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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를 암살하고 예멘 후티 반군(후티) 등으로 공격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지원해 온 이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동 내 영향력 확대 역할을 해온 ‘안보 자산’인 무장단체들이 큰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에 밀려 뚜렷한 대응책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이란 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는 신정 일치 정치체제인 이란의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나스랄라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란혁명수비대(IRGC) 간부 등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NYT에 따르면 나스랄라가 암살된 직후 하메네이의 자택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가 열렸고 당시 IRGC 관계자 등 강경파 인사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이스라엘을 타격해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확전을 위해 쳐놓은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재개를 통한 경제 제재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회의는 일단 직접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헤즈볼라를 재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란은 지난달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에 이어 핵심 지도부 암살로 큰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의 통신과 지휘체계 등을 복구하기 위해 조만간 IRGC 고위 사령관을 레바논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저항군의 선봉에 나서 중동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별도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군의 공격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보복 의지는 강조했지만 이란의 직접 개입과 세부적인 보복 방식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배킬 중동국장은 “현재 이란은 어떤 행동을 해도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에 처했다”며 “하메네이가 직접 보복을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이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후티)까지 공격하자 아랍권 최대 언론 알자지라가 이같이 진단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등을 잇달아 암살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을 의미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과의 확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주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계속해서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스랄라의 암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열흘 전 35%였던 지지율이 8%포인트 올랐다. ● 이 전투기, 1800km 날아가 후티 공습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시설 등을 집중 공격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800km 떨어진 예멘 남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 수십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최소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더 정확한 타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의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일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후티가 텔아비브 일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숨지자 당시에도 호데이다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후티,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랄라가 암살된 후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후티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도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남서부의 주택가 알콜라 지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부서졌고 최소 4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날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PFLP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휘관까지 사살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이 적을 (무제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알자지라는 진단했다. ● 네타냐후, 지지율 급등-의석 확대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상승을 포함해 국내 여론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4석을 보유한 보수 성향 ‘새희망’당을 이끄는 기드온 사르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전체 의석 120석 중 68석을 차지하게 됐다. 사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의 동료였다. 2020년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계기로 결별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이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연정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을 고수할 여건이 마련되면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완전히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및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 중동 지역 내 긴장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전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중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을 이용한 ‘정밀 공습’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이번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그의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며칠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도 함께 숨졌다고 공개했다. 닐포루샨은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이란의 군사 작전을 담당해 왔던 인물이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수행한 표적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ABC는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추가로 제거하는 소규모 지상전을 시작하거나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또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나스랄라의 시신이 29일 수습됐고, 온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나스랄라의 사망 원인은 폭발 충격에 따른 흉부 압박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벙커버스터 등 100여발, 2초간격 퍼부어… 지하 7층 깊이 초토화[헤즈볼라 수장 암살]이스라엘, 1년 동안 암살작전 준비… 네타냐후 유엔 참석은 ‘연막 전술’F-15I 8대 출격해 폭탄 집중 투하… 벙커버스터, 콘크리트 꿰뚫고 폭발소나기 공습으로 지하층 연쇄 파괴“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7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하이 레빈 준장은 28일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등 폭탄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전투기 8대에) 2000파운드(약 