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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식품 브랜드 ‘명본 공신단’‘명본 공신단’은 ㈜한의유통과 서울 서초구 경희한방병원의 신정애 원장이 손잡고 만든 건강식품 브랜드다. 1999년 한의사 184명이 한약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세운 회사인 한의유통은 “화학 원료나 각종 첨가물을 포함하지 않고 원재료를 곱게 분말로 만들어 사용했으며, ‘동의보감’의 처방에 충실했다”고 설명한다. 공신단에는 침향을 비롯해 러시아산 녹용, 홍삼, 당귀, 숙지황, 산수유 등이 들어 있다. 최상의 원료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서 제조해 위생에 역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섭취량은 성인 1일 1환, 청소년은 1일 2분의 1환, 취학 아동은 1일 3분의 1환. 10환 25만 원, 20환 39만8000원. 한의유통 관계자는 “개인 체질과 증상에 맞는 의약품용 공신단 제품을 원한다면 인근 한의원에 방문해 한의사에게 직접 조제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 동국제약 ‘인사돌’추석을 맞아 부모님이나 친지 어른의 건강을 위한 약을 챙겨드리는 건 어떨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9년 진료비통계지표’ 자료에 따르면 치은염 및 치주병, 즉 잇몸병으로 치과를 찾은 국민이 730만 명을 돌파했다. 감기에 이어 우리 국민이 자주 앓는 질병이 바로 잇몸병이다. 이에 따라 잇몸치료제가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잇몸질환은 보통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고, 시리거나 심하면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염증 자체가 원인일 수도 있으나, 잇몸 속 치조골이 허물어지거나 치아와 잇몸을 연결해주는 치주 인대의 손상이 주요 원인이다. 동국제약 인사돌은 잇몸 속에 작용해 허물어진 치조골을 재건해 잇몸 속 기초를 단단하게 해 준다는 설명이다. 또 파괴된 치주 인대의 재생을 도와 치아의 비정상적 흔들림도 막아준다고 한다. 가격은 약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0정에 2만5000원. 동국제약 관계자는 “인사돌을 스케일링 등 치과치료와 병행하여 복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힘차게 야외활동을 시작하세요▼■ 아웃도어 ‘네파’, 캐주얼 브랜드 ‘PAT’추석을 앞두고 패션 브랜드들의 행사가 풍성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30일까지 6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주니어 다운점퍼(18만5000원 상당)를 무료로 주고 무주리조트 이용권을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 또 추석을 맞아 10일부터 구매 금액과 상관없이 전 구매 고객에게 윷놀이 세트를 준다. 캐주얼 브랜드 PAT는 신축성이 뛰어나고 몸에 자연스럽게 잘 맞는 저지 데님을 선보였다. 30, 40대 여성의 심리와 실루엣을 이해하고 만든 제품으로 추석 선물로 좋다. 회사 측은 “촉감이 부드럽고 착용감이 뛰어나 요가를 할 때 입어도 될 만큼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기존의 경량다운점퍼에 기능성 발열 섬유를 혼합 사용해 체온밸런스를 유지해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PAT는 가을을 맞아 10월 10일까지 가을 신상품 구매 시 30%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연다. 신규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은 2만 원, 기존 고객은 2만∼5만 원을 추가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마련했다.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아웃도어 브랜드 ‘잭 울프스킨’독일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잭 울프스킨’은 추석을 앞두고 플리스(fleece) 재킷을 내놓았다. 잭 울프스킨 플리스 재킷은 뛰어난 보온성을 자랑하는 ‘방풍 멤브레인’으로 이뤄진 ‘스톰락(stormlock) 소재’를 사용해 환절기 및 초겨울 야외 활동에 좋다. 기능성과 편의성을 겸비해 외출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보편적인 옷으로 명절 고향 나들이 선물로도 적합하다. 잭 울프스킨은 다양한 종류의 원단으로 ‘약간 무겁지만 튼튼한 제품’, ‘원단이 얇아 민감하지만 가벼운 옷’ 등을 준비하고 있다. 잭 울프스킨 측은 “아웃도어 의류는 꼭 비싸다고 성능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무게와 두께가 적절한 의류를 고르는 것이 좋으며 추석 명절을 맞아 부모님의 외출복 선물로도 좋다”고 밝혔다. 잭 울프스킨은 유럽 매출 1위 브랜드로 여행과 탐험 등 라이프스타일에 중점을 둔 ‘트래블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이다.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날생선을 밥 위에 얹는 일본의 스시는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인들에게 낯선 요리였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 내 일본인의 돈줄이 흐르는 곳을 따라 뉴욕에 생겨난 스시 전문점들은 유행을 이끄는 상류층 백인 손님을 확실히 잡아 세계적 음식으로 거듭났다. 한국의 비빔밥은 어떻게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을까. CJ푸드빌이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문을 연 비빔밥 전문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 답은 ‘유행에 민감하고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중국의 25∼34세 여성을 잡아라’다. 5월 서울 광화문에 본점을 열고 8월 해외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에 진출한 ‘비비고’는 고객 구성과 인기 메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객 성별 비율은 광화문점이 남성 40%, 여성 60%인 데 비해 왕푸징(王府井) 거리의 최대 쇼핑몰인 ‘동방 신천지’에 자리 잡은 베이징점은 남성 20%, 여성 80%로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장 입구부터 밥, 소스, 토핑을 선택하고 계산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는 ‘패스트푸드형 비빔밥’을 중국 여성들이 트렌디하게 여긴다는 게 CJ푸드빌 측의 설명이다. 인기 메뉴도 다르다. 서울에선 전통적인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의 매출 비중이 80%인데 베이징에선 이 두 메뉴의 매출 비중(40%)보다 ‘비비고 라이스’의 매출 비중(50%)이 높다. 비비고 라이스는 샐러드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나물이라는 한국 스타일의 채소 조리법을 알리기 위해 ‘라이스 샐러드’의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메뉴. 각종 나물에 밥을 한 국자 떠 담는 형태로 개발했더니, 다이어트를 원하는 직장 여성들이 몰려들고 있다. ‘비비고’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레스토랑 이름을 지을 정도로 의욕을 갖는 한식 글로벌 프로젝트다. CJ그룹의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한식뿐 아니라 한식을 먹는 방법인 식(食)문화를 전파하는 데 관심이 크다”며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12월 싱가포르에 비비고가 진출할 때도 각 나라 트렌드세터(의식주와 관련한 각종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잡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날 생선을 밥 위에 얹는 일본의 스시는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인들에게 낯선 요리였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 내 일본인의 돈줄이 흐르는 곳을 따라 뉴욕에 생겨난 스시 전문점들은 유행을 이끄는 상류층 백인 손님을 확실히 잡아 세계적 음식으로 거듭났다. 한국의 비빔밥은 어떻게 글로벌 음식이 될 수 있을까. CJ푸드빌이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문을 연 비빔밥 전문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 답은 '유행에 민감하고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중국 25~34세 여성을 잡아라'다. 5월 서울 광화문에 본점을 열고 8월 해외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에 진출한 '비비고'는 고객 구성과 인기 메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객 성별 비율은 광화문점이 남성 40%, 여성 60%인데 비해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거리의 최대 쇼핑몰인 '동방 신천지'에 자리 잡은 베이징점은 남성 20%, 여성 80%로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밥, 소스, 토핑을 선택해 비빔밥을 조립하고 계산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 '패스트푸드 형 비빔밥'을 중국 여성들이 트렌디하게 여긴다는 게 CJ푸드빌 측의 설명이다. 인기 메뉴도 다르다. 서울에선 전통적인 비빔밥과 돌솥 비빔밥의 매출 비중이 80%인데 비해 베이징에선 이 두 메뉴의 매출 비중(40%)보다 '비비고 라이스'의 매출 비중(50%)이 높다. 비비고 라이스는 샐러드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나물이라는 한국 스타일의 채소 조리법을 알리기 위해 '라이스 샐러드'의 개념을 도입한 신 메뉴. 각종 나물에 밥을 한 국자 떠 담는 형태로 개발했더니, 다이어트를 원하는 중국 오피스 레이디들이 몰려들고 있다. '비비고'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레스토랑 이름을 지을 정도로 의욕을 갖는 한식 글로벌 프로젝트다. CJ그룹의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한식 뿐 아니라 한식을 먹는 방법인 식(食)문화를 전파하는데 관심이 크다"며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12월 싱가포르에 비비고가 진출할 때도 각 나라 트렌드세터(trend-setter·의식주와 관련한 각종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잡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구본걸 LG패션 사장(사진)은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너 최고경영자(CEO)’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여러 계열사에서 다양한 재무와 투자 업무 경험을 해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시야의 폭이 넓은 것 같습니다. 잘하면 성공이지만, 못하면 실패 요인이 될 수도 있겠죠.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언행이었다. 그는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다. 