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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백색비상 소식을 듣고 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다 뉴스를 들었다는 회사원 김모 씨(40). 그는 “순간 나도 집으로 가지 말고 일단 대피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백색비상 발령 소식에 언론사와 연구원 등에는 사고 경위와 안전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번 백색비상은 20일 오후 1시 8분경 발령됐다.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연구시설에서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만드는 작업 도중 실리콘 덩어리를 담은 알루미늄 통(200×349mm)이 수조 위로 떠오르면서 방사선 준위가 기준치인 250μGy(마이크로 그레이)/hr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 알루미늄 통은 방사성 물질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중성자를 쬐면서 방사성 물질화했기 때문에 수조 위로 떠오르면 시설 내 방사선량이 크게 증가한다. 백색비상은 누출된 방사선이 건물 내부에만 영향을 미칠 때 발령된다. 연구원은 “원자로 사고를 알리는 3단계 비상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라며 “문제의 원자로 시설 내부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3명만 대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방사능 관련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사상 처음으로 비상경보까지 발령됐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준비과정에서 양자광학연구센터에 보관 중이던 농축 우라늄 0.2g 등이 든 시료상자가 분실된 적도 있다. 엄격해야 할 핵 물질 관리와 보안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사고로 국제적 신뢰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쳤다. 2006년 11월 22일에는 연구원과 용역업체 직원이 하나로 원자로 부근에서 작업 중 방사능이 높은 시설물을 물 밖으로 끄집어내는 바람에 5분가량 방사선에 피폭됐다. 다행히 인체에 문제는 없었지만 관리 부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하나로 부속시설에서 불이 나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됐고 2005년 5월에도 극미량이긴 하지만 연구원에서 누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 요오드가 충남대 등지에서 검출됐다. 2004년 4, 5월에는 하나로에서 중수가 누출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의 방사능 사고에 이어 이번 백색비상으로 연구원과 하나로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알려지게 됐다”며 “연구원은 주민 피해가 없도록 정확한 상태를 밝히는 한편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8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오가면 분천리에 있는 양신초등학교. 학교 뒤편에 봉긋 솟은 무덤이 지난달 26일 돼지 1100여 마리를 묻은 ‘구제역 가축 매몰지’다. 가로 세로 각각 10m가량의 매몰지 위로 침출수와 가스를 배출해 내는 관이 보였다. 학교 담장과는 약 70m 거리.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이 학교 운동장 한편엔 지하수 관정이 있다. 관정과 매몰지의 거리는 불과 150m. 김광태 양신초 교장은 “방학과 설 연휴 등으로 학교를 며칠 비운 사이 학교 뒤편에 돼지 매몰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 아이들 식수 오염 걱정 태산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시골학교들은 개학을 10여 일 앞두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동아일보가 16일부터 5일간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전국 구제역 가축 매몰지 4236곳의 주소와 지하수를 사용하는 전국 초중학교 727곳(2010년 말 기준)의 주소를 ‘리’ 단위까지 비교한 결과 총 53곳의 주소가 겹쳤다. 18일 오후 찾은 경기 포천시 관인면의 중리초등학교. 학교에서 돼지와 소 약 9000마리가 묻힌 매몰지까지는 약 350m에 불과했다. 매몰지 위에는 까마귀 떼가 몰려 있었다. 이 학교는 지하수를 정수기로 걸러 식수로 사용한다. 최미숙 교감은 “침출수가 아이들이 먹는 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며 “식수는 정수기로 거르지만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은 지하수를 그대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문재종 씨(42)는 “아이들이 무심코 지하수를 마시다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경북 안동시 북후면 장기리의 북후초교도 900m가량 떨어진 산 능선에 300여 마리가 묻힌 매몰지가 있었다. 학교 측은 북후면장 등과 함께 일주일 전 매몰지 현장을 방문했다. 남명자 교장(여)은 “비록 좀 떨어져 있지만 (매몰지가) 학교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침출수가 학교 쪽으로 흐를까 걱정”이라며 “지하수 오염이 안 되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여러 번 면장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100m 떨어진 곳에 매몰지가 있는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오산리에 위치한 안동영명학교 관계자는 “지하수를 식수로 쓰고 있는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어찌될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떨어져 있어도 안심할 수 없어매몰지와 주소가 겹치는 53개의 학교 중 대부분은 매몰지가 학교에서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 근처에서는 (매몰지가) 잘 안 보여 위험성을 잘 모르겠다”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00m는 평지라면 비교적 안전한 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매몰지가 수맥과 연결돼 있으면 얼마든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한강 수계 등 상수원 오염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철저한 정수과정이 없을 경우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침출수에는 대장균, 장바이러스 등 미생물과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화학물질, 패혈증을 유발하는 탄저균(炭疽菌) 등이 함유돼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동영상=돼지 2,363마리 매몰됐던 장소, 침출수 2.5t이…}

