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도시재생법이 시행돼 도심 재개발이 활발한 일본 도쿄에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이끄는 신(新) 명소는 단연 복합쇼핑몰이다.
롯폰기(六本木) 지역의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을 비롯해 도쿄역 주변의 마루노우치 빌딩과 신마루노우치 빌딩, 도쿄의 인공섬 도요스 개발지구에 있는 라라포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부산 중구 중앙동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광복점 본관은 ‘한국판 롯폰기힐스’의 전초전이었다. 이달 25일 아쿠아몰(총면적 5만1104m², 영업면적 3만545m²)을 열면서 ‘부산 롯데타운’의 1단계 프로젝트를 마치는 롯데그룹은 이 일대에 2014년 롯데마트와 시네마, 2016년 107층짜리 초고층 호텔과 오피스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왜 롯데는 복합쇼핑몰을 선택했을까.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에 찾아가 답을 찾아봤다.
○ 이젠 감성을 쇼핑하는 시대
12일 도쿄 롯폰기힐스 내 모리타워 52층 ‘도쿄 시티 뷰’ 전망대는 평일 낮 시간인데도 붐볐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한 층 위인 53층 모리미술관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운영해 도쿄의 샐러리맨과 외국인 관광객을 한꺼번에 잡고 있었다. 마쓰나가 아쓰시 롯폰기힐스 부장은 “문화 도심을 만든다는 발상 덕에 도쿄 일반 백화점의 고객 평균 체류시간이 1시간 남짓인 데 비해 롯폰기힐스에선 4시간”이라며 “전망대와 미술관 효과가 크다”고 했다.
롯폰기힐스(2003년 개장)에 이어 2007년 문을 연 미드타운은 ‘도심 속 고품격 일상’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롯폰기힐스와 경쟁하고 있었다. 미드타운 전체의 40%를 이루는 녹지 공간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디자인 미술관 ‘21_21 디자인 사이트’도 있어 현대 미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시다 유키오 미드타운 매니저는 “미드타운 가이드 투어, 어린이캠프, 디자인 어워드 등으로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키려 한다”며 “도쿄의 도심 쇼핑몰이 고급화되니 동네 전체의 품격과 가치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 국내 최대규모 문화홀도 들어서
25일 문을 여는 롯데 광복점 아쿠아몰은 가족 고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지하 1층∼지상 3층 중앙 공간에 높이 21m의 실내 영상 음악 분수를 설치해 ‘아쿠아틱쇼’를 펼치는 것. 최근 미리 둘러본 시연쇼에선 영화 ‘스타워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물줄기와 형광색 레이저빔이 화려하게 어우러졌다. 차분한 음악에는 파스텔색 조명이 비췄다. 고객에 미리 신청하면 이 분수에서 생일축하와 프러포즈 이벤트도 할 수 있다.
11∼13층에 마련되는 옥상공원은 본관 옥상정원과 합치면 6200m²(약 1876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백화점으로는 최초로 전망대도 생긴다. 글로벌 자기상표부착방식(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2층 전체(2300m²)를 통째로, ‘아디다스’ 등 주요 스포츠 브랜드들은 복층 구조로 자리 잡았다.
10층엔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의 문화홀(1157m²·약 350평)도 들어선다. 갤러리와 문화센터도 갖췄다. 설풍진 롯데백화점 광복점장은 “일본의 복합쇼핑몰들을 둘러본 뒤 단순한 쇼핑시설이 아닌 ‘즐길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