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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한반도 방위를 책임지는 해리 해리스 신임 태평양사령관(59)은 25일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며 북한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 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군 태평양사령관 자리에 오른 그는 이날 보도된 시사주간지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무엇을 가장 우려하며, 무엇이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북한에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공격하려 노리는 지도자가 있다”며 “그(김정은)는 핵무기와 함께 대륙 너머로 핵무기를 날려 보낼 수단을 가지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김정은)가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등 잇따른 북한의 권력 엘리트 숙청 사건을 언급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을 건설하는 등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는 등 도발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에 비판적”이라며 “국제법 및 규범과 일치하지 않는 이 같은 행동은 역내 긴장을 조성하고 평화를 저해하는 한편 인접국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으로 한국과 일본 등에 주둔했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나의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가했고 나는 한국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며 자랐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인 어머니를 둔) 나의 배경은 한국과 또 다른 동맹(일본)의 중요한 관계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1일(현지 시간) “다음 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통적으로 사드와 같은 종류의 특정 방어체계 문제는 정상급에서 협의하거나 결정하기 전에 실무적 계통을 통해 협의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국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루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워싱턴 특파원 월례 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 문제가 논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사드 배치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미 당국자들의 잇따른 한반도 사드 배치 관련 발언에 대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요청했기 때문에 당연히 미 행정부 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 전투 지휘관들도 한반도 사드 배치를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미 행정부 내 사드 배치 논의 과정에 정통한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21일 “미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하더라도 자체 국방예산으로 구입해 한국 내 미군기지에 배치하겠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 경우 한국이 비용을 분담한다면 기지 부지 제공 등 부대비용에 한정될 것”이라며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협정 내에서 처리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어 “최근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사용한 ‘퍼머넌트 스테이셔닝(permanent stationing)’이라는 개념은 시간이 아닌 공간의 개념”이라며 “‘영구 주둔’이나 ‘상시 배치’보다는 ‘이동식 배치’의 반대말인 ‘고정식 배치’가 더 정확한 번역”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 중이던 18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20일(현지시간) “미 정부 내부에서 오가는 논의에 대해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자신이 케리 장관 방한에 동행했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주제도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액면 그대로 사드 배치 공론화 움직임 논란을 잠재우려 한 의식적인 발언으로 보이지만 “정부 내부적으로 편하게 이야기했다”는 대목은 오히려 뒤집어 말하면 현재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든 이제 사드 논의는 ‘배치하느냐 마느냐’에서 협상이 시작될 경우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로 발전하고 있다. 배치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양국 간 투명한 정보 공유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2011년 미사일과 발사대, 레이더 세트 지원 물자 등을 포함한 사드 2개 포대를 19억6000만 달러(약 2조1560억 원)에 계약했다. 한 미국 군사 컨설팅 회사는 2013년 기준으로 사드 미사일 한 발 가격은 1102만 달러,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은 7억5700만 달러라고 소개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드 1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할 경우 한국이 매년 내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인 8000억∼9000억 원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사드 포대가 주둔할 부지 매입과 주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건설, 주민 이주비 등 부대 비용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 비용 부담을 미국 또는 한국 한쪽이 전액 부담하거나 일정 비율로 공동 분담하는 방안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윈펠드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19일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미나에서 “우리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에 기여하길 원하지만 아직 공식 협상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하고 싶지 않다. 외교적 협상에 맡겨야 한다”고 말해 한국의 비용 부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도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자체 예산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한국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양국이 공론화를 시작한다면 어려운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드 제조사 록히드마틴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11번 요격 실험을 해서 11번 성공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윈펠드 미 합참 차장도 19일 세미나에서 “사드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등 미군 당국자들도 홍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들도 있다. 