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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6일 새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김형두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19기)와 정정미 대전고법 판사(54·25기)를 지명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 말 ‘코드 인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중도 성향의 정통 법관을 후임 재판관으로 지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색이 강했던 헌재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두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보호 의지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조화롭게 포용하고 통찰할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를 주요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자는 이달 28일과 다음 달 16일 각각 임기를 마치는 이선애(56·21기), 이석태 재판관(70·14기)의 후임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지명된 헌재 재판관이기도 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낸 김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에서 재판과 사법행정에 모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요직인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지만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판사 모임에서 활동하진 않았다. 김 고법 부장판사는 2010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약 6500만 원)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3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는데, 한 전 총리는 이와 별도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 고법 판사는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주로 근무했다. 대법원은 “약물 남용,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문제 등에 대한 법원의 접근 방식을 고민하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실천적 연구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재판에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여성인 정 고법 판사 내정으로 헌재의 여성 재판관 비율은 기존 3명(33.3%)을 유지하게 된다.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두 후보자 모두 정치적 고려보다 공판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진보 성향 인사를 지명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과 달리 김 대법원장이 임기 마지막 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도 성향의 정통 법관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 재판관은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이 3명씩 지명한다. 두 후보자는 대법원장 몫이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인준 표결 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헌재 재판관 지형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는 진보 6명, 보수 1명, 중도 2명으로 진보색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진보 5명, 보수 1명, 중도 3명이 된다. 헌재에선 법률 위헌결정, 탄핵, 헌법소원 인용결정 등을 할 때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유남석 헌재 소장을 포함해 나머지 재판관 7명도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교체된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 일정에 따라 이달 중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전자소송 홈페이지에는 4일 다시 ‘시스템 작업 안내’ 문구가 떴다. 언제까지라는 말도 없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시스템 작업 중”이라고만 했다. 2일 초유의 전산망 먹통 사태로 하루 종일 중단됐다가 복구된 후 하루 만에 다시 문을 닫은 것이다. 4일 0시 10분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전자소송 홈페이지 운영이 중단되고 전국 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 검색, 판결 열람 등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공지는 전날인 3일 오후 1시경에야 대법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54시간 동안 시스템 운영을 중단하면서 11시간 전에야 이 사실을 알린 걸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법원행정처는 당초 부산·수원회생법원 개원에 따른 데이터 이관 작업을 지난달 28일 업무시간 후 시작해 2일 오전 4시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서 작업이 지연됐고 2일 종일 초유의 전산망 중단 사태를 빚었다. 다수의 재판이 지연됐고, 변호사들과 민원인들은 서류 제출 및 사건기록 확인이 안 돼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국민들께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시스템 복구 하루 만에 상당수 서비스가 다시 중단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2일 시스템을 복구할 때 83%만 작업이 완료돼 나머지 작업을 하기 위해 시스템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법원 내에서만 알고 있다가 시스템 중단 직전 대법원 홈페이지에 슬쩍 공지한 것이다. 법원 출입기자단에는 서비스 중단 한참 후인 4일 오후에야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또다시 먹통’ 등의 기사가 쏟아지는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시스템 중단은)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강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임 중 여러 차례 “영상 재판과 형사 분야 전자소송 제도 정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28년까지 2100억 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도입에도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전자 시스템 도입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스템 안정성 확보다. 이미 민사소송은 수백 쪽짜리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모두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전자소송이 표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소송 시스템 중단은 국민들의 큰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법원의 전산 관리 능력뿐 아니라 대국민 소통 역량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법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 개선을 통해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유채연·사회부 기자 ycy@donga.com}
법원 전산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며 시스템이 중단돼 전국 법원에서 재판 차질이 빚어졌다. 약 3000억 원을 들여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재판 업무 디지털화를 시도해 온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옮겨야 할 데이터가 과거에 비해 대폭 늘어났음에도 하루 만에 개편작업을 진행하는 등 안이한 준비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사 재판 불가능”당초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은 부산·수원회생법원 개원에 따른 데이터 이관작업을 지난달 28일 업무시간 후 시작해 2일 오전 4시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서 작업이 지연됐고, 결국 업무가 시작하는 오전 9시까지도 시스템이 복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형사 재판 관련 전산처리 일체를 담당하는 재판사무 시스템 △판사들이 기록을 열람하고 결정문을 입력하는 법관통합재판지원 시스템 △재판 당사자 등이 재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일정을 확인하는 전자소송 시스템 등이 전면 중단됐다. 전국 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 검색도 불가능했다. 특히 서면 중심으로 진행되는 형사소송과 달리 대부분의 절차가 전자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민사소송에서 차질이 컸다. 