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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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순덕 칼럼니스트입니다.

yur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칼럼97%
정치일반3%
  • [사설]사이버교육 시대가 오고 있다

    온라인으로 대학교육을 받는 사이버대의 학생들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낸 세금으로 고소득층 대학생까지 지원하는 정책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치권의 반값등록금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20개 사이버대 학생 25만 명 중 70% 정도가 직장인이다. 고교 졸업 후 가정형편 탓에 대학진학을 포기했다가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직장인이 많다. 대학 졸업장을 갖고도 급변하는 직업 환경에 재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복수 전공을 갖추느라 땀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절실한 필요에 따라 열심히 공부하는 사이버대 학생들이 “내가 애써 벌어 낸 소득세로 오프라인 대학생들만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혜택을 받는 건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반값등록금 포퓰리즘에 영합해 경쟁적으로 세금을 퍼붓겠다고 큰소리치는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고려사이버대 김중순 총장은 “반값등록금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했지만 우리가 직면한 더 큰 도전은 대학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라고 지적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가 무르익을수록 고등교육은 정보기술(IT)과 융합한 온라인 교육으로 발전할 것이다. 학문의 공간은 강의실을 넘어 사이버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외면한 채 연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받아 대학건물 늘리기에 골몰하는 대학은 10년 안에 유령 같은 건물만 남기고 ‘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사이버대는 IT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은 필요한 과목만 선택하고 선택한 만큼 등록금을 낼 수 있어 부실강의가 발붙이기 힘들다. 사이버대는 학점당 5만∼8만 원으로 오프라인 대학의 ‘반의 반’값 등록금이다. 사이버대에서 새롭게 직업교육을 받아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하는 이도 늘고 있다. 실버산업에 집중하는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실버요양산업학과, 외식산업을 위한 경희사이버대 외식농수산경영학과,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도 인기다. 고려사이버대는 미국 케어기빙 전문 연구기관인 RCI와 협약을 맺고 돌봄 서비스 전문교육 과정을 설치했다. IT의 발달과 세계화 확산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사이버대는 미래 고등교육의 살아있는 대안이다. 정부의 대학지원도 미래 비전에 집중돼야 한다. 교육의 미래에는 아랑곳없이 표 되는 일에만 신경 쓰는 정치권의 맹성이 따라야 한다.}

    • 201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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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홍성철]대교협, 나무 말고 숲을 봐라

    올해 대학입시 일정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당겨졌다. 주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모집인원을 늘리면서 더욱 세밀한 평가를 위해 원서 접수를 일찍 시작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뿌리를 내리지는 못한 것 같다. 하긴 입학사정관제 역사가 90년이나 된 미국에서도 관련 소송이 제기되곤 한다니 완벽한 제도란 없는 듯하다. 사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특정 자질을 가진 학생을 뽑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특정 학생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20세기 초반에 유럽으로부터 이민자가 몰리면서 미국 명문대에 유대인 학생이 대거 입학했다. 하버드대의 경우 1900년 7%이던 유대인 입학생 비율이 1922년에는 21.5%까지 치솟았을 정도. 이들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 1922년 다트머스대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실시해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로 확대됐다는 것이다.(신동아 2009년 8월 1일자, 통권 599호) 입학사정관제는 수험생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대학에 맡긴다는 전제가 바탕이 돼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과 선발 공정성을 국민이 신뢰해야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정착한 것은 그 사회가 대학의 지성과 양심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각종 대학 비리를 감안하면 대답은 ‘글쎄올시다’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올해 수시모집부터 ‘입학사정관제 공정성 확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대 등 60개 대학에서 수험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학업계획서, 각종 활동보고서 등을 온라인으로 검색 비교해 표절 여부를 가려낸다는 것이다. 학원 등에서 제공하는 모범답안을 베끼거나 일부 변형하는 것을 막아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입학사정관제 서류전형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대책으로 보인다.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사교육 모범답안을 가려낸다고 공정성과 신뢰도가 높아지진 않는다. 입학사정관전형에 제출할 각종 서류를 모든 수험생이 스스로 작성하진 않을 것이다. 고액을 받고 특정 학생에게만 대신 써준 맞춤형 대필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적발해 낼 것인가. 부모나 형제가 대신 써주는 것은 또 무슨 방법으로 막으려나. 학교에서도 추천서를 직접 써 주는 교사가 드문 게 현실이다. “추천서 잘못 써서 떨어졌다”는 원망을 들을 수 있어서다. 대부분 수험생이 가져오면 교사가 읽고 확인해 주는 수준이다. 대교협이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바라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면 대학의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은 어떤 특성과 배경을 갖고 있는지, 각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모집하는지 상세한 정보를 밝히자는 것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 서울대, KAIST 등 극히 일부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평가 기준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제1순위는 학업능력이다. 그동안 입학사정관제는 학업능력이 부족해도 잠재력만 보여주면 합격이 가능한 전형으로 오해를 받아왔다. 이런 오해가 계속되는 한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는 계속될 것이다. 문제의 해결을 각 대학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나 대교협이 나서야 한다.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