17일 오전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부산본점 3층 건물. 예금자 수백 명이 몰려와 “내 돈 내놔라”고 항의했다. 예금자 대부분은 60, 70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경비를 강화한 데다 출입문마저 굳게 닫혀 예금자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부산저축은행 북구 화명지점과 사하구 하단지점, 해운대구 센텀시티지점에도 예금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본점을 찾은 김모 씨(64)는 “30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퇴직금 1억1000만 원과 2년 동안 이자까지 꼬박꼬박 맡겼는데 무슨 이런 날벼락이 다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김모 씨(71·여)도 “혼자 살면서 모은 돈과 집을 팔아 전 재산 1억4000만 원을 맡겼는데 이 일을 어떻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매월 이자를 받아 생계를 꾸려왔는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당장 지난달 받은 무릎 수술비 500만 원도 마련할 길이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정모 씨(62)는 “오늘이 적금 만기일인데 이런 청천벽력이 어디 있느냐”며 “내 돈 내놔라”고 고함을 질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부산저축은행에 5000만 원 이상을 맡긴 예금 가입자는 4740명(약 1592억 원)으로 알려졌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5000만 원 이하 예금자는 6만8000여 명에 수신 규모는 3조2500여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저축은행 측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 합계가 5000만 원 이하까지는 가입 당시 이율대로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같은 날 영업정지 소식이 전해진 대전저축은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10시 반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저축은행 본점에도 예금자 30∼40명이 몰려왔다. 대전저축은행에는 이날 하루 종일 “원금은 보장이 되느냐”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점포 안에 들어간 일부 고객은 저축은행 측의 부실을 성토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따금 고성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정상 출근한 저축은행 직원들은 예금 업무가 정지됐지만 고객들의 항의와 문의에 일일이 답변하느라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대전 둔산지점을 비롯해 충남 천안, 서산, 논산지점에도 종일 고객들의 문의전화와 항의 방문이 이어졌다.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자폐증을 앓는 아들과 그 아들을 돌보기 위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입학한 어머니가 함께 학사모를 쓴다. 22일 열리는 충남 당진의 신성대 학위수여식에서 도시건설과를 졸업하는 한대현 씨(22)와 그의 어머니 이용숙 씨(47). 한 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 언어표현과 이해가 부족하고 대인기피 증세가 심한 상태. 이 씨는 이런 아들 혼자서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 2009년 같은 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등하교와 수업, 식사 등 모든 학교생활을 아들과 같이했다. 수업시간에도 바로 옆자리에 앉았고 교우들과 어울릴 때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이 씨는 “화장실만 따로 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수업시간에 특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이고 젊은 학우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그랬지만 완전히 소화를 하지 않으면 집에 가서 아들에게 다시 가르쳐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노트 필기를 해야 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리포트 쓰기가 힘에 부쳐 밤을 지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이 씨는 “대학생활 초기에는 우리 모자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무척 부담스럽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아내와 가정주부, 어머니, 학우, 선생님의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었던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학과장인 김만식 교수와 학우들은 공부와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얻은 것도 많다. “컴퓨터를 이용한 리포트 작성, e메일 보내기, 휴대전화 문자 주고받기 등에 익숙해졌어요. 주변에서 젊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대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한 씨는 졸업과 함께 아버지 한기명 씨(48)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서 일을 배울 예정이다. 이 씨는 한 씨가 익숙해질 때까지 회사에도 같이 다니며 도울 계획이다. 이 씨는 “아들이 남을 배려하고,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병하 신성대 총장은 전문학사 학위수여식에서 어머니 이 씨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안함 전사자-살신성인 주인공에 명예졸업장▼백석대 故이상민-백선임 씨천안함 전사자와 살신성인의 주인공들이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백석대는 17일 오전 교내 백석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디자인영상학부 산업디자인전공 학생이었던 고 이상민 씨와 기독교학부 기독교실용음악전공 학생이었던 고 백선임 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해군으로 복무하던 이 씨는 지난해 3월 백령도 해역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제대를 불과 1개월 앞두고 전사했다. 