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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랭킹 2위 필 미켈슨(미국)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에서 세계 1위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2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2007년 챔피언 미켈슨은 8일 중국 상하이 시산인터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어니 엘스(남아공)와 우즈의 추격을 뿌리치고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시즌 4승째로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 우승 상금은 120만 달러. 엘스는 이날 무려 9타를 줄였지만 앞선 라운드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1타 차 2위(16언더파 272타)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후반 9홀에서 4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막판 추격전을 펼쳤지만 전반 9홀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에 흥분해 미스샷을 연발하며 까먹은 스코어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즈는 4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하는 등 전반에 39타를 적어내며 자멸했고 공동 6위(12언더파 276타)에 그쳤다. 미켈슨이 우즈와 챔피언 조에서 함께 플레이해 우즈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공동 10위(10언더파 278타)로,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은 공동 33위(3언더파 285타)로 대회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도로 사이클의 매력은 무엇보다 스피드죠. 확 트인 강변북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차가운 가을비에도 그들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8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도심을 횡단한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에서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마스터스 선수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국내 최대 도로 사이클 동호회인 ‘전국도로싸이클라이딩연합(도싸·DOSSA)’ 소속 마스터스들. 이들은 엘리트 선수들의 뒤를 따라 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던 서울 도심을 마음껏 달렸다. 도싸는 포장도로를 달리도록 설계된 도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이 2000년에 만든 단체다. 서울 회원 1만여 명을 포함해 전국 회원이 4만여 명이나 된다. 서울 도심을 달릴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도싸 회원들은 빗속을 뚫고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도싸의 임영제 회장은 “도로 사이클은 단체 경기의 성격이 강하다. 혼자 시속 30km 정도로 달리는 라이더가 그룹을 지어서 탈 때는 35∼40km도 달릴 수 있다. 뭉쳐서 탈수록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도심 자전거 타기의 행복이 내년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상대적으로 느린 여성 라이더들도 동참할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이클에도 광화문 시대가 다시 열렸다. 1968년 창설된 동아사이클대회가 2회 대회까지 광화문에서 출발한 뒤 꼭 40년 만이다. 동아사이클이 도심 교통난을 피해 도심을 떠난 뒤 광화문은 자동차와 매연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2000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1회 동아마라톤대회 때 마라토너들이 광화문을 메워 사람 냄새를 풍겼고 올 8월에는 광화문광장이 개장돼 시민들의 공간이 됐다. 첫 대회인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골인함으로써 이제 광화문은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군사정권 시절 4·19혁명을 기념하는 유일한 스포츠 행사였던 동아사이클이 재탄생한 투르 드 서울은 녹색성장의 키워드로 떠오른 자전거를 통한 새로운 문화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우승자 조호성 스토리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조호성(35·서울시청)은 올 3월 대만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경륜 황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돌아온 지 3개월째. 정상이 아닌 몸으로 무리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대회에 참가해 컨디션이나 점검해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전거에 올라타니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투르 드 대만 5일째, 내리막길에서 그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그의 기억은 거기까지만 남아 있다. 자전거는 가드레일을 받은 뒤 5m 정도 되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목뼈 3∼5번 골절. 얼마 후 깨어났지만 ‘이제는 끝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행히 회복은 빨랐다. 병원 한쪽에 마련한 연습실에서 목 부위를 고정시킨 채 다리 운동을 시작했다. 자전거에 앉자 새로운 삶을 얻은 기분이었다.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도 여유로워졌다. 달릴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5월에는 자전거의 본고장인 프랑스로 건너가 재활을 겸한 훈련에 매진했다. 4개월에 걸친 맹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자 다시 자신감이 샘솟았다. 5년간 경륜을 하면서 얻은 노련함이 덧붙었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타는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복귀 무대는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이었다.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 독주 은메달. 복귀전치고는 만족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리고 국제대회 복귀 무대였던 8일 열린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 출발선에 선 그는 “오늘도 즐기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생전 처음 달려보는 서울 도심은 신선하다 못해 신기했다.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옆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즐거웠다. 신이 났다. 마음껏 페달을 밟았다. 결승선을 2km 앞두고 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정태윤 감독이 ‘공격’ 신호를 보냈다. 페달에 온몸의 힘을 실었다. 앞서가던 독일 선수 2명을 단숨에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경륜 시절 수없이 했던 1등이었지만 기분이 달랐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대회에서 맛본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우승을 확정짓자마자 두 살배기 딸 채윤이를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 옆에는 6년 전 결혼한 아내 황원경 씨(29)가 서 있었다. 참 고마운 아내다. 