    • 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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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문재인의 왜곡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의 젊은 날 특전사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너무나 잘생기고 늠름해서 병역의혹 많은 현 정권을 겨냥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이 사진이 실린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은 발간 두 달도 안돼 15만 부 이상 팔렸다. 여대 도서관엔 대출 예약자가 열 명이 넘는다. 무엇이 젊은 세대를 매료시켰을까 궁금해 꼼꼼히 읽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흠모가 절절하게 전해졌다. 당시 국정철학과 정책을 미화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까지 틀리게 기술하고 이를 근거로 노 정부의 숭고함과 ‘노무현 정신 계승’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에 대한 서술이 대표적이다. 문재인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헌법기관장이 배출돼 여성 사회진출의 새로운 장이 열릴 기회”였고 “참여정부가 사법개혁 방안을 마무리해 사법제도는 크게 선진화”됐는데 “한나라당의 정략적 반대로 무산됐다”고 두 번이나 언급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성 헌재소장이 못 나온 결정적 이유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절차상 하자를 들어 위헌 소지를 제기했기 때문이었다.盧 정부의 독선·헌법경시 잊었나 2006년 대통령은 사법시험 동기인 전효숙 씨를 임기 6년의 헌재소장에 앉히려고 임기가 3년 남은 헌법재판관 직을 사퇴하게 했다. 조 의원은 인사청문특위가 열리자 “민간인 신분인 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요청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하도록 한 헌법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길어지면서 여당마저 돌아서자 103일 만에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뜬금없이 한나라당 탓을 한 것이다. 그가 변론을 맡았던 동의대사건에 대해 “진압에 투입돼 목숨을 잃은 경찰관이나 (이로 인해) 형을 살았던 학생들이나 시대의 피해자”라고 쓴 대목도 납득하기 어렵다. 1989년 한 교수의 입시부정 폭로에서 시작돼, 경찰들이 농성하는 학생들에게 감금된 전경들을 구하려다 화재로 숨진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가해자가 있다면 그런 상황을 만든 독재정권”이라며 “학생들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이 순직 경찰관들을 모욕하는 것인 양 오도하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엉뚱한 데 화살을 날렸다. 두 대목의 서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 진실인지, 뭐가 옳고 그른지, 심지어 민주화운동이 뭔지를 제대로 판단 못하는 문재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주군(主君)이 주장했고 문재인이 계승하겠다는 ‘사람 사는 세상’에선 ‘그 놈의 헌법’이나 법절차는 무시돼야 한다고 믿는다면 더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 될 나라처럼 왜곡하고 나라의 정체성과 국기(國紀)를 흔들었던 불온한 기운이 되살아날 수 있어서다. 문재인은 민정수석 재임 중 끝내 못해서 뼈아픈 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들었다. 왜 이 법을 폐지해야 하는지는 한마디도 없다. 각주에 깨알글씨로 “정권안보와 이데올로기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 국내는 물론 유엔인권위원회도 인권제약 소지가 있다며 문제제기”라고 썼을 뿐이다. 2004년 대통령이 “위헌이든 아니든 악법은 악법”이라고 폭언한 국보법에 대해 헌재와 대법원은 합헌이고, 존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라 해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자유까지 허용해 자유와 인권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문은 다시 봐도 가슴을 친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민노당과 손잡고 국보법 폐지안을 날치기 상정했다. 2005년 2월 10일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벌써 무장해제 당했을지도 모를 판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문재인은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범야권 통합에 전력하겠다니 각종 악법(국보법) 철폐와 연방제 방식의 통일, 기간산업 국유화를 강령에 명시한 민노당과도 손잡을 공산이 크다. 총선이나 대선후보로 나설 뜻은 아직 안 밝혔지만 그가 야권 통합에 큰 몫을 하고, 그 결과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친노(친노무현)와 PK(부산 경남)를 업고 대권주자로 뜰 가능성도 적지 않다. ‘親北 증오정부’ 부활이 두렵다 노 전 대통령이 끝장내겠다던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가 문재인 대망론을 띄우고 있다. 그러나 노 정권 때의 반칙과 특권도 만만치 않았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노 전 대통령이 “저의 집(권양숙 씨 지칭)에서 부탁해 받아 사용한 것(돈)”이라고 사과했던 박연차 사건에 대해 “권 여사님이 대통령에게 한 큰 실수”라고 간단히 쓴 문재인이다. 이런 문재인의 판단력에 우리의 운명까지 맡긴다면, 2004년 원로 1400명의 시국선언대로 “소위 진보의 가면을 쓴 친북·좌경·반미세력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멍들게 하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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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김연아와 義足 스프린터가 흘린 땀방울

    ‘은반의 여왕’ 김연아는 큰 경기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으로 유명하다. 그런 김연아가 “평창 유치 프레젠테이션 때는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다리가 풀릴 정도로 떨렸다”고 털어놓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더반 총회에서 ‘평창 2018’을 이끌어낸 뒤 2주 만에 처음으로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평창이 호명되는 순간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하고는 다른 차원의 감동과 성취감이 밀려왔어요. 한국에 태어나서 정말 자랑스럽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자부심이 가득 담긴 말을 전해 들으며 우리는 김연아가 더 대견하고 한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작년 2월 26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프리스케이팅 금메달 수상 직후 “연습과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말하던 김연아가 떠오른다. 재능과 부모의 뒷받침이 있더라도 본인의 땀방울 없이는 최고의 성취를 이룰 수 없다. 큰 경기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떠는 사람과 떨지 않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윌링엄은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피겨스케이팅만 세계 챔피언이 아니라, 남아공 더반에서 스포츠 외교관 역할까지 멋지게 해낸 김연아는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는 대한민국의 딸이다.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우리에게 또 다른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선수가 찾아온다. 두 다리 대신 탄소섬유 재질의 보철 의족(義足)으로 달려 ‘블레이드(blade·날) 러너’로 불리는 남아공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선수(24)다.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난 것은 보통 사람 눈에는 불행이었으나 그에게는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누구보다 빠르고, 용기 있고, 승부욕이 강한 그는 고교생 때 이미 만능 운동선수가 돼 있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인간에게 과연 한계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2003년 럭비를 하다 무릎을 다치자 재활을 위해 육상을 시작해 1년 만인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200m에서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그는 마침내 장애의 벽을 뛰어넘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최초의 장애인 스프린터가 됐다. 그는 20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45초07의 기록으로 자신의 종전 기록을 0.54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스스로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데 부모나 사회나 국가가 꿈을 대신 꾸어주고 이뤄줄 수는 없다. 지금 가진 것이 없다고, 몸과 마음과 환경에 장애가 있다고 절망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김연아와 피스토리우스 선수를 다시 바라보았으면 한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야말로 죽어라고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 설혹 보상이 불만족스럽더라도 도전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에겐 그 과정이 곧 행복일 수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는 젊은 세대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아진다.}

    • 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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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고3 자녀 숨긴 ‘양심불량’ 교사들의 수능 출제

