얼도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있다”며 “여론에 휩쓸려 부랴부랴 법안을 만들기보다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세세하게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원 양형위원이 성추행 전력이 있다고 잘못 폭로한 데 대해 1일 사과했다. 조 의원은 지난달 30일 법사위에서 양형위원회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성추행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MBC 고위 간부가 양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명까지 거론하며 “성추행 전력자가 형벌 기준을 심의, 결정하는 양형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기가 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MBC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조 의원이 지목한 간부가 성추행 전력이 있다는 건 사실 무근으로 본사와 어떤 확인 절차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조 의원은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해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안겨 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2014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었을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20대 총선에서 더민주당 전략공천으로 경기 남양주갑에서 당선됐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대 국회 개원 한 달 만에 친인척 보좌진 채용 등 논란이 일자 여야는 앞다퉈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자동 폐기 조항 폐지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친인척 채용 금지 등은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이슈화됐던 사안이다. 각각 ‘국회법 개정안’ ‘국회의원 수당법’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칙안’으로 발의돼 지난해 7월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가까스로 상정됐지만 단 한 차례도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이 벌어지던 때였고 운영위원회는 대통령비서실과 의원들 간 설전이 벌어지면서 파행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운영위원장이던 유 원내대표는 “짧은 회의 시간을 고려해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안건에 대한 대체 토론을 생략하고 바로 소위원회로 회부해 충분히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 법안은 소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소위에서 논의할 법안은 여야 간사가 정하도록 돼 있다”며 “소위에 회부될 다른 쟁점 법안에 밀렸다”고 전했다. ‘국회 개혁’을 외쳤던 여야 의원들이 실제로는 자정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을 맡아 ‘국회의원 수당법’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칙안’을 발의했던 원혜영 의원은 “‘착하게 살자’ ‘공사를 구별하자’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지켜야 할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사후 대응을 해서는 국회의원이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도,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원 의원은 “미국은 1992년 책 한 권 분량의 하원 윤리 매뉴얼을 제정했는데 우리는 겨우 종이 한 장”이라고도 했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1일 국회의원 윤리 법규 개정안을 국회의장 의견 제시 형태로 국회 운영위에 제안하기로 했다. 사실상 입법을 지시한 것이어서 20대 국회에서 ‘국회 개혁안’이 입법에 성공할지 주목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쇠락하는 한국 경제, 현실화한 북핵 위협, 양극화로 인한 빈곤 대물림, 한정된 자원을 나눠야 하는 세대 간 갈등 등…. 한국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는 가운데 정치권은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갈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전방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치권이 국민의 분노를 잘못된 방향으로 선동했을 때 그 나라의 미래에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브렉시트는 경고하고 있다. 정치 원로 및 전문가 9명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조직화하려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는 28, 29일 양일간 브렉시트가 한국 정치에 던지는 함의와 대책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브렉시트는 선동 정치의 비극 브렉시트는 실업 등으로 몰락한 중산층과 연금이 불안한 노인층 등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의 선동에 영합하면서 현실화했다. 영국인들의 분노가 국가의 운명을 한순간에 바꾼 셈이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도 선거로 집권했다. 인류 역사에는 집단 지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전례들이 있다”며 “브렉시트야말로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한국도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박형준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불안이 크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며 “언제든지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 메시지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분노가 부정적으로 표출되면 포퓰리즘이 되지만 긍정적으로 수렴되면 사회를 바꾸고 통합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가 극단적인 분노를 조절하고, 건전한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각 정당이 양극화 해법을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적 극단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며 “‘보수’ ‘진보’ 말로만 팔지 말고 이러한 가치를 반영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한국 대선, 브렉시트 반면교사 삼아라 브렉시트는 경제적 이유로 촉발됐지만 정치적 결정으로 현실화한 사건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승부수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며 영국을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가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확산시킨 것이다. 위기일수록 정치적 리더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국민들의 불안 수준은 높아지고,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쌓여간다”며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숨은 지도자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당내 계파를 초월해 국민을 바라보는 리더십이 없는 게 문제다. 