매년 2억 원 넘게 벌던 경륜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아내는 “당신의 꿈이 소중하다. 꿈 없이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격려해 줬다. 경륜 황제로 군림하고 있을 때도 올림픽 메달의 꿈은 한번도 그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9년 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에서 그는 단 1점이 모자라 4위를 했다. 아쉬움을 안고 살던 그에게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은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포인트레이스 금메달리스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의 나이는 39세였다. 눈이 번쩍 떠지며 한 줄기 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에 그의 나이는 38세다. 나도 할 수 있다. 그의 롤모델은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다. 그들 덕분에 수영과 피겨가 인기 스포츠가 됐다. 조호성은 “제가 잘해야죠. 제가 안 되면 후배들이 잘해야죠. 수영이나 피겨처럼 사이클이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투르 드 서울 우승으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그가 소속된 서울시청 사이클 팀은 하루의 휴식도 없이 투르 드 하이난을 위해 9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그의 인생도 자전거 바퀴처럼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스포츠레저부장환수 부장, 안영식 차장,양종구 이승건 이헌재 이종석 김동욱 기자▽사회부이동영 황진영 조종엽 기자▽사진부박경모 부장, 김동주 안철민이훈구 차장, 전영한 변영욱원대연 김재명 기자▽스포츠동아양회성 기자▲동아닷컴 뉴스콘텐츠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송보배(23)는 씩씩하다.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올해 5월부터 일본 도쿄의 집에서 혼자 생활한다. 송보배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어차피 투어 따라다니느라 집에는 거의 못 들어간다”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로부터 경기위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기권했다는 이유로 2년간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을 때도 “자꾸 그 사건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그 일은 깨끗이 잊었고, 더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 ‘강심장’을 가진 송보배가 지난달 일본 메이저대회 일본여자오픈에 이어 8일 막을 내린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미즈노클래식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까지 겸한 대회라 기쁨이 두 배였다. 일본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이자 통산 3승째. 송보배는 이날 일본 미에 현 시마의 긴테쓰 가시코지마CC(파72·6506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2위 그룹을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1만 달러(약 2억5000만 원). 한국 여자 골프 군단은 송보배까지 우승자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올해 LPGA에서만 11승을 합작했다. 이는 2006년 시즌 최다승과 타이 기록. 송보배는 “17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 방향으로 날아갔는데 바운드 되면서 핀 옆으로 가 ‘운이 따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우승을 확정짓자 함께 일본 투어에서 뛰는 전미정 언니가 많이 축하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우승으로 LPGA투어 내년 시즌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박희영은 12언더파 204타를 쳐 공동 2위에 올랐고 지난해 우승자이자 올해의 선수상을 노리는 신지애(미래에셋)는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신지애의 경쟁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러 공동 2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도로 사이클의 매력은 무엇보다 스피드죠. 확 트인 강변북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차가운 가을비에도 그들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8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도심을 횡단한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에서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마스터스 선수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국내 최대 도로 사이클 동호회인 '전국도로싸이클라이딩연합(도싸·DOSSA)' 소속 마터스터들. 이들은 엘리트 선수들의 뒤를 따라 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던 서울 도심을 마음껏 달렸다. 도싸는 포장도로를 달리도록 설계된 도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이 2000년에 만든 단체다. 서울 회원 1만여 명을 포함해 전국 회원이 4만여 명이나 된다. 서울 도심을 달릴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도싸 회원들은 빗속을 뚫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도싸의 임영제 회장은 "도로 사이클은 단체 경기의 성격이 강하다. 혼자 시속 30km 정도로 달리는 라이더는 그룹을 지어서 탈 때는 35~40km까지도 달릴 수 있다. 뭉쳐서 탈수록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도심 자전거 타기의 행복이 내년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상대적으로 느린 여성 라이더들도 동참할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 우승자 조호성 스토리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몸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조호성(35·서울시청)은 지난 3월 대만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경륜 황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돌아온 지 3개월째. 정상이 아닌 몸으로 무리를 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대회에 참가해 컨디션이나 점검해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전거에 올라타니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투르 드 타이완 5일째 내리막길에서 그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그의 기억은 거기까지만 남아 있다. 자전거는 가드 레일을 받은 뒤 5m 정도 되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목뼈 3~5번 골절. 얼마 후 깨어났지만 '이제는 끝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행히 회복은 빨랐다. 병원 한 쪽에 마련한 연습실에서 목 부위를 고정시킨 채 다리 운동을 시작했다. 자전거에 앉자 새로운 삶을 얻은 기분이었다.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도 여유로워졌다. 달릴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5월에는 자전거의 본고장인 프랑스로 건너가 재활을 겸해 훈련에 매진했다. 허벅지가 찢어지고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같은 고통스러운 훈련도 즐거움이었다. 