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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왜 꺼졌는지, 주민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아요.”13일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종천 씨(65)는 “비슷한 지점에서 싱크홀 발생이 반복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전국에서 땅꺼짐 사고가 이어지면서 시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반이 약해질 수 있는 대형 공사 현장은 더욱 철저한 조사와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땅 꺼질까 봐 일부러 과속, 집 떠나 있어야 하나”부산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0분경 사상구 학장동 횡단보도에 가로 5m, 세로 3m, 깊이 5m가량의 싱크홀이 생겼다. 시민들은 이 횡단보도 주변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김 씨는 “혹시 운전 중 땅이 꺼질까 봐 일부러 과속해서 횡단보도를 빠져나가는 운전자들도 있다”며 “행정기관은 사고 뒤 땅에 흙만 채우고 다른 안전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로 지하에 묻힌 하수박스로 이어지는 지름 10cm 크기의 통신관 연결 부위가 손상됐고, 이곳으로 오랫동안 빗물과 흙이 함께 유입되면서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름 약 40cm, 깊이 1.3m 규모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싱크홀 바로 아래 지점을 파내자 지름 60cm가량의 하수관이 균열이 간 상태로 드러났다. 이 균열과 누수가 싱크홀 원인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11일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현장 인근 주민들의 불안도 커졌다. 광명시에 사는 신모 씨(52)는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하니 믿고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너무 무섭다”며 “우선 휴가를 며칠 내서 다른 곳에 가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주변에 지하공사… 공동(空洞) 커지며 붕괴 가능성최근 싱크홀 사고 지점은 모두 주변에 지하 공사 현장이나 지하철역이 있었다. 명일동은 서울 도시철도 9호선 및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구간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사상구는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근처였다. 마포구 싱크홀은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2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땅을 수십 m 파고 들어가는 대규모 굴착공사 과정에서 땅속 구조가 바뀌고 주변 토사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면서 지하에 비어 있는 공간, 즉 공동(空洞)이 만들어진다. 이 공동이 점점 커지면 결국 지상까지 붕괴돼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모래나 자갈로 이뤄진 연약 지반일 경우 그 아래 작은 공동이 생기면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약 지반은 굴착공사에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규모 굴착공사 인근 싱크홀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밀한 지반 조사와 철저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근처에 주택을 많이 지었거나 공사를 진행한 적이 있던 곳은 지반이 약해졌을 수 있어 조사를 더 촘촘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한편 서울시는 대규모 지하 굴착공사장과 주변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진행하는 등 특별 대책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우선 △지하철 9호선 4단계 건설공사 1∼3공구 4.1km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1∼4공구 13.4km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공사 1.0km 구간 등을 탐사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해 말 8개 자치구에서 선정한 50개 우선 점검지역 45km 구간에 GPR 탐사도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분석까지 마칠 계획이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광명=이경진 기자 lkj@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땅이 왜 꺼졌는지, 주민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아요.”13일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종천 씨(65)는 “비슷한 지점에서 싱크홀 발생이 반복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전국에서 땅꺼짐 사고가 이어지면서 시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반이 약해질 수 있는 대형 공사 현장은 더욱 철저한 조사와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땅 꺼질까봐 일부러 과속, 집 떠나 있어야하나”부산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0분경 사상구 학장동 횡단보도에 가로 5m, 세로 3m, 깊이 4m 가량 싱크홀이 생겼다. 시민들은 이 횡단보도 주변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김 씨는 “혹시 운전 중 땅이 꺼질까봐 일부러 과속해서 횡단보도를 빠져나가는 운전자들도 있다”며 “행정기관은 사고 뒤 땅에 흙만 채우고 다른 안전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로 지하에 묻힌 하수박스로 이어지는 지름 10㎝ 크기의 통신관 연결 부위가 손상됐고, 이곳으로 오랫동안 빗물과 흙이 함께 유입되면서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름 약 40cm, 깊이 1.3m 규모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싱크홀 바로 아래 지점을 파내자 지름 60cm 가량의 하수관이 균열이 간 상태로 드러났다. 이 균열과 누수가 싱크홀 원인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11일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현장 인근 주민들의 불안도 커졌다. 광명시에 사는 신모 씨(52)는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하니 믿고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너무 무섭다”며 “우선 휴가를 며칠 내서 다른 곳에 가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지하공사… 공동(空洞) 커지며 붕괴 가능성최근 싱크홀 사고 지점은 모두 주변에 지하 공사 현장이나 지하철역이 있었다. 명일동은 서울 도시철도 9호선 및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구간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사상구는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근처였다. 마포구 싱크홀은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2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땅을 수십미터 파고 들어가는 대규모 굴착공사 과정에서 땅 속 구조가 바뀌고 주변 토사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면서 지하에 비어 있는 공간, 즉 공동(空洞)이 만들어진다. 이 공동이 점점 커지면 결국 지상까지 붕괴돼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모래나 자갈로 이뤄진 연약 지반일 경우 그 아래 작은 공동이 생기면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약 지반은 굴착공사에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규모 굴착공사 인근 싱크홀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밀한 지반조사와 철저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근처에 주택을 많이 지었거나 공사를 진행한 적이 있던 곳은 지반이 약해졌을 수 있어 조사를 더 촘촘히 해야한다”고 설명했다.한편 서울시는 대규모 지하 굴착공사장과 주변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진행하는 등 특별대책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우선 △지하철 9호선 4단계 건설공사 1∼3공구 4.1km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1∼4공구 13.4km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공사 1.0km 구간 등을 탐사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해 말 8개 자치구에서 선정한 50개 우선 점검지역 45km 구간에 GPR 탐사도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분석까지 마칠 계획이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광명=이경진 기자 lkj@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전국 곳곳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속출하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13일 하루에만 부산과 서울에서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했다.13일 부산경찰청과 부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경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서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상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경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경찰의 신고를 받고 구청과 경찰 직원들이 현장에서 안전 조치를 진행하던 중 싱크홀이 발생했다. 