통합하고 포용하는 ‘희생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희생이) 어려울 수 있지만 위기일 때 기회가 오고 난세에 영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같은 정치인들의 우발적인 포퓰리즘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청년에게 무상 주택’ ‘기초연금 100만 원’ 같은 노인과 청년을 편 가르거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약도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와 맞닿으면 호소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신경식 대한민국헌정회장은 “대선 주자들로부터 당선 이후 공약에 문제가 있으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대선 주자들이 섣불리 양극화 갈등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노력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민간에서 진행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뛰어넘어, 공신력 있는 민관 전문가가 모인 독립 공약검증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을 실현하려면 다른 재원을 줄여야만 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공약이 오히려 세금을 늘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포퓰리즘 공약을 검증하는 강력한 기구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 극단적인 이념 경쟁을 막기 위해 중간지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진정한 중도 세력이 출현해 튼튼한 허리를 이뤄야 양 극단 세력의 등장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지역을 넘어 중도 보수 세력이 연합해 새로운 정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전 수석은 “한국은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양당 체제에 길들여져 왔다”며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 대통령제와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 개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소통 통로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게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의 사회갈등 관리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2015년 발표)로 하위권이기에 더욱 그렇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신진우 기자}

북한 매체가 24일 미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하는 가상의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이날 홈페이지에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이라는 제목의 2분 24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먼저 북한에서 발사된 핵무기 탑재 탄도미사일과 곧이어 태평양 바다 위로 떠오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합쳐지면서 미국을 동시에 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미사일이 미국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폭파시키는 컴퓨터그래픽(CG) 화면이 등장한다. 영상과 함께 ‘인류에게 처음으로 핵 참화를 입혔던 미국, 핵몽둥이로 세계를 위협하던 미국이 지금 그 핵으로 하여 파멸적 재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미국은 후회할 새도 없이 멸망해 버리고 말 것이다’라는 자막이 흐른다. 미국의 전략자산들을 제압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장면도 나온다. 미군 항공모함과 B-2 스텔스 폭격기, 핵잠수함 등이 등장한 화면에 이어 곧바로 북한 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 포병대가 집중화력 타격 연습을 한다. 이 장면에서는 ‘자력자강의 기치 높이 최첨단 무장장비들을 갖춘 군사 최강국. 동방의 핵대국이 된 오늘의 조선. 지금에 와서도 미국이 어리석은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핵전쟁을 강요한다면 조선은 무자비한 핵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다’라는 자막이 지나간다. 김 위원장이 22일 무수단(화성-10)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 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발언한 뒤 북한은 대미 위협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에 수렴된 의견을 취합해 이르면 29일 시행령 최종안을 마련한다. 공무원 교사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을 받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김영란법 시행령의 입법 예고기간은 22일까지였다.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수렴된 의견을 취합해 이르면 29일까지 시행령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다음 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마치면 국회 의견도 반영할 계획이다.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특정 품목을 금품 수수에서 예외로 두기는 어려운 만큼 권익위는 금품 수수 허용기준에 대한 의견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선물가액 기준을 두고 찬반 의견이 가장 팽팽히 맞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 농림축수산단체가 “선물가액을 10만 원 이상으로 인상해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참여연대 한국YMCA 등 시민단체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권익위는 당초 법의 취지대로 금품 수수 허용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찬반 의견이 워낙 팽팽해 시행령 수정이 쉽지 않고 당초 법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까지 나올 것을 우려해서다. 김영란법 시행의 최대 변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당초 공직자에게 한정됐던 적용 대상이 크게 늘어났고 의례적인 사회 상규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면서 ‘과잉 입법’일 수가 있다는 점이다. 헌재가 적용 대상에 교원 언론인 등을 포함한 점을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시행령은 이들에 대해선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법 시행일(9월 28일) 전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신동진 기자}
