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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산정의 적정성을 따져보겠다는 감사원의 감사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례가 없다 보니 감사 방식과 대상, 기준을 놓고 감사원 내부에서도 세부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대학들은 벌써부터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학판 ‘원가 공개’ 논란감사원은 부실 대학을 중심으로 감사 대상을 우선 선정한 뒤 순차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다음 달 4일 202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사전 서면조사부터 강도 높게 추진할 방침이다.대학 등록금은 △대학의 운영비 인건비 사업비 증감률 △지난해 등록금 △다른 대학의 등록금 수준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기업 제품의 최종 판매가격이 원가와 차이가 나듯이 등록금 액수가 정해지기까지는 여러 수치를 대입한 수많은 방정식이 작용한다.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등록금 대비 교육비 환원율부터 따져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립대 적립금의 적절성 여부와 정부 지원금의 사용 명세, 장학금 실적 등도 기본적으로 따져야 할 대상이다.그러나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가 등록금에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수치상으로 따지기 어려운 요인들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학 규모와 학생 수 등이 비슷한 경우 대학의 ‘이름값’에 따라 다른 등록금의 적정성은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것이다.학과마다 등록금 차이가 나는 부분도 변수다. 의대나 공대처럼 등록금이 다른 과에 비해 높은 경우 실습비 같은 비용 외에 교수진의 몸값 같은 무형의 가치도 판단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등록금 인하 유도할 수 있을까이번 감사 결과가 등록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감사원 관계자는 “과거 석유가격을 떨어뜨려 보라는 지시를 받고 정유사들의 석유가격 산정 적정성에 대해 감사를 벌였을 때와 비슷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당 지출, 불합리한 비용 등을 찾아내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했다.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 대학들이 여론의 압력 속에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 감사 결과를 통해 공기업 사장들이 턱없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자연스럽게 그 액수가 줄어든 적이 있다는 것이다.감사에서 확보된 통계자료들은 정치권과 정부의 등록금 인하 정책에 사용돼 대학 구조조정 추진에도 속도를 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부실 대학은 국가보조금 삭감 등 정책적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대학들이 등록금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연간 4조 원에 이르는 정부의 대학지원금이 결국 국민 세금이라는 점에서도 적정성을 판단할 수치를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록금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영선 한림대 총장은 “조만간 대교협 차원의 유감 표명이 있을 것”이라며 “대학들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 일괄 감사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뿐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등록금 대비 교육비 환원율 ::대학이 등록금을 받아 교육을 위해 얼마나 지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총교육비를 전체 등록금 수입으로 나눈 값. 주로 학자금 대출 한도 대학을 결정할 때 등 부실 대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대학 등록금 산정의 적정성을 특별 감사하겠다는 10일 감사원의 방침은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날 오후 갑자기 기자실을 방문해 대대적인 감사계획을 밝힌 것이다. 사실상 역대 최대라는 감사 규모나 대상 등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감사원의 이례적인 대학 ‘정조준’ 감사원이 대학 등록금 문제에 칼을 뽑아든 것은 최근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가닥을 잡지 못한 채 백가쟁명 식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등록금 산정의 기준이 될 정확한 근거부터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당초 11월로 예정돼 있던 ‘교육재정 배분 및 집행실태’ 감사를 앞당겼다. 감사원은 회계 관리 및 국고보조금, 연구개발비(R&D) 사용의 적정성 부분에서는 특히 지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최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비리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대학 등록금 감사로 중립성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교육비리 감사를 예고해온 양건 감사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다만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책임자 처벌보다는 잘못된 관행과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재정운용 우수대학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도 주겠다는 것이다.○ 등록금 부담 키운 또 다른 이유 비싼 등록금만 학생들의 허리를 휘게 만든 건 아니었다. 학자금 대출이나 지원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교육격차 경감대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이 금융기관을 통하던 과거와 달리 정부 직접대출 방식으로 바뀌면서 따로 보증료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이를 계속 징수했다. 그 결과 2009년 2학기에 33만 명의 학생이 모두 296억 원의 보증료를 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사립대학의 대부분은 수업료 면제 대상인 10%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30%를 넘도록 한 저소득층 학비면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 비율’을 지키지 않은 대학은 2008∼2009년 학기별로 전문대를 포함한 286개 사립대 가운데 최대 205개교(72%)에 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1921억 원의 혜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돌아간 셈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감사원이 최근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는 대학생 등록금 인하 문제와 관련해 전국 대학 등록금 산정의 적정성을 따지는 특별감사에 나선다. 감사원은 이를 위해 양건 감사원장 직속으로 20여 명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200여 명의 감사 인력을 투입해 전국의 4년제 국공립 및 사립대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이는 감사원의 전체 감사인력 600명 중 3분의 1이 투입되는 것으로 출범 이후 사실상 최대 규모다. 