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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조작국에는 대통령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 권한’을 활용하도록 권고하겠다.” 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처음으로 발간한 미 재무부의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 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에는 환율 조작국에 대해 관세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지난해 11월 직전 보고서에는 없던 내용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과 관세를 연계해 교역국들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환율보고서에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8개국이 대미 교역 흑자국들로 미국의 주요 관세 협상국에 해당한다. 이번 환율보고서가 사실상 교역국에 대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美 “환율 탓 무역 불균형”… 통상 압박 가속화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반기별로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 정책과 환율 정책을 평가한다.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이상 및 8개월 이상 달러 순매수 등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국’(환율 조작국)으로, 2개 요건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2016년 4월부터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7년여 만인 2023년 11월에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1월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바 있다. 이번에도 미 재무부는 “한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5.3%로, 1년 전(1.8%)보다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비관세 부정 행위 중 가장 먼저 ‘환율 조작’을 꼽는 등 주요 교역국들이 불공정한 환율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이나 일본이 자국 통화 약세를 이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미국에 흑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자체가 당장 제재로 이어지진 않지만 향후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중국이 향후 위안화 절상을 저지하려는 근거가 있을 경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9년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환율 관찰대상국에 추가된 스위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말이던 2020년 12월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됐었다. 관세 협의의 의제로서 미국과 환율 협의를 진행 중인 한국도 미국으로부터 원화 절상을 포함한 복합적인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약달러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 이미 뚝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관세 협상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에 ‘최선의 제안(best offer)’을 요구하며 전방위로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한 비관세 장벽 철폐, 환율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해 제안서를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을 통해 주요 교역국의 통화 절상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미국 경제 둔화 조짐이 보이면서 달러 가치는 이미 급락하는 상태다. 5일 원-달러 환율은 1358.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14일(1355.9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에 대한 압박에도 나서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4일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이 각국 반도체 업체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을 해당 기업 대미 투자 규모의 4% 이하로 제공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5000만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일본과 대만을 제쳤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6위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5012만 원, 달러 기준으론 3만6745달러로 집계됐다. 1인당 GNI는 가계, 기업, 국가 등 국가 전체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값으로 국가의 국민 전체 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1인당 GNI는 원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하며 처음으로 5000만 원을 넘겼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5% 늘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한국보다 1인당 GNI가 높은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뿐이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일본, 대만보다 높은 1인당 GNI를 유지했다. 지난해 일본의 1인당 GNI는 3만4533달러, 대만의 1인당 GNI는 3만5200달러다. 다만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3만789달러) 처음 3만 달러를 넘긴 뒤 10년이 넘도록 3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 변동성과 잠재성장률 하락이 불안 요소로, ‘4만 달러’의 벽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2019년과 2020년 1인당 GNI가 하락했다가 2021년 반등해 3만7898달러를 기록했으나 그것이 정점이었다. 강창구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1인당 GNI가 일시적으로 4만 달러를 달성했다가 다시 주저앉을 수도 있어 경제 활력을 되살리고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1분기(1∼3월)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며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4월 발표했던 속보치와 동일하다. 속보치 발표 때보다 설비투자, 수출 등이 상향 조정됐으나 수입도 함께 증가하며 효과가 상쇄됐다. 1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0.1% 늘었다. 한은은 2분기부터 내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소비재와 설비투자 등은 1분기에 비해 나아지는 모습”이라며 “최근 신용카드 사용액을 보면 5월 하순으로 갈수록 지표가 개선됐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대통령 선거 후 첫 거래일인 4일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나타냈다. ‘개미(개인투자자)’였음을 내세우며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확대, 불공정 거래 처단을 앞세운 증시 부양 공약이 현실화되리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코스피, 외인·기관 순매수에 2.66% 상승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6% 오른 2770.84에 마감했다. 대선 직후 거래일 중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1987년 12월 17일(4.0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1조 원, 기관이 2000억 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도 1.34% 올랐다. 삼성전자(1.76%)와 SK하이닉스(4.82%)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상승한 가운데 대표적인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인 금융사와 지주사 주가가 크게 뛰었다. 특히 KB금융은 이날에만 7.90% 오르면서 시가총액 4위에 올랐으며, 신한지주(7.35%), 하나금융지주(6.43%), 우리금융지주(7.46%)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화(20.98%), CJ(12.19%), 두산(11.00%), SK(10.59%) 등 대기업 지주사들도 10% 넘게 올랐다. 