    2008∼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 11명이 수험생 자녀를 두고도 “없다”고 거짓 확인서를 쓴 사실이 드러났다. 수능 관리규정은 해당 연도에 응시 자녀를 둔 사람은 출제 및 검토위원이 될 수 없게 돼 있다. 명색이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대학입시를 좌우하는 시험 출제에 참여하면서 거짓말을 한 교사들의 양심불량이 심각한 수준이다. 2011학년도에 71만2000명이 응시한 수능은 대학 입학 전형 중에서도 핵심 요소로 공정성과 보안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비밀을 엄수하고, 수능 종료시간까지 한 달이나 합숙시키면서 밖으로 나가는 휴지 한 장까지 단속하는 것도 그래서다.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 중에 부적격자가 많았다는 사실은 수능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인터넷에는 “죽어라 공부해도 못 따라잡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 부모 만난 아이들이 부럽다” “몇 년 동안 수능을 위해 노력한 자녀들에게 허탈감을 줬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수능의 출제와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위원 2명의 자녀는 (이들 출제위원이 문제를 낸)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고, 검토위원 9명은 나중에 합류했기 때문에 문제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사태를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확인서에 적힌 간단한 가족관계도 확인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일했던 평가원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아마 감사원이 이번에 적발하지 않았다면 매년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을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출제위원의 자녀가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조카에게 알려줬을지 모른다” “유출 사실이 드러나면 문제가 커질까봐 감추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출제위원들이 선정 통보를 받고 출제를 위한 합숙에 들어가기까지 신변을 정리하라고 2∼3주 정도 여유를 준다. 이 기간에 개괄적인 문제 유형 같은 시험정보를 자녀에게 알려주고 출제 또는 검토과정에 참여해 반영시키지 말란 법도 없다. 교사들이 하루에 30만 원씩 감금생활 30일에 따른 보상 900만 원이 욕심나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더더욱 윤리의식의 빈곤을 질타당해야 한다. 교사들이 거짓 확인서를 쓰는 판이니 선진사회로 가려면 한참 멀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평가원의 수능 출제 관리 역량을 철저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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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교원평가법 8월 국회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교원의 자질과 역량을 강화해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자면 제대로 된 교원평가제가 정착돼야 한다. 교원평가제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학부모의 86.4%가 찬성했을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연대한 야권에 끌려다니느라 법제화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말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만들어 교과부가 교원 평가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세부 내용은 시도교육감에 맡겼지만 서울 경기 등 6개 시도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의 대화와 설득으로 5개 시도는 결국 정부가 정한 기준과 절차를 수용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정부의 시정 요구와 직무이행 명령을 거부하고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 때문에 전북교육청에 대한 교과부의 지방교육재정특별교부금 124억 원이 유보됐다. 교육감이 편협한 이념에 집착해 끝내 교원평가를 거부하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원평가제를 법률로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열성과 역량이 부족한 교사의 연수를 의무화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제도가 지속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3개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국회 교과위는 평가 결과를 교원의 보수와 인사에는 반영하지 않고 전문성 신장에만 활용하는 속 빈 강정 같은 대안을 마련했지만 그마저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최근 전체 교사 4100명 가운데 5%에 해당하는 무능교사 206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우수 교사 663명에 대해서는 1인당 최대 2만5000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지난해 10월 사임한 미셸 리 전 워싱턴 교육감이 교사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교사 업무 수행 프로그램(IMPACT) 평가 결과를 현 교육감이 그대로 시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먹는 방식으로는 교사의 자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한 주요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이 포함된 22건의 법안 및 안건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을 포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북한인권법 등이 처리 대상이다. 이들 법안이 8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에서는 예산 등에 밀리고 내년에는 총선 대선 바람 때문에 결국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국정 운영에 시급한 법안을 방치하는 의원들은 총선에서 매서운 심판을 받아야 한다.}

    • 20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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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서울시교육청, 단협 독소조항까지 되살렸다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한국교원노동조합, 서울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등 교원노조와 단체협약안을 오늘 체결한다. 새 단협안에는 2008년 당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정상적 교육정책 집행을 막는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됐다”며 전면 해지를 통보했던 단협 조항이 대부분 부활돼 들어갔다. 좌파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전교조에서 주도한 단협안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권과 관련된 사항은 처음부터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새 단협안은 시교육청 산하의 교원 인사원칙 수립을 위한 협의회에 교원노조 위원을 30% 범위에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또 교장이 인사를 할 때 학교별 인사자문위원회를 통해 교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새 단협안이 시행되면 인사 대상인 교사들이 시교육청의 인사원칙 수립에 개입하고, 교장의 인사권 행사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교원 인사가 교사의 입김에 따라 멋대로 흔들리면 학교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교사가 학습지도안을 자율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별도로 결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교장은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파악할 수 없다. 2008년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조 소속 김모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180여 명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간 것과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학교장은 속수무책일 수 있다. 곽 교육감은 ‘방과후 교육 활동이 교과 보충수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지도한다’는 자신의 정책까지 단협안에 포함시켰다. 정부가 사교육 대책으로 추진해온 방과후 학교가 국어 영어 수학 등 정규과목 위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방과후 학교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국영수 공부를 해온 학생들은 학원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이 더 피해를 볼 판이다. 교과부는 올해 초 시도교육청에 보낸 지침에서 “인사 교육정책 등 교원의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사항은 단협 비교섭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곽 교육감과 전교조 등이 보란 듯이 이를 어긴 것은 일종의 ‘항명’이다. 정부는 학생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독소조항에 대해 시정 명령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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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연아처럼 탈진해본 적 없는 사람들