미 국방부의 마이클 길모어 무기 운용시험평가국장은 3월 2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보고서에서 사드와 관련해 “실전 운용에 요구되는 신뢰성은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조건이 통제된 상태에서의 실험 결과가 실전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달 “미국이 100억 달러를 들여 구축한 MD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 소속 회계감사국(GAO)도 지난해 7월 “MD 개발 사업에 의회가 예산을 더 승인할 만큼 정보가 투명하거나 풍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존 케리 국무장관이 방한 중이던 19일(현지 시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미 국무부가 20일 “미 정부 내부에서 오가는 논의에 대해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자신이 케리 장관 방한에 동행했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주제도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액면그대로 사드 배치 공론화 움직임 논란을 잠재우려 한 의식적인 발언으로 보이지만 “정부 내부적으로 편하게 이야기했다”는 대목은 오히려 뒤집어 말하면 현재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든 이제 사드 논의는 ‘배치하느냐 마느냐’에서 협상이 시작될 경우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로 발전하고 있다. 배치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양국간 투명한 정보 공유가 우선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돈은 누가?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레이트(UAE)는 2011년 미사일과 발사대, 레이더 세트 지원 물자 등을 포함한 사드 2개 포대를 19억6000만 달러(약 2조1560억 원)에 계약했다. 한 미국 군사 컨설팅 회사는 2013년 기준으로 사드 미사일 한 발 가격은 1102만 달러,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은 7억5700만 달러라고 소개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드 1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할 경우 한국이 매년 내는 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인 8000억~9000억 원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사드 포대가 주둔할 부지 매입과 주변 사회간접자본(SOC)시설 건설, 주민 이주비 등 부대 비용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 비용부담을 미국 또는 한국 한쪽이 전액 부담하거나 일정 비율로 공동 분담하는 방안이 있다. 이와관련 제임스 윈펠드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19일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미나에서 “우리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에 기여하길 원하지만 아직 공식 협상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하고 싶지 않다. 외교적 협상에 맡겨야 한다”고 말해 한국의 비용 부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도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자체 예산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한국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양국이 공론화를 시작한다면 어려운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실효성은 있나? 사드 제조사 록히드 마틴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11번 요격 실험을 해서 11번 성공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윈펠드 미 합참 차장도 19일 세미나에서 “사드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등 미군 당국자들도 홍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들도 있다. 미 국방부의 마이클 길모어 무기 운용시험평가국장은 3월 2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보고서에서 사드와 관련 “실전 운용에 요구되는 신뢰성은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조건이 통제된 상태에서의 실험 결과가 실전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이다. LA타임스는 지난달 “미국이 100억 달러를 들여 구축한 MD 체제가 제대로 작동 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 소속 회계감사국(GAO)도 지난해 7월 “MD 개발 사업에 의회가 예산을 더 승인할만큼 정보가 투명하거나 풍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kyle@donga.com}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영구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의 19일(현지 시간) 발언은 그동안 한미 양국 당국자가 내놓은 사드 관련 발언 가운데 가장 명확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한국을 방문했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출국 직전인 18일 사드 배치 당위성을 언급한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미 행정부 내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조기에 공론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동안 미국이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로키(low key)’ 정책을 유지해 온 것은 중국 및 러시아의 반대와 더불어 사드 배치를 공론화했을 경우 국내 정치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한국의 처지를 함께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사드 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중요한 근거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내세우고 있다. 로즈 차관보도 북한의 미사일 개발 실태를 언급하면서 “한국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도 명백한 위협”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핵·미사일 능력 억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사드 공론화 사전 작업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듯한 각종 언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한미 양국이 공식적인 대화에 착수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미 양국 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 달 방미 때까지 사드 배치 문제가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케리 국무장관과 에번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방한 중 한미 양국 간에 모종의 대화가 오고 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워싱턴 외교가에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3월 서울에 온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해 외교 문제가 되자 워싱턴에서는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됐었다. 