민사소송의 경우 법정에서 업로드된 조서, 증거 등을 띄워놓고 진행하는데 이런 자료를 불러오는 법관통합재판지원 시스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선 이날 민사재판을 진행하려던 11개 재판부 중 3개의 재판부가 재판 기일을 급히 변경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민사 사건은 대부분 전자소송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재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당장 내일이 변론기일인데 아직 증거 등 서류를 못 내서 큰일”이라며 “분량상 직접 방문해 내기도 어려워 재판장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민사 재판에선 전자서류가 확인되지 않아 요지를 구두로 요약하거나, 종이로 된 서류를 보며 펜으로 다음 기일을 잡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법원행정처는 이날오후 2시 10분경에야 김상환 처장 명의로 “오늘(2일) 중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 시스템의 정상적 사용이 어렵게 됐다”며 사과했다.● 하루 만에 진행된 전산작업… “예고된 혼란”시스템 중단을 두고 법원행정처는 “방대한 법원 데이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새로 개원하는 부산·수원회생법원으로 약 7억7000만 건의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데 오류가 발생해 작업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방대한 데이터 양을 고려하지 않고 안이하게 개편작업에 나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데이터 이관 작업에는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며 “데이터 이관이라는 단순 작업으로 서버에 문제가 생긴 걸 보면 랜섬웨어나 해킹 등에도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법원 전산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며 시스템이 중단돼 전국 법원에서 재판 차질이 빚어졌다. 약 3000억 원을 들여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재판 업무 디지털화를 시도해 온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옮겨야 할 데이터가 과거에 비해 대폭 늘어났음에도 하루 만에 개편작업을 진행하는 등 안이한 준비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민사 재판 불가능” 당초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은 부산·수원회생법원 개원에 따른 데이터 이관작업을 지난달 28일 업무시간 후 시작해 2일 새벽 4시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서 작업이 지연됐고, 결국 업무가 시작하는 오전 9시까지도 시스템이 복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형사 재판 관련 전산처리 일체를 담당하는 재판사무시스템 △판사들이 기록을 열람하고 결정문을 입력하는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 △재판 당사자 등이 재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일정을 확인하는 전자소송시스템 등이 전면 중단됐다. 전국 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 검색도 불가능했다.특히 서면 중심으로 진행되는 형사소송과 달리 대부분의 절차가 전자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민사소송에서 차질이 컸다. 민사소송의 경우 법정에서 업로드 된 조서, 증거 등을 띄워놓고 진행하는데 이런 자료를 불러오는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선 이날 민사재판을 진행하려던 11개 재판부 중 3개의 재판부가 재판 기일을 급히 변경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민사 사건은 대부분 전자소송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판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당장 내일이 변론기일인데 아직 증거 등 서류를 못내서 큰일” 이라며 “분량상 직접 방문해 내기도 어려워 재판장에게 양해를 구해야하는 상황” 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민사 재판에선 전자서류가 확인되지 않아 요지를 구두로 요약하거나, 종이로 된 서류를 보며 펜으로 다음 기일을 잡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전만 해도 전자소송 홈페이지 등에 ‘낮 12시까지 시스템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공지를 올렸을 뿐 별다른 안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2시 10분 경에야 김상환 처장 명의로 “오늘(2일) 중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시스템의 정상적 사용이 어렵게 됐다”며 사과했다.● 하루만에 진행된 전산작업… “예고된 혼란” 시스템 중단을 두고 법원행정처는 “방대한 법원 데이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새로 개원하는 부산·수원회생법원으로 약 7억7000만 건의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데 오류가 발생하면서 작업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방대한 데이터 양을 고려하지 않고 안이하게 개편작업에 나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데이터 이관 작업에는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며 “데이터 이관이라는 단순 작업으로 서버에 문제가 생긴 걸 보면 랜섬웨어나 해킹 등에도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주말 이틀이 아니라 3·1절 하루만에 개편을 시도한 두고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 개원일이 2일이라 최대한 임박해서 누락분 없이 넘기다 보니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기자 ycy@donga.com장하얀기자 jwhite@donga.com}
김형두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19기) 등 8명이 이달과 다음 달 퇴임하는 이선애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후임 후보로 추천됐다. 이번에 추천되는 후보자 2명은 헌재 재판관 중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몫에 속한다.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대법원 헌재재판관후보추천위원회는 28일 오후 대법원에서 회의를 갖고 27명의 심사 대상자 중 8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주중에 이들 가운데 2명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명단에는 김 고법 부장판사 외에 김용석 특허법원장(60·16기), 김흥준 부산고법원장(62·17기),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60·18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58·22기), 노경필 수원고법 부장판사(59·23기), 정정미 대전고법 판사(54·25기) 등 현직 고위 법관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있는 하명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22기)는 비법관 중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다. 여성으로는 정 고법 판사가 유일하다. 김형두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지냈다. 김인겸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차장과 서울가정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추천위 관계자는 “다양성과 헌법에 대한 실력, 시대 흐름에 대한 인식 등 위원들마다의 기준에 따라 투표하며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장 몫으로 헌재 재판관에 지명되면 별도의 인준 표결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만 거친 뒤 헌재 재판관이 된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 일정에 따라 이달 중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김형두(58·사법연수원 19기)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60·18기) 등 8명이 3월과 4월 퇴임하는 이선애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후임 후보로 추천됐다. 두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 중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몫에 속한다.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대법원 헌재재판관후보추천위원회는 28일 오후 대법원에서 회의를 갖고 27명의 심사 대상자 중 8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주중에 이들 가운데 2명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명단에는 김용석 특허법원장(60·16기), 김흥준 부산고법원장(62·17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58·22기), 노경필 수원고법 부장판사(59·23기), 정정미 대전고법 판사(54·25기) 등 현직 고위법관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있는 하명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22기)는 비법관 중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다. 여성으로는 정 고법판사가 유일하다. 김형두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지냈다. 