연세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을 나와 공인회계사(1985년), LG증권 회장실 재무팀(1990년), LG회장실 기업투자팀 상무(1997년), LG산전 부사장(2003년) 등을 지냈다. 2004년 LG상사 패션 부문 부사장으로 패션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그는 2006년 11월 LG패션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다채로운 경력의 오너 ‘재무통’ CEO인 구 사장은 부사장 시절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들여와 연매출 1200억 원(지난해 기준) 규모로 키웠다. ‘이사벨 마랑’ ‘질 스튜어트’ ‘헌터’ 등 다양한 수입 브랜드도 들여왔다. 이날 기자간담회도 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세계적 스포츠 멀티숍 브랜드 ‘인터스포츠’의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는 “국내 대표적 패션 기업들이 토종 브랜드를 키우기보다 해외 브랜드 수입에 열을 올린다는 일부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어 브랜드 국적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며 “여러 브랜드를 끼워 넣기만 하면 되는 비즈니스 플랫폼(인프라)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 그것이 향후 2, 3년간 LG패션의 과제”라고 말했다. LG패션은 2007년 매출 7380억 원, 영업이익 461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9220억 원, 영업이익 928억 원으로 성장했다. 구 사장의 새로운 ‘패션 실험’은 가족 단위 고객에게 엔터테인먼트형 체험을 제공하는 스포츠 멀티숍이다. “옷만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 콘셉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어떻게 실현될지 주목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12, 14, 15층은 ‘때 아닌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날부터 29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 페어(AHAF)’를 보러 온 손님들이었죠. 3개 층 90개의 객실 출입문엔 국내외 유명 갤러리들의 문패가 각각 달려 있었습니다. 객실에 들어서니 침대 위에도, 창가에도, 심지어 화장실 욕조에도 미술품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호텔이 갤러리로 변신한 겁니다. 이 기간 선보이는 작품이 무려 3000여 점입니다. ‘한젬마 특별전’이 열리는 1424호. 유명 작가 한젬마 씨가 못을 모티브로 표현한 침구와 컵, 블라우스 등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씨는 “갤러리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도 호텔 객실에선 편안한 마음으로 미술을 일상처럼 느낄 수 있다”며 “호텔 아트 페어는 작가와 관람객의 소통을 돕는다”고 말했습니다. AHAF는 이번이 4회째입니다. 2008년 8월부터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2009년 8월),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올해 2월)에서 열렸습니다. 황달성 AHAF 운영위원장은 “신라호텔이 권위적 분위기를 젊게 바꾸기 위해 이 행사를 먼저 제안해 왔다”며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삼성가(家)의 배려로 성대한 잔치가 됐다”고 했습니다. 마침 이날 신라호텔에서 멀지 않은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초입에 일본의 고가 패션 브랜드 ‘콤 데 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문을 열었습니다. 매장과 갤러리, 카페 등을 갖춘 건물 외관(지하 1층, 지상 5층)부터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데다 그 안의 패션은 더욱 실험적이고 예술적이었죠.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전개하던 국내 사업권을 얼마 전 제일모직이 따내 세운 이 매장은 국내 재벌가가 많이 모여 사는 한남동 일대를 더욱 고급화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씨는 신라호텔 전무, 차녀인 이서현 씨는 제일모직 전무입니다. 평일 낮부터 구름처럼 몰려든 미술과 패션 애호가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삼성가의 취향이 서울의 문화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구나’라고.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눈을 감아도 그의 기품 있는 풍채가 잔상(殘像)이 된다. 수줍은 연정을 품게 된 것이다. 8월의 중순 새벽 아침. 그를 찾아갔다. 서둘러 재회하고 싶은 조바심. 이른 시간이라 입장객을 아직 맞지 않는 돌담 밖에서 까치발로 하염없이 바라봤다. 동쪽 하늘에선 해가 떠올랐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아침 안개와 일출이 어우러져 수묵화 느낌의 사진이 됐다. 그는 충남 부여군에 있는 국보 제9호 정림사터 오층석탑이다. 백제의 다른 목조 건축물이 죄다 불타 사라질 때 1400년을 꿋꿋이 견뎌온 석탑. 유홍준 명지대 교수(전 문화재청장)는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침 안갯속의 정림사 탑은 엘리건트(elegant)하고 노블(noble)하며, 그레이스(grace)한 우아미의 화신’이라고 썼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다는 백제 미학의 상징적 유물’이라고도 했다. 폭염이 내렸으나 그를 갈구하는 마음을 막을 바는 아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또다시 그를 보러 갔다.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옆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그는 평탄한 옥개석(屋蓋石) 때문인지 자기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는 남자 같았다. 쌍꺼풀 없는 눈매에 부드러운 미소를 담고 ‘그래, 그래. 괜찮아’라고 위로해주는 남자. 판석 마무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 은근한 유머 감각도 갖춘 남자. 누군가 이 석탑이 왜 여자가 아닌 남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련다. “성정(性情)은 장중한 바위이되, 목탑 양식의 모습으로 단정하게 살아온 ‘남자의 지고지순’이 전해져요”라고. 정림사터 오층석탑을 향한 흠모는 백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마침 올해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다음 달 18일∼10월 17일 부여군과 공주시에서 ‘2010 세계 대백제전’도 열린다. 그간 고구려와 신라의 휘황찬란한 기세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백제 역사를 다룬 KBS 대하드라마 ‘근초고왕’도 10월 방송될 예정이다. 백제의 둥근 해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해 많은 저술을 해 온 이광표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는 “왜 하필 지금 백제일까요?”란 후배 기자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백제가 가진 중용(中庸)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자극과 극단이 과한 시대에 누가 봐도 편안한, 부담스러운 기교를 부리지 않은 백제의 미(美). ‘나이키’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그 담결(淡潔)한 미를 찾아 나섰다.○ 우아한 인간미의 백제 답사 준비 성인이 돼서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인 셈이었다. 우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한국미술사), 이광표 기자의 공저 ‘한국미술의 미(美)’를 입문서 삼아 정독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저서 ‘나무야, 나무야’에서 “스산한 고도(古都)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 고작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멸망한) 비극을 미화하는 감상(感傷)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걸 기억했기 때문이다.기원전 18년 한강 유역에 건국된 백제는 이후 도읍을 웅진(지금의 공주·475∼538년), 사비(지금의 부여·538∼660년)로 옮기며 문화를 꽃피웠다. 웅진시대는 무령왕릉과 출토 유물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의 선진 문물을 적극 받아들인 시기다. 백제인의 예술적 역량이 함축된 백제금동대향로가 만들어진 사비시대는 세련된 공예가 발달한 백제 문화의 절정기였다. 한국 고고미술사학계의 태두로 꼽히는 고 삼불(三佛) 김원용 선생은 백제 미의 특색을 ‘우아한 인간미’로 정의했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상에 대해선 “백제의 미소를 띤 이 불상은 비종교적인 종교 조각이라고 할 만큼 인간적”이라고도 했다. 책장을 들출수록 백제는 온유한 연꽃으로 피어났다. 박물관을 들르지 않으면 답사가 아니라 풍광 기행에 불과하다는 유홍준 교수의 일침이 따끔해 1박 2일의 부여·공주 답사 코스엔 유적지 이외에도 국립부여박물관과 국립공주박물관 관람도 포함시켰다. 백제 문화라면 고작 얄팍한 상식을 지닌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갑론을박한 개념의 늪에 빠져 허우대지 말자. 나만의 상상력으로 편견 없이 백제에 다가서자’란 결심을 했다.연꽃같은 수줍은 미소로 반기는 “아! 백제여…”○ 백제금동대향로와의 대화 김영혜 충남 문화관광 해설사는 말했다. “부여 답사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합니다. 아침엔 운치 있는 안개를 담요처럼 덮은 정림사터 오층석탑과 궁남지의 연꽃을 둘러보세요. 오후에 부소산을 산책하고 난 뒤에는 국립부여박물관에서 1300여 점의 전시 유물들과 대화를 하세요.” 부소산행까지 그의 제안을 충실히 따른 뒤 국립부여박물관에 갔다. 백제를 대표하는 유물 중 금동미륵보살반가상(국보 제83호)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지만, 1993년 능산리 절터 발굴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는 국립부여박물관에 있다. 높이 61.8cm, 무게 11.85kg인 향로 앞에서 나는 한참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용틀임으로 이뤄진 향로 받침, 연꽃과 도교의 봉래산을 형상화한 몸통, 날개를 활짝 펴고 정면을 응시하는 향로 뚜껑의 봉황 등은 놀랍도록 역동적이고도 정교했다. 선이 날렵한 용의 두상 앞에선 엉뚱 발랄하게도 고대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미국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베오울프’의 금룡(金龍)도 떠올렸다. 백제 사람들에게 성스러운 용이 고대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에게는 혼돈의 화신이었다는 큰 차이가 있지만, 둘의 이미지는 흡사한 측면이 있었다. 용이 땅에서 떠받치고 봉황이 하늘을 지켜주는 금동대향로에는 갖가지 동물들과 악사들이 살고 있었다. 그 향로와 잠시 상상의 대화를 나눴다. ▽기자=“당신은 위덕왕, 무왕, 의자왕에 걸친 백제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더군요.” ▽향로=“위덕왕의 아버지인 성왕은 일본에 불교를 전했고, 위덕왕의 아들인 무왕은 걸출한 기상으로 백제인의 사기를 높였소. 