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극해 원유시추 허용… 에너지 패권강화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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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석유의존 줄여 100%자립 목표… 유가충격 흡수-일자리 창출 효과
알래스카 인근에 220억배럴 매장… 셸, 2015년 여름부터 시추 나설 계획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원유 시추 범위를 북극해까지 허용하면서 셰일가스 개발 붐에 이어 에너지 자원 개발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환경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이다. 미국이 북극 석유를 개발하면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의존도가 줄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축소되고 중국 러시아의 부상에도 미국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석유 확보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향후 국제질서 속 영향력과 관련되는 문제라 주목된다.

미 내무부의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11일 다국적 석유 기업인 로열더치셸의 북극해 시추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셸은 이르면 올여름부터 알래스카 북서쪽 연안 축치 해 등지의 최대 6곳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나설 계획이다.

2011년 미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인근 해역 지하에 매장된 개발 가능한 원유는 약 220억 배럴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 900만 배럴의 2444배 분량이다.

북극해 석유 시추 허가는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100% 자립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충격을 피하자는 것이다. 국제 유가 하락에 의한 러시아 견제라는 부수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한다고 해도 자원 개발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으로 슈퍼 파워로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셸은 2007년부터 축치 해 유전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2012년 말 시추 시험 과정에서 원유 유출 방지를 위한 ‘오염물질 차단돔(containment dome)’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추 계획이 연기돼 왔다. 환경 단체들은 개발 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2010년 멕시코 만에서 일어난 유전 폭발 사고보다 더 치명적인 환경오염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그해 4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멕시코 만의 마콘도 유정에 설치한 시추선 ‘딥 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하면서 시추요원 11명이 사망하고 3개월 동안 400만 배럴이 넘는 원유가 유출돼 해양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철저한 환경 안전기준 마련과 시행을 통해 예상되는 환경단체들의 유전개발 반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미 내무부는 올해 1월 27일 대서양 연안의 50마일(약 80km) 외곽에 있는 외변 대륙붕(OCS·Outer Continental Shelf)에서 원유 채굴을 허용하는 해양 굴착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대서양 연안은 2017년 8월에 끝나는 현재의 ‘대륙붕 개발 5개년 계획’에서 제외된 곳으로 멕시코 만 등에서 원유 채굴을 해 왔던 미국이 이곳에서 원유 개발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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