907kg)에 이르는 BLU-109가 최소 15발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건물 한 층 높이(2.5∼3m)를 고려하면 해당 벙커는 지하 7층 정도 깊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뉜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했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위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비슷한 방식의 벙커버스터 투하 작전을 진행하며 효과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나스랄라 암살을 준비했고, 미국에 관련 계획도 전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미국의 반대에 당장 작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추적을 계속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도 헤즈볼라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연설 전에 작전을 승인했다”며 “나스랄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지켜보던 중 공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로이터통신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으로 해 그를 본 사람이 매우 적었다”며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 내부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64)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대표주자 격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었다. 그는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헤즈볼라를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점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차기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로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 ‘2인자’로 여겨져 온 나스랄라의 사촌 하솀 사피엣딘(60·사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1월 미국의 공격으로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과 사돈 관계일 정도로 이란과 가까운 인물이다.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가 돼 이라크와 이란에서 유학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직후 헤즈볼라가 출범하자 합류했다. 설립자 압바스 무사위와 선후배 성직자 관계로 가깝게 지냈던 그는 헤즈볼라 창립 10년 만인 1992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사위가 숨지자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TV방송 연설에 자주 나섰고, 1997년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18세였던 장남이 사망한 직후에는 “내 아이는 순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스랄라는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직후 아랍권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2006년 이스라엘을 곤경에 몰아넣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34일 전쟁’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기간 헤즈볼라는 레바논 제도권 정당으로 안착했다. 학교와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해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에서 ‘국가 내 국가’로 평가받을 만큼 탄탄한 정치 기반을 다졌다. 한편 사피엣딘은 1992년 나스랄라에 이어 집행위원장에 올랐고, 미 국립국방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스라엘 매체인 와이넷에 따르면 2008년 나스랄라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한 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사피엣딘은 유력 성직자 집안 출신으로 이란에서 유학했다. 또 아들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딸과 결혼했다. 그가 헤즈볼라 수장에 오르면 이란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피엣딘은 수년간 은신한 나스랄라를 대신해 대외 활동을 수행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 이후 열린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8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이번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차이 레빈 준장은 28일(현지 시간) 암살 성공 뒤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 정밀직격탄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NYT에 “2000파운드(907㎏)급 정밀직격탄(JDAM)인 BLU-109를 최소 15발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약 지하 7층)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는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큰 상황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눠진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 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하는 방법을 썼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윗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벙커버스터를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활용하며 전술적 가치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부터 나스랄라 암살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쟁이 발발 직후 미국에 나스랄라 암살 계획을 전달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만류했다고 한다.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포기할 뜻이 없었다. 계속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있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실시간 보고하고 작전 승인 명령을 받았다. 작전을 수행한 69비행대대는 이스라엘 공군 내에서 ‘핵심 임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레빈 준장은 “수십 년간 관련 임무를 수행해온 베테랑 예비역들까지 투입했다”고 말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 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헤즈볼라 내부에 성공적으로 침투해 나스랄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게 작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64)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대표주자 격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었다. 그는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헤즈볼라를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점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차기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로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 ‘2인자’로 여겨져 온 나스랄라의 사촌 하솀 사피엣딘(60)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1월 미국의 공격으로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과 사돈 관계일 정도로 이란과 가까운 인물이다.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가 돼 이라크와 이란에서 유학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직후 헤즈볼라가 출범하자 합류했다. 