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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보건의료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성인 백신과 관련해서는 몇 년째 국가 예방접종 도입이 제자리걸음인 만큼 이번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 주목된다. 65세 이상 노년층에 큰 위협이 되는 폐렴구균 감염 예방을 위한 단백접합백신은 질병관리청이 2023년 진행한 도입 타당성 연구에서 ‘2순위 도입 백신’으로 선정한 바 있음에도 아직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사망 원인 3위 폐렴, 국가 예방접종 도입은 여전히 제자리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암·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80명이 숨지고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세균성 폐렴에서 중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은 폐렴뿐 아니라 수막염과 같은 침습성 질환을 유발하고 생존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 감염학회는 2025년 성인 예방접종 지침을 업데이트하며 65세 성인에게 20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20) 1회 접종 또는 15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15)과 폐렴구균 다당질백신(PPSV23) 순차 접종을 권고했다. 그러나 의학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65세 이상 성인에게 폐렴구균 다당질 백신만을 지원하고 있어 단백접합백신 접종은 전액 본인 부담으로 높은 비용을 지급하고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한 2024년 ‘신규 백신 도입 우선순위 연구’에서도 65세 이상에서 단백접합백신 도입이 인플루엔자 고용량 백신 다음 2순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질병 부담,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 평가해 국가 예방접종에 도입해야 할 백신으로 단백접합백신을 지목했다.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이 65세 이상에서 반드시 추가돼야 할 국가 예방접종 1순위로 꼽힌 바 있다. 한국 의학 바이오 기자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반드시 추가돼야 할 국가 예방접종으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 56%(933명)의 응답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면역원성, 폐렴 예방효과 뛰어난 단백접합백신다당질 백신은 많은 혈청형을 포함하고 현재 국가 예방접종을 통해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는 일관되지 않는다. 단백접합백신보다 면역 유도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단백접합백신은 다당질 백신과 비교해 고령층에서 폐렴 구균성 폐렴 입원 예방에 있어 더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 특히 65~74세 연령층에서는 단독 단백결합 백신 13가 접종 시 백신 효과가 66.4%에 달했지만,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은 18.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두 백신을 순차 접종한 경우에는 80.3%로 가장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예산 논란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 65세 이상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용 효과성 분석에서 20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기존 23가 다당질 백신 대비 더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며 비용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1인당 접종 비용이 약 10만원으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약 4만7000원보다 높았지만,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과 비균혈성 폐렴(NBP) 발생과 관련 사망을 유의하게 줄였으며 삶의 질 보정 기대수명(QALY )을 증가시켰다.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의 추가 비용 대비 삶의 질 보정 기대수명 증가 효과는 약 2677달러(약 368만원)로 우리나라의 비용 효과성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해외는 50세 이상이면 단백접합백신 접종으로 전환 미국 질병 관리센터(CDC)는 작년 10월 모든 50세 이상 성인에게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15·20·21가 가운데 1회 접종을 권고하며 기준 나이를 65세에서 50세로 낮췄다. 다당질 백신을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폐렴은 암, 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에 해당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예방 효과가 입증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 아직 국가 예방접종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라며 “감염내과 전문가로서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허가된 20가 백신은 단일 접종만으로도 넓은 혈청형을 가지고 있으며, 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도 국가사업 도입의 타당성을 갖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일부 후보들이 성인 백신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러한 약속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도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과학적 근거와 비용 효과성, 국민적 요구까지 모두 갖춘 국가 예방접종 후보임에도 여전히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공중보건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루 80명이 폐렴으로 사망하고 그중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통계는 국가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지점임을 보여준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예방백신 정책이 더는 소외되지 않도록 각 정당과 후보들의 실질적인 건강 공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인하대병원이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찾아 공공 의료 실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택 인하대병원 병원장을 비롯한 교수진과 실무진 20여 명은 지난 15∼16일 1박 2일 일정으로 백령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교육과 진료 협력 방안 논의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도서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지역 병원과의 지속가능한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인하대병원은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서 현지 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백령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원격 화상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해당 시스템의 운영을 내실화하고 양 기관 간 협업 체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시스템은 섬 지역에서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와 실시간으로 진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진행된 교육에는 심폐소생술 실습, 뇌중풍(뇌졸중) 진단과 치료, 로봇수술 등이 포함됐으며 진료 협력 체계에 대한 안내도 병행됐다. 각 분야마다 인하대병원 교수진이 직접 강사로 나서 실무 중심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택 병원장은 “기술로 거리를 좁히고 신뢰로 연결하는 것이 인하대병원이 지향하는 공공 의료”라며 “앞으로도 지역 병원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현장의 요구에 응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노인 인구가 늘면서 난청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40세 이상 성인의 난청 유병 현황(2019∼2023)’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40세 이상 성인의 중증도 이상 난청 유병률은 남자 17.8%, 여자 13.6%, 경도 난청은 남자 30.9%, 여자 23.4%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난청 유병자도 늘어 70대 이상에서는 남자의 52.9%, 여자의 40.7%가 중등도 이상 난청을 앓고 있었다. 청력 손실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최근 동아대병원에서 동의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부산·경남 지역의 난청 환자를 진료하는 정성욱 인공와우센터 센터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을 만나 난청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부산·경남의 난청 환자 비율이 어떤가.“우스갯소리로 부산은 ‘노인과 바다’라는 말이 있다. 부산·경남은 광역시도 중에서도 고령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병원 대기실만 봐도 노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60대가 되면 100명 중 한 명이 고도 이상 난청이 된다. 노인성 난청은 생활 속 불편감을 넘어 대화 단절, 우울증 등을 유발하며 삶의 질이 떨어진다.”―난청은 왜 생기나….“소리는 공기를 타고 귓속으로 들어가 고막을 진동시킨다. 이 진동이 귓속뼈인 ‘이소골’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달돼 청세포를 자극하면 소리로 인식된다. 나이가 들면 달팽이관의 청세포가 손상되고 청신경이 퇴화하면서 청력이 저하된다. 그런데 이러한 청력 저하가 정상적인 속도를 벗어나 빠르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 노인성 난청이라고 한다.”―치료 방법과 비용은.“청력 손실 정도에 따라 난청은 경도, 중등도, 고도, 심도로 구분된다. 26∼40㏈ HL의 경도 난청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40㏈ HL 이상의 중등도 난청부터는 보청기 착용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해 사용자의 청력을 개선하는 기기다. 가벼운 난청부터 중등도 난청까지 다양한 수준의 난청에 적용될 수 있다. 고도(70㏈ HL 이상) 난청부터는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장치다. 고도에서 심도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외과적 수술을 통해 측두골 속에 이식된다. 기능을 하는 청신경이 남아 있는 경우에 효과적이고 보청기로도 소리 인지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적합하다. 