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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몰래카메라로 무전을 하며 사기도박을 합니다.” 22일 오후 11시 광주 광산경찰서 상황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광주전파관리소 직원 A 씨의 전화였다. 불법 전파 사용 등을 단속하던 A 씨에게 사기도박판에서 사용 중이던 무전내용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관 8명은 A 씨가 알려준 장소로 출동했다. 경찰은 출동 40분 만에 광주 광산구 한 술집에서 남모 씨(36) 등 3명을 검거했다. 도박현장에서는 현금 786만 원과 몰래카메라 1대, 무전기 2대, 이어폰 2대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남 씨 등 3명은 22일 오후 9시 반부터 1시간가량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해 363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남 씨 등은 술집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와 모니터로 상대 카드 패를 확인한 뒤 무전기와 이어폰으로 알려주는 사기수법을 썼다. 이들의 사기행각은 무전내용을 감지한 광주전파관리소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일부 청소년들이 불법 다이어트 한약을 부모명의로 구입, 복용하는 등 아찔한 살 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시 특별사법경찰과는 마황·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불법 다이어트한약, 한약재 등을 처방·제조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A 씨(41·여) 등 8명을 입건한 뒤 관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 등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마황, 중금속이 포함된 91억 원 상당의 불법 다이어트 한약, 한약재, 식품 등을 제조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시는 A 씨 등이 판매한 불법 다이어트 한약을 구입한 21명을 조사한 결과 6명이 부모명의로 한약을 산 청소년이라는 것을 확인됐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 몰래 불법 다이어트 약까지 구입하는 것 같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약재인 마황이 다이어트 한약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광주시가 A 씨 등이 판매한 불법 다이어트 한약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성분 분석한 결과 과다한 마황·중금속이 함유돼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2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도덕면 봉덕리 내봉마을. 70, 80대 주민 40여 명이 100m² 남짓한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였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정신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설명을 듣고 나눠준 치매 테스트 조사지를 꼼꼼하게 읽은 뒤 칸을 메웠다. 김혜자 내봉마을 노인회장(75·여)은 “늙으면 치매가 가장 무서운 것 아니냐”며 “보건소에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해 만사 제쳐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고흥군은 2014년부터 노인들의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치타 마을 만들기’라는 이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치타 마을’은 ‘치매 타파 마을’의 줄임말이다. 치타 마을 만들기 사업 참가자는 2014년 2개 마을 360명에서 지난해엔 5개 마을 1680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흥군은 올해는 8개 마을 2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초고령사회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고흥군은 전국 264개 시군구 가운데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주민 6만8516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만5132명으로 37%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노인 인구 비율이 13%, 전남지역 노인 인구 비율이 20.5%라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 1곳, 전문 요양시설 15곳 외에 가정방문 돌봄 서비스를 하는 재가복지시설도 26곳이나 된다. 고흥군은 군이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이에 따른 갖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노인복지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엔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 14% 이상 고령사회,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로 분류한다. 고흥군은 올해 전체 예산 4700억 원 가운데 14%인 670억 원을 노인 복지 사업에 쓴다. 치타 마을 사업도 그중 하나다. 고흥군 보건소는 치매 조기검진과 예방 활동을 하는 치타 마을 만들기 사업이 노인들의 치매 발생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하는 요가, 웃음치료 등 각종 프로그램을 주 1회씩 총 8주간 진행한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치매 환자 7명을 조기에 발견해 전문병원과 연계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했다. 유점순 고흥군보건소 방문진료담당은 “현재 고흥의 치매 환자는 1182명으로 환자나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강사 등 40여 명이 매주 마을을 찾아 노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을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군은 치타 마을 사업 외에 ‘해피 고흥 사업’도 펼치고 있다. 민관(民官)이 함께 참여하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마을을 돌며 이미용 서비스, 농기계 수리 등 22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 목욕 봉사 서비스, 빨래방·공동생활관 운영 등 특화된 노인 복지 사업도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애주가들이 폭탄주 잔에 숟가락을 푹 한 번 찌르고 마시는데 그러면 진짜 술을 섞는 효과가 있어요.” 김남종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 사무국장(60)은 19일 만나자마자 폭탄주 얘기부터 꺼냈다. 계곡물이 강에 유입돼 수십 km를 흘러가도 인위적 작용이 없으면 섞이지 않는다며 수질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김 국장은 강산이 세 번 변할 동안 호남제주지역 환경을 지킨 전문가다. 그는 공직 생활 대부분을 호남제주지역 환경 문제를 총괄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보냈다. 연구원 등으로 환경 분야에서 34년간 잔뼈가 굵은 그는 후배들 사이에서 본받을 선배로 회자된다. 반평생을 지역 환경지킴이로 살아온 김 국장은 광주 북구 동운동(현 운암동) 출신이다. 광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조선대 환경생명공학과에 입학했다.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전공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했는데 평생 업이 됐다”며 웃었다. 대학을 졸업한 김 국장은 31년간 수질대기 분야 행정 공무원으로 일했다. 경인지방환경청(현 수도권대기환경청)과 환경부를 거쳐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26년 동안 공직 생활을 했다.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도 1년간 근무했다. 