워싱턴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 양국이 사드에 대한 공론화를 미루는 사이 중국이 먼저 선수를 치는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며 “사드를 배치하든 하지 않든 한미 간에 이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양국이 안보지침 개정에 합의하면서 미일 군사동맹이 한 단계 격상된 가운데 한국도 주도적으로 한미 군사동맹과 관련한 적극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사드 배치 문제가 공론화될 경우 곧바로 배치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 실효성 논란은 물론이고 수조 원대에 달하는 비용 분담 문제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가 사드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미군 부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더라도 미국이 배치 및 유지비에 대해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용 부담 주체와 부지 제공 문제 등의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영구 배치(permanent stationing)를 고려하고 있다고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19일(현지 시간) 밝혔다. 최근 방한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사드 체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나온 발언이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공론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는 이날 오후 워싱턴 국회의사당 레이번 빌딩에서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연사로 나와 “우리(미국)는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으며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여 미 정부 내에서 검토 단계임을 시사했다. 미 정부 핵심 관계자가 사드 포대의 한반도 영구 주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로즈 차관보는 지난해 이후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해 온 인물이다. 그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주변국의 반발과 관련해 “사드는 러시아나 중국의 광범위한 전략적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줄 수도 없다”면서 “사드가 한국에서 가동된다면 전적으로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처할 방어용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임스 윈펠드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미나에서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을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안다. 물론 우리(미국)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 및 주한미군 병력의 방위력을 증강하기 위해 사드를 사용할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또 한국과 사드 배치 협의 가능성에 대해 “여건이 성숙되면 (한국과)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파트너(한국) 국가를 매우 존중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사드 도입 논란과 관련해 “(미국의) 요청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 안보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관련 요청이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 말이지만 일각에서는 기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 대변인이 3월 11일 “사드 도입 여부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요청, 협의, 결정 없음)’로 표현할 수 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은 사실을 고려하면 이날 발언은 사드 도입 공론화에 대비하는 쪽으로 청와대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이재명 기자}
6·25전쟁 이후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영문명 Ode to My Father)’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상영된다. 미 연방의회 내 친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명예회장인 찰스 랭걸 하원의원(민주·뉴욕)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다음 달 3일(현지 시간) 오후 6시 의사당 방문자센터 내 오리엔테이션 영화관에서 국제시장 특별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랭걸 의원은 특히 영화 내용 중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언급하며 “영화 상영을 계기로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간 생사도 모른 채 헤어져 있던 재미 한인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가족을 상봉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다음 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미동맹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에서는 과거에도 탈북자들의 고통을 다룬 영화 ‘크로싱’(2008년), ‘48M’(2012년), 6·25전쟁 이후 헤어져 살아온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산가족’(2014년)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영화들이 종종 특별상영회나 시사회 형식으로 상영된 적이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역주행’을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계 집단성명에 동참한 학자들의 수가 500명에 육박했다.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사진)는 19일 본보에 보낸 e메일에서 “이달 6일 187명이 서명한 집단성명이 발표된 뒤 동료 학자들의 지지와 성원이 크게 늘어 서명자 수가 현재 456명으로 늘어났다”며 “전공과 지역을 넘어 서명자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서명자에는 동아시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네덜란드 출신 이안 브루마와 독일 일본학연구소(DIJ)의 프란츠 발덴베르크,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세바스티앙 르셰발리에 등이 포함됐다. 