국내외 북한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한 ‘북한정보자유화를 위한 국제연대기구’(국제연대)가 미국 국무부에 김여정 김기남 조연준을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 리스트에 추가하기 위해)정보 교류를 추진하자”며 피해자의 증언을 추가해 달라고 답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국제연대는 톰 말리노스키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가 방한했던 10일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및 외부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는 조직과 인물이 대북 제재 리스트에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 14일에는 같은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미 국무부에 보냈다. 이틀 뒤 미 국무부는 “(김여정 김기남 조연준을) 대북 제재 리스트에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한다”며 “피해자 증언을 포함한 추가적인 자료를 달라”고 답변했다. 국제연대가 이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정보 통제 역시 수용소 구금이나 강제 노동과 같은 인권 유린의 일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미 대북제재 리스트에 올린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김정은 우상화, 체제 선전을 담당하는 총괄 부서이다. 김기남 선전선동부장은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며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막고 우상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에 당 중앙위원에 선출된 김여정은 실질적으로 선전선동부를 이끄는 북한의 2인자로 알려져 있다. 국가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조직지도부는 인사권을 휘두르는 북한 체제의 핵심 통제기구이다. 이를 통해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 확립에 앞장 선 조연준 부부장은 인권유린의 최우선 책임자로 꼽힌다. 말리노스키 차관보는 방한 당시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제재를 어떻게 활용하고,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더 제공할지 논의하겠다”고 방문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제연대는 7월부터 피해자 증언을 수집해 정보통제 상황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강신삼 대북방송협회장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것도 또한 없앨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북한 주민”이라며 “북한 주민이 진정한 자유인으로서 판단할 수 있도록 외부 정보 접근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원본 /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김도형 기자기획·제작 / 권기범 기자·김미리 인턴}
서울에서 북한 인권과 북핵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이번 주에 잇달아 열린다. 한국이 개최하는 국제회의를 통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동티모르와 공동으로 20~22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제6차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 국별담당관 네트워크 회의’를 개최한다. ‘보호책임’은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개념으로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한 죄 등 4대 중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뜻한다. 2011년부터 ‘보호책임 국별 담당관 네트워크 회의’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이번 회의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개최된다. 외교 당국자는 20일 “우리 정부는 북한 내 중대 범죄 예방 및 실질적인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북한의 보호책임 필요성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침해 상황이 ‘인도에 반한 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정부의 자국민 보호책임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올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을 통해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이제 행동에 나설 때”라고 촉구하며 ‘보호책임’을 언급한 바 있다. 최종문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과 헤르나니 코엘류 다 실바 동티모르 외교장관이 공동 주최한 개회식에는 미국 분쟁·안정화 차관보, 호주 국제기구 차관보, 시에라리온 법무부 차관보, 각국 주한대사 등 고위급 인사, 40여 명의 보호책임 국별담당관, 학계·시민단체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23일 북한인권 서울사무소가 개소 1주년을 맞는 등 북한이 아파하는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될 예정이다.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총회도 이날부터 5일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다. NSG는 원자력 관련 물질, 장비, 기술이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사전 심사를 받고 수출하도록 한 수출통제체제다. 외교 당국자는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북한의 물자 조달체계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장관은 23일 오전 특별연설을 통해 NSG 회원국들이 북한 핵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들의 조달 채널의 고삐를 조이는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할 계획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국가정보원은 19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국내 미국 공군시설 및 우리 국민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시설 좌표와 신상 정보를 메신저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IS는 최근 자체 조직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로 입수한 전 세계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기지 77곳의 위치와 21개국 민간인의 신상 정보를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유포하면서 ‘십자군과 싸우라. 무슬림을 위해 복수하라’며 조직원들에게 테러를 선동했다. 한국과 관련해 경기 평택, 전북 군산 소재 미 공군기지 2곳의 구글 위성지도와 상세 좌표, 홈페이지가 공개됐다. 개인도 테러 대상으로 지목됐다. 국내 복지단체 직원 A 씨(여)의 성명, e메일뿐 아니라 집 주소까지 공개됐다. 국정원은 “우리 국민의 신상 정보는 A 씨가 소속된 복지단체 사이트 해킹을 통해 확보했고, 미 공군기지 좌표는 인터넷 공개자료 등을 종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메신저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한편 국정원은 “군과 경찰 등 유관기관에 신속하게 테러 정보를 알리고 신변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테러 정보를 통보받은 경찰은 이날 오후 내내 A 씨의 옛 주소 인근 순찰만 강화했던 것으로 동아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A 씨의 어머니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저녁 늦게 경찰이 딸의 집을 찾아왔다”고 전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김도형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한국과 한국인을 반복적으로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한국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사후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S 반복적으로 한국·한국인 테러 대상으로 지목 지난해 9월 IS 영문 홍보잡지 ‘다비끄’는 ‘십자군 동맹국’ 명단을 발표하며 한국을 테러 대상에 포함했다. 