그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환경오염중앙점검반을 운영하고 배출업소 인허가제를 정착시켰다. 환경감시대가 수사권을 갖고 유역(하천)관리를 하게 된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공직 생활 흔적을 더듬어 보면 그가 왜 후배들의 표상이 됐는지를 알 수 있다. 김 국장은 공직 시절 항상 공부하는 직원이었다. 환경직은 기술행정이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전문성을 갖춘 식견은 업무에 큰 보탬이 됐다. 김 국장은 1988년 조선대에서 ‘임해공단 폐수가 연안해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같은 해 9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 대규모 적조가 발생해 큰 피해가 생겼다. 2007년 조선대에서 ‘산성강하물, 산림지역 유출수가 주암호 수질에 미치는 영향’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해도 주암호 녹조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석·박사 공부를 했던 것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의 심부름꾼인 공복(公僕)이 되려고 노력했다. 단속이 많은 환경 분야 속성상 모든 잘못에 칼(단속)을 휘두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수에 대해서는 단속보다 지도·개선이 먼저고 선배가 후배 대신 업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김 국장은 1990년대 전남의 한 공장에서 폐수 저장고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폐수 색깔이 회색이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검은색이면 미생물이 죽어 정화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그는 실수로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을 알게 됐다. “‘(미생물이) 비실비실해서 되겠느냐. 보약 좀 먹여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자 공장 직원 얼굴이 사색이 됐어요. 이후 폐수 저장고에 미생물이 살아난 것을 점검하고 상황은 끝났지만 그는 얻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 “공무원이 민원을 해결할 때는 소신과 강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죠.”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도 소통을 강조했다. 그의 이런 활동은 무등산이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데 일조했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그는 2012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무등산에 사는 주민 885명을 만났다. 당시 일부 주민들이 국립공원으로 되면 개발행위가 제한된다며 지정을 반대하자 구두 굽이 다 닳을 정도로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그런 노력으로 무등산에 300여만 m²의 숲을 보유한 무등산 편백자연휴양림 운영자 진재량 씨 등도 국립공원 지정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꾸준히 무등산 정화 활동을 벌이고 수차례 주민공청회를 개최하면서 무등산이 국립공원 자격을 갖추었음을 보여줄 자료를 모아 환경부에 제출했다. “국립공원 무등산에는 2018년까지 국비 1000억 원이 투입됩니다. 무등산이 1988년 월출산에 이어 25년 만에 21번째 국립공원이 된 것은 광주 시민은 물론이고 전남 화순·담양 주민들의 화합과 연대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서기관으로 3년 일찍 명예퇴직을 한 뒤 2014년 1월부터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인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 사무국장을 맡으며 환경 현안을 챙기고 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있는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는 화학공장과 철강업체가 밀집된 광양만권 환경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 최대 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는 3240만 m² 터에 300개 업체(직원 2만 명)가 입주해 있다. 연간 매출액은 98조 원으로 각종 환경 현안이 많다. 김 국장은 이런 여건을 감안해 산단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도 여수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1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2017년 유엔기후변화 총회 여수 개최를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여수산단 공장들은 2012년 엑스포 개최 이후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김 국장은 “개발에는 환경 문제가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반드시 해결할 방법이 있다”며 “자연은 자연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환경분야의 ‘기타 치는 아이디어맨’▼“음악 통해 여유-웃음 잃지 말자”… 조만간 환경기술 특허 5개 출원 김남종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지인들 사이에서 ‘기타 치는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그는 고교생일 당시인 1973년 광주 YMCA에서 운영하는 음악동아리에서 기타를 처음 배웠다. 당시 광주에서는 기타라는 악기를 접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이후 풍금, 만돌린, 우쿨렐레 등 각종 악기를 배우며 지인들과 노래를 불렀다. 음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환경업무 추진에도 이 같은 여유가 묻어났다. 김 국장은 또 환경 분야에서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공직생활 당시 환경오염 예방 폐수 이용시스템 개발과 환경오염물질 비상차단장치 고안 등으로 환경오염물질과 예산 절감에 기여했다. 그는 산림, 토양에서 발생하는 자연유기물을 정화하는 장치나 환경오염물질 유출을 차단하는 시스템 등 특허 2개를 갖고 있다. 그는 조만간 환경기술 특허 5개를 출원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한국의 환경기술은 어떤 공장 폐수도 비용만 투입되면 100% 정화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됐다”며 “이제 환경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래세대에는 깨끗한 공기를 파는 자판기가 등장하고 곤충생물이 주력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각종 환경 아이디어가 지역민들이나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면 좋겠다”며 말을 마쳤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아름다운 밤바다로 연간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전남 여수가 고품격 명품 관광 도시 도약을 꿈꾸고 있다. 18일 여수시에 따르면 해상 케이블카, 오동도, 엑스포장, 종포 해양공원 등 주요 명소를 찾은 관광객은 2012년 1525만 명, 2013년 1041만 명, 2014년 992만 명, 지난해 1356만 명이었다. 여수는 2012년 엑스포 때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긴 이후 2014년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관광객이 주춤했다. 지난달 여수 관광객은 7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만4000명보다 22.3%가 감소했다. 