의자왕의 왕권도 한동안은 강력했다오. 실은 나는 백제의 영화(榮華)를 가득 담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곡선의 운율이 되고 싶었소.”(참조: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의 미’, 박영규의 ‘백제왕조실록’) ▽기자=“당신이 온몸에 담고 있는 태평성대가 역사적 해석이 분분한 의자왕 때라면….” ▽향로=“삼천궁녀가 낙화암에서 떨어졌다는 ‘거지 같은’ 전설을 맹신하오? 백제를 두 번 욕되게 하지 마시길. 어느 옛 시인이 읊었다고 하잖소. ‘강산이 이토록 좋으니 의자왕은 죄가 없도다’라고.”(참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힘찬 백제의 기상, 치미와 하앙 부여를 다루는 여행 책자들은 다시 쓰여야 한다.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된 1994년부터 무려 17년이 걸린 백제문화단지가 다음 달 용안(龍顔)을 드러내기에.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일대에 국비와 민간자본 등 6094억 원이 투입돼 329만4000m²(약 99만6000평)에 재현되는 1400년 전 백제의 모습이다. 대목장, 단청장, 번와장(번瓦匠·지붕 기와를 잇는 장인), 각자장(刻字匠·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장인), 칠장 등 5개 분야 중요 무형문화재의 손길을 거쳐 사비궁, 능사, 위례성 등이 자리를 잡았다. 백제로 여행을 떠나려면 이젠 백제문화단지부터 들르고 볼 일이다. 한국 방문의 해 위원회와 충남도의 협조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백제문화단지를 미리 둘러볼 수 있었다. 삼국시대 왕궁으로는 최초로 재현된 사비궁에 들어섰다. 웅대한 기상을 느끼기 위해 궁궐의 가장 중심 건물인 천정전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털썩 주저앉았다. 바닥엔 연꽃무늬 타일이 자지러지게 피었다. 이른 새벽 궁남지의 연꽃, 공주 무령왕릉의 전돌과 국립부여박물관의 수막새(수키와의 한쪽 끝에 원형의 드림새를 덧붙여 제작한 것)에 새겨져 한껏 눈에 익은 그 연꽃…. 안내를 맡은 충남 백제문화권관리사업소의 이강복 씨는 백제의 미를 이루는 핵심 요소인 ‘치미(치尾·용마루 양쪽 끝에 얹는 특수 장식물 기와)’와 백제 건축의 특징인 ‘하앙(下昻·45도로 경사지게 돌출해 처마를 지탱하는 구조물)’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새의 깃털이 모티브인 치미는 대형 사찰에만 사용돼 극히 드물게 출토되는 백제의 귀한 유물이다. 부소산 절터에서 출토된 후 복원돼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된 게 유명하다. 건축물의 품격과 권위를 드러내는 치미를 사비성 지붕 끝에서 볼 수 있게 된 건 흐뭇한 일이었다. 현존하는 백제의 목조 건물이라곤 없는데도 문헌 연구, 발굴 조사로 드러나는 사출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를 토대로 귀중한 백제를 살려내신 분들, 능사 앞 연못에 달이 비치는 각도까지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한 분들, 그동안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백제의 섬세한 손 맛 공주 송산리 고분군 중 한 무덤인 무령왕릉은 1971년 발굴 도중 무덤의 주인공인 백제 제25대 무령왕에 대한 묘지석이 발견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 무덤 주인을 확인한 최초의 왕릉일 뿐 아니라 도굴의 피해를 입지 않은 고분이었던 것이다. 무령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본 108종 2906점의 유물 중엔 유럽의 그 어떤 장식미술보다 빼어난 기술력의 금속 공예품이 수두룩했다. 박물관 측은 매우 작은 크기의 금 장신구들 앞에 돋보기를 놓아 관람객들이 백제의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곳에서 내 마음은 고귀한 왕비가 됐다. 2mm 두께의 얇은 순금 판에 인동당초와 불꽃 무늬를 새긴 관(冠)장식(국보 제154호)은 왕이 비단모자에 꽂았던 것이라 하는데, 보면 볼수록 그 섬세함에 탄복하게 된다. 검은 옻칠을 한 표면에 금판으로 육각형의 거북 등 무늬를 만들어 붙인 왕의 베개, 용 장식의 왕비 은팔찌 등은 백제 왕실이 향유했던 공예미술의 극치였다. 국립부여박물관의 은자루 유리공 머리 장신구도 로맨틱했다. 공 표면에 잎 모양의 은판 네 장을 붙이고, 가운데엔 하트 모양을 투각했다. 왜 우리는 전통 공예의 우수성을 애써 간과한 채 서양의 금속공예만 해바라기처럼 쳐다봤는지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백제문화단지 사비성의 오방색 단청도 백제의 미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생각했다. 명도와 채도를 일부러 낮춰 기품을 갖춘 색감은 은근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요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들이 심취해 있는 뉴 미니멀리즘(간결함을 추구하는 문화적 흐름인 미니멀리즘의 재유행)의 원류라고도 할 수 있다. 왕조의 옛 도읍인데도 여태껏 군 단위인 부여, 송산리 고분군 이외엔 장대한 유적이 없는 공주. 두 곳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 바야흐로 손님을 맞을 채비가 됐다. 세계 대백제전을 맞아 그동안 변변한 숙박시설이 없던 부여엔 롯데리조트, 공주엔 한옥마을 숙소가 새로 생겨났다. 우아한 백제 마마, 뒤늦게나마 때를 만나셨으니 부디 행복하소서.부여·공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 로버트 몬다비의 아들 팀 몬다비 씨(59)가 자신이 만든 와인 ‘컨티뉴엄(Continuum)’을 들고 24일 한국 시장을 노크했다. 이 와인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게 된 나라식품 관계자는 “영화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첫 방한 기자 간담회를 연 몬다비 씨는 1940년대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할아버지(체사레 몬다비)와 아버지(로버트 몬다비)의 모습이 담긴 흑백 슬라이드 화면을 보여주며 과거 ‘가문의 영광’을 설파했다.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아버지는 1936년부터 내파밸리에서 할아버지와 와이너리를 운영하다가 196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세웠습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와인은 과학이며 예술’이란 신념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을 활용한 데이터를 토양 관리에 이용할 정도였다. ‘오퍼스 원’과 ‘루체’ 등 고급 합작 와인들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와이너리는 2004년 다국적 주류회사인 ‘컨스털레이션’에 인수됐다. 1993년 기업공개 이후 이사회가 단기성과에 매달리면서 비전을 잃었기 때문이란다. 당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적잖은 부채도 안고 있었다고 한다. 2005년 몬다비 씨는 심기일전해 ‘컨티뉴엄’을 설립하고 34ha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연간 1만8000병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로버트 몬다비 아들이 만든 와인’이란 후광 덕분이었을까. 2005(최초 빈티지)∼2007년 와인은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5∼97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아버지가 2008년 세상을 뜬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와인을 만든다. 그는 “사람도 와인도 젊은 나이엔 진중하기 어려운 법이지만, 어리면서도(빈티지가 오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의 와인을 만드는 데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와인 이름까지 ‘계승’이란 뜻으로 지은 몬다비 씨. 그는 ‘몬다비가(家) 영광의 귀환’을 꿈꾸는 듯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고 앙드레 김의 양아들인 김중도 씨(30·사진)가 지난달 설립된 ‘앙드레 김 디자인 아뜰리에㈜’의 대표를 맡아 하늘로 떠난 아버지의 패션사업을 잇는다. 앙드레 김을 30여 년간 수행해 온 임세우 비서실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앙드레 김 선생님이 세상을 뜨기 전인 지난달 중순 주식회사인 ‘앙드레 김 디자인 아뜰리에’를 설립했다”며 “23일 김중도 씨를 이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1962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란 이름으로 시작됐던 앙드레 김의 개인 의상실은 48년 만에 사라지고 기업형 패션 주식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앙드레 김 주식회사’의 이사로 활동하며 김중도 씨를 돕게 될 임 씨는 “현재 10여 개 업체와 맺고 있는 앙드레 김 라이선스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도쿄(東京)는 퍼즐 같아요.” 마주 앉아 판 메밀을 함께 먹던 남자가 말했다. “왜죠?” 나는 물었다. “도쿄에 가는 이유가 제각각이잖아요. 누구는 먹으러, 누구는 옷을 사러, 누구는 야구를 보러….”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도쿄의 구석구석을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짜 맞춰 거대한 도쿄타워 모양의 퍼즐을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는 대화를, 우리는 나눴다. 가까운 뉴욕 같다는 말도 나왔다.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나올 만큼 일본의 나라 살림이 각박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의 인기 있는 트렌드가 집결하는 그곳, 도쿄. 도쿄행 비행기 티켓을 손에 넣고는 다짐했다. 큰맘 먹고 장만한 렌즈교환식 디지털 카메라(하이브리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퍼즐을 맞춰 보리라. 여섯 개 ‘도쿄 감성’ 퍼즐을….#퍼즐 1: 샤넬 레스토랑에서의 점심 엘리베이터의 동그란 버튼마다 샤넬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이 5년 전 도쿄 긴자(銀座) 지역만 콕 찍어 문을 연 레스토랑, ‘베이지 알랭 뒤카스 도쿄’다. “정말요? 다른 나라엔 ‘샤넬 레스토랑’이 없단 말이죠?” 탐정 같은 눈초리로 묻자 지배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긴자의 샤넬 매장 옆쪽에 난 레스토랑 입구엔 프랑스의 유명 셰프인 알랭 뒤카스의 요리책과 샤넬 ‘넘버 5’ 향수가 진열돼 있었다. 예약을 확인하는 여직원은 샤넬 부티크의 점원들이 입는 블랙 앤드 화이트의 샤넬 옷을 입고 있었다. “알랭 뒤카스 씨는 자주 오나요?” “파리에 사는 그는 1년에 5번 정도 오십니다. 메뉴와 시설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디저트와 커피 등이 포함된 이 레스토랑의 점심 세트 메뉴는 5000엔(약 7만 원). 식전주로는 코코 샤넬 여사의 이름을 딴 ‘코코’ 칵테일을 골랐다. 차게 한 호박 수프,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새우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샤넬’이란 이름의 디저트는 금가루를 듬뿍 뿌린 네모난 초콜릿이었다. 커피와 함께 나온 또 다른 초콜릿들엔 샤넬의 시그너처 디자인인 동백꽃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었다. 모든 게 ‘샤넬 스타일’이었다. 