비용은 한쪽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데 2500만 원 정도다. 이 중 본인 부담은 성인이 500만 원 정도다.”―난청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꺼리는 노인들이 많다. 이유가 있나.“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가 다수다. 치료를 망설이는 이유는 심리적, 물리적 장애물 때문이다. 가장 큰 심리적 이유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여러 번의 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번거로움도 수술을 망설이는 이유가 된다. 의료 접근성도 치료의 장애가 된다. 부산·경남의 경우 난청 전문 메디컬센터 부재로 서울과 수도권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 인공와우 수술을 한 후에는 관리와 재활이 필수다. 그러나 서울 수도권 대형병원에서도 수술 후 재활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도권 병원 쏠림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의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지방 거점 도시에 난청 재활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이 절실하다. 진료, 청력검사, 언어 검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돼야 보청기가 필요한 환자와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 인공와우 수술은 통상 1시간 반 수술, 2박 3일 입원, 부분마취도 가능한 수술이다.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 병원이면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으로 난청과 비중증 환자의 수술이 어려워졌다. 동의의료원에서는 인공와우센터에 수술 전 평가와 정확한 수술 계획 수립, 재활을 위해 청력검사실, 언어치료실, 인공와우 매핑실, 등 전문 검사실과 체계적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했다.”―수술 후 청각 재활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인공와우 수술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경험 많은 전문가의 수술이 중요하다. 인공와우 이식을 위해서는 달팽이관에 작은 구멍을 내고 전선을 넣어야 한다. 달팽이관에 작은 손상도 없이 전선을 삽입해야 하는 고도로 정밀한 과정이다. 수술 후에는 정확한 매핑과 청각 재활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자의 언어 능력을 지속해서 높여야 한다. 수술 후 매핑 과정, 꾸준한 언어치료도 수술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효과적인 언어 재활을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과 매일 대화를 하면서 듣기 훈련을 해야 한다. 독거 노인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언어치료센터와 협업해 재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최근 동의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인공와우 첫 수술을 했다고….“20세 여자 환자였다. 부모가 모두 선천성 난청을 앓고 있었다. 선천성 청력 소실 상태로 두 살때 한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이번에 나머지 한쪽도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한쪽 인공와우로는 소음 상황에서 시끄러워지면 말을 못 알아듣고 소리가 났을 때 어디에서 나는지 입체감을 상실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현재 재활 훈련 애플리케이션으로 언어 재활을 하고 있다.”―앞으로의 계획은….“동의의료원에서 현재의 인공와우센터를 확장해 진료, 검사, 수술 뿐만 아니라 재활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아서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다. 치료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허들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5년 HIROs(국제 보건의료 연구기관장 협의체)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5년 HIROs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지속해서 회의에 참여하며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과 참여는 한국이 2025년 HIROs 회의를 유치하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전 세계 보건의료 연구개발 논의하는 HIROs HIROs는 1998년 미국 국립암센터의 해럴드 바머스 원장에 의해 시작된 국제 바이오메디컬 연구 자금 지원 기관들의 커뮤니티다. 바머스 원장은 198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HIROs는 전 세계 바이오메디컬 연구기관들이 협력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HIROs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회원 기관 간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고 공동 활동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국제적인 바이오메디컬 연구 이슈에 대응하고 각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범국가적인 협력 협의체를 구축하고 있다. 운영 방식은 매우 유연하다. 구체적인 세부 지침 없이 회의 과제를 결정하고 논의를 진행한다. HIROs 사무국은 영국 의학연구회(MRC)가 담당하고 있으며 연 1∼2회의 정기 회의를 통해 회원 기관장들이 직접 대면해 기관 현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 현재 HIROs에는 전 세계 21개국에서 3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 기관으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유럽연구이사회(ERC),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일본의료연구개발원(AMED) 등이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HIROs 2025 회의 한국 개최 HIROs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에서 글로벌 공조가 이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한 감염병 대비 글로벌 연구 연합 결성도 HIROs가 주도했다. 만성질환 글로벌 연합은 HIROs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계적인 연합으로 급성장한 사례다. 다음달 16∼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HIROs 회의는 일본이 2016년 개최한 이후 아시아 국가에서는 두 번째다. 이번 HIROs 회의에서는 임상시험의 글로벌 병목현상 해결 방안, 기후변화, 바이오 데이터, 인공지능(AI), 인류 공통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모델 연계와 활용 방안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인류 공통의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모델 연계와 활용 방안’을 의제로 제안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 보건 산업의 국제적 위상 제고, 바이오헬스 분야 정책 공조 확대, 국내 연구기관과 글로벌 연구기관 간 협력 강화 등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보건의료 혁신 기술 확보를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보고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세계 동향에 발맞춰 국가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무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혁신적 성과 창출을 위해 글로벌 투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 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신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과학기술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적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HIROs 회원 기관으로서 글로벌 현안을 공유하고 지속해서 협력함으로써 한국의 보건의료 연구개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코오롱생명과학(대표 김선진)이 미국에서 열린 유전자·세포치료 분야 학술대회에서 자사 항암 치료제 후보물질의 유효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글로벌 항암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3∼17일(현지 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5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에서 항암 치료제 후보물질 ‘KLS-3021’의 피부 편평세포암(cSCC)에 대한 전임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KLS-3021은 사람 피부 편평세포암 세포주에서 정상 사람 표피 각질 세포 대비 높은 선택적 세포독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종양세포 내에서 활발하게 복제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사멸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동소 이식 종양 모델을 사용한 항암 효능 평가에서 1회 주입만으로도 종양이 소멸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특히 전이 종양 모델에서도 주 종양뿐 아니라 인접 림프샘에까지 치료 효과가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전이암 치료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했다. 조직 분석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관찰됐다. KLS-3021 투여 후 세포외기질(ECM) 분해가 촉진되고 종양 내 면역세포 침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LS-3021이 단순히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 종양 미세 환경의 개선을 통해 항암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KLS-3021은 암세포 선택성을 높인 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 종양 살상 바이러스 치료제로 PH-20, 인터루킨-12(IL-12), sPD1-Fc 유전자를 탑재해 항종양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유전자는 세포외기질 분해, 항종양 면역반응 자극, 면역 관문 신호 차단의 기능을 하며 이러한 다중 기전은 기존 치료제 대비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피부 편평세포암은 흔한 암 중 하나인 비흑색종 피부암의 일종으로 표피의 편평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진행성 또는 전이성 피부 편평세포암은 높은 사망률을 보여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최근 관련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다. 학회 발표 후 KLS-3021의 연구 결과는 피부 편평세포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현장 참석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향후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국제 학술지에도 연구 성과를 게재할 계획이다.