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이정은 부국장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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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정책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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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칼럼94%
선거3%
미국/북미3%
  • 보물단지? 알고보니 애물단지!

    사르코지 전격발탁 32세 흑인미녀 야드 장관 사사건건 정책비판… 인기 높아 퇴출도 어려워 프랑스 정치권의 스타. 32세에 장관으로 전격 기용된 미모의 흑인 여성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나의 콘디 라이스(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라며 총애했던 인물. 프랑스 정부의 인종 다양성과 여성 우대 정책의 표본…. 라마 야드 스포츠장관(사진)을 설명해 온 표현들이다. 그랬던 야드 장관이 이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눈 밖에 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 인권 담당 외교장관을 거쳐 현재 스포츠장관을 맡고 있는 야드 장관이 최근 정부 정책에 잇따라 반대하며 껄끄러운 비판을 내놓은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사르코지 정부가 프로 운동선수들의 세금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달 사르코지 대통령 아들의 특혜 족벌정치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장관들 중 유일하게 “국민이 오해할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비판에 동참했다. 올해 6월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라는 대통령의 권유를 단칼에 거절했던 것도 심기를 건드렸다. 야드 장관의 이런 태도에 다른 동료 장관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야드 장관의 변덕 때문에 정부가 일치단결하는 화합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 동의 못하겠다면 차라리 사임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야드 장관이 내년 개각 때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성 법무장관에 발탁되어 주목을 끌었으나 유럽의회로 사실상 쫓겨난 라시다 다티 장관의 뒤를 이어 정권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여성 장관 대열에 동참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 하지만 야드 장관이 거침없는 발언으로 현직 장관 중 지지도 1위라는 게 사르코지 정부에는 딜레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버릴 수 없는 카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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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단지? 알고보니 애물단지!

    그녀는 프랑스 정치권의 스타였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장관으로 전격 기용된 미녀의 흑인 여성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나의 콘디 라이스(미국의 첫 여성 흑인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를 뜻함)"라고 부르며 총애했던 인물이다. 프랑스 정부의 인종 다양성과 여성 우대정책의 표본으로 거론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인물. 라마 야드 스포츠부 장관을 설명하는 표현들이다. 그랬던 야드 장관이 이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눈 밖에 난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 인권 담당 국무장관을 거쳐 현재 스포츠부 장관을 맡고 있는 야드 장관이 최근 프랑스 정부의 정책에 잇따라 반대하며 껄끄러운 비판을 내놓은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사르코지 정부가 프로 선수들의 세금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달 사르코지 대통령 아들의 특혜 족벌정치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장관들 중 유일하게 "국민들이 실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비판에 동참했다.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라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권유를 단칼에 거절한 것도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2007년에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방문을 앞두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양국 현안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카다피는 프랑스가 테러리스트인지도 모를 지도자의 범죄와 비를 씻어내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야드 장관의 이런 태도에 다른 동료 장관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야드 장관의 변덕스러운 태도 때문에 정부가 일치단결하는 화합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나딘 모라노 가정담당 정무장관은 "그가 정부 정책에 동의 못하겠다면 입을 다물고 있거나 차라리 사임하는 것이 맞다"고 공개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드 장관이 내년 개각 때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엘리제궁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괴짜 행보를 보이다 유럽의회로 사실상 쫓겨난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의 뒤를 이어 정권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여성 장관의 대열에 동참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 하지만 야드 장관의 거침없는 발언이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 사르코지 정부에는 딜레마다. 대통령 아들의 족벌정치 논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당당히 입을 여는 야드 장관의 거침없는 태도는 그를 현직 장관 중 인기 1순위로 올려놓은 상태.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버릴 수 없는 카드다.}

    • 200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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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톤 K에게 무슨 일이…독일 한 첩보요원 체포 사건