출신 지역은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 남미를 포괄하고 있으며 전공도 역사학에 그치지 않고 정치학, 인류학, 문학, 종교학 등 인문학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인다. 더든 교수는 “성명에 동참한 학자들은 일본에 대한 공개 토론의 장을 만들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과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책임이라는 데 공감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특정한 역사와 사건에 대해 공개 토론의 기회를 제한하려는 반(反)생산적인 일본 내 기류를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명 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피해 여성 다수가 자신들의 의지에 반해 붙잡혔고 일본군이 조직한 국가적 후원 시스템에 의해 야만의 제물이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6·25전쟁 이후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영문명 Ode to My Father)’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상영된다. 미 연방 의회 내 친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명예회장인 찰스 랭걸(민주·뉴욕)하원의원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다음 달 3일(현지시간) 오후 6시 의사당 방문자 센터 내 오리엔테이션 영화관에서 국제시장 특별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랭걸 의원은 특히 영화 내용 중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언급하며 “영화 상영을 계기로 한국전 이후 60여 년간 생사도 모른 채 헤어져 있던 재미 한인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가족을 상봉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랭걸 의원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올해 초 재미 한인 이산가족의 북한 내 가족 상봉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미 의회에서는 과거에도 탈북자들의 고통을 다룬 영화 ‘크로싱’(2008년) ‘48M’(2012년), 6·25전쟁 이후 헤어져 살아온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산가족’(2014년)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영화들이 종종 특별상영회나 시사회 형식으로 상영된 적이 있다. 이번 상영회를 후원한 김자혜 허드슨문화재단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의 하나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상영회는 워싱턴한인연합회 등 미국 내 한인단체와 문화예술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주미 한국대사관과 국제시장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와 현지 교포언론이 후원한다. 한편 국제시장은 지난 2월 한인 밀집지역인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서도 미국 내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초대한 특별 상영회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끄는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등 주변국에 대비를 촉구했다. NYT는 ‘북한의 공포’라는 제목의 18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핵무기와 함께 잘 정비된 압제 도구를 가지고 있어 체제 붕괴가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언젠가는 급격하고 잔인하게 붕괴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한국과 동맹국들은 (김 씨 정권의 압제에) 고통 받은 나라를 구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미국과 동맹국들은 경계심을 잃지 않고 김정은 체제를 억지할 방법을 찾는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소련도 조지프 스탈린 사후 40년 동안 더 생존했지만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붕괴는 예상보다 급속했다”고 언급해 북한 체제 붕괴도 갑작스런 방식으로 현실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설은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개에 물려 숨지게 했다는 중국 블로그의 오보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고사포로 숙청됐다는 한국 국가정보원 보고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공포정치’의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불안정하고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지속하고자 공포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NYT는 존 케리 장관의 18일 한국 방문 발언을 전하면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중국을 포함시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방안을 찾는 일을 반드시 해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kyle@donga.com}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과세 등을 이유로 낸 5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대한 증인신문이 18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 정부 측 증인으로 채택된 전직 금융계 고위 관료들이 변론에 나서기 위해 워싱턴에 속속 도착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심리로 열리는 증인신문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 심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소송 전망에 대해서는 “두고 보자”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도 15일 현지에 도착해 “국익과 명예를 지킨다는 비장한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공정하고 적법한 대우를 했다는 점을 사실에 근거해서 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기까지 금융위원장으로서 대주주 적격성 논란과 강제 매각명령을 내리는 과정을 총괄했다. 