이날 국내 증시 상승세에는 이 대통령의 한국 증시 부양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스스로를 “꽤 큰 개미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해 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및 물적분할 시 일반 주주 대상 신주 물량 배정 제도화 등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조작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비롯한 상장사 임직원 및 주요 주주 등이 단기매매 차익을 얻을 경우 해당 법인이 매매 차액을 반환 청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처단에 대한 공약도 내놨다.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PBR이 0.1∼0.2배 수준인 상장사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저성과 상장사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BR 0.2배 미만의 상장사는 45곳으로, 퇴출 시 지수가 100포인트 가깝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부작용도 고려한 신중한 접근 필요” 의견도 증시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증시 부양책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새 정부에서 자사주 제도 변화, 상장 주식 축소 등 시장 제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도 “올해가 거버넌스 이슈 해결의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공약 중 주주 환원이나 불공정 거래 처벌 등에 대해서는 이미 단계별로 강화하고 있던 사안이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나 저PBR 상장사 퇴출 등이 기업에 부담을 키우고, 소액 주주 역시 피해를 볼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주 환원 정책이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은 맞고, 방향성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투기자본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증시 저평가는 상속세 등 세제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지배구조에만 집중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대통령 선거 후 첫 거래일인 4일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나타냈다. ‘개미(개인투자자)’였음을 내세우며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확대, 불공정 거래 처단을 앞세운 증시 부양 공약이 현실화되리란 기대감이 번진 것이다.● 코스피, 외인·기관 순매수에 2.66% 상승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6% 오른 2770.84에 마감했다. 대선 직후 거래일 중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12월 17일(4.0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1조 원, 기관이 2000억 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도 1.34% 올랐다. 삼성전자(1.76%)와 SK하이닉스(4.82%)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상승한 가운데 대표적인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인 금융사와 지주사 주가가 크게 뛰었다. 특히 KB금융은 이날에만 7.90% 오르면서 시가총액 4위에 올랐으며, 신한지주(7.35%), 하나금융지주(6.43%), 우리금융지주(7.46%)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화(20.98%), CJ(12.19%), 두산(11.00%), SK(10.59%) 등 대기업 지주사들도 10% 넘게 올랐다.이날 국내 증시 상승세에는 이 대통령의 한국 증시 부양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스스로를 “꽤 큰 개미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해 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및 물적분할 시 일반 주주 대상 신주 물량 배정 제도화 등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조작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비롯한 상장사 임직원 및 주요 주주 등이 단기매매 차익을 얻을 경우 해당 법인이 매매 차액을 반환 청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처단에 대한 공약도 내놨다.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PBR이 0.1~0.2배 수준인 상장사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저성과 상장사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BR 0.2배 미만의 상장사는 45곳으로, 퇴출 시 지수가 100포인트 가깝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부작용도 고려한 신중한 접근 필요” 의견도증시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증시 부양책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새 정부에서 자사주 제도 변화, 상장 주식 축소 등 시장 제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도 “올해가 거버넌스 이슈 해결의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다만 이 대통령의 공약 중 주주 환원이나 불공정 거래 처벌 등에 대해서는 이미 단계별로 강화하고 있던 사안이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나 저PBR 상장사 퇴출 등이 기업에 부담을 키우고, 소액 주주 역시 피해를 볼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주 환원 정책이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은 맞고, 방향성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투기자본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증시 저평가는 상속세 등 세제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지배구조에만 집중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30일 장중 코스피 2700선이 깨졌다. 10개월 만에 2720을 넘긴 지 하루만이다.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커진 영향이다.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2690대로 밀렸다. 전거래일 종가(2720.64) 대비 1%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개인이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 코스피는 지난해 8월 1일(2777.68) 이후 가장 높은 종가로 마쳤으나 하루 만에 하락세다. 코스닥도 외국인이 순매도하며 약보합 흐름이다. 코스닥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730대 초반에서 오르내림을 이어가고 있다.앞서 미국 연방법원이 상호관세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에 들어가며 하루 만에 유지 결정이 나오며 불확실성이 커졌고,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에도 5월 전체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9개월 연속 이어진 순매도한 바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른 통화 대비 큰폭으로 하락(원화 강세)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고,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며 수출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 대한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가 0.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개월 전 내놨던 전망치의 반 토막 수준이다. 0%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으로 성장률 쇼크가 나타났던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한은은 29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8%로 낮춰 잡았다. 올 2월 전망치보다 0.7%포인트 낮다. 