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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현재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약물요법은 일시적으로 통증과 염증을 억제해 주는 정도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강스템바이오텍의 줄기세포 기반 융복합 치료제 ‘오스카(OSCA)’가 임상 1상에서 무릎 통증을 50∼100%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업계는 연골 재생 등 구조적 개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오스카의 임상시험 조정자인 윤경호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무릎 퇴행성관절염과 현재 임상 진행 상황 등을 자세히 물었다.―무릎 퇴행성관절염에 관해 간단하게 알려달라.“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이 구조적으로 변형되고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뼈의 관절 면을 감싸고 있는 관절연골이 마모돼 연골 밑의 뼈가 노출되고 관절 주변의 활액막에 염증이 생긴다. 관절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하며 유전적 요인, 비만, 관절의 외상, 염증으로 인한 연골 손상 등으로 발병한다. 어려서부터 오랜 기간 관절에 병을 앓으면 골관절염이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발생한다.”―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가장 흔한 증상은 무릎 통증이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더 심하다. 질환이 진행되면 무릎이 붓고 물이 차며 하루 종일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노화다. 피부와 연부 조직의 노화, 골막이 늘어나고 무릎 주위의 근육·힘줄·인대도 퇴행성변화가 생긴다. 윤활액은 관절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연골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윤활막에서 만들어져서 관절로 분비된다. 윤활막이 노화되면 무릎에 영양을 공급하기 어려워져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치료는 어떻게 하나?“현재까지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하는데 적절히 치료하면서 악화를 예방하고 지연시켜 준다.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운동이다. 특히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활액막은 적당한 자극을 받아야 영양분을 무릎에 골고루 공급할 수 있는데 이때 운동으로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런 방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비교적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뼈의 모양을 올바르게 하는 교정술을 시행한다. 이 밖에 관절연골을 이식할 수도 있지만 이식술은 국소적인 영역에 이상이 있을 때만 시행한다. 연골의 마모가 넓게 퍼져 있는 퇴행성관절염에는 시행하지 않는다. 관절염이 매우 심해서 여타의 방법으로도 낫지 않거나 나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많은 약물요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진통 주사다.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를 사용해 통증을 완화하고 부은 관절을 가라앉힌다. 약물은 관절의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통증을 줄여주고 운동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운동 치료를 병행해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진행하고 있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임상시험은 어떤 것인가?“오스카는 무릎 관절강 내 1회 주사 투약으로 통증·기능 개선과 연골 재생 등 구조적 개선 효과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다. 제대혈(탯줄 혈액)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에 연골 분화 미세 환경을 조성하는 무세포성 연골 기질이 더해진 첨단 바이오 융복합 치료제다. 오스카는 염소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확보한 바 있다. 임상시험 계획서 준비 과정부터 임상시험 디자인과 평가 방식에 대해 조언한 바 있으며 현재 임상 1상과 2a상의 임상시험 조정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2∼3단계의 중등도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관절강 내 한 번 투여 후 6개월 관찰 기간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이다. 또한 1년, 2년, 5년 시점까지 장기 추적을 하도록 설계된 임상시험이다.”―국내에서는 임상 약물이나 줄기세포에 대한 편견도 많다. 또 위약군에 배정될 수 있어 쉽게 참여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떠한가?“현재 진행 중인 2a 임상시험에서는 3분의 1의 대상자가 위약군에 배정돼 있다. 또한 장기 추적 조사를 통해 위약군에 대해서도 12개월까지의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위약군에 대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고 까다롭다. 강스템바이오텍도 이 점을 충분히 잘 인식하고 있어 위약군에 배정된 대상자도 12개월 이후 별도 임상시험을 통해 시험약 투약이 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선제적인 조치는 안정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도 치료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진행 중인 임상이라 조심스럽지만 효과는 어떤가?“1상 결과 희망은 보였다. 미세 골절 등으로 인한 연골 하골이 무너지는 것에 약간의 효과를 확인했다. 용량을 나눠서 시험을 진행했는데 저용량에서는 증상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고용량을 투여했을 때 증상이 좋아진 환자가 있다.”―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이 있다면….“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무릎 골관절염 질환이 진행될수록 환자 삶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걷기도 어려워져 지팡이 같은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래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현재는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축적되고 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중등도 수준인 2∼3등급만 돼도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술 전, 경증∼중등증 단계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스카 같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입안과 턱, 목 쪽에 계속해서 암이 재발해 세상을 포기하려던 소년이 10번이 넘는 수술을 이겨내고 본인처럼 투병 중인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직접 나섰다. 운동을 통해 암을 극복해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 ‘턱걸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 김동호(23) 군의 희망적인 이야기가 최근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동호 군은 7살 때 입안이 부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충남 서산시의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원인을 모르겠다던 소아청소년과, 치과를 거쳐 찾은 이비인후과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뒤 당장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입안을 붓게 만든 원인은 두경부 지방육종. 지방세포에서 악성종양이 생기는 희귀 암이다. 입과 목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은 계속해서 재발했다. 특히 종양이 생긴 위치가 얼굴인 만큼 동호 군은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신경과 혈관이 특히 많은 부위라 수술 난도도 높았다. 한 번이면 끝날 줄 알았던 수술이 두 번, 세 번 이어지자 그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동호 군을 포기했다. 절벽 끝에 선 동호 군의 가족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2014년 1월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반복된 수술로 동호 군의 얼굴은 많이 손상돼 있었고 마음마저 지친 상태였다.‘꼭 도와주고 싶다’라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고경남 교수를 비롯해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협진을 통해 동호 군은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동호 군의 입안 종양은 끈질기게 재발했고 커진 종양이 얼굴 뼈를 밀어내 신경이 끊어져 얼굴 오른쪽에 마비가 오기도 했다. 지겹도록 재발하는 암 때문에 세상을 포기하려는 모진 마음을 먹기도 했다.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갔다가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동호 군은 ‘운동을 통해 암을 극복해 보자’라는 결심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조언을 떠올린 것이다. 방 문틀에 철봉을 달아 하루에 한두 시간씩 매일 집에서 턱걸이 연습을 했다. 동호 군은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됐다. 근육운동을 시작한 이후 동호 군의 체격은 커졌고 움츠러들었던 마음마저 점차 회복돼 갔다. 다행히 종양도 예전처럼 빠르고 크게 진행되지 않아 항암과 약물치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종양 제거술만 매년에 한 번 정도 받으면 될 정도로 호전됐다. 2020년 7월 그렇게 또 한 차례의 수술을 받기 전날, 온라인 턱걸이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동호 군은 턱걸이 영상을 찍어 출전했다. 다음 날 수술이 끝난 동호 군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건장한 신체의 청년들과 대결한 턱걸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연락이었다. 얼굴의 종양 때문에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던 동호 군이 이를 극복하고 ‘턱걸이 챔피언’이 된 희망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의 응원과 칭찬의 댓글이 쏟아졌다. 동호 군은 이를 계기로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암을 이겨낸 투병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결심했다. 동호 군은 “치료의 고통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의료진의 노고 속에서 무사히 자랐기 때문에 그만큼 제 목숨은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수님들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통을 겪고 계신 환우분들,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같이 힘냅시다!”라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 힘들어하고 왜소했던 동호가 언젠가부터 진료실에 들어올 때마다 점점 더 건장한 청년이 돼 와서 매번 놀랐다. 반복되는 수술과 재발은 신체적으로도 고되지만 특히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동호가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고 턱걸이 챔피언까지 돼 다른 환우들에게 희망을 준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맙고 존경스럽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말단비대증은 내분비 대사질환 중 대표적인 희귀질환이다.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해 발생 하는데 많은 경우 뇌하수체 종양이 원인이 된다. 말단비대증 국내 환자 수는 18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수 100만명 당 약 4명 정도다. 얼굴 모양의 변화, 손발 크기 증가 등 특징적인 증상과 함께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해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말단비대증에 대한 인식 부족과 환자 간 교류도 제한적이라 조기 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구철룡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엘레나 발라시 스페인 카탈루냐국제대 내분비학 부교수(유럽내분비학회 희귀질환 위원장)를 만나 말단비대증의 진단과 치료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말단비대증이라는 질환이 생소하다. 설명 부탁드린다. 구철룡 교수=“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상태를 통틀어서 말단비대증이라고 한다. 정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분비해야 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서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가 약 95%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키 성장을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많이 맞는데 이 경우에도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공급하면 드물게 말단비대증이 생길 수 있다. 