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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쿠팡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와 관련해 쿠팡페이 검사에 착수한다. 쿠팡 플랫폼 입점 판매자에게 고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해 논란을 빚은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검사도 시작한다.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2일부터 쿠팡페이, 쿠팡파이낸셜 동시 검사에 돌입한다.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330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금감원은 ‘원아이디·원클릭’ 구조로 연결된 자회사 쿠팡페이를 현장 점검해 결제 정보 유출 여부 등을 살펴왔다. 하지만 쿠팡페이가 점검 초기 요청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아 구체 내용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금감원은 강제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점검에서 검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자금융거래법상 검사 대상인 전자금융업자가 금감원 검사를 거부·방해·기피할 경우 과태료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은 결제 정보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쿠팡 플랫폼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연 19%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파이낸셜도 금감원 검사를 받는다. 이 상품은 쿠팡 입점 상인에게 최대 5000만 원을 연 최대 18.9% 금리를 적용해 빌려주는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이다. 연체가 발생하면 판매자 쿠팡 정산금을 담보로 원리금을 회수한다. 7월부터 상품 판매가 중단된 12월까지 약 5개월간 전체 평균 금리는 연 14.1%였다.금감원은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입점 업체에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적용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쿠팡파이낸셜이 입점 업체 판매 정산금을 담보로 잡는 구조로 운영하면서도 해당 상품을 신용대출로 빌려줬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사할 계획이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은 지난해 7월 말 출시 이후 12월 말까지 1958건이 판매돼 누적 대출 금액이 181억74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쿠팡파이낸셜 측은 중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층 판매자를 위한 상품이다 보니 고금리가 불가피했고 제2금융권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전담 관리·감독하는 인원을 대폭 충원하고 행정안전부와 함께 6월 말까지 건전성 집중 관리에 나선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에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을 전담할 인력 10명을 증원했다. 그동안 새마을금고 검사·관리 인원이 적어 수많은 개별 금고 현황을 일일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8.37%로 상당히 높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부실채권 매각 등으로 연체율이 5%대로 내려왔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1% 미만으로 관리되고 있는 은행권 연체율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개별 금고의 건전성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250개 새마을금고 중 경영 실태평가 등급 4등급(취약)과 5등급(위험)을 받은 금고 수는 2022년 말 1개에서 지난해 6월 말 159개로 급증했다. 정부는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외환·부동산시장 불확실성, 가계부채 등과 함께 새마을금고 부실을 잠재적 위험으로 꼽았다.금융당국은 주무 부처인 행안부와 함께 6월까지를 새마을금고 특별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상시 감시 및 합동 감사 형태로 연체율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감독 대상인 개별 금고 수를 확대하고 연체 채권 정리와 부실 금고 구조조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건전성 개선 정도를 확인한 뒤 하반기(7∼12월)에 재논의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전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새마을금고가 사실상 관리 감독 사각지대 같다”고 지적하면서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전담 관리·감독하는 인원을 대폭 충원하고 행정안전부와 함께 6월 말까지 건전성 집중 관리에 나선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에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을 전담할 인력 10명을 증원했다. 그동안 새마을금고 검사·관리 인원이 적어 수많은 개별 금고 현황을 일일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8.37%로 상당히 높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부실채권 매각 등으로 연체율이 5%대로 내려왔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1% 미만으로 관리되고 있는 은행권 연체율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개별 금고의 건전성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250개 새마을금고 중 경영 실태평가 등급 4등급(취약)과 5등급(위험)을 받은 금고 수는 2022년 말 1개에서 지난해 6월 말 159개로 급증했다. 정부는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외환·부동산시장 불확실성, 가계부채 등과 함께 새마을금고 부실을 잠재적 위험으로 꼽았다.금융당국은 주무 부처인 행안부와 함께 오는 6월까지를 새마을금고 특별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상시 감시·합동 감사 형태로 연체율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감독 대상인 개별 금고 수를 확대하고 연체 채권 정리와 부실 금고 구조조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건전성 개선 정도를 확인한 뒤 하반기(7~12월)에 재논의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전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새마을금고가 사실상 관리 감독 사각지대 같다”고 지적하면서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금융감독원이 쿠팡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와 관련해 쿠팡페이 검사에 착수한다. 쿠팡 플랫폼 입점 판매자에게 고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해 논란을 빚은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검사도 시작한다.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2일부터 쿠팡페이, 쿠팡파이낸셜 동시 검사에 돌입한다.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330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금감원은 ‘원아이디·원클릭’ 구조로 연결된 자회사 쿠팡페이를 현장 점검해 결제 정보 유출 여부 등을 살펴왔다. 하지만 쿠팡페이가 점검 초기 요청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아 구체 내용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금감원은 강제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점검에서 검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자금융거래법상 검사 대상인 전자금융업자가 금감원 검사를 거부·방해·기피할 경우 과태료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은 결제 정보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쿠팡 플랫폼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연 19%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파이낸셜도 금감원 검사를 받는다. 이 상품은 쿠팡 입점 상인에게 최대 5000만 원을 연 최대 18.9% 금리를 적용해 빌려주는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이다. 연체가 발생하면 판매자 쿠팡 정산금을 담보로 원리금을 회수한다. 7월부터 상품 판매가 중단된 12월까지 약 5개월 간 전체 평균 금리는 연 14.1%였다.