한은은 건설 경기 침체가 더욱 깊어졌고 민간소비 회복세도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까지 당초 전망보다 강도가 더 세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무역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돼 미국의 관세율이 상당 폭 인하되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치며 1%를 넘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올 하반기(7∼12월)부터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부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성장률 역시 1.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2%에 못 미치는 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4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0%대 성장률 전망을 공식화하면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금리는 8개월 새 1%포인트 낮아졌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3.50%였던 금리를 3.25%로 낮추면서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 정책 전환)에 나선 바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하반기에 두 번 이상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추경 반영해도 0.8% 성장… 내년 경기부양 필요할수도”[한은 올해 0%대 성장 전망]역대 1% 미만 성장 4차례뿐건설투자 침체가 성장률 발목잡아… “美中 갈등땐 내년 0.4%P 더 하락”집값 상승 우려에 금리 빅컷 선그어… 하반기 추가 인하 가능성은 커져한국은행은 건설 경기 침체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리면서 이미 집행에 들어간 13조 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반영해도 성장률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는 내년에도 계속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그러나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는 선을 그었다. 금리를 너무 많이 빠르게 낮추면 돈이 경기 부양보다는 부동산 등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 가격만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와 미국과의 금리 차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1%대까지 낮추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갈등 재점화되면 내년 성장률 0.4%포인트↓”한은은 2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 낮추며 이 가운데 0.4%포인트를 건설투자가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4%가량을 차지하는 건설투자는 올 1분기(1∼3월)에도 3.2% 줄며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수출과 민간소비도 각각 0.2%포인트, 0.15%포인트 성장률 전망치를 갉아먹었다. 이번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인하 폭은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8월(―1.1%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이 총재는 “올해 0.8% 성장률 전망치에는 1차 추경은 반영돼 있고, 2차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 나머지는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달 13조8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어 정부가 집행에 나섰는데도 한국 경제는 0%대 성장에 그친다는 뜻이다.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1960년 이후 4차례뿐이었는데,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세계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 경제가 저성장 터널에 들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한은은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올 3분기(7∼9월) 중에 20%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올해 성장률은 0.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도 0.4%포인트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1%대로 내려갈 가능성 크지 않아”이 총재는 금융위기 수준인 성장률 전망치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빅컷을 단행하지 않은 이유로는 유동성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유동성은 충분한 상황이라 오히려 금리를 너무 많이 빨리 낮추면 경기 부양보다 주택 가격 등 자산 가격으로 막 흘러 들어가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한국 경제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똑같이 0.8% 성장했던 2009년에 빅컷에 나선 바 있다.이 총재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금리 인하에 따른 서울 위주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부양을 하면서도 어디에다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금리 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까지 이뤄지는 데 대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한은이 올 하반기(7∼12월)에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날 금융통화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이 총재를 제외한 총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은 3개월 이내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미룬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 폭을 크게 가져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가 최대 2%포인트 벌어진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섰다간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가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금으로선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1%대가 유지되는 때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 한은이 금리를 2.0%까지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미 연준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관세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코스피가 2,700 선을 넘겼다.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0.49(1.89%) 오른 2,720.64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 1일(2,777.6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개인은 997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2953억 원, 기관이 6845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은 7.5(1.03%) 오른 736.29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 엔비디아의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와 미 연방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등의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까지 유입되며 상승 폭을 키웠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증시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저평가 종목으로 꼽히는 지주사 주가가 크게 뛰었다. 