전 전 위원장은 2007∼2009년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던 시기에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ICSID는 이들을 포함해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정진규 외교부 심의관, 성대규 전 금융위 국장 등 모두 26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2007년 9월 HSBC와 6조 원 상당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심사를 미뤄 HSBC가 인수를 포기했고 결국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4조 원에 팔면서 2조 원가량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는 또 외환은행 관련 투자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국세청이 부당하게 과세했다며 이를 반환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벨기에에 세운 LSF-KEB홀딩스는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 따라 세금이 면제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HSBC에 매각을 추진할 당시 외환은행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매각 승인은 그 결과가 나온 뒤에 가능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또 LSF-KEB홀딩스는 과세를 피하기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ICSID는 승인 지연 부분에 대한 1차 심리를 24일까지, 과세 정당성에 대한 2차 심리를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열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소송 결과가 1, 2년 뒤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성형수술 공화국 한국’의 민낯을 공개했다. 이 신문은 16일(현지 시간) 자사 인터넷 인기 블로그인 ‘웡크블로그(Wonkblog)’를 통해 한국의 성형수술 실태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와 사진을 내보냈다. 기사는 뉴욕에 살고 있는 한국계 사진작가 여지 씨가 백스터 CCNY에서 전시 중인 성형수술 사진전 ‘조금 아플 겁니다(It Will Hurt a Little)’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얼굴 성형수술 직후 속옷 차림으로 얼굴에 살색 붕대를 감고 있는 한국 여성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기사는 단번에 ‘많이 읽은 기사’ 1위에 올랐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G성형외과의 호화로운 내부 시설 및 수술 후 회복 중인 여성 환자 여러 명의 모습과 함께 수술에 사용된 약품과 주사기, 피가 묻은 거즈 등이 담겨 있는 쓰레기통 장면 등 여 씨가 찍은 사진들은 한국 성형 산업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사를 쓴 애나 스완슨 기자는 “한국이 왜 세계에서 ‘성형수술의 수도’로 불리는지 이 사진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자료를 인용해 미국 여성은 5%가 성형수술을 받는 반면 한국 여성은 20%가 어떤 형태로든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의사만 30명에 직원이 300명에 달하고 수술실은 12개, 회복실은 40개, 상담실은 70개”라면서 성형수술 전 과정이 빠르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또 한국에는 2000여 명의 성형외과 의사가 있고 성형수술 등 의료관광 수입이 2012년 4억5300만 달러(약 4922억 원)로 2009년에 비해 3배로 늘어났다며 중국과 일본, 대만, 러시아, 심지어 중동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와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시진핑 중국 정부가 다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 능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 직후 나온 이 기사는 미국의 MD 체제가 북한과 이란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공식화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NYT는 ‘중국이 미사일들을 더 강력하게 만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 주석은 미국과 핵 및 ICBM 개발 경쟁에 주저했던 과거 중국 지도자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며 “중국이 ICBM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토주권을 강화하고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MD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8일 미 의회에 제출된 국방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은 ‘둥펑(東風·DF)-5’ ICBM에 여러 개의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를 공격하는 ‘다탄두 각개 유도 미사일(MIRV)’을 새로 장착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DF-5 20기를 지하 격납고에 보유 중이며 이 가운데 10기가 개량돼 미사일 1기당 3개의 탄두가 장착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렇게 되면 DF-5를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발사될 수 있는 탄두의 수가 종전 20개에서 40개로 늘어나는 것이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미국을 서태평양 지역에서 몰아내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응하는 신호를 보낼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미 국방부는 MD 체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분쟁 해역에 군함을 보내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내 미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는 기사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한편 미국 하원은 전날 6120억 달러(약 665조 원) 상당의 국방예산안이 반영된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찬성 269표, 반대 151표로 통과시켰다. 예산안에는 미국 동부지역 MD 체계 강화를 위해 3000만 달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비난할 때는 비난하더라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는 게 외교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관계가 악화된 미국과 러시아가 12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러를 계기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국제질서가 ‘실용외교’로 재편되는 또 다른 단면들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오후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의 대통령 별장에서 만나 약 4시간 동안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내전, 이란 핵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고위 지도자가 회담을 연 것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양측이 만난 것은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과 급속한 국내 경기 하락을 우려하는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국은 두 지도자의 회담 직후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케리 장관의 회담은 당초 1시간 반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이 지나자 케리 장관에게 러시아산 와인을 권하며 대화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4시간가량 회담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남부 곡창 지대인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 생산된 토마토와 감자,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상징물이 그려진 티셔츠를 케리 장관에게 선물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애썼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소치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현지에 있는 2차대전 전몰용사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스크바 승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한 러시아의 섭섭함을 달래려는 성의를 보인 것.