미국 뉴욕의 유명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디자인한 실내의 벽면엔 샤넬 쇼핑백을 들고 있는 서구 여성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었다. 기모노 차림에 진주 브로치를 한 중년 여성, 아이보리색 카디건과 얌전한 주름 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 등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웃었다. 정적이고도 우아한 애티튜드! 오후 1시 반에 시작된 점심식사는 4시가 돼서야 끝났다. 간결하면서도 혁신적인 패션과 다이닝의 조화. 알랭 뒤카스가 이 레스토랑에 담고 싶은 ‘샤넬 정신’이란다.글·사진 도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디자인=김원중 기자 paranwon@donga.com▼불가리 커피… 400년 된 잡화점… 곳곳에 시공 뛰어넘은 名品의 혼▼#퍼즐 2: 불가리 보석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다긴자 샤넬 매장 대각선 맞은편엔 럭셔리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 건물이 있다. 안구가 정화되는 보석 매장(1, 2층) 이외에도 레스토랑(8, 9층), 바(10층), 테라스(11층)에서 식도락을 누릴 수 있다. 10층 바에 들어서니 긴자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미쓰코시 백화점, 리코 카메라, 애플, 그리고 빨간색 도쿄타워…. 해질녘 도쿄타워 전망으로 자리를 잡으니 테이블 위엔 작은 선인장 화분이 있었다. 점심 파스타 세트는 3500엔, 모히토 칵테일은 2300엔,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 그나마 반가운 카푸치노 커피는 900엔(약 1만2600원). 바리스타가 흰색 거품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내온 커피를 보고 있자니 뜬금없이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 영화 ‘도쿄타워’에서 20대 남자 도오루는 불가리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어울리는 40대 여자 시후미와 사랑에 빠져 말했었다. “시후미 상, 스무 살의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바 곳곳에 진열된 불가리 표 초콜릿 세트, 유리 장식장에서 위용을 뽐내는 보석 반지를 찬찬히 구경했다. 1950년대 신사가 메릴린 먼로의 금발을 좋아했다면, 2010년대 럭셔리 브랜드들은 초콜릿을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긴자에 있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 매장도 갤러리, 레스토랑과 함께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니까. 럭셔리와 초콜릿. 달콤한 유혹이란 점에서 둘은 같은 유전자다. 쥘리에뜨 비노슈가 나왔던 프랑스 영화 ‘초콜릿’이 생각났다. 그녀가 만드는 초콜릿은 이상한 힘을 발휘해 마을 사람들을 사랑과 정열에 빠져들게 했다. 불가리 바에서 ‘봄날의 곰’ 같은 남편의 따뜻한 얼굴이 자꾸 그리워졌던 건 불가리 초콜릿의 마력 때문이었을까.#퍼즐 3: 얄미운 ‘콤 데 가르송’ 재킷 이번에도 손에 넣은 것은 없지만 확실히 눈은 또 한 번 트였다. 도쿄 아오야마(靑山)에 있는 패션 브랜드 매장 ‘콤 데 가르송’에서다. 금색, 빨간색, 흰색, 검은색 등 서로 다른 단추를 한 줄로 달아 맨 푸른색 셔츠. ‘아, 동대문에서 예쁜 단추들을 사다가 싫증난 셔츠에 이렇게 바꿔 달면 되겠구나.’ 심 봉사의 개안(開眼)이 별건가.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아티스트로 통하는 일본의 여류 패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는 콤 데 가르송 브랜드를 이끌며 요상한 레이어드 룩과 그런지 룩(낡아서 해진 듯 표현한 패션)을 전개한다. 종종 대중을 당혹감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강력한 흡인력! 앞은 껑뚱 짧고 뒤는 꼬리처럼 길게 내뺀 재킷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 입는 연미복의 품새였다. 5만5000엔(약 77만 원)의 가격표를 봤을 때 왜 하필 살림살이를 염려하는 주부의 본분이 퍼뜩 떠올랐을까. 국내 수입 판매가에 비하면 그래도 ‘착한 가격’이었던 것을.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연미복 재킷’과 나는 비운의 엇갈린 인연이더란 말인가.#퍼즐 4: 웃통을 벗은 청년과 기념사진 도쿄에 간다고 하니 누군가 말했다. “긴자에 지난해 말 새로 들어선 애버크롬비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러보세요.” 영문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가 봤다. 동굴처럼 어두컴컴한 내부. 놀이공원 유령의 집 같다고 생각하는 찰나, 빨간색 체크무늬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직원이 달려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이댄다. “기념 촬영이에요. 치즈!” 어, 어. 그녀에게 떠밀려 혼미한 정신을 차려보니 내 옆에 앳된 얼굴의 청년이 서 있다. 어머나, 망측하고도 반가워라. 웃통을 벗고 근육질 상체를 자랑하는 그와 얼떨결에 사진을 찍었다. 일종의 고객 서비스다. 매장 곳곳에선 직원들이 연방 흥겹게 춤을 췄다. “늘 이렇게 춤을 추나요?” 나는 물었다. “네. 우리의 콘셉트는 섹시한 파티거든요.” 예쁘장하게 생긴 여직원은 떠들썩한 음악 볼륨 소리 때문에 소리치듯 설명한 뒤 다시 춤을 추며 사라졌다. 둘러보니 매장 한쪽에선 남자 모델의 누드 화보집도 판매 중이다. 참, 애버크롬비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애버크롬비는 미국 캐주얼 의류 브랜드다. #퍼즐 5: 도쿄돔에서 놀기 도쿄를 매우 자주 들락거렸지만 도쿄돔 방문은 처음이었다. 나만 그런 줄 알고 이 아까운 지면에 소개하는 걸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본인 아내를 둔, 게다가 스포츠 기자로도 일한 적이 있는 신문사의 같은 부서 후배가 “실은 저도 도쿄돔에 못 가봤어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야구 마니아를 자처하는 나는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도쿄 모노레일을 타고 시내로 진입한 뒤 곧장 지하철 스이도바시(水道橋) 역 부근에 있는 도쿄돔으로 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하드 케이스 트렁크를 끌고 있는, 영락없이 집 나온 행색이었지만 그래도 신났다. 도쿄돔 영어 사이트(tokyo-dome.co.jp/e/dome/)에서 확인한 경기 일정대로라면 홈 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지바 롯데 마린스의 이스턴리그(2군) 경기가 있는 날이니. 가장 싼 내외야 자유석 표를 1000엔(약 1만4000원) 주고 산 뒤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파는 아다디스 매장에 갔다. 남자 점원이 다가와 “야구 구경하시게요?”라고 묻더니 500엔 할인권을 줬다. 매표소에서 돌려받은 500엔에 500엔을 더해 1000엔짜리 치킨 도시락을 샀다. 천장 뚜껑이 있는 돔 구장은 장난감 같았다. 이승엽 선수가 출루를 하자 관중은 열렬히 환호했다. 야구의 역사를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야구박물관, 도쿄돔 시티 놀이시설 등 도쿄돔에서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퍼즐 6: 장인정신의 축소판, 도쿄의 잡화 개인적으로는, 도쿄에 가면 행복해지는 이유 중에 디자인 잡화 구경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오래된 단골 잡화 가게 세 곳을 소개하자면 긴자의 ‘이토야(伊東屋)’와 ‘규쿄도(鳩居堂)’, 오모테산도(表參道)힐스 등에 있는 ‘델포닉스’다. 1904년 창업한 문구점 이토야의 긴자 본점은 긴자 ‘불가리’ 바로 옆에 있다. 이토야 본점을 이번에 들러보니 ‘트래블러스 노트북’이란 이름의 DIY 여행자용 수첩이 프로모션 중이었다. 감촉 좋은 가죽 커버에 각종 속지를 취향대로 끼워 넣을 수 있는데다 두 시간 정도 기다리면 커버에 영문으로 이름도 새길 수 있다. 구리 빛 청동으로 만든 필통은 추억의 양은 도시락 느낌이었다. 사각사각 쓰고 싶은 연필은 청동으로 뚜껑을 만들어 몽당연필도 소중하게 다루도록 배려했다. 오래된 것의 진가를 귀히 여기는 예쁜 마음이다. 400년 된 노포(老鋪)인 규쿄도는 최상급 종이로 만든 편지지와 봉투 등을 다루기에 일왕 가(家)도 청첩장을 주문한다고 한다. 델포닉스에선 안경테 모양의 책갈피를 넋 놓고 봤다. 이번 도쿄행에선 가구라자카(神樂坂)란 보석 같은 동네를 발견했다. 예로부터 일본의 문예가들이 많이 살아온 이 동네는 ‘도쿄의 파리’라고 불릴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일본의 전통 상점이 많은 매우 독특한 장소다. 평범한 외관의 소마야(相馬屋) 문구점을 일부러 찾아간 건 세피아 색으로 가는 줄이 그려 있는 옛날 원고지를 사기 위해서였다.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시대에 원고지와 연필이라니. 혹자는 ‘옛날 사람’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이라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연서(戀書)를 좋아할 것 같아요. 도쿄 감성의 당신이라면 말예요.글·사진 도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02년부터 도시재생법이 시행돼 도심 재개발이 활발한 일본 도쿄에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이끄는 신(新) 명소는 단연 복합쇼핑몰이다. 롯폰기(六本木) 지역의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을 비롯해 도쿄역 주변의 마루노우치 빌딩과 신마루노우치 빌딩, 도쿄의 인공섬 도요스 개발지구에 있는 라라포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부산 중구 중앙동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광복점 본관은 ‘한국판 롯폰기힐스’의 전초전이었다. 이달 25일 아쿠아몰(총면적 5만1104m², 영업면적 3만545m²)을 열면서 ‘부산 롯데타운’의 1단계 프로젝트를 마치는 롯데그룹은 이 일대에 2014년 롯데마트와 시네마, 2016년 107층짜리 초고층 호텔과 오피스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왜 롯데는 복합쇼핑몰을 선택했을까.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에 찾아가 답을 찾아봤다.○ 이젠 감성을 쇼핑하는 시대 12일 도쿄 롯폰기힐스 내 모리타워 52층 ‘도쿄 시티 뷰’ 전망대는 평일 낮 시간인데도 붐볐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한 층 위인 53층 모리미술관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운영해 도쿄의 샐러리맨과 외국인 관광객을 한꺼번에 잡고 있었다. 마쓰나가 아쓰시 롯폰기힐스 부장은 “문화 도심을 만든다는 발상 덕에 도쿄 일반 백화점의 고객 평균 체류시간이 1시간 남짓인 데 비해 롯폰기힐스에선 4시간”이라며 “전망대와 미술관 효과가 크다”고 했다. 롯폰기힐스(2003년 개장)에 이어 2007년 문을 연 미드타운은 ‘도심 속 고품격 일상’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롯폰기힐스와 경쟁하고 있었다. 미드타운 전체의 40%를 이루는 녹지 공간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디자인 미술관 ‘21_21 디자인 사이트’도 있어 현대 미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시다 유키오 미드타운 매니저는 “미드타운 가이드 투어, 어린이캠프, 디자인 어워드 등으로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키려 한다”며 “도쿄의 도심 쇼핑몰이 고급화되니 동네 전체의 품격과 가치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규모 문화홀도 들어서 25일 문을 여는 롯데 광복점 아쿠아몰은 가족 고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지하 1층∼지상 3층 중앙 공간에 높이 21m의 실내 영상 음악 분수를 설치해 ‘아쿠아틱쇼’를 펼치는 것. 