설립자 압바스 무사위와 선후배 성직자 관계로 가깝게 지냈던 그는 헤즈볼라 창립 10년 만인 1992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사위가 숨지자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TV방송 연설에 자주 나섰고, 1997년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18세였던 장남이 사망한 직후에는 “내 아이는 순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나스랄라는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직후 아랍권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2006년 이스라엘을 곤경에 몰아넣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34일 전쟁’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기간 헤즈볼라는 레바논 제도권 정당으로 안착했다. 학교와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해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에서 ‘국가 내 국가’로 평가받을 만큼 탄탄한 정치 기반을 다졌다.한편 사피엣딘은 1992년 나스랄라에 이어 집행위원장에 올랐고, 미 국립국방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스라엘 매체인 와이넷에 따르면 2008년 나스랄라에 대한 암살시도가 발생한 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시피엣딘은 유력 성직자 집안 출신으로 이란에서 유학했다. 또 아들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딸과 결혼했다. 그가 헤즈볼라 수장에 오르면 이란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사피엣딘은 수년간 은신한 나스랄라를 대신해 대외 활동을 수행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 이후 열린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핵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63)이 26일(현지 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런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런 IAEA의 수장인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은 그간 한국과 국제사회가 고수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 일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터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핵무기 최대 50개 보유”그로시 총장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라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후 국제적 관여가 없었고 핵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생산시설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핵탄두를 30개 또는 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 외에 세계 주요국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서 모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24일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전 세계 분쟁을 우려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6일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비핵화란 용어는 우리에겐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측은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북한은 (대화)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 왔다. 또 대화 와중에도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오브라이언 “韓 방위비, GDP 3.0∼3.5%로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 훨씬 많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인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0∼3.5%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도 압박했다. 현재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국방비로 GDP의 2.8%를 쓰고 있다. 평균 2%가 안 되는 유럽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이자 미국에 4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을 도와 양국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앨런 김 선임 연구원은 이날 ‘2024 미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무역의 적(適), 안보의 무임승차자’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의 재집권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산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7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각각 ‘이재명 국감’ ‘김건희 국감’으로 만들기 위해 ‘증인 전쟁’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확인할 ‘스모킹건’을 찾겠다며 김 여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내에 ‘김건희 국정농단 태스크포스(TF)·조사단’도 꾸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인사를 대거 국감 증인으로 불러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디올백 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는 주가 조작 의혹으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증인 채택을 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주가 조작 관련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종합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쟁 목적을 위해 민주당이 국감 증인을 일방적으로 채택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김 여사의 석사 논문을 심사한 숙명여대의 표절 검증 지연 의혹에 대해 전현직 총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행정안전위원회도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원과 명 씨,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행안위에서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증인 명단에 올렸다. 또 법사위 차원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의혹의 주요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회유·협박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와 변호인 등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한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파고들 것”이라며 “끝까지 야당을 압박해 여당 측 증인들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22대 국회 첫 국감 ‘증인 전쟁’野, 디올백-주가조작 등 집중 타깃… 與는 대장동 의혹 인물들 부르기로與野 경쟁에 과방위 증인만 108명… 상임위별 기업인들도 대거 채택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7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하겠다며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대통령 관저 불법 증개축, 논문 표절 등 의혹과 관련된 증인, 참고인을 대거 채택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파헤치겠다고 맞서면서 대장동 개발, 법인카드 의혹 등을 겨냥한 증인·참고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경쟁적으로 증인 채택을 시도하면서 과방위는 증인 108명, 참고인 53명 등 161명에 달한다. 법사위도 증인 84명, 참고인 16명 등 100명을 채택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도 각각 46명, 27명이다. 과방위는 지난해 참고인 2명만 채택했고, 법사위는 증인 6명이었다. 증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국회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고,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할 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참고인은 이 같은 의무가 없다.