그동안 가장 큰 규모의 감사는 1993년 당시 이회창 원장 시절에 이뤄졌던 율곡비리 감사였다.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10일 긴급 브리핑에서 “대학 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 산정의 적정성을 따질 수 있는 기본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재정 배분 및 집행실태’ 감사 계획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당장 다음 주부터 전국의 4년제 국·공·사립대 202곳의 재정운용 실태를 서면으로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감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7월 예비감사를 거쳐 8월 본감사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사립대에 대해서는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공동감사 형식으로 진행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전 조율된 것은 아니지만 공식 협조 요청이 오면 감사 일정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감사의 초점은 등록금 산정의 적정성과 대학 재정운용 실태에 맞춰져 있다. 감사원은 우선 등록금 산정 내용을 분석해 과연 그 산출 기준이 적절한지를 면밀히 따질 태세다. 또 감사 결과를 국회와 정부 등에 넘겨 합리적인 대학 등록금 마련 등 관련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 사무총장은 “적어도 부풀려진 예산이나 낭비만큼은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대학의 회계 관리 적정성 △국고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의 적정성 △연구개발(R&D)비 지원 및 관리 실태 등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의 수입인 등록금 산정이 지출 규모와 맞닿아 있는 만큼 대학이 부당지출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국민권익위원회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아파트 인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변의 소음으로 인한 주민과 시행사 간 분쟁을 김영란 위원장의 중재로 해결했다고 9일 밝혔다. 권익위는 이날 송파구민회관에서 김 위원장 주재로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장지동 송파파인타운 1단지 아파트 입주자들과 SH공사,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합의를 중재했다. 이에 따라 SH공사는 10월까지 방음벽을 도로변 소음기준에 맞게 보완 및 설치하고, 한국도로공사는 관련 행정절차와 공사 중 사고 예방을 위한 전반적인 안전조치 이행에 협조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조정서에 서명하기 전까지 당사자 간 의견조율 과정을 챙겼다고 권익위 측은 설명했다. 그는 앞서 다른 분쟁 사안에 대해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중재에 나섰다가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뒤 사전 물밑 조율에 신경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 및 대학 동맹휴업을 앞두고 정부 여당이 뒤늦게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 여당 내에서의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등록금 문제를 불쑥 제기해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에 당 차원의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나라당은 장학제도를 확대해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지만 반값 등록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등록금 자체를 낮추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등록금 대책을 발표한 뒤 여러 차례의 국민공청회와 정부와의 당정협의를 거쳐 이달 안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한나라당 등록금 부담 완화 및 대학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가 준비하고 있는 방안에는 △등록금 인하 △기존 장학제도 보완 및 장학제도 확대 △대학 구조조정 및 대학 자체의 재원 확충 △대학 미진학자의 사회 진출 지원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9일 회의를 열어 당 차원의 해법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8일 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과 만나 등록금 문제 대책을 논의했다. 같은 날 황우여 원내대표도 김효재 의원(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 등 ‘정책·가치를 공유하는 의원’ 모임 소속 10여 명과 만찬을 함께하며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 일각에선 한때 6·10시위 전에 대책을 내놓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자칫 설익은 대책만 내놓았다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면서 대책 발표 시점을 다음 주 중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대총장협의회는 다음 주 초 한나라당이 당 차원의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대학 측의 의견을 공식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도 등록금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아침 김황식 국무총리와 총리실 주요 간부들의 티타임에서도 등록금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9일 “1년에 한 번 회의하는 위원회라면 만들지 말라”며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관행을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사회적 기업 ‘한빛예술단’ 사무실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 겸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참여를 강조하다 정부 위원회 중심인 현재의 업무추진 시스템으로 얘기가 옮겨가자 “총리실이 위원회 집합소도 아니고…”라며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옆자리에 배석한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에게 “(총리실 산하에) 위원회가 몇 개냐”고 물었다. 모두 41개라는 답변에 이 대통령은 “총리실에서 다 하다 보면 뒤로 밀린다. 총리 임기 중에 한 번도 못 열 수 있다. 총리가 끼고 장관 여러 명 끼는 것보다 민간단체가 중심이 돼서 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대통령 산하에)도 위원회가 10개가 안 되지만 형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위원회를 만들어 매달 체크하는 것 아니면 만들지 말라”고 덧붙였다. 현재 김황식 총리가 위원장으로 돼 있는 총리실 산하 위원회 중 상당수는 서면으로 회의를 대체하거나 간헐적으로만 회의를 여는 실정이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이들 위원회는 황급히 최근 활동 상황과 내용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총리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위원회를 만들고 싶어 만드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가 정책 업무를 총리실로 떠넘기다시피 하면서 나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신설 예정인 지식재산위원회도 최근 국회에서 지식재산기본법이 통과된 데 따라 만드는 것이다. 