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해 양측은 올해 2월 체결된 종전 합의를 지지한다고 확인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무력 사용 중단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반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지 않았다. ▼ ‘親美’ 모디 인도총리 첫 中방문 ▼시진핑 정치적 고향 시안서 직접 마중… AIIB-고속철 등 경제협력 범위 확대印 “안보는 美, 경제는 中” 실리외교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4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5월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모디 총리를 위해 직접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으로 마중 나갈 계획이다. 산시 성은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2010년 8월 창춘(長春)으로 가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중국 최고지도부가 베이징(北京)이 아닌 곳에서 외국 정상을 맞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9월 시 주석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 주를 방문한 바 있어 모디 총리의 이번 산시 성 방문은 답방 성격도 띠고 있다. 모디 총리는 당나라 현장 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존하기 위해 세웠다는 대불탑을 참관하며 양국의 오랜 역사 교류도 강조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의 파격 예우와 관련해 미국과 점차 군사 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인도를 끌어안으려는 중국의 결의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13일 전했다. 중국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창설해, 빠르면 올해 출범하는 신개발은행(NDB)의 초대 총재에 인도 민간은행가 출신의 K V 카마스 씨를 선임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인도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상하이협력기구(SCO)에는 옵서버로 참가하는 등 중국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도는 모디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무역적자 감소 방안 마련 △인도의 첫 고속철도에 중국 참여 △지난해 9월 시 주석 방중 시 약속한 2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행 등에서 진전을 이룰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도가 ‘안보는 미국에 기대고, 경제적 실리는 중국에서 챙기는 외교’를 펴고 있다고 분석한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원유 시추 범위를 북극해까지 허용하면서 셰일가스 개발 붐에 이어 에너지 자원 개발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환경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이다. 미국이 북극 석유를 개발하면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의존도가 줄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축소되고 중국 러시아의 부상에도 미국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석유 확보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향후 국제질서 속 영향력과 관련되는 문제라 주목된다. 미 내무부의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11일 다국적 석유 기업인 로열더치셸의 북극해 시추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셸은 이르면 올여름부터 알래스카 북서쪽 연안 축치 해 등지의 최대 6곳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나설 계획이다. 2011년 미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인근 해역 지하에 매장된 개발 가능한 원유는 약 220억 배럴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 900만 배럴의 2444배 분량이다. 북극해 석유 시추 허가는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100% 자립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충격을 피하자는 것이다. 국제 유가 하락에 의한 러시아 견제라는 부수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한다고 해도 자원 개발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으로 슈퍼 파워로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셸은 2007년부터 축치 해 유전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2012년 말 시추 시험 과정에서 원유 유출 방지를 위한 ‘오염물질 차단돔(containment dome)’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추 계획이 연기돼 왔다. 환경 단체들은 개발 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2010년 멕시코 만에서 일어난 유전 폭발 사고보다 더 치명적인 환경오염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그해 4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멕시코 만의 마콘도 유정에 설치한 시추선 ‘딥 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하면서 시추요원 11명이 사망하고 3개월 동안 400만 배럴이 넘는 원유가 유출돼 해양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철저한 환경 안전기준 마련과 시행을 통해 예상되는 환경단체들의 유전개발 반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미 내무부는 올해 1월 27일 대서양 연안의 50마일(약 80km) 외곽에 있는 외변 대륙붕(OCS·Outer Continental Shelf)에서 원유 채굴을 허용하는 해양 굴착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대서양 연안은 2017년 8월에 끝나는 현재의 ‘대륙붕 개발 5개년 계획’에서 제외된 곳으로 멕시코 만 등에서 원유 채굴을 해 왔던 미국이 이곳에서 원유 개발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에도 ‘친구의 검은 돈’ 경보가 울리고 있다. 