금감원은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입점업체에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적용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쿠팡파이낸셜이 입점 업체 판매 정산금을 담보로 잡는 구조로 운영하면서도 해당 상품을 신용대출로 빌려줬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사할 계획이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은 지난해 7월 말 출시 이후 12월 말까지 1958건이 판매돼 누적 대출 금액이 181억74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쿠팡파이낸셜 측은 중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층 판매자를 위한 상품이다 보니 고금리가 불가피했고 제2금융권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3, 2, 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에 생기던 파도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엔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기자가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에서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칸델라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여객선 ‘P-12 노바(Nova)’ 운항을 시작했다. 100% 전기로 움직여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로 빠른 시속 46km로 달린다. 노바 이용객이기도 한 링엔홀 씨는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성장시켜 수출 엔진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엔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엔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3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지난해 엔라이드가 아이온큐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억 달러(약 1452억 원)에 달한다.이들 기업 창업자는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대표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EQT)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팔크 엔라이드 대표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창업 선배가 VC로 활약하는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1인당 VC 투자액은 2020∼2024년 누적액 기준 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에인절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스웨덴 스타트업의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 기업공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에인절 투자자 또는 VC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엔라이드, 클라르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EQT 벤처는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고 설명했다. 韓 은행들 혁신기업 찾는 ‘AI 헤드헌터’ 도입… “기술력은 갈 길 멀어”국내 은행, 올해 AI로 우량기업 선별AI가 은행의 대출 심사 기간 줄여줄 듯“AI의 기업대출 기능, 아직은 보조적”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 분석, 사업 역량, 기술 경쟁력, 업종 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 정보와 산업 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앞으로 대출받기 힘든 청년들이 연 4.5% 금리의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잔인한 금융’이라 질타한 서민금융 상품의 이자도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급전이 절실한 취약계층에게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도와 함께 일자리 창출 등의 대책이 병행돼야 취약계층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MB 정부 때 나온 미소금융 17년 만에 부활금융위원회는 8일 경기 수원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제1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포용금융 추진계획과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 포용금융이란 개인과 기업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뜻한다. 우선 금융위는 이달 2일부터 ‘햇살론 특례보증’의 금리를 연 15.9%에서 12.5%로 낮췄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햇살론 금리는 연 9.9%까지 인하했다. 햇살론 특례보증은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이면서 신용점수 하위 20%에 해당할 때 최대 1000만 원을 대출해주는 서민금융 상품이다. 금융위가 서민금융 상품 금리를 낮춘 것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에 대해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같다. 이걸 서민금융이라 어떻게 이름 붙일 수 있겠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고졸자, 미취업자 등 청년을 위한 미소금융 상품도 17년 만에 다시 나온다. 금융위는 청년들에게 5년 만기로 최대 500만 원을 연 4.5%의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미소금융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도입된 정책으로, 당시에는 취약계층에게 무담보, 저금리로 최대 7000만 원까지 대출해준 바 있다. 송병관 서민금융과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청년들이 학원비, 창업 준비 등 사용 목적을 분명하게 입증해야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포용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한해 서민금융출연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매입채권 추심업, 허가제로 강화 금융위는 은행권의 서민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 공급 규모를 올해 4조 원에서 2028년 6조 원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신규 취급액 기준)도 올해 30%에서 2028년 35%까지 높인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옛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도 기존 15.9%에서 5∼6%대로 완화한다. 빚을 갚지 못한 연체자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금융사들의 채권 추심 관행도 전면 손질한다. 금융회사 연체 채권을 매입해 추심하는 매입채권추심업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대부업과의 겸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이들에 대한 관리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신용정보법상 채권추심회사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고용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국민성장펀드 투자처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늘릴 의지를 보이는 기술 기반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 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분석, 사업역량, 기술경쟁력, 업종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올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정보와 산업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앞으로 대출받기 힘든 청년들이 연 4.5% 금리의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잔인한 금융’이라 질타한 서민금융 상품의 이자도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급전이 절실한 취약계층에게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런 제도가 취약 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MB정부 때 나온 미소금융 17년 만에 부활금융위원회는 8일 경기 수원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제1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포용금융 추진계획과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 포용금융이란 개인과 기업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뜻한다.