이는 경기 불황과 한파 등으로 전국 관광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다음 달 관광객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는 올해도 관광객 1000만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관광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여수만의 특색이 있는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돌게장, 갓김치, 서대회무침, 갯장어회 등 십미(十味)를 위주로 명품 음식점을 지정해 고품격 음식문화를 선보이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진남상가와 수산시장에 사후면세점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관광 해설사와 함께 아름다운 바다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 유적지를 둘러보는 ‘골목길 투어’도 진행하기로 했다. 여수시는 2억 원을 들여 중앙동 종포 해양공원에 낭만 해안 포장마차 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청년 상인, 주민 등이 운영하는 포장마차 17개가 들어선다. 포장마차 거리는 한국의 나폴리로 통하는 여수 구항 앞바다와 종포 해양공원이 인근에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종포 해양공원은 빼어난 경관 조명 시설과 다양한 조형물이 많은 여수를 대표하는 야경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종포 해양공원과 이순신 광장 등 해안 구도심 8곳에서는 거리 공연(버스커)을 선보인다. 조계윤 여수시 관광진흥팀장은 “그동안 여수 관광이 관광객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품격을 높여 체류형 관광지로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추진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이 다음 달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사업 추진과 평가, 향후 기본 방향과 사적지 활용 방안 내용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광주시는 2013년 7월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지난해 5월 기념사업 연구용역을 전남대 5·18연구소에 맡겼다. 해당 조례는 5년에 한 번씩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플랜이 첫 번째다. 마스터플랜에는 그간 진행됐던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분석하고 평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은 5·18기념재단,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 광주시교육청, 전남대 5·18연구소, 광주 트라우마센터, 5·18기록관 등이 주체적인 역할을 했다. 전국적인 연대 단체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이 있다. 마스터플랜은 각 단체가 추진한 기념사업 가운데 중복 사업과 개선 사항, 향후 추진 방향 등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터플랜은 광주 도심에 산재한 5·18민주화운동 유적지 27곳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대책도 담는다. 사적지 가운데 광주 서구 화정동 국군광주병원 옛터(9만4095m²)에는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 전문기관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옛 국군광주병원 본관을 비롯해 36개 건물은 철거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한다. 병원 부지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숲은 열린 쉼터로 개방하고 ‘민주·인권·평화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적지인 광주 서구 쌍촌동 505보안대 부지(3만2911m²)는 역사교육 공간이자 어린이 체험공원으로 꾸며진다. 관사, 간부식당 등 14개 건물을 고쳐 다락방, 옥상정원 등 청소년 학습 창작 공간과 숙소, 놀이터 등으로 조성된다. 박해광 전남대 5·18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마스터플랜에 담았다”며 “마스터플랜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의 큰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올해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행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5월 17일 옛 전남도청 주변에서 열리는 전야제 등 행사에 대해 시민들이 소통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며 “각종 기념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만큼 마스터플랜에 그 대안이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완도에서 3시간가량 여객선을 타고 가면 여서도(麗瑞島)라는 섬이 나온다.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다. 주민이 7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섬 여서도가 최근 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소송으로 시끄럽다. 해산물 채취 권한과 판매 수입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어촌계(漁村契) 가입 여부를 놓고 귀어민과 원주민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보다 못한 법원이 섬에서 직접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14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따르면 여서도 주민 정모 씨(62) 부부가 제기한 마을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의 현장조정이 다음 달 말 여서도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원에 따르면 여서도에서 태어난 정 씨 부부는 2004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정착했다. 귀어 3년 만에 정 씨는 어촌계 회원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말 열린 마을총회에서 주민들은 정 씨의 어촌계 회원 자격 박탈을 결의했다. 정 씨 부부는 “자격 박탈은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정 씨가 주민 화합을 깨 규약에 따라 자격을 박탈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 씨 부부 외에도 여서도에 귀어한 도시민 10명 중 7명은 최근 어촌계 가입 문제로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귀어민 박모 씨(63)는 “원주민 자녀는 승계 명목으로 어촌계 회원이 됐는데 오랫동안 거주한 나는 자격을 얻지 못했다”며 어촌계 가입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서도는 해풍이 거세 전복, 미역 등의 양식을 할 수 없다. 매년 3∼5월 섬 앞바다에서 채취하는 돌미역이 마을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70대 해녀 2명이 바다에서 돌미역을 채취하면 어촌계원 20여 명이 건조 등 처리작업을 맡는다. 이렇게 생산한 미역 2t가량을 판매해 어촌계 회원 가구당 평균 4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받는다. 한정된 생산량을 감안할 때 어촌계에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민 김모 씨(49)는 “돌미역이 유일한 수입원인 주민들 입장에서는 추가 회원 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귀어의 특징 때문이다. 귀농의 경우 자신이 경작할 땅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귀어는 국가 소유 바다와 갯벌을 이용할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어촌계 가입 여부가 중요하다. 어촌계 회원이 아니면 정상적인 어업 활동이 힘들고 마을에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힘들다. 