성장호르몬과 관련된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신경 내분비 종양이 생길 때도 말단비대증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엘레나 발라시 교수=“말단비대증은 뼈와 근육 등 신체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전신 질환이다. 기본적으로는 연조직, 안면, 손, 다리, 발목 등에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코를 심하게 고는 것, 목소리가 깊어지는 것, 코가 넓어지고 손이나 발이 커지는 것, 턱 등이 돌출되는 것, 치아 사이가 많이 벌어지는 것, 혀가 너무 커지는 것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갈비뼈 통이 넓어져서 흉곽이 커 보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악성 종양, 수면무호흡증, 관절 통증, 근골격계 이상,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과 더불어 뇌하수체 종양이 주위 구조를 압박해 두통, 시야결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말단비대증에 취약한 군이 있는가? 인종별로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엘레나 교수=“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특별한 고위험군은 없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성별에 따른 발생률과 유병률에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종적인 차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 교수=“성별에 따른 차이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남녀 유병률이 숫자로 보면 45대55, 48대52 정도로 비슷하다. 수치로 보면 국내외 모두 5∼10%가량 여성에서 유병률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말단비대증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엘레나 교수=“환자의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IGF-1)을 먼저 측정한다. 성장호르몬 수치는 변동이 커서 단일 측정만으로는 진단적 가치가 낮다. 성장호르몬이 간에 작용하면 IGF-1이 분비된다. 뇌하수체종양이 성장호르몬 과분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IGF-1의 분비가 증가하며, 일정한 수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IGF-1 수치를 먼저 측정한다. 확진을 위해서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GTT)를 통해 성장호르몬 과분비를 진단한다. 정상적으로는 포도당을 섭취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된다. 하지만 말단비대증 환자는 이 기능이 약해져 포도당 섭취 후에도 성장호르몬 수치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들 환자의 성장호르몬 최저 수치는 정상인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므로 OGTT를 통해 성장호르몬의 최저 수치를 측정해 진단에 활용한다.” ―외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많은 질환인 것 같은데 조기 진단은 가능한가? 구 교수=“말단비대증은 외모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만 의료진이 이에 관심을 가져야만 진단이 되는 질환이다. 내분비학회를 통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마스크 착용률이 증가하자 말단비대증 발생률이 갑자기 감소한 바 있다. 말단비대증은 희귀질환으로 환경적 변화로 인해 발생률에 변화가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진단율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단에는 통상 10여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레나 교수=“말단비대증은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종양 성장에 시간이 걸리고 이와 함께 증상도 서서히 진행되므로 환자가 신체 변화를 늦게 자각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만나는 주변 사람도 변화를 빨리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 깨닫거나 옛날 사진 속 모습을 비교해보고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질환의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질병 부담률이 높아지므로 진단 지연은 큰 문제가 된다.” ―희귀질환은 대개 진단의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숨겨진 환자들이 있을 가능성은 없나? 구 교수=“말단비대증 진단을 위한 호르몬 검사는 상대적으로 비싸고 기본 국가건강검진 등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 얼굴 모양의 변화, 당뇨병·고혈압 등이 어린 나이에 발생했거나 치료가 안 될 때 의료진이 먼저 의심하고 접근해야 알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 선제적인 검사를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엘레나 교수=“말단비대증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합병증 탓에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수술, 방사선치료, 약물치료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뇌하수체 선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도한다. 수술이 성공적이지 않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방사선요법, 약물요법을 차례로 시행한다. 수술 후 선종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방사선치료를 통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성장호르몬 과잉 분비를 조절한다. 다만 방사선치료는 효과가 수년 후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치료 과정에서 뇌하수체 기능 저하로 인한 호르몬 결핍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에 뇌하수체 종양이 보이는 경우에만 시행이 가능하며 시신경과 같이 방사선 치료에 취약한 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면 시행이 어렵다. 지름 1㎝ 이상의 거대 선종은 수술로 말끔하게 제거하기 어려운데 이때에도 약물을 사용해서 성장호르몬 과잉 분비를 조절한다. 약물요법에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 성장호르몬 수용체 길항제, 도파민 작용제 등이 사용된다. 소마토스타틴 유사체 주사제는 일반적으로 4주 간격으로 투여되며 치료 반응에 따라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말단비대증의 원인인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조절된다는 것인가? 구 교수=“수술은 말단비대증 치료의 1차 선택지다.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화될 수 있다. 그런데 뇌하수체 종양 제거는 고난도 수술로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치료 성적이 크게 달라진다. 해외 지침에서는 연간 30∼50건 이상의 뇌하수체 종양 수술 경험이 있는 기관에서 수술하도록 하고 있다. 즉 실력이 뛰어난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숙련된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술 성적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을 먼저 하게 된다. 말단비대증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지정 센터의 의료진 실력이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인데 수술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 다만 국내에서는 해외 지침이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기준에 따라야 하므로 약물 치료 접근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수술이 어렵다는 신경외과 의사의 소견이 있어야만 약물치료가 가능하며 약제도 단계적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국내 임상 환경에서는 제한적인 치료 옵션이 적용되고 있다.” ―말단비대증의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구 교수=“일반적으로 소마토스타틴 유사체는 10년 이상 투여한다. 최근에는 치료를 통해 안정적인 임상 수치를 유지하는 환자에게 투약 간격을 기존 4주에서 8주까지 투여 간격을 연장하여 주사 횟수를 줄이는 치료도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장기 치료에 대한 환자의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30∼40%의 환자의 경우 치료 옵션이 아주 제한적이라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에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성장호르몬 수용체 길항제를 이차 약제로 사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 지침에서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 단독 치료 시 약 60%의 반응률을 보이므로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다른 약제를 병행하는 옵션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한 가지 약제만 단계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와 성장호르몬 수용체 길항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한 가지는 비급여로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쉽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다양한 약제를 활용하고 싶지만 지침은 제한이 많은 상황이다.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보다 심평원의 지침을 엄격히 따라야 하는 현실에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말단비대증 환자나 치료 환경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구 교수=“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과 관련된 환우회를 조직하기란 쉽지 않다. 말단비대증을 비롯한 희귀질환 환우회 조직의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빈도 질환과도 차이를 보이는데 희귀질환 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이 사회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 환우회를 통해 환자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려면 환자들이 적극 참여해 의견을 내야 한다. 의료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엘레나 교수=“한국도 환우회 등을 통해서 환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유럽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 등에 환우회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내분비학회에는 환자들이 준회원으로 가입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 실제 치료를 받는 당사자는 환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은 사회적 자문 역할을 하며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6월 21일은 ‘세계 루게릭병의 날’이다.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근육이 마비돼 발음, 삼킴, 호흡장애 등을 유발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뇌에서 척수로 신호를 전달하는 상부 운동신경과 척수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하부 운동신경을 모두 손상한다. 국내에서도 매년 300∼400명이 루게릭병으로 새로 진단받는다.경희대병원 신경과 오성일 교수는 “정상적인 의식과 감각 신경을 유지한 상태에서 초기에는 손발의 힘이 빠지는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마비돼 결국은 대부분의 일상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루게릭병을 진단받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위루술(PEG)과 인공호흡기를 적극적으로 적용함에 따라 1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10% 정도 된다.루게릭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유전자 이상, 흥분성 독성, 산화 스트레스, 면역 염증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20개 이상의 유전자가 발병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진단은 다른 신경계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다양한 검사를 활용한다.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근전도 검사, 신경전도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신경계 이상을 확인하고 근육의 활성과 신경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오 교수는 “국내 역학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 3000명의 환자가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라며 “평균 발병 나이는 61세로 60대 초반에 집중돼 있고 남녀 성비는 약 1.6대1로 남성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현재 치료는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리루졸과 에다라본 등의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다. 