최근 미리 둘러본 시연쇼에선 영화 ‘스타워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물줄기와 형광색 레이저빔이 화려하게 어우러졌다. 차분한 음악에는 파스텔색 조명이 비췄다. 고객에 미리 신청하면 이 분수에서 생일축하와 프러포즈 이벤트도 할 수 있다. 11∼13층에 마련되는 옥상공원은 본관 옥상정원과 합치면 6200m²(약 1876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백화점으로는 최초로 전망대도 생긴다. 글로벌 자기상표부착방식(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2층 전체(2300m²)를 통째로, ‘아디다스’ 등 주요 스포츠 브랜드들은 복층 구조로 자리 잡았다. 10층엔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의 문화홀(1157m²·약 350평)도 들어선다. 갤러리와 문화센터도 갖췄다. 설풍진 롯데백화점 광복점장은 “일본의 복합쇼핑몰들을 둘러본 뒤 단순한 쇼핑시설이 아닌 ‘즐길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도쿄·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성진’ 씨가 지금의 인턴십 같은 무급 보조라도 하겠다며 어머니가 운영하던 서울 중구 명동의 국제양장사에 무작정 찾아왔던 게 1956년이에요.”‘김성진’은 12일 별세한 앙드레 김이 1960년대 패션학원에 다니면서 쓰던 이름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신혜순 국제패션디자인학원장(72·사진)은 “앙드레 김은 김봉남이라는 본명 대신 ‘별이 되고 싶다’며 이름 가운데 ‘별 성(星)’자가 들어간 김성진이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한자 이름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씨는 1938년 함남 함흥에 함흥양재학원을 차려 한국 최초로 패션 교육을 시작한 고 최경자 씨의 딸이다. 그는 “앙드레 김의 빈소에 다녀왔더니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오른다”며 과거의 인연을 회상했다.1957년 신 씨의 어머니인 최 씨가 반도호텔에서 패션쇼를 열 때 그림자처럼 붙어 도왔던 이가 앙드레 김이다. 최 씨는 6·25전쟁을 거치며 중단했던 패션학원(국제패션디자인학원의 전신인 국제복장학원)을 1961년 서울 명동에 다시 열고는 이듬해인 1962년 앙드레 김이 6개월 속성과정으로 패션을 배우도록 했다. 당시 신 씨는 이 수업을 앙드레 김과 함께 들었다. “앙드레 김은 늘 연분홍색 롱 시폰 드레스를 그렸어요. 드로잉할 때 화려한 샹들리에, 여성의 긴 속눈썹을 그리는 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죠. 그는 상상 속 여성의 이미지에 몰두했어요.” 당시 최 씨는 학생들에게 “너희가 성진이(앙드레 김)만큼만 옷에 대해 미쳐봐라. 그러면 못할 일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와이셔츠부터 구두까지 흰색으로 차려입었던 그는 유창한 영어로 ‘굿 애프터눈’ ‘뷰티풀’을 연발하며 대화 꽃을 피워 여자 손님들이 참 좋아했어요.”1962년 ‘살롱 앙드레’란 부티크를 차려 성공한 앙드레 김은 이후 스승인 최 씨를 찾아오지 않았다. 학원 동기생들과도 교류하는 일이 없었다. 신 씨는 “그는 힘겨웠던 과거를 껄끄러워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4월 최 씨가 세상을 뜨자 앙드레 김은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빈소를 찾아와 큰절을 했다. 자신에게 패션을 가르쳐준 스승을 48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스승이 이미 간 ‘천상의 무대’로 따라갔다. 신 씨는 “바느질쟁이로 폄하되던 한국의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인식을 승화시킨 큰별이 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동영상=`패션청년` 앙드레 김, 마지막 가는 길}

삼색으로 곱게 물들인 밀전병으로 말아낸 잡채, 석쇠로 구워 연꽃잎 속에 담은 불고기, 얇게 저며 설탕을 뿌려낸 인삼캔디….10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바람의 아들’ 양용은 선수가 선보일 한식 만찬 메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은 개막을 이틀 앞두고 세계적 골퍼 100여 명이 참석하는 ‘PGA 챔피언십 챔피언스 디너’를 연다. 대회 전통에 따라 전년도 우승자인 양 선수가 만찬 메뉴를 정하게 된 것.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가 양 선수를 도와 메뉴를 짜고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의 박효남 총주방장(상무) 등 이 호텔 주방팀이 현지에서 요리할 예정이다. 박 총주방장은 “각국 스포츠 스타들에게 한식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라 외국인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한식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신경을 쓰겠다”고 설명했다. 이 호텔은 6일 이 메뉴를 시연해 처음으로 동아일보에 공개했다.리셉션에서 제공되는 카나페(주로 칵테일과 곁들이는 작은 요리)는 대하 잣 무침, 쇠고기 꼬치, 밀쌈, 건구절 등 네 가지. 본격적인 한식 코스는 잡채→모둠전→불고기→흰 쌀밥과 시금치 조개 된장국→인삼캔디 등의 순이었다. 잡채는 치자와 시금치 등으로 물들인 삼색 밀전병으로 한 입 크기로 말아낸 것이 눈에 띄었다. 박 총주방장은 “외국인이 좋아하는 잡채는 수북하게 담으면 식사 중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가 있어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말했다.대추와 인삼 등 ‘한국식’ 디저트의 테마는 골프와 제주. 수박, 멜론, 딸기를 원형으로 잘게 잘라 3단으로 얹고 그 위에 빨간색 장식물을 꽂아 그린 위 깃대를 형상화했다. 양 선수의 고향인 제주산 감귤도 곁들였다. 한편 10일 양 선수는 은수저와 젓가락 등을 이용해 한식을 먹는 방법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올여름 휴가철 국내 호텔업계에 상륙해 인기몰이 중인 ‘스타’ 시설물이 있다. ‘카바나’다. 열대 지역에서 야자수로 햇빛과 바람을 피하는 것에서 유래해 최근 세계적 리조트들이 야외 수영장에 선보이고 있는 방갈로 형태의 럭셔리 휴식 공간이다. 5월 서울 중구 장충동에 문을 연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가 국내에 본격적 카바나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 2인용부터 12인용까지 23개의 카바나가 있다. 대형 침대가 있는 카바나엔 개별 풀까지 딸려 있어 방해받지 않는 휴식이 가능하다. 4인용 기준으로 낮 시간 이용요금이 40만 원, 저녁은 28만 원일 정도로 비싸지만 100%에 가까운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 이 호텔 윤수정 마케팅 부장은 “경제력을 갖춘 20∼40대가 카바나에서 오붓한 파티를 즐기는 게 요즘 뜨는 휴가 트렌드”라고 귀띔했다.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도 지난달 야외수영장에 4개의 카바나를 열어 80%가 넘는 이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2인용 침대, TV, 미니냉장고 등이 비치돼 있고 무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어 가족 이용객들의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저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전 감자입니다. 흔한 식용(食用) 감자가 아니라 스낵용으로 품종이 개량된 감자죠. 더 정확히는 국내 생감자 스낵 시장의 1위(점유율 63%·AC닐슨 조사 기준)인 오리온 생감자 스낵(‘포카칩’과 ‘스윙칩’)의 원료가 되는 감자입니다. 지난달에는 포카칩과 스윙칩을 무려 109억 원어치나 사 드셨다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오리온 생감자 스낵의 월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에요. 우리 농산물로 건강을 챙기려는 ‘착한’ 친환경 트렌드가 오늘의 영광을 있게 한 듯합니다. 제 고향은 강원 평창군에 있는 오리온 감자원료연구소. ‘포카칩’ 탄생(1988년) 한 해 전인 1987년 23만1000m²(약 7만 평) 땅에 들어선 국내 최초의 민간 감자연구소입니다. 일반 감자는 울룩불룩 못생긴 게 많은 데다 1.34∼2.74mm 두께로 썰어 183도에서 2, 3분 튀기면 색깔이 거뭇하게 변했거든요. 연구원 10여 명이 실험에 매달려 2001년 비로소 제가 개발됐습니다. 어엿하게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제 토종 감자 품종 이름은 ‘두백’입니다. 둥글수록 미인이란 소리를 듣는 제 허리둘레는 4.5∼9.4cm. 튀겨도 고유의 색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실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이 20여 년간 절 극진히 돌봐주셨습니다. 연구소 설립 당시 동양제과공업 부사장이었던 담 회장은 “외국에서 감자를 수입하지 말고 국산 종자를 개발해 토종 스낵을 키우라”고 하셨죠. 전국 계약재배 농가 1000여 곳에서 생산되는 국산 감자가 이제 2만 t 규모입니다. 오리온에서는 생감자 스낵사업을 ‘생물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기후변화에 좀 예민합니다. 달걀 대하듯 지극 정성으로 다뤄야 하는 데다 매출 대비 이익이 적어(지난해 오리온 생감자 스낵 국내 매출 850억 원, 영업이익 28억 원) 버림받을 수 있었던 저를 담 회장은 믿고 거둬주셨죠. 그 덕분에 지난해 해외 매출이 386억 원이었습니다. 수준급 스키 실력으로 평소 인근 용평 스키장에 왔다가 연구소를 방문하는 담 회장은 언젠가부터 고민이 많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리온은 지난해 말과 올 초 차례로 온미디어와 베니건스를 매각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유동성 5000억 원을 갖추고 본업인 식품에 충실하며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오리온의 행보에 가산점을 줬습니다. 1년 전 국내 식음료 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7, 8위이던 오리온은 4일 현재 시가총액 2조2006억 원(주당 36만9000 원)으로 CJ제일제당에 이어 2위로 떠올랐습니다. 화교 3세인 담 회장은 “오리온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간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중국 만주로부터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설과 영국 상선을 타고 온 네덜란드 선교사가 들여왔다는 설이 분분한 저, 감자…. 아마 ‘오리온’의 옷을 입은 ‘메이드 인 코리아’ 생감자 스낵으로 앞으로 해외 나들이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평창=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스위트룸에 한국을 디자인하라.’ 올 초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시작한 신규 프로젝트 이름이다. 11월 한국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5억 원을 들여 이 호텔의 일부 스위트룸(사진)을 ‘한국’이라는 콘셉트로 리뉴얼하는 일이었다. 