4개월에 걸친 맹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자 다시 자신감이 샘솟았다. 5년 간 경륜을 하면서 얻은 노련함이 덧붙여졌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타는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복귀 무대는 지난 달 열린 전국체전이었다.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 독주 은메달. 복귀전 치고는 만족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리고 국제 대회 복귀 무대였던 8일 열린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 출발선에 선 그는 "오늘도 즐기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탕'하는 출발 신호와 함께 그의 굵은 허벅지 근육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달려보는 서울 도심은 신선하다 못해 신기했다.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옆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즐거웠다. 신이 났다. 마음껏 페달을 밟았다. 결승선을 2km 앞두고 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정태윤 감독이 '공격' 신호를 보냈다. 페달에 온몸의 힘을 실었다. 앞서가던 독일 선수 2명을 단숨에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경륜 시절 수없이 했던 1등이었지만 기분이 달랐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대회에서 맛본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우승을 확정짓자마자 두 살배기 딸 채윤이를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 옆에는 6년 전 결혼한 아내 황원경 씨(29)가 서 있었다. 참 고마운 아내다. 매년 2억 원 넘게 벌던 경륜을 그만 둔다고 했을 때 아내는 "당신의 꿈이 소중하다. 꿈 없이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격려해 줬다. 경륜 황제로 군림하고 있을 때도 올림픽 메달의 꿈은 한 번도 그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9년 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에서 그는 단 1점이 모자라 4위를 했다. 아쉬움을 안고 살던 그에게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은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포인트레이스 금메달리스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의 나이는 39세였다. 눈이 번쩍 떠지며 한 줄기 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에 그의 나이는 38세다. 나도 할 수 있다. 그의 롤 모델은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다. 그들 덕분에 수영과 피겨가 인기 스포츠가 됐다. 조호성은 "제가 잘해야죠. 제가 안 되면 후배들이 잘 해야죠. 수영이나 피겨처럼 사이클이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하는 게 꿈"라고 말한다. 투르 드 서울 우승으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그가 소속된 서울시청 사이클 팀은 하루의 휴식도 없이 투르 드 하이난을 위해 9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그의 인생도 자전거 바퀴처럼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그는 ‘경륜 황제’였다. 2004년 경륜에 입문한 그는 한 해 상금으로 2억6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상금왕에 4번 올랐고, 그랑프리 우승은 3번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올 초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것도 돈과 명예와는거리가 먼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다. 서울시청 사이클 팀에 복귀한 그는 요즘 충북 음성군의 한 여관에서 묵으며 후배들과 구슬땀을흘리고 있다. 팀의 막내 장경구(19)와는 16세 차이다. 그의 이름은 조호성(35). 8일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2009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서울시, 대한사이클연맹,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에서 그는 우승에 도전한다.》○ “1등 하고 욕먹긴 싫었다” 조호성은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경륜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경륜은 1등을 하고도 팬들에게 욕먹는 몇 안 되는 종목일 것”이라고 했다. 경륜을 하는 동안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해 말 가족은 그가 아마추어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제야 발 좀 뻗고 자겠다”고 격려해줬다. 조호성은 “경륜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추어 사이클은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100m 선수에서 마라토너로 변신 15년째 조호성을 지켜본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은 “조호성은 특별하다 못해 특이한 선수”라고 말한다. 조호성의 전공은 40km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였다. 그런 그가 단거리 승부인 경륜에서 1인자가 된 것은 육상으로 치면 마라토너가 100m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견줄 수 있다. 이제 그는 단거리 선수에서 다시 마라토너로 전향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체중 감량이었다. 식이요법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경륜 시절 85kg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장거리에 적당한 70kg으로 줄였다. 그는 “지난 10개월간 노력해 이제 전성기 몸 상태의 80% 정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조호성은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독주 은메달로 건재함을 알렸다.한해 상금 2억6000만원도 벌었지만1등 하고도 때론 욕먹는 경륜에 회의지금은 전성기 컨디션의 80% 회복서울대회 찍고 런던올림픽 메달 도전○ 사이클의 김연아, 박태환을 향해 조호성의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에 출전한 그는 1점이 모자라 4위에 그쳤다. 경륜을 하는 동안에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은 그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39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가 포인트레이스 금메달을 딴 게 큰 자극이 됐다. 조호성은 “한창이던 2000년에도 안 됐는데 2012년에 되겠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긴다. 그런 분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피겨와 수영도 김연아와 박태환이 잘하기 전에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사이클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안 되면 후배들을 도와서라도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음성=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는 '경륜 황제'였다. 2004년 경륜에 입문한 그는 한 해 상금으로 2억 6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상금왕에 4번 올랐고, 그랑프리 우승은 3번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올 초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것도 돈과 명예와는 거리가 먼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다. 