김인겸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차장과 서울 가정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김형두 김인겸 고법 부장판사가 다소 앞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천위 관계자는 “다양성과 헌법에 대한 실력, 시대 흐름에 대한 인식 등 위원들마다의 기준에 따라 투표하며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장 몫으로 헌재 재판관에 지명되면 별도의 인준 표결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만 거친 뒤 헌재 재판관이 된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 일정에 따라 3월 중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경남경찰청 기자단은 27일 ‘국가정보원 직원의 기자 사칭’ 논란과 관련해 국정원의 진상 규명 및 사과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23일 북한 지령에 따라 국내에서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민중전위(약칭 자통)’ 수사의 일환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일 민노총이 압수수색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현장에 있던 국정원 직원 A 씨는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노조원이 촬영에 항의하면서 A 씨와 노조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A 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을 기자라고 밝혔다고 한다. 현장에 나와있던 국정원 관계자도 “A 씨가 당황해 기자를 사칭한 것 같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국정원은 “A 씨는 기자를 사칭하지 않았고 오히려 노조에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직원이 다쳤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 기자단은 “국정원의 기자 사칭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기자 사칭이 만연해지면 취재 영역이 제한될 뿐 아니라 언론 자유이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은 성명을 통해 국정원 측에 진상규명과 기자 사칭 및 거짓 해명에 대한 사과,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7화입니다. 이달 10일 열린 75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공판 이후 20일자로 법원의 정기 인사가 이뤄졌습니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주요 사건 등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 재판부의 구성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재판장인 이준철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9기)가 그대로 남아 대장동 사건에 대한 심리를 이어갑니다. 다만 형사22부의 배석 판사들은 이번 정기 인사에 따라 모두 교체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23부도 배석 판사들은 교체됐지만, 재판장인 조병구(연수원 28기) 부장판사는 유임돼 계속해서 재판을 이어가게 됩니다. ● 이재명 ‘4895억 배임 혐의’ 구속영장 법원이 잠시 쉬어가는 동안 검찰은 바빴습니다. 검찰은 16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배임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5개월 만입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한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검찰은 구속영장청구서에서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해 “불법수익의 규모만 고려하더라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며 “지방자치권력을 사유화한 시정(市政) 농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7886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을 몰아준 반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는 1830억 원만 가져가게 하면서 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배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이르면 이달 말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사건은 역시 부패사건을 주로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기존에 진행되던 대장동 재판과 병합해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5인방에 대한 재판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병합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이재명, 다음달 최소 3번 법정 출석해야 이에 따라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대표는 당장 다음 달에만 최소 3번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참석해야 합니다. 다음 달 3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에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최근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3, 17, 31일을 공판기일로 지정했습니다. 공판 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 대표는 금요일 오전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불출석 허가 신청을 법원이 허가한 경우 예외적으로 공판에 불출석하거나 대리인 출석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됩니다.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대장동·위례신도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면 이 대표는 거의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판이 집중심리로 진행되면 출석 빈도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재판에 출석하느라 사실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인 당무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 당시 주 3~4회 공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구속만기(6개월)가 끝나기 전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재판부가 속도를 낸 측면이 있습니다. ● 백현동, 쌍방울 등 檢 수사도 속도전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백현동 아파트·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의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대장동 의혹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자 백현동 특혜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달 7일에는 성남시청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혹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1233채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하고 높이 50m에 달하는 옹벽 설치를 허가하는 등 특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 역시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들의 수사가 마무리되고 모두 재판에 넘겨질 경우 이 대표의 법정 출석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 86일만에 재구속 된 김만배 한편 18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여겨지는 김만배 씨가 대장동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두 번째 구속 수감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구속기한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지 86일 만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범죄 태양 및 특성, 피의자와 관련자들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씨의 불법수익 은닉과 증거인멸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11월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을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점 등이 참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씨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불법 수익 중 약 340억 원을 수표 등으로 빼돌린 뒤 차명으로 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대여금고 등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법원의 추징보전명령 집행에 대비해 대학 동창에게 142억 원어치의 수표를 숨기도록 한 혐의(증거은닉교사)와 2021년 9월 증거가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불태우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포함됐습니다. 두 번째 구속 된 김 씨가 그동안 부인하던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다음 공판은 27일에 진행됩니다. 