증상에 따라 위루술, 인공호흡기, 물리치료, 중재적 재활 등을 병행하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생체신호 분석, 유전자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임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오 교수는 “루게릭병은 희귀하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환자와 가족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조기 진단과 증상 관리가 중요하며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콩팥병(만성신부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일반인 중 86%는 투석에 대해 잘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김길원)는 4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1184명(일반인 768명, 환자와 보호자 416명)을 대상으로 말기콩팥병과 투석 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19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신장학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급증하는 말기콩팥병, 지속가능한 치료의 길-재택 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손상된 경우로 병세가 진행되면 악성 신생물(암)보다도 더 큰 진료비를 부담하는 말기콩팥병에 이르게 된다. 말기콩팥병은 1인당 평균 진료비가 단일 상병 중 가장 높다. 말기콩팥병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투석과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투석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복막투석과 병원을 방문해 진행하는 혈액투석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 그룹의 86.2%는 투석에 대해 잘 모른다(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 84.9%, 들어본 적 없다 1.3%)고 답했으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환자와 보호자 그룹에서는 ‘들어본 적 있고 잘 알고 있다’라는 응답이 60.1%로 일반인 그룹보다 높았지만 ‘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38.2%)라거나 ‘들어본 적 없다’(1.7%)는 응답도 39.9%에 달했다. 특히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 수준은 현저히 떨어졌다. 일반인 중 60.9%는 ‘혈액투석만 들어봤다’라고 답했으며 12.6%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라고 답했다. 환자와 보호자 중에서도 ‘혈액투석만 들어봤다’(46.6%)라거나 ‘혈액투석·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6.3%)라는 응답이 52.9%에 달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방법과 장단점 등에 관해 설명한 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묻자 일반인의 경우 복막투석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69.8%로 혈액투석(30.2%)보다 높았다. 또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47.3%도 복막투석으로 변경을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면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 복막투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치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신장학회는 복막투석 활성화가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 시급한 이슈라고 지적하며 재택 투석 관리료 신설, 운영 기반 마련, 전문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정책을 제안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지난해 국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117만여 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02개국 117만467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는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 시작 이래 최대 실적이며 전년 대비 93.2% 증가한 수치다.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정확히 산출되지 않았지만 2023년 의료 지출액 3조9000억 원과 생산유발효과 6조9000억 원을 고려하면 단순히 계산해도 약 8조 원에 달하는 의료 지출과 14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예상된다.지난 4월 취재진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한국형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국내 의료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오픈헬스케어의 ‘코리안 메디컬 센터’에 다녀왔다. 코리안 메디컬 센터는 현지 환자 진료는 물론 중증 환자를 한국의 의료기관에 전원·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 한국형 현지 클리닉지난해까지 16년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누적 환자는 504만7809명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 실태 조사를 통해 진료비 규모와 현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방침이다. 또 일부 피부·성형외과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국제 의료 행사와 국가 협력을 통해 암·심장질환·척추·난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진료 과목을 다변화할 계획이다.질병 검사 전문기관 씨젠의료재단(이사장 천종기)은 2023년 7월 해외 의료 진출을 위해 의료 시스템 전문기업 오픈헬스케어(대표 이민철)를 설립했다. 오픈헬스케어는 카자흐스탄, 미국, 베트남에 임상 수탁 검사, 자가 테스트, 클리닉, 검진센터 등 다양한 헬스케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의 전신인 MPK클리닉은 2018년 알마티에 문을 열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옛 소련과 현대적인 도시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다.센터를 이끄는 민희석 대표원장(오픈헬스케어 의료본부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카자흐스탄 의료 면허를 취득한 내과 전문의다. 당시 MPK클리닉을 개원하고 카자흐스탄 의료진이 한국의 선진 의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에 애를 썼다.특히 당시 그가 대표로 있었던 한국 해외 의료사업 전문기업 메디컬파트너즈코리아(MPK)는 현지 보건부로부터 국가 지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문 검사기관으로 선정돼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민간 의료기관이 국가 지정 검사기관으로 선정된 건 MPK가 처음이었다. MPK는 씨젠의 진단 시약과 한국산 진단 장비, 한국인 전문 인력 등을 투입해 신속한 검사를 진행했다.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검사센터까지 도입하면서 카자흐스탄 정부와 알마티시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개설 직후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직접 센터를 방문해 검체 채취 과정 등을 체험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등 선진 검사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알마티 꼭뎀에 있는 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는 1층에 클리닉과 채혈실, 원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채혈실은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미 많은 현지 환자가 이용하고 있었다. 원내 채혈실 외에 오픈헬스케어가 카자흐스탄에 운영 중인 채혈소는 현재 5곳이다. 클리닉에는 의사 24명, 간호사 17명, 약사 2명, 임상병리사 24명이 있다.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현지인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다.체계적인 한국 의료기관 전원 시스템 마련러시아인 환자는 러·우 전쟁의 여파로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카자흐스탄(1만4000명), 러시아(1만7000명), 몽골(2만5000명) 등 중앙아시아권 환자가 한국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안 메디컬 센터에서 주목할 것은 사전·사후관리센터(PPCC)다. 한국 의료기관과 연계해 환자의 치료 전후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국제 의료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한국 의료진과 협력해 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한국 의료기관으로 전원되기도 한다. 취재 당시에도 부천성모병원, 명지병원, 일산병원 등에서 지원 나온 한국 의료진이 현지 진료를 준비 중이었다. 사전·사후관리센터에서 한국 의료기관 방문 전 필요한 사전 검사를 할 수 있다. 한국 의료기관에서의 치료를 위한 원격진료, 약물 투여 등 사전 준비를 한다. 환자는 통역 서비스, 한국 의료기관의 예약, 의무 기록 등 행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카자흐스탄 ‘코리안 메디컬센터’ 하반기에 확장-이전중앙亞첫 ‘3.0 테슬라 MRI’ 도입… 카자흐스탄 최초 초정밀 CT 갖춰한국 의료시스템-헬스케어 사업… ‘현지 맞춤형’ 관리 서비스 제공한국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환자는 클리닉에서 지속해서 관리받을 수 있다. 원격진료로 한국 의료진과 정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치료 방향을 조율한다. 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와 협력을 맺은 한국의 병원은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한양대 국제병원 등이다.민 원장은 카자흐스탄에 표준화된 진료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처럼 의료 시스템이 열악할수록 의료기관의 격차가 크다”라며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현지 의사가 한국 의사와 같이 표준화된 진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건물 3층에는 진단검사실과 분자검사실, 병리검사실이 있다. 검사실에서는 분자 진단, 혈액학, 병리 검사가 가능하다. 교차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양압·음압 공조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분자 진단 검사실의 경우 최신 진단 기법인 ‘멀티플렉스 리얼타임 PCR’을 이용한 유전자 검사를 수행한다.하반기 대규모 코리안 메디컬 센터 확장·이전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는 9월 아이제레 지역으로 확장 이전한다. 지하 1층∼지상 5층의 2158평(약 7133㎡) 규모다.의료 장비도 최신 기기로 갖출 예정이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내시경 검사기, 유방 촬영, 치과 영상 촬영부터 초음파, 골밀도 검사 기기를 갖춘다. 특히 3.0 테슬라 MRI는 중앙아시아 최초로 도입된다. CT도 256 슬라이스의 초정밀 영상진단 전산화 단층촬영이 가능한 기기로 카자흐스탄 최초다.민 원장은 “의료의 국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라며 “전 세계와 발맞추기 위해서는 우리도 싱가포르의 풀러턴헬스그룹과 같은 다국적 의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 10개국 이상에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풀러턴헬스는 아시아태평양 굴지의 통합 건강 시스템이다.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해 500개가 넘는 의료 시설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9개 시장에서 의료 제공사로 구성된 대규모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 서비스와 맞춤 관리·자문을 제공한다.박건상 오픈헬스케어 총괄의료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과 I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카자흐스탄에 도입해 정확하고 신속한 진료, 효율적인 한국형 건강관리와 의료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진단검사 기술과 수준 높은 진료 서비스로 질병의 진단과 예방, 치료, 건강관리까지 카자흐스탄 국민을 위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에이즈 환자는 1985년 해외 근무 중이던 당시 25세 남성 A 씨다. 그는 동료에게 헌혈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받던 중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았고 곧바로 귀국해 보건 당국에 의해 1호 환자로 공식 확인됐다. 이후 A 씨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보고된 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A 씨가 오랜 기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치료제의 발전이 있다. HIV 치료제가 처음 개발된 1987년 이후 약 40년간의 진보를 거치며 HIV는 이제 잘 관리하면 평균 기대수명과 차이가 없는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여러 약을 병용하는 칵테일 요법으로 복용 부담과 부작용이 컸지만 현재는 하루 한 알로도 바이러스 억제가 가능할 만큼 치료가 간편하고 안전해졌다.