    지난달 초 독일 뮌헨 인근의 한 기차역. 기차에서 내리던 한 남자가 두 명의 사복 경찰관에게 갑자기 체포됐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철저한 몸수색이 이뤄진 뒤 경찰관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이어 대기 중이던 차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에서 이를 지켜보던 그의 지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톤 K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뒤늦게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K의 혐의는 독일 연방정보국(BND)의 해외 첩보요원으로서 정부의 기밀을 유출했다는 것. 그가 근무했던 코소보 현지의 동성애자 애인인 뮤렛 A도 비슷한 시기에 체포됐다. 이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18일 슈피겔을 포함한 독일 언론들은 "스파이의 사랑과 섹스, 아내의 배신이 얽힌 영화 같은 이야기가 법정에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와 상관없이 BND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건의 시작은 K가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로 발령받은 2005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파견 외교관 신분으로 행세하며 코소보 주요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정보 확보 업무를 시작했다. 어깨까지 머리를 기르고 옷차림도 바꿔가며 비밀스럽게 움직이던 어느 날, 그는 거리의 카페에서 완벽한 남부 독일어를 구사하는 20대 중반의 한 청년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마케도니아-알바니아 출신이지만 독일 남부 오펠베르크에서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말을 걸어왔다. 호감을 느낀 K는 "A를 현지 통역으로 쓰겠다"며 BNA 본부에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업무상 시작된 관계는 곧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지만 이를 본부에 보고하지 않고 비밀로 숨겼다. 2년 넘게 계속돼온 관계는 순탄해 보였다. K의 업무 능력에 만족한 BND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그의 업무를 2009년까지 2년 추가 연장했다. 하지만 그 직후 K와 심하게 다툰 부인이 "남편이 나를 보험 대상에서 빼고 대신 A를 집어넣었다"고 BND 본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K의 '불륜'은 들통이 났다. 조사에 착수한 BND는 K가 BND의 구조와 업무 활동, 코소보에서 얻은 첩보 등을 A에게 유출시킨 혐의로 그를 긴급 체포했다. 영국 등 유럽의 다른 파트너 정보국에서 얻은 기밀정보를 '베개머리 대화'로 유출시켰다는 혐의도 추가했다. A가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의 정보국과 연관이 있고 범죄조직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통역 수당으로 1만4700유로를 부당하게 추가 청구한 점도 드러났다. 하지만 A와 K의 변호인단은 문제의 정보들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A가 범죄조직을 접촉한 것은 K의 요청에 따라 범죄조직의 첩보를 입수하기 위한 전략적인 업무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동성애에 부정적인 정보기관의 편견과 차별을 드러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K의 유죄가 인정되면 BND로서는 첩보요원의 사생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몇 년간이나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죄 선고가 나올 경우에도 "(동성애 등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쓸데없는 소송에 국가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비난에 시달릴 판이다. 슈피겔지는 "유죄든 무죄든 BND로서는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며 "정보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릴 어두운 단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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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츠먼 대사, 오바마 訪中 ‘숨은 공신’

    유창한 중국어로 中기자들과 스킨십中어린이 입양… 13억 중국인 환심사“존, 중국말로 ‘닝하오’라고 하면 맞나?” 1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중국 대학생들의 ‘타운홀 미팅’이 열린 상하이(上海)과학기술관. 연단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먼저 존 헌츠먼 주중 미 대사(사진)에게 귓속말로 중국어 인사말을 확인했다. 정확한 인사말은 ‘니하오(니好)’다. 그는 인사말 도중 헌츠먼 대사를 가리키며 “양국의 깊은 이해와 존중의 본보기”라고 치켜세웠다.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매끄럽게 진행된 오바마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에는 헌츠먼 대사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고 소개했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헌츠먼 대사는 올해 5월 주중 대사로 전격 임명된 중국통. 그는 이번 미중 정상회의에 앞서 양국 입장을 조율하는 입과 귀 역할을 해왔다. 헌츠먼 대사는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마음을 여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부임 첫날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미국의 중국산 타이어 수입 규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들어야 했다. 양국의 무역전쟁 조짐이 보이자 그는 즉시 관저로 70여 명의 중국 기자와 관계자를 초청했다. 소매를 걷어 올린 자연스러운 복장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공개하며 유창한 중국어로 이들을 접대했다. 또 7명의 자녀 중 인도에서 입양한 딸 아샤(3)에게 환영 인사말을 시키는가 하면, 상하이의 한 야채시장에서 발견해 입양한 중국인 딸 그레이시 메이(10)의 언론 인터뷰도 허락했다. 언론은 전임 클라크 랜디트 대사의 딱딱한 스타일과는 대조적인 그에 대해 “13억 중국인을 상대할 줄 아는 대사”라고 표현했다. 중국에 대한 그의 열띤 관심은 어려서부터 시작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밑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분에 백악관을 방문하게 된 1971년의 어느 날, 11세였던 소년 헌츠먼이 헨리 키신저 안보자문에게 가방을 전달해 줄 기회가 있었다. 당시 키신저 안보자문이 “비밀인데 나는 지금 중국에 가는 길이란다”라고 말하며 떠난 뒤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풀리는 것을 보고 그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모르몬교 선교 활동을 위해 2년간 대만에 살면서 중국어를 익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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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위상은 G2 책임은 회피…정체성 혼돈” 뉴스위크 분석