법원 인사로 배석판사 등 재판부 구성에 변동이 생기면서 공판절차 일부를 다시 진행하는 공판절차갱신이 한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진행 중이던 국민참여재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일반재판으로 바꿔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의 기피 등으로 국민참여재판 실시율이 급감하는 가운데, ‘재판 받을 권리’를 강조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민참여재판의 효용성을 높일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정재오)는 이달 7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통상의 재판으로 진행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2019년 1월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 씨는 “사회통념에 기반 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6차례 준비기일을 진행했지만 2020면 11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일반 재판으로 전환(통상절차 회부)한 뒤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같은 1심 판단에 절차적 오류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진행에 다소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이 사정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계속 진행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지속적으로 희망하고 있고 당시 준비절차 역시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였던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7.2%이던 국민참여재판 실시비율은 2021년 10.7%로 3분의 1토막 났다. 펜데믹도 영향을 줬지만, 재판부와 검사 등이 국민참여재판을 기피하는 문화도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심원 선정 절차 등이 별도로 필요하고, 국민 배심원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야하는 국민참여재판 특성상 준비에 부담을 느끼는 판사나 검사, 변호사의 기피 현상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배심원의 눈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더 믿을 수 있고 공정한 판결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취지가 있는 만큼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기자 ycy@donga.com}

동성 커플이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에서 승소했다. 동성 커플에 대해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21일 소모 씨가 건보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 2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모 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소 씨는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같은 해 10월 건보공단으로부터 피부양자 등록이 착오였다며 자격이 박탈됐으니 소급해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소 씨는 2021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상 소 씨 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를 고려하면 사실혼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같은 ‘동성결합 상대방’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소 씨의 소송대리인 박한희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배우자가 더 이상 법적 권리에서 배제되면 안 된다는 걸 확인한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건보공단 관계자는 “관련 부서가 판결문을 검토하며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반정부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자주통일민중전위(약칭 자통)’ 조직원 4명이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은 1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 씨 등 4명의 구속적부심 심사를 진행했지만 16일 모두 기각했다. 구속적부심이란 구속이 적법한지와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앞서 법원은 1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직원들은 15일 자신들이 받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에 앞서 적용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 당사자나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요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정원과 경찰이 수사 중인 창원 간첩단 의혹 사건은 당초 16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었으나 조직원들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면서 내일(17일)로 송치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송치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간 후 다음달 초중순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국가보안법 사건의 구속기간은 최대 50일로, 검찰이 구속 기간 만료 전인 다음달 초중순 이들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원 4명은 지난달에도 법원에 체포의 적법성을 따져달라며 판단을 구하는 절차인 체포적부심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기각됐다. 조직원들은 국정원과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입을 전혀 열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유채연기자 ycy@donga.com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15일 이 연구위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이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은 있다”면서도 “이 연구위원의 행위와 수사 방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가 이뤄졌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연구위원이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지 못한 것은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연락,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 사이의 소통 부재 등이 종합된 결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 출금 의혹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된 김 전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을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던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 하자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 위조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공익제보를 통해 제기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법 출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검사 등 3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 주요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 서류를 작성할 때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쓴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면서도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가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킨 공직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항소할 것” 이라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사진)가 13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특검)를 ‘국민 특검’으로 규정하며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검찰의 부실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특검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찰과 재판부, 대통령실이 삼위일체가 돼 김건희 구하기에 나섰다. 대체 누가 대통령인가”라며 “불소추 특권이 김 여사에게도 적용되는가. 김 여사는 죄가 있어도 신성불가침인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또 “야당 대표는 ‘불송치’ 결정이 끝난 사건도 들춰내면서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은 새로운 증거가 쏟아져도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김 여사를 9번 언급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 연설 뒤 “김 여사 사건을 민주당 정권 시절 얼마나 파헤쳤느냐”며 “법무부 장관 당시 수사했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특검하자’고 들고나온 걸 보니 웃음이 났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매도하는 등 김 여사의 증권계좌 3개가 40여 차례에 걸쳐 시세조종 행위에 쓰인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가 확인된 것이 아니라며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문재인 정부 때인) 추미애, 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박홍근 “尹정부, 민생 등 5대 참사”… 39분간 39차례 尹언급 민주 원내대표 국회 연설도이치 판결문 ‘김건희’ 30여회 적시“金여사의 계좌로 시세조종” 시효남아대통령실 “金여사, 주가조작 무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의 계좌는 공소시효가 지난 주가조작 1단계와 공소시효가 남은 2단계에서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에는 김 여사의 이름이 30여 차례 적시됐다. 