    “휴, 힘들어.” 지난 토요일 아침신문마다 실린 김연아의 공항 입국장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2018년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어깨에 짊어진 느낌”이라던 연아였다. 스위스 로잔 PT 때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고 했다. 평창 성공의 뒷북에는 잽싼 與野 수천, 수만 명 앞에서도 떨지 않았던 얼음의 여왕이(연습이 완벽하면 안 떨린단다) 그 조그만 어깨에 짊어졌던 나라의 숙제를 완수한 순간 그만 몸살과 급성위염에 탈진한 것이다. 연아가 유치단 귀국환영회와 기자회견에 빠진 채 병원에 실려 간 날,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도록 남북 단일팀 구성에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작년 천안함 사태 뒤 북한을 압박한 5·24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연아는 5·24제재 무렵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행사 참석을 준비하면서 “천안함 피폭으로 나라 상황이 안 좋으니 의상을 블랙톤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속 깊은 20대다. IOC 위원들의 역사적인 ‘평창 2018’ 결정에 기여했던 연아가 여야 원내대표의 순간적 합의에 더 탈진할지 알 수 없다. 두 정치인이 나라를 어깨에 짊어졌다는 책임감에 연아처럼 죽을힘을 다해 목표를 이뤄낸 적이 있는지도 나는 모른다. 분명한 건 2005년 5월 27일 교육부총리로서 “국립대도 사립대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던 김 원내대표가 지난 6월 8일엔 “지금 등록금이 워낙 빠르게 오르니 국공립대 반값 인하정책을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사립대 등록금이 평균 579만 원에서 739만 원으로(2010년 현재 754만 원), 국립대는 309만 원에서 427만 원으로(2010년 444만 원) 빠르게 오른 것도 ‘지금’이 아니라 그가 당정고위직을 고루 누리던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황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 논란의 불을 지른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달 한나라당 공청회에서 “대학들이 지원금 부족으로 등록금 인하를 못 한다는데 재산 기부 용의는 없나? 반값 세비 용의는?” 하고 묻는 내 말을 하회탈처럼 웃어넘겼다. 자신이 손해 볼 말도, 일도 안 할 사람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건지 궁금하다. 감동은 ‘땀과 헌신’에서 나온다 고백하자면 나는 평창에 열렬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연아의 PT를 보면서 평창의 비전이 우리나라의 명운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귀여운 눈웃음으로 시작해서 정말 진심을 다해 “평창의 성공이 의미하는 건 성공과 성취의 가능성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 모든 곳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하고 또 주어져야만 해요” 호소하는 연아를 보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평창이 눈 안 오는 아프리카나 저개발국 청소년들을 초청해 겨울스포츠를 가르쳐온 드림 프로젝트를 ‘우리 사회 안의 아프리카’에도, 교육과 사회복지정책에도 적용한다고 상상해보라. 소외지역 저소득층부터 최상의 학교시설에서 최고의 교사가 가르치게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이들이 제 실력으로 대학에 가고, 반값등록금 아닌 장학금으로 공부해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성공과 성취의 가능성 아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강조하는 이 좋은 정책을 딴나라 아닌 이 나라에서 펼친다면 2018년 전에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연아가 바로 열악한 빙상환경 속에서도 진심과 노력, 그리고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입증한 ‘살아있는 유산’이다. 한 누리꾼은 “대한민국에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했다. 공정사회가 뭔지 헷갈린다면 연아의 좌우명 ‘No Pain, No Gain(고통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을 알려주고 싶다. ‘무늬만 대학’에서 노력도 안 하면서 결과의 평등만 요구하는 사람들은 “내가 흘린 땀, 눈물, 잠 못 자고 투자한 시간, 포기한 즐거움 등 모든 것이 합쳐져 강심장이 됐다”는 연아를 배웠으면 좋겠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탓하고 있다면 “내가 평생 후회하지 않을 연기를 해서 성적과 상관없이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던 연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쟁 없는 유토피아를 설파하는 세력이라면 “잘하는 선수들과 경쟁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오더라”던 연아를 떠올리며, 남들 발목 잡지 말고 조용히 빠져주기 바란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이기도 한 연아는 “어린 새싹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면 헌신이 필요하다”며 실천했다. 일신의 영달과 계파이익을 위한 일 빼고는 탈진해본 적 없는 정치꾼들은 ‘대인배’ 연아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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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고교선택제 폐지로 공교육 더 엉망 만들 건가

    서울시교육청이 재작년부터 시행한 고교선택제를 내년 입학생까지만 유지하고 2013년 입학생부터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현재 중학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할 때는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비중을 대폭 줄이거나 없애고, 집과 가까운 학교에 강제 배정하는 ‘선(先)지원-근(近)거리 균형배정’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10월까지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다지만 요식행위에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곽노현 교육감은 두 달 전 “선호학교와 비(非)선호학교 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고교선택제 폐지 또는 수정 방침을 공언한 바 있다. 고교선택제의 목적은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도입 첫해인 2010년 지원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17 대 1을 기록한 구로구 신도림동의 신도림고였다. 교육여건이 좋은 인근 목동지역에 학생들을 뺏기지 않으려고 맞춤형 방과후 수업, 교과교실제를 마련하고 교장이 최고경영자(CEO)처럼 앞장서면서 “교사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는 입소문이 퍼진 결과였다. 잘 가르치는 학교일수록 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 간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도 고교선택제가 성공적으로 안착 중이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교육당국은 ‘당근과 채찍 정책’을 통해 비선호학교도 선호학교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마땅하지, 선택 자체를 없애는 것은 경쟁 없이 적당히 질 나쁜 교육을 시키는 학교를 양산하는 꼴이다. 비선호학교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강제로 채워줄 테니 잘 가르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부모들 처지에서 보면 공교육 개혁의 명백한 후퇴다. 특히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의 학생들은 근거리에 강제 배정됨으로써 더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는다. 학교에서 경쟁을 유예(猶豫)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세상에 나와 경쟁을 피할 방법은 없다. 경쟁 없는 세상이라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놓치는 학생만 결국 피해자가 된다. 경쟁 없는 사회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보여주듯이 정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고교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다. 비선호학교에 우수 교사를 보내고 교육여건 개선을 대폭 지원해 더 많은 학교를 선호학교로 만드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 학교는 퇴출도 불사해야만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 201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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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포옹과 포용없는 ‘民心의 이혼’