올해 2월에는 유튜브에 인질 참수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올리면서 공무원과 기업 직원 등 한국인 20명을 포함한 여러 나라 국민들의 이름과 e메일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A 씨가 소속된 종교 관련 복지단체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면서 직원인 A 씨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IS는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개인정보를 유포하며 테러를 선동했다. IS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각국의 자생적 테러리스트에게 지속적으로 테러를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A 씨가 소속된 단체 홈페이지가 해킹당했지만 왜 A 씨만 테러 대상으로 지목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A 씨가 왜 테러 대상으로 지목됐는지, IS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군 당국은 IS 관련 첩보를 한미연합사령부 등에 전파하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미연합사 요청 시 주한미군 기지 방호를 위한 경계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IS 테러 위협 사실 이례적 공개 국정원은 IS 테러 위협 사실을 공개하면서 테러방지법 시행으로 유관기관에 테러 위협 정보가 즉각 전파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원과 경찰의 손발이 맞지 않아 정작 테러 위협 대상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지체됐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A 씨의 이름과 주소를 그대로 노출했고, 경찰은 A 씨의 신변 보호 통보를 전달받고도 제때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 씨와 A 씨의 어머니는 테러 대상에 오른 사실을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A 씨의 어머니는 그 이후 “국정원과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우리 딸이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저녁 늦게 경찰이 딸의 집을 찾아와 ‘신변 보호 조치를 위해 찾아왔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경찰에 통보한 주소는 A 씨의 예전 주소로 A 씨 가족은 이미 이사를 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 자료에 명시된 주소의 주변 순찰은 강화했으나 그곳에 거주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자료가 부정확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본인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김도형 기자}

국가정보원은 19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IL)’가 국내 미국 공군시설 및 우리 국민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테러를 선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IS는 최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공군기지 위치 77곳과 21개국 민간인 신상정보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유포하면서 “십자군과 싸워라. 무슬림을 위해 복수하라”고 테러를 선동했다. 이 같은 정보는 자체 해커조직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를 통해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관련해 경기 오산시와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미군 공군기지 구글 위성지도와 상세 좌표 및 홈페이지가 공개됐다. 우리 국민도 테러 대상으로 지목됐다. 국정원에 따르면 국내 복지단체 사이트 해킹을 통해 확보한 해당 단체 직원 1명의 성명과 e메일, 집 주소도 텔레그램으로 유포됐다. 국정원은 만약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여 주한 미 공군과 군과 경찰 등 유관기관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으며,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은 경찰을 통해 신변보호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사진) 성능 개량 사업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이 멋대로 업체를 선정해 일정이 4년이나 지연되고 약 1054억 원의 예산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감사원의 ‘KF-16 성능 개량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KF-16 성능 개량 사업은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정부 대 정부의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방산업체와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2012년 7월 낮은 가격을 써 낸 영국의 BAE시스템스를 일방적으로 선정했다. 업체 선정 과정에 평가 기준을 변경하는 등 특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BAE시스템스의 경험이 부족해 총사업비와 사업 기간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자를 록히드마틴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미 정부와 최종 가격 협상이 완료되지 않자 방사청은 2013년 9월 1억8400만 달러(약 2156억 원)의 계약금을 1차로 미국 정부에 지불했다. 단지 예산 불용을 막기 위한 이유에서였다. 방사청은 같은 해 11월 방위산업추진위원회에 미 정부와 17억 달러(약 1조9924억 원)에 합의한 것처럼 허위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최종 협상 과정에서 BAE시스템스와 사업을 지속하려면 총사업비로 미국 측에 24억 달러(약 2조8128억 원)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예산이 초과되자 방사청은 해당 업체를 BAE시스템스에서 록히드마틴으로 변경해야 했다. 업체가 바뀌면서 미국은 24억 달러에서 19억 달러로 비용을 다시 산정했지만 사업 착수 시기가 2011년에서 2015년으로 4년이 늦어졌고 이미 BAE시스템스 측에 집행한 1054억 원은 날리게 됐다. 감사원은 업무를 담당했던 2명에게 해임 등 중징계 조치를 통보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15일 오전에 열린 감사원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브리핑. 유희상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정황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우조선이 2013∼2014년 영업이익 1조5342억 원을 부풀리면서 ‘임의로’ 공사 원가를 적게 산정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3월 2013∼2014년 재무제표에 영업손실 2조 원을 스스로 반영하는 정정 공시를 했다. 