서울시청 사이클 팀에 복귀한 그는 요즘 충북 음성군의 한 여관에 묵으며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팀의 막내 장경구(19)와는 16살 차이다. 그의 이름은 조호성(35). 8일 서울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서울시, 대한사이클연맹,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에서 그는 우승에 도전한다. ●"1등 하고 욕먹긴 싫었다" 조호성은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경륜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경륜은 1등을 하고도 팬들에게 욕먹는 몇 안 되는 종목일 것"이라고 했다. 경륜을 하는 동안 그의 마음고생은 심했다. 지난해 말 가족들은 그가 아마추어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제야 발 좀 뻗고 자겠다"고 격려해줬다. 조호성은 "경륜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추어 사이클은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100m 선수에서 마라토너로 변신 15년째 조호성을 지켜본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은 "조호성은 특별하다 못해 특이한 선수"라고 말한다. 조호성의 전공은 40km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였다. 그런 그가 단거리 승부인 경륜에서 1인자가 된 것은 육상으로 치면 마라토너가 100m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견줄 수 있다. 이제 그는 단거리 선수에서 다시 마라토너로 전향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체중 감량이었다. 식이요법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경륜 시절 85kg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장거리에 적당한 70kg까지 줄였다. 그는 "지난 10개월 간 노력해 이제 전성기 몸 상태의 80% 정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조호성은 지난 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독주 은메달로 건재를 알렸다. ●사이클의 김연아, 박태환을 향해 조호성의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에 출전한 그는 1점이 모자라 4위에 그쳤다. 경륜을 하는 동안에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은 그의 머리 속을 떠난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39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가 포인트레이스 금메달을 딴 게 큰 자극이 됐다. 조호성은 "한창이던 2000년에도 안 됐는데 2012년에 되겠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긴다. 그런 분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피겨와 수영도 김연아와 박태환이 잘하기 전에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사이클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안 되면 후배들을 도와서라도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음성=이헌재기자 uni@donga.com}

《“서울시내 한복판을 자전거로 달린다는 건 상상도 못해 봤어요. 의미 있는 첫 대회이니만큼 반드시 우승해야죠.” 3일 훈련지인 충북 음성군에서 만난 서울시청 사이클 선수들은 8일 열리는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를 고대하고 있었다. 자동차만 다니던 세종로와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를 은빛 바퀴로 달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고 했다.》 투르 드 서울은 서울의 도심에서 열리는 첫 국제대회. 서울시청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은 다른 어떤 팀보다 강하다.○ 조호성 박선호, 강력한 우승 후보 슈욱∼ 슈욱∼. 10여 대의 자전거 무리는 찬 바람을 가르며 음성 근처의 국도 3호선을 내달렸다. 투르 드 서울에 출전하는 5명의 서울시청 선수(조호성, 박선호, 서석규, 공효석, 장경구)와 대한지적공사 소속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하루에 150∼200km를 쉬지 않고 달린다. 투르 드 서울을 대비해 이들은 지난달 26일 전국체전이 끝난 뒤 이틀만 쉬고 29일 음성으로 왔다. 음성을 택한 이유는 이 일대 도로가 대부분 평탄해 대회 코스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사진)은 굴곡이 없는 코스 성격상 마지막 스퍼트 능력이 뛰어난 박선호(25)와 올 초 아마추어로 복귀한 ‘경륜 황제’ 조호성(35)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정 감독은 “승부가 마지막에 난다면 박선호가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나 독일의 힘 좋은 선수가 경기 초반 앞서 나간다면 지구력이 좋은 조호성이 이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5년 안에 투르 드 프랑스 도전 서울시청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팀이다. 2007년 말 처음으로 세계사이클연맹(UCI) 아시아대륙팀에 등록한 뒤 각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투어에 출전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팀이 국제 사이클 대회의 최고봉인 ‘투르 드 프랑스’를 달려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투르 드 프랑스 출전을 위해서는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해 포인트를 쌓아야 하지만 현재 선수(12명)로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가 힘들다. 또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도 필요하다. 정 감독은 “산악 구간 전문인 공효석 같은 선수는 지금 바로 투르 드 프랑스에서 뛸 만하다. 적극적인 지원만 있다면 서울시청은 5년 안에 투르 드 프랑스를 누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음성=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프로야구 필라델피아의 박찬호(36)가 월드시리즈 두 번째 등판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감기로 3차전에 등판하지 못했던 박찬호는 2일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2-4로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올라 삼진 하나를 포함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4-4 동점이던 9회초 등판한 마무리 투수 브래드 리지가 무너지면서 4-7로 져 1승 후 3연패에 빠졌다. 시리즈 전적에서 3승 1패를 달린 양키스는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 거두면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선발투수 조 블랜턴에 이어 7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찬호는 첫 타자인 투수 C C 사바시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후속 데릭 지터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조니 데이먼을 헛스윙 삼진, 마크 테세이라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했다. 14개의 투구 중 8개가 스트라이크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였다. 