    요즘 중년 주부들 사이의 화제가 ‘냉면집 이혼 사건’이다. 1970년대 말 ‘소녀와 가로등’을 불렀던 가수 진미령이 열흘 전 방송 토크쇼에 나와 개그맨 전유성과 결별한 결정적 계기를 털어놨다. 1993년 결혼식을 올린 뒤 ‘유성아 뭐 먹고 싶니’라는 요리책을 낸 걸 보면 그에겐 엄마 같은 면도 있던 것 같다. 그런 진미령이 하루는 단골집 냉면이 먹고 싶어 전유성과 만나자고 했다. 냉면집에 도착해 보니 전유성은 혼자 냉면을 다 먹은 후였다. 그래도 기다려주겠대서 냉면을 시켰다. 그런데 막 먹으려는 순간 전유성이 “난 다 먹었고 보는 건 지루하니 먼저 가겠다”며 자리를 뜨더라는 것이다. 부조리연극 한 토막 같지만 아내들은 단박에 모든 걸 이해했다. 토크쇼 진행자인 김수미가 “똑똑하고 착하며 순수한 전유성의 특이한 인생관이 진미령의 생각과 안 맞았을 뿐”이라고 위로한 말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언뜻 들으면 옳은 소리만 하는 사람’의 그 합리적 효율적 판단이 듣는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가 적지 않다. 특히나 절실하고도 중요한 순간에 배신당하는 심정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문제는 상처받은 이의 심정을 상대적 강자인 그들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뒤늦게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며 그 문제가 중요하지 않음을 이성적 논리적으로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사람이 가장 원하는 건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함께 느껴주고, 인정해 달라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말로 감정이입 또는 공감(empathy)이라고 번역되는 이 능력이 모자란 남편에 대해 아내들은 무시당했다고 속상해하고, 화병을 앓다가 더러는 ‘황혼 이혼’으로 끝맺기도 한다.“인정해 달라”는 약자들의 분노 ‘냉면집 이혼 사건’은 진미령 개인이나 사소한 가정사로만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사회 갈등의 밑바닥에도 “나를 인정해 달라”는 사회적 약자들의 분노가 부글거린다.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인정에 대한 욕구’가 물질적인 욕구와 또 다른 생물학적 근원을 가졌다고 최근 저서 ‘정치적 질서의 기원’에서 강조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마찬가지이고,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 정치다. 하지만 강자들은 상대적 약자에게도 그들과 똑같은 욕구가 있다는 걸 모른다. 가진 자들에게 현격히 부족한 것이 공감능력이라는 게 심리학자들의 지적이다. 사람대우 받지 못해 분노한 사람에게 이성과 논리로 효율과 실용만 강조해선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경제를 챙기는 것도 최고경영자(CEO)에게나 걸맞지 대통령으로선 존경받기 힘들다. 국민이 부여한 권위를 통해 반대파를 설득하고, 때로는 어르고 겁주고 달래가며 사회갈등을 풀고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고 정치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를 사회통합위원회 또는 형님에게 맡겨 놓고 일벌처럼 일하면서, 자신에게 일이 중요하다고 국민에게도 일만 권했다. “경제성장의 온기가 아직 골고루 퍼지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며 대통령이 서민정책을 수차 강조했어도 공감하기 어렵다. 환율과 금리로 수출 위주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줘 서민들에게 돌아갈 성장의 열매를 덜어낸 건 이 정부였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실업률을 합한 우리 국민의 고통지수(Misery Index)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반값 등록금’처럼, 어려운 환경에도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진짜 서민에게 돌아갈 재원을 갉아먹는 포퓰리즘 정책이나 내놓고 있으니 민심이 나아질 리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평화와 번영은 함께 가는 것인 줄 알았다. 꼭 그렇지는 않다는 뒤바뀐 현실이 중국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펼쳐지고 있다. 강자부터 ‘생각의 조정’ 필요하다 환경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고 제도도 달라져야 하는데, 아쉬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는 기득권층은 우리나라나 남의 나라나 있는 자리에서 더 해먹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보통사람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 귀족들이 프랑스혁명을 자초했듯, 독재자와 군부 엘리트층이 ‘아랍의 혁명’을 불러온 역사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민주주의가 있는 나라에선 선거로 폭력 없는 혁명이 가능하다는 게 다행스러울 정도다. 우리가 지키는 법과 제도를 가진 자들도 그대로 따르고 있고, 따라서 실력과 노력으로 계층이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그 사회의 시스템이 유지된다고 한다. 이 믿음이 깨진 탓에 민심은 여당이 불안에 떨 만큼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의 경쟁만이 아니었다. 도덕성은 사람과 사람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한 또 다른 저서 ‘도덕적 감정의 이론’도 중요하다. “인정한다”며 강자가 먼저 손 내미는 포옹과 포용이 지금이야말로 필요한 때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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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미 FTA를 자신들의 업적 삼아야 할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與野政)협의체 첫 회의가 어제 열렸다.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자동차 재협상 결과로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 점을 우려한다”며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 반대를 시사했다. 그의 말대로 자동차 분야 추가협상에서 안전 및 환경 기준이 일부 완화돼 미국 자동차의 한국시장 접근이 다소 쉬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대형차에 강하고 한국 소비자들은 대형차라면 독일 일본산을 선호해 미국 차가 한국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급속하게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설혹 미국 대형차가 한국에서 좀 팔린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얻는 이익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한미 FTA 추가협상으로 수출용 자동차 부품에 붙는 1.3∼10.2%의 관세가 협정 발효 즉시 사라지게 돼 우리가 얻는 이익은 더 크다. 지식경제부는 자동차 분야에서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로 연간 8억1000만 달러어치의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추산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어제 “자동차산업계는 한미 FTA 비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의견광고를 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미국의 부품관세 즉시 철폐로 3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5000여 중소부품업체의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한미 FTA 비준을 막는다면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슬로건은 허언(虛言)이 되고 말 것이다. 2007년 타결된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업을 잇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 역시 노 전 대통령이 묻혀 있는 봉하마을에 찾아가 이를 다짐했다. 그런 민주당이 추가협상을 빌미로 비준 동의에 반대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좌(左)클릭 정략에서 나온 것으로 비친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동차 업계가 환영하고, 축산 분야에서도 우리가 얻은 것이 많은 추가협상 결과를 트집 잡을 이유가 없다. FTA 반대 자체가 수출 증대,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민생 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다. 손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늘 민생에 다걸기(올인)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구체적 사안에 들어가면 민생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아 혼란스럽다. 한미 FTA가 애당초 민주당의 업적임을 자랑하는 것이 선거 전략에도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한미 FTA 비준에 협조하고, FTA 발효와 맞물려 보완해야 할 법제 처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민생에 기여하기 바란다. 이것이 대안(代案)정당다운 모습이다.}

    • 20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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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정부는 ‘논란 많은 정책’ 통계부터 바로 제시하라

    2009년 10월 새로 출범한 그리스 사회당 정부는 “전(前) 정부가 심각한 재정적자를 국민에게 감췄다”고 폭로했다. 그리스는 작년에 구제금융을 받고도 또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 국제사회에선 2001년 이 나라를 유럽 단일화폐에 합류시킨 것이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리스 정부는 당시 유럽연합(EU) 가입요건에 맞춰 재정장부와 통계를 조작했다. 국민이 통계 조작에 속고 있는 사이에 나라가 망하는 줄도 모른 그리스를 보면 경제통계의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한국도 국가의 중요 정책을 놓고 정부와 여야,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 다른 통계를 대며 상반된 주장을 펴 국민이 혼란스럽다.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어떤 통계를 근거로 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과 규모가 달라진다. 가계 빚 규모는 금융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외상구매를 합친 것만 따지면 801조 원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가계가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로 규정해 937조 원으로 본다. 지난달 한반도선진화재단 토론회에선 최대 140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통계의 기준이 주요국들과 다른 점도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1986 정부재정통계기준(GFS)에 따라 통계를 작성한 정부가 1월 선진국들처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통계 기준을 바꾸는 개편안을 내놨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가재정통계가 공기업 부채를 반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 124조8000억 원처럼 세금으로 갚아야 할 공기업 부채를 개편안에서도 국가재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은 4년 전 통계를 근거로 하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이 1.2%인데 우리는 0.6%에 불과하다”며 대학 지원을 두 배쯤 늘리자고 제안했다. OECD ‘2010년 팩트북’은 2007년 국가통계를 기초로 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한국은 최근 연 10% 이상 늘어나 2007년 4조 원에서 지금 6조 원대로 늘어난 사실이 반영되지 못했다. 통계청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은 정확하고 품질 높은 통계를 내놔야 한다. 국민이 나라의 실상을 똑바로 알고, 정책당국이 적실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진실을 담은 객관적 통계를 공표할 책무가 있다.}