우선 ‘햇살론 특례보증’의 금리가 이달부터 연 15.9%에서 12.5%로 낮아진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햇살론 금리는 연 9.9%까지 인하된다. 햇살론 특례보증은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이면서 신용점수 하위 20%에 해당할 때 최대 1000만 원을 대출해주는 서민금융 상품이다.금융위가 서민금융 상품 금리를 인하하기로 한 것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에 대해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같다. 이걸 서민금융이라 어떻게 이름 붙일 수 있겠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고졸자, 미취업자 등 청년을 위한 미소금융 상품도 17년 만에 다시 나온다. 금융위는 청년들에게 5년 만기로 최대 500만 원을 연 4.5%의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미소금융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도입된 정책으로 당시에는 취약계층에게 무담보, 저금리로 최대 7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도록 한 바 있다.송병관 서민금융과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청년들이 학원비, 창업 준비 등 사용 목적을 분명하게 입증해야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금융위는 포용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한해 서민금융출연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로 강화금융위는 은행권의 서민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 공급 규모를 올해 4조 원에서 2028년 6조 원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신규 취급액 기준)도 올해 30%에서 2028년 35%까지 높인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옛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도 기존 15.9%에서 5~6%대로 완화한다.빚을 갚지 못한 연체자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금융사들의 채권 추심 관행도 전면 손질한다. 금융회사 연체채권을 매입해 추심하는 매입채권추심업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대부업과의 겸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이들에 대한 관리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신용정보법상 채권추심회사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다만 취약 계층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걸 넘어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청년 고용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취약 계층들을 위한 별도의 일자리 마련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꼬집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 등을 포함해 금융권 지배구조 전반을 손보는 논의가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오전 은행연합회,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과 함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연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부패한 이너서클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지 약 한 달 만에 협의체가 출범하는 것이다. 당초 금감원이 지배구조 개선 TF를 주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도 높게 비판한 뒤 금융위가 합류하면서 감독·권고를 넘어 법·제도 전반을 포괄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TF는 최고경영자(CEO) 선임·승계 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보장,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모범 관행 등 자율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보단 법·제도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논의도 테이블에 오른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해선 이사회의 독립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문제의식의 본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사회 및 경영진의 성과보수 체계 적정성에 대한 논의도 예상된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사는 CEO 선임과 연임 과정에서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이 반복돼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셀프 연임’을 이어왔다는 비판이다. 금감원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절차 논란이 제기된 BNK금융지주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검사 결과와 TF 논의 내용 등을 바탕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의의 결과가 금융회사의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관치 금융’ 입김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SBS와 넷플릭스가 파트너십을 체결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자사 주식을 사고팔아 8억 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 SBS 전 직원 A 씨가 검찰에 고발됐다.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7일 제1차 정례 회의를 열고, SBS 전 직원 A 씨를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조사 결과 A 씨는 SBS 재무팀 공시 담당자로 재직하던 2024년 하반기에 SBS와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급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맺는다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얻은 뒤 2024년 10~12월에 SBS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해당 사실이 발표되며 SBS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등 큰 폭으로 오르자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이 정보를 부친에게도 전달해 주식을 사고팔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A 씨와 부친이 벌어들인 부당이득을 약 8억3000만 원으로 추산했다. 증선위는 A 씨의 부친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보다 낮은 수준인 검찰 통보 조처를 의결했다.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로 번 시세 차익이 5억 원을 넘을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A 씨 외에도 다른 SBS 직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꼬집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 등을 포함해 금융권 지배구조 전반을 손보는 논의가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오전 은행연합회, 5대 금융지주 등과 함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연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부패한 이너서클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지 약 한 달 만에 협의체가 출범하는 것이다.당초 금감원이 지배구조 개선 TF를 주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도 높게 비판한 뒤 금융위가 합류하면서 감독·권고를 넘어 법·제도 전반을 포괄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TF는 최고경영자(CEO) 선임·승계 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보장,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모범 관행 등 자율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보단 법·제도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논의도 테이블에 오른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해선 이사회의 독립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문제의식의 본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사회 및 경영진의 성과보수 체계 적정성에 대한 논의도 예상된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사는 CEO 선임과 연임 과정에서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이 반복돼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셀프 연임’을 이어왔다는 비판이다. 