새벽 이른 시간대 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구와 경찰은 인근 4개 차선을 통제하고 방호벽을 설치하는 등 안전 조치를 진행중이다.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으로, 해당 공사 현장에선 지난해 9월 대형 싱크홀로 트럭 2대가 8m 아래로 추락하는 등 6건이 넘는 관련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에서도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마포소방서와 마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1분경 애오개역 인근 도로 밑이 꺼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싱크홀 크기는 지름 40~50cm, 깊이 1.3m 규모이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구멍이 뚫린 애오개역 2번출구 옆 4~5차로에서 100m가량에 걸쳐 차량을 통제중이다. 오후 2시 현재 마포구와 서울시 서부도로사업소가 정확한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꺼진 땅 아랫부분을 파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현장에선 싱크홀 바로 아래 지점을 파내자 지름 60cm 가량의 하수관이 균열이 간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해당 균열이 싱크홀의 원인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조폭’ 등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8000만 원이 넘는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경찰 간부가 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간부에겐 초과근무수당을 허위로 신청해 8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승희)는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총 84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A 경정을 지난달 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서울경찰청 직할 수사대 소속이던 A 경정이 2023년 발생한 이른바 ‘람보르기니 흉기 위협’ 사건 수사에 참여한 뒤 MZ세대 조폭 등 사건 관계인 등에게 현금 5000만 원과 유흥주점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건 관계인들이 경찰 간부인 A 경정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뇌물 등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소장엔 A 경정이 받은 유흥주점 접대비가 3400만 원으로 적시됐다. 2023년 서울 강남구에서 람보르기니 차주 홍모 씨(32)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람보르기니 차량 구입 비용 등 홍 씨의 자금원까지 수사를 확대해 불법 리딩방 및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MZ세대 조폭과의 연관성까지 파악했지만 A 경정의 혐의는 포착하지 못했다. A 경정의 금품 수수 혐의는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정은 “현금을 받지 않았고, 접대비는 일부 돌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경정이 80회가량에 걸쳐 초과근무수당을 허위로 신청해 약 800만 원을 받은 혐의(사기)도 적용했다. 경찰 초과근무는 지문인식기 등을 통해 출퇴근을 입력해 등록할 수 있는데 검찰은 A 경정이 이를 악용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A 경정의 다른 혐의도 추가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경정이 2023년 한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마약 사건을 수임한 로펌 소속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첩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로펌에는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소속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 9월 A 경정과 로펌 관계자 등을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12일 A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A 경정을 직위해제한 경찰은 검찰로부터 기소 내용을 통보받는 대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 징계에 의해 파면 또는 해임 처분을 받은 사람 등은 당연퇴직 대상이 된다. 당연퇴직한 비위 경찰공무원은 2020년 52명, 2021년 57명, 2022년 61명, 2023년 65명으로 늘고 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울서부지법 난입사태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막아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선 시위대가 경찰을 때리거나 욕설을 퍼붓는 영상이 증거로 제시됐다.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우현)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 씨 등 8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권 씨 측은 “(공수처 차량 앞에) 2열 횡대로 스크럼(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인간방벽을 만드는 것)을 짠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공수처 차량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사관들을 폭행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권 씨 등은 올해 1월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공수처 수사관들의 차량을 막고 통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날 법정에선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잇따라 증거로 제출됐다. 공무집행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모 씨가 경찰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욕설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이었다. 또 시위대가 법원 울타리를 넘으려다가 제지당하고,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안모 씨가 울타리 안쪽에서 검거되는 모습, 법원 정문 앞에서 시위대가 스크럼을 짜고 드러누운 채 경찰과 충돌하는 영상도 있었다.일부 피고인들은 “검찰 측이 제시한 각종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증거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7일 재판에서 한 변호인은 난입 당시를 중계했던 피고인의 영상 증거와 관련해 “범죄행위를 하던 중에 촬영된 영상이니 위법증거”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521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1991년(1만3429명)과 비교해 18.7% 수준이다. 현재의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처음으로 2500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2551명)보다 1.2% 줄었다. 특히 음주운전 사망자가 138명으로, 전년(159명) 대비 13.2% 감소해 전체 사망자 수 감소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4) 음주 뺑소니 사고, 음주 측정을 피하려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 등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 등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이륜차 관련 사망자도 감소했다. 지난해 이륜차 사고로 숨진 사람은 361명으로, 전년(392명) 대비 7.9% 줄었다. 경찰은 앞번호판이 없는 이륜차 단속을 위한 ‘후면 단속카메라’ 보급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카메라는 과속하는 이륜차의 뒷번호판을 촬영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사망자는 761명으로 전년(745명) 대비 2.1% 증가했다. 경찰은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4.7명으로, 최근 5년간 줄어드는 추세다. 한창훈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안전띠·안전모 착용 문화의 정착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과 관련해 “법리적으로 판단하면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법리상 명백했다”고 밝혔다. 문 전 총장은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직속 상관으로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문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법률가의 역할’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에 대해 “그 사람은 절대로 (탄핵 인용을) 고민할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이날 강연에 함께 참석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문무일 전 총장은 후임으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반대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19년 문재인 정부 1기 검찰총장이었던 문 전 총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문 전 총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윤 지검장에게 ‘당신은 언젠가 총장을 할 사람인데, 지금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중앙지검장이 속된 말로 ‘칼’을 휘두르다가 곧바로 총장이 되는 건 부적절하다. 