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3 자녀 숨긴 ‘양심불량’ 교사들의 수능 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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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 11명이 수험생 자녀를 두고도 “없다”고 거짓 확인서를 쓴 사실이 드러났다. 수능 관리규정은 해당 연도에 응시 자녀를 둔 사람은 출제 및 검토위원이 될 수 없게 돼 있다. 명색이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대학입시를 좌우하는 시험 출제에 참여하면서 거짓말을 한 교사들의 양심불량이 심각한 수준이다.

2011학년도에 71만2000명이 응시한 수능은 대학 입학 전형 중에서도 핵심 요소로 공정성과 보안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비밀을 엄수하고, 수능 종료시간까지 한 달이나 합숙시키면서 밖으로 나가는 휴지 한 장까지 단속하는 것도 그래서다.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 중에 부적격자가 많았다는 사실은 수능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인터넷에는 “죽어라 공부해도 못 따라잡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 부모 만난 아이들이 부럽다” “몇 년 동안 수능을 위해 노력한 자녀들에게 허탈감을 줬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수능의 출제와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위원 2명의 자녀는 (이들 출제위원이 문제를 낸)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고, 검토위원 9명은 나중에 합류했기 때문에 문제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사태를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확인서에 적힌 간단한 가족관계도 확인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일했던 평가원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아마 감사원이 이번에 적발하지 않았다면 매년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을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출제위원의 자녀가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조카에게 알려줬을지 모른다” “유출 사실이 드러나면 문제가 커질까봐 감추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출제위원들이 선정 통보를 받고 출제를 위한 합숙에 들어가기까지 신변을 정리하라고 2∼3주 정도 여유를 준다. 이 기간에 개괄적인 문제 유형 같은 시험정보를 자녀에게 알려주고 출제 또는 검토과정에 참여해 반영시키지 말란 법도 없다.

교사들이 하루에 30만 원씩 감금생활 30일에 따른 보상 900만 원이 욕심나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더더욱 윤리의식의 빈곤을 질타당해야 한다. 교사들이 거짓 확인서를 쓰는 판이니 선진사회로 가려면 한참 멀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평가원의 수능 출제 관리 역량을 철저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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