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이번 연구 발표를 통해 KLS-3021의 혁신성과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할 수 있었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진행성 및 전이성 피부 편평세포암 치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HIROs 회원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다음달 16~17일 양일간 HIROs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개발 협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사진)을 만나 HIROs 2025 한국 개최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들었다.―HIROs 한국 개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국내 유일 HIROs 회원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5년 HIROs 가입 이후 꾸준히 회의에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지속해서 우리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한국 개최는 한국 보건 산업의 성장과 국제적 협력의 노력이 모여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헬스 혁신을 선도하는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며 한국 보건 산업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국내 연구기관과 글로벌 기관 간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HIROs 2025는 보건의료 연구개발의 미래를 설계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회의인 만큼 우리는 회의 참가자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글로벌 보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멀리서 오는 참가자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국내외 기관 간의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의 장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HIROs 2025 개최를 통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기대하는 것은….“진흥원은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류 공통의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모델 연계 및 활용 방안’을 의제로 제안했다. 전 세계가 직면한 감염병 대응, 의료 접근성 향상 등 보건의료의 공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보유한 혁신 모델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또 다른 협력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앞으로 계획은….“한국보건산업진흥원기관장으로취임한 2022년 12월 12일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500여명의 직원과 눈을 마주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면서 설렘과 함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날 이후 모든 직원과 함께 한국 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HIROs 2025 회의 개최라는 결실을 보게 된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는 단순한 회의 개최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보건의료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확립하고 국내 연구기관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역할과 비전을 국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HIROs 2025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차순도)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단장 백롱민)이 지난 13∼15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2025 서울헬스쇼’에 참가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은 우리나라 국민 100만 명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축된 바이오 빅데이터는 정밀 의료 실현과 바이오 산업 혁신을 위한 연구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업단은 서울 지역 일반 국민 참여자 모집 기관인 하나로의료재단, 한양대병원과 함께 이번 서울헬스쇼에서 부스를 운영했다. 사업 소개와 함께 상담을 제공해 부스를 방문한 시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참여 신청을 했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참여는 전국 38개 모집 기관을 통해 가능하다. 일반 국민 참여자는 해당 모집 기관에 방문해 동의서 작성 후 참여할 수 있다. 희귀질환자와 중증질환자는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참여를 권유할 수 있다. 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사업단 누리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백롱민 사업단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국민이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사업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성공적인 국가 전략 자산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고령화로 매년 대장내시경 시술을 받는 환자의 나이가 많아지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 환자는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나 신체 기능 저하 같은 요인에 따라 대장내시경 이후 출혈, 천공, 전신 합병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고령 환자 대상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논문으로 펴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영·김민재 교수팀은 고령 환자가 대장내시경을 할 때, 개별 환자가 지닌 위험도를 정확하게 평가해 시술 여부와 시기를 판단하는 도구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연구팀은 60세 이상 고령 환자가 대장내시경을 받은 후 30일 이내에 응급실을 찾거나 계획되지 않은 입원을 했을 경우를 부작용 발생 상황으로 정의했다. 또한 노쇠 정도와 항혈소판제·항응고제 복용 상태 같은 부작용 유발 위험 인자를 점수로 객관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연구팀은 2017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대장내시경 시술을 받은 60세 이상 환자 총 8154명을 대상군으로 삼아 추적·관찰했다. 대상군 응급실 방문과 입원 기록을 검토하면서 동시에 환자별 혈액 검사 결과와 활력징후를 바탕으로 노쇠 지표 점수를 고안했다. 노쇠 지표는 측정값에 따라 낮음, 중간, 높음의 세 단계로 구분했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평소 복용 약물도 위험 유발 점수를 부여했다. 항혈소판제에 속하는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각각 1점씩, 항응고제 사용도 1점을 주었다. 노쇠 지표는 중간 수준일 때 2점, 높은 수준일 경우 3점으로 처리했다. 노쇠 지표 점수와 평소 복용 약물 점수를 합산해 부작용 발생 가능에 대한 세 그룹으로 최종 나눴다. 최종 점수 0점은 저위험군, 1~3점은 중위험군, 4~6점은 고위험군에 속했다.연구 결과, 평균 연령 67.9세(60~94세)로 구성된 8154명 가운데 30일 이내 부작용이 발생한 확률은 1.4%(114명)였다. 부작용 발생에는 평소 사용하는 아스피린, P2Y12 억제제, 항응고제가 각각 독립 인자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했다. 노쇠 지표도 중간과 높음은 부작용 발생에 영향을 주는 인자로 밝혀졌다.노쇠 지표 점수와 평소 복용 약물 점수를 합산해 산출한 최종 점수도 세 그룹이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합산 점수 0점에 속하는 낮은 위험 그룹은 4877명 중 13명만이 부작용 증세를 보였다. 중위 위험 그룹과 높은 위험 그룹은 각각 2922명 중 64명(2.2%)과 355명 중 38명(10.7%)을 나타냈다. 낮은 위험 그룹과 비교할 때 중위 위험 그룹은 약 8.4배, 높은 위험 그룹은 약 45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커짐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천재영 교수는 “두 곳의 타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대장내시경 검사 9154건 데이터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비슷한 결과물을 얻음으로써 검증을 마쳤다. 과거에는 단순히 고령이라는 이유로 시술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대장내시경 연관 부작용은 나이보다 다른 요인들과 연관돼 있다”라며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도 객관화된 지표를 확인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논문은 국제 위장관학 학술지인 Gut and Liver 5월 온라인판에 ‘고령 환자 대상 대장내시경 후 30일 이내 부작용 발생 예측을 위한 새 위험 점수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난소는 자궁 양측에 있는 생식 기관이다. 주기적인 배란과 호르몬 분비를 통해 월경, 임신, 폐경 등 여성의 생리적 변화 전반을 관장한다. 난소에 암이 생기면 생식 기능뿐만 아니라 생존에도 직결되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난소암은 난소와 주변의 나팔관, 복막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환자의 신체 변화나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조기 검진법도 마땅히 없어 발견이 쉽지 않다.따라서 평소 난소 건강에 관심을 갖고 암을 빠르게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이 난소암의 위험성과 부인과 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8일은 ‘세계 난소암의 날’이다. 세계 난소암 연합이 난소암 극복과 인식 제고를 위해 2013년 제정했다.국내 난소암 10명 중 7명은 3기 이상에서 발견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3000명이 새롭게 난소암을 진단받는다. 난소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지만, 배란, 유전 요인, 난소암•유방암•대장암 등의 과거병력, 환경 등이 주요 요인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생애 배란 주기가 400회 이상인 여성은 300회 미만인 여성에 비해 난소암 위험이 3.8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따라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은 여성, 출산이나 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의 발병 위험이 더 크다. 