    “중국은 다중 인격자처럼 돼 버렸다. 세계무대에서 어떤 종류의 ‘빅 파워’를 가진 나라인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샴보 박사는 14일 미중 정상회의를 앞둔 중국의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에 오를 만한 위상을 갖게 됐지만, 이에 수반되는 책임이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를 놓고는 지도층 사이에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런 현상에 “중국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등지를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해결에도 주도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해 왔다. 이란이나 북한의 핵 개발 제재, 아프리카의 인권유린 문제 개선 등을 위해서도 중국의 외교적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이런 요구에 마지못해 따라가거나 “아직은 때가 이르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되풀이해 왔다. 지금보다 큰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와 함께 중국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는 추세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철학이 주류를 이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쪽으로만 책임을 한정시키고 있다”며 “스스로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립하지 못했고, 슈퍼파워로서의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약점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중국의 태도는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대학생들의 대화에서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이 돌발적으로 언급될 가능성 때문에 TV나 인터넷 생중계를 극도로 꺼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 최근 중국 상점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이른바 ‘마오바마(maobama·오바마 대통령에 마오쩌둥의 이미지를 덧입힌 그래픽)’ 티셔츠 판매가 암암리에 규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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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프랑스 대사 감동시킨 여고생 편지 한 통 外

    평범한 여고생이 주한 프랑스대사관을 감동시켰다. 프랑스문학에 푹 빠진 고교 2학년 황윤주 양(17)은 4월 초 ‘프랑스어와 문학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편지 한 통을 대사관에 보냈고 대사관 측은 황 양에게 대사관 산하 프랑스문화원의 모든 학습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207cm 두산 장민익, 한국판 존슨 꿈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왼손 투수 랜디 존슨은 큰 키(208cm) 때문에 ‘빅 유닛(거함)’으로 불린다. 그는 큰 키에서 나오는 강속구를 앞세워 303승을 거뒀다. 국내에도 존슨만큼 큰 왼손 투수가 등장했다. 207cm의 두산 신인 장민익은 과연 한국판 존슨이 될 수 있을까.■ 베이브 루스가 살아있다면 홈런 몇개 칠까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지금 살아있다면 몇 개의 홈런을 쳤을까? 과거 법정에서 역사적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은 오늘날도 똑같은 결론을 내릴까? ‘타임머신’ 통계 기법으로 이런 ‘만약(What-If)’의 질문들에 답하려는 학계의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춘몽’으로 끝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전 효성이 끝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포기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삼킨다’는 시장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효성. 하지만 특혜 시비 속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50일간의 춘몽(春夢)으로 끝난 셈. 하이닉스의 주인 찾기 작업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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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브 루스가 지금 선수로 뛴다면 그때보다 홈런 199개 더 칠수있어”

    통계과학으로 풀어본 ‘만약에…’ 해답 미국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사진)가 살아있다면 여전히 홈런왕일까? 아인슈타인이 현 시대 사람이라면 어떤 논문을 내놨을까? 몽상에서나 가능한 이런 ‘만약(What-If)’에 근거한 질문들에 각종 통계 분석을 활용해 해답을 찾으려는 학자들의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통계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가정 아래 시간 여행이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대 로스쿨의 케빈 퀸 교수, 조지타운대 마이클 베일리 교수 등은 ‘베이시언’(확률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예측해 내는 방식) 통계 분석을 연방대법원 판사들의 이데올로기 성향 추적에 활용했다. 판사의 성향이 특정 시대와 교육, 경험의 산물이라는 전제하에 그의 판결이 어떤 정치적 스펙트럼에 놓여 있는지를 보는 것. 이에 따르면 미국 낙태 합법화의 길을 열어준 역사적인 ‘로 vs 웨이드’ 사건 판결도 오늘날 5 대 4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과거 성향이나 활동을 현재 시점까지 끌어올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시차를 메워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 혹은 결과물을 기준으로 삼는 것. 예를 들어 같이 근무한 적이 없는 두 대법관을 비교할 때는 이들 모두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제3의 대법관을 기준으로 삼아 철학의 상대적 위치를 정한다. 사람이 아닌 과학적 실험 결과나 논문에도 이 방식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유사한 연구 흐름이 있었던 과거 통계를 토대로 미래 연구를 예측해 보면 아인슈타인같이 유명한 과학자들이 오늘날 어떤 연구에 눈독을 들였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도 살아있다면 타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자신의 통산 홈런(714개)보다 199개 이상의 홈런을 더 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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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숙인 MBA… 친절해진 비즈니스 스쿨

