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5일 수업, 공교육 못 세우면 사교육만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도입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긴다지만 사회 전반의 추세가 주5일제 근무로 가고 있고,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주5일 수업을 지지하고 있어 시행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모든 사업장이 주5일 근무제라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관광산업에 도움이 된다며 주5일 수업제에 찬성한다.

그러나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해도 될 만큼 우리 공교육이 신뢰를 얻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 공립학교는 2002년 주5일 수업제와 ‘유토리(여유) 교육’ 방침을 채택했지만 학력저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자 2007년 월 1회 ‘학습점검일’이라는 이름으로 토요일 수업을 부활시켰다. 일본 교육개혁의 메카인 도쿄 스기나미 구의 와다중학교는 학부모와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토요일 수업’을 주관해 전교생의 70% 이상 참여한다. 미국 차터스쿨(공립 자율학교)에서도 상당수 학교가 학습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며 토요일 수업을 한다.

반면에 한국의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는 어제 청와대 부근에서 “일제고사 반대, 교원성과급 반대, 반값 등록금 관철”을 외쳤다. 초중고 교육 붕괴에 책임을 느끼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매진해야 할 교사들이 반값 등록금 투쟁 대열에까지 끼어드는 것을 보면서 주5일 수업제가 공교육 붕괴를 더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주5일 수업제가 가시화하면서 그동안 사교육업계에선 주말반을 확대할 채비를 해왔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 같은 신종 사교육시장도 형성될 조짐이다. ‘사교육 잡기’를 위해 수월성(秀越性) 교육도, 교육 다양화도 상당 부분 포기한 이명박 정부는 주말 사교육을 번창시키며 임기말을 맞을지 모른다.

월 2회 주5일 수업을 하는 지금도 저소득 가정에서는 부부가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토요일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소외감을 갖거나 학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빈곤층 가정의 학생들을 상대로 주말에 교과수업을 보완하는 학습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문화 관광 스포츠 등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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