필라델피아는 8회말 페드로 펠리스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9회초 리지가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결승 적시타, 호르세 포사다에게 2타점 쐐기 안타를 허용해 경기를 내줬다. 5차전은 3일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71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34)는 명실상부한 ‘골프 황제’다. 그런데 올해 태어난 우즈의 아들 찰리는 ‘제2의 타이거’가 될 수 있을까. 골프매거진 11월호는 골프와 혈통의 연관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결론은 아버지만 한 골퍼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골퍼로 꼽힌다. 니클라우스는 PGA투어에서만 73승을 거뒀고, 파머는 62승을 따냈다. 이들의 아들이나 손자는 유전적으로 뛰어난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 골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니클라우스의 아들 게리는 1985년 노스사우스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커버스토리에도 실렸다. 하지만 게리가 프로로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00년 벨사우스 오픈 준우승. PGA투어 22회 우승을 차지한 레이먼드 플로이드의 아들 로버트도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했지만 한 번도 투어 무대에 서보지 못했다. 그는 요즘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유명 프로 골퍼의 자손들은 골프 선수를 하는 내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어디를 가든 누구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파머의 외손자로 프로 골퍼인 샘 손더스는 “때때로 파머의 손자 샘 손더스가 아니라 그냥 샘 손더스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다. PGA투어 역사상 아버지와 아들이 투어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 부자’도 있다. 합계 승수가 가장 많은 것은 보로스 부자로 아버지 줄리어스와 아들 가이는 19번의 우승을 합작했다. 앨 가이버거-브렌트 가이버거 부자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 2004년 브렌트는 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우승했는데 아버지 앨은 1976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같은 대회에서 부자가 우승한 유일한 경우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자 골퍼의 성공은 극히 예외적이라는 게 이 잡지의 분석이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리처드 쿠프 씨는 “기대가 큰 만큼 좌절도 커질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유명 골프 선수의 자손이 다른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호주의 골프 스타 그레그 노먼의 아들 노먼 주니어는 세계적인 카이트 보드(대형 연을 이용해 수상 보드를 타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광수가 아들 최형규와 함께 2007년 투어 무대에 나란히 선 적이 있다. 하지만 최형규는 지난해와 올해는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아버지 최광수만 투어에 나서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71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34)는 명실상부한 '골프 황제'다. 그런데 올해 태어난 우즈의 아들 찰리는 '제2의 타이거'가 될 수 있을까.골프매거진 11월호는 골프와 혈통의 연관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결론은 아버지만한 골퍼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잭 니클로스와 아널드 파머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골퍼로 꼽힌다. 니클로스는 PGA 투어에서만 73승을 거뒀고, 파머는 62승을 따냈다. 이들의 아들이나 손자는 유전적으로 뛰어난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프로 골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니클로스의 아들 게리는 1985년 노스-사우스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커버스토리에도 실렸다. 하지만 게리가 프로로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00년 벨사우스 오픈 준우승. PGA 투어 22회 우승을 차지한 레이먼드 플로이드의 아들 로버트도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했지만 한 번도 투어 무대에 서보지 못했다. 그는 요즘은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유명 프로 골퍼의 자손들은 골프선수를 하는 내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어디를 가든 누구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파머의 외손자로 프로 골퍼인 샘 손더스는 "때때로 파머의 손자 샘 손더스가 아니라 그냥 샘 손더스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물론 예외가 있긴 하다. PGA 투어 역사상 아버지와 아들이 투어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 부자'도 있다. 합계 승수가 가장 많은 것은 보로스 부자로 아버지 줄리어스와 아들 가이는 19번의 우승을 합작했다. 알 가이버거-브렌트 가이버거 부자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 2004년 브렌트는 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우승했는데 아버지 알은 1976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유일한 경우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자 골퍼의 성공은 극히 예외적이라는 게 이 잡지의 분석이다.스포츠 심리학자인 리처드 쿠프 씨는 "기대가 큰 만큼 좌절도 커질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유명 골프 선수의 자손이 다른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호주의 골프 스타 그렉 노먼의 아들 노먼 주니어는 세계적인 카이트 보더(대형 연을 이용해 수상 보드를 타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활약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최광수가 아들 최형규와 함께 2007년 투어 무대에 나란히 선 적이 있다. 하지만 최형규는 지난해와 올해는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아버지 최광수만 투어에 나서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 양준혁(40)은 인터뷰를 잘한다. 하지만 “언제 장가가느냐”는 질문만 받으면 찬바람이 분다. 양준혁은 “나도 결혼하고 싶다. 이상형은 마음이 잘 맞는 여자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린다. 시즌이 끝난 11월과 12월은 야구 선수들의 결혼이 집중되는 시기다. 하지만 매년 양준혁의 이름은 결혼 명단에서 빠져 있다. 양준혁은 미남은 아니지만 수더분한 인상의 호남형 얼굴을 갖고 있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다년 계약을 세 번이나 해 재력도 갖췄다. 여러 모로 일등 신랑감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팀 후배인 박한이는 12월 탤런트 조명진과 결혼하는데 2006년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게 바로 양준혁이다. 주변에서 “지금 후배들 소개시켜줄 때가 아닐 텐데…”라는 말이 도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SK 박재홍(36)도 야구계의 대표적인 노총각. 4년 전 4년간 30억 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야구계의 ‘4차원’ 선수로 인기가 높은 LG 정성훈(29)도 요즘 “이제는 진지하게 결혼할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축구계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단연 최고 신랑감으로 꼽힌다. 