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 등 주요 상임위에서는 절반 이상이 정쟁성 공방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 野 김건희 올인… 與 이재명-문재인 겨냥민주당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는 김 여사 공천 개입 관련 의혹 대상자로 증인 채택됐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법사위에서 ‘채 상병 순직 수사,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멋쟁 해병’ 단톡방 참가자로 지목된 최동식 씨 등을 증인으로 의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에서는 민주당이 대통령 관저 불법 증개축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영부인 특혜 논란 등과 관련한 증인 12명을 채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 ‘21그램’의 김태영 대표를 비롯해 관련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양평군청 도시건설국장,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경동엔지니어링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행안위에서는 김 전 의원과 명 씨를 다음 달 10일 열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감에서 재차 증인으로 채택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장윤금 전 숙명여대 총장과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을 각각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의 주요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 증인·참고인 39명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 등도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국민의힘은 행안위에서 이재명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관련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에서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상임위마다 기업인 증인 ‘줄채택’여야는 상임위별로 기업인들도 증인으로 대거 부르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강한승 쿠팡 대표,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의결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중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증인에 포함됐다. 참고인으로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를 불렀다. 과방위에서는 김영섭 KT 대표이사,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참고인으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등을 부르기로 했다. 행안위에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크 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이 참고인 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환노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협상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업인들에게 질문할 생각도 없으면서 일단 부르고 보자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체육계 비리와 관련해 정몽규 축구협회장, 김병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데임 매기 스미스가 27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스미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데임 매기 스미스는 런던 첼시 앤 웨스트민스터 병원에서 치료받다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길은 친구와 가족들이 함께했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영국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2001~2011년)에서 주인공 해리포터의 스승 맥고나걸 교수 역할을 맡아 유명하다. 스미스는 2015년 TV토스쇼에 출연해 70여년에 달하는 배우 경력 중 해리포터는 자신에게 특별한 작품이라며 “아주 작은 사람들(어린이)이 여전히 다가와 인사를 건네곤 한다”고 말했다. 영국 드라마 ‘다운튼애비’ 시리즈(2010~2014년)에서 맡은 꼬장꼬장한 미망인 바이올렛 크라울리 역할을 통해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스미스의 트로피 수납장에는 BBC부터 할리우드, 웨스트엔드부터 브로드웨이에 이르기까지 영국과 미국 대중문화에 그가 남긴 특별한 업적이 담겨있다”며 “셰익스피어 연극부터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모두 소화할 용기와 재능을 가진 마법 같은 스타였다”고 전했다. 1934년 영국 에섹스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17세에 유명 극장 옥스퍼드 플레이하우스에서 코미디 뮤지컬 연극에 출연하며 데뷔했다. 24세에는 스릴러 영화 ‘노웨어 투 고’로 영국 바프타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며 이름을 알렸다. 4년 뒤에는 영국 국립극단에 합류해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 연극에 출연했다. 평생 연극(70편 이상)과 영화(60편 이상), TV 드라마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했다. 1969년 진보적 사회관을 가진 1930년대 여학교 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1978년 코미디 ‘캘리포니아 스위트’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외에 토니상, 골든글로브상, 바프타상 등을 수상했다. 1990년 남자의 기사 작위에 해당하는 데임 작위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88세의 나이로 스페인 패션 브랜드 ‘로에베’의 모델로 발탁돼 화제가 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국제사회의 핵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63·사진)이 26일(현지 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런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IAEA는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IAEA의 수장인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은 그간 한국과 국제사회가 고수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 일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터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핵무기 최대 50개 보유”그로시 총장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후 국제적 관여가 없었고 핵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생산시설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핵탄두를 30개 또는 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 외에 세계 주요국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서 모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24일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전 세계 분쟁을 우려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6일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비핵화란 용어는 우리에게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외교부는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북한은 (대화)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 왔다. 또 대화 와중에도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오브라이언 “韓 방위비, GDP 3.0~3.5%로 늘려야”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 훨씬 많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인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0~3.5%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도 압박했다. 현재 한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다만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국방비로 GDP의 2.8%를 쓰고 있다. 