백 씨는 지난해 8월 청주의 한 학원에서 학원생들을 가르치다 화재가 발생하자 학생을 모두 대피시킨 뒤 연기에 질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하원 총장은 “세상을 떠난 두 학생을 위로하고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사 2211명과 석사 330명, 박사 32명 등 모두 2573명이 학위를 받았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과학기술 교육과 연구의 메카인 KAIST가 16일로 개교 40주년을 맞았다. KAIST는 이날 오전 11시 교내 대강당에서 서남표 총장과 교직원,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푹 가라앉아 있었고 직원들의 표정도 밝아 보이지 않았다. 7일부터 시작돼 연일 계속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의 여파 때문으로 보였다. 직원들은 1월 말 사전조사 성격의 예비감사 이후 본감사를 준비하느라 설 연휴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KAIST는 이날 기념식은 조촐하게 치르되 5월 초 개교 40주년을 기념하는 비전 선포식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각각 학술, 창의강의, 우수강의, 국제협력, 연구 등 5개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생명과학과 김은준, 생명과학과 월턴 존스, 인문사회과학과 애비게일 신, 물리학과 신성철,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관련 서비스가 크게 변화할 것을 예상하고 독창적인 모바일 플랫폼 ‘오케스트레이터’를 개발한 전산학과 송준화 교수가 신지식인상을 받았다. KAIST는 1971년 2월 16일 서울 홍릉에서 한국과학원(KAIS)으로 출범한 뒤 198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통합해 KAIST로 발전했고 1989년 대전으로 이전했다. 올해까지 학사 1만1341명, 석사 2만2796명, 박사 8578명을 배출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가 충남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2015년 일부 단과대학 및 대학원, 연구시설 등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16일 KAIST 및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세종시 대학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KAIST는 세종시 용지 161만 m²를 매입해 생명과학대학, 혁신 그린 테크놀로지 연구시설, 과학기술전략정책대학원 등을 세울 계획이다. 세종시내 고등학교 졸업생에게는 일정 비율의 입학특례도 부여한다. 또 외국인 교수진 자녀 등을 위한 외국인학교도 설립한다. 한만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KAIST가 세종시에 대학 및 연구시설을 만들면 세종시 조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국을 휩쓴 구제역으로 지역마다 열리던 대보름 세시풍속 행사가 올해는 대부분 취소됐다. 그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복을 기원하는 전통문화마당이 열린다. 국립청주박물관은 17일 오전 9시∼오후 6시 박물관 일원에서 전통놀이체험 및 부럼 나눠주기 행사를 연다. 청명관 로비에서 선착순 300명에게 부럼이 든 복주머니를 나눠준다. 또 청주놀이마당 ‘울림’의 풍물공연과 투호와 윷놀이 등을 즐길 수 있는 ‘전통 민속놀이·민속악기 체험 한마당’, 토기 만들기와 탁본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충북을 대표하는 대보름 행사인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마티마을 탑신제(塔神祭·충북도 민속자료 1호)도 재현된다. 마한시대부터 전해오는 탑신제는 마을 어귀의 원추형 돌탑(높이 5m, 지름 5m) 앞에 모여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행사. 1976년 충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된 뒤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대보름 해뜰 무렵 돌탑 앞에 모인 주민들은 제주(祭主)의 통솔에 따라 큰절을 올리고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 뒤 돌탑 옆 솟대(기러기 모양의 목각품)와 2개의 장승을 차례로 옮겨 다니며 지성을 드린다. 구제역 때문에 취소를 검토했다가 제사만 재현하고 풍물놀이나 지신밟기 등은 취소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부럼을 나눠주고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체험을 한다. 또 야외마당에서는 투호와 팽이치기 등 민속놀이행사도 연다.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지역 19개 대학 총장과 대전시장, 대전시교육감의 모임인 대전권대학발전협의회는 15일 긴급 모임을 갖고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대전 유성의 스파피아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와 정치권이 세종시 논란 이후 또다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번복해 사회를 혼란과 갈등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협의회는 “대한민국 과학자 대다수도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연계된 세종시를 과학벨트의 적격지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과학벨트 조성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도 가장 경쟁력이 높은 충청권에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계 종사자 대다수도 과학벨트의 최적지로 ‘충청권’을 꼽았다. 인터넷신문인 대덕넷이 9∼11일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인프라와 효율성 등에서 어디가 최적의 과학벨트 입지냐’는 질문에 응답자 1144명 중 88.7%(1015명)가 ‘세종시 등 충청권’이라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의 86.4%는 과학기술계 종사자였고 지역별로는 대전 등 충청권이 88.7%, 과천 등 수도권이 6.6%, 포항 등 대구경북권이 2.8%, 광주 등 호남권이 1.9%였다. 충청권 이외 지역 설문 참여자의 66.3%도 과학벨트 입지로 ‘세종시 등 충청권’을 꼽았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진정한 KAIST인이자 과학기술인이 됩시다.” 10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즐거운 대학생활’ 프로그램 첫 수업. 임춘택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막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21세기에서 가장 큰 문제 20가지를 얘기해 보고 본인들이 해결할 문제를 정해 고민해 보자”고 거창한 질문을 던졌다. 이 수업은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 강의는 교수가 하지만 수업 프로그램은 신입생을 가장 잘 이해하는 2학년 학생들이 기획했다. 1학년 950여 명의 학생들은 30개 반으로 편성돼 이 과목을 매주 목요일 1시간씩 수강한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운동경기, 유명인사 초청 강연, 기숙사 파티, 가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담임교수, 생활사감과 지도 선배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눈높이를 맞춘다. 