롯데지주, 한화, HD현대 등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많이 지급하는 우선주 주가도 강세였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6원 내린 1375.9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에 반영돼 있던 정치 불안 요소가 해소되면서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원화는 지난 6개월 동안 경제 여건에 비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굉장히 많이 절하됐다”며 “다른 통화에 비해 (환율이)더 많이 내려온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올 1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으로 오른(원화가치 하락) 것 중 30원 정도는 정치적 이유로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의 관세정책이 이어지면 수출 품목 가운데서도 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對美) 수출이 4%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은행은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관세정책으로 자동차 국내총생산(GDP) 재화 수출이 0.6%, 실질 대미 수출이 4.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관세 전가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수요를 위축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확대시키는 등의 직간접적인 부정 요소를 가져오는 것으로 봤다.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은 대미 수출 의존도는 높지만 대중 수출 비중이 낮고, 미국에서 중국 자동차와 경쟁이 미미해 반사이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규모가 큰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와 미국으로의 동반 이전을 꾀할 수 있지만, 영세한 규모의 부품사는 이전이 어렵고 대체 수요처를 찾기도 힘들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알루미늄은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이다. 한은은 철강·알루미늄의 GDP 재화 수출이 0.3%, 대미 수출이 1.4% 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의 비중이 큰 데다 관세율 자체가 25%로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은 단기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관세율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따라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됐다. 보통 한국의 반도체 등 IT 부품이 중국에 수출되고 중국에서 최종 조립돼 미국, 유럽 등에 수출되는 무역관계를 감안하면 대중 수출은 0.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품목별 수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의 관세율이 중국(30%)과 캐나다·멕시코(25%)를 제외한 국가에 10% 부과되는 현재의 유예 수준이 유지되는 것으로 전제했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부품에 부과되는 25%의 품목관세가 지속되고, 반도체와 의약품에는 하반기(7∼12월) 중 10%의 관세가 붙는 것으로 가정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최근 금융사들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해외 금융사들과 협력해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내수’라는 편견을 깨고 수익 구조 다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증권사 순이익 7% 해외에서 발생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해외 현지법인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5.5%나 증가했다. 15개 증권사가 설치한 해외 현지법인 70곳(시장조사 목적의 10개 사무소 제외)의 순이익은 2억7220만 달러(약 3724억 원)로 전년(1억650만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해외 현지법인을 둔 15개 증권사 당기순이익의 7.3% 수준이다.이 같은 실적 폭등은 지난해 채권중개와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업무 등 트레이딩 관련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70개 현지법인 중 38곳(54.3%)에서 이익을 냈고 32곳(45.7%)에서는 손실을 냈다. 국가별로 따져보면 미국, 홍콩, 베트남 등 10개 국가에서는 이익을 봤지만 영국, 태국 등 5개 국가에서는 손실을 냈다.미국, 홍콩 등에 편중돼 있던 해외 진출이 다각화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증권사 15곳은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합해 총 80개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인데 이 중 58개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에 있고 14개가 미국에 있다. 그 외 영국 6개, 그리스 1개, 브라질 1개 등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중국,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비중은 커졌다.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금융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우량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뉴욕에서 단독 기업설명(IR) 행사를 진행하며 현지 금융업계와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행사에는 골드만삭스, 칼라일, 스티펄파이낸셜 등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 임원과 주요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투증권은 골드만삭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펀드 조달, 자료 공유 등의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올해 초에도 글로벌 운용사 맨그룹의 그레고리 본드 대표, 얼라이언 번스타인의 오너 에르잔 대표가 한국투자증권을 방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두 자산운용사의 대표적인 월지급식펀드 ‘한국투자MAN다이나믹인컴펀드’와 ‘AB글로벌고수익펀드’를 판매 중이다.글로벌 ETF 시장 노리는 자산운용사들국내 자산운용사들도 기라성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해외에 진출한 지 22년 만에 글로벌 운용자산이 400조 원을 넘었다. 이 중 181조 원을 해외에서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 미국, 베트남,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영국, 인도, 일본, 중국,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홍콩 등 16개 지역에서 자산을 운용 중이다.미래에셋자산운용은 특히 상장지수펀드(ETF)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총 650개의 글로벌 ETF를 운용 중인데 전체 운용 자산의 절반이 넘는 약 212조 원 규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스, 2018년 미국 글로벌엑스, 2022년 호주 ETF 시큐리티스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적극 인수하며 시장 진출에 나섰다. 특히 2023년에는 호주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스탁스폿’을 인수했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금융상품에 접목할 계획이다.국내 ETF 시장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앰플리파이와 손잡고 앰플리파이의 대표 ETF를 아시아와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해 출시한 바 있다. 또 2023년 11월 채권형 ETF 2종을 미국에 상장시켰고 최근 자회사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ETF 운용 전략을 처음으로 수출하기도 했다.동남아에서 인도, 유럽, 중남미로 영토 넓히는 은행시중은행들은 기존 동남아시아 중심에서 인도,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인도 첸나이와 푸네 지점을 열었다. 기존 구루구람점을 포함해 인도 현지 점포가 3개로 늘어났다. 첸나이·푸네 지점에서는 여·수신과 수출입금융뿐 아니라 개인·디지털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신한은행은 지난해 멕시코 몬테레이 지점을 열었다. 2018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멕시코신한은행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멕시코에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공급망이 구축돼 있다. 신한은행은 멕시코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시설 및 운전자금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배터리, 방위 산업 등에서 한국과 협력 중인 폴란드에도 은행들이 거점을 구축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폴란드에 진출한 데다 2022년 7월 초대형 무기 수출 계약 이후 방산 수요가 지속되며 기업금융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올 3월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을 열었다. 