평균 2%가 안 되는 유럽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이자 미국에 4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을 도와 양국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앨런 김 선임 연구원은 이날 ‘2024 미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무역의 적(適), 안보의 무임승차자’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의 재집권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산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오는 11월 5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뉴저지주·민주당)이 26일(현지 시간) “한일 관계에 여전히 깊은 우려와 도전이 있지만 공동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일 협력 회의론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현재 상황과 변화의 속도가 상당히 놀랍다. 개방성과 협력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 정부에서 (관계 강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느껴지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관계가 더 구축되어야 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날 대담자로는 케네스 와인스타인 일본 의장이 나섰다. 김 의원은 “(한일 관계에) 여전히 깊은 우려와 도전이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며 “협력해야 공동의 번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 회의론에는 설득으로 맞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군 주둔을 미국의 비용 문제로 보던 시각을 두고 “(의구심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며 “이제는 앞으로 70년에 대한 비전과 한미일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많은 이들은 그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뉴저지주에선 1972년부터 50년 넘게 민주당 후보가 줄곧 상원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198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고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3일부터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펼쳐 온 이스라엘이 조만간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에 돌입하면 2006년 7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해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레바논과 이스라엘에선 각각 약 1200명과 160명이 숨졌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5일 “예비군 2개 여단을 레바논 국경과 맞닿은 이스라엘 북부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북부에 주둔 중인 제7기갑여단을 방문해 “우리의 군화가 적들의 영토를 짓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25일 헤즈볼라 군사시설 등 목표물 280여 곳을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 등은 이날 공습으로 “최소 7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9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23일부터 26일까지 레바논에서 6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등은 24일부터 뉴욕 유엔총회 등을 통해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25일 공동 성명을 내고 “더 광범위한 지역적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며 3주간의 휴전을 제안했다. 이에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더러운 전쟁을 끝낼 계획을 지지한다”며 휴전에 찬성했다. 헤즈볼라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26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북쪽에는 휴전이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헤즈볼라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혀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양측의 전면전이 시작되면 누구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동의 비(非)국가 무장단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고, ‘작은 이란’으로 불리는 헤즈볼라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상전에선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첨단 무기나 정보 자산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교착 상태에 빠졌던 ‘34일 전쟁’ 때의 어려움을 다시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약 5만 명(미 의회 추산)의 대원을 보유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에 비해 병력이 적지만 게릴라전에 능숙하다. 2014∼2017년 이슬람국가(IS) 퇴치전 등을 통해 전투 경험을 쌓았으며, 이스라엘 침투를 목표로 2006년 창설된 특수부대 ‘라드완’은 이스라엘군이 경계하는 정예부대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이란제 대전차미사일 ‘알마스’와 국경지대에 만들어 놓은 수많은 땅굴도 이스라엘군에는 상당한 위협이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로켓 및 미사일 보유량은 약 15만 기다. 단거리 로켓을 대거 발사해 아이언돔(이스라엘 방공망)에 부하가 걸리면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으로 후방 침투를 노릴 수 있다. WSJ는 전직 헤즈볼라 간부를 인용해 “이란의 최첨단 무기는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3일(현지 시간)부터 연일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는 가운데, 24일 이스라엘군 정보부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가 이같이 밝혔다. 23∼25일 레바논 전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592명의 사망자와 193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지만 대규모 군사 작전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25일 레바논 내 280여 개의 헤즈볼라 관련 표적을 타격했다. 23일과 24일에도 각각 1600여 개와 1500여 개의 표적을 타격했다. 25일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에서 7기갑 여단의 훈련을 참관한 오리 고르딘 이스라엘군 북부사령관은 “전쟁의 새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해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7기갑 여단은 헤즈볼라와의 지상전 발발 시 투입될 것으로 여겨지는 부대다.● 확전으로 ‘정치생명 연장’ 나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 연장 의지가 꼽힌다. 2022년 12월 말 세 번째 임기(첫 임기 1996년 6월∼1999년 7월, 두 번째 임기 2009년 3월∼2021년 6월)를 시작한 네타냐후 총리는 역대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다. ‘강한 안보’를 앞세워 장기 집권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 또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인질 구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두 번째 재임 시절 불거진 비리 혐의 등으로 거센 사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는 최대한 ‘전시 상황’을 유지하고, 동시에 헤즈볼라 무력화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송웅엽 전 주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 대사는 “간신히 유지되는 극우 연정, 개인 비리 등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며 “확전을 계속 추진하며 지지를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개선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권에서도 헤즈볼라에 강경 대응하는 데 찬성하는 분위기다. 6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강행에 반대하며 전시 내각을 탈퇴했던 야권 지도자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25일 “헤즈볼라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도 (레바논) 영토에 들어가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 및 확전을 지지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사태 