전국 어촌마을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귀어민이 늘면서 어촌계 가입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양웅렬 완도군 수산정책계장은 “한정된 바다를 사용하다 보니 어촌계마다 가입조건을 정한 규약을 두고 있다”며 “귀어민들과 원주민 간에 융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전국 어촌계 1994개 가운데 190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촌계 신규 회원 가입 자격으로 거주 기간 5년 이상이, 가입비는 100만 원 이상∼500만 원 미만이 가장 많았다. 이런 가입조건을 놓고 귀어민은 ‘텃세’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 규칙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거주 기간과 가입비 등의 조건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아무 조건 없이 귀어민을 받는 어촌계도 있다”며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마을별 어촌계 가입 조건 등을 안내해 주는 만큼 귀어를 결정하기 전에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아픈 동생을 위해 부르던 노래, 이젠 세계적 바리톤이 되고 싶어요.” 이산아 군(18)은 전남예술고가 생긴 지 22년 만에 성악 전공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처음 입학한 학생이다. 농어촌 지역인 전남은 학생이 적은 데다 전문적인 개인지도 등을 받기 힘들어 한예종 합격이 어렵다. 이 군은 4일 전남 무안군 전남예고 종합예술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노래했다. 그는 바리톤답게 덩치가 큰데도 민첩하고 항상 웃고 다녀 친구들 사이에서 ‘꽃돼지’로 불린다. 이 군은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바리톤이 되겠다는 꿈을 전해 주는 듯 열창했다. 참석자 800명은 이 군의 노래에 환호했다. 참석자들 가운데는 이 군의 가족과 여동생 나래(가명·6) 양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나래 양은 이 군의 노랫소리를 듣고 잠결에 눈꺼풀을 찡끗하는 듯했다. 나래 양은 선천성 심장질환, 뇌병변장애(1급), 시각장애(1급)로 몸조차 가눌 수 없어 엄마(49)가 한시도 옆을 비울 수 없다. 하우스 설치 일을 하는 아빠(56)는 2남 2녀 자녀들을 양육하고 막내 나래 양 치료비를 마련하는 일이 벅차다. 전남 해남군 우수영에 집이 있는 이 군은 교회 찬양대로 활동하는 부모를 따라가 어릴 때부터 노래를 했다. 이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노래를 좋아하는 부모를 따라 전남 목포 부부합창단 연습에 갔을 때 부부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던 박인승 전남예고 성악교사(44)가 이 군의 성악 재질을 알아보고 다듬어줬다. 박 교사는 “산아는 성악가로 대성할 수 있는 드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군이 바리톤의 꿈을 갖게 된 것은 중3 때다. 나래 양이 TV 소리는 물론이고 부모의 목소리에도 반응이 없었지만 이 군이 부르는 노래에는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 군은 이후 동생을 위해 노래를 부르다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2013년 전남예고에 입학한 이 군은 2년 동안 매일 집에서 학교까지 하루 4시간 거리를 고되게 통학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성악 개인지도를 받지 못한 이 군은 세계적인 바리톤과 국내 성악가들의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연습했다. 이 군은 고교 재학 내내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이 군의 개인 교습 경험은 지난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후원으로 서울에서 받은 게 처음이다. 이 군은 지난해 10월 한예종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산아가 힘든 여건을 극복하고 나래를 많이 사랑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 군은 11일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한예종에 입학하기 전에 선배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이 군은 “나래가 박수를 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희망을 잃지 않겠다”며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생활부터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이 군의 부모가 학자금이나 각종 대회 참가비를 보탤 여력이 없어 각계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061-274-0041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곡성 주민들이 지역 특색을 물씬 풍기는 자생적인 나눔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전남 곡성군은 지역 나눔 가게인 나눔 시루 1호점 모차르트 제과점이 문을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곡성군은 조만간 나눔 시루 2, 3호점을 추가로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루는 1980년대까지 시골에서 떡, 음식을 찌거나 콩나물 등을 길러내 이웃 간에 음식을 나누는 행복한 도구였다. 나눔 시루는 전국적인 사회단체나 특정 기관이 만든 나눔 가게가 아니라 곡성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기부하는 가게 명칭이다. 나눔 시루의 기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민들은 나눔 시루 1호점 모차르트 제과점에서 빵을 구입하면서 기부할 돈을 쿠폰에 적어 시루에 꽂아놓는다. 그러면 빵이 필요한데 돈이 없는 소외계층은 시루에 꽂힌 쿠폰으로 조건 없이 빵을 살 수 있다. 나눔 시루는 청년들이 제안하고 주민들이 삼삼오오 자발적으로 참여해 1호점이 설립됐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는 몰랐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생적인 시민운동 성격을 띠고 있다. 주민들이 활발하게 참여한 덕분에 나눔 시루 1호점이 설립되는 데는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주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나눔 시루 1호점 가게를 물색한 뒤 함께 설립 준비를 했다. 귀농인들도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 시루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임채홍 씨(54)는 서울에서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2013년 곡성군 고달면 목동마을로 귀농했다. 임 씨는 디자인을 맡아 정겹고 따뜻한 ‘나눔 시루’를 만드는 등 많은 일을 도왔다. 임 씨는 “나눔 시루 가게들이 연이어 태어나 지역사회에 나눔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재능을 지역사회에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60대 노인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손녀를 온몸으로 감싸 안아 부상을 막았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도로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A 씨(52)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A 씨는 9일 오후 8시 42분 전남 고흥군 동강면 한 마을 입구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B 씨(68)와 그의 손녀(3)를 치어 B 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손녀는 이마, 코에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 씨가 같이 사는 손녀에게 과자를 사주기 위해 매일 집 인근 상가에 갔던 점에 비춰 당시에도 과자를 사주려고 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B 씨가 교통사고로 숨지기 직전 손녀를 온몸으로 감싸 안아 손녀가 받은 충격이 완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손녀를 마지막까지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웅크렸던 것 같다”며 “사고 당시 