국내 시중은행의 첫 폴란드 지점이다. 우리은행은 2017년 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연 뒤 지점 전환을 추진해 왔다. 하나은행도 폴란드 지점 개소를 준비 중이다. 사무소 대신 지점을 곧바로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도 폴란드 법인 설립 인가를 지난해 11월 얻었다. 영업 인가 승인을 위한 작업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 법인 설립이 목표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의 관세 유예 조치 등으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다만 여전히 장기평균선(100)을 밑도는 등 비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의 기업심리지수(CBSI)는 90.7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1월(91.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2.8포인트)도 2023년 5월(4.4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다만 여전히 100 선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2003년 1월∼2024년 12월의 장기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지수가 이보다 크면 낙관적 전망이, 이에 못 미치면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제조업 CBSI는 1.6포인트 오른 94.7, 비제조업은 3.6포인트 오른 88.1로 모두 개선됐다. 제조업 CBSI 구성요소 중 ‘자금사정’과 ‘업황’이 개선됐고 ‘생산’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신규 수주’와 ‘제품 재고’가 CBSI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비제조업은 구성요소 4개 중 ‘채산성’과 ‘자금사정’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고, ‘매출’과 ‘업황’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6월 CBSI 전망치도 89.5로 전월 대비 3.2포인트 올랐다. 제조업은 3.1포인트 오른 93.1, 비제조업은 3.3포인트 오른 87.1로 집계됐다. 이혜영 한은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기업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장기평균선인 100을 밑돌고 있어 낙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관세 유예가 단기 호재로 작용했지만,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하곤 수출이 부진해 개선세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채권 등 해외 증권 투자 규모가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도 ‘서학개미’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840억 달러(약 1491조8000억 원)로 집계됐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으로, 한 국가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외국인의 한국 증권 투자(대외금융부채)가 다소 증가하며 전 분기 대비 181억 달러 감소했는데, 2023년 4분기(10∼12월) 이후 5개 분기 만에 첫 감소다.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2조5168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42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평가액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자가 증가한 결과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미국 브라질 등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그 결과 증권 투자는 지난해 4분기 9943억 달러에서 올 1분기 1조118억 달러로 증가하며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지속돼 직접 투자 규모도 157억 달러 늘었다. 1분기에는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가 전 분기 대비 222억 달러 늘며 대외금융자산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국내 주가가 반등하며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잔액이 증가했고,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들며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줄긴 했지만 지난 분기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크며 ‘대외금융자산 1조 달러 흑자’도 유지했다. 한편 1분기 대외채권(1조513억 달러)은 전 분기 대비 87억 달러 줄었다. 대외채무(6834억 달러)는 같은 기간 105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3679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92억 달러 감소했다. 대외채권은 현재 국내 거주자의 비거주자에 대한 확정 금융 자산을 의미하며, 대외채무는 확정 금융 부채를 의미한다. 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지분, 주식과 펀드, 파생상품 등은 제외된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로 줄어든 준비자산은 다시 늘어나기 때문에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과거 수준과 비교해도 현재 외채 건전성이나 대외 지급 능력은 모두 양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국내 금융지주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국내 증시로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융주를 대거 사들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주요 대선 후보들이 주가부양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밸류업’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금융주 강세에 기여하고 있다. 코스피 시총 6위인 KB금융은 5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장중 7만1300원까지 올랐다. 2005년 12월 지주 출범 이후 최고가다. 전날 장중 1만8300원까지 올라 2019년 1월 지주 출범 이후 최고가를 보였던 우리금융지주도 이날 장중 1만831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다. KB금융은 전날 장중 10만2000원까지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10만2100원까지 올랐다. 신한금융도 21일을 제외하면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날 장중 5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금융주들의 상승세에는 실적에 대한 기대가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금융지주들은 꾸준한 대출 수요와 예대금리차 확대 등에 힘입어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총 17조649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8%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KB금융(5조5232억 원), 신한금융(5조490억 원), 하나금융(3조9460억 원) 등이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금융지주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외국인의 지분율은 KB금융 75.47%, 하나금융지주 66.55%, 신한지주 58.48%, 우리금융지주 45.18%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로 하락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덕이다. A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원화 가치 안정화로 외국인 입장에서 수익성이 개선되자 매수세가 지속 유입되며 주가가 상승 중”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밸류업 정책도 주가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B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여러 글로벌투자자들이 지난해 한국의 밸류업 소식을 듣고 투자를 많이 문의해 왔다”며 “비상계엄 사태로 다소 투자가 주춤하다가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다시 투자가 몰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배당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금융주는 ‘밸류업 수혜주’로 꼽힌다. 