치료제의 발전은 예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렙(PrEP, 노출 전 예방 요법)’은 HIV 비감염자가 약을 먹어 HIV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출 전 예방 요법은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제뿐이지만 최근에는 6개월에 한 번 투약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도 개발돼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하루 한 알에서 6개월 한 번 주사까지 ‘예방’으로 지난해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는 캡시드 저해제라는 새로운 혁신적 기전을 기반으로 한 레나카파비르의 기초 연구와 임상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2024년 올해의 혁신’으로 선정했다.레나카파비르는 HIV 캡시드 단백질에 직접 작용하는 최초의 캡시드 저해제로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감싸 보호하는 보호막(캡시드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한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레나카파비르는 단일 단계에서 작용하는 다른 HIV 치료제와 달리 세 가지의 서로 다른 단계에서 HIV 복제와 증식을 다중으로 억제할 수 있다.임상 연구에 따르면 레나카파비르는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심리적인 성별이 서로 일치) 여성 대상 HIV 감염 예방 효과에서 기존 경구제인 트루바다 대비 100% 감염 예방률을 보였다. 이어 시스젠더 남성, 성전환자, 논바이너리(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제3의 성)를 대상으로 트루바다 대비 99.9% HIV 감염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이러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난 1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레나카파비르의 노출 전 예방요법 적응증을 허가했다. 유럽도 2월 의약품청(EMA)에 신속심사 허가 신청이 제출돼 상용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한국도 본격적인 HIV 예방 체계로 전환 중2023년 국내 신규 HIV 감염인은 1005명이다. 그중 20∼40대가 약 80%(802명)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젊은 층 중심의 HIV 신규 감염이 지속 발생함에 따라 감염 취약군은 대상 HIV 선별검사 시행으로 감염 조기 발견과 치료 연계가 중요해지며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의 ‘노출 전 예방 요법 지원 사업’이 시행됐다.질병청의 노출 전 예방 요법 지원 사업은 HIV 신규 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처방을 희망하는 감염 취약군(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 또는 성전환 여성, 파트너가 HIV 감염인인 경우, 고위험 직업군)은 올해 1월부터 종료 시까지 HIV 항원·항체 검사비 급여 본인 부담금 전액, 처방 전 검사비 급여 본인 부담금 전액, 본인 부담금 6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약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희망자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소수자 에이즈예방센터 iSHAP(아이샵) 홈페이지를 통해 노출 전 예방 요법 지원 사업 참여 의료기관과 처방 가능 병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노출 전 예방 요법으로 HIV 신규 감염 감소이미 해외에서는 노출 전 예방 요법 활성화를 통해 HIV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전 세계 79개국이 노출 전 예방 요법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800만 이상 누적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 미국, 영국, 브라질이 노출 전 예방 요법 사용 상위국이며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호주, 베트남, 태국, 대만이 포함된다.FDA는 2012년 노출 전 예방 요법을 허가해 2023년 기준 사용자 43만 명을 달성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9년 미국의 HIV 감염병 종식 계획을 발표해 노출 전 예방 요법 필요 인구 내 실제 처방 비율을 2025년까지 5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 시작해 10년 만에 노출 전 예방 요법이 필요한 인구의 72%까지 달성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출 전 예방 요법 활성화의 배경에는 ‘마그넷 프렙 캐어’ 프로그램이 있었다. 국가 주도 프로그램으로 HIV 검사부터 약물 처방, 복약순응도 관리까지 종합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는 이 제도를 통해 HIV 신규 감염인이 2012년 478건에서 10년 만인 2022년에는 157건으로 67% 급감했다.아시아 국가에서는 대만이 노출 전 예방 요법 활성화를 통해 HIV 신규 감염인 수를 감소시켰다. 대만은 2018년 처방 요건을 충족하는 대상에게 처방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2021년부터 처방 의향자가 노출 전 예방 요법 약제 1병 비용으로 3병을 처방받을 수 있는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18년 프렙 도입 이후 지난 7년간 HIV 신규 감염인이 62% 급감하는 결과를 확인했다.한국서 예방과 치료 막는 문제, ‘사회적 낙인’HIV가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음에도 국내 HIV 감염인에 대한 인식은 성소수자 혐오와 맞물려 뿌리 깊은 차별과 낙인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낙인은 감염인의 심리적 고립과 치료 중단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예방할 기회조차 차단한다.‘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인의 자살률은 일반 국민 전체의 자살 사망률 대비 10배 높다. 전 세계 자살률이 1위인 한국에서 자살률 원인 1위가 HIV 감염인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한 감염인의 사회적 낙인 경험 지표는 3.5점(5점 만점)으로 독일(2.0), 남아프리카공화국(2.1) 등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이처럼 왜곡된 인식과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HIV 검사나 병원 방문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감염 사실을 늦게 알게 돼 치료나 예방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노출 전 예방 요법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1%(147명)에 불과했다. 이는 감염 가능성이 높음에도 상당수가 예방 수단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교수는 “노출 전 예방요법은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신규 감염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공중보건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치료와 바이러스 억제율이 높은 국내도 감염인이 치료를 잘 유지하면 이들을 통한 감염전파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적인 예방 치료제가 국내에도 도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이는 HIV 감염 종식을 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의 이유로 노출 전 예방 요법 정식 처방을 주저하는 사람은 해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약물을 불법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담도암은 우리나라 환자가 전 세계에서 사망률 1위, 발병률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치료 접근성이 낮은 ‘소외된 암’이기도 하다. 담도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통로인 담도에 생긴 암을 말한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진단 시 이미 전이된 경우가 많다. 예후가 좋지 않고 사망률이 높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 담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9.4%로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담도암 명명백백(冥明百百)’은 한국혈액암협회가 담도암 환자를 응원하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다른 암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담도암 환자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12일 기준 1만3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5만 명 서명이 목표다.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서명에 동참할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담도암 명명백백 홍보대사인 배우 김규리 씨를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씨는 2003년 담도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머니가 담도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종합병원 세 곳에서 검진받았지만 이렇다 할 진단을 받지 못해 소화제만 복용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증상이 악화해 병원을 다시 방문한 후에야 담도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담관에서 담도로 전이된 상태였으며 수술이나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남은 시간이 5개월 정도라는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저희 어머니처럼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다고 알고 있다. 당시 아주 혼란스러웠다. 초음파검사를 받은 이후 의사에게 어머니가 암일 가능성이 높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기 어려웠다. 암 확률이 95%라는 설명에 나머지 5%의 가능성은 없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일주일 뒤 어머니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자택에서 요양했다. 암은 면역력을 크게 떨어트려 작은 문제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어머니도 비슷한 이유로 예상보다 빠르게 저희 곁을 떠나셨다. 담도암은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병상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며 담도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질환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고 환자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었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담도암 환자의 입장에 깊이 공감하게 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캠페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담도암 치료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어머니가 치료받았던 시점에는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효과를 확인한 신약이 허가돼 있음에도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혁신적인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이 담도암 1차 치료에 허가돼 있지만 1년 치료에 1억∼1억5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국내 담도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도 타 암종 대비 낮은 치료 접근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캠페인 홍보대사로 참여하며 느낀 소감이나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지 어느덧 두 달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 출연한 영화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이 기회를 활용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캠페인을 소개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관련 영상을 게시했다. 이후 여러 환자와 가족이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담도암을 널리 알려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줬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는 환자의 사연이었다. 삶과 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현재 투병 중인 환자나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이 있다면…. “매우 조심스럽지만 환자와 가족 모두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특히 가족과 보호자는 자신의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족이 든든하게 버텨줘야 환자도 힘을 낼 수 있다. 