조선 왕들이 천신에게 제를 지내던 환구단 터에 1914년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들어선 정통성을 잇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주로 해외 디자이너들이 인테리어를 맡아온 국내 특급호텔 업계의 관행을 깨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한국인 디자이너 세 명이 ‘낙점’됐다. 한옥 인테리어 전문가인 심정주 씨, 한국 실내건축가협회장을 지낸 최시영 씨, 호텔 인테리어 전문가인 엄주언 씨가 주인공. 7개월여간 이들의 손길을 거친 ‘한옥 스타일’ 스위트룸 3실이 1일 공개돼 객실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대는 이 호텔의 일반 스위트룸(1박 100만 원·세금 및 봉사료 제외)보다 비싸다. 이날 방문해 보니 최 씨가 인테리어한 리뉴얼 스위트룸(1박 200만 원)엔 한지로 만든 슬라이딩 창호로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왔다. 한옥 툇마루에 오르듯 디딤돌을 딛고 올라가면 나무 마루가 나왔다. 가구의 서랍 손잡이는 한국의 솟대 느낌을 냈다. 심 씨와 엄 씨가 디자인한 프리미엄 주니어 스위트룸(1박 130만 원)도 조선의 성곽을 형상화한 욕조, 한글 장식 조명, 온돌 장판으로 마감한 대청마루 등으로 ‘한국 스타일’을 이뤘다. 한국의 김치 등을 소개한 영문 책자도 비치돼 있었다. 윤한군 웨스틴조선호텔 부장은 “한국을 찾아올 각국 귀빈에게 한국의 미를 알리기 위해선 그들의 잠자리부터 고급스러운 한국의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여름휴가에 대해 여러분이 갖는 로망은 무엇이가요?” 트위터로 질문을 하자 몇몇 팔로어가 답변을 보내왔다. “낯선 곳에서 잠시나마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기. 단, 회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사절!” “블루! 파란 하늘, 파란 수영장. 거기에 시원한 칵테일.” 휴가는 지극히 사적인 시간이어서 각 개인의 형편에 따라 천태만상이다. 그런데 휴가에도 트렌드가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최근 급속하게 이용이 늘고 있는 서울시내 호텔 패키지도 그중 하나다. “아니, 왜 편안한 집 놔두고 호텔에 간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남성분이 있다면 유감이다. 휴가철 당신에게 편안한 집은 아내에겐 밥 차리고 치우고 또 밥 차리고 치우는 매우 성가신 곳일 수 있을 텐데….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월드,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등 5곳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비행기 탑승권을 사지 않고도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처럼 살아볼 수 있는 곳, 블루를 누릴 수 있는 곳, 호텔이었다. 바캉스 시즌을 맞아 각 호텔을 취재한 내용을 5가지 색채로 구성해봤다.○어느 카사노바와의 대화 기자: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 서울에 다녀오셨다고요. 카사노바: 문학가이자 모험가이며 호색한(好色漢)인 내 취향에 딱 맞는 곳이었소. 기자: 세계적 리조트그룹 ‘반얀트리’가 과거 ‘물 좋기로 소문났던’ 타워호텔을 리모델링해 최근 문을 열어 꽤 비싸다고 들었습니다만…. 카사노바: 프리미어 타입 객실은 1박에 49만7000원. 그러나 1인당 1억 원이 넘는 돈을 내고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한 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단 하루만이라도 모두 체험할 수 있었으니 꽤 괜찮은 손익 계산 아니겠소. 무엇보다 매우 미학적인 장소였소. 기자: 사유의 조화, 질서의 조화 같은…. 카사노바: 한 층에 최대 4개의 객실뿐이라 불필요한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소. 태국에서 직수입한 이국적인 화병과 조명, 향초, 그리고 33도 물이 받아진 8m²(2.4평)의 객실 내 미니풀. 고양이 같은 스모키 눈매에 레이스 란제리를 입은 나의 그녀가 나신이 됐을 때 유리창으로 손에 잡힐 듯 보이던 남산타워 불빛이 그녀의 둥그런 몸을 신비롭게 빛냈소. 우리는 풀 속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나와서는 열대 교목인 일랑일랑 성분이 들어간 반얀트리 브랜드 오일로 서로의 몸을 마사지했소. 스며들고 섞이는 인간적 교감이랄까. 기자: 호텔 투숙객도 누려볼 수 있는 멤버십 회원 혜택이라면…. 카사노바: 이튿날 우리는 회원과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스트레칭 수업을 받았소. 그녀의 몸 금육이 관능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은 구조미를 갖춘 일종의 미적 감동! 현대가(家) 며느리인 방송인 출신의 노현정 씨가 땀에 흠뻑 젖어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었지만 저마다 재계 인사로 짐작되는 회원들은 아무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소.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직원들이 역시 유창한 영어를 쓰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대규모 키즈 클럽, 미국 트룬 골프아카데미의 티칭 프로그램을 갖춘 골프 연습장, 미니풀이 각각 딸려 로맨틱한 야외수영장의 대리석 카바나(방갈로 형태의 휴식 공간), 회원 전용의 레스토랑…. 기자: 그녀는 만족했습니까. 카사노바: 물론. 럭셔리한 하루를 보낸 후 그녀가 물었소. “그런데 반얀트리가 무슨 나무야?” 도무지 모르겠소이다. 다음 날 사전을 찾아본 후 그녀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소. “인도가 원산지인 영적인 뽕나무래. 너와 보낸 영적인 그곳에서의 하룻밤처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디자인=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나만의 충전… 가족-연인과 함께… 여름이 즐겁다○ 싱글의 재충전 30대 후반인 수연은 요즘 심난하다. 일에 파묻혀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다가는 이내 떠났다. 최근 헤어진 ‘남친’은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제 (너보다) 편안한 여자를 만나고 싶어”. 서울 한복판으로 별 보며 출퇴근하는 쳇바퀴 인생. ‘그저 푹 쉬면서 인생을 점검하고 싶다.’ 지친 그녀가 찾은 곳은 웨스틴조선호텔이다. 직장 근처라 항상 지나치던 곳인데도 정작 작은 여행 가방을 객실에 풀어놓고 보니 생경한 느낌이다. 이 호텔에서 가장 싼 패키지는 ‘서머 로댕’(1박 20만9000원)이지만, 그녀는 가장 비싼 ‘서머 스위트’(1박 37만9000원)를 골랐다. 호텔 패키지가 낯선 사람들은 흔히 가장 싼 걸 택하는 경향이 있으나 고수(高手)들은 반대다. 주니어 스위트룸 객실요금(평소 1박 100만 원)을 포함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신의 손-로댕’ 전시 관람권, 겐조 화장품, 클럽 라운지 이용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부대 혜택을 평소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111만1580원이니까. 새하얀 침구에 몸을 뉘어본다. 웨스틴호텔그룹이 ‘천상의 수면’을 목표로 개발한 이 거위털 침구의 이름은 ‘헤븐리 베드’다. 거위털 이불(42만 원)과 베개(12만 원)를 호텔 프런트에 주문해 사 가면 고단한 불면증이 ‘굿바이’ 하면서 사라져줄까. 피트니스클럽에 들어서자 한 남성 트레이너가 비누냄새 느낌의 청량한 미소로 체성분 분석을 권한다. “근육을 키우셔야겠어요.” 그래, 몸 근육을 키우면 마음의 근육도 단단해질 것 같다. 다음 날 수연은 하늘거리는 원피스 차림으로 미술관에 갔다. ‘신의 손-로댕’전에선 사랑하는 남녀 조각상의 손 위치를 유심히 살폈다. 때로는 목덜미, 때로는 배 위에 있는 창조적이고도 지적인 손.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청동상 ‘왈츠’ 앞에 서니 그들의 치명적인 사랑이 상상돼 울컥한 마음도 든다. 여름 세일이 한창인 호텔 맞은편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내 스페인 패션 브랜드 ‘망고’ 매장에도 들렀다. 지난해부터 수입회사가 제일모직으로 바뀐 후 옷 구성이 한결 좋아졌다. 목가적 느낌의 아이보리색 스커트, 과감하게 짧은 점프 슈트를 샀다. ‘난 그럴 만하니까. 힘을 내자, 수연.’○ 내 아이를 위한 동화 전 올해 세 살인 연우입니다. 엄마, 아빠와 다녀온 잠실 롯데호텔월드 캐릭터룸을 떠올리면 지금도 막 신나요. 요즘도 놀이방에서 “롯데월드, 롯데월드”라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랑한다니까요. 그렇게 그림책 같은 장소는 처음 봤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롯데월드 어드벤처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 인형이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 복도에선 동요도 흘러나왔어요. 방 안은 더 예뻤어요. 천장에는 하늘과 별이 그려져 있고, 침대 머리맡은 알록달록 퍼즐로 장식돼 있었어요. 키가 낮은 어린이용 세면대와 좌변기, 인형 모양의 휴지걸이와 칫솔세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 캐릭터 연필세트. 전 동화 속 주인공이 됐죠. 창문 커튼을 열었더니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어요. “야아, 롯데월드다”라며 폴짝폴짝 뛰었어요. 엄마는 방 안에 놓여 있던 롯데월드 어드벤처 자유이용권 2장을 들더니 “연우야, 우리 롯데월드 가자”고 했어요. 롯데월드 어드벤처 입구에서 엄마는 직원 아저씨랑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환호하면서 아빠랑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뭔 일인가 했더니, 최근 3개월간 이용실적이 있는 롯데카드 회원은 한 달에 한 번, 연간 6회 롯데월드 어드벤처 무료입장이 가능하대요. 하긴 놀이공원에 가면 엄마와 아빠 중 한 명은 제가 탈 놀이기구의 줄을 서거나, 유모차를 지키거나, 사진을 찍으니까 자유이용권이 굳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다음에 또 한 번 올 수 있겠다”며 우리 가족은 위풍당당하게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들어가 놀았답니다. 마음 약한 엄마에게 떼를 써서 분홍색 솜사탕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흐흐. 빨간색 미니마우스 머리띠를 쓰고 예쁜 척 사진 찍는 엄마, “난 자이로드롭이 재밌어”라는 아빠. 호텔방으로 돌아와서는 둘 다 저보다 먼저 곯아떨어지더라고요. 엄마, 아빠 맞아? ㅠㅠ○ 몰입해 독서하고 싶을 때 그랜드하얏트서울 1550호. 해외 출장이 잦아 수많은 호텔을 다녀본 유진은 이 그랜드 클럽 룸에 들어선 순간 ‘내 생애 기억에 남을 호텔 객실이야’란 생각을 했다. 한남대교와 이태원 일대 고급 주택들, 한강 너머 강남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일품이었다. 연갈색 목조로 단장된 그랜드 클럽 객실은 정갈한 이미지였다. 목욕 제품은 영국 왕실에서 사용한다는 ‘아로마 세러피 어소시에이트’ 브랜드. 평생회원들이 주로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는 3년 전 리노베이션돼 현대적 운동시설들이 즐비했다. 매 시간 요가 클래스도 있었다. 널찍한 야외수영장엔 아이와 함께 주말에 놀러온 아나운서 윤인구 씨가 눈에 띄었다. 떠들썩하지 않고 한적한 느낌. 일반 객실에 투숙하면 3만5000원을 따로 내야 하는 사우나도 그랜드 클럽 룸 숙박 고객에겐 무료였다. 분홍색 모래시계를 거꾸로 세워 한증막에서 땀을 빼니 한결 몸이 가뿐해졌다. 초등학생 아들은 미국으로 영어 캠프를 떠나고, 남편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그녀는 잠시 혼자가 됐다. 