    美 금융위기로 ‘100% 취업’ 옛말명문대 출신도 5명중 1명 ‘백수’구직-창업프로그램 속속 개발학생유치-재정확보에 안간힘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로 가는 지름길이자 고액 연봉의 보증서…. 유명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학석사(MBA) 학위에 따라붙는 표현이다. 그랬던 유명 경영대학원들이 요즘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입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새 교과과정을 내놓는가 하면, 실업 문제로 고전하는 졸업생들을 위한 각종 구직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섰다. 집 차고를 근거지 삼아 자영업을 해보려는 사람들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MBA가 변혁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의 살벌한 경고=이른바 ‘B(Business)스쿨’로 불리는 미 경영대학원들의 변신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경기침체로 ‘100% 취업보장’의 신화가 흔들리고 학교 재정이 줄면서 전례 없는 변화 요구에 직면한 것. 비즈니스위크 조사에 따르면 상위 30개 MBA 학위 소지자 중 16.5%는 졸업 후 3개월이 지나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시간대 로스, 듀크대 푸쿠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같은 명문 비즈니스 스쿨 졸업생조차 5명 중 1명은 졸업 후 3개월이 지나도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졸업하기도 전에 대부분 직장이 정해졌던 점을 감안하면 불황의 그늘을 실감할 수 있다. 보통 MBA 학위 소지자의 40%가 금융권으로 진출해 왔던 만큼 월가의 붕괴는 직격탄이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의 록사나 호리 부학장은 “지금까지 겪어 본 것 중 가장 끔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중역을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이나 EMBA(Executive MBA) 프로그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수강자들이 갑자기 해고돼 회사의 등록금 지원이 끊기는 경우가 상당수. 그 결과 경영대학원의 수익도 20∼30% 줄었다. ▽“성과 중시 바뀌어야” 지적도=학교 측은 대안을 찾는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자영업과 관련된 강의 및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자영업 및 벤처사업 관련 강의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25% 늘었다. 카네기멜런대 테퍼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지난해 전체 학생의 42%가 최소 한 개 이상의 자영업 관련 강의를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대 테드 졸러 교수는 “이제는 고용되려는 자가 아니라 고용하려는 자들을 위한 MBA 교육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금융이 아닌 분야로의 진출을 장려하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워싱턴대 올린 비즈니스 스쿨은 지난해(18%)보다 늘어난 졸업생의 31%가 약학과 바이오테크, 의료 분야 등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교육 철학에서부터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기를 가져온 성과 중시 분위기에서 벗어나 기업윤리와 사회책임,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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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로 입대했다가 환자로 제대할 판

    이번에 참사가 난 미국 최대 육군기지 포트후드에서 정신과 군의관으로 일했던 브렛 무어 씨는 5년 만에 일을 그만뒀다. 전쟁 공포와 자살 욕구에 시달리는 군인들과의 끝없는 상담은 그를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극도의 피로감 속에 환자들과의 상담은커녕 가족들과의 대화도 “힘들다”고 느꼈을 때 그는 기지를 도망치다시피 나와 버렸다. 지난주 포트후드 기지 정신과 군의관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군대 내 정신과 의사들의 실태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8일 AP통신과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상당수 정신과 군의관이 자신들 역시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지 내 군인들에게서 폭탄테러와 사지 절단, 온몸이 불에 탄 처참한 시신, 전투 중 긴장감과 불안 등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이른바 ‘공감 피로’ 혹은 2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는 않아도 상담을 계속할 경우 마치 자신이 경험한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격무에 따른 피로감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해외에 파병된 미군은 55만3000명에 달하지만 이들의 정신상태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정신과 군의관은 40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라크에는 폭탄테러가 극에 달했던 2007년만 해도 13만여 명의 군인을 200명이 떠맡아야 했다. 이렇다 보니 정신과 상담을 신청해 놓고 1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된 정신과 군의관들은 자신들도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환자가 돼 버리지만 이를 지원해줄 시스템은 전혀 없다는 게 문제. 월터리드 육군병원에서 20년간 근무한 앨런 테일러 박사는 “군대 내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된 정신과 의사들의 문제가 지금껏 외면당해 왔다”며 “환자뿐 아니라 치료하는 사람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는 과연 누가 치료해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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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증하는 난민… 팔 벌리던 선진국들도 이젠 ‘팔짱’만