잠시 쉬며 검찰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말자’고 조언했다”고 밝혔다.이어 “어떤 정부든 첫 번째 검찰총장은 전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는 ‘사정’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검찰 조직이 흔들리기도 하기 때문에 두 번째 총장은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특수부 경력 일변도였기 때문에 조직을 정비하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당시 주변에도 ‘윤 전 대통령은 세 번째 총장을 맡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되던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문 전 총장과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이 달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문 전 총장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리를 반대했는데, 이에 대해 윤 지검장에게 입장을 물으니 ‘별로 관심 없다. 젊은 검사들은 그런 데 천착하지 않는다. 검찰총장님과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엔 윤 전 대통령이 개혁적인 인물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폭삭 속았수다’의 한 테마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아주 고생했다)’와 ‘속았다’는 표현의 발음이 비슷한 데 착안해, 윤 전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문 전 총장은 ‘윤석열이라는 권력의 몰락이 검찰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특수부 중심 수사의 한계인지, 아니면 개인적 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통제하지 못한 데 있다”고 답했다. 그는 “강한 권력을 부여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강한 통제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521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1991년(1만3429명)과 비교해 18.7% 수준이다. 현재의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처음으로 2500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2551명)보다 1.2% 줄었다. 특히 음주운전 사망자가 138명으로, 전년(159명) 대비 13.2% 감소해 전체 사망자 수 감소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4) 음주 뺑소니 사고, 음주 측정을 피하려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 등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 등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이륜차 관련 사망자도 감소했다. 지난해 이륜차 사고로 숨진 사람은 361명으로, 전년(392명) 대비 7.9% 줄었다. 경찰은 앞번호판이 없는 이륜차 단속을 위한 ‘후면 단속카메라’ 보급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카메라는 과속하는 이륜차의 뒷번호판을 촬영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반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사망자는 761명으로 전년(745명) 대비 2.1% 증가했다. 경찰은 고령자 운전면허 소지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4.7명으로, 최근 5년간 줄어드는 추세다. 한창훈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안전띠·안전모 착용 문화의 정착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것 같아요.”(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이게 나라야. 말이 안 돼.”(윤 전 대통령 지지자) 4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선고하자 대통령 지자자들과 반대 진영의 희비는 엇갈렸다. 하지만 우려했던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나 헌재 난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빠르게 철수했고, 대통령 지지자들도 여기저기서 분통, 울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별다른 폭력 행위 없이 집회 현장을 떠났다. 한때 ‘갑호비상’까지 발령하며 긴장했던 경찰도 경계를 풀고 이날 오후 6시 ‘을호비상’으로 경계를 낮췄다.● ‘망연자실’ 尹 지지자들, 큰 충돌 없이 해산이날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는 순간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울음 섞인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다. “으아아아” 하는 절규와 통곡으로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문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을 향한 비속어가 쏟아졌다. 오전 11시 40분경엔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에서 방독면을 쓴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철제봉으로 경찰 차량 뒷유리를 내리쳐 부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체포됐다. 한순간 감정이 격해졌던 시위대는 ‘8 대 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라는 뉴스에 빠르게 해산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한남동 일대 집회는 오전 11시경 참가자가 1만3000명이었지만 선고 이후 오후 3시 30분경 모두 해산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토요일 예고한 탄핵 반대 집회를 취소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5일 여의대로 일대에서 2만 명이 모이겠다고 예고한 집회를 취소했다. 세이브코리아는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전 목사를 주축으로 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은 5일 광화문 일대에서 약 20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내일 오후 1시 광화문광장에 3000만 명 이상 모이자”며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탄핵 촉구 집회는 서울, 광주, 대구 등서 ‘환호’탄핵 촉구 시위 현장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문 권한대행이 파면 주문을 읽는 순간 안국역 일대에 돗자리 등을 깔고 뉴스를 지켜보던 시위 참가자 1만5000여 명은 일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고 함성을 질렀다. 시위 진행자가 “주권 시민의 승리입니다”라고 외치자 “대한민국 만세” “주권 시민 만세” 등 구호가 나왔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권영길 씨(35)는 “윤석열의 파면은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의미”라며 기뻐했다.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 모인 시민 1000여 명은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함성을 질렀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파면 선고 이후 5·18 당시 신군부 헬기 총격 자국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 외벽에 ‘지켰다 민주주의! 고맙다 광주정신!’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윤유식 씨(61)는 “5·18을 경험한 광주 시민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는다면 5·18 당시로 돌아간다는 걱정을 했다”며 눈물을 닦았다. 대구 중구에서도 ‘윤석열 파면 대구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파면 결정을 환영했다. 김모 씨(29)는 “파면한다는 결정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함을 쳤다. 그동안 애가 탔었는데, 헌재가 결국 국민의 뜻을 받아 올바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에서 별다른 폭력 시위가 발생하지 않은 덕분에 대중교통도 빠르게 정상화됐다. 안국역 일대, 광화문, 한남동에 배치된 경찰차와 경찰 버스, 방호벽, 차벽은 이날 오후 상당수 해체됐고, 무정차 통과했던 지하철역들도 다시 정상 운영됐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등 종교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적 화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것 같아요.”(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이게 나라야. 말이 안돼”(윤 전 대통령 지지자)4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 결정을 선고하자 대통령 지자자들과 반대 진영의 희비는 엇갈렸다. 하지만 우려했던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나 헌재 난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빠르게 철수했고, 대통령 지지자들도 여기 저기서 분통, 울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별다른 폭력 행위 없이 집회 현장을 떠났다. 