법원은 2단계 주가조작에 관여된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파일이 있었던 점도 시세조종에 계좌가 사용된 근거로 인정했다. 다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의 공범으로 인정되려면 계좌를 권 전 회장 등에게 맡겼을 당시 주가조작에 이용될 거란 사실을 알았는지가 확인돼야 하는데 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단순히 계좌를 빌려주거나 투자를 위탁하기만 한 계좌주들은 무혐의 처분했고 직접 거래에 가담한 손모 씨는 기소했는데 손 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김 여사) 이름이 있다고 주가조작의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김 여사보다 거래량이 10배가량 많고 관련자와 거래가 많아 기소된 손 씨도 이미 전체 무죄가 선고됐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1만3600자 분량의 연설문을 39분에 걸쳐 낭독하면서 윤 대통령을 39번 언급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최악의 리더십, 최악의 무능 정권” “무능과 무책임을 오만한 통치로 돌파하려 한다” “5대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등 연설 초반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눈 떠 보니 후진국’, 윤석열 정부의 지난 9개월에 대한 총평”이라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난방비 폭탄’과 공공요금 인상 문제를 꺼내들며 민생 경제 위기도 부각했다. 그는 “난방비 폭탄에도 윤석열 정부의 첫 대응은 ‘전 정부 탓’이었다”며 “법인세 감면 등 초부자, 재벌 대기업 지원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더니 민생과 직결된 문제는 ‘근본적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대해선 ‘국민의힘판 오징어게임’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이제 마지막 한 명, 안철수 후보만 사라지면 ‘국민의힘판 오징어게임’이 완성된다”며 “야당은 물론 같은 당 동지도 적으로 규정한 ‘오징어게임 프런트맨’ 윤 대통령의 공포 정치가 너무나 섬뜩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남 탓으로 시작해 남 탓으로 끝났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사당화해 이재명 대표의 방탄 도구로 전락시킨 민주당이 ‘사당화’ ‘사법 정의 무시’ ‘민주주의 위기’를 말하는 건 아이러니”라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주가조작 선수들과 모의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6명의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실명이 30여 차례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특히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증권계좌가 시세조종 등에 쓰인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10일 권 전 회장에게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결문에서 “(주가조작)1단계에 이어 제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 여사의 어머니)최은순,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 라며 “김건희 계좌는 (2010년)1월 29일경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1단계 주가조작 주포) 이모 씨에게 계좌관리를 맡겼다고 볼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지만 제 2단계 이후에 주포가 변경됨에 따라 범행의 방식이 갱신되자 권 전 회장을 통해 재차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총 6개 계좌로 보유했고, 이들 계좌에서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가 이뤄졌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았다. 앞서 법원은 2010년 10월 21일 이후의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재판부는 또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계좌들의 거래가 통정·가장매매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에서 김 여사의 계좌 역시 “권 전 회장, (2단계 주포) 김 씨, 투자자문사 임원 민모 씨 사이에 시세조종행위를 한다는 공모가 성립해 있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해당 계좌는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때 거래는 2010년 11월 1일 김 씨가 당시 김 여사의 계좌를 위탁받은 민 씨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3300원에 8만 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주문을 했던 거래가 포함됐다. 법원은 2단계 주가조작에 관여된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파일이 있었던 점도 시세조종에 계좌가 사용된 근거로 인정했다.다만 위법한 시세조종으로 유죄가 인정된 범행에 계좌가 쓰였다고 해서 바로 김 여사의 공모관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가 처벌을 받으려면 작전 세력과 공모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10일 선고에서 권 전 회장을 포함해 주가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9명 중 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전체 시기와 종가를 보면 주가의 변동이 크지 않고, 일부 피고인들은 상당한 손해를 입기도 했다. 일반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거나 시장 질서에 심각한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집행유예의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미 수사 단계부터 나와 수차례 언론 보도까지 되었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며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추미애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기소조차하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6화입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5화에서는 73회 공판에서까지 나온 내용들을 다뤘습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대장동 재판이 두 차례(1월 30일, 2월 10일) 더 열렸습니다. 공판에는 모두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서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열린 74회 공판에서는 정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의 증인신문에 응하면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21년 2월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찾아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돈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받아갔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직무대리가 법정 밖에서 공방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10일 열린 75회 공판에서 정 변호사는 검찰의 “이재명이나 성남시로부터 공사가 배분받을 이익을 미리 확정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냐”는 질문에 “이익에 대해 지시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임대주택 부지를 받아오라고 했었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1공단 전면 공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당시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을 1공단 공원화에 사용하는 방식의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년 4월경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1공단 공원은 무조건 수용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우리는 임대주택 필지 하나만 주면 되고, 나머지 블록은 알아서 가져가라”고 민간 사업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녹취록 속 내용이 10일 공판 진술에서도 또 한 번 등장한 것입니다. ● 성과급 50억 원 받은 아들, 뇌물 혐의 무죄 받은 아빠 하지만 이번 주 열린 대장동 관련 재판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1심 재판입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성과급으로 50억 원(세후 25억 원)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 돈이 단순히 성과급이 아니라 ‘대장동 일당’이 곽 전 의원에게 뇌물 성격으로 건넨 돈이라고 보고 곽 전 의원을 뇌물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당시 곽 전 의원이 그 대가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지 않고 잔류하도록 알선을 했다고 본 것이죠. 남 변호사가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지위에 있던 2016년 3월 곽 전 의원에게 변호사비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건넨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8일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곽 전 의원은 병채 씨의 퇴직금과 관련해 적용된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5000만 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돈을 준 남 변호사에게도 벌금 4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곽 전 의원에게 1심 선고를 내린 재판부는 대장동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부와 동일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입니다. 