최근 한 여자 연예인과의 열애설이 돌았을 정도로 그의 결혼은 팬들의 관심사다. 박지성은 지난달 구단과 2년간 720만 파운드(약 142억 원·추정)에 재계약해 ‘청년 재벌’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는 최근 CNN의 ‘토크 아시아’에 출연해 “검은머리보다는 금발이 좋다. 하지만 결혼을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골프계에서는 ‘얼짱’ 홍순상(28·SK텔레콤)과 올해 2승을 거두며 스타로 떠오른 박상현(26·앙드레김골프)이 최고 신랑감으로 꼽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제목의 영화도 꽤 성공을 거뒀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올해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에게 결혼은 무덤도, 미친 짓도 아닌 축복 그 자체다.만년 유망주에서 KIA의 해결사로 거듭난 김상현(29)이 대표적이다. 27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상현은 인터뷰 때마다 “아내에게 고맙다”란 얘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어떤 날은 “지금 당장 아내에게 달려가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다. 김상현은 두 살 연상의 아내 유미현 씨(31)와 2007년 12월 결혼했다. 무명이던 2001년부터 알고 지내다 결혼에 골인했다. 김상현은 요즘도 아내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그는 “어릴 때 철이 없어 아내 속을 참 많이 썩였다. 돈도 못 벌어오면서 펑펑 쓰고 다녔다. 아내가 나 때문에 큰 병에 걸린 적도 있다. 지금은 건강해졌지만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과 MVP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상현은 내년에 아빠가 된다.최종 7차전까지 간 한국시리즈에서 KIA가 아닌 SK가 우승했다면 한국시리즈 MVP는 박정권(28)의 차지였을 것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내내 지난해 말 결혼한 동갑내기 아내 김은미 씨 이야기를 했다. 박정권은 “홈런 치고 들어와서 좋아하면 아내가 ‘건방 떨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낸다. 스파르타가 따로 없다. 그래도 속으로는 엄청 좋아하는 걸 알기에 더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정권도 내년 4월이면 아빠가 된다. 결혼한 선수들은 한결같이 “가장의 책임감이 야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몸 건장하고 나이에 비해 많은 돈을 버는 프로선수들에게는 주변의 유혹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이들은 안정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제력을 배운다.한국시리즈에서 눈물겨운 부상 투혼을 보여준 SK 채병용(27)도 “지난해 결혼한 뒤 뭔지 모를 절실함을 느꼈다. 내년에 태어날 아이에게도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16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필라델피아 박찬호(36)도 두 딸의 아빠가 된 뒤 전에 없이 여유로운 모습이다. 공주고 선배인 손차훈 SK 스카우트는 “찬호가 원래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요즘은 마운드 안팎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부상을 딛고 올해 화려하게 재기한 것도 안정된 가정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프로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결혼 후 더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5월 아나운서 오정연과 결혼한 프로농구 전자랜드 서장훈(35)은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9일 현재 경기당 평균 20.6점으로 득점 5위를 달리며 순수 토종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다.12월 11일 탤런트 김성은과 결혼하는 예비 신랑 정조국(25·프로축구 FC서울)도 부상을 딛고 올해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복귀했다. 평소 ‘유리 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잔부상이 많았던 그는 “김성은 덕분에 부상의 아픔과 재활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의 박정은(32)도 탤런트 한상진과 결혼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신진우 기자}

《‘야신(野神)’ 김성근 SK 감독(67). 그도 인간이었다. KIA와의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패한 다음 날인 25일. 김 감독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지럼증을 느껴 인근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며 4시간 동안 누워 있어야 했다. 그는 “난생 처음 야구가 하기 싫었다”고 했다. 이튿날인 26일. 그는 다시 인간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오늘부터 억울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곧장 인천 문학구장에 나와 마무리 훈련 일정을 짰다. 야신의 휴식은 딱 하루였던 셈이다.》크게 뒤진다고 포기하면 되나 지더라도 ‘징그럽게’ 져야이를 비판하는건 아마추어들무궁무진한 매력 가진 야구그 야구에 미친 난 행복한 사람26일 텅 빈 문학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단, 야구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였다.―7차전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KIA가 우승했으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다른 팀과 팬, 언론이 내년부터 SK를 덜 미워할 것 아닌가. 한국시리즈 3연패를 못한 건 아쉽지만 우리 아이들이 인간 능력 이상을 해준 것 같아 대견하다. 막판 19연승에 플레이오프 역전승,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까지. 이건 SK만이 갖고 있는 능력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포기란 단어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다른 팀들은 SK 야구를 얄밉다고들 한다.“자기들이 못한 걸 남이 하면 얄밉게 보인다. 세계 어느 구단도 우리처럼 훈련하는 팀이 없다. 포스트시즌에서 선수들은 주사를 맞으며 경기에 나갔다. 노력할수록 승리에 대한 집착도 강해진다. 노력 안 해본 사람들 눈에는 이런 부분이 얄밉게 보일 것 같다.”―SK 야구에 감동을 받았다는 팬도 많지만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며 꺼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김연아를 예로 들어 보자. 그 선수는 진정한 피와 땀과 노력으로 실수를 줄이고 점점 더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그런 게 진정한 프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내게 야구는 유희가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 싸움이다. 올해 SK의 평균자책은 8개 구단 중 1위다. 투수가 좋아서? 전혀 아니다. 나는 지는 경기라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5-0으로 앞선 9회 말 상황에서 투수를 바꾸면 팬들은 욕을 한다. 하지만 인생처럼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반면 스코어가 크게 뒤졌다고 경기를 포기하면 그 경기를 보러온 팬들은 뭐가 되나.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아야 단단한 팀이 된다. 지더라도 상대방이 보기에 징그럽게 져야 한다. 