운행한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를 통해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설 연휴 첫날 80대 노부부가 한옥주택의 밀폐된 주방에서 연탄불로 목욕물을 데우다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6일 오후 1시 반경 광주 동구의 한 한옥주택 주방에서 성모 씨(85)와 그의 부인(80)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아들 이모 씨(26)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발견 당시 15m² 넓이 주방에서 성 씨는 고무대야 물속에, 그의 부인은 옆에서 목욕을 시켜주는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주방에 있던 연탄화로 위 양동이에는 목욕물을 데운 흔적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성 씨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고,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정된 그의 부인은 허리가 아파 평소 집에서 물을 데워 목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설 다음날인 9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의 한 가정집. 이주여성 이와세 히로미 씨(51·岩瀨 博美)가 인근 마을에 사는 할머니 이모 씨(77)의 집을 찾아 안부를 살폈다. 이 할머니는 나주에 살고 있는 큰아들이 자주 방문해 문안을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농촌 집에서 홀로 보내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일본댁 히로미 씨가 말벗이 돼 적적한 생활에 활기를 넣어준다”고 말했다. 히로미 씨는 설 연휴 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설을 쇠고 떠나 다시 혼자가 된 노인들을 찾아가 문안을 하거나 안부전화를 했다. 설 명절 끝자락에 더 커지는 홀몸 노인들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일본 구마모토 현 출신인 히로미 씨는 1997년 남편 최진성 씨(54)를 만나 나주로 시집을 왔다. 그는 19년째 남편과 농사일을 하며 부업으로 유유를 배달해 3남매를 키우는 억척 주부다. 그는 남편이 운전면허증이 없어 농사일을 하는데 불편해지자 2003년 면허증을 땄다. 또 동네 부녀회장을 하면서 이웃들 애경사를 챙겼다. 히로미 씨의 활발한 생활은 2009년부터 홀몸 노인 생활관리사로 활동하는데 저력이 됐다. 그는 홀몸노인들을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가 문안을 하고 두 번씩 안부전화를 하는 생활관리사로 7년째 활동하고 있다. 전국 생활관리사 8402명은 각자 홀몸노인 25~30명씩을 돌본다. 전국 홀몸 노인 20%정도가 생활관리사 돌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설 연휴에도 생활관리사들이 홀몸노인들을 챙기고 있다. 히로미 씨는 전남지역 생활관리사 921명 가운데 유일한 이주여성이다. 나주는 농촌이어서 홀몸노인 집이 멀리 떨어져 있다. 히로미 씨는 생활관리사 수당으로 받는 70여만 원을 거의 전부 차량 운행비로 써가며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중앙독거노인지원센터 관계자는 “한국 주부에게도 3D업종으로 통하는 생활관리사를 이주여성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히로미 씨는 현재 나주 다시면 홀몸노인 30명과 문평면 홀몸 노인 9명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39명 가운데 4명은 설에도 아무도 찾지 않은 외로운 처지다. 히로미 씨는 “이들 4명은 자녀가 없거나 왕래가 끊겨 혼자 설을 보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은 노인들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고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히로미 씨는 동네 홀몸 노인들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일본댁 하며 친근하게 찾을 정도로 듬직한 돌보미다. 한밤중에 병원에 데려다 달라는 홀몸 노인들의 전화를 받곤 한다. 히로미 씨는 “돌아가신 시부모님이나 일본에 홀로 계신 아버지(82)한테 못 다한 효도를 생활관리사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대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나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장은 낮에 문산에서 봤지. 그거 알아? 거리로 따지면 여기서 문산 가는 거랑 개성 가는 거랑 같아.” 4일 오후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만난 김태유 씨(72)의 말을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이곳에서 북한의 ‘기정동 마을’까지는 불과 1.8km. 마을회관 2층에만 올라가도 북녘 땅이 훤히 보였다. 김 씨는 “전쟁 나기 전 어렸을 땐 개성도 다 우리 생활권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민간인 거주지역인 대성동 마을의 분위기는 삼엄하다. 주민들조차 출입카드가 없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금시간’도 있다.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DMZ 안에 만들어졌다. 현재 47가구 202명이 살고 있다. 100m 높이의 국기게양대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이 서 있다. 이곳은 유엔군사령관의 관할 아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도 명절이 다가오면 들뜨기 시작한다. 수십 년 전 만들어져 제대로 된 수리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작고 낡은 집들이지만 외지에서 식구들이 꾸역꾸역 들어오면 정겹기 그지없다. 주민들 역시 분주해진다. 논과 밭,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체육관 외에는 아무 시설도 없는 마을에서, 주민들은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차를 끌고 20km가량 떨어진 문산의 5일장을 찾는다. 평소 무뚝뚝한 표정으로 경비를 서던 유엔군사령부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소속 미군들도 마을의 터줏대감인 최고령 어르신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린다. 설날만큼은 싹싹한 ‘군인청년’ 혹은 ‘군인양반’이 되는 것이다. 불안과 평화가 묘하게 공존하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북녘 동포와 함께 설맞이를 할 ‘그날’을 그리고 있었다.▼ 사할린 귀국 동포 ‘고향 노래’에 어깨춤 덩실 ▼대성동의 새해 소망은 63년째 ‘평화’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수십 년째 얼굴을 맞대고 살다 보니 서로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나면 다른 집에 세배를 드리러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40, 50대 ‘청년’들이 아이들에게 설빔을 입혀 어르신들의 집으로 세배를 다닌다. 김동구 이장(48)은 “미군들이 세배를 다니는 것도 한국의 정서를 체험하려는 뜻이다”고 말했다. 명절 직전 동네 부녀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어르신들과 나들이에 나서는 것도 대성동 마을의 오랜 전통이다. 파주 시내로 나가 식사를 대접하고 TV 말고는 볼거리가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오랜만에 영화 구경도 시켜드린다. 매년 비슷한 설이었지만 올해 주민들의 감회는 평소와 다르다. 정부가 대성동 마을을 ‘통일 첫 마을’로 지정해 본격적인 ‘새 단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택들은 대부분 1980년대 지어지거나 개량된 뒤 사실상 보수공사를 하지 못한 채 낡아왔다. 집마다 벽에 금이 가고 겨울에는 난방도 잘되지 않아 주민들은 스티로폼을 덧대 단열재로 쓰기도 한다. “공화당(마을회관) 있지, 공화당. 그건 이승만 대통령 때 만든 거야. 정말 오래된 건물이라고.” 김태유 씨가 마을회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봄이 되면 마을 주택과 상하수도 등의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군내면 주민자치위원장인 김인근 씨(63·여)는 “우리 집은 3월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올해 추석은 새집에서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기뻐했다. 