    케빈 러드 호주 총리 지지율이 최근 급격히 떨어졌다.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60%에 육박했었는데 50%대 초반까지 내려가자 “취임 이후 2년이나 계속돼온 국민과의 허니문이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주요국들 중에서 출구전략을 가장 먼저 시행할 정도로 경제가 안정된 호주에서는 이례적인 지지율 변동이다. 왜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외신들은 뜻밖에 총리의 느슨한 난민 정책을 이유로 꼽는다. 최근 들어 호주에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스리랑카 난민 수가 급증하면서 골칫덩어리로 등장했다. 호주에는 올 한해에만 배 35척에 나눠 탄 1800여 명의 ‘보트 피플(boat people)’이 들어왔다. 야당이 “러드 정부가 난민 정책을 완화한 결과”라며 맹공을 펼치자 국민 불안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총리가 “난민을 가장한 불법 이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연일 외쳐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상과 다른 현실 급증하는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는 호주뿐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는 무조건 수용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예상되는 각종 사회문제와 재정 부담, 국민 반발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난민들이 발생한 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달라졌거나, 과거 흔했던 정치적 박해로 인한 탈출이 아니라 빈곤 문제에 따른 탈출이 많은 요즘에는 ‘난민’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도 판단이 쉽지 않다. 영국은 지난달 이라크인 난민 신청자 40여 명을 바그다드로 돌려보냈다. 이라크인 난민을 거부한 것은 2003년 이라크와의 전쟁 이후 처음이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이라크 재건 작업이 본격화된 만큼 이제는 이라크가 안전하다는 것이 거부 이유였다. 영국은 또 짐바브웨 난민 신청자들도 돌려보내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정적(政敵)이던 모건 창기라이 총리와 연정을 구성하면서 불안한 정국이 끝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들 난민에게 1인당 2000파운드의 현금과 4000달러 상당의 지원 혜택을 주겠다며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도 난민 신청을 거부당한 이라크인 등을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이민자의 나라’로 알려진 캐나다 역시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래 난민 인정 요건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이 나라에서 난민신청을 받아들인 비율은 2005년보다 56%나 낮아졌다. 캐나다 정부는 내년에 입국허용 난민 수를 올해보다 3000명이나 더 줄일 계획이다. 시민권 및 이민부 앨리컨 벨시 대변인은 “현재 우리가 적용하는 난민시스템은 남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진짜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 외면하는 처사” 요즘 난민들 중에는 난민을 가장한 전범들이나 국제 범죄조직들이 섞여 있어 선진국 정부로 하여금 고민에 빠지게 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최근 캐나다에 입국한 스리랑카 타밀족 난민 신청자 76명 중 26세의 한 남성은 타밀반군으로 활동한 테러 용의자이다. 정작 ‘진짜 난민’들은 “가족들이 피살된 곳으로 돌아갈 경우 우리도 함께 죽을 것”이라며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상황과 현지 현실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호주 입국을 요구하며 배 안에서 단식 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리랑카 보트 피플은 “젖먹이들을 먹일 우유가 모자란다”고 호소했다. 인권단체들의 비판도 거세다. 이들은 선진국이 난민 신청자들에게 “돌아가면 돈을 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 “목숨을 내놓으라며 뇌물을 주는 셈”이라고 공격했다. 또 호주의 러드 총리는 인도네시아에 “스리랑카 난민들이 호주 영해로 들어오기 전에 중간에서 막아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단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주 난민들을 태운 배 한 척이 호주 서북부 바다에 침몰해 13세 소년을 포함한 십여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는 분위기를 더 악화시켰다. 5일 뉴욕타임스는 호주 ‘크리스마스 섬’ 내 난민 임시수용센터의 현황을 전하면서 인권 운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무너진 꿈의 상징이 된 난민센터가 관타나모 수용소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의 수는 4200만 명(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파키스탄 등지의 분쟁과 기아, 전쟁 등이 장기화되면서 그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UNHCR는 경고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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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난화 대응 모범생 EU도 돈 앞에선…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주 EU 정상회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애를 태워야 했다.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기후변화 대응안을 놓고 27개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EU 정상회의에 빈손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 다음 달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뭔가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지만 회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선구자를 자처해온 EU의 야심 찬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겉으로는 “우리가 가장 많은 성과를 냈다”고 큰소리치지만 내부적으로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다. ‘2020(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20% 감축)’ 정책 등을 쏟아내며 이 분야의 주도권을 노려온 EU로서는 자존심이 구겨지는 상황이다.○ “믿었던 유럽, 너마저…”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이산화탄소(CO₂) 감축 목표량을 충족시키도록 하기 위해 2020년까지 1000억 유로를 투자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회원국이 얼마만큼 액수를 부담할 것인지는 정하지 못했다. 폴란드와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 9개 중·동유럽 국가들은 “선진 서유럽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발했다. 서비스업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이들 국가는 EU가 내놓은 CO₂ 감축 목표량에도 난색을 표시해 왔다. EU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지원금 부담이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 특히 독일에서는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가 기후변화 정책을 따라오지 않을 경우 유럽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전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는 CO₂ 배출량이 많은 국가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자고 했지만 이는 영국과 스웨덴 등이 “또 다른 무역장벽”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자 EU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이 오바마 효과 보여라”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나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180개국 참석자들은 “미국이 CO₂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개도국 지원에 앞장서라”고 압박했다. 코니 헤데고르 덴마크 환경 및 에너지장관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2월 10일) 노벨 평화상을 받으러 가면서 같은 시기(7∼18일)에 열리는 기후변화회의에 대표단을 빈손으로 보낸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미 의회에 제출된 ‘캡 앤드 트레이드(cap and trade·탄소 총량 제한 및 배출권 거래)’ 법안이 코펜하겐 회의 이전에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직접 참석해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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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벨몬츠 사건’ 사형제 존폐 논란 가속