금감원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절차 논란이 제기된 BNK금융지주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검사 결과와 TF 논의 내용 등을 바탕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의의 결과가 금융회사의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관치 금융’ 입김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주요 시중은행들이 그동안 수급난으로 판매를 중단했던 소형 골드바를 다시 판매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한국금거래소의 3.75g, 10g 등 소형 골드바 판매를 재개했다. 또한 삼성금거래소의 37.5g, 187.5g, 375g 등 중형 골드바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금값 폭등으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소형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고 100g, 1kg짜리 골드바만 판매해 왔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새해를 맞아 공급 물량이 풀리면서 소형 골드바를 확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소형 골드바 판매에 앞서 공급사(LS MnM)에 공급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이르면 19일부터 10g, 100g, 1kg 단위의 골드바 판매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도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수급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중으로 판매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금을 둘러싼 다양한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량을 세분해 판매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값은 베네수엘라 사태 등의 여파로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물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4477.1달러로 마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주요 시중은행들이 그동안 수급난으로 판매를 중단했던 소형 골드바를 다시 판매한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한국금거래소의 3.75g, 10g 등 소형 골드바 판매를 재개했다. 또한 삼성금거래소의 37.5g, 187.5g, 375g 등 중형 골드바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금값 폭등으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소형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고 100g, 1kg 골드바만 판매해왔다.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새해를 맞아 공급 물량이 풀리면서 소형 골드바를 확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소형 골드바 판매에 앞서 공급사(LS MnM)에 공급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이르면 19일부터 10g, 100g, 1kg 단위의 골드바 판매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도 한국금거래소 골드바 수급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중으로 판매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 뿐만 아니라 금을 둘러싼 다양한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량을 세분화해 판매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값은 베네수엘라 사태 등의 여파로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물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4477.1달러로 마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집을 살 때 받는 대출 등에 따른 금융 부담이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여전히 부담이 컸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직전 분기(60.4)보다 0.8포인트 낮은 59.6으로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준다. 지수가 60을 밑돈 건 2020년 4분기(57.4) 이후 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부담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하락해서다. 2022년 말 연 5∼6%대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연 3%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또 지난해 3분기(7∼9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543만9000원)이 1년 전보다 3.5% 증가하는 등 소득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소득은 증가했는데 금리 인하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면 그만큼 금융 부담이 낮아진다. 다만 지역 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서울(+1.8포인트), 세종(+1.6포인트) 등은 전국 지수 하락에도 오히려 올랐다. 서울 및 주요 거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 크다. 특히 서울의 지수는 155.2로 광역 지자체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내 집 마련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임을 보여주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집을 살 때 받는 대출 등에 따른 금융 부담이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여전히 부담이 컸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직전 분기(60.4)보다 0.8포인트 낮은 59.6으로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준다. 지수가 60을 밑돈 건 2020년 4분기(57.4) 이후 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부담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하락해서다. 2022년 말 연 5~6%대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연 3%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또 지난해 3분기(7~9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543만9000원)이 1년 전보다 3.5% 증가하는 등 소득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소득은 증가했는데 금리 인하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면 그만큼 금융 부담이 낮아진다. 다만 지역 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서울(+1.8포인트), 세종(+1.6포인트) 등은 전국 지수 하락에도 오히려 올랐다. 서울 및 주요 거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 크다. 특히 서울의 지수는 155.2로 광역 지자체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내 집 마련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임을 보여주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고환율에 ‘짠내’ 해외여행고환율에 여행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등 환율이 덜 오른 나라로 향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경비를 최소화해서라도 해외 여행을 포기하지 못하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태국 물가는 저렴할 줄 알았는데 스타벅스를 가보니 아메리카노 한 잔에 120밧(5497원)이네요. 한국은 4700원인데….” 