    • 201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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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김용택 시인, ‘전교조 향한 쓴소리’의 울림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씨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발행하는 주간신문 ‘교육희망’에 전교조의 노선과 활동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2008년 정년퇴직하기까지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였던 그가 “나는 전교조란 말에 반감이 있다”며 쓴 글이 교원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시인은 ‘지나치게 뻣뻣하고 경직돼 있고, 불친절하다. 일방적이다’라며 전교조의 독선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찬 불편한 얼굴을 거두어들여라. 반성하라 마음의 문을 열어라. 부드럽고 착하고 선량하고 정답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빛나는 얼굴을 보여 달라’고 충고했다. 전교조 사람들의 불만에 차 있는 얼굴은 자기들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불의와 타협한 세력이거나, 타파해야 할 기득권 세력이라고 보는 세계관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경직된 태도로는 사회에서 정답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살아가는 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기 어려울 것이다. 김 시인은 ‘놀랍게도 전교조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심정적으로 사랑받는 줄 안다’며 ‘자기들 말을 안 들으면 한물간 시대착오적인 가치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탄식했다. 전교조 사람들은 김 시인이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는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되자 그 권력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교사들이 늘었다’며 ‘어떻게 하든지 한자리 차고앉으려는 그들을 바라볼 때 심한 배신감과 인간적인 환멸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감투에 욕심을 부리는 교사는 참교육과 거리가 멀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계를 권력다툼으로 분열시키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김 시인은 섬진강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주옥같은 시들을 써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심한 당신들의 동지’라는 제목의 글을 썼을지 짐작할 만하다. 일부 전교조 교사는 그의 애정 어린 충고를 고까워하는 모양이다. 모 여고 교사는 같은 신문에 쓴 글에서 “싸움의 현장에서 단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며 “제 눈의 들보부터 뺄 일”이라고 김 시인을 공격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찬 얼굴을 거두고 김 시인의 말을 새겨듣기 바란다.}

    • 201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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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민 선택이 중요한 이유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가 어제 서울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청구했다. 주민투표 청구요건보다 두 배에 가까운 80만1263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민의 호응이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t 트럭 3대분의 서명부를 전달받으며 “주민투표는 ‘서민 무상급식’인지 ‘부자 무상급식’인지를 시민의 손으로 선택하고, 복지 포퓰리즘에 종지부를 찍을 역사적인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투표는 단순한 찬반투표의 의미를 넘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풍미하는 포퓰리즘 시리즈의 향방을 가르는 큰 의미가 있다. 무상급식은 초등학생이 하나 있는 가정은 월 5만 원, 둘 있는 가정은 월 10만 원씩 나눠주는 것과 다름없다. 세상일에 공짜 점심은 없다. 무상급식은 겉으론 ‘무상’이라는 외투를 둘러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재정건전성을 따지지 않고 ‘무상’ ‘반값’ ‘공짜’를 확대하다 보면 어느 나라든지 최근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 운동본부는 주민투표 청구서에서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과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올해), 중학교(내년)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중 하나를 주민투표로 묻겠다고 밝혔다. 현행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유효투표수의 과반이 찬성해야 해당 안건이 통과된다. 투표율이 미달하거나 가부 동수인 경우 두 개 안 모두 부결돼 사실상 주민투표 실시 전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야당의 ‘공짜 복지’ 공세를 비판하면서도 주민투표와 오 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주민투표가 성공할 경우 오 시장이 대권주자 프리미엄을 얻을까 봐 주저하는 것인가. 좌파 포퓰리즘에 영합하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잃고 고정 지지층을 잃을 우려도 있다. 교육을 정치와 이념으로부터 독립시키고, 복지포퓰리즘의 중독을 끊어내는 결단의 선택이 서울시민에게 달려 있다.}

    •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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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대학생 복지 이전에 챙겨야 할 교육 소외지대

    빈민운동가 출신인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요즘도 가난한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신생아를 버리는 게 대한민국 빈곤층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빈곤층 가정에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보장해주는 일은 어느 나라나 복지 정책에서 최우선적인 과제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과 교육 소외지대를 제쳐두고 집권당이 ‘반값 등록금’ 문제를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서두르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학들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비 국가지원 규모(국내총생산 대비 0.6%)를 지금보다 2배 늘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1%에 맞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고 요구한다. 국내 아동복지 예산의 경우 OECD 평균 수준에 맞추려면 현재의 1700억 원(보건복지부 예산의 0.5%)에서 20배는 늘려야 할 만큼 훨씬 열악한 수준이다. ‘반값 등록금’ 해결에 앞서 복지의 우선순위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어느 빈곤층 가정의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는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대해 ‘나는 학교 안가는 날엔/먹을 것도 더 없는 날/…싫어도 싫어도 하는 수 없이/학교 가는 날만 기다려 봅니다’라고 썼다고 강 의원은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집에선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 소외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점심이나 저녁을 주는 지역아동센터가 전국에 3690개 있다. 여기서 열심히 공부한 고교생 22명이 지난해 대학에 합격해 등록금 모금운동을 벌였는데도 모금액수는 2000만 원 정도에 그쳤다. 한나라당이 어제 연 ‘등록금 부담 완화 국민 대토론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합치면 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숫자여서 이들을 외면하고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281만 대학생 표에는 관심을 보이면서 표가 없는 빈곤층 자녀들은 방치하고 있다. 공교육 개혁과 치밀한 복지를 통해 교육 소외지대에 있는 가난한 학생들이 실력을 키워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국민을 위한 복지제도를 만들어야지 표를 얻기 위한 복지제도를 만드는 정치가 너무 싫다”는 강 의원의 호소는 우리 복지정책의 맹점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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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주5일 수업, 공교육 못 세우면 사교육만 키운다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도입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긴다지만 사회 전반의 추세가 주5일제 근무로 가고 있고,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주5일 수업을 지지하고 있어 시행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모든 사업장이 주5일 근무제라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관광산업에 도움이 된다며 주5일 수업제에 찬성한다. 그러나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해도 될 만큼 우리 공교육이 신뢰를 얻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 공립학교는 2002년 주5일 수업제와 ‘유토리(여유) 교육’ 방침을 채택했지만 학력저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자 2007년 월 1회 ‘학습점검일’이라는 이름으로 토요일 수업을 부활시켰다. 일본 교육개혁의 메카인 도쿄 스기나미 구의 와다중학교는 학부모와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토요일 수업’을 주관해 전교생의 70% 이상 참여한다. 미국 차터스쿨(공립 자율학교)에서도 상당수 학교가 학습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며 토요일 수업을 한다. 반면에 한국의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는 어제 청와대 부근에서 “일제고사 반대, 교원성과급 반대, 반값 등록금 관철”을 외쳤다. 초중고 교육 붕괴에 책임을 느끼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매진해야 할 교사들이 반값 등록금 투쟁 대열에까지 끼어드는 것을 보면서 주5일 수업제가 공교육 붕괴를 더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주5일 수업제가 가시화하면서 그동안 사교육업계에선 주말반을 확대할 채비를 해왔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 같은 신종 사교육시장도 형성될 조짐이다. ‘사교육 잡기’를 위해 수월성(秀越性) 교육도, 교육 다양화도 상당 부분 포기한 이명박 정부는 주말 사교육을 번창시키며 임기말을 맞을지 모른다. 월 2회 주5일 수업을 하는 지금도 저소득 가정에서는 부부가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토요일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소외감을 갖거나 학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빈곤층 가정의 학생들을 상대로 주말에 교과수업을 보완하는 학습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문화 관광 스포츠 등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는 길이다.}