한때 ‘갑호비상’까지 발령하며 긴장했던 경찰도 경계를 풀고 이날 오후 6시 ‘을호비상’으로 경계를 낮췄다.● ‘망연자실’ 尹 지지자들, 큰 충돌 없이 해산이날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울음 섞인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다. “으아아아”하는 절규와 통곡으로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려진 이들도 있었다. 문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을 향한 비속어가 쏟아졌다. 오전 11시 40분경엔 안국역 근처에서 방독면을 쓴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철제봉으로 경찰 차량 뒷유리를 내리쳐 부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체포됐다.한순간 감정이 격해졌던 시위대는 ‘8 대 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라는 뉴스에 빠르게 해산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한남동 일대 집회는 오전 11시경 참가자가 1만 3000명이었지만 선고 이후 오후 3시 30분경 모두 해산됐다. 안국역 일대 탄핵 반대 집회도 오후 2시경 모두 해산했다.일부 보수 단체는 토요일 예고한 탄핵 반대 집회를 취소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5일 여의대로 일대에서 2만 명이 모이겠다고 예고한 집회를 취소했다. 세이브코리아는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탄핵 촉구 집회는 서울, 광주, 대구 등서 ‘환호’탄핵 촉구 시위 현장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문 권한대행이 파면 주문을 읽는 순간 안국역 일대에 돗자리 등을 깔고 뉴스를 지켜보던 시위 참가자 1만5000여명은 일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고 함성을 질렀다. 시위 진행자가 “주권 시민의 승리입니다”라고 외치자 “대한민국 만세” “주권 시민 만세” 등 구호가 나왔다.경기 수원시에서 온 권영길 씨(35)는 “윤석열의 파면은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기뻐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거북이의 ‘빙고’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은 떼창을 하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 모인 시민 1000여 명은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함성을 질렀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파면 선고 이후 5·18 당시 신군부 헬기 총격자국이 남아있는 전일빌딩 외벽에 ‘지켰다 민주주의! 고맙다 광주정신!’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윤유식 씨(61)는 “5·18을 경험한 광주 시민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는다면 5·18 당시로 돌아간다는 걱정을 했다”며 눈물을 닦았다.대구 중구에서도 ‘윤석열 파면 대구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파면 결정을 환영했다. 김모 씨(29)는 “파면한다는 결정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함을 쳤다. 그동안 애가 탔었는데, 헌재가 결국 국민의 뜻을 받아 올바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과 지방에서 별다른 폭력 시위가 발생하지 않은 덕분에 대중교통도 빠르게 정상화됐다. 안국역 일대, 광화문, 한남동에 배치된 경찰차와 경찰 버스, 방호벽, 차벽은 이날 오후 상당수해체됐고, 무정차 통과했던 지하철역들도 다시 정상 운영됐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등 종교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적 화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주권자가 승리했다.”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주문을 읊자 안국역 일대에 6000여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측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시위 진행자가 “주권자가 승리했다”를 반복해서 외치자 이를 따라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곳곳에서 “파면됐다” “우리가 이겼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쁨의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주권 시민의 승리입니다” 등을 진행자가 말하자 “대한민국 만세” “주권 시민 만세” 등의 반응이 시위대에서 흘러나왔다.한남동 관저 앞 500여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집회 현장에서도 이른 오전부터 울리던 요란한 꽹과리 소리와 “윤석열 파면”을 외치던 함성이 더 커졌다.시위대는 “이겼다”를 연신 외치고 일어나서 함께 부둥켜안았고. 파면이 결정나자 50대 여성 두 명은 껴안은 채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일부는 플랜카드를 찢어버리며 환호를 질렀다.반면 같은 시각 탄핵 반대 집회에선 고성이 터져나왔다. 오전 11시 선고 시작 이후 22분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침묵 속 숨을 죽이며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던 탄핵 반대 측 시위대 약 5000명 사이에서는 일순간에 울음 섞인 고성과 욕설이 나왔다.문 대행을 향해 “개XX라며 욕설이 튀어나왔고, “으아아아” 하는 절규가 쏟아졌다. 통곡과 울음으로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고, 다리가 풀린 듯 일순간 주저앉은 이들도 있었다.시위대에선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졌다. 국민저항권 발동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외침이 나왔다.헌재의 탄핵 인용 직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4.19와 5.16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의 신해식 대표는 “(전) 목사의 제안으로 어젯밤에 300여 명이 모여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국회와 사법부를 믿고 갈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어서 본격적인 국민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같은 시각 헌재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200여 명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선고 이후 “야 이 XX놈들아,” “개XX들아” 들의 욕설을 내뱉으며 태극기를 집어 던졌다.오전 11시 30분경에는 방독면을 쓴 한 지지자가 철제봉으로 방호벽을 3회 내려쳐 취재진이 몰려들고 경찰이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4일)에 발생할 폭력 사태를 대비해 헌법재판소 주변 통제 구역을 반경 100m에서 150m로 늘렸다. 헌재 주변 상인들은 가게 물건을 미리 치우며 불안감을 나타냈고, 정독도서관도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경찰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의 일명 ‘진공상태’ 구역을 기존 반경 100m에서 150m로 확대했다. 경찰버스 160여 대와 차벽트럭 20여 대, 그 외 승합차 등 차량 200여 대를 동원해 헌재 주변을 틀어막았다. 이날부터 헌재 주변에는 차량 통행, 집회가 금지됐고 일반 시민들만 인도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헌재 주변의 따릉이,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PM), 길거리 쓰레기통은 모두 안국,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집회 지역 밖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선고 당일에는 (진공상태 구역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당일 헌재 내부에는 경찰특공대 20∼30명이 대기한다. 경찰기동대 인력으로 대응이 어려운 테러나 드론 공격 등이 발생하면 특공대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공대는 인명 구조, 폭발물 탐색 등에 전문화돼 있다. 경찰은 외교 시설, 언론사, 대통령 집무실, 국회 등에도 차벽과 경찰을 배치한다. 캡사이신, 경찰봉 사용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일 탄핵선고일 대비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시설 파괴, 재판관 신변 위협 등을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 현행범 체포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선고 전날(3일)부터 5일까지 하루 최대 2400여 명의 현장 인력을 인파 관리에 투입한다. 헌재와 가장 가까운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2일부터 이미 1∼4번 출입구가 폐쇄됐고, 선고 당일에는 모든 출입구를 하루 종일 폐쇄하며 열차는 무정차 통과한다. 3∼5일 집회 장소 주변의 따릉이 대여소 71곳도 이용이 전면 중지된다. 헌재 주변 정독도서관도 4일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 경복궁역과 가까운 청운중은 3, 4일 단축 수업을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헌재와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의 학교, 유치원 등 13곳과 경복궁역 주변 학교 3곳도 선고 당일 휴업한다고 밝혔다. 