또한 최근에는 40대 환자의 비중이 약 20%를 차지하는 등 젊은 층에서도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다.난소암은 발생률은 낮지만, 사망률은 치명적이다. 국내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5% 수준으로, 94%를 웃도는 유방암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차이를 보인다.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이용해 난소암을 조기 발견하려고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난소는 주위 혈관이 골반강 깊숙이 있고 분포가 복잡하다. 양성 종양과 암을 구별하기도 어려워 한계가 있다. 더욱이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암이 진행된 후 질 출혈이나 골반통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위장관계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이를 난소암 증상으로 인식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국내 난소암 환자의 10명 중 7명은 암이 이미 진행된 3기 이상으로 진단받는다. 해당 병기에서 재발률은 최대 95% 이상에 달한다.첫 치료 후 6개월 내 재발 시 치료 옵션 더 제한적난소 종양은 복강 내 자리 잡고 있어 자궁암처럼 조직검사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 먼저 수술을 시행한 뒤, 끄집어낸 조직에 대해 병리 검사를 실시해 암을 확진하고 병기를 결정한다. 따라서 난소암 병기는 수술한 이후에 알 수 있다.수술 후에는 대부분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1차 치료로 병행한다. 난소암은 항암화학요법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암이지만, 재발이 잦고 항암제 내성이 누적돼 기존 표준치료에 대한 생존율 향상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치료 옵션도 제한적이다. 실제로 다양한 신약이 임상에 도입된 폐암은 여성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0~30여년간 39%나 증가했지만,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난소암은 같은 기간 5년 생존율이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전체 난소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피성 난소암 환자 중 약 25%는 백금 기반 치료 후 6개월 이내 암이 재발한 ‘백금 저항성’으로 분류된다. 백금 기반 치료에 반응을 보여 6개월 이후 암이 재발한 ‘백금 민감성’ 환자는 백금 제제 기반의 항암화학요법을 재투여하거나,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유지 요법으로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는 10여년간 개발된 신약이 부재해 치료가 제한적인 상황이다.다행히 최근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표적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기전의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등장했다. 난소암 환자에게서 자주 발현되는 바이오마커 ‘엽산 수용체 알파(FR α)’를 표적 해 개발된 치료제다.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종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7%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상 현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허가가 기대되고 있다.금주, 금연하고 유전력 있는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 권고난소암은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찰, 즉 내진이나 초음파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평소 난소 건강에 관심을 갖고 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 중 난소암 병력이 있는 경우, 전문가 상담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난소암은 성인 고형암 중 유전적 소인이 강한 암종으로, 일반적으로 진단 시 BRCA1, BRCA2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가 함께 이뤄진다. 최근에는 BRCA 돌연변이를 보유한 여성이 출산 계획을 마친 경우, 예방적으로 난소와 나팔관을 절제해 발병 위험을 줄이는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음주와 흡연은 피하고, 주 5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통해 신체 활동을 유지한다. 자신의 체격에 맞는 적정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경구피임약 복용이 난소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으나, 장기 복용 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대한부인종양학회장)는 “난소암은 다른 여성 암에 비해 비교적 발생률이 낮아 그 위험성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적은 편”이라며 “하지만 자궁암 등과 달리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이 없어 진단이 늦고 환자 대부분이 재발을 경험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난소암 예방을 위해서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과 유전자 검사 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수면센터 김현준·박도양 교수팀이 양압기를 사용하면 술을 더 빨리 깨고 수면의 질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평소 술을 자주 마시고 수면무호흡이 있는 성인 53명을 대상으로 음주 여부와 양압기 사용 여부에 따라 총 4회의 수면 검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음주 시 체중 1㎏당 1g의 알코올을 섭취했으며 수면 전후 혈중과 호흡 중 에탄올,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양압기를 사용한 그룹에서는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분해 속도가 최대 21% 빨라졌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숙취의 주요 원인이자 간암, 위암, 구강암 등 여러 암의 위험을 높이는 1급 발암물질이다. 김 교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분해되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산소가 필수적”이라며 “수면무호흡이 있으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 ALDH 기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가 느려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양압기를 사용하면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 이 독성 물질을 훨씬 빨리 제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압기 사용이 음주 후 수면의 질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양압기를 사용하면 술을 마신 날에도 수면무호흡 발생이 정상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깊은 수면(N3 단계) 비율이 증가하고 밤중 깨어나는 횟수도 감소했다. 김 교수는 “음주 후 양압기를 꺼두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술을 마신 날일수록 양압기가 더 필요하다”라며 “양압기는 코골이를 줄일 뿐 아니라 술 대사와 건강관리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양압기가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첫 사례로 수면무호흡이 있는 사람들의 음주 후 건강관리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음주 후 양압기 사용에 따른 알코올 대사 촉진 및 수면의 질 향상’이란 제목으로 4월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서울은 아직 바람이 차가웠던 3월 말, 창원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수서 SRT 역에서 불과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창원은 내리자마자 기분 좋은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이른 봄꽃도 눈에 띈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다. 목적지를 말하니 택시 기사는 익숙한 듯 역을 빠져나갔다.창원중앙역에서 희연요양병원까지는 20여 분 걸린다. 희연의료재단 희연병원은 국내 단일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정부가 지정한 ‘재활병원·요양병원’이다. 6층 건물의 희연요양병원을 리모델링해 2∼4층을 요양병원, 5∼6층을 급성기 재활병원, 지하 2층을 외래재활센터로 분리 운영한다. 회복기 재활, 만성기 요양, 주간 보호, 방문 요양과 방문 간호로 이어지는 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한 기관에서 주간 보호, 방문 요양, 방문 간호를 모두 제공하는 통합 재가 서비스는 전국에 많지 않다.밖에서 본 건물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형태였는데 내부로 들어가니 놀랍다. 먼저 돌아본 재활병동은 서울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구조다. 재활병동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운동장처럼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띈다. 병실을 양쪽으로 밀어두고 중앙에 널찍하게 재활치료실과 의료진 사무 공간을 뒀다.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환자들의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배치다. 로봇 재활 치료 공간도 따로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병동과 치료 공간이 이색적이었다.병원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희연 커뮤니티케어센터는 창원에서 유일하다. 희연병원은 재활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의 환자를 위한 완충 병동을 운영한다. 주간보호시설을 통한 환자 관리에도 적극적이다.김덕진 전 이사장은 1996년 경남 창원에 희연요양병원을 세웠다. 그 전에는 250병상의 초기 요양병원인 부곡온천병원이 있었다. 부곡온천병원 경영에 실패하고 김 전 이사장은 일본의 요양병원을 견학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희연병원은 김 전 이사장이 일본인 하마무라 아키노리 고쿠라리하빌리테이션병원 원장과 결연하고 일본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완성돼갔다. 무엇보다 하마무라 원장이 내세운 ‘인간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감동한 그는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해도 노인복지와 의료에 모든 것을 바치고자 다짐했다.