이미 분식회계가 의심됐던 만큼 이번 감사에서는 어떻게 분식회계가 가능했는지, 왜 부실을 방치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는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었어야 했지만 그런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의 숨겨진 대규모 손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관리했던 KDB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졌다. 감사원은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지난해 10∼12월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감사에 착수했고, 6개월이 지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던 올해 2월 관리·감독 부실의 최종적 책임이 있는 홍기택 당시 산은 회장이 퇴임했다. 이 때문에 직접 징계 대신 인사자료를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는 것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게다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담당 부총재로 이미 자리를 옮긴 터였다. 퇴임한 홍 전 회장이나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에 대해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은 정부가 파견한 이사와 달리 AIIB가 직접 채용한 사람으로 정부가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분식회계 경고음을 울리는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책임은 당시 A 실장과 B 팀장의 ‘업무 태만’으로 결론 내렸다. 대우조선이 분석 대상(정부·산은 50% 이상 출자회사는 제외)인 줄 몰랐다는 해명에 따라 경징계를 권고했다. 감사원은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 관행에 대해서도 감사 범위를 벗어난다며 외면했다. 산은이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가 된 2000년부터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유훈 김갑중 김열중 등 ‘산피아’ 출신의 차지였다. 2008년부터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18명 중 12명은 ‘정피아, 관피아’였다.우경임 woohaha@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KDB산업은행이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 소홀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대주주인 산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급 잔치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3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등 5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정부에 통보했고, 산은과 수은의 다른 직원 7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4조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사실상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 사태는 국책은행의 무능력과 대우조선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결합한 ‘총체적 부실’이었다. 산은은 출자회사의 분식회계를 적발하기 위해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이를 대우조선에 적용하지 않았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2013, 2014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은 특별관리 대상인 최고위험등급(5등급)으로 나왔다”면서 “산은이 이 시스템만 사용했어도 경영 부실을 제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대우조선이 공사 원가를 적게 책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과다 계상한 사실을 적발했다. 총 분식회계 규모는 2013년 4407억 원, 2014년 1조935억 원 등 1조5342억 원이다. 산은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동안 대우조선은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늘려 9021억 원의 손실을 봤다. 수출입은행은 2013년 성동조선의 수주 가이드라인을 대폭 완화해 적자 수주 허용 물량을 과도하게 늘린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성동조선의 영업손실은 588억 원 늘어났고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편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 시절 일감을 몰아준 지인 업체 관계사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업체 대표 정모 씨(65)에 대해 배임증재 혐의로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김철중 tnf@donga.com·우경임 기자}

산업은행이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 소홀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대주주인 산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은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급 잔치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3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등 5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정부에 통보했고, 산은과 수은의 다른 직원 7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4조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사실상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 사태는 국책은행의 무능력과 대우조선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결합한 ‘총체적 부실’이었다. 산은은 출자회사의 분식 회계를 적발하기 위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구축해놓고도 이를 대우조선해양에 적용하지 않았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2013, 2014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은 특별관리 대상인 최고위험등급(5등급)으로 나왔다”면서 “산은이 이 시스템만 사용했어도 경영부실을 제 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대우조선이 공사 원가를 적게 책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한 사실을 적발했다. 총 분식회계 규모는 2013년 4407억 원, 2014년 1조935억 원 등 1조5342억 원이다. 유 국장은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과정에서 분식회계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은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동안 대우조선은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늘려 9021억 원의 손실을 봤다. 또 산은은 출자회사의 경영관리를 위해 파견한 직원의 유흥업소·골프장 비용도 해당 기업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은 2013년 성동조선의 수주가이드라인을 대폭 완화해 적자수주 허용 물량을 과도하게 늘린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성동조선의 영업손실은 588억 원 늘어났고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김철중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