그래도 여전히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첫 번째 새해 소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화’다.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애청자라는 김태유 씨는 “이젠 정말 ‘어서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인근 씨는 “북한에서 매일 내보내는 대남방송도 시끄럽고 아직도 ‘언제 와서 잡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며 “새해에도 남북 평화가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김 이장은 “그래도 명절인데 같은 동포끼리 설을 함께 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소망을 밝혔다.고향 가락에 어깨춤… 사할린 동포의 미소 4일 오전 인천 연수구의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연분홍, 연노랑 한복으로 가득했다. 미리 맞는 설 잔치가 열린 이곳에서 사할린 동포 수십 명이 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췄다. 김상유 전 복지관장(62)은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곱게 단장하셔서 알아보기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곳 복지관에 머무는 사할린 동포는 91명. 모두 말년에 영주귀국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사할린 동포들의 거처는 26곳에 이른다. 잔치 분위기로 들뜬 복지관 한가운데 짙은 푸른색의 카디건을 입고 조용히 박수를 치는 할머니가 있었다. 김금옥 할머니(88). 사할린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해 12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영주귀국해 생애 처음으로 고국에서 설을 맞는다. “좋수다. 만족합니다.” 짧게 소감을 말한 뒤 김 할머니는 가슴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줄곧 사할린에서 살았다. 김 할머니는 “사할린이 너무 작아 손자들은 대륙에 정착해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하바롭스크에 정착한 손자가 그를 모시려 했지만 불편한 마음에 고국행을 선택했다. “여기서는 일 안 해도 밥 주고, 손자들도 편하고, 얘기할 사람도 많아 좋아요.” 김 할머니의 남편은 탄광 노동자로 사할린에 강제징용 됐다. “탄광일이 감옥살이나 같았는데 해방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장가도 왔죠. 그런데 오래 못 살았어….” 김 할머니가 43세일 때 남편은 아들 셋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 김 할머니는 텃밭에 꽃과 채소를 심어 돈을 벌었다. “꽃 장사해서 아이들 대학도 다 보냈지. 고생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보람은 있죠.”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고향으로 가는 배∼ 꿈을 실은 작은 배∼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갑시다.” 복지관 직원이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흐뭇한 표정으로 구경하던 김 할머니 곁에 한 부부가 다가섰다. 사할린 홀름스크에서 동네 이웃으로 지낸 동포 강영희 씨(69·여)와 그의 남편이다. 김 할머니가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자 강 씨가 말했다. “큰아드님이랑 친하게 지낸 우리 남편이에요.” 큰아들이라는 말에 할머니는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할머니의 첫째, 셋째아들은 예순을 넘기지 못한 채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강 씨가 설명했다. 그러고는 김 할머니를 다독였다. 오전에 만든 만두로 점심 식사를 하는 사이, 보드카가 한두 잔씩 오갔다. 스마트폰에 저장한 손주들의 사진을 서로 자랑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4만3000명의 한인이 사할린에 남았다. 현재 남은 1세대 한인은 700여 명에 불과하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동포들을 위한 영주귀국 지원은 물론이고 역방문, 일시 모국방문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잔치가 벌어지는 내내 김 할머니는 연보랏빛 꽃이 그려진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노래 부르는 직원을 보며 “우리 아들도 노래 잘했어”라며 흥겨워했다. 김 할머니와 강 씨는 서로 손을 잡고 “아주머니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여기가 훨씬 좋아요. 잘 왔어요”라며 얼싸안았다.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 김 할머니의 미소가 따뜻했다.명절 때 고향 생각은 만국 공통 명절이 다가오면 외국인 이주민 역시 짙은 향수에 젖어든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좌동 전통시장에서 만난 중국인 쑤잉(蘇穎·30) 씨. 그는 “아직도 설이 다가오면 긴장이 된다. 주부가 할 일이 가장 많지 않냐”며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부지런히 고르고 있었다.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자란 그는 어느덧 아이 둘을 둔 7년 차 주부. 2009년 12월 1년간 알고 지내던 한국인 남편(39)과 결혼하면서 ‘부산 아지매’가 됐다. 쑤 씨는 과일, 나물, 생선가게를 차례로 들러 물건을 살폈다. 꼼꼼하게 가격을 물으면서도 정작 물건을 사진 않았다. “설이라 장을 크게(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물가가 어떤지 미리 둘러보러 온 거예요.” 알뜰함만 보면 한국 아줌마가 다 된 것 같지만 쑤 씨는 아직도 한국의 설이 낯설고 어렵다. 고향의 춘제(春節)와 시기도 같고 음식을 준비해 가족 친지와 나눠 먹는 풍습도 닮았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액운을 쫓기 위해 집마다 터뜨리는 폭죽 때문에 시끌벅적하고 친지나 이웃을 방문하느라 들뜬 춘제와 달리, 한국의 설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음식 준비도 만만찮은 일이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이 워낙 많다보니 주방에서 시어머니 보조 역할을 하는 쑤 씨 역시 힘에 부친다. 게다가 두 시누이의 가족이 모이면 끼니마다 10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는 “춘제는 쉬는 날이 길어서 온 가족이 3, 4일 여유 있게 음식을 준비한다”며 “한국에서는 연휴가 짧아 부담이 크다”고 했다. 우리가 설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춘제에 꼭 만두를 먹는다. 그는 “대추 두부 땅콩 등 만두피 속에 넣는 다양한 재료마다 복을 비는 의미가 달라서 먹는 재미도 크다”며 “동전을 넣은 만두를 고른 사람에겐 올해 재물 운이 넘칠 것이라며 축하해주는 등 식사 내내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명절 준비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정한 시댁 식구의 도움과 격려가 큰 힘이 된다. 쑤 씨는 “차례상 차리는 법 등 한국 문화를 잘 몰라 허둥댈 때마다 어머니께서 차근차근 가르쳐 주셔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새 옷과 세뱃돈, 맛있는 음식에 웃음꽃이 피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것도 고향에 대한 향수도 싹 잊는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한국에서 일곱 번째 설을 맞는 네팔 출신의 우샤 가우텀 씨(35)는 명절 때 깊어지는 향수를 동포들에 대한 봉사로 달래고 있다. 우샤 씨는 2004년 카트만두에 선교사로 온 인도 출신 바쿨 다이마리 씨(45)와 결혼했다. 이어 광주신학대 석사과정에 입학한 남편을 따라 2009년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낯선 한국생활 탓에 카트만두에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힌 적도 많다. 