희연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신체 억제 폐지를 선언하면서 인간 존엄을 실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욕창 제로, 365일 쉬지 않는 재활 실현, 임상 영양을 통한 환자 개인별 맞춤 식단 제공, 환자 스스로 자가 운동을 할 수 있는 통원재활센터(리하빌리테이션 센터) 설립 등 환자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실천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잇몸은 치아를 지지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고 치아 뿌리가 노출돼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한 번 파괴되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치조골 무너트리는 치주염잇몸병은 치조골을 무너뜨리는 치주염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매년 외래 환자 수 1, 2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우이형 고운치과의원 원장은 “잇몸병은 누구나 한 번 이상 경험할 만큼 흔한 만성질환”이라며 “당뇨병, 심혈관질환, 뇌졸중과 같은 전신 질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잇몸병은 잇몸 조직에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입속 잔여물에서 증식한 세균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진행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구분된다. 치은염은 치아의 뿌리와 만나는 잇몸 안쪽에만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간단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가볍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염증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잇몸뼈(치조골)를 포함한 주변 조직으로 확대돼 치주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은염은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정도라면, 치주염은 조직이 파괴돼 잇몸뼈가 녹거나 이가 흔들리고 심한 경우 발치까지 해야 한다. 평소와 달리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고, 치아가 시리고 음식을 씹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치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재발 위험 큰 치주염, 증상 없어도 지속적인 관리를 잇몸병의 원인은 세균이다. 구강 위생이 청결하지 못하면 유해균이 증식하고 끈끈한 세균막인 치태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치석으로 변한다.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염증에 노출된다면 잇몸병은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다. 치주 영역에서 유지 관리 단계도 치료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이유다. 우 원장은 “아무리 양치를 잘해도 치간부라 불리는 치아 사이의 면은 접근이 어려워 완전히 치석을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치료가 끝났더라도 3∼6개월 간격으로 치과에 방문해 재발의 원인이 되는 세균성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잇몸 건강을 지키는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연 1회 정기적인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잇몸병은 잇몸에서 시작해 치아를 지지하는 뼈까지 손상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꾸준한 정기검진과 관리로 예방할 수 있다. 성인은 칫솔질 방법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잇몸 질환이 있는 경우 ‘바스법’이 효과적이다. 바스법은 칫솔을 45도 각도로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위에 밀착시켜 10초 정도 진동을 주며 앞뒤로 움직이는 것으로 잇몸을 자극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잇몸 질환이 가라앉은 후에는 회전법을 사용해 치석 제거에 효과적인 일반적인 칫솔질을 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혀를 닦는 것만으로도 구취의 90%는 사라진다고 말한다. 양치 시 혀를 내밀어 세 부분으로 나누고 혀 세정기를 이용해 꼼꼼히 닦아준다. 구역질이 날 수 있어 혀를 내밀었을 때 거울에 보이는 부분만 닦아준다. 입 안을 헹구고 혀 세정기도 물에 씻은 후 2번을 더 반복해 준다. 스스로 관리가 어렵다면 개인 맞춤형 구강 건강관리와 구강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구강 전문가가 평소 치면세균막을 관리할 수 있도록 용품 선택을 도와주고 사용법을 교육한다. 최근에는 피에조(압전소자) 방식의 초음파 진동 기술을 적용한 장비로 치석을 제거하고 파우더 세정 시스템으로 잇몸 손상 없이 치태와 착색까지 깨끗하게 제거해 염증 완화와 잇몸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다. 초기 검진은 간단한 검사와 스케일링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통증이 발생한 후에는 치료 과정이 길어지고 신체적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아프기 전에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고정민 고운치과의원 원장은 “구강 관리는 현재 자기 구강 상태와 생활 습관을 진단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잇몸을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 후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조양희 한국암웨이 고문●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대표● 김지연 서울과학기술대 식품공학과 교수국내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급격하게 성장했다. 최근 국내는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건기식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는 산업이다. 우리나라 건기식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수출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 유럽은 기능성 표시 문구 자율성이 높아 매력적인 시장이다. 산업계는 연구한 만큼 그에 걸맞은 기능성 표시 문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줘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암웨이 조양희 고문, 미래소비자행동 조윤미 대표, 서울과학기술대 식품공학과 김지연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출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건기식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안다. 건기식에 관한 해외 규제 상황은 어떤가? 조양희 고문=“미국은 광고 심의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미국 관계자들과 일하면서 느낀 점은 그들이 ‘의도된 목적에 맞는 사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능성 표시 문구도 미국에 명확한 지침이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문구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 미국은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처럼 사전 심의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 큰 차이다.” 김지연 교수=“미국은 기업이 광고나 제품에 쓴 기능성 표시 문구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속해서 감시한다. FDA가 보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에 ‘경고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도 기업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회사를 문 닫게 할 정도로 강한 책임을 지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조윤미 대표=“우리나라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미국은 이렇다, 유럽은 저렇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비슷하게 산업이 정부 주도, 정부 의존적으로 성장해 온 구조다. 정부가 제시한 지침 범위 내에서 기업들이 움직이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서 기업이 창의적으로 자율성을 발휘해 무언가를 해보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을 준비할 때 어떤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나? 조 고문=“암웨이는 전 세계에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나라마다 기능성 표시 문구가 전부 다르다. 특히 미국은 연구를 많이 한 회사에 그에 걸맞는 기능성 표시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부분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굳이 시간과 자원을 들여가며 연구할 이유가 없어진다.” 김 교수=“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시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품을 수출할 때 얼마나 과학적이고 많은 연구를 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반면 동남아시아처럼 아직 규제가 느슨한 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인정받은 제품이라는 것 자체가 신뢰의 기준이 되곤 한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전체를 바라보기보다는 한쪽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보다 잘하고 있는 시장을 규제의 틀이나 혁신에 대한 수용도와 같은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국내 건기식 산업의 방향 ―우리나라 식약처는 규제가 우선이 되는데 기업에 어느 정도 자율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조 고문=“보건 산업 전체를 보면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은 보건 의료 서비스와 미용 서비스 정도다. 나머지 산업은 제품을 기반으로 한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 규제 관점에서 제일 난감한 부분은 융합된 서비스가 나올 때 명확하지 않은 법이나 사각지대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풀 것인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새로운 혁신이 발을 딛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건기식이 단순히 식품의 개념을 넘어서 웰빙이나 웰니스와 관련된 서비스 요소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정의도 함께 반영돼야 하는데 여전히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공무원이 기존 규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포장이나 특정 기준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려면 법의 정의를 더욱 포괄적으로 설정해 서비스 개념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새로운 것을 허가하기에는 아직 법령상 어려움이 많다는 말인가? 조 고문=“맞다. 광고 심의도 상당히 까다롭다. 