앞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 일본에서도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시UFJ은행 등 금융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공약도 금융주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분기배당을 시행하는 금융주의 투자매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도 나쁘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27일 ‘지금이 상승세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선을 계기로 한국 증시 반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안정화된 데다 기준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내수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내수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수출주보다는 은행 등 내수주에 자금이 몰릴 것이란 얘기다. 한편 금융지주사들이 이자 수익으로 이 같은 좋은 실적을 거두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예금금리는 떨어지는 가운데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예금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확대되어 왔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 원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2023년 6월 100조 원을 넘긴 지 2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주식만큼 편한 거래와 펀드 대비 저렴한 보수, 미국 주식 투자 열풍 등에 힘입어 시장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95조6711억 원에 달한다. 2002년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 2종이 처음 상장됐고, 2023년 6월 29일 순자산 100조 원을 넘긴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 국내 ETF 200조 원 시대 코앞, 개인 비중 점차↑ETF는 분산 투자가 가능하지만 주식만큼 거래가 편리하다는 게 강점이다. 초과 성과를 노리지 않고 시장만큼의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패시브(수동적) ETF의 경우 공모 펀드 등과 비교했을 때 보수 측면에서 훨씬 저렴하다. 실제로 코스피200을 벤치마크로 삼는 공모 펀드들은 총보수가 0.6∼0.9% 수준인 반면에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들은 0.05∼0.15%에 그친다. 한국의 ETF 시장은 23일 기준 순자산총액 10조9000억 달러(약 1경4874조 원)에 달하는 미국 ETF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1% 남짓 수준으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등을 활용한 개인의 ETF 순매수가 어이지며 전체 ETF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월간 ETF 시장 전체 거래대금 중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30.7%에 달할 정도로 개미들이 ETF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해외주식형 ETF가 성장 주도특히 해외주식형 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2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주식형 ETF의 순자산이 37조1525억 원으로 전체 ETF 순자산(78조5116억 원)의 47.3%를 차지했다. 해외주식형 ETF는 17조8894억 원(22.7%)에 그쳤다. 하지만 2024년 코스피와 코스닥이 부진할 때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고공 행진을 하며 해외주식 ETF 순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 2023년 23조4261억 원에서 지난해 54조8138억 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주식형 ETF 순자산은 2023년 44조9772억 원에서 지난해 43조1326억 원으로 뒷걸음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2022년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매매에 투자자들이 익숙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한 영향으로 국내주식 ETF 순자산도 증가했지만 여전히 해외주식 ETF 비중이 더 크다.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나 자산운용사별 강점을 살린 상품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단일 종목 혹은 10개 미만 소수 종목(한 종목 최대 비중 30%)만 담은 ETF는 국내에서 출시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도 국내가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가상화폐 현물 ETF는 제도적 기반이 없어 출시가 요원한 상황이다. 아직 상품군도 다양하지 않아,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이 운용하는 미국 상장기업 전체 ETF(VTI), 전 세계 증시 전체 ETF(VT) 같은 선택지는 국내 ETF에서는 찾을 수 없다. VTI는 미국 ETF 순자산 순위 4위에 해당한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이번 주 국내외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를 미리 알아보는 동아일보 경제부의 D’s 위클리 픽입니다.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한 가운데 29일 한국은행이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고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1분기(1~3월)에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했던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립니다.28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됩니다.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관세 부과 이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날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도 공개됩니다. 실적과 향후 전망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한은 금리 인하 유력2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시장에서는 0.25% 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현행 2.75%에서 2.50%로 낮아집니다. 미국 기준금리(4.25~4.50%)와의 격차도 2.0% 포인트(금리 상단 기준)로 더 벌어지게 됩니다. 한미간 금리차가 벌어지는데도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된 측면도 있지만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1분기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등의 여파로 한국 경제 성장률은 ―0.2%로 역성장했습니다. 한은은 이 같은 영향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정 전망치도 이날 내놓습니다. 2월 1.5% 성장 전망을 내놓은 바 있는데 큰 폭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앞다퉈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률을 낮춘 바 있습니다.● FOMC 회의록 공개-엔비디아 실적 발표28일(현지 시간)에는 이달 6~7일 진행했던 FOMC 회의록도 공개됩니다.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연준 위원들이 관세 부과 후 경기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은 어떤지 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 마감 후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됩니다. 엔비디아는 2~4월이 회계연도 기준 1분기입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편이었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수출 제한 등이 엔비디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을 경우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나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에 따른 글로벌 약(弱)달러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최근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3일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 종가(이튿날 오전 2시 기준)는 1366.