어머니를 간병했던 물리적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5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 시간을 통해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삶 전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직접 느꼈다. 형제가 많아 돌아가며 간호했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힘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상황에 부닥친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담도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캠페인 영상에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대중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재 총 5만 명을 목표로 담도암 명명백백 캠페인 공식 사이트에서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담도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다. 사이트에 방문하면 담도암에 대한 정보와 함께 환자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약 1만30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응원 메시지를 남겨 목표인 5만 명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치료법의 발전으로 이제 암은 ‘정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여겨지지만 간암은 다르다. 간암 환자 중에는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같은 기저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진단 시점부터 이미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간암 치료에서 간 기능은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치료 효과를 좌우할 수 있는 ‘간 기능 유지’에 대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높지 않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간암 리포트: 간 기능 다시 보기’ 기획을 진행했다. 마지막 회는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다.》국내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는 간암은 주로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변 등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따라서 ‘간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저질환과 함께 간 기능이 저하된 경우도 많아 항암 치료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간암 치료의 핵심은 환자의 생존 기간을 최대한 오래 연장하는 것과 간 기능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간 기능이 떨어지면 치료 옵션이 제한되고 결국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항암 치료 초기부터 간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간암 1차 치료법은 간 기능 저하, 식도 정맥류 출혈 등 부작용에 따른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중면역항암요법(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 1차 치료 옵션으로 부상하며 기존 표준 치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간암 치료에서 간 기능 유지의 중요성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국내 간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간암은 대부분 ‘병든 간’에서 발생한다. 즉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변 등 간암의 주요 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에게 잘 발병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B형 간염에 의한 간암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그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알코올성 간질환에 의한 간암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만성 간질환과 함께 간 기능이 떨어지면 항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만성 간질환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의 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음주가 간 기능 악화의 주된 원인인데 이러한 환자는 간 기능 저하로 인해 항암 치료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암 환자의 항암 치료에서 다른 암종 환자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항암 치료가 까다롭다. 과거에는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되면 치료법이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하며 간암 치료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간암 1차 치료에서 이중면역항암요법이 새로운 표준 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치료 대비 어떤가. “현재 간암 1차 항암 치료에는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병용요법과 이중면역항암요법 두 가지가 사용된다. 이중면역항암요법은 면역항암제인 더발루맙과 트레멜리무맙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특히 추적 관찰 연구를 통해 5년 장기 생존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간 기능을 비교적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는 위·식도 정맥류 출혈 발생 위험이 낮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치료 도중 정맥류 출혈로 사망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어 출혈 위험이 큰 환자에게서는 병용요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주요 간문맥에 종양이 침범한 환자는 정맥류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중면역항암요법은 면역 반응은 더욱 효과적으로 활성화하면서도 출혈 부작용이 없어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중면역항암요법을 사용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현재 이중면역항암요법으로 치료 중인 한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상 종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전을 보였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많은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간암 환자 7명 중 1명은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효과적인 항암 치료 옵션이 허가되면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다면 장기 생존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부디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길 바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 미래의학관’이 지난 16일 공식 개관했다.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이다. 고려대 의과대학(학장 편성범)은 이날 준공식을 열고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융합형 연구 기지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승명호 교우회장 등 정재계와 학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이 신종 감염병 연구와 백신 개발을 위해 고려대에 100억 원을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한 고려대의료원의 강한 의지와 맞물려 미래 감염병 대응 역량을 민간 주도로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민간 주도 최고 수준의 기반정몽구 미래의학관의 핵심 시설인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는 백신 개발 전 과정을 포괄할 최첨단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생물 안전 3등급(BL3)과 동물실험이 가능한 ABL3 시설을 포함해 IVIS 광학 영상 시스템, 고속 세포 분석 장비, G3 로봇 워크스테이션 등 최신 장비가 대거 도입됐다. 임상시험 검체 분석의 품질을 인증하는 GCLP 수준의 분석 시설도 구축 예정이다. 센터는 이미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협력해 mRNA 플랫폼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이며 최근 긍정적인 중간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차기 대유행 유발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 ‘X’로 지목한 한타바이러스는 고(故)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백신(한타박스)을 개발했다. 고려대 연구진은 2027년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연구를 가속하고 있다.융합 연구 허브로 도약… 오픈 이노베이션 전진기지 고려대의료원은 백신혁신센터를 감염병 백신 연구개발의 중심으로 성장시키고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바이오·의료 융합 혁신의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대, 안암, 구로, 안산병원 교수진은 물론 의학, 바이러스학, 면역학, 역학, 통계학 등 국내외 최고의 다학제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백신 연구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며 “정몽구 명예회장이 감염병 극복과 국민 건강 회복에 이바지해 달라는 뜻으로 큰 애정과 지원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기부자의 숭고한 마음을 이어받아 정몽구 미래의학관이 한국의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전 세계 백신 연구를 선도하는 무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몽구 미래의학관이 한국의 백신 주권을 확보하고 세계 보건 위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메디사이언스파크,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확장 정몽구 미래의학관 개관은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를 글로벌 첨단 융합 연구 콤플렉스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혁신 신약 제조기업 셀랩메드의 GMP 제조시설,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빅데이터 분석센터’, 의료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의료기술지주 공유오피스 등이 입주해 연구·임상·산업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형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최근 해외에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보고되고 있는데 정몽구 미래의학관 개관으로 백신혁신센터가 더욱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게 된 것은 참으로 뜻깊고 반가운 일”이라며 “첨단 의학 기술과 융합 연구의 전당이 될 정몽구 미래의학관 건립을 후원한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우리는 질병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백신 개발 플랫폼을 고도화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산 백신을 반드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속속 승인받으며 치매 치료에 대한 불씨를 살리고 있지만,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발현되는 특성상 증상만으로 치매 종류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미국과 한국 연구진이 혈액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병리 검출 방법을 공동 발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는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메모리·에이징 센터(Memory and Aging Center) Lawren VandeVrede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팀을 결성해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에 보이는 임상 모습을 관찰했다.치매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 질환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임상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고 여러 발병 원인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 도구에는 제약이 많았다. 이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핵심 병리 기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생체 지표인 p-tau217 물질이 전두측두엽 치매 검사 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연구팀은 2008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UCSF 메모리·에이징 센터에서 임상 평가를 받고 사후 뇌 조직을 기증한 총 349명을 연구 대상 집단으로 삼았다. 