몇 년 전에 마이크로바이옴 맞춤형 유산균 제품을 출시하면서 광고 심의를 신청했는데 당시 심의 과정에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혁신이라는 것은 시대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지금 사회는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순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조 대표=“규제는 단순히 무언가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따를 규칙을 정하는 거다. 그런데 사회는 규제를 너무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규제 개혁이나 완화 혹은 규제의 재정립을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내 플레이어들이 현재 환경에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칙이 무엇인지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부분은 식약처가 손을 못 대고 있다. 심층적인 규제 과학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런 거시적인 관점의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소소한 규제만 다듬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융복합에 대한 논의는 건강기능식품법 제정 초창기에도 있었다. 화장품과 건기식을 함께 판매하거나 의료기기 장치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품 간 혼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비즈니스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과연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식약처 규제 완화가 소비자에게도 유리할까? 조 고문=“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산업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소비자가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다.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임상 연구를 통해 제품의 효능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 원료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더욱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고 결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몇 년 전만 해도 맞춤형 건기식 시장이 주목받았던 것 같은데 요즘 잠잠한 것 같기도 하다. 어떤가? 조 대표=“60대는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많다. 병원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는 건강상의 여러 가지 불편함, 예를 들어 수면 장애나 근력 저하 등을 대부분의 노인이 가지고 있다. 잠을 푹 잤으면 좋겠고, 근력이 강화됐으면 좋겠고, 체중 감량도 하면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경향이 60대부터 80대 넘어까지 20년 이상을 가는데 이럴 때 도움을 청할 데가 마땅치 않다. 이 상황에서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의사가 복용하고 있는 약에 영향이 있으니 건기식을 일절 먹으면 안 된다고 하거나, 아무 얘기가 없어 자유롭게 챙겨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의 구매력이 높아질수록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건기식 업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 교수=“우리나라에서 맞춤형 건기식이 법제화되면서 소분에만 너무 국한해서 조금 왜곡돼 있다. 우리가 옷을 맞춰 입으면 기성복보다 훨씬 더 입기 편하고 좋은 것처럼 사람에 대한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다 쌓이고 있으니 나의 생활 습관, 수면 습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별로 어떤 상태인지, 어떤 생활 습관 코칭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건강 진단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영양소 섭취가 적합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이라고 하면 남성 여성, 연령대 구분만으로 양이 결정돼 있는데 사실은 똑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이제는 개인별 생활 습관, 건강 상태에 맞춰 구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조 고문=“한국암웨이가 올해 10월 론칭을 준비 중인 개인맞춤 건강관리 서비스인 ‘마이 웰니스 랩’이 지금 논점에서 바른길에 근접한다고 생각한다. 암웨이의 이 서비스가 성공하면 다른 회사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업계에서 산발적으로 이런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명확한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건전한 축을 세우는 데 암웨이가 좋은 길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 고문=“원료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더욱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으로 돌아가게 된다. 암웨이 ‘올데이 비타민C’는 의약품에만 적용되던 서방형 기술을 건기식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8년 넘게 정부를 설득한 끝에 출시할 수 있었다. ‘더블엑스’도 한국인 대상 인체적용시험까지 별도로 진행함으로써 DNA 손상 방지관련 효능과 같은 기능성 광고 문구를 광고심의위원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연구한 만큼 기업들이 연구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김 교수=“우리나라도 미국 ‘식이보충제 건강교육법(DSHEA)’ 법제화 사례처럼 산업과 소비자 모두를 위한 규제 재정비가 시급하다.” 조 대표=“건기식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이나 소비 행태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본질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서 그 기준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 식약처가 규제 혁신을 하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하게 또 방향을 잘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난소를 절제한 여성은 이른바 ‘난자를 얼린다’고 표현되는 생식세포 동결 시술과 보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고환을 절제한 남성에게는 정자 냉동 비용이 지원된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생식 건강 손상 등 의학적 사유로 영구적 불임이 예상되는 남녀 생식세포 동결·보존을 지원하는 사업이 이달 말부터 운영된다”며 “지원 대상이 될 의학적 사유는 올해 1월 모자보건법 개정·시행으로 이미 확정됐다”고 말했다.의학적 사유가 적용되는 대상은 난소나 고환을 절제하거나 항암제 투여, 복부 및 골반 부위를 포함한 방사선 치료, 면역 억제 치료를 받는 경우 등이다. 터너 증후군, 클라인펠터 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 질환도 포함됐다.지원 대상자의 결혼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실제 지원은 대상자가 생식세포 동결·보존 시술을 받은 뒤 일정 기간 내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성은 최대 200만 원, 남성은 최대 3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비용은 처음 1회에 한해 지급된다.복지부는 개정된 모자보건법 시행 상황 등을 고려해 올 1월부터 시술을 받은 경우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영구적 불임을 예상하고 가임력 보존을 희망하는 이들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했다.지방자치단체도 난자 동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달부터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난자 동결 시술비를 지원한다.장래 임신·출산 계획이 있어 가임력 보존을 희망하는 20∼49세 여성에게 난자 채취를 위한 사전 검사비 및 시술 비용의 50%를 최대 200만 원까지 생애 1회 지원한다. 대상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이면서 난소 기능검사(AMH) 수치가 mL당 1.5ng 이하인 여성이다. 미혼도 가능하다.난자 동결 이후 냉동한 난자를 사용해 임신 및 출산을 시도하는 부부는 ‘냉동 난자 보조생식술 지원’ 사업을 통해 냉동 난자 해동, 보조생식술 비용 일부를 부부당 최대 2회 회당 100만 원 지원받을 수 있다.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미래 출산을 대비해서 난자 냉동을 한번 해볼까.”여성은 생식 기간 400∼500개 난자가 배란된다. 1980년대 이 중 일부를 채취해 동결한 뒤 질소탱크에 보관했다 해동해 쓰는 기술이 개발됐다. 원래 항암치료 등을 앞둔 환자들이 불임에 대비해 얼려 뒀는데, 현재는 미래에 출산을 계획하면서 시술받는 사례가 많아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병의원에서 보관 중인 냉동 난자는 10만5523개다. 2020년 4만4122개에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저출생에 인구소멸 위기를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난자 동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 난자를 채취해 냉동하고 시술 과정, 비용 등에 대해 알아봤다.● 매일 2번 과배란 유도 주사 맞아야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난자 동결’을 입력하면 대형 산부인과 의원 등이 검색된다. 이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진료를 예약했다.병원을 방문하면 전문의 대면 상담을 받고 이후 난소 기능 검사(혈액 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한다. 두 가지 검사를 통해 난소가 난자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한다. 난자가 많이 배출돼야 건강한 난자를 더 많이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 상태도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은 “출산은 산모 나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난자도 마찬가지라 난자를 냉동하려면 35세 안팎에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두 가지 검사를 받은 뒤 의료진은 생리 시작 후 3일 이내에 병원을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다. 두 번째로 병원에 방문해선 배란 유도 주사를 맞았다. 보통 7∼10일간 과배란 주사제를 투여해 난소 안에 있는 난포(난자가 생기는 장소)를 성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2, 3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상태를 관찰하고 난자를 채취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되면 채취 후 냉동한다. 검사부터 채취 및 냉동까지 병원에는 5, 6번 내원하게 되며, 시술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난자는 3∼18개 정도다.첫 주사를 병원에서 맞으면 이후 나머지는 보통 집에서 스스로 놓는다. 하루 2번 정도 맞는다. 규칙적으로 맞아야 해서 직장인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회의실 같은 곳에서 몰래 주사하기도 한다. 