40대 직장인 오대석 씨는 지난해 12월 태국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애초 가고 싶었던 미국 하와이, 괌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나마 비용이 저렴할 것 같은 태국을 대안으로 골랐는데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신혼여행 계획을 처음 세웠던 지난해 6월만 해도 1밧에 41원대였는데, 현재 46원에 육박하면서 6개월 만에 12%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오 씨는 “저렴한 물가를 기대하고 갔는데 환율이 상승하면서 장점이 사라졌다”면서 “호텔 현지 결제 비용부터 비싸졌는데, 커피값마저 한국보다 비싸 여행 기간 내내 환율을 신경 썼다”고 하소연했다. 고(高)환율에 해외여행 풍속도가 달라졌다. 여행지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환율이 떠오르고 있다. 환율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을 선택하거나, 현지 식당에 가는 대신 숙소에서 직접 사서 해 먹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환율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패키지 여행이 선호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용 부담에 해외를 포기하고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옮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환율 덜 오른 나라가 대세직장인 김태진 씨(39)는 올 초 친구들과 중국 상하이 여행을 계획 중이다.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인 만큼 마음 편하게 놀고 먹고 마시자는 생각에 환율이 여행지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됐다. 지난해 12월 평균 원-위안 환율은 208.26원 수준. 전년 동기(196.93원) 대비 5.8%(11.33원)가량 올랐다. 유로가 같은 기간 14.3% 오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편이다. 중국을 택한 건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관광 입국을 허용한 점도 한몫했다. 김 씨는 “소도시보다 물가가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비자 발급 수수료를 아낀 돈으로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서모 씨(40)는 지난해 11월 아내와 함께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거리와 비슷한 분위기에 과거 포르투갈이 지배할 당시 지어진 유럽풍 건축물의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홍콩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점은 덤. 무엇보다 마카오 화폐인 파타카는 지난 1년간 원화 대비 가치가 1.6% 오르는 데 그쳤다. 서 씨는 “라스베이거스처럼 호텔 앞 분수 쇼를 즐길 수 있었고, 포르투갈 음식도 합리적인 가격에 사 먹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여행 카드인 하나카드 ‘트래블로그’의 국가별(12개국) 환전액·이용액을 분석해 보면 이처럼 환율이 덜 오른 나라를 여행지로 삼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2025년 1∼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환전액 증가 비중이 높아진 나라는 중국(171.9%)이었다. 뒤이어 말레이시아(59.4%), 필리핀(58.3%), 인도네시아(37.8%)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2022년부터 매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은 2025년 1∼11월 환전액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감소(―2.0%)했다. 원-엔 환율은 2025년 연평균 951.39원으로 2024년 연평균(901.59원)에 비해 50원 가까이 올랐다. 동일 인원이 동일한 금액을 환전했다면 환전액이 늘어야 하는데 실상은 거꾸로인 것이다.지갑이 얇은 젊은 여행객들의 증가로 싸고 맛있게 즐기는 ‘짠돌이’ 여행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만 원에 24시간 카레와 우동 같은 음식을 제공하는 고시원 방 수준의 호텔에 묵으면서 비용을 아끼거나, 야키니쿠나 초밥을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 식이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를 방문한 김모 씨(30)는 “술과 고기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을 찾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때웠다”면서 “할인점인 돈키호테나 다이소에서 한 푼이라도 더 싼 물건을 구매하려 다른 외국인들과 경쟁적으로 쇼핑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7월 대지진설’ 여파로 일본 관광 수요 둔화에 더해 해외 직구 활성화로 인해 현지 쇼핑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도 환전액 비중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여행 떠나기 직전 국내 여행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숙박, 교통, 레저, 투어를 할인받아 결제한 뒤 출국하는 경향성도 한몫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환율 등락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은 자주 방문하는 나라인 만큼 기념품 수요 등이 타 국가 대비 적을 수 있고, 비행 시간이 짧아 체류 기간이 적은 만큼 환전액 둔화 경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하와이서 장 보고 끼니 때워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5년 11월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REER)는 87.05(2020년=100)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말(85.47) 이후 최저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86.63)과 비슷하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0개 교역 상대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당시 원화의 REER 순위는 64개국 중 63위였다. 일본(69.4) 덕에 꼴찌를 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여행은 포기하지 못할 삶의 가치다. 유년기부터 해외여행을 접했거나, 각종 여행 유튜버에게 친숙한 2030세대들에게 환율은 불편할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캡슐 호텔에 몸을 구겨 넣을지언정. 대학생 강모 씨는 “2025년 9월 미국으로 떠났을 때 편의점에서 2달러짜리 머핀과 커피세트로 연명했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친구들은 다 해외여행 가는데 왜 우리만 안 가느냐”는 자식들 원성을 못 이기는 경우도 많다. 성수기마다 국내 유명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을 경험하며 “그 돈이면 차라리 해외를 가겠다”고 결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행의 목적을 소비보다 경험에 둠으로써 고환율을 견디는 이들도 생겨났다. 바닷가 또는 번화가 인근 호텔을 잡아 조식과 해수욕, 쇼핑을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다소 수고로움을 더하는 식이다. 40대 전문직 송모 씨는 “매년 부모님과 함께 하와이로 2주가량 가족 여행을 떠나고 있는데 올해는 환율 부담으로 와이키키 해변 앞 호텔이 아닌,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현지인 집을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서비스)로 구했다”면서 “외식도 인근 식당을 찾기보다는 코스트코 회원권을 활용해 구매해서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었다”고 말했다. 여행사를 통한 여행 상품 중 배낭보다는 패키지 상품을 선호하고 있는 경향성도 엿보인다. 패키지 상품은 전체 여행 경비의 70∼90%가량을 한국에서 결제하고 가기 때문에 현지에서 고환율 부담이 적다는 게 여행사들 설명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10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사전 결제를 하는 패키지 여행의 경우 예약 취소율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4, 5개월 뒤 상품의 경우 여행 상품 가격 자체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이 부담스러운 여행객은 캐나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 월보 10월호에 따르면 전년 대비 여행객 증가율이 높은 국가는 중국(39.3%), 인도네시아(36.7%), 캐나다(27.3%), 홍콩(13.9%) 순이었다. 북미, 유럽 통틀어 10%대 넘는 증가율을 보인 국가는 캐나다가 유일했다.● 해외여행 취소하고 국내 관광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1422.2원으로 비상계엄으로 국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4년(1364.0원)보다 4.3% 높았다. 