지난달 출마를 선언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부자 후원자와의 돈 관계로 구설에 올랐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언론의 공개 검증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자 기사에서 루비오 의원(43)과 억만장자 자동차 딜러 노먼 브라만 씨(82)의 정경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브라만 씨는 루비오 의원의 가장 중요한 정치자금 후원자. 2004년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 선거 출마 때 1000달러를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할 때에는 10만 달러를 지원했다. 브리만 씨는 같은 기간 빚에 쪼들리던 루비오 의원 부부에게 수십만 달러 어치의 재정지원을 했다. 루비오 의원이 상원의원 후보 시절일 때 개인 변호사와 마이애미대 강사로 채용해 월급을 지급했고 4차례나 전세기 이용 편의도 봐줬다. 루비오 의원의 부인도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의 유급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NYT의 의혹 제기로 쿠바 난민 출신 부모 밑에 태어나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고 나선 루비오 의원의 입지전적인 경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도 재직 시절 클린턴재단을 이용해 뇌물성 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NYT는 러시아인들이 2009~2013년 미국의 ‘우라늄 원’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던 클린턴 당시 장관이 운영하는 재단에 235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다. 공화당의 유력 후보인 부시 전 주지사도 오래 전부터 아버지 및 형 부시 대통령을 지지해 온 경제인들과의 유착설에 일찌감치 휘말리는 등 미국 정치도 검은 돈과의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kyle@donga.com}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북한은 역내에서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하고, 그 대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구체적 조치들에 초점을 맞추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695호를 시작으로 2013년 채택된 2094호까지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주장대로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쏴 올린 것은 기술적인 진보로 보이지만 사거리가 짧아 아직 초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즉각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9일 오키나와(沖繩) 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SLBM 발사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전 확인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SL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맞먹는 핵 운반 수단의 하나로 개발이 진전되면 한미일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공개한 SLBM의 속도와 각도 등을 볼 때 시험이 성공적으로 보인다”며 “SLBM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위력 과시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성사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영문판은 9일 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SLBM에 핵탄두가 탑재된다면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그동안 북한이 ‘위성 발사’라고 주장해 온 ‘은하 3호’(2012년 12월 발사)를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북한을 감싸고돌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했지만 자신의 명의로 축전을 보내는 등 자기 나름의 성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 ‘조국전쟁승리 70주년 기념메달’을 김정은에게 보내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조숭호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던 4월 26일∼5월 2일 6박 7일은 한국 워싱턴 특파원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밤낮이 뒤바뀐 상황에서 새벽에 일어나 초판 신문을 막고 잠깐 눈을 붙인 뒤 아침에 바로 일어나 아베 총리의 오전 일정을 커버해 마지막 판을 막아야 하는 강행군이 연일 이어졌다. 아베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만행을 시인하고 사과할 것인지는 이미 한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상태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 말 한마디와 맥락이 모두 엄청나게 중요한 취재 대상이었다.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을 찾았을 때보다 바빴던 것이 확실했다. 한국 언론은 일본 언론 다음으로 관련 기사를 많이 썼을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아베 총리는 미 연방 상하 양원 합동연설에서 아시아 청중을 외면했다. 대신 “우리(일본)의 행동(침략과 식민지 지배)은 아시아 국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라는 말로 대신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그의 예상된 ‘오리발’은 미국 내 지성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달 28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AFP통신의 앤드루 비티 백악관 출입 기자가 첫 질문자로 지명돼 아베 총리에게 ‘지금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돌직구 같은 질문을 날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소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을 편드는 일에 신중했던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전 세계 일본학자 187명이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 측의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여론을 의식한 청와대와 외교부가 조바심을 내면서 ‘워싱턴 한국 외교 인력의 75%가 아베 뒷다리 잡기에 동원됐다’는 소문이 워싱턴에 퍼졌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업무 지시를 내리는 북미(北美)국 산하 북미1과는 최근에는 ‘미일(美日)과’로 불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 문제 공조 등 더 중요하고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에 투자되어야 할 한국의 대미(對美) 외교 역량이 ‘워싱턴을 통해 대일 과거사 문제를 해결한다’는 과거 지향적 명분 외교에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아베의 태도를 바꿔 달라’는 부탁을 오랫동안 받아야 하는 미 당국자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관계를 중재(mediate)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한국의 우려와 일본의 견해를 듣고 대화를 증진시키는 알선(good offices)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비용과 위험을 안고 동맹국 미국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아베 총리의 미래지향적이고 실리적인 대미 외교는 한국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괌 기지 개보수에 25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선뜻 내놓겠다고 선언했지만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공짜로 배치하겠다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대신 추진하겠다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 사업에 배정해야 할 예산을 복지 사업에 돌리고 있는 상황은 미국에 안보를 무임승차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우려가 크다. 