주사는 바늘이 얇아 크게 아프진 않지만, 주사를 놓을 때 감염 위험이 있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주사는 자궁에 가까운 배꼽 주변에 놓는다. 주사제 투여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두통, 오한, 신부전, 호흡곤란, 혈전증 등이 나타나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주사제로 자극된 난포가 적절한 크기로 커지면 난자 채취 예정일을 정한다. 시술은 보통 수면 마취를 하고 주삿바늘로 난소를 10여 차례 찔러 가면서 난자를 뽑아낸다. 수집된 난자 중 적합한 성숙 난자만 선별해 초고속으로 냉동한다. 난자 채취를 마친 뒤 복부 팽만 등 이상 증상을 보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 포함해도 200만∼500만 원 들어난자 냉동 시스템도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진료 병원이 동결 보호제를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외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폐쇄형 냉동 보관 시스템인지도 살피는 것을 추천한다.난자 동결 보존 기간은 5년이다. 보존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난자 동결은 의료진이 채취한 난자를 연구진을 통해 얼리고 해동하는 정교한 작업”이라며 “시술하는 전문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연구자 노하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난자 냉동 비용은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해도 1회 시술 비용이 200만∼500만 원가량이다. 정해진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병원을 확인하고 시술 병원을 결정해야 한다.난자 동결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도 많다. 난자를 한꺼번에 수십 개씩 채취하면 폐경이 앞당겨지거나 난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여성 난자는 매일 자연적으로 수십 개에서 수백 개씩 소멸하기 때문에 시술을 통해 일부 난자를 채취한다고 해서 남은 난자의 수가 빠르게 감소하진 않는다.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여성은 생식 기간 동안 400∼500개 난자가 배란된다. 1980년대 이 중 일부를 채취해 동결한 뒤 질소탱크에 보관했다 해동해 쓰는 기술이 개발됐다. 원래 항암치료 등을 앞둔 환자들이 불임에 대비해 얼려뒀는데, 현재는 일하는 여성이 미래 출산을 위해 시술받는 사례가 더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병의원에서 보관 중인 냉동 난자는 10만5523개다. 2020년 4만4122개에서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저출생에 인구소멸 위기를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난자동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 난자를 채취해 냉동하고 시술 과정, 비용 등에 대해 알아봤다.● 매일 2번 과배란 유도 주사 맞아야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난자 동결’을 입력하면 대형 산부인과 의원 등이 검색됐다. 이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진료를 예약했다. 병원을 방문하면 전문의 대면 상담을 받고 이후 난소기능검사(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한다. 두 가지 검사를 통해 난소가 난자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한다. 난자가 많이 배출돼야 건강한 난자를 더 많이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건강 상태도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은 “출산은 산모 나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난자도 비슷하기 때문에 난자를 냉동하려면 35세 안팎에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두 가지 검사를 받은 뒤 의료진은 생리 시작 후 3일 이내에 병원을 다시 방문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로 병원에 방문해선 배란 유도 주사를 맞았다. 보통 7~10일 과배란 주사제를 투여해 난소 안에 있는 난포(난자가 생기는 장소)를 성장시킨다. 이렇게 해서 난자가 생기면 2, 3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난자를 채취한다. 이런 과정을 5, 6번 가량 거친 뒤 난자를 냉동하게 되는데, 시술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난자는 3~18개 정도다.첫 주사를 병원에서 맞으면 이후 나머지는 보통 집에서 스스로 놓는다. 하루 2번 정도 맞는데, 규칙적으로 맞아야 해서 직장인의 경우 시간을 맞추기 위해 회의실에서 몰래 주사하기도 한다. 주사는 바늘이 얇아 크게 아프진 않지만 주사를 놓을 때는 먼저 감염 위험이 있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주사는 자궁에 가까운 배꼽 주변에 놓는다. 주사제 투여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두통, 오한, 신부전, 호흡곤란, 혈전증 등이 나타나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주사제로 자극된 난포가 적절한 크기로 커지면 난자 채취 예정일을 정한다. 시술은 보통 수면 마취를 하고 주삿바늘로 난소를 십여 차례 찔러가면서 난자를 뽑아낸다. 수집된 난자 중 적합한 성숙 난자만 선별해 초고속으로 냉동한다. 난자 채취를 마친 뒤 복부 팽만 등 이상 증상을 보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 포함해도 200만~500만 원 들어난자 냉동시스템도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진료 병원이 동결 보호제를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외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폐쇄형 냉동 보관시스템인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난자 동결 보존기간은 5년이다. 이후 보존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난자 동결은 의료진이 채취한 난자를 연구진을 통해 얼리고 해동하는 정교한 작업”이라며 “시술하는 전문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연구자의 노하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자 냉동 비용은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해도 1회 시술 비용이 200만~500만 원에 달했다. 정해진 가격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병원을 확인하고 시술 병원을 결정해야 한다.난자 동결과 관련해서 잘못 알려진 내용도 많다. 난자를 한꺼번에 수십 개씩 채취하면 폐경이 앞당겨지거나 난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난자는 매일 자연적으로 수십 개에서 수백 개씩 소멸하기 때문에 시술을 통해 일부 난자를 채취한다고 해서 남은 난자의 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정부가 최근 혈액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이중특이항체 신약의 급여 신청을 잇달아 거부하면서 국내 혈액암 환자의 생존권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혈액학회는 혈액암 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한 급여 심사 기준 개선을 요구하며 현재 고형암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암질환 심의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혈액암 전문 심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혈액학회는 지난달 27일 ‘2025년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ICKSH 2025)’에서 국내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임호영 학술이사(전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혈액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이중특이항체 신약들의 급여 지연 현황을 지적했다. 임 학술이사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혈액암 치료제 개발의 흐름 속에서 건강보험 급여 지연으로 인해 다발골수종, 림프종과 급성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현저히 제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특히 반복적인 재발이나 불응성 질환 상태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한돼 있는 환자에게 혁신 신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생존 기회를 위협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개발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상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신속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상 확증 임상시험의 부재와 장기 추적 관찰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해당 신약들의 급여 심사를 유보하고 있다. 기존 약제들과 확연한 치료 성적의 차이를 보여주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들에 과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경직된 접근으로 임상적 유용성과 미충족 의료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심평원은 재발·불응성 림프종 치료에 컬럼비와 엡킨리,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 텍베일리와 엘렉스피오 등 이중특이항체 신약들의 급여 신청을 모두 거절한 바 있으며 이 같은 결정은 항암제 급여 심사의 첫 단계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이뤄졌다. 임 학술이사는 “다발골수종과 림프종에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들은 기존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환자에게 실질적인 생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옵션”이라며 “그런데도 보험 급여가 지연돼 치료 접근성이 제한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학회는 현 암질심의 전문성 부재와 목적을 벗어난 심사 행태도 지적했다. 임 학술이사는 “현재 암질심 위원은 총 41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 중 혈액암을 전문으로 하는 혈액내과 전문의는 단 6명에 불과하다”라면서 “고형암이 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암의 종류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르듯이 혈액암 또한 급성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만성 백혈병 등 각각의 병에 따라 치료 특성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성에서는 혈액암 질환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석진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는 암질심이 본연의 역할을 잊고 비용과 경제성을 논하는 것 또한 전문성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엄연히 비용 효과와 경제성을 평가하는 다음 절차(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있는데 암질심에서부터 막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라고 부언했다. 