정권 출범 초기 299명이었던 총리실 인원은 각 부처 파견자를 포함해 현재 700명에 육박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임인배 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재임 당시 거액의 카지노 도박을 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9일 감사원에 따르면 임 전 사장은 재직기간에 모두 6차례 강원랜드를 출입한 사실이 최근 공무원 특별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임 전 사장은 판돈이 3000만 원을 넘은 적도 있는 VIP 회원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1월 초부터 공무원의 근무시간 중 카지노 출입 등 공직기강 해이 실태를 감사해 왔다. 강원랜드로부터 출입자 명단을 넘겨받아 최근 3년간 카지노 출입이 20회 이상인 공무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집중 감사를 벌였고 이 중 200여 명이 근무시간에 카지노를 드나든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감사원 측은 “임 전 사장의 경우 근무시간이 아닌 휴일에만 강원랜드에 간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기업 사장이 거액의 도박을 즐긴 것은 공무원으로서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 전 사장은 임기를 5개월가량 앞둔 지난달 말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지노 출입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된 것을 알게 되자 미리 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7일 오후 경기 여주군 여주읍 한강 살리기 사업 강천보 건설 현장. 제일 먼저 보 기둥 9개가 눈에 들어 왔다. 얼마 전까지 콘크리트 구조물만 있었던 기둥에는 이제 일부 수문까지 설치돼 당장 가동해도 이상이 없어 보였다. 강 절반을 차지한 임시물막이 안쪽에서는 막바지 수문 조립 작업이 한창이다. 임시물막이 때문에 강폭이 좁아진 데다 보 위쪽과 아래쪽 높이 차이로 강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빠르게 흘러내렸다. 강천보 전체 공정은 84.6%. 보와 준설공사 공정은 각각 92%와 99%.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여름 장마를 앞두고 ‘강안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인력 및 장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장마 앞두고 긴장 ‘최고조’강천보 현장에서는 지난달 1일 82.6mm의 비가 내리면서 임시물막이 일부가 쓸려 내려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임시물막이는 초당 828t의 강물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당시 초당 1000t의 물이 내려오면서 일부가 터진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임시물막이 높이를 2m가량 높이고 공사용 가설교 폭을 80m에서 120m로 확장했다. 그러나 임시물막이가 하루에 수백 mm씩 내리는 집중호우를 버티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강천보건설단은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 강안에서 진행되는 공사를 모두 마무리 짓고 임시물막이 등을 철거할 예정이다.같은 날 낙동강 하류 쪽인 경남 합천군 삼학리와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사이 328m를 잇는 낙동강 20공구 합천보 공사 현장 일대.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각종 장비 120여 대와 인부 320여 명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20일까지 모든 구조물 공사를 마치고 곧바로 가물막이 해체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었다. 현재 합천보 설치 공정은 94%다. ○ “또 사고가 나면….” 보 및 준설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한 번 사고를 당한 지역 주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5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 구미광역취수장에는 구미시민들이 찾았다. 이들은 지난달 이곳에서 취수를 위해 막아 둔 임시 물막이가 무너지면서 4일 동안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시민들은 이날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장마철을 앞두고 취수장과 보 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은 “낙동강 사업으로 강바닥 퇴적토를 퍼내 작은 비에도 강물이 빨리 흘렀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사전에 치밀하게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7. 8월 장마철에 보가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다.영산강 살리기 사업 구간 가운데 하나인 광주 남구 승촌보 공사 현장 근처 주민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올 4월 12일 100mm의 비가 내리면서 광주 서구 서창교 앞 임시물막이 공사 현장에 매설된 수도관이 강물에 휩쓸려 근처 95가구가 단수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50년째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박월태 씨(73)는 “장마철에 혹시라도 물이 넘쳐 마을을 덮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 이른 장마로 비상 걸려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고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시기도 열흘가량 빨라져 10일부터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강안 공사 마무리 기한을 감안하면 각종 구조물이 유실될 조짐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수공과 시공사들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도 초비상 상태다. 