며칠 전 남편은 국제전화를 걸어와 “호텔에서 당신만의 시간을 가져봐”라고 권했다. 참 멋진 남자다. 일본 논객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의 대담을 실은 신간 ‘지(知)의 정원’,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 등 몇 권의 책을 챙겨 왔다. 오후 10시까지 무제한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클럽 라운지 서비스는 커피 마니아인 그녀에겐 매우 유용했다. 훗날 남편과 함께 다시 이 방에 오게 된다면 객실 창가에 함께 걸터앉아 황홀한 야경에 어울리는 프랑스 보르도 ‘샤토 팔메르’ 와인을 나눠 마시리라. 이른 아침 호텔 앞 구름다리를 건너 남산을 산책하리라. 한때 가슴 떨렸던 연애시대를 추억하며. ○ 3대 가족을 위한 시간 사랑하는 딸과 사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너희 덕분에 참 오랜만에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을 다녀올 수 있었네. 너희가 어렸을 땐 이 호텔 야외수영장 이름이 ‘맘모스 수영장’이었는데 말이야. 맞벌이 부부인 너희는 평소 어린 손자를 우리에게 맡기는 게 죄송하다며 이번에 호텔에 가자고 했지. 너희가 밤늦게까지 일하며 고생해 번 돈을 괜히 비싼 호텔비로 쓰는 것 같아 솔직히 우리 마음은 불편했었어. 그런데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클럽 스위트룸엔 더블 침대와 싱글 침대가 함께 놓여 있어 쾌적했고, 야외수영장 풀 사이드 뷔페의 LA갈비도 맛있더라. 우리 귀여운 손자 정민이가 모처럼 엄마 아빠와 널찍한 영유아 야외 온천 풀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너희가 권한 이 호텔 시어터의 블록버스터 급 디너쇼 ‘꽃의 전설’도 감명 깊었어. 부채춤, 비보이 춤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공연이 총망라돼 펼쳐지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넋을 잃고 보더라고. 워커힐 산책로를 손잡고 걸으면서는 “효도하는 딸과 사위 덕분에 노년에 호강하네”라고 얼마나 흐뭇해했는지. 얘들아, 고맙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CJ그룹은 22일 이례적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의 동정에 대한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습니다. 이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이 회사 기부 사이트인 ‘CJ 도너스 캠프’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저소득층을 격려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회장은 청바지에 앞치마와 주방장 모자 차림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쿠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CJ그룹이 이 회장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기는 참 오랜만입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맏손자인 그는 평소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아 CJ그룹의 뜻 깊은 사회공헌 활동까지 “외부로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해 왔죠. 그런데 CJ는 왜 이날 적극적으로 최고경영자(CEO) 홍보에 나섰을까요. 재계에서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탄생 100주년인 올해 이재현 회장이 달라졌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이에 앞서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CJ E&M(Entertainment & Media)센터 개관식 기념사에서 ‘선대 회장’(이병철 회장)이란 단어를 무려 6번이나 언급했습니다. “이 회장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했던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 가겠다”고 했죠. CJ 임원들은 “녹색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식품 세계화의 세 가지 큰 축으로 CJ그룹의 ‘제2 도약’을 꿈꾸는 이 회장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2008년 이 회장의 개인자금 관리를 둘러싼 살인청부 의혹 사건이 지난해 말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면서 이 회장의 그간 마음고생이 해소된 것 같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회장은 최근에 “친근하면서도 터프한 이미지를 주고 싶다”며 한동안 콧수염을 길게 기르기도 했습니다. 그의 측근들은 “일부의 건의에 따라 최근 수염은 자르셨지만 말단 직원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회장님에게 유머와 따뜻함이 늘었다”고 말합니다. 삼성가 장손으로서의 책임감을 늘 되새긴다는 이 회장. 그가 그동안의 ‘은둔’을 접고 CJ 경영에 어떻게 자기 색깔을 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21일부터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때아닌’ 세일 잔치를 벌인다. 이날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열리는 ‘2010 서울 그랜드세일’에 대거 참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최, 서울관광마케팅㈜ 주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방문의 해 위원회가 후원해 여는 이 행사는 서울의 쇼핑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페스티벌이다. 2004년 ‘하이 서울 그랜드세일’로 시작해 2008년부터 ‘서울 그랜드세일’로 명칭이 바뀌어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장소에서 각종 할인과 이벤트를 펼친다. 지난해엔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5곳이었던 이 행사의 참여 롯데 계열사는 올해 13곳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방문의 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롯데가 주도하는 올해 ‘그랜드세일’ 서울시는 원하는 업체는 어느 곳이나 참여할 수 있던 이 행사의 종전 성격을 올해 바꿨다. 4월 공고를 내고 제안서 심사를 통해 참여 업체를 선정한 것.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 업체들이 주로 참여한 데다 할인 혜택도 크지 않았다”며 “대형 업체의 참여를 유도해 행사의 브랜드 인지도와 질을 높이려고 심사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방문의 해 위원회 관계자와 관광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제안서를 낸 업체들의 점포 수, 세일 할인율, 프로모션 내용 등을 심사했다. 업종별로 단 한 곳만 선정한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시네마 등에선 모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참여업체로 결정됐다. 지난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이 모두 참여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태껏 이 세일을 통한 매출 증대 효과가 미미해 올해엔 제안서를 아예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신 부회장이 예산 등을 지원하며 롯데 계열사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엔 9∼11월 열렸지만 올해엔 7∼9월로 앞당겨졌다. 한국방문의 해 위원회 관계자는 “국내관광 비성수기인 여름에 외국인들을 많이 불러 모아야 한다는 신 부회장의 의지로 시기가 조정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유통 시너지’를 지닌 롯데 계열사들의 대대적인 참여로 지난해 80억 원 정도였던 이 행사의 매출이 올해엔 2,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광 공룡’도 꿈꾸는 롯데 롯데그룹은 다음 달 충남 부여에 롯데부여리조트 콘도미니엄을 연다. 4000억 원을 들여 165만 m²의 터에 짓는 이 리조트엔 2013년까지 테마파크와 아웃렛, 골프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의 한 임원은 “조만간 백제 문화권 시대가 올 것이라 준비해야 한다는 신 부회장의 뜻에 따른 사업”이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2014년 경기 화성에 짓는 유니버설스튜디오(사업비 3조 원), 2018년 준공 예정인 제주 서귀포의 롯데제주리조트(7000억 원)도 각별히 챙긴다고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롯데호텔도 9월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6월 부분 개관했다. 관광업계에선 “롯데뿐 아니라 재계의 다른 회사들도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신 부회장이 ‘맏형’의 모습으로 힘써줬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이헌정’이란 이름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 건 올초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는 ‘한국의 미’란 우리 그릇 전문가게에서였다. 흰색 백자토로 만든 네모난 그릇은 접시라고 하기엔 꽤 키가 높아 두부 같은 모양새였다. 용도를 묻자 점원은 “치즈나 조각 케이크를 올려 내면 어떻겠어요”라고 했다. 온갖 기교에 통달하고 나면 결국엔 비움의 단계에 오르는 스타일의 고수, 그것이 그 그릇의 첫인상이었다. 극도로 정제된 세련미가 마음에 들어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하다 결국 지갑을 열었다. 점원은 “이헌정이란 유명 작가가 만들었어요. 이분이 만든 도자기 테이블과 벤치를 지난해 스위스 바젤 디자인 페어에서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가 사 갔죠”라고 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미술 애호가 브래드 피트가 한눈에 반했다는 이헌정…. 얼마 후 화병을 장만하러 다시 ‘한국의 미’를 찾아갔다. 지나치게 장식에 치중한 유럽산 유리·도자 화병을 여럿 둘러본 후였다.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메이드 바이 이헌정’ 흰색 백자토 화병에 또 시선이 꽂혔다. 벨기에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순백색 구조미를 연상시키는 그 화병은 “나, 코리아 디자인이에요”라고 대놓고 외치지 않으면서도 뭔가 할 말을 많이 품고 있는 듯했다. 흰색인데도 꽤 묵직한 기운이 느껴졌다. 직원이 말했다. “핸드 메이드라 딱 두 개가 매장에 나왔는데, 한 개는 일본에서 화훼를 공부한 여성 플로리스트가 이미 사 갔어요. 동서양의 매력이 모두 있다면서요.” 서울 신라호텔 관계자에게서 “우리 호텔의 가장 비싼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유명 작가 작품 47점이 있는데 그중 한국인으로는 이헌정 씨의 가구가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식당 ‘일 치프리아니’, 서울 남산 소월길에 있는 한식당 ‘품’ 등 스타일리시한 식당들에서는 오래전부터 그의 그릇을 사용해 왔다는 말도 들려왔다. 품격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스타였다. 그뿐인가. 