김 이사장은 “기존의 통상적인 치료 결과에 비해 월등한 결과를 보이는 2상 임상시험 결과에 기반해 신속 허가를 받은 신약에 대해서는 그 허가 취지에 맞는 조속한 급여 등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달라”며 “고형암 분야에서 각각 세부 암종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듯 혈액암 역시 질환별 특이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별도의 혈액암 전문 암질환심의기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급여 지연의 피해는 결국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돌아온다”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뇌종양은 머리뼈뿐만 아니라 뇌 주변의 뇌신경, 뇌막, 뇌혈관, 두피 등에서 발생할 수 있다. 뇌종양은 크게 양성과 악성으로 나뉜다. 양성 뇌종양은 주로 뇌 바깥에서 발생하는데 성장 속도가 느리다. 이 중 뇌수막종이 가장 많고 뇌하수체종양이나 청신경초종도 흔히 발생한다. 반면 악성 뇌종양은 빠르게 성장할 뿐 아니라 주위 조직으로 침투해 정상 뇌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전이성 뇌종양은 다른 장기의 암이 뇌로 전이돼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뇌종양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이다. 오후에 목덜미가 뻣뻣해지는 긴장성 두통과는 달리 새벽에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장시간 누워 있으면 호흡량이 줄어들고 뇌혈관에 혈액이 몰리는데 이에 따라 종양이 뇌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뇌종양 치료는 종양의 크기, 위치,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양성종양은 방사선치료로 파괴할 수 있으며 큰 종양이나 악성종양은 수술이 필요하다. 악성종양의 경우 수술 외에도 방사선 과 항암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수술 중 신경 손상 위험이 큰 경우 환자를 깨워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확인하며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뇌종양 치료는 주로 내시경 수술로 이뤄진다. 기존의 머리뼈를 여는 방식 대신 코나 눈 주변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종양을 제거한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빠른 회복으로 환자 만족도가 높다. 특히 안와 내시경 수술은 눈 주변에 발생한 뇌종양을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내시경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신경과 혈관을 보호하면서 출혈과 합병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술 과정이 간단하고 정확도가 높아 환자는 수술 후 통증이 적고 빠르게 회복된다. 일상 복귀도 쉽다. 고려대 안산병원 뇌종양센터 김명지 교수는 “감마나이프, 트루빔 STx, 사이버나이프 등 최신 방사선 수술이 뇌종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절개 없이 고정밀 방사선만으로 종양을 정확하게 조준해 파괴하는 것으로 주변의 건강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회복이 빠르다. 특히 수술이 어렵거나 미세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방사선 수술이 병행된다. 뇌종양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다학제 협진을 통한 맞춤형 치료다.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내분비내과 등 여러 진료과의 전문가가 협력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수술 여부,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 상태에 맞춘 정밀한 치료가 이뤄진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보건복지부가 중증 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환자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2일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정형외과와 관련한 중증도 분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은 “척추 재수술 등 개원가에서는 수가가 낮고 어려워서 하지 않는 고난도 수술이 경증으로 분류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진료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정부 의료 개혁의 큰 취지는 동감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난도의 수술임에도 복지부가 경증으로 분류해 대학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할 수 없다는 것.이봉근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절, 척수 수술, 인공관절 수술 등을 정부가 대거 경증으로 분류해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도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비중을 70% 이상 유지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했다. 이 교수는 “관절 내 골절, 손목에 금 간 것만 중증이라고 정해놨다”라며 “환자가 뼈가 아스러졌는데도 경증이라고 돌려보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당장 환자가 죽지 않겠지만 몇 년 뒤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는 복지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그 사이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는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학병원 정형외과 수술은 20∼50%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방 배정을 받지 못해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재철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정형외과 중증질환 비율이 1%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을 보라고 하지만 정작 중증질환으로 분류되는 수술이 극히 적어 수술실을 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학회가 조사한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은 정형외과의 중증질환군(A군) 비율이 지난해 14%에 그쳤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1·2차 병원에서도 많이 하는 치료는 B군·C군으로 분류된다”며 “피가 많이 나고 큰 수술인 척추고정술의 경우 척수 병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몇 마디를 수술해도 C군”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몇 달을 기다려 병원에 온 환자에게 치료해줄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구조 전환은 정형외과와 같은 다빈도 진료과를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는 수술 수요가 많은데 중증질환군 비중이 작다는 이유로 병원 내에서 인적·물적 지원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환자는 스스로 경증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치료 실패 후 상급병원에 전원 되는 경우가 많고 여전히 대학병원에서의 치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형외과 주요 수술이 동네 의원이나 2차 병원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환자의 선택권과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보건복지부가 중증 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환자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대한정형외과학회는 정형외과와 관련한 중증도 분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은 “척추 재수술 등 개원가에서는 수가가 낮고 어려워서 하지 않는 고난도 수술이 경증으로 분류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진료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고난도의 수술임에도 복지부가 경증으로 분류해 대학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할 수 없다는 것.이봉근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골절, 척수 수술, 인공관절 수술 등을 정부가 대거 경증으로 분류해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도 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비중을 70% 이상 유지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했다. 이 교수는 “관절 내 골절, 손목에 금 간 것만 중증이라고 정해놨다”라며 “환자가 뼈가 아스러졌는데도 경증이라고 돌려보내야 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당장 환자가 죽진 않겠지만 몇 년 뒤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는 복지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그 사이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는 파악을 못 하고 있다.실제 대학병원 정형외과 수술은 20~50%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방 배정을 받지 못해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이재철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정형외과 중증질환 비율이 1%도 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을 보라고 하지만 정작 중증질환으로 분류되는 수술이 극히 적어 수술실을 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제 학회가 조사한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은 정형외과의 중증 질환군(A군) 비율이 지난해 14%에 그쳤다.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1·2차 병원에서도 많이 하는 치료는 B군·C군으로 분류된다”라며 “피가 많이 나고 큰 수술인 척추고정술의 경우 척수 병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몇 마디를 수술해도 C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몇 달을 기다려 병원에 온 환자에게 치료해 줄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임원진은 “환자는 스스로 경증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치료 실패 후 상급병원에 전원 되는 경우가 많고 여전히 대학병원에서의 치료를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형외과 주요 수술이 동네 의원이나 2차 병원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환자의 선택권과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