    •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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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김관진 “이미 혼을 걸었다”

    어떤 일이 옳은지 그른지 헷갈릴 때는 누가 그 일에 앞장서는지 보는 게 판단에 도움이 된다. 경력이나 능력만 말고, 살아온 내력으로 봐 사심 없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군대를 안 갔다 온 탓인지 요즘 제일 헷갈리는 게 국방개혁안이다. 작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당장 군이 뼈를 깎겠다고 나서고, 정치권도 뒷받침할 줄 알았다. 그런데도 어영부영 보내다 11월 23일 연평도가 북에 맥없이 포격을 당했다. 사흘 뒤 새로 내정된 국방부 장관이 눈빛도 레이저 광선 같은 김관진이었다.위장전입과 세금 탈루가 보통인 이 내각에서 장성 출신이 그런 기록 하나 없이 1995년식 중형차 크레도스를 타고 다니면 청렴의 화신으로 봐야 한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국민은 속이 뒤집어졌는데, 그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우리 군의 대응이 허술했다는 데 100% 동의한다” “북이 추가 도발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폭격할 것이다”라고 분명히 말해 속을 풀어줬다. “작전 시행 시 현장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先)조치, 후(後)보고하라”고 지시한 대목에선 모처럼 무인(武人)다운 무인, 남자다운 남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가 말을 너무 잘해 겁난다거나, 야당까지 칭찬해 외려 꺼림칙하다는 반응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말실수나 거짓말로 국민들 가슴에 못을 박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 ‘카리스마 김관진’이 포털 주요 검색어로 뜰 만큼 기대와 지지를 받는 정부쪽 사람은 지금까지, 그리고 아직은 김관진이 유일하다. 그런 장관이 앞장선 국방개혁이니 틀림없을 것으로 믿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국방개혁안이 또 물 건너가게 생겼다. 13일 국방위 상임위가 열리지만 한나라당조차 이번 국회에선 힘들겠다고 하는 판이다. 22년 전과 똑같은 “국방개혁 반대”“현재의 합참의장 제도로는 육해공군의 통합전력 발휘가 미흡하다. 합동성 강화를 위한 개혁이 꼭 필요하다.”(국방장관)“합동사령관의 권한이 너무 커져 문민통제를 위협한다.”(정치권과 예비역)“육군 중심이어서 해·공군의 전문성이 침해된다.”(해·공군과 예비역)지금 ‘김관진 국방개혁안’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1989년 노태우 대통령 때 8·18 군구조개편안을 놓고 벌어진 논란과 놀랍게도 흡사하다. 육해공군 삼군병립의 군 구조를 국방참모총장이 단일 지휘하는 통합군으로 개편하는 것이 당시 골격이고, 새 개혁안은 합참에 합동군사령부 기능을 추가해 합동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그때와는 상황도 내용도 차이가 있는데 반대논리는 같다는 게 희한할 정도다.22년 전 야당과 해·공군, 예비역의 격렬한 반대에 군 출신 대통령은 물러섰다. 당시 8·18기획단 법규과장이던 김관진 대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후속작업의 명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군령(軍令)은 합참의장에게, 군정(軍政)은 각 군 참모총장에게 억지로 갈라주는 개악(改惡)이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천안함 사태 때 침몰 원인이 피격이면 군령 계통(합참)으로, 좌초면 군정 계통(해군본부)으로 처리해야 하는 바람에 한동안 혼선과 혼란이 벌어진 것도 이런 물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이대로 가면 2015년 12월 1일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에서 우리 쪽으로 넘어온 뒤에도 비슷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육해공군 통합군으로 편성된 북한군이 서해5도를 집중포격하면서 특수부대를 침투시킬 경우 합참의장은 작전권을 갖고서도 당장 병력과 군수물자를 동원해 응전하기 어렵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현재의 방어개념으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개입하기까지 ‘인간방패’인 육군이 초기 일주일 새 10만∼20만 명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파국을 막으려는 게 새 개혁안이라며 김 장관은 “선진국에서는 진작 이렇게 가고 있다”고 했다.누가 국민과 국군의 편인가마흔 살 때 좌절됐던 국방개혁의 소신을 20여 년 만에 장관이 돼 되살릴 기회를 만났을 때, 그러나 그때와 똑같은 반대에 부닥쳤을 때 심정이 어떨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제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장관에게 “국방개혁안이 그리 중요한 것이면 직(職)을 걸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옳은 일이므로 이미 혼(魂)을 걸었다”고 말했다.국방개혁이 중요한 만큼 더 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의미는 있다. 하지만 전문가집단이 국민의 편에 서기보다 자신들 이해관계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봤다. 국회의 대화와 타협을 기다리다간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처럼 발목잡기와 뒤집기로 시간만 끌 공산도 크다. 그러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의 향방이 바뀌면 정치적 군사적 상황까지 변할지 모른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겪고도 우리 국군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제2의 6·25를 맞을 수도 있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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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야권의 ‘등록금 촛불정치’ 보기 민망하다

