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비비고’ 샐러드형 비빔밥… 오피스 여직원 입맛을 잡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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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생선을 밥 위에 얹는 일본의 스시는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인들에게 낯선 요리였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 내 일본인의 돈줄이 흐르는 곳을 따라 뉴욕에 생겨난 스시 전문점들은 유행을 이끄는 상류층 백인 손님을 확실히 잡아 세계적 음식으로 거듭났다.

한국의 비빔밥은 어떻게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을까. CJ푸드빌이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문을 연 비빔밥 전문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 답은 ‘유행에 민감하고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중국의 25∼34세 여성을 잡아라’다.

5월 서울 광화문에 본점을 열고 8월 해외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에 진출한 ‘비비고’는 고객 구성과 인기 메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객 성별 비율은 광화문점이 남성 40%, 여성 60%인 데 비해 왕푸징(王府井) 거리의 최대 쇼핑몰인 ‘동방 신천지’에 자리 잡은 베이징점은 남성 20%, 여성 80%로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장 입구부터 밥, 소스, 토핑을 선택하고 계산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는 ‘패스트푸드형 비빔밥’을 중국 여성들이 트렌디하게 여긴다는 게 CJ푸드빌 측의 설명이다.

인기 메뉴도 다르다. 서울에선 전통적인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의 매출 비중이 80%인데 베이징에선 이 두 메뉴의 매출 비중(40%)보다 ‘비비고 라이스’의 매출 비중(50%)이 높다. 비비고 라이스는 샐러드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나물이라는 한국 스타일의 채소 조리법을 알리기 위해 ‘라이스 샐러드’의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메뉴. 각종 나물에 밥을 한 국자 떠 담는 형태로 개발했더니, 다이어트를 원하는 직장 여성들이 몰려들고 있다.

‘비비고’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레스토랑 이름을 지을 정도로 의욕을 갖는 한식 글로벌 프로젝트다. CJ그룹의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한식뿐 아니라 한식을 먹는 방법인 식(食)문화를 전파하는 데 관심이 크다”며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12월 싱가포르에 비비고가 진출할 때도 각 나라 트렌드세터(의식주와 관련한 각종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잡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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