시위 현장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서울대병원은 관련 인력을 배치했고, 강북삼성병원은 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 의료진으로 비상 대기 인력을 구성했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헌재 인근 상인들의 불안은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 차벽이 도로를 둘러싼 가운데 주변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시위대가 격렬해질 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게 앞의 벽돌이나 빈 술병 등을 치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헌재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48)는 “집회가 시작된 뒤 매출이 80% 줄었다. 점점 격화되는 것 같아 선고 이후 한동안 가게 문을 닫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 씨(54)는 “아침부터 집회가 있다고 해서 평소보다 20분 빨리 나왔다. 선고 당일에는 역도 다 폐쇄한다는데 집회로 도로가 다 막힌다면 출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4일)에 발생할 폭력 사태를 대비해 헌법재판소 주변 통제 구역을 반경 100m에서 150m로 늘렸다. 헌재 주변 상인들은 가게 물건을 미리 치우며 불안감을 나타냈고, 정독도서관도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선고를 이틀 앞둔 2일 경찰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의 일명 ‘진공상태’ 구역을 기존 반경 100m에서 150m로 확대했다. 경찰버스 160여대와 차벽트럭 20여대, 그외 승합차 등 차량 200여대를 동원해 헌재 주변을 틀어막았다. 이날부터 헌재 주변에는 차량 통행, 집회가 금지됐고 일반 시민들만 인도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헌재 주변의 따릉이,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PM), 길거리 쓰레기통은 모두 안국,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집회 지역 밖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선고 당일에는 (진공상태 구역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당일 헌재 내부에는 경찰특공대 20~30명이 대기한다. 경찰기동대 인력으로 대응이 어려운 테러나 드론공격 등이 발생하면 특공대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공대는 인명 구조, 폭발품 탐색 등에 전문화돼있다. 경찰은 외교 시설, 언론사, 대통령집무실, 국회 등에도 차벽과 경찰을 배치한다. 캡사이신, 경찰봉 사용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일 탄핵선고일 대비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시설 파괴, 재판관 신변 위협 등을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 현행범 체포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서울시는 선고 전날(3일)부터 5일까지 하루 최대 2400여 명의 현장 인력을 인파 관리에 투입한다. 헌재와 가장 가까운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2일부터 이미 1∼4번 출입구가 폐쇄됐고, 선고 당일에는 모든 출입구를 하루 종일 폐쇄되며 열차는 무정차 통과한다. 3~5일 사이 집회장소 주변의 따릉이 대여소 71곳도 이용이 전면 중지된다.헌재 주변 정독도서관도 4일 임시휴관에 들어간다. 경복궁역과 가까운 청운중은 3, 4일 단축 수업을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헌재와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의 학교, 유치원 등 13곳과 경복궁역 주변 학교 3곳도 선고 당일 휴업한다고 밝혔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헌재 인근 상인들의 불안은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 차벽이 도로를 둘러싼 가운데 주변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시위대 격렬해질 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게 앞의 벽돌이나 빈 술병 등을 치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헌재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48)은 “집회가 시작된 뒤 매출이 80% 줄었다. 점점 격화되는 것 같아 선고 이후 한동안 가게 문을 닫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 씨(54)는 “아침부터 집회가 있다고 해서 평소보다 20분 빨리 나왔다. 선고 당일에는 역도 다 폐쇄한다는데 집회로 도로가 다 막힌다면 출근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부모님 젊었을 적부터 70년 살아온 집인데 호미 자루 하나 안 남기고 다 타뿌따. 정부 지원이 없으믄 이 동네는 더는 뭐 살아갈 길이 없어. 먹고살 길이 없는데 자식들 있는 데로 가든가 대구로 나가든가 해야지. 다 떠나야지.” 31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산불 이재민 최윤기 씨(65)는 집과 농작지 1500평이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양까지 번지면서 이 마을 주택 22채 중 15채가 전소됐다. 최 씨는 “어르신들도 자식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이재민들 “먹고살 게 없으니 떠나” 남부 산불의 큰불은 꺼졌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는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도 밭도 사라졌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기서 뭘 해서 먹고살겠나”라고 되물었다.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남아 있는 게 몸밖에 없다. 대피할 때 가져나온 차와 몸이 전부”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취재팀이 경북 의성군 단촌면 병방리에서 만난 주민 김규환 씨(68)는 2억3000만 원을 들여 4500평에 달하는 고추,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그는 “정부 대책은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도심으로 옮겨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피해를 입은 150여 가구 중 10가구 정도는 대도시로 옮겨가시지 싶다. 아무리 정이 든 동네라고 하더라도 집 없이 살 수가 있냐”고 말했다. 김해춘 안동시 고곡리 이장은 “집을 새로 지어도 있던 자리보다 여건이 좋은 대도심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라고 말했다.● 도시서 온 귀농인들, 다시 도시로 지역에 연고가 없이 정착했던 귀농인들은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려는 경우가 노인들보다 많았다. 3년 전 경북 청송군 후평리에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다 이번에 모두 잃은 류영우 씨(59)는 “희망찼던 귀농의 꿈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며 “단 하루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잠시 살았던 인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형동 경상북도 귀촌귀농연합회장은 “피해 지역에 사는 귀농귀촌인 약 100명 중 30명 정도가 귀도(도시로 돌아감)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산불이 비켜간 김천 등에서도 ‘겁이 나서 방을 내놓고 다시 서울로 가려 한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반복되는 재난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소멸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일자리-주거 지원 늘려야” 경북 의성군 단천면 두계리에 사는 박모 씨(66)도 “시골 마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 60대들은 마을을 지키겠지만,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집을 잃은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 되는 이재민들은 “돈이 없어서 이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는 집세도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산불 피해가 지역 인구 유출과 인구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재민들이 언제까지나 임시 대피소나 학교에서 지낼 순 없다”며 “생계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을 늘려 재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대형 산불로 재난을 경험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피해 농업인의 농업 재개를 위해 볍씨를 무상 공급하고 과수 묘목이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민간업체와 협의할 계획이다.지방소멸 위험지수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 해당 지역의 인구 소멸 위험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0.5 이하면 소멸 위험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영양=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부모님 젊었을 적부터 70년 살아온 집인데 호밋자루 하나 안 남기고 다 타부렀어. 정부 지원이 없으믄 이 동네는 더는 뭐 살아갈 길이 없어. 먹고 살 길이 없는데 자식들 있는데로 가든가 대구로 나가든가 해야지. 다 떠나야지.”31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산불 이재민 최윤기 씨(65)는 집과 농작지 1500평이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양까지 번지면서 이 마을 주택 22채 중 15채가 전소됐다. 