총길이 168m, 높이 2.4m의 세계 최대 도자 벽화로 서울 청계천의 명물이 된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도자 벽화도 그의 작품이란다. 이헌정(43),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이헌정을 만나러 가는 길 검색 사이트에 ‘이헌정’을 입력하니 그의 홈페이지(hunchunglee.com)가 나왔다. 경기 양평군에 있다는 주소와 휴대전화 연락처까지 친절하게 소개돼 있었다. 오전 이른 시간에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자 수화기 너머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그의 아내였다. “원하시는 날짜에 인터뷰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씨) 작품 사진은 전속인 ‘갤러리 서미’를 통해 받으실 수 있게 조치할게요.” 똑 부러지는 말투와 일처리로 짐작건대, 그녀는 남편의 매니저 역할을 일정 부분 맡고 있는 듯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 서미는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 창구로 지목한 곳으로 일반인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국내 최상류층 마니아 컬렉터들을 고객으로 둔 갤러리다. 홍익대 도예과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조각 전공)을 나와 1996년부터 도예와 설치미술 작품 전시를 해 온 이 씨의 저력을 알아보고 2008년 말 그를 전속작가(가구 부문)로 ‘모신’ 게 바로 홍송원 갤러리 서미 대표다. 지난해 스위스 바젤 디자인 페어, 올해 미국 마이애미 디자인 페어에서 이 씨가 세계적 관심을 받는 ‘컨템포러리 아트 가구 디자이너’로 도약하게 된 데는 갤러리 서미의 영향력도 큰 몫을 했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이 씨는 콘크리트를 여러 번 광내고 네 모서리를 둥글린 테이블, 도자기로 만든 스툴(등 없는 의자) 등 소재를 변화무쌍하게 사용해 가구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갤러리 서미 측은 “컬렉터에 대한 정보는 비밀”이라며 고객층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이 씨가 만든 테이블은 1000만 원대 이상, 스툴은 개당 100만 원대 이상이라고 귀띔해줬다. 이 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비게이션에 ‘전일교회’를 찍고 오시면 근방에 저희 집이 있어요.” 모던했던 제품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정답게 들려왔다. 8일 서울 도심으로부터 한 시간여 운전하니 전일교회가 나왔고, 다시 그의 안내를 들으면서 숲길을 운전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니 2310m²(약 700평) 대지에 들어선 흰색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나왔다. 작품을 한 점씩 팔아 모은 돈으로 손수 지었다는 그의 집 겸 작업실이었다.양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사진=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작품과 제품 사이… 오늘도 그는 여행을 꿈꾼다○ 전방위 디자이너, 예술을 말하다 집 내부는 인간적 냄새가 물씬한 아늑한 갤러리 같았다. 그의 콘크리트 테이블과 도자기 의자, 유명 사진가 김중만 씨가 찍어준 이 씨의 사진, 한국 전통 패브릭 디자이너인 모노컬렉션 장응복 대표가 이사 기념으로 선물한 자개장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지난해까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일했다는, 남편의 홍익대 도예과 2년 후배라는 그의 아내 조현주 씨가 백자토 머그 컵에 커피를 담아 인절미 떡과 함께 내왔다. 회색 콘크리트 테이블은 쓰다듬을수록 우리나라 계곡에 있는 돌멩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노란색 플라스틱 안경테를 쓴 이 씨가 말문을 열었다. “손으로 만져지는 아날로그 느낌을 좋아해요. 최근 가족과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땐 한 빈티지 가구상으로부터 산업혁명 시대의 조명과 철제 의자를 샀어요. 전 테크노마트에서 5만 원 주고 산 중고 휴대전화를 쓰고 인터넷도 잘 안 보는 ‘컴맹’이지만 망치, 양초, 볼트 같은 소재들에서 영감을 얻는 걸 즐기죠.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세계의 거대 생산 공장’ 중국의 영향으로 몇 년 새 유럽 디자인이 고전했는데, 요즘 다시 수공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다행이에요. 기계 공산품의 질적, 미적 저하를 가져온 산업혁명에 대한 반발로 19세기 생겨났던 아트 앤드 크래프트(Arts and Crafts) 운동의 부활인 셈이죠.” 가구를 만들기 전 그는 크게 도예와 설치미술, 두 가지의 작업을 했다. 도예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설치미술은 예술적 감수성을 위해서였다. 그는 “도예는 손을 놓아야 할 때 더 집착 말고 놓아야 하는 것, 설치미술은 관념을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라며 “그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5년 전 양평에 집을 짓고 그 안에 가구를 만들어 채워 넣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오래전부터 가구에 관심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에 기능적 보완을 해 만들면 결국 가구가 되는 거였다. 그가 지금까지 열어왔던 숱한 전시들의 제목엔 유독 ‘여행(Journey)’이 많다. 그에게 있어 여행은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예술의 여정이다. 도예, 설치미술, 가구 그리고 건축까지(그는 몇 년 전 늦깎이로 입학한 경원대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최근 끝냈다). 단, 대부분의 작품엔 이름을 달지 않는다. 이른바 ‘무제(Untitled)’다. “제목을 달면 사람들이 그 제목의 틀 속에 갇혀 버리잖아요. 때로는 예술이란 장르가 참 허풍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전 직관에 따라 제가 좋아하는 걸 만들 뿐인데, 사람들은 한껏 진지하게 묻죠. ‘이 작품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라고. 언젠가는 라디오에서 6·25전쟁 특집방송이 나오기에 만지작거리던 흙을 군인 모양으로 만들어봤어요. 그랬더니 누군가 ‘반전(反戰) 사상을 담았느냐’고 묻더라고요. 난감했어요.” 쓰는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이듯 이 남자, 자신의 예술 작품과 솔직담백한 느낌이 어쩜 그리 닮았는지….○ 그리고 여행은 계속된다 그의 작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 달 항아리들은 나무 선반 위에도 놓여 있지만 일부 큰 항아리들은 마치 어느 시골 마을의 장독대 풍경처럼 그저 수북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그는 전시를 할 때도 종종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둔다고 했다). 도자기로 만든 스툴의 옆면엔 익살스러운 사람들의 표정이 동화처럼 그려 있기도 했다. 형형색색 칠한 어른 키 두 배 높이의 도자기 조각상을 가리키며 이 씨가 말했다. “제주에 별장을 갖고 있는 어떤 분이 이 조각상을 구입해 굴뚝으로 사용하려고 한대요. ‘누구 집에 물방울 그림이 있으니, 나도 집에 들여 놓아야겠다’는 과시적 태도가 아니라 그분만의 개성적 감성이 있는 것 같아 기뻤어요. 굴뚝은 싸구려란 인식을 날려 버린 거잖아요.” 미술계와 산업계의 30대 ‘젊은 파워’들도 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홍송원 대표의 차남인 박필재 서미앤투스 이사는 “예술의 영역을 규정짓는 건 무의미하다”는 이 씨의 든든한 후원자다. 이부용 대림산업 전 부회장의 아들인 이해영 대림비앤코(욕실 전문기업인 옛 대림요업) 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 이헌정 씨의 위생도기(변기) 설치작업을 전시하고 있다. 콘크리트 벽면에 변기가 90도 회전돼 매달려 있다. 이 씨는 “항상 바닥에 놓여 있던 변기를 벽에 다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충격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여행을 떠난다. 유명 패션 브랜드 ‘질샌더’가 유니클로와 손잡고 ‘+J’란 대중적 브랜드를 만들었듯, 그도 최근 ‘바다(BADA)’라는 실용적 도예 브랜드를 만들었다. 관념을 충실히 담아야 하는 ‘작품’과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는 ‘제품’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주상복합건물 ‘부티크 모나코’에 둥지를 튼 ‘바다’엔 이 씨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일반인도 크게 부담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우리 그릇들이 있다. 이 씨는 이 브랜드 설립을 주도했을 뿐 실제 운영은 아내 조현주 씨가 맡는다. 이 씨의 미국 유학생활 동안, 그리고 이번 인터뷰 내내 옆에서 묵묵히 도왔던 아내는 어쩌면 ‘이헌정 스타일’을 일구게 한 일등 공신인지도 모른다. 이 씨는 양평 작업실을 ‘캠프(Camp) A’, 바다 매장을 ‘캠프 B’라고 불렀다. 군사 작전용어 같은 어감 선택이 딱 그답다. 미래의 캠프 C와 캠프 D는 어느 곳이 될지. 그들의 여행, 앞으로도 계속 궁금해진다.양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980년대 초반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를 다니던 C 오닐 브라운 씨는 이 학교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여성에게 마음을 뺏겼다.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패션을 공부한 그녀의 이름은 암살라 아베라(사진). 사랑에 빠진 그들은 1985년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과장된 장식의 웨딩드레스가 유행하던 시절이어서 간결미를 원하던 아베라는 직접 드레스를 만들었다. 가난한 조국 에티오피아를 떠나온 그에게 손수 옷을 지어 입는 건 평범한 일상이었으니. 그는 결혼 이듬해인 1986년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서 웨딩드레스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럭셔리 웨딩드레스 브랜드 ‘암살라’의 시작이다. 그가 12일 한국에 왔다. 중국 및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한국 시장을 다지기 위해서다. 그의 곁엔 올해 하버드대를 졸업한 23세 외동딸 레이철 씨, 아내가 설립한 브랜드를 ‘암살라그룹’으로 성장시킨 최고경영자 남편이 있었다. 암살라그룹엔 세련된 맨해튼 신부를 대표하는 ‘암살라’, 줄리아 로버츠와 손태영 등 스타들이 찾는 드라마틱한 ‘케네스 풀’, 클래식한 신부를 위한 ‘크리스토스’ 등 개성이 뚜렷한 세 개 브랜드가 있다. 아베라는 에티오피아 최고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게 아닐까. 그는 “에티오피아 출신인 걸 늘 자랑스러워하지만 내 이름을 미국 패션업계에 알리는 건 매우 힘겨웠다”며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이룩하도록 계속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긴 ‘암살라’가 뉴욕 부자 손님들의 입소문을 얻기 시작해 지금의 명성을 쌓게 된 건 ‘암살라 블루리본 라인’으로 불리는 고급스러운 드레스 덕분이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