경북도 김성현 낙동강사업팀장은 “강수량에 따른 물 흐름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경기도는 강천 이포 여주보 등 한강 살리기 사업장의 수해방지를 위해 여주군 한강홍수통제소 수공을 연결하는 직통전화를 유지하고 31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금강살리기 행복지구1공구 사업단 측은 강으로 빗물이 흘러드는 배수문 16곳의 담당자를 지정해 상황에 따라 개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여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구미=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합천=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4대강 감사, 정부 요청으로 미뤘다 ▼정부 “수해대비 작업 차질”… 감사원 하반기로 연기감사원이 2011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4대강 사업’ 감사를 하반기로 미룬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사업 추진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던 4대강 감사 계획이 줄줄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정부 관계자는 8일 “최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측이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감사를 미뤄달라고 감사원에 요청해 관철시켰다”고 전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측은 “감사가 한번 시작되면 한 달 정도 현장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감사에 매달려야 한다”며 여름철 집중호우 등을 앞두고 감사를 받는 것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월 첫 4대강 사업 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2012년까지 사업 시행 단계별로 매년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결과가 발표된 첫 감사는 4대강 사업의 세부계획 수립과 사업 발주, 설계의 적정성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올해는 주요 시설물의 품질 관리 및 사업 추진 실태, 내년에는 연계사업의 추진 실태 및 수질 점검 등을 중심으로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감사원 측은 “수해 대비가 우선이라는 4대강 추진본부 측의 설명에 일리가 있는 데다 현재 감사원 인력이 교육과 방위산업 분야 감사에 대거 투입된 상태인 점, 최근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4대강 감사를 벌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리실과 관계 부처에서 진행한 자체 감사는 최근 낙동강 상주보의 가물막이 유실 등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데 따라 이뤄진 현장 안전점검 작업으로 확인됐다.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감사 연기 요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4대강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여름 수해에 대비한 작업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보 건설-준설공사 90% 이상 진행…” ▼까다로운 작업 끝나 목표달성 가능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는 4대강 본류사업의 공사 진척도는 2일 현재 80%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정은 다르다. 핵심 사업인 보 건설과 준설 작업이 거의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 따르면 2일 현재 4대강 본류사업은 80.2% 진척됐다. 전체 사업(본류+지류·댐사업)까지 포함하면 진척도는 71.8%로 좀 더 낮아진다. 강별로는 영산강이 가장 앞서 본류 사업의 진척도가 86.4%에 이른다. 반면 경남도의 반발이 심한 낙동강 본류사업은 78.0%로 가장 뒤처졌다. 이에 대해 추진본부는 “보 건설이나 준설 등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공사가 까다로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여서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보 건설은 94%, 준설은 92%가 각각 진행됐고, 이달 말이면 모두 끝날 것이라는 설명이다.이후 시험가동과 함께 생태하천, 자전거도로 등과 같은 주변환경 조성공사가 진행된다. 계획대로라면 낙동강을 제외한 한강, 금강, 영산강의 사업은 10월이면 모든 공사가 마무리돼 일반에 공개된다. 낙동강의 준공 시기는 12월로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전체 사업은 2012년 말 준공 예정인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2009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170여 개 사업이 4년 만에 끝나는 셈이다.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이에 따른 인명 피해도 적잖다. 자유선진당이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대강 공사현장에서 모두 19명이 목숨을 잃었고, 관련 사고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30명이나 됐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감사원이 정당에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거나 정당인으로 활동한 사람을 감사위원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감사원은 또 감사위원의 감사 개입을 막기 위해 감사보고서를 개별 감사위원의 검토 없이 곧바로 감사위원회에 올리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감사원 비리재발방지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이번 주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감사원의 중립성과 도덕성 제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돼 구속된 데다 다른 감사위원들의 이름도 거론되는 만큼 차제에 감사위원의 중립성 확립과 감사개입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정치권 출신 인사가 보은인사로 감사위원에 임명된 것이 이번 저축은행 비리 연루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감사위원의 자격 중 ‘공천신청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나 ‘정당인으로 활동한 사람’의 감사위원 임명을 금지하는 규정을 넣어 정치인의 진입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그 기간도 길게는 ‘최근 5년간’으로 못 박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감사원법 7조는 감사위원의 임용 자격을 △고위공무원단 또는 8년 이상 3급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한 사람 △법조인으로 10년 이상 재직한 사람 등 경력 요건만 규정했을 뿐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아울러 감사원은 사무처 실무진이 진행하는 감사 내용을 감사위원이 손대지 않고 그대로 감사위원회에 올리도록 사무처와 감사위원회의 업무를 명확히 분리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감사 과정이나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 감사위원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보고서 작성을 완료해 감사위원회에 올릴 때까지는 감사위원의 사전 검토를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이 미국에서 어학연수 및 인턴 활동을 경험하는 웨스트(WEST)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통일부는 4월 말 주한 미국대사관,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웨스트 프로그램에 참가할 탈북 대학생 5명을 선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선발된 학생들은 필요한 교육과 수속을 거쳐 7월에 출국할 예정이다. 웨스트는 어학연수 5개월과 인턴 최장 12개월, 여행 1개월로 구성돼 있지만 이번에는 탈북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첫 프로그램인 만큼 어학연수 5개월과 인턴 1개월 등 6개월로 줄여 시행할 계획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북한이 현대그룹의 금강산관광 독점권을 제한하고 외국인의 금강산 관광 및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을 2일 제정해 발표했다. 