연구 대상군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임상 증후군 환자가 속했다. 연구팀은 p-tau217, 신경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신경계 염증 상태를 나타내는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등 세 가지 바이오마커의 농도를 정밀 분석 장비(SIMOA)로 살폈다.그 결과, 사후에 측정된 혈액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이 가진 p-tau217 농도(평균 0.28 pg/mL)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평균 0.10 pg/mL)보다 높게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이 동반된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가 보인 p-tau217 농도(평균 0.19 pg/mL)도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경우(평균 0.07 pg/mL)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연구팀은 혈액 속 p-tau217 물질이 알츠하이머병 신경병리를 진단함에 매우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치매 연관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AUC)를 0.95로 유지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집단에서는 0.98에 달하는 정확도를 보였으며 알츠하이머병 집단이 아니라도 0.89의 비교적 정확한 성능을 유지했다. 반면, 바이오마커로 기대를 모았던 NfL과 GFAP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 또한 p-tau217 물질과 함께 사용해도 진단 가치를 크게 높이지 못했다.연구팀은 전측두엽 치매로 진단된 환자군 중 약 23%는 알츠하이머 병리를 함께 보유한 것도 밝혔다. 두 가지 치매 형태가 동반된 경우, 인지 기능 검사 점수를 포함한 기억력, 실행 기능, 시공간 능력 등 인지 영역 전반에 걸쳐 더 나쁜 수행 정도를 나타냈다. 또한 뇌 뒤쪽 피질 위축이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함께 보고했다.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조 교수는 “혈액 기반 p-tau217 물질이 다양한 치매 환자군에서 알츠하이머 병리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가 매우 높다”라며 “향후 정확한 감별진단, 치료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p-tau217 물질이 핵심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치매 진단과 연구 환경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논문은 JAMA Neurology 최신호에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를 사용한 알츠하이머와 비 알츠하이머 임상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 신경병리학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GE헬스케어 코리아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산부인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볼루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고위험 산모 케어를 위한 최신 초음파 기술과 임상 적용 사례를 소개했으며 GE헬스케어의 차세대 초음파 플랫폼인 ‘볼루손 엑스퍼트 BT25 버전’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연사로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와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이대엄마아기병원 이경아 교수가 참여했으며 고위험 산모 진료의 중요성과 최신 초음파 진단의 임상적 적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고위험 산모는 임신 중 고혈압, 당뇨병, 조기 진통 등 다양한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커 정밀한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진료 환경에서 초음파 기술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조망하고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 방안을 논의했다. 볼루손 엑스퍼트 시리즈는 빔포머 채널을 기반으로 한 리릭 아키텍처와 울트라 고화질 기술을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한다. 특히 신규 BT25 버전은 BSI(Blood Specking Imaging) 기술인 그래픽 플로 기술을 탑재해 복잡한 혈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한다. 새롭게 출시된 RAB7 프로브에는 3D 해상도를 향상하는 XD 클리어 기술이 적용됐으며 AI 기반 실시간 영상 인식 기능인 소노리스트라이브가 탑재됐다. 권 교수는 임신 1기 심초음파 검사와 고위험 산모 진단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한 심장 기형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산부인과 진료를 위한 초음파 기술의 발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이대서울병원에서 작년 개원한 이대엄마아기병원의 고위험 산과 센터장으로서 5000여 건의 분만과 500쌍 이상의 쌍둥이 출산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초음파 기술이 산부인과 진료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GE헬스케어 코리아 김용덕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도 고령 임신 증가, 만성질환을 동반한 임산부 증가로 고위험 산모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초음파 기술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주요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의료진의 실질적 임상 경험과 지견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진단의 정확성과 임상의의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대한민국 고위험 산모 진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더 나은 의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연이 교수 연구팀이 심장 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좌심실 비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원인까지 구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좌심실은 폐에서 산소를 받은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심장의 핵심 부위로 전신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좌심실의 벽(심근)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심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좌심실 비대’라고 하며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좌심실 비대 진단에는 심장 초음파가 1차 검사로 널리 활용되지만 검사자의 맨눈으로는 심실 내 미세한 구조 차이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추가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단이 지연되면 치료가 늦어지고 심부전, 돌연사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진단 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윤 교수 연구팀은 심장 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원인을 감별할 수 있는 AI 기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심장 초음파 영상에서 심근의 미세한 패턴과 형태 변화 등 총 1만9839개의 특징 정보를 수치화해 AI가 질환별 패턴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좌심실 비대 여부 진단과 대표적인 원인 질환인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을 구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외부 병원의 독립된 검증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비후성 심근병증 96%, 심장 아밀로이드증 89%, 고혈압성 심장병 83%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AI 모델이 세 가지 질환 모두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분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고혈압성 심장병의 진단 민감도는 기존 심장 초음파 방식에서 33%였으나 AI 모델에서는 75%로 향상됐다. 비후성 심근병증의 F1 점수도 0.57에서 0.87로 높아져 전반적으로 AI 모델이 기존 방식보다 우수한 진단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실제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비율이며 F1 점수는 진단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 지표다. 이번 연구는 AI가 분석 과정에서 중요하게 판단한 영상 부위가 시각적으로 나타나 의료진이 직접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어 진단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실제 임상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좌심실 비대의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1차 검사인 심장 초음파 단계에서 원인 질환을 더욱 빠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진단이 어려운 파브리병, 다논병 등의 희귀질환이나 운동선수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 좌심실 비대의 감별을 돕는 AI 모델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심혈관영상저널)’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손가락의 반복적인 사용은 손과 손목에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이 크게 늘면서 손목이나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방아쇠 손가락’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는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방아쇠 손가락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10년간 50%가 넘게 늘었다. 특히 50대 여성이 가장 많았는데 2023년 기준 50대 여성 환자가 6만3879명에 이르렀다.손가락에는 손가락 힘줄을 싸고 있는 약 7개의 도르래(활차)가 있다. 손가락을 굽히는 힘줄이 움직일 때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르래가 좁아지거나 힘줄이 두꺼워지면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하기 어려워진다. 힘줄이 도르래에 걸려 있다가 한 번에 통과하면서 ‘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여진다.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손가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아쇠 손가락이 발생하는 원인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통은 반복적인 주먹의 움켜쥠이나 직업과 취미 생활에서 반복적인 손의 사용이 원인이 된다. 운전대를 오래 잡는 직업, 골프나 테니스처럼 기구를 쥐고 하는 운동, 손이나 손가락에 힘을 주는 가사 노동을 빈번하게 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발생률이 수배까지도 올라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어렵지 않다. 특징적으로 손가락을 못 펴다가 ‘탁’ 하고 펴지는 느낌이 있거나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딸깍’ 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진찰만으도 진단할 수 있으나 다른 병변을 배제하기 위한 X-레이와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할 때는 딸깍거림이 사라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르래 부위를 눌러 봤을 때 압통이 있고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다면 딸깍거림이 없더라도 방아쇠 손가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방아쇠 손가락의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르다. 경증의 방아쇠 손가락은 손 사용을 줄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불편감이 심하다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구기혁 교수는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시작하는 부위에 있는 A1 활차에서 발생하므로 스테로이드는 손바닥에 주사한다”라며 “주사 이후 일주일 후부터는 대부분 증상이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해서 맞으면 심한 합병증인 힘줄 파열이 보고된 바 있어 2회를 초과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신중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에도 재발하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분 마취하에 약 1.5㎝ 정도만 절개하는 수술로 5∼10분가량 소요된다. 