심지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1398.9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 환율에 국민들도 역대 최고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탓에 일부는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모 씨는 “방학을 맞아 아들 어학연수 겸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려 했는데 달러 강세로 체류비가 걱정돼 포기했다”면서 “그 돈으로 아들은 국내에 있는 영어 캠프를 보내고, 국내 여행을 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 윤모 씨(39)는 “겨울 휴가를 동남아 리조트에서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높은 환율로 인한 금액적 부담 등을 고려해 국내 호텔, 풀빌라로 계획을 변경했다”면서 “수영장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이 많기도 하거니와 숙박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비행기 삯, 현지 식대 등을 고려하면 해외와 국내 여행 전체 예산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예약한 해외여행마저 취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모 씨(58)는 “태국 깐짜나부리 지역으로 봄마다 보름간 골프 여행을 다니고 있어 내년 3월에도 항공권은 끊어놨는데 요즘 밧화 값이 올라 장점이 줄고 있다”며 “취소하고 한국에서 골프를 쳐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 이곳에서는 청소기처럼 생긴 작은 로봇이 흰 바닥 위를 분주히 누비고 있었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 바닥에는 건물의 외형, 배관 위치 등이 담긴 설계도가 그려졌고 그 위로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시공 안내문이 새겨졌다. 다양한 국적의 현장 작업자들은 언어 장벽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미국의 대형 건설사, 데이터센터, 아파트 등에서 쓰인다. 건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설계도를 그리던 기존 방식보다 업무 효율을 수 배 높였다.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디렉터는 “로봇이 설계도를 정확히 그려주면 사람들은 시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로봇 기술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금융’이 든든한 연료가 됐다. 이곳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은 창업 초기 2, 3년간은 수익을 안 따지고 밀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실리콘밸리 금융 생태계에는 ‘홈런 한 번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포용한다’는 문화가 진작에 뿌리내렸다. 혁신 금융의 토양에서 성장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최근 미 증시가 3년 연속 20%대 상승을 이어가며 견고하게 성장하는 비결 역시 혁신 금융이 키워낸 혁신 기업의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혁신 금융 기반이 약한 국내에서는 한계를 느낀 창업가는 물론이고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사들까지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이제는 혁신금융 전쟁] 〈2〉 실패해도 투자하는 실리콘밸리기술 결함 겪었던 美 로봇 스타트업실패에도 재도약 할 수 있던 비결로 벤처캐피털 꾸준한 투자 기반 꼽아유행 테마산업에 쏠리는 韓과 달리 실리콘밸리선 기업 잠재력 우선시“B급 사업도 A급 맨파워면 선택”“첫 투자자는 우리와 커피를 몇 번 마신 뒤 투자를 결정했어요.”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의 테사 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첫 투자 유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8년 창업한 라우 CEO는 창업 초기 첫 투자자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커피를 마시며 건설 산업에 대해 새로 배운 점과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점점 발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더스티 로보틱스는 신생 기업이라서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전진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클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라우 CEO는 과거 창업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실패해도 투자 기회를 주는 ‘혁신 금융’의 힘이 더스티 로보틱스를 키운 셈이다. 덕분에 이 기업은 7년간 약 7000만 달러(약 1011억 원) 투자를 모을 수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2024년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도 꼽혔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혁신 금융가들이 스타트업 실패를 이해해주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여러 실패가 기업을 성장시켜” 라우 CEO는 이미 한 번 사업을 접고 더스티 로보틱스를 창업했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초창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로봇을 쓰다가 반품시켰다. 작동 오류로 바닥에 설계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곧바로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때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제품을 재설계했다. 기술이 개선됐고 당시 로봇을 퇴출시켰던 아파트 건설사를 다시 고객으로 돌렸다. 라우 CEO는 “우리의 역사는 많은 실패로 가득 차 있고 그 실패가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회고했다. 더스티 로보틱스가 실패에도 버텨내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역할이 컸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사업 완성도나 손익보다, 이 기술이 실패를 거쳐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 9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을 기다려준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마케팅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늘 ‘이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초기 2, 3년간 수익화 여부를 묻지 않는다.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은 “벤처 펀딩은 육아와 비슷해서 4, 5년 만에 크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맨파워, B급 사업도 A+급으로 키운다” 데이터 분석업체 ‘디맨드세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 전역엔 114만8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455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105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전체 유니콘 기업은 13개였다. 실리콘밸리 지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전체의 8배다. 실리콘밸리가 유니콘 기업을 활발하게 배출할 수 있는 비결은 ‘혁신 금융’의 투자 공식이다. 혁신 투자자는 사업 자체의 우수성보다 창업 멤버 역량을 본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는 한번 검증한 창업가를 ‘세쿼이아 패밀리’로 본다. 세쿼이아 투자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진에딧’ 박효민 대표는 “세쿼이아는 사업보다는 사람을 검증하고, (검증된 사람들인) ‘세쿼이아 패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리에게 ‘망하더라도 다음 창업 때 우리에게 제일 먼저 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설적인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나는 A급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B급 팀보다, B급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A급 팀에 투자하겠다. 왜냐하면 A급 팀은 B급 아이디어의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A+급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 금융권은 사람의 역량이나 기업의 가능성 대신 그때그때 유행하는 테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AI) 등 테마 분야가 아닌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면서 “특히 내수 산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수익에 ‘0’ 하나 더 붙어” 실리콘밸리에 韓벤처 지원 조직 러시‘IBK창공’, 韓 스타트업 美진출 지원HD현대-중기부도 현지 거점 마련“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방식 바꿔야”국내서도 창업 생태계 강화 목소리“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보다 수익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IBK창공’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기관은 IBK기업은행 창업 육성 조직이다.