북한이 4월 말 금강산국제관광특구를 독자적으로 신설해 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이 1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접촉 내용을 폭로한 직후여서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발표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은 제4조에서 ‘국제관광특구에는 다른 나라 법인, 개인, 경제조직이 투자할 수 있다. 남측 및 해외동포, 공화국의 해당기관, 단체도 투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2002년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금강산관광지구법에서는 ‘남측 및 해외동포’를 먼저 언급했으나 새 법에선 순서가 바뀌었다. 또 새 법은 ‘국가(북한)는 국제관광특구에 대한 투자를 적극 장려하며 투자가들에게 특혜적인 경제활동 조건을 보장한다’고 명시했고 특혜관세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투자가는 숙박시설과 식당, 상점은 물론이고 골프, 카지노 시설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우편, 전화, 팩스, 인터넷 같은 통신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북한의 새 법 제정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금강산에 외국인투자가나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것”이라며 “비공개 접촉과 관련한 폭로에 이어 금강산의 독자적 개발계획 등으로 남한을 압박하려는 간접적인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전면대결’ 선언과 남북 비밀접촉 공개로 긴장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서도 이날 개성공단과 금강산 인력들의 남북 간 통행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생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개성공단에도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북한이 1일 전격 공개하자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3시경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관련 보도가 나온 뒤 당혹감에 휩싸인 듯 오후 늦게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김영호 통일비서관은 휴대전화를 아예 꺼놓았고 이후 휴대전화가 다시 켜진 뒤에도 한동안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북측 인사들과 접촉한 당사자로 거명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 역시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이들 당국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의도와 대응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시간 회의 결과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통일부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북 간 물밑 접촉을 비공개로 진행해온 외교적 관례를 깬 북한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에 청와대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외교관례를 어겼다고, 한국마저 어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첫 보도 후 3시간 40분이 지난 이날 오후 6시 40분 통일부는 천해성 대변인 명의로 북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천 대변인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북측 주장의 진위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다. 다만 그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에 대해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고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며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정부가 이처럼 ‘로 키’로 대응키로 한 데는 적극 대응하면 할수록 북한의 반박이 되풀이돼 ‘제2, 제3의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정리된 입장이 공식 발표된 이후에야 당국자들은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돈 봉투니 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내용까지 거론하면서 이렇게 ‘막가파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며 “주장의 상당 부분이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디서 몇 차례 정상회담을 하자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식으로 제안한 바는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렇게 전례 없이 물밑 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은 뭔가 내부의 권력투쟁 등 복잡한 사정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은 1일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물밑 접촉에서 남측 인사들이 돈 봉투로 자신들을 회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말하는 ‘돈 봉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양측 인사들은 중국 베이징에서 물밑 접촉을 갖고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남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결속하자, 그리고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하면서 돈 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고 꾀하다가 망신을 당하였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황당한 이야기다. 그런 것 없었다”고만 말했지만 당시 베이징 비밀접촉에 나섰던 남측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조선중앙통신 보도의 문맥을 볼 때 정부가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말레이시아에서 추가 접촉을 가질 것을 제안하며 그 경비를 지급하려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액수도 비행기 티켓 가격과 숙박비 정도로 많아야 수만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남북 접촉 때도 관행적으로 북측의 여행경비를 남측에서 대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업무를 맡아 북한과 자주 접촉했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남한과 접촉할 때 선호하는 대표적인 제3국이 싱가포르 또는 말레이시아”라며 “과거 그런 회의가 열릴 때마다 북측 인사들이 일비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경우가 많았고, 한국을 방문할 때도 중국을 경유하게 되면 숙박비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남측이 건넨 돈 봉투가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대가의 일부이거나 대북 경제지원 약속의 선불조로 지불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당시 정황으로 미뤄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정보전사(해커)’ 