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는 ‘논란 많은 정책’ 통계부터 바로 제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2009년 10월 새로 출범한 그리스 사회당 정부는 “전(前) 정부가 심각한 재정적자를 국민에게 감췄다”고 폭로했다. 그리스는 작년에 구제금융을 받고도 또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 국제사회에선 2001년 이 나라를 유럽 단일화폐에 합류시킨 것이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리스 정부는 당시 유럽연합(EU) 가입요건에 맞춰 재정장부와 통계를 조작했다. 국민이 통계 조작에 속고 있는 사이에 나라가 망하는 줄도 모른 그리스를 보면 경제통계의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한국도 국가의 중요 정책을 놓고 정부와 여야,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 다른 통계를 대며 상반된 주장을 펴 국민이 혼란스럽다.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어떤 통계를 근거로 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과 규모가 달라진다. 가계 빚 규모는 금융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외상구매를 합친 것만 따지면 801조 원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가계가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로 규정해 937조 원으로 본다. 지난달 한반도선진화재단 토론회에선 최대 140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통계의 기준이 주요국들과 다른 점도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1986 정부재정통계기준(GFS)에 따라 통계를 작성한 정부가 1월 선진국들처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통계 기준을 바꾸는 개편안을 내놨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가재정통계가 공기업 부채를 반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 124조8000억 원처럼 세금으로 갚아야 할 공기업 부채를 개편안에서도 국가재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은 4년 전 통계를 근거로 하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이 1.2%인데 우리는 0.6%에 불과하다”며 대학 지원을 두 배쯤 늘리자고 제안했다. OECD ‘2010년 팩트북’은 2007년 국가통계를 기초로 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한국은 최근 연 10% 이상 늘어나 2007년 4조 원에서 지금 6조 원대로 늘어난 사실이 반영되지 못했다.

통계청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은 정확하고 품질 높은 통계를 내놔야 한다. 국민이 나라의 실상을 똑바로 알고, 정책당국이 적실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진실을 담은 객관적 통계를 공표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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