최 씨는 “어르신들도 자식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집도 밭도 타버린 이재민들 “먹고 살 게 없으니 떠나”남부 산불의 큰 불은 꺼졌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는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도 밭도 사라졌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기서 뭘 해서 먹고 살겠나”고 되물었다.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남아 있는 게 몸밖에 없다. 대피할 때 가져나온 차와 몸이 전부”라고 말했다.30일 취재팀이 경북 의성 단촌면 병방리에서 만난 주민 김규환 씨(68)는 2억3000만 원을 들여 4500평에 달하는 고추,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그는 “정부 대책은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도심으로 옮겨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피해를 입은 150여 가구 중 10가구 정도는 대도시로 옮겨가시지 싶다. 아무리 정이 든 동네라고 하더라도 집 없이 살 수가 있냐”고 말했다. 김해춘 안동시 고곡리 이장은 “집을 새로 지어도 있던 자리보다 여건이 좋은 대도심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어르신들이 계시다”고 말했다. ● 도시에 온 귀농인들, 다시 도시로지역에 연고가 없이 정착했던 귀농인들은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려는 경우가 노인들보다 많았다. 3년 전 경북 청송군 후평리에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다 이번에 모두 잃은 류영우 씨(59)는 “희망찼던 귀농의 꿈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며 “단 하루라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잠시 살았던 인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형동 경상북도 귀촌귀농연합회장은 “피해 지역에 사는 귀농귀촌인 약 100명 중 30명 정도가 귀도(도시로 돌아감)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산불이 비켜간 김천 등에서도 ‘겁이 나서 방을 내놓고 다시 서울로 가려 한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앞으로 반복되는 재난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 될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소멸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일자리-주거 지원 늘려야”경북 의성군 단천면 두계리에 사는 박모 씨(66)도 “시골 마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 60대들은 마을을 지키겠지만,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집을 잃은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 되는 이주민들은 “돈이 없어서 옮길 수도, 이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는 집세도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논실마을의 한 이재민은 “나이 60넘어 지금 다른 지역에 가서 뭘 해 먹고 살겠나”라며 “대책이 없다”고 막막해했다.전문가들도 산불 피해가 지역 인구 유출과 인구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이재민들이 언제까지나 임시 대피소나 학교에서 지낼 순 없다”며 “생계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을 늘려 재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대형산불로 재난을 경험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영양=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작년 10월 우리 영감 먼저 가버리고, 인제는 집이고 뭐고 싹 다 타삣다. 먼저 간 영감 사진 하나도 몬 챙기고 나왔다. 한 장도 없어. 싹 다 타버리고 없심더. 집도 없구 영감도 없는 내는 이제 우째 살지 모르겠심더.” 30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에서 만난 김연희 씨(65)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김 씨의 집은 마을 어귀에 있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사별한 남편의 추억이 곳곳에 가득했던 그의 집은 27일 밤 마을을 덮친 화마에 잿더미가 됐다. 그날 이 마을에서만 50채의 집이 불탔다. 김 씨의 집이 있던 자리엔 검게 변해버린 벽돌과 기와가 나뒹굴었다. 김 씨는 작년 10월에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과수원을 일구며 살아왔다. 남편과 함께 가꾸던 나무들이었다. 이번 화재로 절반은 다 타버렸고 나머지 절반도 불길이 스쳐 꽃이 필 수 없게 됐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농사에 서툰 김 씨를 위해 남긴 ‘농사 노트’도 불탔다. 남편의 묘도 잿더미가 됐다. ● 터전 잃은 주민들 “언제 복구될지도 깜깜” 경북, 경남 일대를 휩쓴 산불은 이날 주불이 모두 잡혔지만 이미 집과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살 곳도 갈 곳도 없다”며 울기만 했다. 안동시 임하면 나천리는 주택 15채가 전소됐고, 주민 김옥남 씨(68)의 집과 농장 사과나무가 모두 타버렸다. 산불 당시 김 씨는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었던 탓에 대피하라는 연락을 못 받았다. 대피가 늦어지면서 과수원과 농기계가 모두 전소됐다. 김 씨는 “남편은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딸은 걱정하며 아버지를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경북 영덕군 석리 바닷가 마을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다. 내륙 산을 태우던 불이 해안까지 번졌고, 뒷산과 가까이 있는 집들은 불에 타서 지붕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바닷가 가까이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모습이 따개비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따개비 마을’ 민가들도 대부분 불에 타 형체를 알 수 없었다. 이미상 석리 이장은 “민박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집이 다 타버려 돈을 벌 방법이 없다”며 “공사장 노가다(막일)라도 하려고 했는데 손목 수술을 받아 몸 쓰기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석리의 바다 풍경이 ‘대한민국 제일’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화재로 망가진 마을을 보니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취재팀이 이날 경북 의성군, 안동시, 영덕군 등 3곳 대피소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차가운 바닥에서 쪽잠을 자고 옷가지 등 생필품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재민 대부분 고령층이라 건강 악화도 우려됐다. 의성군 단천면 주민 권원수 씨(71)는 “대피소는 소등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드나든다”며 “이재민 대다수가 노인이고, 노인들은 밤새 앓는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에 밤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겨우 간단한 세수를 할 뿐 샤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우원리 주민 원두리 씨(86)는 원래 걸음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가 쓰던 보행보조기는 이번에 불탔다. 원 씨는 “허리도 못 쓰고 다리도 부어서 걷지를 못한다. 이동할 때 구르마(보행보조기)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엔 없어서 이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집 없이 2년씩 지내기도… “생계 자립 지원 필요” 산불 이재민들은 길게는 수개월, 수년을 거처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초대형 산불로 집을 잃었던 주민 181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지난해 초까지 임시 컨테이너에 살았다. 피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화재·산불 등으로 집이 타버린 경우 받는 주거비 지원금은 최대 3600만 원 수준이다. 홍수는 6600만∼1억2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홍수는 자연재해지만 산불은 인재(人災)라는 이유에서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의 경우 산불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경북도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산불 같은 경우 주거지는 물론 텃밭, 축사 등 생계 수단을 전부 앗아간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소유한 연수원, 임대주택 등을 총동원해 이들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생계 수단을 상실한 이재민들에게 일자리 등을 지원해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산불 피해자를 지원하고 이재민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합동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경북도와 경남도는 피해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 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피난 짐을 싸서 거실에 놔두고 혈압약과 당뇨약 좀 가지러 갔는데, 그새 집에 불이 붙었어요. 옷가지는 전혀 가지고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30일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권원수 씨(71)는 이번 산불로 키우던 닭 등 가축을 비롯해 집까지 불탔다. 경운기, 탈곡기 등 농기계도 모조리 타버렸다. 