양성을 위해 전국의 영재를 평양으로 불러 모아 해외유학 등 각종 특혜를 주면서 훈련시켜 사이버 부대 규모를 기존의 6배로 늘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탈북 지식인들의 모임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북한의 사이버테러 관련 세미나에서 “북한은 전국의 영재를 평양의 금성 1, 2중학교 컴퓨터 영재반에 모아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면서 해커로 양성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들이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하면 지방에 있는 부모를 평양에서 살게 해주며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미림대학 등에서 공부시킨 뒤 전원 외국유학의 특혜를 준다”며 “해킹전문부대는 영재반 졸업생을 끊임없이 수혈받아 평균 20대 연령층의 젊은 전투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은 지난해 평양 대동강구역 문신동에 위치한 정찰총국 예하 사이버부대인 121소를 121국(사이버전 지도국)으로 승격시켰고 소속 병력도 기존 500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늘렸다”며 “북한은 사이버 전력 구축 및 유지비용이 기존의 육·해·공군력에 비해 적다는 것에 주목해 사이버전에 ‘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북한민주화네트워크도 한 40대 남성 탈북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평양시 보통강과 인접한 만경대구역 당상동에 있는 정찰총국 91소(제722호 연락소)는 해커부대다. 2006년 당시 40대 초반의 대좌 1명을 비롯해 20, 30대인 대위급 대원 70∼80명이 이 부대에 속해 있었다”고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청와대가 29일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방대생 우선채용’ 방침을 마련한 것은 지역발전과 학벌사회 탈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특히 공공기관장 경영 평가 때 지방대생 채용 비율을 반영하는 시점을 ‘올해부터’라고 못 박은 것도 청와대의 단호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지방을 근본적으로 살리려면 대규모 건설공사와 같은 하드웨어 투자보다는 지방 대학에 우수학생이 모여 경쟁력을 되찾고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남 나주로 옮겨갈 한국전력공사(서울 소재), 경북 김천으로 옮겨갈 한국도로공사(경기 성남시 분당 소재)를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한전과 도공이 2013년 이후 두 지역으로 옮겨간 뒤 전남과 경북에서 성장한 지방대 졸업생이 취업하는 것이 안정적인 장기 근무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학생과 학부모들은 “반드시 서울로 진학해야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지방 명문으로 통하던 대학들도 우수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지방대가 취업의 기회를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질 때 지방대의 경쟁력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인 셈이다. 현재 지방에 이전하기로 한 147개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은 4만6000명을 넘어선다. 통상 현재 조직의 3, 4%를 새로 채용한다고 보면 이들 기관의 올 채용 예상자는 14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소 지방대 출신의 일자리 마련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이 19일 직업학교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방대를 나와도 이제는 최고경영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길게 보면 진급하는 데 나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기관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청와대 정책소식지에 신종호 대통령지역발전비서관의 글을 게재하면서 지방화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년 말까지 80개 기관의 청사를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지방 이전을 가시화하는 것이나, 공공기관의 지방청사 신축 때 일감의 40%는 지방기업에 주기로 한 것도 지역경제 살리기의 일환이다. 공공기관 신축을 위해서는 총 9조20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책정돼 있다. ‘40% 룰’에 따르면 약 3조6000억 원의 사업비가 지방기업에 돌아가게 된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 이어 또 다른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뒤 감사원은 충격 속에 대응책을 찾느라 부심했다. 검찰이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감사위원이 누구인지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등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엎친 데 덮친 감사원감사원은 주말 내내 감사위원 전원과 저축은행 관련 감사를 맡았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로비 청탁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자체 내부조사를 벌였다. 당시 감사자료와 감사보고서도 다시 검토했다.한 감사원 간부는 26일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감사위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사무처 직원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작업을 포함해 나름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며 “이를 통해 감사 결과의 신뢰성에는 아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그러나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감사위원의 새로운 비리를 검찰이 확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감사원 내부 인사의 비리 연루 의혹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은 전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이 나왔을 때만 해도 “외부에서 (보은인사로) 들어온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선을 긋던 감사원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국회에서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저축은행 사건의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국정조사가 이뤄질 경우 감사원은 2008년 쌀 직불금 사태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조사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감사원은 2008년 당시 고위직 12명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위기 상황이 재연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 직원들은 일반 공무원보다 더 엄격한 윤리와 처신 교육을 받아 로비나 청탁 문제만큼은 깨끗하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지금은 그런 항변조차 조심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감사위원 어떤 자리이기에…감사원은 조직상 감사 실무를 맡는 사무처와 그 감사 내용을 심의하는 감사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감사원장과 6명의 감사위원이 회의를 열어 감사 결과를 확정하고 문제가 드러난 책임자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한다. 