그러나 서툰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딸(12·초등학교 5학년)과 함께 다문화학교인 새날학교를 다니며 조금씩 나아졌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그는 학교생활 1년 만에 능숙한 한국말을 구사하게 됐다. 우샤 씨는 2010년 광주에 있는 네팔 출신 근로자 400여 명과 이주여성 50여 명을 위해 통역 봉사를 시작했다. 몸이 아픈 동포들과 함께 직접 병원에 가 한국 의사들에게 ‘아픈 증세’를 설명했다. 임금체불 등 법적 분쟁 등을 겪을 때도 통역은 물론이고 모든 과정을 챙겼다. 네팔 동포들 사이에 ‘똑순이’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광주 광산구 평동주민센터 옆 건물에 있는 네팔인센터에 머물고 있다. 설 연휴 때인 7일에는 남편이 있는 광산구 네팔인교회에서 동포들과 조촐한 잔치를 열고 치킨카레와 콩죽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고향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우샤 씨는 “집에서는 네팔 풍습에 따라 손으로 음식을 먹지만 동포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숟가락을 사용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인천=김민 kimmin@donga.com /부산=강성명 /광주=이형주 기자파주=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소외된 이웃에게 온정을 전해주세요.” 경기 불황 여파로 설 명절 기부가 줄고 있다.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설 명절에는 물품과 기부금이 총 9억 원 정도 접수됐으나 올해는 7억 원에 그쳤다고 3일 밝혔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살뜰히 챙기는 온정은 식지 않아 한파 속에 훈훈한 정을 더해주고 있다.○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명절 한국전력은 3일 설을 앞두고 조환익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본사가 위치한 전남 나주의 사회복지시설인 이화영아원을 방문했다. 이들은 아이들과 설맞이 음식 만들기 등 봉사활동을 펼친 뒤 성금을 전달했다. 한전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2주간을 설 명절맞이 봉사주간으로 정하고 본사를 비롯한 전국 267개 사업소 2만여 명의 봉사단원이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조환익 사장은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노사가 하나가 돼 지속적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명절 기부가 줄었다는 소식을 접한 농협 전남지역본부는 소외계층 아동들을 위해 사랑의 쌀을 전달했다. 전남지역본부는 2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0만 원 상당의 쌀 250포대(20kg들이)를 기탁했다. 공동모금회는 쌀을 전남 목포의 아동복지시설 43곳에 보내기로 했다. 고교생들도 이웃 사랑이라는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광주 진흥고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봉사단은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양동 일대에서 설맞이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펼쳤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전달된 연탄은 학생들이 모금해 마련한 것이다. 따사모 봉사단은 2011년부터 노인복지센터, 요양원 등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허정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설 명절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나눔 분위기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얼굴 없는 천사들의 선행 명절이면 광주 광산구 하남동주민센터에 이웃을 위한 물품을 놓고 사라지는 ‘하남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다녀갔다. 하남동주민센터는 1일 새벽 누군가가 주민센터 건물 앞에 사과 50상자를 놓고 갔다고 밝혔다. 이 기부자는 2012년부터 해마다 설이나 추석 때 간단한 편지와 함께 쌀, 과일 등을 하남동주민센터 앞에 놓고 갔다. 이번이 9번째 나눔이다. 광주 동구에도 익명으로 쌀을 기부하는 이가 있다. 지난달 28일 익명의 기부자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20kg들이 쌀 100포대를 기탁했다. 동구는 13개 동주민센터를 통해 홀몸노인, 중증장애인, 저소득 가구에 쌀을 전달할 계획이다. 익명의 쌀 기부는 지난해 11월 11일 쌀 50포대, 같은 해 12월 15일 쌀 100포대에 이어 세 번째다. 홍화성 광주 동구 부구청장은 “익명의 기부가 소외계층에 희망이 되고 있다”며 “주민을 대신해 익명의 기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전직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 씨(사진)가 향년 7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힌츠페터 씨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독일 북부 라체부르크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그는 2004년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에서 가족들에게 ‘광주에 묻히게 해 달라’는 말을 유언처럼 반복했다. 그는 이후 건강을 회복했고 광주시는 그가 사망하면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힌츠페터 씨는 2005년 광주를 다시 찾아 5·18기념재단에 손톱, 머리카락을 담은 편지봉투를 남기고 독일로 돌아갔다. 가족묘에 묻혀야 한다는 가족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5·18기념재단은 고인의 손톱, 머리카락을 5·18묘역에 안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인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일본 특파원으로 광주의 상황을 취재해 세계에 알렸다. 그가 목숨을 걸고 광주 현장을 기록한 영상자료는 군부 독재의 폭압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힌츠페터 씨는 1968년 NDR의 영상기자가 된 뒤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현장을 누볐다. 그는 1978년 일본 특파원으로 부임하면서 박정희 정권 치하의 사건들을 기록했다. 그는 1980년 5월 한국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광주에 왔다. 그가 5월 광주에서 촬영한 충격적인 영상을 담은 필름은 독일 전역에 방송됐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판결에 항의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5일 치러지는 현지 장례식에 조문단을 보낼지, 안장을 언제 할지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0대 주부가 야간에 고소장을 접수하러 검찰청 당직실에 갔다가 심정지를 일으켰으나 수사관들과 구급대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생명을 건졌다. 1일 광주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6시 32분 광주지검 1층 당직실에서 주부 박모 씨(52)가 심정지를 일으켰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박 씨는 당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검찰청에 갔다. 당직실을 지나던 이모 수사관(37)이 쓰러져 있는 박 씨를 발견하고 다른 수사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수사관은 박 씨의 상태를 살폈고 박모 수사관(45)은 119에 위급 상황을 알렸다. 수사관 5명은 119상황실에서 휴대전화로 지시하는 내용을 듣고 박 씨의 상태를 살폈다. 119상황실 관계자는 박 수사관 등이 “박 씨가 의식은 없지만 호흡을 하고 있다”고 전하자 “자가 호흡을 계속 시켜라”고 말했다. 박 수사관 등은 지시에 따라 박 씨의 목도리를 풀고 목을 제쳐 자가 호흡을 유도했다. 119에 신고가 접수된 지 5분 후 광주 동구 지산119안전센터 강모 소방위(37) 등 구급대원들이 광주지검 당직실에 도착했다. 