    6·10항쟁 24주년인 어제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다. 야당 정치인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국민참여당 이재정 전 대표는 촛불시위에 앞서 ‘야4당 공동정당연설회’를 열었다. 손학규 대표는 “국공립대만이 아닌 사립대도 똑같이 적용받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높은 등록금으로 받는 고통은 이해하지만 촛불을 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대(對)국민 사기극’으로 끝난 2008년 광우병 시위가 연상돼 오히려 학생들의 진정성이 퇴색할 우려가 있다. 특히 정치권은 등록금 문제를 시위 장소가 아닌 국회에서 풀어야 한다. 야권의 ‘등록금 촛불정치’는 보기 민망하다. 부실 대학 정리, 대학경쟁력 등 대학을 둘러싼 각종 현안을 보다 진지한 자세로 검토해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 대학 구조조정만 제대로 해도 등록금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현행 등록금의 20∼30%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말이다. 미국 명문사립대인 코넬대 데이비드 스코턴 총장의 교수실에는 책상과 2인용 탁자가 고작이다. 의대교수를 겸임하는 총장을 위해 대학은 시내에 위치한 의대 건물에 ‘번듯한 사무실’을 차리려 했지만 총장은 “병원에 병상 하나라도 더 두라”며 사양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자 코넬대는 건물 신축을 뒤로 미루고 교직원 감축 등 행정 슬림화, 교수 책무성 강화로 경비절감에 나섰다. 국내 대학의 행정직은 방학 때 단축 근무하면서 교수와 동일한 호봉 체제를 적용받는 곳이 많다. 서울 모 사립대 직원의 2009년 평균 연봉은 1억 원을 넘었다. 강력한 노조가 평생직장과 복지를 보장해줘 ‘신이 숨겨둔 직장’으로 꼽힌다. 미국 대학에는 안식년을 ‘골프년’으로 즐기는 한국 교수들이 흔하다. 미국 대학과 달리 안식년에도 연봉을 고스란히 챙긴다. 수원대는 교수 안식년을 6개월로 줄이고, 교직원 수를 다른 대학의 절반만 유지해 학생 장학금을 늘렸다. 교수 성과급적 연봉제를 도입하고 예산의 과다집행이나 부당집행만 없애도 등록금을 줄일 여력이 생겨날 수 있다. 어제 감사원은 전국의 4년제 대학 200여 곳의 재정운용 실태를 분석하고 등록금의 적정성을 따지는 특별감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대학이 스스로 등록금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인들도 포퓰리즘 정책을 중단하고 국가의 재정형편까지 고려해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에 눈을 돌려야 한다.}

    • 201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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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슈퍼 약 판매 불발’ 정부의 공허한 내수 활성화

    올해 2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밤 10시쯤 갑자기 배탈이 나서 소화제를 사먹으려는데 약국 문 연 데가 어디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전국의 약국 수는 2만1000개이지만 동네 편의점과 슈퍼를 합치면 10만 개가 넘는다”며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되는 약을 자유롭게 팔도록 하면 소비자 편익, 동네 슈퍼의 수입 제고, 약값 인하, 일자리 창출과 국내총생산(GDP) 상승의 일석오조(一石五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2년 4개월이라는 장수 재임기록을 세우면서도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설득하지 못했던지 슈퍼 약 판매 허용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1일 이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수를 어떻게 활성화시키는가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 잘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성장을 수출 위주의 대기업과 제조업이 주도했지만 그 과실이 서민층까지 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내수가 활성화해야만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경기회복의 온기를 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인 일반의약품(OTC) 슈퍼 판매가 대한약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또 무산되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탄식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중 가장 쉽다고 여겼던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도 안 되는 마당에 다른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어 내수 활성화를 하겠다면 어떤 국민이 믿겠는가?” 현 정부는 2009년 초 윤증현 장관 취임 때와 작년 가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그리고 최근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때를 비롯해 여러 차례 내수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득권 집단의 ‘밥그릇 지키기’도 원인이지만 정부 내에서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지 못하는 장관들이 많아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해관계자와 갈등을 조정할 리더십도 부족하다. 의료 분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 의료시장에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면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의료관광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의료시장 진입개방 역시 ‘서민 보호’를 내세운 반대론을 뚫지 못한다. 국부(國富)를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일을 가로막으면서도 ‘서민 보호’라고 큰소리를 치니 답답할 뿐이다. 이 정부는 이런 이념적 허구(虛構)부터 깨야만 국정을 성공시킬 수 있다.}

    •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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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순덕]네이멍구 시위

    중국에는 22개의 성(省), 5개 자치구와 4개 직할시 등 모두 31개의 행정구역이 있다. 네이멍구(內蒙古·내몽고) 자치구는 면적만 놓고 보면 세 번째로 넓다. 네이멍구는 한족 농민과 몽골 유목민이 대립하며 번갈아 지배하던 지역이다. 사막 등 불모지가 많아 인구는 약 2400만 명. 명색이 자치구라지만 한족의 ‘인해 전술’에 밀려 인종 분포는 한족이 83%로 몽골족(15%)을 훨씬 앞질렀다. ▷칭기즈칸은 중국을 통일한 뒤 원나라를 세웠으나 동생 카사르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카사르가 이끄는 호르친 부(部)는 원래 그들이 살던 몽골 초원에 머물러야 했다. 카사르의 후예들은 후금(나중에 청)이 일어나자 결혼 동맹을 맺었다. 1636년 일찌감치 청에 복속됐고 1947년 중국의 소수민족 몽골족으로 네이멍구 자치구를 부여받았다. 내몽고, 외몽고는 청나라와 중국의 관점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인과 몽골인의 반목은 역사적 뿌리가 깊다. 13세기 몽골 고원에서 떨쳐 일어난 칭기즈칸이 수백만 명의 중국인을 죽이고 대제국을 세웠을 때부터 악연은 시작됐다. 칭기즈칸은 중국인들을 북쪽 끝 벌판으로 내쫓으려다가 “그냥 두면 이들에게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조언에 살려두었다고 한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때 네이멍구 지역의 일부를 헤이룽장 성, 지린 성, 랴오닝 성에 떼어주었다. 외몽고만이라도 독립을 이룬 것은 소련 지원 덕분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은 소련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외몽고 독립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네이멍구 지역에서 몽골 유목민 한 명이 한족 운전사가 몰던 탄광업체의 대형 트럭에 깔려 숨지면서 몽골인의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방 정부는 이번 사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법에 따라 엄정히 다룰 것”이라며 이례적 대응에 나섰다. 4일은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한 지 22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은 티베트 신장위구르의 분리독립 운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당에 네이멍구 시위까지 겹쳤다.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티베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족 갈등이 심하지 않은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이 사건을 계기로 몽골인의 반(反)한족 움직임이 거세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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