이런 노력을 얄밉다고 하는 것은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말이다.”―SK 선수들은 그런 팀에서 뛰는 걸 행복하다고 하더라.“팀워크는 분위기가 좋다는 것과는 다르다. 진정한 팀워크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것이다. 2007, 2008년 우승할 때 김원형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있었지만 한 경기도 못 나갔다. 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올해는 주장 김재현이 잘해줬다.”―선수들이 이처럼 하나가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닌 텐데….“박재홍은 자존심이 강한 선수다. 내가 취임한 뒤 1, 2군을 오르내리게 했으니 기분이 나빴을 거다. 어느 날 번트를 시켰는데 실패했다. 다음에 또 다음에도 실패하더라. 하루는 재홍이가 방문을 두드리더니 ‘저 때문에 졌습니다’라고 했다. 그때 ‘진 건 괜찮다. 나는 네가 찾아온 게 반갑다’고 했다. 그랬더니 내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그때부터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SK는 정말 무서우리만큼 훈련을 많이 하는 팀이다. 어떤 팀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 “투수는 무리하게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타자는 정상적으로만 하면 많이 훈련해도 다치지 않는다. 야구는 과정과의 싸움이다. 부딪쳐보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10개 중 3개를 치면 잘한다는 게 야구다. 하지만 나머지 7개에 대해선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똑같은 3개의 안타를 쳐도 내용이 바뀐다. 나는 SK를 멤버가 좋은 팀이 아니라 조직으로 강한 팀으로 만들고 싶다.”―에이스 김광현과 주전 포수 박경완이 돌아오면 내년엔 압도적인 전력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많다. “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그림을 그린다. 포수 출신 감독의 대체적인 사고방식이다. 난 투수 출신인데도 그렇다. 김광현이 페이스를 못 찾을 수도 있고, 전병두가 못 던질 수도 있다.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올해 SK가 숱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상황 대처가 빨랐기 때문이다. 특히 구단이 게리 글로버와 카도쿠라 켄 등 대체 용병을 빨리 구해줬다.”―많은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내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구단과의 불화설도 들리곤 한다. “김응용 삼성 사장이 현장에 있었다면 내가 그렇게 떠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바보가 아니라 어떤 반향이 있을 줄 안다. 구단과 상처받는 팬들에게는 미안한 부분이다. 하지만 틀린 것을 틀렸다고 하지 않으면 정의가 없어진다. 구단이 내게 어떤 불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란 인간은 그냥 놔두면 알아서 한다. 하지만 감독의 특수성을 무시하거나 부하 직원 대하듯이 하면 싸움이 된다. 훈련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쓰는 게 불만일 수 있겠다. 하지만 SK는 수십억 원 드는 자유계약선수를 데려온 적도 없고 잡은 적도 없다.” ―야구 이외의 즐거움이 있는가.“난 야구의 즐거움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골프도 해 봤지만 재미가 없더라. 야구는 간단해 보이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무궁무진한 매력이 있다. 심지어 술을 마실 때도 머릿속엔 야구 생각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디 하나에 미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난 엄청 행복한 사람이다.”―유독 사람이 많이 따르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KIA 조범현 감독도 우승 후 ‘고맙다’고 하더라. 조 감독은 아들이다. 우리 가족은 우리끼리니까 이해가 된다. 중요한 것은 남의 가족이다. 남의 자식 하나가 좌절하면 그 뒤에 있는 몇 사람이 함께 좌절하게 된다. 사실 전지훈련 갔다 와서 3월에 딱 하루 서울 성수동에 있는 내 집에서 잤다. 가끔 집에 갈 때마다 ‘뭐가 이리 많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에 어색하다. 꼭 남의 집에 온 것 같기도 하고.(웃음)” 인천=이헌재 기자}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30·KT·사진)가 국제대회 5연속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진종오는 26일 중국 우시에서 개막된 월드컵 파이널 50m 권총에서 합계 671.8점(본선 575점+결선 라운드 96.8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주앙 코스타(포르투갈·658.5점)와는 13.3점 차. 월드컵 파이널은 올해 월드컵 성적 상위 8명과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및 전년도 대회 우승자 등 각 종목 우수선수 10여 명만 참가하는 왕중왕 대회. 이번 우승으로 진종오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50m)과 ISSF 월드컵 파이널(50m), 올해 창원 월드컵(50m)과 뮌헨 월드컵(10m)에 이어 국제대회 연속 우승을 이어갔다. 사격연맹 정범식 과장은 “국내 선수가 이처럼 연거푸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적은 없었다”며 “올 시즌 중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후배 이대명에게 뒤지기도 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결국 중요한 대회에서 제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까지만 해도 ‘탱크’ 최경주(39·나이키골프)는 한국 골프의 자존심이었다. 2002년 5월 콤팩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7승을 올렸다. 하지만 체중 감량 후유증 등에 시달린 올해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우승은 한 번도 없었고 22개 대회에서 9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10위 안에 든 것은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이 유일했다. 18일 끝난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는 “재정비하고 다시 새 출발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최경주가 비록 아시아투어지만 부진 탈출을 예고하는 기분 좋은 우승을 차지했다. 최경주는 25일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로열 조호르GC(파72)에서 열린 조호르오픈(총상금 100만 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합계 20언더파 196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5만8500달러. 니랏 찹차이(태국)가 2위(16언더파),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공동 3위(15언더파). 악천후 때문에 54홀 경기로 축소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최경주는 22일 1라운드 전반에 보기 3개를 기록했을 뿐 이후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는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날 3라운드 15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9m 거리의 칩샷을 성공시켜 파로 막았다. 최경주는 “15번홀 티샷이 좋지 않았지만 보기를 하더라도 2위권과 차이가 있어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며 “외국에서 열린 아시안 투어에서 처음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싱가포르로 이동해 29일부터 유럽과 아시아투어가 공동 개최하는 바클레이스 싱가포르 오픈(총상금 500만 달러)에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배가 고프네.” 