글로벌 현안에 대한 기여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시리아 난민 지원에 5억9000만 달러를 내놓은 상황에 한국은 고작 1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이 잠수함 탑재 탄도미사일(SLBM) 발사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북한의 군사행동과 한반도 상황을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역내에서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하고 그 대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구체적 조치들에 초점을 맞추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695호를 시작으로 지난 2013년 채택된 2094호까지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주장대로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쏴 올린 것은 기술적인 진보로 보이지만 사거리가 짧아 아직 초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영문판은 9일 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SLBM에 핵탄두가 탑재된다면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그동안 북한이 ‘위성 발사’라고 주장해 온 ‘은하 3호’(2012년 12월 발사)를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북한을 감싸고 돌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했지만 자신의 명의로 축전을 보내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 ‘조국전쟁승리 70주년 기념메달’을 김정은에게 보내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북한의 SLBM 발사실험 성공 주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 시간) “만일 미사일 실험이 성공했다면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새로운 미사일 방어망을 갖춰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망 계획과 전개, 운영 등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9일 “북한이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면 한국과 일본, 미국에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북한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세계 각국에 새로운 시련을 안겼다. 북한 문제가 다시 미궁에 빠졌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은 탐지가 쉽지 않아 지상의 탄도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이라며 “발사에 성공했다면 북한 전력의 상당한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게 핵협상과 관련된 대화를 재개하도록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북한의 무력 과시가 오바마 행정부에게 핵협상 재개에 대한 결심을 다시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자 187명의 집단 성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작은 한 달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베 총리 방미를 한 달 앞둔 올해 3월 26일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 셰러턴호텔에서 미국 내 아시아 연구자 1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시아연구협회 연차총회가 열렸다. 29일까지 3박 4일 동안 400여 개 세션이 열린 이 초대형 행사에서 한일 간 역사 외교전이 펼쳐졌다. 일본 측에서는 저팬파운데이션(JF), 일본 아시아역사 기록센터 등이 부스를 열고 일본 현대사를 홍보했다. 이에 맞서 한국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 동북아역사재단 등이 독도 영유권과 동해 병기 문제 등을 알리는 전시관을 열었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한일 양국 정부 당국자들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국 지식인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시카고 총회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 측은 주미대사관 관계자가 급파됐고 일본 측은 총리실에서 직접 전문가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한국 측의 판정승이었다. 일본 관련 세션에서는 미국 드레이크대 메리 매카시 교수가 ‘일본 민주정치에서의 위안부 이슈’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등 아베 정권의 우경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일본 세션에 참석했던 학자들 위주로 아베 총리에게 직접 연명 서한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세계 역사학자 187명이 동참한 전대미문의 성명은 이렇게 태동했다. 올해 2월 미국 역사학자 20명의 집단 성명을 통해 아베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를 중심으로 6, 7명의 핵심 멤버가 초안을 작성했다. 회원들은 협회 홈페이지의 회원 전용 사이트와 개인 e메일 등을 통해 회람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다.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역사학자들이 지지 의사를 알려 왔다. 더든 교수는 “성명 초안에 대해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잔혹성에 대해 수백 쪽의 의견서를 쓰고 싶었지만 가능한 한 최대 한도로 간명하게 성명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온 성명의 내용은 올해 2월 미국 역사학자 20명이 낸 성명에 비해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학자와 언론인, 정치인들이 과거사 문제를 민족주의적으로 활용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아시아 전체의 책임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명 작성 과정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편을 든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서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일본과 과거사 갈등을 빚는 한국과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서명자 명단에서 가급적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