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후 3시 30분 기준인 주간거래 종가보다 9.1원 떨어진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16일 야간거래 종가(1364.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최근 일주일 동안 원화 가치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6일과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달러 대비 가치를 비교했을 때 원화는 야간거래 기준 2.4% 강세를 보였다. 주간거래 기준으론 1.0% 강세였지만 23일 야간거래 하락 폭이 크게 작용했다.이는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주요 통화들의 상승 폭보다 크다. 엔화(+1.2%), 스웨덴 크로나(+1.0%), 영국 파운드(+0.9%), 유로(+0.9%), 스위스 프랑(+0.8%), 캐나다 달러(+0.8%) 등도 달러보다 강세였지만 그 폭이 원화보다는 작았다. 약달러의 영향으로 이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100.95에서 99.01로 1.9% 하락했다. 달러 약세의 원인은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강등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장기채 20년물 입찰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 추진 등이 달러화 수요를 떨어뜨렸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국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는 등 ‘셀 USA’(미국 자산 매도)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또 미국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환율 협상을 통해 통화 절상(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간 환율 협의는 통화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아시아 주요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관리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핵심적 입장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약 10년 주기로 구조적 강달러와 약달러 국면이 반복됐는데, 약달러 국면은 ‘달러에 대한 신뢰 약화’ ‘환율 정책’ ‘미국 경기 둔화’ 등 세 가지 요인에 기반해 발현됐다”며 “현재 외환시장에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발생할 조짐이 있다.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약달러 초입 국면에 해당하는지 분석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감세법안 추진 상황, 7월 만료 예정인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이 공화당 내 이탈표로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한 만큼 향후 상원을 무난히 통과할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나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 재정 건전성 우려에 따른 글로벌 약(弱)달러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최근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3일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 종가(이튿날 오전 2시 기준)는 1366.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후 3시 30분 기준인 주간거래 종가보다 9.1원 떨어진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16일 야간거래 종가(1364.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최근 일주일 동안 원화 가치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6일과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달러 대비 가치를 비교했을 때 원화는 야간거래 기준 2.4% 강세를 보였다. 주간거래 기준으론 1.0% 강세였지만 23일 야간거래 하락 폭이 크게 작용했다.이는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주요 통화들의 상승 폭보다 크다. 엔화(+1.2%), 스웨덴 크로나(+1.0%), 영국 파운드(+0.9%), 유로(+0.9%), 스위스 프랑(+0.8%), 캐나다 달러(+0.8%) 등도 달러보다 강세였지만 그 폭이 원화보다는 작았다. 약달러의 영향으로 이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100.95에서 99.01로 1.9% 하락했다.달러 약세의 원인은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강등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장기채 20년물 입찰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 추진 등이 달러화 수요를 떨어뜨렸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국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는 등 ‘셀 USA(미국 자산 매도)’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또 미국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환율 협상을 통해 통화 절상(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간 환율 협의는 통화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아시아 주요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관리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핵심적 입장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향후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약 10년 주기로 구조적 강달러와 약달러 국면이 반복됐는데, 약달러 국면은 ‘달러에 대 신뢰 약화’, ‘환율 정책’, ‘미국 경기둔화’ 등 세 가지 요인에 기반해 발현됐다”며 “현재 외환시장에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발생할 조짐이 있다.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약달러 초입 국면에 해당하는지 분석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미국의 감세법안 추진상황, 7월 만료 예정인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이 공화당 내 이탈표로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한 만큼 향후 상원을 무난히 통과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로 급등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이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고 하락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거래일보다 1.82% 하락한 109만 원, 삼성물산은 0.36% 하락한 13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분할 설립한다고 밝혔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관리 및 투자를 맡는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나뉘는 것이다. 인적 분할이 이뤄지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두 회사의 지분 43.06%씩을 보유하게 된다.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과 관련된 소문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11%, 삼성물산은 11.74% 오른 바 있다. 이날도 장 초반 두 회사 모두 6∼7%대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삼성은 “사업 활성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이며 그룹의 지배구조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삼성은 이번 인적 분할이 바이오 사업에만 집중돼 있음을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에,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인수합병(M&A) 등을 맡아 성장 방향성을 명확히 한다는 취지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온라인 설명회에서 “이번 인적 분할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없다”며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되겠다는 비즈니스적인 목적과 배경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5.0%), 삼성바이오로직스(43.1%), 삼성생명(19.3%), 삼성에스디에스(17.1%), 삼성E&A(7.