감사위원은 법원의 판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6명 중 절반에 대해선 ‘감사원의 순혈주의를 극복하고 다양한 시각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외부 전문가로 채워 왔다.문제는 외부 전문가 자리에 ‘낙하산 인사’로 들어온 감사위원의 비리가 이번 사건처럼 감사원 전체의 중립성까지 흔드는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위원회와 사무처는 사실상 분리돼 있어 감사위원이 감사 실무팀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또 감사위원 7명이 모두 의견을 개진하는 회의에서 특정한 한두 명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감사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감사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정색하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책임자에 대한 문책 수위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 진행해 온 감사를 모두 원점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시 은 감사위원이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켰다는 비판 속에 주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고강도 대응책 부심감사원은 지난주 긴급 소집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전 직원에게 사실상 금주(禁酒) 및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양건 원장은 이번 주 안에 근본적인 내부기강 단속 및 중립성 확보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한 감사원 직원이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감사로 재취업하는 것을 놓고 ‘전관예우’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이날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퇴직 공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4월까지 공직자윤리법의 재취업 신고 대상인 감사원 고위공무원 퇴직자 29명 가운데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경우가 17명(58.6%)으로 절반이 넘었다. 상근 및 상임감사(위원)가 12명이었고, 이사나 사외이사로 재취업한 경우도 5명이었다.국회에 계류 중인 감사원법 개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각각 내놓은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제척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차관급인 감사위원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북한이 지난해 11월부터 억류해온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를 석방하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을 방문한 미국 국무성 인권 및 인도주의문제 담당특사 로버트 킹이 미국 정부를 대표해 사건 발생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며 “이에 앞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도 관대하게 용서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을 고려해 전용수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석방해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조사 결과 전용수가 공화국을 반대하는 엄중한 범죄행위를 감행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본인도 자기의 범죄행위에 대해 솔직히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60대 미국 시민권자인 전 씨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대북사업과 함께 선교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11월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북한은 카터 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전직 국가수반 3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전 씨의 석방을 요청했을 때는 면전에서 거부했다. 그러던 북한이 이번에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 정부가 킹 특사를 단장으로 한 식량평가단을 보내 대북 식량지원을 적극 검토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전 씨는 28일 북한을 떠나는 킹 특사와 함께 미국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27일 방중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김 위원장을 마중하러 나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수행하지 않고 북한에 남아 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숙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이명수 인민보안부장, 김원홍 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 현철해 국방위원회 국장 등과 함께 이날 국경에서 김 위원장을 마중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5월과 8월 방중 후 귀국했을 때는 김정은이 마중 나갔다는 보도가 없었다.김정은은 7박 8일의 김 위원장 방중 기간에 평양에 남아 ‘나홀로 통치’를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에는 김 위원장을 수행한 김기남, 최태복 당 비서와 강석주 내각 부총리,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 등 실세들이 모두 함께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김정은을 중국에 데려가려 했으나 (중국 측의 반대로) 잘 안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결과적으론 평양의 리더십 공백기에 후계자인 아들에게 ‘한 번 해보라’는 기회를 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김 위원장은 귀국 후 후진타오 주석에게 감사전문을 보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에서 거대한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깊은 감명과 커다란 고무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 중국이 주장했던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고 말했으나 후 주석은 “(6자회담) 관련국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의 기치를 들고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며 서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만 말했다. 