일각에선 대장동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영학 녹취록’ 등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약속 등 일부 혐의가 무죄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성과급 50억 원. 재판부의 판단 내용을 보면 병채 씨는 2015년 6월 처음 화천대유에 입사했다가 6개월 뒤인 2015년 11월 아버지 곽 전 의원의 국회의원 출마를 돕기 위해 퇴사했습니다. 병채 씨는 곽 전 의원이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인 2016년 5월 또다시 화천대유에 입사해 2021년 3월 31일까지 다닙니다. 병채 씨의 화천대유 총 재직 기간은 64개월. 화천대유와 병채 씨는 퇴사 무렵 성과급을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변경성과급계약을 체결합니다. 재판부는 분명 이 50억 원이라는 금액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한 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병채 씨가 화천대유에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여러 성과를 낸 점은 인정하지만,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들의 10배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병채 씨가 입사 이후 얻은 병(이석증 등)에 대한 보상 내지 위로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재판부는 “50억 원의 성과급은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인다”고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한 돈’ 50억이 ‘뇌물’ 안 된 이유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50억 원이라는 돈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지 않은 것일까요? 먼저 병채 씨가 곽 전 의원으로부터 독립해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곽 전 의원이 ‘다 큰 아들’ 병채 씨를 부양하지 않으니 병채 씨가 받은 돈이 곧 곽 전 의원이 받은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병채 씨가 받은 성과급이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정황이 제출되지 않은 영향도 있습니다. ‘다 큰 아들 병채 씨가 받은 돈’≠‘곽 전 의원이 받은 돈’이니 뇌물죄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재판부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유지하기 위해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곽 전 의원이 직접 돈을 받지도 않았으니 애초에 죄가 성립도 하지 않는데, 설사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대가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간주됐던 정 회계사의 녹취록 속 일부 진술은 이번 재판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2020년 4월 4일 녹음된 정 회계사와 김 씨의 대화 중 김 씨는 이런 말을 합니다. “병채 아버지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 며칠 전에도 2000만 원.”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말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이 진술이 다른 사람의 말을 대신 전한 전문진술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이 말(‘돈을 달라’)을 했다던 병채 씨는 법정에 출석해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김 씨도 법정에 나와 정 회계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병채 씨와 그런 대화를 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김만배 법정증언에도 재판부 “공소사실 기재 혐의 증명 부족” “2015년 3월 하순경 남 변호사에게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컨소시엄 해체 문제를 곽 전 의원을 통해 해결했다’는 취지로 말했다.”(제 8회 공판기일) “2016년 말경에서 2017년 초경부터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에게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에는 50억 원을 줘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제 8회 공판기일) “남 변호사에게 병채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줄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제 8회 공판기일) “2020년 4월 4일 교대역 한 카페에서 정 회계사에게 ‘병채에게 야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화천대유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고 말했다.”(제 8회 공판기일) 김 씨는 지난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곽 전 의원을 통해 컨소시엄 해체 문제를 해결했고,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줘야 하고, 특히 병채 씨를 통해 이를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의 입을 통해 나온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도 인용했습니다. 여러 증언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종합해봐도 공소사실에 기재된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곽 전 의원은 8일 1심 재판 선고를 듣고 법원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10분가량 짧게 재판 결과에 대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에 대해 도의적인 사과를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판단할 수가 없다. 내가 아니고 당사자가 그 회사고 아들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50억 원이라는 금액을 못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있다”고 하자 “나도 적게 준 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곽 전 의원은 또 “검사들에게 나만 속은 게 아니지 않냐”며 “이런 일은 이제는 그만 벌어졌으면 좋겠다”며 법원을 떠났습니다. 곽 전 의원은 유죄를 선고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도 수사팀을 보강해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을 전했습니다. 곽 전 의원의 1심 재판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대장동 재판은 계속됩니다. 법원 인사 등 사정으로 대장동 재판의 다음 공판기일은 이달 27일로 잡혔습니다. 인사 이후 재판부 인원에 변동이 생기면 공판절차 일부를 다시 진행하는 공판절차갱신이 한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개업 직후 의뢰인 확보가 어려웠는데 플랫폼 업체를 통해 1개월 동안 약 200명의 의뢰인과 연결됐어요. 이제는 플랫폼 없는 변호사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개업 변호사 이모 씨) 최근 변호사 업계에선 정보기술(IT)과 결합된 법무 서비스, 즉 리걸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리걸테크에는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유사한 판결 사례를 제공하는 법률·판례 검색 시스템, 인공지능(AI)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 법적 용어를 전문으로 해설하는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변호사들은 리걸테크를 통해 업무를 효율화하거나, 플랫폼을 효과적인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일부 리걸테크의 경우 변호사의 업무를 대신하며 변호사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커지는 리걸테크 시장 리걸테크 업계 규모는 최근 2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 수는 7000여 곳에 달한다. 이들이 받은 투자 규모는 누적으로 113억 달러(약 14조2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48억 달러(약 6조 원)가량의 투자가 최근 2년 동안 이뤄졌다. 2013년 설립된 미국의 ‘피스컬노트’는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정부와 의회가 만드는 정책과 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피스컬노트는 새 법안이 발의되면 입법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AI가 법률자문을 해 주는 ‘두낫페이’ 등 세계 곳곳에서 이미 대화형 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와 견줄 수준의 리걸테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리걸테크 개발 및 도입 움직임이 꾸준하다. 법무법인 율촌은 소속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5년 로펌 차원의 리걸테크 연구개발 부서 ‘e율촌’을 신설했다. 또 율촌이 영국계 로펌과 협업해 만든 ‘프로젝트 지니’는 건설 계약 위반 위험성을 미리 진단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상속인 재산을 단순 상속하는 경우와 사전 증여하는 경우 상속세 실효세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했다.