개입 선 그어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 사실상 중재 여력이 없다는 점도 네타냐후 총리가 인명 피해 증가에 따른 비난에도 공격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임하며 사실상 레임덕(권력 누수) 상황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도 이번 사태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헤즈볼라가 최근 이란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란의 개입이란 변수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 하지만 확전이 네타냐후 총리가 원하는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가일 탈시르 히브리대 정치학과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로 로켓 수천 발을 발사할 때도 국민들이 그를 용인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25일 이란제 탄도미사일 ‘까데르1’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겨냥해 발사했으나 중장거리 미사일 방공망인 ‘다윗의 돌팔매’에 의해 격추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23∼24일(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목표로 레바논 전역을 공격해 현지 보건부 추산 최소 558명이 숨지고, 1835명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아동과 여성이 각각 최소 50명과 94명 포함돼 있다. 또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2006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해 발발했던 이른바 ‘34일 전쟁’(약 1200명 사망) 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계속 진행할 뜻을 드러낸 가운데 헤즈볼라 역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어 사실상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섬멸 작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공습에 ‘북부 화살(Northern Arrows) 작전’이란 명칭을 붙였다. 이날 레바논 전역을 650여 차례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 1600여 개를 타격해 주거지에 숨겨진 순항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거 발송하는 등 향후 공습 강도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은 그들(헤즈볼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협을 선제 제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24일 “헤즈볼라에 유예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공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반격 의지를 강조하며 23일 밤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과 무인기(드론) 약 250발을 발사해 무기공장 등을 파괴했다. 헤즈볼라는 24일에도 “이스라엘 북부 군수 시설 등에 로켓 100발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 NNA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시 24일 레바논 베이루트, 동부 바알베크 지역, 남부 제진과 마르제윤 지역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로켓 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꾸바이시가 사망했다고 전했다.이 “레바논 집 떠나라” 문자살포… 수만명 피란, 식료품 비축 ‘패닉’[이스라엘, 레바논 융단 폭격]558명 사망에도 브레이크 없어… 헤즈볼라 섬멸위해 공세 지속 뜻네타냐후, 정치생명 연장위해 폭주… 바이든 레임덕 등 중재 공백 상태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부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레바논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6년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현지에선 ‘이미 전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특히 집중됐던 남부 지역에선 주민 수만 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식료품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주요 공습 지역에 거주하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안전을 위해 당장 집을 떠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사태를 겪었고, 표적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관을 대거 잃은 헤즈볼라를 섬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전쟁 장기화, 개인 비리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 섬멸’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권력 누수(레임덕)’에 직면해 현 상황을 중재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력화한때 ‘가장 강력한 비(非)국가 무장단체’라는 평을 얻었던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 폭발 테러로 내부 교신망은 붕괴됐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23일 CNN은 “최근 한 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력 차이가 드러났다”며 “헤즈볼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지휘통제권, 장비, 사기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동안 이스라엘은 단 한 명의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큰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헤즈볼라 공격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거의 유일한 성과라는 점도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 격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와 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18%였지만, 이달 19일의 지지율은 23.4%로 크게 올랐다.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해 지상군 투입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의 개입, 교전 장기화 등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레바논에도 지상군을 보낼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국제사회, ‘중재 공백 상태’에 빠져국제사회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임기 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의 전쟁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랍의 중심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중동과 국제사회는 사실상 ‘중재 공백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부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레바논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6년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현지에선 ‘이미 전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특히 집중됐던 남부 지역에선 주민 수만 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식료품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주요 공습 지역에 거주하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안전을 위해 당장 집을 떠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사태를 겪았고, 표적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관을 대거 잃은 헤즈볼라를 섬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전쟁 장기화, 개인 비리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 섬멸’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권력 누수(레임덕)’에 직면해 현 상황을 중재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력화한때 ‘가장 강력한 비(非)국가 무장단체’라는 평을 얻었던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 폭발 테러로 내부 교신망은 붕괴됐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23일 CNN은 “최근 한 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력 차이가 드러났다”며 “헤즈볼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지휘통제권, 장비, 사기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동안 이스라엘은 단 한 명의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큰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헤즈볼라 공격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거의 유일한 성과라는 점도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 격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와 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18%였지만, 이달 19일의 지지율은 23.4%로 크게 올랐다.