사과 농사를 짓다가 지병으로 그만둔 그는 이번에 전 재산을 잃고 아내와 함께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 권 씨는 대피소에 온 지 사흘째까지는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아 물과 커피만 마시며 버텼다. 그는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경북, 경남을 집어삼킨 산불로 이재민 5581명이 살던 집을 잃고 대피소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국 산불의 큰 불길이 모두 잡혔다고 발표했지만, 이재민의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취재팀이 각지 대피소에서 만난 이들은 낮에는 시커멓게 타버린 먼 산과 마을을 허탈하게 바라보다가 해가 지면 은박 매트 위에서 쪽잠을 청하며 앞날을 걱정했다. 대부분 70, 80대 고령층인 이재민들은 사방의 냉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대피소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찬 바람이 들어왔고 텐트 바닥에 손바닥을 대자 냉골이 느껴졌다. 이날 의성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갔고, 일부 지역에선 눈까지 내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권 씨는 얇은 트레이닝 셔츠, 경량 조끼의 단출한 차림이었다. 급히 대피하느라 옷가지도 못 챙겨 왔다. 권 씨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뼈까지 시린다”고 했다. 같은 날 안동시 임하면에서 만난 김성현 씨(67)는 산불로 타버린 집의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그는 나이 든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 살다가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번 산불로 집도 잃었다. 김 씨는 “집 주변에 물을 뿌려서 어떻게든 불을 막으려고 시도했는데 사방에서 불기둥이 일었다”며 “가지고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 다 타버렸다”고 말했다.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돼 하동까지 번졌던 경남 산불은 30일 오후 1시경 큰불이 잡혔다. 이 산불은 8일 21시간 동안 1858ha(축구장 2602개 면적)를 삼켰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육지 최대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도 일부 피해를 입었지만, 산림 당국이 천왕봉 4.5km 지점에 있던 화선을 후퇴시켜 가며 진화 작업을 이어간 덕분에 최소한의 피해에 그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남, 경북, 울산 등에서 발생한 총 11개 산불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총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4만8239ha(산불영향구역)가 훼손됐다고 이날 밝혔다. 주택 3511채 등 시설 6322곳도 피해를 입었다.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작년 10월에는 남편을 잃었는데 이제는 집도 과수원도 다 잃었네. 먼저 간 당신 사진도 하나 못 가지고 나왔어요. 다 탔어 다. 집도 남편도 없는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30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에서 만난 김연희 씨(65)의 집은 마을 어귀에 있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사별한 남편의 추억이 곳곳에 가득했던 김 씨의 집은 27일 밤 마을을 덮친 화마에 잿더미가 돼있었다. 그날 이 마을에서만 50채의 집이 불탔다. 김 씨의 집이 있던 자리엔 검게 변해버린 벽돌과 기와가 나뒹굴었다. 김 씨는 작년 10월에 사별한 뒤 홀로 과수원을 일구며 살았었다. 남편과 함께 가꾸던 나무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화재로 절반은 다 타버렸고 나머지 절반도 불길이 스쳐 꽃이 필 수 없게 됐다. 권 씨는 말하는 내내 울음을 꾹꾹 눌러 참았다.● 터전 잃은 주민들 “언제 복구될지도 깜깜” 경북, 경남 일대를 훑은 산불은 이날 주불이 모두 잡혔지만 이미 집과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살 곳도 갈 곳도 없다”며 울기만 했다. 안동시 임하면 나천리는 주택 15채가 전소됐고, 주민 김옥남 씨(68)의 집과 사과농장이 모두 타버렸다. 산불 당시 김 씨는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었던 탓에 대피하라는 연락을 못 받아서 대피가 늦어졌다. 김 씨와 남편은 사과농사를 지었는데 이번 불로 농기계가 타버렸다. 이후 남편은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고, 이를 본 딸은 걱정하며 아버지를 다독이고 있다고 한다.아름다운 풍광으로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경북 영덕군 석리 바닷가 마을도 화마를 피해가지 못했다. 내륙 산을 태우던 불이 해안까지 번졌다. 뒷산과 가까이 있는 집들은 불에 타서 지붕이 바닥에 내려 앉았다. 해안가 가까이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모습이 따개비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따개비 마을’ 민가들도 대부분 불에 타 형체를 알 수 없었다.하루 아침에 전부를 잃은 이재민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경북 의성군 단천면 주민 권연수 씨(71)는 “대피소는 소등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드나든다”며 “주변 자리 노인들은 밤새 앓는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에 밤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겨우 간단한 세수를 할 뿐 샤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안동시 일직면 우원리 주민 원두리 씨(86)는 원래 걸음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가 쓰던 보행보조기는 이번에 불탔다. 원 씨는 “허리도 못 쓰고 다리도 부어서 걷지를 못한다. 이동할 때 구르마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엔 없어서 이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집 없이 2년 씩 지내기도… “생계 자립 지원 필요”산불 이재민들은 길게는 수 개월, 수년을 거처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2022년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초대형 산불로 집을 잃었던 주민 181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지난해 초까지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 살았다.피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화재·산불 등으로 집이 타버린 경우 받는 주거비 지원금은 최대 3600만원 수준이다. 반면 홍수는 6600만~1억2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홍수는 자연 재해지만 산불은 인재(人災)라는 이유에서다.고령층이 많은 지역의 경우 산불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 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경북도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때문에 경북도는 주거 지원을 지원금이 아닌 주택으로 지원해달라며 정부와 협의 중이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는 “산불 같은 경우 주거지는 물론 텃밭, 축사 등 생계 수단을 전부 앗아간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소유한 연수원, 임대주택 등을 총동원해 이들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산불로 생계수단을 상실한 이재민들에게 일자리 등을 지원해 생계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행정안전부는 산불 피해자를 지원하고 이재민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합동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경북도와 경남도는 피해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 원 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불로 생계 유지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서는 경남형 긴급복지 사업인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의료비·주거비·난방비 등을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산림당국은 27일 밤부터 살짝 내린 ‘봄비’가 역대급 산불을 잡아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얕은 보슬비였지만 산불의 확산을 막고, 진화 헬기를 방해하던 연무까지 걷어내면서 ‘골든타임’을 부여한 것이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인 4만5157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고, 경남 산청 등의 산불까지 포함하면 주민 등 27명과 헬기 조종사 1명 등 28명이 사망했다. 산림 당국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완진한다는 방침이다.● 얕게 내린 봄비가 ‘골든타임’ 줬다산불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 27일 오후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불 이후 내린 첫 비였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보슬비였지만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조금씩 사그러드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선 새벽 사이 내린 비로 운동장 바닥 등이 젖어 있었다. 특히 의성군 일대는 최근 며칠 중 가장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감돌았다. 