수술은 방아쇠 손가락의 원인이 되는 손바닥의 A1 활차를 절개해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를 열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수술 직후부터 바로 가벼운 일상생활에서 손 사용이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유착을 막기 위해 수술 직후부터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재활 운동을 시작한다. 반복적인 손의 사용과 오랫동안 강하게 쥐는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3일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보건의료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성인 백신과 관련해서는 몇 년째 국가 예방접종 도입이 제자리걸음인 만큼 이번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 주목된다. 65세 이상 노년층에 큰 위협이 되는 폐렴구균 감염 예방을 위한 단백접합백신은 질병관리청이 2023년 진행한 도입 타당성 연구에서 ‘2순위 도입 백신’으로 선정한 바 있음에도 아직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사망 원인 3위 폐렴, 국가 예방접종 도입은 여전히 제자리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암·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80명이 숨지고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세균성 폐렴에서 중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은 폐렴뿐 아니라 수막염과 같은 침습성 질환을 유발하고 생존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 감염학회는 2025년 성인 예방접종 지침을 업데이트하며 65세 성인에게 20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20) 1회 접종 또는 15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15)과 폐렴구균 다당질백신(PPSV23) 순차 접종을 권고했다. 그러나 의학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65세 이상 성인에게 폐렴구균 다당질 백신만을 지원하고 있어 단백접합백신 접종은 전액 본인 부담으로 높은 비용을 지급하고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한 2024년 ‘신규 백신 도입 우선순위 연구’에서도 65세 이상에서 단백접합백신 도입이 인플루엔자 고용량 백신 다음 2순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질병 부담,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 평가해 국가 예방접종에 도입해야 할 백신으로 단백접합백신을 지목했다.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이 65세 이상에서 반드시 추가돼야 할 국가 예방접종 1순위로 꼽힌 바 있다. 한국 의학 바이오 기자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반드시 추가돼야 할 국가 예방접종으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 56%(933명)의 응답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면역원성, 폐렴 예방효과 뛰어난 단백접합백신다당질 백신은 많은 혈청형을 포함하고 현재 국가 예방접종을 통해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는 일관되지 않는다. 단백접합백신보다 면역 유도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단백접합백신은 다당질 백신과 비교해 고령층에서 폐렴 구균성 폐렴 입원 예방에 있어 더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 특히 65~74세 연령층에서는 단독 단백결합 백신 13가 접종 시 백신 효과가 66.4%에 달했지만,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은 18.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두 백신을 순차 접종한 경우에는 80.3%로 가장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예산 논란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 65세 이상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용 효과성 분석에서 20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기존 23가 다당질 백신 대비 더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며 비용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1인당 접종 비용이 약 10만원으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약 4만7000원보다 높았지만,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과 비균혈성 폐렴(NBP) 발생과 관련 사망을 유의하게 줄였으며 삶의 질 보정 기대수명(QALY )을 증가시켰다.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의 추가 비용 대비 삶의 질 보정 기대수명 증가 효과는 약 2677달러(약 368만원)로 우리나라의 비용 효과성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해외는 50세 이상이면 단백접합백신 접종으로 전환 미국 질병 관리센터(CDC)는 작년 10월 모든 50세 이상 성인에게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15·20·21가 가운데 1회 접종을 권고하며 기준 나이를 65세에서 50세로 낮췄다. 다당질 백신을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폐렴은 암, 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에 해당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예방 효과가 입증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 아직 국가 예방접종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라며 “감염내과 전문가로서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허가된 20가 백신은 단일 접종만으로도 넓은 혈청형을 가지고 있으며, 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도 국가사업 도입의 타당성을 갖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일부 후보들이 성인 백신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러한 약속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도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과학적 근거와 비용 효과성, 국민적 요구까지 모두 갖춘 국가 예방접종 후보임에도 여전히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공중보건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루 80명이 폐렴으로 사망하고 그중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통계는 국가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지점임을 보여준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예방백신 정책이 더는 소외되지 않도록 각 정당과 후보들의 실질적인 건강 공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인하대병원이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찾아 공공 의료 실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택 인하대병원 병원장을 비롯한 교수진과 실무진 20여 명은 지난 15∼16일 1박 2일 일정으로 백령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교육과 진료 협력 방안 논의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도서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지역 병원과의 지속가능한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인하대병원은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서 현지 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백령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원격 화상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해당 시스템의 운영을 내실화하고 양 기관 간 협업 체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시스템은 섬 지역에서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와 실시간으로 진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진행된 교육에는 심폐소생술 실습, 뇌중풍(뇌졸중) 진단과 치료, 로봇수술 등이 포함됐으며 진료 협력 체계에 대한 안내도 병행됐다. 각 분야마다 인하대병원 교수진이 직접 강사로 나서 실무 중심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택 병원장은 “기술로 거리를 좁히고 신뢰로 연결하는 것이 인하대병원이 지향하는 공공 의료”라며 “앞으로도 지역 병원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현장의 요구에 응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노인 인구가 늘면서 난청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40세 이상 성인의 난청 유병 현황(2019∼2023)’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40세 이상 성인의 중증도 이상 난청 유병률은 남자 17.8%, 여자 13.6%, 경도 난청은 남자 30.9%, 여자 23.4%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난청 유병자도 늘어 70대 이상에서는 남자의 52.9%, 여자의 40.7%가 중등도 이상 난청을 앓고 있었다. 청력 손실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최근 동아대병원에서 동의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부산·경남 지역의 난청 환자를 진료하는 정성욱 인공와우센터 센터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을 만나 난청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부산·경남의 난청 환자 비율이 어떤가.“우스갯소리로 부산은 ‘노인과 바다’라는 말이 있다. 부산·경남은 광역시도 중에서도 고령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병원 대기실만 봐도 노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60대가 되면 100명 중 한 명이 고도 이상 난청이 된다. 노인성 난청은 생활 속 불편감을 넘어 대화 단절, 우울증 등을 유발하며 삶의 질이 떨어진다.”―난청은 왜 생기나….“소리는 공기를 타고 귓속으로 들어가 고막을 진동시킨다. 이 진동이 귓속뼈인 ‘이소골’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달돼 청세포를 자극하면 소리로 인식된다. 나이가 들면 달팽이관의 청세포가 손상되고 청신경이 퇴화하면서 청력이 저하된다. 그런데 이러한 청력 저하가 정상적인 속도를 벗어나 빠르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 노인성 난청이라고 한다.”―치료 방법과 비용은.“청력 손실 정도에 따라 난청은 경도, 중등도, 고도, 심도로 구분된다. 26∼40㏈ HL의 경도 난청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40㏈ HL 이상의 중등도 난청부터는 보청기 착용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해 사용자의 청력을 개선하는 기기다. 가벼운 난청부터 중등도 난청까지 다양한 수준의 난청에 적용될 수 있다. 고도(70㏈ HL 이상) 난청부터는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장치다. 고도에서 심도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외과적 수술을 통해 측두골 속에 이식된다. 기능을 하는 청신경이 남아 있는 경우에 효과적이고 보청기로도 소리 인지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적합하다. 비용은 한쪽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데 2500만 원 정도다. 이 중 본인 부담은 성인이 500만 원 정도다.”―난청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꺼리는 노인들이 많다. 이유가 있나.“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가 다수다. 치료를 망설이는 이유는 심리적, 물리적 장애물 때문이다. 가장 큰 심리적 이유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여러 번의 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번거로움도 수술을 망설이는 이유가 된다. 의료 접근성도 치료의 장애가 된다. 부산·경남의 경우 난청 전문 메디컬센터 부재로 서울과 수도권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 인공와우 수술을 한 후에는 관리와 재활이 필수다. 그러나 서울 수도권 대형병원에서도 수술 후 재활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도권 병원 쏠림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의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지방 거점 도시에 난청 재활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이 절실하다. 진료, 청력검사, 언어 검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돼야 보청기가 필요한 환자와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 인공와우 수술은 통상 1시간 반 수술, 2박 3일 입원, 부분마취도 가능한 수술이다.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 병원이면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으로 난청과 비중증 환자의 수술이 어려워졌다. 동의의료원에서는 인공와우센터에 수술 전 평가와 정확한 수술 계획 수립, 재활을 위해 청력검사실, 언어치료실, 인공와우 매핑실, 등 전문 검사실과 체계적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했다.”