    ‘페르난도 벨몬츠는 사형수인가 아닌가.’ 미국 연방대법원이 벨몬츠라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인지 아닐지를 놓고 심리에 들어갔다. 이 심리는 미 대법관들이 현재 가장 신경을 쓰는 형사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년 넘게 항소심과 상고심을 오가며 수차례 사형 판결이 뒤집힌 끝에 이미 대법원 법정에만 세 번째 올라온 사건이기 때문이다. 벨몬츠는 1982년 19세 여성 스테이시 매코널 씨 집에 침입해 매코널 씨를 아령으로 10회 이상 때려 숨지게 한 뒤 현금 100달러와 오디오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열린 1심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1심 재판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뒤집혔다. 피고인에 대한 모든 정보가 배심원단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벨몬츠가 교도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모범수로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참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항소심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사형선고에 벨몬츠는 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연방 제9순회 항소법원은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올렸다. 사형제에 부정적인 진보 성향의 판사들이 사형 반대 의견을 냈다. 이후 ‘벨몬츠 사건’은 피고인의 개전 가능성, 사형 판결의 적합성, 법률 적용 오류 등 각종 공방이 이어지면서 계속됐다. 항소법원과 대법원을 오갈 때마다 판결도 매번 뒤집혔다. 대법원 사형 판결에 대해 집요한 ‘반항’을 계속해 온 제9순회 항소법원 스티븐 라인하트 판사는 “모든 증거와 정황을 검토해 사형이 제대로 선고된 것인지 여부는 아무리 세밀히 따져도 모자라지 않는다”며 “판사에게 이보다 더 막중한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벨몬츠 사형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계속돼온 검사와 상·하급 법원 간 싸움은 기이하게 변형된 사형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 전역에서 사형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1977년 사형제가 복원된 이후 사형 판결을 받은 685명 중 실제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13명이었다. 이보다 더 많은 38명은 집행을 기다리다 자연사했다. 미국에서는 독극물을 주입하는 방식의 사형 집행이 사형수에게 고통을 줘 헌법에 위배된다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각 주가 미뤄왔던 사형 집행을 속속 재개하면서 사형 폐지론자와 인권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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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지치에 거듭 경고한다”

    피고인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법복을 입은 판검사들만 도열해 앉았다. 벌써 이틀째. ‘발칸의 학살자’ 라도반 카라지치 전 세르비아 지도자에 대한 재판이 열린 27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법정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재판장은 한국의 권오곤 재판관. 그가 입을 열었다. “피고인이 또 출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입니다. 거듭 경고합니다. 계속 재판에 나오지 않는다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보고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열겠습니다.” 이어 권 재판장은 카라지치의 법정 대리인을 지정해 재판을 강행할 계획을 밝히고 검사에게 모두(冒頭)발언을 하도록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전쟁범죄로 불리는 1990년대 ‘발칸 대학살’을 단죄하기 위한 재판은 이렇게 시작됐다.○ 기록만 120만 장 카라지치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이후 전범재판소 법정에 서는 최고 거물급 피고인. 13년 도피생활 끝에 지난해 7월 붙잡혔다. 그는 첫 심문에서 “판사가 편향적”이라고 반발했고 최근에는 “13개월의 재판준비 시간이 너무 짧다”며 재판에 불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 권 재판장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량학살과 인종청소, 각종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 등 모두 11가지. 검토해야 할 기록만 120만 장에 달한다. 전범재판소는 2010년 활동을 마무리해야 하는 한시적 법정이지만, 이 재판을 위해 시한을 2012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2006년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선고를 앞두고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반인륜 범죄 단죄에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카라지치는 현재 전화와 컴퓨터, 위성TV가 갖춰진 감방에 수감 중이다. 충분히 재판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최소 10개월은 더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버티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난항 겪는 국제 형사재판 1993년 설립된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지금까지 전범 161명을 법정에 세웠다. 특히 카라지치 재판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어 국제 형사재판에 냉소적인 주요국들의 참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재판은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재판 취지가 왜곡되거나 재판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도 많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경우만 해도 전범재판소와 달리 영구법정이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같은 나라의 비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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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서는 佛-獨 ‘유럽 패권’ 노린다

