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용택 시인, ‘전교조 향한 쓴소리’의 울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씨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발행하는 주간신문 ‘교육희망’에 전교조의 노선과 활동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2008년 정년퇴직하기까지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였던 그가 “나는 전교조란 말에 반감이 있다”며 쓴 글이 교원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시인은 ‘지나치게 뻣뻣하고 경직돼 있고, 불친절하다. 일방적이다’라며 전교조의 독선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찬 불편한 얼굴을 거두어들여라. 반성하라 마음의 문을 열어라. 부드럽고 착하고 선량하고 정답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빛나는 얼굴을 보여 달라’고 충고했다. 전교조 사람들의 불만에 차 있는 얼굴은 자기들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불의와 타협한 세력이거나, 타파해야 할 기득권 세력이라고 보는 세계관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경직된 태도로는 사회에서 정답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살아가는 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기 어려울 것이다.

김 시인은 ‘놀랍게도 전교조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심정적으로 사랑받는 줄 안다’며 ‘자기들 말을 안 들으면 한물간 시대착오적인 가치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탄식했다. 전교조 사람들은 김 시인이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는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되자 그 권력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교사들이 늘었다’며 ‘어떻게 하든지 한자리 차고앉으려는 그들을 바라볼 때 심한 배신감과 인간적인 환멸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감투에 욕심을 부리는 교사는 참교육과 거리가 멀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계를 권력다툼으로 분열시키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김 시인은 섬진강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주옥같은 시들을 써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심한 당신들의 동지’라는 제목의 글을 썼을지 짐작할 만하다. 일부 전교조 교사는 그의 애정 어린 충고를 고까워하는 모양이다. 모 여고 교사는 같은 신문에 쓴 글에서 “싸움의 현장에서 단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며 “제 눈의 들보부터 뺄 일”이라고 김 시인을 공격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찬 얼굴을 거두고 김 시인의 말을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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