●규제에 막힌 국내 리걸테크 시장 국내 리걸테크 성장을 막는 장벽도 적지 않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로톡은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겠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압박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로톡 가입을 막기 위해 대한변협이 만든 내부 규정 일부를 위헌으로 판단했지만 지난달 52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영훈 대한변협회장(59·사법연수원 27기)은 취임 직후부터 ‘사설 플랫폼 퇴출’을 강조하고 있다. 판결문 등 법률 데이터가 부족해 생기는 문제도 적지 않다.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챗GPT 수준으로 국내 리걸테크 업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려면 미확정 판결문 전면 공개 등 법무부와 법원의 적극적 규제 혁신 시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 데이터 개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개입하면서 속도가 더딘 상태”라며 “국민과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법무부, 변협 등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홍보나 마케팅 없이 앉아만 있어도 의뢰인이 찾아오고, 억대 연봉을 벌던 시절은 예전에 지나갔습니다.” 최근 동아일보 취재진과 만난 한 40대 변호사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것은 ‘변호사 연봉’이란 말이 법조계에서 유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0일 97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당선된 김정욱 변호사(43·변호사시험 2회)의 취임 일성도 “변호사 업계가 위태롭다”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은 “3만 명 가까운 변호사 중 2만 명이 청년 변호사”라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변호사 업계가 위태롭다”고 했다. 대표적인 고수익 전문직으로 여겨지던 변호사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법률시장이 포화에 달했고, 실질적 성장도 멈췄다는 것이다. 로펌은 로펌대로, 개인 변호사는 개인 변호사대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변호사 매출 10년째 제자리걸음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 1명당 연평균 매출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세청 자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 수 등을 종합하면 2012년 약 2억4886만 원 수준이던 변호사 1인당 연간 매출은 지난해 2억4632만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물가가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실질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빠르게 늘어난 변호사 수와 관련이 있다. 법률시장의 전체 규모는 2012년 3조6096억 원에서 2021년 7조7051억 원 수준으로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변호사 수 역시 1만4534명에서 3만1281명으로 역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변호사 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3만3000명을 넘었다. 그동안 성장세를 이어오던 로펌업계에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증시마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신규 투자 등을 통한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주식 및 회사채 공모발행액 실적은 전년 대비 26조9046억 원(11.6%) 감소한 204조5747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대형 로펌의 M&A 담당 변호사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자문 등 지출을 최소화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M&A 딜이나 투자 유치 등에 대한 법률자문 수요가 많이 줄었고,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뭉쳐야 산다” 합병 나서는 로펌들 로펌업계에선 활로를 찾기 위해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신규 전문 분야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연초 중견 로펌인 법무법인 클라스와 한결, 강소 로펌인 LKB파트너스와 린이 합병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를 합병을 통해 보완하고, 회사 규모를 키워 규모가 큰 대기업 사건 등을 수임하겠다는 취지다. 판검사 출신 전관들이 많아 송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던 법무법인 클라스로서는 건설·부동산, M&A, 노동 등 자문 업무에서 두각을 보여온 한결과의 합병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자문을 맡긴 로펌에 송무까지 위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와 린도 합병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엘리트 판검사 출신이 대거 포진해 ‘서초동의 김앤장’이라고 불리며 송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LKB와 기업자문 및 금융 분야에서 다수의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급성장한 린 역시 합병을 통해 굵직한 대기업 사건을 수임할 계획이다. 이들 로펌 4곳이 2곳으로 합병되면 변호사 수가 각각 150명을 넘으며 기존의 대형 로펌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추게 된다. 과거에도 로펌 간 합병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01년 법무법인 세종이 열린합동법률사무소를 흡수하고, 광장이 한미합동법률사무소와 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에는 중형 로펌이던 지평과 지성이 지평지성으로 합병한 후 2014년 지평으로 개편했다. 2009년에는 대륙과 아주가 통합하며 지금의 대륙아주가 출범했다. 이들 로펌은 모두 현재 10위권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로펌업계 순위를 보면 김앤장이 지난해 추정매출 약 1조3000억 원을 올리며 로펌업계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광장(3762억 원)과 태평양(3683억 원)의 2위 싸움이 10여 년간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율촌(3040억 원)은 사상 처음으로 ‘3000억 원’ 로펌에 자리매김했고, 이 뒤를 세종(2985억 원)이 바짝 뒤쫓고 있다. 10위권 진입을 둘러싼 각축전도 치열하다.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하면 일부 변동이 생기기도 하지만 동인(575억 원)이 매출 기준 10위에 자리잡았고 YK, 로엘, 충정 등도 10위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이 로펌들은 모두 변호사 수가 100명이 넘는다. 중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10위권 진입을 둘러싼 각축전도 치열하다”며 “합병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로펌들은 국내 10위권 자리를 두고 동인, YK, 로엘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영역 발 빠르게 선점, 사내변호사도 인기 시장 및 제도 변화에 따라 새로 각광받는 ‘전문 법률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로펌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김앤장은 중대재해법 태스크포스(TF)를 100여 명 규모의 ‘중대재해 대응그룹’으로 확대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광장도 ‘산업안전·중대재해팀’을 꾸렸다. 화우는 디지털금융팀을 출범시켜 금융규제, 개인정보 및 정보보안, 마이데이터, 가상화폐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로펌마다 공정거래, 인공지능(AI), 부동산 등에 대한 전담팀 구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전문 분야에 대한 로펌 간 팀 단위 영입전도 벌어진다. 태평양 관계자는 “로펌은 회사 대 회사가 아니라 팀 단위, 업무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선 3, 4년 전부터 팀 단위 스카우트가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문 분야를 등록하고 ‘○○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례도 최근 늘었다. 과거에는 이혼, 형사, 금융 등 분야를 특정하지 않고 모두 다루는 ‘전천후’ 변호사가 더 많은 수임 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온라인 검색이 간편해지며 자신만의 ‘특화 분야’를 가진 변호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자산 관련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는 5년 차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면 공부를 그만해도 되나 싶었는데 한정된 시장에서 몸값을 높이려면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사내변호사 채용을 늘리면서 기업에 자리를 잡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기업에 속해 안정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길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내변호사 보수가 최근 공격적 채용 과정에서 다소 늘면서 네트워크와 경험이 부족한 젊은 변호사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내변호사회에 따르면 2018년 말 1974명이던 이 단체의 회원 수는 2020년 2219명, 2021년 2235명에 이어 올해 2500명을 넘어서며 5년 동안 2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 원(세후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정영학 녹취록’ 속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말을 상당 부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 전 의원은 8일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형이 내려졌다. 