기온도 10도 가까이 떨어져 자원봉사자 등의 옷차림도 전날보다 두꺼워진 모습이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27일과 28일 새벽 의성 등 산불이 확산하던 5개 시군에 1∼3mm의 비가 내렸다. 산불을 완전히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확장하던 산불이 진정세를 보였다. 화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와 낮아진 기온은 헬기를 막던 연무를 걷어내며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줬다. 골든타임이 오자 전날 63%에 머물던 5개 시군의 진화율은 28일 오전 85%까지 급증했고, 오후 5시 산림청은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 7일 차인데 진화 헬기 투입이 원활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비로 인해) 기상 여건도 좋았고, 지상 인력 진화도 수월해져 진화율도 빠르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진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불이 꺼져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망연자실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신두리 씨(90)는 “한동안 멍해 있었는데 요근래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6·25 때도 그대로 있었던 집이 불에 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사나”라며 다시 울먹였다. 집과 염소를 잃은 송선구 씨(71)는 “불이 꺼졌으니 큰 산은 하나 넘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걱정 시작이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실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 남성은 괴산리 발화 지점에서 성묘하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산청 산불은 아직도… “진화-확산 반복” 전문가들은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잔불 정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려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5∼6일이 걸린다. 주불이 진화됐더라도 돌풍이 불면 잔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잔불 관리를 위해 산림청 진화 헬기와 지자체 임차 헬기 등 2∼5대가량을 시군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21일부터 시작된 경남 산청군 산불도 아직 진화되지 않았다. 28일 오후 8시 진화율은 96%까지 올라갔지만 강해진 바람에 주불 진화에는 실패했다. 산림 피해 면적은 약 1800ha로, 총 화선 71km 중 남은 2.5km 구간에 대한 집중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청 산불 불길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넘어가 80ha의 피해를 입혔고 천왕봉 4.5km까지 접근했다. 산림 당국은 헬기 43대를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한 데 이어 야간에는 특수진화대 등 1030여 명을 투입해 야간 진화에 나섰다.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가 이날 투입됐다. 임 청장은 “지리산 입구 지역의 경사가 가파르고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워 돌풍에 따라서 확산과 진화가 반복적으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화 8일째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시간당 8.2km라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경북 지역 곳곳으로 번진 산불을 막을 수 있었던 데는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진화대원들이 잔불 정리용 갈퀴와 등짐펌프를 메고 산불 현장 최전선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화마(火魔)와 싸우지 않았다면 산불이 더 확산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마을순찰대와 소방관, 공무원들도 진화 작업에 큰 힘을 보탰다.● 드디어 꺼진 산불… 매일 사투 벌인 진화대원들 “이 지옥 같은 산불이 끝났다니, 꿈만 같네요.” 28일 주불이 진화됐다는 소식을 들은 경북 영덕군 소속 진화대원 한태영 씨(55)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산불이 영덕으로 처음 넘어온 날(25일) 불덩이가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진화에 투입됐다. 한 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한 우리 동료들 덕분에 무사히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진화대원은 “산불로 집을 잃은 동료들이 대부분”이라며 “우리 고향의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지키자는 생각으로 현장에 달려갔다”고 했다. 산불 대응 인력은 산림청 소속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그리고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관할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있다. 해당 지역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예방진화대원들은 산불 대응 인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산불을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먼저 초기 대응에 나선다. 이들은 이번 산불에서 등짐펌프, 방화용 장갑, 안전모 및 안전화, 방역마스크 등 열악한 장비에만 의지한 채 매일 투입됐다. 27일 오후 6시 반경 동아일보 기자는 진화대원들과 함께 경북 영덕군 삿갓봉 산불 진화 현장으로 이동했다. 산 꼭대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마친 후 소방호스를 산 아래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현장은 차가 진입할 수 없어 1.5km 걸어가야 다다를 수 있다. 현장은 다섯 걸음 앞도 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상태였지만, 진화대원들은 랜턴 빛에 의지해 1km에 달하는 호스를 산 중턱까지 내렸다. 경사진 비탈길을 내려가다 일부 진화대원들은 잠시 멈춰 거친 숨을 내쉬기도 했다. 휴대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는 산꼭대기 곳곳은 잔불이 붙어 타고 있는 나무가 보이고 회색빛 연기가 자욱했다. 마스크를 잠시만 내려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 기침이 나왔다. 대원 최기동 씨(62)는 “잠시 한눈팔면 낙석을 맞거나 잔가지에 눈을 찔려 얼굴을 다칠 수도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화대원들은 22일 산불 발생 직후 매일 14시간씩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기도 했다. 한 진화대원은 “다 타버린 집에서 신발 두 켤레만 겨우 챙겨 나왔다”면서도 “대기실에서 지내며 진화 작업에 매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원들도 “우리도 아무리 오래 이 일을 했어도 불이 무섭다”며 “산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우리 마을은 순찰대가 지킨다” 마을순찰대도 산불 진화 작업에 큰 보탬이 됐다. 마을순찰대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마을 순찰 단체다. 경북 지역엔 의용소방대, 자율방재단, 마을이장 등으로 구성된 마을순찰대원이 2만4920명에 이른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난 불이 다른 시군으로 번져 나가자 마을순찰대도 화재 현장으로 나서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탰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마을순찰대 소속 이모 씨(56)는 마을로 불이 번지기 시작한 25일부터 28일 새벽까지 나흘 밤을 지새우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석보면 마을 주민 대부분은 산불의 여파로 인해 다른 지역 마을 회관으로 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씨를 비롯한 마을순찰대원들은 마을에 남아 새벽 잔불 작업을 진행했다. 이 씨는 “보호장비도 없었지만, ‘내 마을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농약 분무기에 물을 채워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 80대인데, 나 정도면 젊은 편에 속한다”며 “내 마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내세울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이장협의회장 박재완 씨(59)도 산불이 덮치자 안내 방송을 하며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주민들이 대피한 이후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민가에 불이 붙지 않도록 분무기를 활용해 물을 뿌렸다. 박 씨는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마을을 순찰하고, 담당 공무원들과 산으로 올라가서 헬기로 진압이 안 되는 잔불을 끄는 작업도 했다”고 말했다. 마을순찰대는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며 대피를 거부하는 어르신들을 설득해 대피시켰고, 매일 늦은 밤까지 잔불을 확인했다. 한 의성군 주민은 “마을순찰대원들의 노고는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번에 그들의 역할은 매우 컸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마을순찰대가 활동하지 않았다면, 산불로 인한 피해가 지금보다 10배 이상은 더 컸을 것”이라며 “밤낮없이 진화 작업을 도운 각 지방자치단체 소방대원들과 일반 공무원들의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