    ‘과거의 앙숙에서 미래의 동반자로.’ 유럽 역사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갖는 관계는 독특하다. 유럽의 두 강대국은 1870년 독불전쟁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적대적 라이벌로 대치했다. 1950년대 유럽공동체(EEC) 창설 멤버로 손잡은 뒤에야 뒤늦은 화해를 모색해온 사이다. 그랬던 프랑스가 최근 독일에 과거보다 훨씬 강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8월 자국 대사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유럽은 역사를 그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주도적으로) 역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바탕에는 프랑스가 독일과 힘을 합쳐 21세기 유럽에서 새로운 양대 리더십의 축을 세우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고 외교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피에르 를루슈 프랑스 유럽장관도 최근 일간 르몽드 기고문에 “양국 관계는 전후 유럽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심장 역할을 할 것이다”며 같은 메시지를 설파했다. 를루슈 장관은 연말로 예정된 양국의 합동 장관회담에 앞서 “새롭게 꾸려질 유럽을 위해 양국이 내놓을 새 어젠다를 준비하라”고 자국 장관들에게 주문한 상태. “독불 연합만이 유럽 통합의 거대 구상을 추진할 정치적 의지와 실행 능력 모두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는 친환경 기술과 에너지 정책, 금융 분야 협력 등에서도 독일과 더 강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외교적 시도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2013년 ‘엘리제 협약’(독불 양국의 관계 개선 및 교류 협력을 위한 협약) 50주년 행사도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연합(EU)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이 내년부터 시행돼 EU의 힘이 강화되더라도 그 중심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 경제적 상황 악화로 고전하는 영국과 달리 독일은 9월 총선 승리로 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앞으로 더 큰 정치적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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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혁명, 貧者를 구원하다

    인도 서부의 작은 시골마을 우드지르에 사는 주부 산지타 하시바단 씨의 삶은 최근 크게 편해졌다. 후텁지근한 상온에 놔둔 우유를 마실 때마다 끓이지 않아도 되고, 매일 아침 가족들에게 찬물과 신선한 야채도 줄 수 있게 됐다. 70달러(약 8만1900원)를 주고 산 미니냉장고 덕분이다. 작은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이 소형 냉장고 ‘리틀 쿨(little cool)’의 가격은 기존 최저가 냉장고 가격의 3분의 1 수준. 하시바단 씨처럼 돈이 없어 냉장고를 살 수 없었던 저소득층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다. 비좁은 슬럼가 집 내부에 맞게 부피가 작아야 한다는 점, 수시로 거처를 옮기는 막노동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이동식이어야 한다는 점, 전기 소모량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초저가 전자제품들이 인도에서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시장을 확대하려 빈자(貧者)를 겨냥한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강화하면서 저가 제품시장이 새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에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빈층까지 대상으로 한 새 제품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무를 연료로 쓰는 가정용 화로 ‘우르자 스토브’의 가격은 고작 23달러(약 2만6910원). 값은 싸지만 연기가 적게 나면서도 열효율은 3배까지 높인 제품으로 주부들에게 큰 인기다. 20달러(약 2만3400원)짜리 저가 휴대전화의 사용료도 1분에 2센트밖에 되지 않아 한 달에 500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몰렸다. 자동차그룹 타타가 출시한 2200달러(약 257만4000원)짜리 자동차 ‘나노’도 이 분야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1000달러(약 117만 원)짜리 심장박동 모니터 등 기존 제품 가격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의료장비들도 돈이 없어 검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반가운 상품이다. 또 무선통신 시스템과 지문 스캐너로 신원을 확인하고 곧바로 송금, 계좌이체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이동식 금융 시스템 개발은 한 달 운영비가 50달러(약 5만8500원)면 충분한 미니 은행지점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전자제품 개발은 1980년대 유니레버가 치약과 비누, 샴푸, 세제 등의 제품을 소형화해 가격을 낮췄던 ‘봉지 혁명(sachet revolution)’과는 차원이 다르다. 양을 줄여 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 혁신으로 질과 성능을 갖추면서도 저가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도 기업들은 이제 전 세계 저소득층의 구매력과 수요를 조사한 뒤 전략적으로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다른 저개발국으로 수출을 시도하는 것도 그 때문. 구매력이 없어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해 온 슬럼가 시장이 미개척 시장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가난한 소비층의 눈높이와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크게 높아진 점도 이들의 개발 의욕을 부추겼다. 워낙 값이 싸다 보니 마진이 높진 않지만 엄청난 판매량이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기업들은 보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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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증시, 실적에 웃다 울다 웃다… 내일은?