곽 전 의원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의 판결문에 따르면 정영학 회계사가 법정에서 증언하거나 제출한 녹음파일 중 김 씨의 말 상당수가 ‘전문진술’로 판단돼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전문진술은 진술한 사람이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게 아니라 제3자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진술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2020년 4월 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가 정 회계사에게 “아들을 통해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가 돈을 달라고 한다”고 말한 부분이 전문진술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에게 말하고, 아들이 다시 김 씨에게 말하고, 김 씨의 말을 정 회계사가 녹음한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들 곽 씨도 지난해 재판에 출석해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2018, 2019년경 사이 여러 차례 김 씨로부터 ‘곽 전 의원이 나한테 50억 원 지급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부분도 전문진술로 판단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2018년경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곽 전 의원이 “돈도 많이 벌었으면 나눠 줘야지”라고 하자 김 씨가 “회삿돈을 그냥 어떻게 줍니까”라고 했다는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증언도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법원은 남 변호사가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이후 상황이 기억나는 것처럼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남 변호사에게 ‘곽 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줄 것’이란 말을 여러 차례 했다”는 김 씨 진술은 인정하면서도 믿을 만하지 않다고 봤다. 대장동 일당 사이에서 공통비 분담 문제로 다툼이 벌어지자 공통비를 덜 내려고 곽 전 의원 등에게 5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 안팎에선 정영학 녹취록 속 김 씨 발언 상당수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 향후 본격화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및 최측근 그룹에 대한 대장동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20년 권순일 전 대법관 후임자 임명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호하는 특정 후보를 지목하며 추천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현직 부장판사에 의해 제기됐다. 하지만 박경서 당시 대법관후보추천위원장은 “대법관 선발 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현직 부장판사 “인사총괄심의관이 추천 개입”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8일 오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권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3303자 분량의 글에서 권 대법관 후임 대법관 제청을 위한 추천위가 구성된 뒤 추천위원장으로부터 ‘행정처 측에서 특정 후보를 거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2020년 9월 전현직 추천위원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던 박경서 당시 추천위원장으로부터 “인사총괄심의관이 모 신문 칼럼을 뽑아와 특정 후보에 대해 ‘이분을 눈여겨 보실 만합니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가더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전직 추천위원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송 부장판사는 “그 말씀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사총괄심의관의 행동에 대법원장 의중이 반영됐다면 대법원장은 간접적이고 음성적이면서도 보다 교묘한 방식으로 제시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후보추천위는 3배수 이상의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데 과거에는 이 중 1명이 대법원장 뜻에 따라 포함되는 관행이 있었다. 이후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자 중 대법원장이 제청하기 때문에 결국 대법원장이 제안한 인사가 대법관 후보자로 선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2018년 5월 규칙을 개정해 대법원장의 후보 제시권을 삭제했다. 송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후보 제시권’을 앞장서 폐지한 김 대법원장이 실제로는 법원행정처를 통해 추천위 심사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송 부장판사가 언급한 후보는 이흥구 대법관이다. 이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다.●박경서 위원장 “말 전달한 적 없어” 송 부장판사는 뒤늦게 과거 일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헌재 재판관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다른 재판관에 비해 (헌재 재판관은) 임명 절차에서 대법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관철될 수 있는 구조”라며 김 대법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인사총괄심의관의 행위가 개인적 일탈에 불과한 것이라면 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므로 징계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경서 당시 추천위원장은 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송 판사에게 인사총괄심의관의 말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 대법관 선발 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안모 인사총괄심의관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동아일보에 전달한 서면 답변에서 추천위원장으로부터 심사 대상자에 대한 설명을 요청받아 설명하는 과정에서 “칼럼에 언급된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또 “저로서는 통상적인 업무”라며 “그것이 오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송구하다”고 덧붙였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 원(세후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내려졌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았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8일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는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고 50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김 씨로부터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남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도와준 대가로 아들 병채 씨를 화천대유에 취직시킨 뒤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 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 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얻은 이익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선거자금 등으로 현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은 이 돈이 변호사 비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률 상담의 대가로는 지나치게 과다해 정당한 변호사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돈을 건넨 남 변호사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곽 전 의원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무죄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받은 돈이) 나와 관련 있다고 말한 증인이 아무도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날 선고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나온 첫 판결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향후 수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객관적 증거 등에 의해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판결문을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