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큰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선 한 번 투자 기회가 올 때 규모가 크다”며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으면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력으로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 재창업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한국 은행과 대기업도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이유는 혁신 자금이 풍부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기회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은 2021년 KDB실리콘밸리를 설립했다. 창업가가 자연스럽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 ‘넥스트라운드’를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연다. HD현대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SF’를 열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창업가들에게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개소를 목표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를 조성하고 있다. SVC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던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KVIC)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확장해 마련한다. 정부와 기업, 은행이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건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혁신 금융을 키워 국내 창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은행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해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한 국내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벤처 투자는 외면받기 쉽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실리콘밸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보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서울=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서울=신무경 기자 yes@donga.com서울=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서울=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보통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1년이 걸리지만, 이 장치를 쓰면 2∼3시간 만에 통신이 연결됩니다.” 지난해 12월 15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게일랑 지역에 들어선 스타트업 ‘트랜스셀레스티얼’을 찾았다. 이 회사의 모하마드 다네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속하고 저렴하게 통신을 연결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다네시 CTO는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인허가, 땅 매립 등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장비로 하면 레이저를 사용한 무선이라 간편하다”고 소개했다. 이 스타트업의 통신 기술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일본, 인도,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첨단 기술 하나만으로 세계 자금을 싱가포르로 끌어들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스타트업 기술의 수혜를 누리고 세계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건 혁신 금융 덕분이었다.● “벤처투자사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해 성공”트랜스셀레스티얼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싶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를 22억 명 정도로 추산했다.다네시 CTO는 “레이저 통신 기술로 세계 누구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싱가포르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 여러 국가의 통신사들과 협업 중이다. 지난해 11월엔 일본 최대 통신 회사 NTT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일본은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태풍이 잦아 통신망을 빠르게 복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엠파워파트너스의 캐시 마쓰이 파트너는 “지진과 태풍으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가 끊겨도 이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다네시 CTO는 이란 국적이지만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웠다. 싱가포르에 혁신 산업을 수혈해 주는 ‘혁신 금융’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업은) 수백 곳의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자평했다.싱가포르에서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아치센’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세계 곳곳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디지털 농식품 기업 ‘팜바이트’와 조인트 벤처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국경 부근의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JS-SEZ)에 스마트팜도 지었다. ‘제2의 딥시크’인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마누스는 지난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에 2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됐다.● 세제 혜택, ‘혁신금융’ 유입 촉진싱가포르가 아시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혁신금융’이 강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2023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국 6곳(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 금액 중 싱가포르 점유율은 73.3%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엄모 씨(48)는 “다양한 투자 회사들이 있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 상속·증여세, 양도·배당소득세가 없는 점도 수많은 혁신 금융이 유입되는 배경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소재 한 벤처캐피털의 대표는 “투자 환경이 자유로운 데다 세대 간 자산 이전도 용이해 북미권, 유럽 투자사, 기관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은행들 일찍이 ‘체질 변신’ 싱가포르의 강점으로 꼽히는 ‘전통 은행의 체질 변신’은 한국 금융권이 배워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싱가포르 은행인 DBS, UOB, OCBC는 가계대출 영업에서 벗어나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아시아권 스타트업에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OCBC는 창업 후 6개월∼2년가량 된 초기 스타트업에 최대 1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1225만 원)를 빌려주는 ‘비즈니스 퍼스트 론’을 도입했다. UOB는 스타트업 해외 확장과 기술을 지원하는 ‘핀랩(Finlab)’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자회사 버텍스홀딩스의 추아 키 록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정부는 은행이 스타트업 투자로 본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은행들이 그 과정에서 투자 노하우를 익혔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강국과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금융회사들이 혁신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고 있지만, 한국 금융권은 여전히 부동산 대출 중심 영업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담보 없이도 기술력만 있으면 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기업이 아무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선다고 해도, 금융사들이 자금의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리지 않으면 혁신 산업 육성은 물론 1%대 저성장을 벗어나기도 어렵다.