강 소방위 등은 박 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조선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박 씨는 건강을 회복하고 지난달 말 건강하게 퇴원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수사관들과 구급대원들 모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박 씨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면허 운전을 하다 발생한 사고로 친구 1명이 숨지자 “숨진 친구가 운전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 난 고교생 7명이 모두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전북 정읍경찰서는 31일 숨진 친구에게 무면허 운전을 뒤집어씌운 혐의(범인 도피 교사)로 김모 군(18·고1)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거짓말에 동조한 나머지 6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이 몰던 카니발 차량은 이날 0시 25분경 정읍시 북면의 한 도로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반대편 교각과 전신주를 들이받은 뒤 농수로에 떨어졌다. 이 사고로 동승한 최모 군(18)이 숨졌고, 김 군을 포함한 7명도 부상을 입었다. 1명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차량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김 군 등은 경찰에 “죽은 최 군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차량 운전석 유리창이 훼손되지 않았는데 최 군이 사망했다는 점에 의문을 갖게 됐고, 사고지점 부근의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숨진 최 군이 아니라 검은색 점퍼를 입은 김 군이 운전대를 잡은 것을 확인했다. 결국 경찰 조사 결과 김 군은 지난달 30일 저녁 최 군이 아버지 몰래 끌고 나온 차로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 주려고 운전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 군은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며 경찰에 잘못을 인정했다. 나머지 친구들도 동조한 사실이 드러났다.정읍=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43년간 한센인을 돌보다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던 소록도 백인 ‘할매 수녀’가 11년 만에 소록도를 찾는다. 전남 고흥군은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5월 17일 할매 수녀 두 분 중 한 분인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83)가 소록도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마리안느 수녀는 암 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을 회복했고 마가렛 피사렛 수녀(82)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두 수녀는 소록도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록도에 왔다. 두 수녀는 1962년부터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해 한센인들 사이에서 할매라고 불렸다. 고흥군은 두 수녀가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 소록도에는 한센인 환자 3000여 명이 있었지만 의료진은 의사 1, 2명, 간호사 3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소록도 병원에 와서 한 첫 일은 한센인과 함께 식사하기였다. 당시에는 한센인들을 멀리하며 국내 의료진조차 직접 치료하기를 꺼렸던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여서 수녀들의 행동은 충격이었다. 두 수녀는 맨손으로 환자의 상처 부위에 약을 발라주는 등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줬다. 두 수녀는 2005년 귀국할 때 까지 마리안느·마가렛으로 이름 지어진 작은 관사에서 검소한 생활을 했다. 두 수녀는 2005년 11월 소록도를 떠날 때 편지만 남겼다. 편지에는 ‘노인이 된 자신들이 소록도에 부담될까 봐 그것을 불편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군은 지난해 말 마리안느·마가렛 선양사업 추진 조례를 제정했다. 고흥군은 9, 10월 두 수녀의 봉사활동 자료를 수집, 정리해 노벨평화상 추천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두 수녀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등 다양한 선양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고흥군은 두 수녀의 봉사정신 덕분에 소록도가 전국에서 의료봉사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등 자원봉사 천국이 된 것을 감안해 마리안느·마가렛 자원봉사학교도 설립할 계획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노벨평화상 추천을 추진하는 것은 두 수녀님이 실천한 박애 인권 봉사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프로축구 시민구단인 광주FC의 시즌권 구매 릴레이에 지역사회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FC 입장권 1장은 어른 기준 8000원이다. 시즌권 1장은 어른 6만 원, 청소년 4만 원으로 총 25회 입장이 가능하고, 25명이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시즌권은 입장권 구매 가격보다 70% 정도 싸다. 시즌권 1호 구매자는 윤장현 광주시장이다. 윤 시장은 시즌권을 구매한 뒤 조영표 광주시의회 의장, 정원주 광주FC 대표이사를 두 번째 구매자로 지목했다. 시즌권 릴레이 캠페인은 구매자가 응원 메시지를 전달한 뒤 다음 구매자 2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조 의장은 문태환, 김동찬 광주시의회 부의장을, 정 대표이사는 최영준 광주MBC 사장, 김혁종 광주대 총장을 3차 구매자로 꼽았다. 최 광주MBC 사장을 비롯한 간부 15명과 김 총장은 시즌권을 구매한 뒤 4차 구매자를 2명씩 지목했다.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2016년 시즌권 판매와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캠페인이 광주FC가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망망대해에서 중국어선이 전복돼 선체 6명이 갇혔으나 해경에 의해 선원 1명이 3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27일 전남 목포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5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북서쪽 85㎞해상에서 중국 산둥성 선적 경창어17987호(90t)가 전복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전복사고 이후 경창어17987호 선원 4명은 선체에서 빠져나와 다른 중국어선에 의해 구조됐으나 선원 6명은 선체에 갇혀있다’는 구조요청이었다. 사고 선박은 지역이 다른 중국어선으로 예인돼 중국으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기울며 전복됐다. 해경은 경비함정 4척, 헬기 2대, 항공기 2대 등을 사고해역에 급파했다. 헬기에 탑승했던 구조대원들이 이날 낮 12시 50분 사고해역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잠수요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오후 1시 10분 선체에서 숨진 선원 1명을 발견했다. 이어 오후 2시 45분 침수된 기관실에서 몸을 떨고 있던 선원 이모 씨(28)를 발견해 구조했다. 이 씨는 뒤집힌 선체 내 공기가 남아있는 공간인 에어포켓에서 생명을 의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구조된 이 씨가 저체온증을 호소해 경비함정 해양원격의료시스템으로 대형병원과 연계해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해경은 실종된 선원 4명을 구조하기 위해 선체수색 등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