―수술 후 청각 재활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인공와우 수술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경험 많은 전문가의 수술이 중요하다. 인공와우 이식을 위해서는 달팽이관에 작은 구멍을 내고 전선을 넣어야 한다. 달팽이관에 작은 손상도 없이 전선을 삽입해야 하는 고도로 정밀한 과정이다. 수술 후에는 정확한 매핑과 청각 재활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자의 언어 능력을 지속해서 높여야 한다. 수술 후 매핑 과정, 꾸준한 언어치료도 수술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효과적인 언어 재활을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과 매일 대화를 하면서 듣기 훈련을 해야 한다. 독거 노인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언어치료센터와 협업해 재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최근 동의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인공와우 첫 수술을 했다고….“20세 여자 환자였다. 부모가 모두 선천성 난청을 앓고 있었다. 선천성 청력 소실 상태로 두 살때 한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이번에 나머지 한쪽도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한쪽 인공와우로는 소음 상황에서 시끄러워지면 말을 못 알아듣고 소리가 났을 때 어디에서 나는지 입체감을 상실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현재 재활 훈련 애플리케이션으로 언어 재활을 하고 있다.”―앞으로의 계획은….“동의의료원에서 현재의 인공와우센터를 확장해 진료, 검사, 수술 뿐만 아니라 재활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아서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다. 치료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허들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5년 HIROs(국제 보건의료 연구기관장 협의체)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5년 HIROs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지속해서 회의에 참여하며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과 참여는 한국이 2025년 HIROs 회의를 유치하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전 세계 보건의료 연구개발 논의하는 HIROs HIROs는 1998년 미국 국립암센터의 해럴드 바머스 원장에 의해 시작된 국제 바이오메디컬 연구 자금 지원 기관들의 커뮤니티다. 바머스 원장은 198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HIROs는 전 세계 바이오메디컬 연구기관들이 협력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HIROs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회원 기관 간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고 공동 활동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국제적인 바이오메디컬 연구 이슈에 대응하고 각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범국가적인 협력 협의체를 구축하고 있다. 운영 방식은 매우 유연하다. 구체적인 세부 지침 없이 회의 과제를 결정하고 논의를 진행한다. HIROs 사무국은 영국 의학연구회(MRC)가 담당하고 있으며 연 1∼2회의 정기 회의를 통해 회원 기관장들이 직접 대면해 기관 현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 현재 HIROs에는 전 세계 21개국에서 3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 기관으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유럽연구이사회(ERC),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일본의료연구개발원(AMED) 등이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HIROs 2025 회의 한국 개최 HIROs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에서 글로벌 공조가 이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한 감염병 대비 글로벌 연구 연합 결성도 HIROs가 주도했다. 만성질환 글로벌 연합은 HIROs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계적인 연합으로 급성장한 사례다. 다음달 16∼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HIROs 회의는 일본이 2016년 개최한 이후 아시아 국가에서는 두 번째다. 이번 HIROs 회의에서는 임상시험의 글로벌 병목현상 해결 방안, 기후변화, 바이오 데이터, 인공지능(AI), 인류 공통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모델 연계와 활용 방안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인류 공통의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모델 연계와 활용 방안’을 의제로 제안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 보건 산업의 국제적 위상 제고, 바이오헬스 분야 정책 공조 확대, 국내 연구기관과 글로벌 연구기관 간 협력 강화 등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보건의료 혁신 기술 확보를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보고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세계 동향에 발맞춰 국가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무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혁신적 성과 창출을 위해 글로벌 투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 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신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과학기술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적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HIROs 회원 기관으로서 글로벌 현안을 공유하고 지속해서 협력함으로써 한국의 보건의료 연구개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코오롱생명과학(대표 김선진)이 미국에서 열린 유전자·세포치료 분야 학술대회에서 자사 항암 치료제 후보물질의 유효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글로벌 항암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3∼17일(현지 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5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에서 항암 치료제 후보물질 ‘KLS-3021’의 피부 편평세포암(cSCC)에 대한 전임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KLS-3021은 사람 피부 편평세포암 세포주에서 정상 사람 표피 각질 세포 대비 높은 선택적 세포독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종양세포 내에서 활발하게 복제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사멸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동소 이식 종양 모델을 사용한 항암 효능 평가에서 1회 주입만으로도 종양이 소멸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특히 전이 종양 모델에서도 주 종양뿐 아니라 인접 림프샘에까지 치료 효과가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전이암 치료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했다. 조직 분석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관찰됐다. KLS-3021 투여 후 세포외기질(ECM) 분해가 촉진되고 종양 내 면역세포 침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LS-3021이 단순히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 종양 미세 환경의 개선을 통해 항암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KLS-3021은 암세포 선택성을 높인 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 종양 살상 바이러스 치료제로 PH-20, 인터루킨-12(IL-12), sPD1-Fc 유전자를 탑재해 항종양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유전자는 세포외기질 분해, 항종양 면역반응 자극, 면역 관문 신호 차단의 기능을 하며 이러한 다중 기전은 기존 치료제 대비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피부 편평세포암은 흔한 암 중 하나인 비흑색종 피부암의 일종으로 표피의 편평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진행성 또는 전이성 피부 편평세포암은 높은 사망률을 보여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최근 관련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다. 학회 발표 후 KLS-3021의 연구 결과는 피부 편평세포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현장 참석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향후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국제 학술지에도 연구 성과를 게재할 계획이다.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이번 연구 발표를 통해 KLS-3021의 혁신성과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할 수 있었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진행성 및 전이성 피부 편평세포암 치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HIROs 회원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다음달 16~17일 양일간 HIROs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개발 협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사진)을 만나 HIROs 2025 한국 개최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들었다.―HIROs 한국 개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국내 유일 HIROs 회원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5년 HIROs 가입 이후 꾸준히 회의에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지속해서 우리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한국 개최는 한국 보건 산업의 성장과 국제적 협력의 노력이 모여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헬스 혁신을 선도하는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며 한국 보건 산업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국내 연구기관과 글로벌 기관 간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HIROs 2025는 보건의료 연구개발의 미래를 설계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회의인 만큼 우리는 회의 참가자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글로벌 보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멀리서 오는 참가자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국내외 기관 간의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의 장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HIROs 2025 개최를 통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기대하는 것은….“진흥원은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류 공통의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모델 연계 및 활용 방안’을 의제로 제안했다. 전 세계가 직면한 감염병 대응, 의료 접근성 향상 등 보건의료의 공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보유한 혁신 모델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또 다른 협력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앞으로 계획은….“한국보건산업진흥원기관장으로취임한 2022년 12월 12일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500여명의 직원과 눈을 마주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면서 설렘과 함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날 이후 모든 직원과 함께 한국 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HIROs 2025 회의 개최라는 결실을 보게 된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는 단순한 회의 개최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보건의료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확립하고 국내 연구기관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역할과 비전을 국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HIROs 2025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