최근 중국이 남북대화를 시작으로 북-미 대화와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3단계 프로세스’에 동의한 것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달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이 같은 회담 수순에 합의한 뒤 “앞으로 중국이 6자회담의 무조건 조기 재개 같은 얘기는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후 주석이 6자회담 조기 개최 얘기를 꺼내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라며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 쪽으로 완전히 기울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사후 설명(디브리핑)을 들었으나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론 내심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원하는 중국이 김 위원장의 주장 형식을 빌렸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6자회담의 조기 개최를 주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중 친선우의와 경제시찰을 길게 전한 뒤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 정도로 6자회담 문제를 단 두 문장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줄곧 ‘성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후 주석이 6자회담 재개 여건을 만들기 위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김 위원장에게 전한 데 대한 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며 장애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대목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은 경제협력에 대한 북-중 양국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신화통신은 경제협력이 ‘민생을 위한 것’이며 ‘국민을 행복하게 하길 희망한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해 전했지만 조선중앙통신에는 이런 표현이 없었다. 중국이 경제협력을 위해 중국을 초청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측 배석자들 중에는 경제통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북핵문제를 총괄했던 강석주 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북-중 간 전략적 이해의 불일치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은 이를 축소하고 ‘우의’를 강조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동행하는 등 극진히 환대받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북-중 우호협력이 ‘대를 이어 계승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과의 불협화음이 대내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북한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북 비핵화 회담에 명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당분간 미국 식량평가단의 행보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7일 미국 국적의 전용수 목사를 석방했지만 이는 김 위원장 방중 결과라기보다는 식량평가단을 이끌고 방북한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중이 정상회담에서 서로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남북관계는 현재의 경색 구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국이 정상회담 결과 보도에 나오지 않는 모종의 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겉으로는 의견차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비리 연루 혐의가 드러나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재·보궐선거 패배, 새 지도부의 정책노선 선회에 이어 권력 심장부의 비리 사건까지 터지면서 팽팽한 위기의식에 휩싸인 분위기다. 당정청 수뇌부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만나 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에선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정부 측에서 김황식 총리와 임채민 총리실장,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비서관(1급) 40여 명이 참석한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주제는 ‘어떻게 하면 청와대가 효과적으로 작동할까’였지만 최근 사태에 대한 반성과 자기성찰의 자리로 바뀌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임 실장은 2시간 45분 동안 비서관 20여 명의 발언을 들은 뒤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남 탓을 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는다’는 뜻인 ‘반구저신(反求諸身)’을 거론했다. 임 실장은 “그동안 청와대에 소통, 동지애, 공감이 부족했다”며 “청와대에는 동지는 없고 동업자만 있다는 외부 평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가 가장 낮은 곳에서 국민을 섬기는 ‘최후의 을’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5·6 개각으로 퇴임하는 장관들을 격려하기 위해 국무위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임기 하루 전까지 일하는 전통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나도 마찬가지로 행복한 퇴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감사위원의 비리 혐의로 직격탄을 맞은 감사원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지켜야 할 원칙들을 철저히 준수하고 오해받을 만한 일이 없도록 처신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양 원장은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감사원 신뢰회복 방안의 구상에 들어갔다. 정창영 사무총장도 과장급 이상 전체 간부가 참석하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니 전모가 밝혀지면 정치권에서도 필요 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저축은행 사건 수사에서 놀랍게도 감사원 감사위원이 연루된 혐의가 나타나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감사원은 사상 초유의 현역 감사위원이 연루된 혐의를 성역 없이 자체 감사하고, (검찰) 수사도 성역 없이 엄정히 해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황 원내대표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비리 연루 혐의를 엄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은 전 감사위원의 뇌물의혹 사건을 ‘측근 권력 게이트’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감사위원으로 가는 것이 부당하다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임명했고 그 결과는 최악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정권 말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6월 임시국회에서 실시하자”고 주장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