    미국 뉴욕 증시가 기업들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 따라 ‘울고 웃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는 일단 ‘합격점’이라는 게 월가 안팎의 시각이지만 향후 미국의 확실한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는 기업실적 호재를 등에 업고 강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10,000 선을 회복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96.28포인트(0.96%) 상승한 10,092.19에 장을 마쳤다. 이날도 뉴욕 증시는 개장 초 지수별로 등락이 엇갈리는 혼조세를 보이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대형 지방은행인 BB&T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디어그룹인 개릿과 부품업체인 이튼의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다우종목인 캐터필러에 대한 실적 전망치 상향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는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 구성종목이자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가 6%나 급등하며 다우지수 상승은 물론이고 투자심리를 크게 끌어올렸다. 장 후반에는 이날 장 종료 후 실적을 발표하는 애플과 반도체칩 메이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실적 기대감까지 살아났다. 실제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이익과 매출을 발표했다. 7∼9월 순이익이 16억7000만 달러였다. TI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순이익(5억3800만 달러)을 냈다. 이처럼 기업 실적에 따라 뉴욕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이 최근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14일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칩 메이커인 인텔과 JP모간체이스의 예상보다 좋은 3분기 실적으로 다우지수가 1년 만에 10,000 선을 돌파했다. 이어 15일에는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과 IBM이 개선된 실적을 발표해 약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에 힘을 불어넣었다. 16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예상에 못 미치는 순이익과 매출을 발표하면서 이틀 만에 10,000 선이 깨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에 따른 뉴욕 증시 등락 현상이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실적을 발표한 61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가운데 79%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 일단 미국의 3분기 어닝시즌은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적 회복이 미국의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며 추후 매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이익을 내는 데 멈추지 않고 매출이 늘어야 기업들의 장기적 수익기반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리서치 회사인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향후 매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기업이 70%에 이른다.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글로벌 IT업계 ‘V자형 회복’ 기대감▼애플과 구글, IBM, 인텔 같은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잇따라 기대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IT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IT 기업이 글로벌 경제회복의 강장제가 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빠른 회복세와 향후 전망을 집중 분석했다. 실제 IT 산업은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실적을 개선하며 실물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는 분야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 주목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월 이후 70% 가까이 올랐을 정도다. 정부와 업계의 기술분야 투자가 급감한 상태이지만 금융상황이 호전되면 곧 경제위기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앤드루 바텔 포레스터 대표는 “IT 분야의 투자는 빠르게 다시 늘어날 것이고, 이는 전형적인 ‘V’자형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최근 4년간 기술 신제품 소비의 절반 이상은 신흥국에서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통신 네트워크나 금융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술 수요가 크게 늘었다. FT는 “경제위기를 이겨낸 IT 기업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의 확대 등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이후의 성장세는 과거 거품을 불러왔던 IT 랠리와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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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경찰 ‘슈타지’ 요원 26만명 동독 총리, 소련에 넘기려 했다

    옛 서독 연방정보국 기밀정보 공개옛 서독 연방정보국(BND)이 스파이들의 첩보 활동을 통해 수집 기록했던 동독 관련 기밀정보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이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앞두고 BND가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 언론의 요청에 따라 정보 공개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스 모드로 동독 총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해외첩보 조직을 통째로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모드로 총리는 “슈타지의 운영비와 인건비를 책임져 준다면 요원 26만 명이 소련 연방보안국(KGB)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조직과 업무를 바꾸겠다”고 했다. 촘촘한 인력과 첩보 네트워크를 그대로 넘겨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솔깃해했다고 보고서는 기록해 놓고 있다. 이후 KGB는 슈타지 요원들을 일부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계자들은 부인했다. 또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고르바초프가 1989년 6월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을 만났을 때 “동독에서 소련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한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소련이 공산주의 붕괴 이전부터 이미 동독 보호 의무에서 발을 빼려 했고, 베를린 장벽의 붕괴도 용인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BND는 전화 감청과 서신 검열 외에 정보 접근이 유리한 여성 및 기자나 사업가, 여론조사원으로 가장한 정보원들을 풀어 정보들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6개월간 진행된 600여 건의 동독인 인터뷰 내용은 30여 명의 전문 분석가가 분류 정리해 보고했을 정도다. 이 중에는 장벽 붕괴 직전 “150만 명의 동독인이 서독으로 망명할 것”이라는 BND의 당초 예측과 달리 이민 신청자 수는 11만3500여 명에 그쳤던 것이나 장벽 붕괴 직전인 1989년 9월 13일 생존해 있던 호네커를 사망한 것으로 보고하는 등 잘못된 정보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슈피겔은 BND의 이번 자료 공개가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소련의 KGB나 영국의 MI6, 미국 중앙정보국(CIA)과는 달리 냉전 종식 전후 역사에 대한 재평가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0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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