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지분가치를 합치면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원-달러 환율이 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과 미국의 환율 협상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과 글로벌 약(弱)달러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내린 1381.3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5일(1378.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77원으로 개장해 낙폭을 키워 오전 중 1374원대로 하락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소폭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배경에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2차 관세협상이 자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의 원인이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보고 약달러론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나 일본 등을 대상으로 “달러 대비 자국 통화 절하 정책을 펴면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발언도 공공연히 내놓았다. 이 때문에 관세협상을 두고 미국이 한국에 원화 절상(환율 하락)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21일 야간 거래에서는 환율이 1368.9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양국은 외환시장 운영 원칙 및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간의 이해를 공유하고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21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미국과 일본의 재무장관 회담에서는구체적인 환율 수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규모 감세 법안을 추진한 여파도 달러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재정 적자 악화와 정부 부채 증가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는데 미 행정부가 추가로 대규모 감세에 나서면 재정적자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그 결과 미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셀 USA’ 심리를 자극해 미국채 금리가 급등(가격 하락)했고 뉴욕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상호관세 부과 이후로 달러자산에 대한 믿음과 선호도가 점차 약화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협상에 대한 기대와 미국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 약화가 달러 약세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글로벌 약(弱)달러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반년 만에 1370원대에 진입했다. 한국과 미국이 환율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감세 추진으로 달러자산이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10.2원 내린 1377원으로 개장했다. 이후 낙폭을 키워 오전 중 1374원대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일 장중 저가 1368.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로 내려온 것도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 환율 협상을 진행 중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양국은 외환시장 운영 원칙 및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를 공유하고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약달러를 강조해오고 있는 만큼 원화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도 100 이하로 하락했다. 달러인덱스가 100이하로 내려온 것은 이달 7일(99.61) 이후 처음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규모 감세 법안을 추진한 데 따른 반대급부로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며 주식과 채권이 동반 부진한 것도 달러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대 하락하며 최근 한 달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미국채 30년물도 수익률이 5%를 넘는 등 가격이 떨어지며 증시 하락에도 영향을 줬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약화하는 달러자산 신뢰는 원화강세로 이어진다”며 “원화 강세 및 달러 약세 추세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한동안 이어진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채 금리가 크게 올라 이제 고점(가격 기준으로는 저점)을 형성했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외 채권의 경우 환율, 금리, 만기 등이 복합적으로 수익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채권은 172억5304만 달러(약 23조924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113억166만 달러)과 비교하면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52.7%나 증가했다.미국 채권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667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ETF 중 순매수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서학개미’들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도 사들이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들은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장기채 ETF(TLT)를 7964만 달러 순매수했다. 해외주식 순매수 순위 8위에 해당한다.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져 서학개미들은 만기 20년 이상 장기채 가격을 3배로 추종하는 ETF(TMF)는 8161만 달러나 순매수했다. 이는 순매수 순위 6위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TLT(―2.04%)와 TMF(―7.44%) 모두 마이너스다.미 국채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거나, 금리가 낮아져 기존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 미 국채, 그중에서도 장기 미 국채 투자가 확대된 것은 금리가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미국 장기채 금리는 최근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 달 1일(현지 시간) 4.495%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직후인 4일 4.631%로 치솟았다. 10일 4.875%까지 올랐던 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결정한 뒤 하락했다 급등하기를 반복했다.여기에 16일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108년 만에 ‘Aaa’에서 ‘Aa1’으로 강등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진 요인은 복합적이라고 평가한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들자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한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금리 인하가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금리와 환율의 향후 전망을 고려했을 때 현 시점이 투자하기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관세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채권 직접투자, ETF, 만기 등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