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벨몬츠 사건’ 사형제 존폐 논란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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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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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사형”… 항소심 “1심오류”… 주 대법원 “사형”… 연방대법원으로

‘페르난도 벨몬츠는 사형수인가 아닌가.’

미국 연방대법원이 벨몬츠라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인지 아닐지를 놓고 심리에 들어갔다. 이 심리는 미 대법관들이 현재 가장 신경을 쓰는 형사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년 넘게 항소심과 상고심을 오가며 수차례 사형 판결이 뒤집힌 끝에 이미 대법원 법정에만 세 번째 올라온 사건이기 때문이다.

벨몬츠는 1982년 19세 여성 스테이시 매코널 씨 집에 침입해 매코널 씨를 아령으로 10회 이상 때려 숨지게 한 뒤 현금 100달러와 오디오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열린 1심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1심 재판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뒤집혔다. 피고인에 대한 모든 정보가 배심원단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벨몬츠가 교도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모범수로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참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항소심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사형선고에 벨몬츠는 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연방 제9순회 항소법원은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올렸다. 사형제에 부정적인 진보 성향의 판사들이 사형 반대 의견을 냈다. 이후 ‘벨몬츠 사건’은 피고인의 개전 가능성, 사형 판결의 적합성, 법률 적용 오류 등 각종 공방이 이어지면서 계속됐다. 항소법원과 대법원을 오갈 때마다 판결도 매번 뒤집혔다. 대법원 사형 판결에 대해 집요한 ‘반항’을 계속해 온 제9순회 항소법원 스티븐 라인하트 판사는 “모든 증거와 정황을 검토해 사형이 제대로 선고된 것인지 여부는 아무리 세밀히 따져도 모자라지 않는다”며 “판사에게 이보다 더 막중한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벨몬츠 사형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계속돼온 검사와 상·하급 법원 간 싸움은 기이하게 변형된 사형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 전역에서 사형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1977년 사형제가 복원된 이후 사형 판결을 받은 685명 중 실제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13명이었다. 이보다 더 많은 38명은 집행을 기다리다 자연사했다.

미국에서는 독극물을 주입하는 방식의 사형 집행이 사형수에게 고통을 줘 헌법에 위배된다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각 주가 미뤄왔던 사형 집행을 속속 재개하면서 사형 폐지론자와 인권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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