정말 배가 고팠던 것일까. 아니면 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말한 것일까. 7차전 패배가 확정된 뒤 SK 김성근 감독(67·사진)은 3루 측 더그아웃에 홀로 남아 KIA 선수단의 우승 세리머니를 담담하게 지켜봤다. 그는 “오늘 밤은 함께 고생한 선수들, 코치들과 술을 마시며 보낼 것”이라고 했다. ‘야신(野神)’ 김 감독은 무서운 사령탑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올해 그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김성근의 아이들(김 감독은 선수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른다)’이었다. 상위권 탈락 위기에서 정규 시즌 막판 19연승,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연패 뒤 3연승, KIA와의 한국시리즈 초반 2연패 뒤 최종 7차전에 이르기까지. 야구에 대한 열정하면 김 감독을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SK 선수들이 보여준 팀에 대한 헌신과 승리에 대한 집념은 이에 못잖았다. 시즌 중반 에이스 김광현과 주전 포수 박경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남은 선수들은 오히려 똘똘 뭉쳐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포스트시즌에서도 SK 선수들은 져도 진 것 같지 않았고 경기가 거듭돼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팬들은 “SK 선수들은 야구하는 기계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시즌 후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채병용은 아픈 팔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과 KIA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호투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던 그였기에 최종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고 난 뒤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중간계투 이승호는 포스트시즌 12경기 중 10경기에 등판했고, 포수 정상호는 공수 모두에서 박경완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SK 선수들은 너나없이 “이런 팀에서 야구를 하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동료애라기보다 전우애에 가까운 이 같은 분위기 속에 SK는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우리 아이들이 수많은 시련을 악착같이 이겨내면서 팬들에게 야구와 인생에 대해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는 제자에게 졌으니 내년에는 제자를 추월하는 스승이 되겠다”고 했다. 휴식은 짧다. SK는 28일부터 마무리 훈련을 시작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동아일보 김동주 기자}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은 내년 봄 프로야구가 다시 개막할 때까지 야구를 볼 수 없다는 게 슬프게 느껴질 정도로 명승부였다. 최후의 승자는 ‘가을의 영웅’ 나지완(24·사진)이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린 KIA였다. 전통의 명가 KIA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복귀했다. KIA는 5-5로 맞선 9회 말 1사 후 나지완이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6-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997년 9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타이거즈는 이날 승리로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2001년 해태에서 KIA로 간판을 바꾼 이후 첫 우승. 타이거즈는 10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10번 모두 우승하는 진기록도 이어갔다. 프로 2년차 신예 나지완은 1-5로 뒤져 패색이 짙던 6회 말 카도쿠라 켄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9회 말에는 SK의 필승 카드인 채병용을 상대로 볼카운트 2스트라이트 2볼에서 왼쪽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끝내기 홈런을 쳐냈다. 나지완은 홈을 밟은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대성통곡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그는 “이종범 선배님처럼 베테랑이 돼서도 솔선수범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동아일보 김동주기자}

군대식 지옥훈련서 유대감 생겨팔꿈치 수술 앞둔 투수 채병용PO-KS서 잇단 살신성인 등판외국인선수도 “해보자” 동참 #1. 20일 열린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 SK 채병용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오른 팔꿈치는 정상이 아니다. 안쪽 인대가 손상됐고, 공을 던질 때마다 뼈와 뼈가 부딪친다. 시즌이 끝나면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런 채병용이 5와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연패 뒤 2연승을 이끈 귀중한 승리였다. 마운드를 내려왔을 때 그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아파 죽는 줄 알았다. 팔꿈치와 허리 등 온몸이 쑤셨다”고 말했다. 경기 후 그는 “마지막 9회 위기 상황 때 벤치를 둘러보니 정말 선수들이 하나가 돼 있었다. 서로 ‘괜찮다’고 다독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2. 10일 열린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3차전.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SK는 채병용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채병용은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잘 던져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주장 김재현은 다음 날 “아픈 팔로 저렇게 잘 던지는 걸 보고 뭉클했다. 선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우리도 병용이처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이런 선수들과 한팀을 이뤄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요즘 SK 선수단의 분위기가 이렇다. 에이스 김광현과 주전 포수 박경완이 없어도 SK는 여전히 강하다. 오히려 위기에서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지고 난 뒤에도 SK 선수단의 기는 꺾이지 않았다. “오늘 졌으니 내일은 이기면 된다”며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고참 박재홍은 “다른 팀에 동료애가 있다면 SK에는 ‘전우애’ 같은 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K의 훈련은 군대 훈련처럼 혹독하다. 나도 3년째에야 겨우 적응했다. 힘든 과정을 함께 몸으로 이겨내면서 선수들 간에 끈끈한 유대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런 팀 분위기는 외국인 선수들에게까지 전염됐다. 일본인 선수 카도쿠라 켄은 “한국 미국 일본에서 야구를 하면서 이런 팀은 처음이다. 동료들과 헤어지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3차전 선발이었던 게리 글로버는 “5차전부터는 불펜 대기라도 하겠다”고 나섰다. 오늘 한국시리즈 5차전 승부의 흐름에서는 2연패 뒤 2연승을 달린 SK가 앞선다. KIA가 어떤 카드로 SK의 상승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남은 한국시리즈의 관건이다. 22일 열리는 5차전 선발로 KIA는 아킬리노 로페즈를, SK는 카도쿠라를 예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