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MBA… 친절해진 비즈니스 스쿨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금융위기로 ‘100% 취업’ 옛말
명문대 출신도 5명중 1명 ‘백수’
구직-창업프로그램 속속 개발
학생유치-재정확보에 안간힘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로 가는 지름길이자 고액 연봉의 보증서…. 유명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학석사(MBA) 학위에 따라붙는 표현이다.

그랬던 유명 경영대학원들이 요즘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입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새 교과과정을 내놓는가 하면, 실업 문제로 고전하는 졸업생들을 위한 각종 구직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섰다. 집 차고를 근거지 삼아 자영업을 해보려는 사람들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MBA가 변혁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의 살벌한 경고=이른바 ‘B(Business)스쿨’로 불리는 미 경영대학원들의 변신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경기침체로 ‘100% 취업보장’의 신화가 흔들리고 학교 재정이 줄면서 전례 없는 변화 요구에 직면한 것. 비즈니스위크 조사에 따르면 상위 30개 MBA 학위 소지자 중 16.5%는 졸업 후 3개월이 지나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시간대 로스, 듀크대 푸쿠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같은 명문 비즈니스 스쿨 졸업생조차 5명 중 1명은 졸업 후 3개월이 지나도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졸업하기도 전에 대부분 직장이 정해졌던 점을 감안하면 불황의 그늘을 실감할 수 있다. 보통 MBA 학위 소지자의 40%가 금융권으로 진출해 왔던 만큼 월가의 붕괴는 직격탄이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의 록사나 호리 부학장은 “지금까지 겪어 본 것 중 가장 끔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중역을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이나 EMBA(Executive MBA) 프로그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수강자들이 갑자기 해고돼 회사의 등록금 지원이 끊기는 경우가 상당수. 그 결과 경영대학원의 수익도 20∼30% 줄었다.

▽“성과 중시 바뀌어야” 지적도=학교 측은 대안을 찾는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자영업과 관련된 강의 및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자영업 및 벤처사업 관련 강의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25% 늘었다. 카네기멜런대 테퍼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지난해 전체 학생의 42%가 최소 한 개 이상의 자영업 관련 강의를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대 테드 졸러 교수는 “이제는 고용되려는 자가 아니라 고용하려는 자들을 위한 MBA 교육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금융이 아닌 분야로의 진출을 장려하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워싱턴대 올린 비즈니스 스쿨은 지난해(18%)보다 늘어난 졸업생의 31%가 약학과 바이오테크, 의료 분야 등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교육 철학에서부터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기를 가져온 성과 중시 분위기에서 벗어나 기업윤리와 사회책임,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