● 30년째 안 바뀌는 ‘손 쉬운 영업’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분기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국내 은행권(시중·지방·인터넷전문·특수은행)의 주담대는 767조786억 원으로 전체 원화대출금(2466조1660억 원)의 31.1%를 차지했다. 9월 말 기준으로 2019년(31.3%) 이후 가장 높다.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부동산 대출에 치중하는 이유는 기업 대출에 비해 개별 대출 규모가 작아 손실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한국 부동산 특성상 담보가 확실해 은행이 돈을 떼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만큼 은행 수익률은 높아진다.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손실을 곧바로 메울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연쇄 부도에 이은 금융권 줄도산 이후 국내 은행들은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 영업에 주력해 왔다. 이런 영업 관행이 약 30년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은행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한국 경제에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스타트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자금이 좀처럼 향하지 않다 보니 국가 전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당장은 안전해 보이지만, 경제 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기가 된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빚을 못 갚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추명삼 한국은행 금융시장연구팀 차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은행 대출 여력이 줄면 전체 신용 공급이 줄어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 벤처 집중 투자하는 VC마저 자금 회수한 건축 플랫폼 스타트업은 사업 악화로 2024년 1월 법원으로부터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투자사는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투자자가 이해관계인(대표)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근거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행사했다. 스타트업은 “조금만 기다려 주면 이자라도 갚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법원은 투자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이후 스타트업 업계는 얼어붙었다. 창업자가 사업에 삐끗하면 언제라도 개인 자산을 날릴 수 있는 선례가 됐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VC)들은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투자한 스타트업으로부터 돈을 회수하는 분위기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이 막히면서 투자 실적이 없는 이른바 ‘깡통 VC’도 등장하고 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5년 1∼11월 투자 실적이 ‘0원’인 VC는 36곳에 달한다. 전체 등록 벤처투자사(384개)의 약 9.4%가 소위 깡통 투자사인 셈이다. 2020년에는 깡통 투자사가 11곳(전체의 5.6%)에 불과했는데, 5년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형 은행은 가계 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을 바꾸지 않고, VC마저 자금줄이 막히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토스, 배달의민족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이 안 나온 지 오래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VC와 사모펀드(PE), 금융회사가 각각 역할별로 창업 생애주기 전체에서 초기 스케일업부터 인수합병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회수가 용이한 자본시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치중된 자금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려야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대 교수는 “은행권이 그동안 부동산 담보 대출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는 그 돈을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 성장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지난해 12월 16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역. 금융 중심지인 ‘래플스 플레이스’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이곳에 7층짜리 회색 건물이 서 있다. 물류 창고, 자동차 부품 센터 등이 에워싸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건물에 들어서니 벽면을 따라 5m 높이 거치대에 촘촘하게 심어진 푸른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벽을 따라 조성된 ‘수직 스마트팜’이다. 상추, 케일, 근대 등 9개 종 식물이 밭이 아닌 인공 시설에서 자란다. 이곳 담당 직원 에릭 치아 씨는 “로봇이 농작물 방제, 운반, 점검 등을 모두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빌딩 안 수직 농장은 2015년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스마트팜 기업 ‘아치센’이 관리한다. 식물 영양분과 산성 농도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조절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빈센트 웨이 아치센 대표는 “싱가포르 국토에서 경작지 비중은 고작 1%”라며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치센은 도시 국가 특성상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싱가포르 경제 모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에서 나는 채소는 이 나라 전체 채소 소비량의 4%에 불과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는 수입이 안 돼 가격이 치솟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9만 달러 부국(富國)의 약한 고리가 드러났다. 아치센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혁신 금융’이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설비투자, 전기료 등 비용 부담이 커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혁신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싱가포르는 물론 한국 벤처캐피털(VC)과 말레이시아 식품 기업 등이 800만 달러(약 116억 원)를 투자했다.세계 최대 창업 강국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혁신 산업을 키우는 ‘혁신 금융’을 놓고 전쟁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싱가포르 벤처투자 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84%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금융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옛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금융 전쟁에서 뒤처진 한국이 지금이라도 더 과감히 나서야 혁신 산업을 일으키고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혁신 기업을 적극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면 유망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몰려올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이 부동산에서 혁신 기업으로 돈의 물꼬를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