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츠먼 대사, 오바마 訪中 ‘숨은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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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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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중국어로 中기자들과 스킨십
中어린이 입양… 13억 중국인 환심사


“존, 중국말로 ‘닝하오’라고 하면 맞나?”

1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중국 대학생들의 ‘타운홀 미팅’이 열린 상하이(上海)과학기술관. 연단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먼저 존 헌츠먼 주중 미 대사(사진)에게 귓속말로 중국어 인사말을 확인했다. 정확한 인사말은 ‘니하오(니好)’다. 그는 인사말 도중 헌츠먼 대사를 가리키며 “양국의 깊은 이해와 존중의 본보기”라고 치켜세웠다.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매끄럽게 진행된 오바마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에는 헌츠먼 대사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고 소개했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헌츠먼 대사는 올해 5월 주중 대사로 전격 임명된 중국통. 그는 이번 미중 정상회의에 앞서 양국 입장을 조율하는 입과 귀 역할을 해왔다.

헌츠먼 대사는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마음을 여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부임 첫날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미국의 중국산 타이어 수입 규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들어야 했다. 양국의 무역전쟁 조짐이 보이자 그는 즉시 관저로 70여 명의 중국 기자와 관계자를 초청했다. 소매를 걷어 올린 자연스러운 복장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공개하며 유창한 중국어로 이들을 접대했다. 또 7명의 자녀 중 인도에서 입양한 딸 아샤(3)에게 환영 인사말을 시키는가 하면, 상하이의 한 야채시장에서 발견해 입양한 중국인 딸 그레이시 메이(10)의 언론 인터뷰도 허락했다. 언론은 전임 클라크 랜디트 대사의 딱딱한 스타일과는 대조적인 그에 대해 “13억 중국인을 상대할 줄 아는 대사”라고 표현했다.

중국에 대한 그의 열띤 관심은 어려서부터 시작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밑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분에 백악관을 방문하게 된 1971년의 어느 날, 11세였던 소년 헌츠먼이 헨리 키신저 안보자문에게 가방을 전달해 줄 기회가 있었다. 당시 키신저 안보자문이 “비밀인데 나는 지금 중국에 가는 길이란다”라고 말하며 떠난 뒤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풀리는 것을 보고 그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모르몬교 선교 활동을 위해 2년간 대만에 살면서 중국어를 익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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