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해 지상군 투입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의 개입, 교전 장기화 등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레바논에도 지상군을 보낼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국제사회, ‘중재 공백 상태’에 빠져국제사회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임기 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의 전쟁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랍의 중심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중동과 국제사회는 사실상 ‘중재 공백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안녕하세요, 해리스 대통령님.”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19일(현지 시간) ‘토크쇼의 여왕’ 오프리 윈프리가 마련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초청 행사에 화상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짐짓 실수라는 듯 “앗”이라고 하자 행사장 곳곳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국을 위한 연대’로 이름 지어진 이날 행사는 미 경합주 중 하나인 미시간주 파밍턴힐스에서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윈프리의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를 연상시켰다”고 전했다. 윈프리는 지난달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깜짝 연사’로 등장해 지지 연설을 했다. 줄리아 로버츠와 제니퍼 로페즈, 벤 스틸러 같은 스타들도 화상으로 참석해 해리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약점으로 꼽히는 불법 이민자 대책과 관련된 질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국경안보 강화 법안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무산시켰다”며 “대통령이 되면 다시 추진해 서명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총기 소지 문제에 대해선 자신은 ‘몰수’가 아닌 ‘규제 확대’를 원한다며 보수층 유권자에게 구애했다. 총기 구매 시 신원 조회 의무화, 위험 인물의 총기 소유 제한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자고도 강조했다. 스트리프가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해리스 후보는 “두려움 때문에 투표를 망설이지 말라”고 답했다. 이번 대선을 낙태권과 성소수자 권익, 총기 규제 등을 위한 투쟁으로 규정하며 “이상을 위한 싸움은 위대한 애국심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윈프리는 “광기와 거짓, 음모론에 지치지 않았느냐”며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며 해리스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최근 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란이 미사일은 전달했지만, 미사일 발사를 위해 꼭 필요한 맞춤형 발사대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7월 취임한 ‘유화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복원 협상에 나서기 위해 고안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방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1일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이달 초 러시아에 근거리 탄도미사일 ‘파타흐-360’ 수백 기를 인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정보 당국자들은 이란이 파타흐 미사일 발사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발사대를 러시아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란이 회담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발사대는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실제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16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대(對)러시아 미사일 판매 의혹에 대해 “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을 ‘형제’라고 부르며 핵합의 복원을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뜻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10일 미국은 러시아가 사거리 121km인 이 이란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국적 항공사인 이란항공과 무기 제작 및 운송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도 이란항공의 취항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란은 핵합의 복원을 두고 조만간 서방과 대화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핵합의에 서명했던 유럽연합(EU)과는 22,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유력하다.한편 21일 이란은 이라크전 발발 44주년을 맞아 수도 테헤란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을 벌였다. 국영통신 IRNA는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가 개발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자하드, 무인기(드론) 샤헤드-136B 등 최신 무기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서방 요구에도 이스라엘 등 적대 세력을 억지하기 위해 미사일 프로그램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8만 명이 넘는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계 유권자는 11월 5일 대선의 ‘승자를 가를 한 끗’(margin of victory)입니다.”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경합주로 꼽히는 조지아주의 샘 박 주(州) 하원의원(39·민주당)이 12일 동아일보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계 유권자는 차기 미국 대통령을 결정할 힘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 자신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재검표까지 가는 소동 끝에 트럼프 후보에 1만1000여 표 차(0.25%포인트)로 신승했다. 이 결과에서 보듯 원래 공화당 우세였던 조지아주는 최근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북동부에서 많은 주민이 이주해 좀처럼 선거 판세를 점칠 수 없는 곳이 됐다.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16명이 걸려 있어 대선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박 의원은 이런 조지아 주의회 사상 첫 민주당 소속 한국계 의원이다. 2016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현재 4선(選) 의원이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차세대 정치인 17인’으로 선정돼 한국계 최초로 전당대회에서 연설했다.1985년 주 최대 도시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4년 어머니의 암 진단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공공 의료보험 ‘메디케이드’ 덕분에 어머니가 항암 치료 기회를 얻어 2018년까지 생존했다며 “정치가 한 가족 전체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박 의원은 해리스 후보를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백인 총격범의 아시아계 혐오 범죄로 한국계 4명, 중국계 2명 등 총 8명이 숨졌다. 당시 해리스 후보가 자신에게 ‘분열에 맞서는 정치’를 강조했다고 했다.그는 트럼프 후보가 10일 해리스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한 발언은 큰 패착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트럼프 후보가 2020년 대선에서 진 것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러 증오범죄의 표적이 된 아시아계 유권자가 결집했기 때문”이라며 두려움 없이 살고 싶은 이민자 출신 유권자가 이번에도 투표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뉴저지주·민주당)은 그에게 큰 영감을 주는 존재. 박 의원은 “김 의원을 보며 한계가 없음을 실감한다”며 자신도 기회가 되면 연방 의원직에 나서겠다고 했다.50개 주정부의 권한이 강한 미국에서 총 5400여 명에 이르는 주 하원의원 중 한국계는 박 의원을 포함해 불과 10여 명에 그쳐 인구에 비해 적은 편이다. 박 의원은 “더 많은 한국계가 공직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달튼) 등 한국 기업이 잇따라 진출하며 활력이 돌고 있다. 박 의원은 “역사적 변화”라고 짚으며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유권자가 늘고 한국의 위상 또한 높아졌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를 민주당 승리에 유리한 요인으로도 봤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조지아에 온 젊은층이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 제조업 유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파성이 옅고 실용적 성향이 강한 젊은층이 “째째한 정치 싸움을 뒤로하고 번영과 전진을 위한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만만치 않은 싸움이지만 해리스는 최근 조지아에 부쩍 늘어난 이민자와 젊은층을 위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중동 산유국들이 즉각 금리를 내렸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도 보폭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중앙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에 적용되는 레포금리를 5.5%로 0.5%포인트 인하했다고 전했다. UAE 중앙은행도 익일물 예금금리를 4.9%로 0.5%포인트 내렸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미국 달러화에 자국 통화 가치를 연동한 고정환율제(달러 페그)를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특성상 연준의 움직임에 신속히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올 6월과 12일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낮춘 유럽중앙은행(ECB)은 12월에 금리를 추가로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5.0%로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올해 중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올 3월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금리를 낮춘 스위스는 6월에도 추가로 인하했다. 캐나다 등도 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며 연내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18일 3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6%로 0.25%포인트 내렸다. 중국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2월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7월에도 0.1%포인트 낮췄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덕 경찰이 더 이상 여성을 괴롭히지 않도록 하겠다.” 올 7월 취임한 ‘유화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히잡 의문사’ 2주년을 맞는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선 때부터 히잡 미착용을 단속하는 이른바 ‘도덕 경찰’의 활동 축소를 공약한 그는 이날도 “이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상당수 여성 언론인 또한 평소와 달리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고 BBC는 전했다. 특히 그는 2015년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이 체결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폐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할 뜻을 강조하며 미국을 ‘형제(brother)’라고 칭했다.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이란의 대통령이 미국을 ‘형제’라고 부르며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첫 기자회견서 “히잡 단속 완화”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이슬람 혁명 4년 후인 1983년 공공장소에서 9세 이상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를 단속하기 위한 별도 조직, 이른바 ‘도덕 경찰’도 만들었다. 도덕 경찰이 테헤란의 부유층 거주지가 아닌 빈민층 거주지에서 주로 단속을 실시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것은 오래전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2022년 9월 13일 당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는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서 테헤란으로 향하던 중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연행됐다. 사흘 후 그가 의문사하자 전국적 반(反)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같은 해 연말까지 이어진 시위로 약 580명이 숨지자 이란 당국은 도덕 경찰 활동을 잠시 중단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단속을 재개했다. 석 달 후 테헤란 지하철에서는 17세 여고생 아르미타 게라반드가 역시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경찰에 폭행당해 숨졌다. 지난달에도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운전하던 31세 여성 아레주 바드리가 경찰 총격으로 하반신 마비 위험에 처했다. 아제르바이잔계 부친과 쿠르드계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페르시아계가 주류인 이란에서 소수파다. 올 5월 강경보수 성직자인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치러진 대선 보궐선거에서 히잡 단속 완화, 경제난 해소 등을 공약해 당선됐다. 첫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한 것 또한 이 사건에 대한 민심의 거센 분노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음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美도 형제, 핵합의 복원 의지”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미국과 직접 대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핵합의에 대해 “올 11월 미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되든 미국 또한 핵합의 복원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우리 역시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내려놓으라”며 “우리는 형제”라고 밝혔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핵합의 복원을 강조했다. 또 2015년 서방과의 핵합의 타결 시 실무를 주도했던 아바스 아라그치를 신임 외교장관으로 발탁했다. 이란은 현재 유럽연합(EU)과도 핵합의 복원을 위한 별도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양측이 22, 23일 양일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는 이란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탄도미사일을 대거 판매했다는 의혹에는 “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올 7월 31일 이스라엘 추정 공격으로 테헤란에서 암살된 것에 대한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두고 “이스라엘이 하니야를 (일부러) 이란에서 암살해 확전을 유도했지만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동전쟁 종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방법으로 우리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