비교적 젊은 교수 중에서 선정된 담임교수는 수강지도 진로상담 등도 맡는다. 입학사정관들도 기숙사에 머물며 학생들을 모니터링하고 진로 및 대인관계 등에 대한 지도를 맡는다. 이승섭 학생처장은 “대학 생활을 처음 겪는 신입생들이 급격한 변화로 인한 갈등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수업을 마련했다”며 “교수와 선후배 간의 많은 대화와 활동을 통해 좀 더 나은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충남지역총장협의회는 15일 수석회장에 김봉태 선문대 총장(65·사진)이 취임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앞으로 2년 동안 대전과 충남지역 24개 4년제 대학의 공동 발전을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학은 맞춤형 인재 지원으로 동문 기업을 돕고 동문 기업은 후배 일자리 제공으로 모교에 기여한다.’ 손풍삼 순천향대 총장은 최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동문 최고경영자(CEO)와 대학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윈윈 전략과 산학협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산학협력포럼을 갖고 ‘1사(社) 1인(人) 협약식’을 맺었다. 투자컨설팅사업체인 ㈜유니코텍코리아, 보안전문업체인 ㈜씨큐어넷 등 60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 중 44개 업체 대표가 협약에 참여했다. 협약에 참여한 동문 기업은 최소한 후배 1명의 고용을 책임지는 셈이다. 학교는 협약에 참여한 동문 기업에 맞는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도 바꿀 계획이다. 미리 채용계획서를 받아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파악한 뒤 철저한 맞춤 교육으로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묵자학회의 인기 고전강좌 다섯째 편인 성리학 강좌가 14일부터 매주 한 번씩 15차례 열린다. 강사는 ‘노자’ ‘장자’ ‘묵자’ 등 10여 권의 동양고전번역서를 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리학개론을 저술한 묵점 기세춘 선생(76). 그는 “세계화에 앞서 먼저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성리학 강좌를 여는 의미를 강조했다. 강의는 월요일 오후 7시 반 대전 서구 둔산동 명성빌딩 2층 대전시민 아카데미에서 열리며 강의료는 15만 원. 042-489-2130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된 백제역사유적 지구의 등재를 지원하기 위해 4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백제문화연구소’를 설립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소는 역사문화연구원 소속 박사급 인력 2, 3명과 충남도, 공주시, 부여군 공무원이 각각 1명 파견돼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보편적 가치 입증을 위한 자료 정리 △유네스코 선정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 △백제문화의 가치 확립을 위한 학술회의 개최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관리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성호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013년 등재를 위해 문화재청 및 전북도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8일 오후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 분과회의를 열어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및 전북 익산역사유적지구를 통합한 백제역사유적지구와 경기 성남·광주·하남 남한산성 등 2건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아들은 뇌병변 장애로 일거수일투족에 도움이 필요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그림자였다. 학교에 갈 때도, 학교에 도착해 강의실로 이동할 때도, 심지어 필기가 느린 아들이 과제를 정리할 때도 어머니는 늘 옆에 있어야 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아들과 어머니는 이제 마지막 등굣길을 남겨두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11일 한남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는 안지형 씨(26)와 어머니 윤경애 씨(52). 이날 오전 대전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 성지관에서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학사모를 쓴다. 어머니 윤 씨는 실제로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4년 동안 아들의 대학생활과 학업을 도운 정성을 인정받아 이날 ‘명예졸업장’과 더불어 ‘위대한 어머니상’을 받는다. 안 씨는 충남 계룡시 용남고 1학년이던 2001년 10월 어느 날 밤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승용차에 들이받혔다. 그 자리에서 30여 m를 튕겨나간 안 씨는 3개월 동안 혼수상태였다. ‘살아난다고 해도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는 의료진의 예측은 다행히 빗나갔지만 수많은 수술 끝에 뇌병변 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했다. 윤 씨는 아들에게 책을 사주며 계속 공부하도록 독려했다. 꿈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활치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 씨는 2005년 4년간의 입원 재활치료를 끝냈다. 고교 복학은 어려웠지만 검정고시로 졸업자격을 얻은 뒤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안 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사회복지사 2급과 워드프로세서 2급, 요양보호사 자격증 등을 취득했고, 지금도 각종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취업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안 씨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들을 정신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의 헌신으로 기적처럼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어머니의 부축을 받지 않고 내 힘으로 걷는 ‘제2의 기적’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윤 씨는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재활 노력이나 공부를 포기하는 젊은 장애인을 보면 안타깝다”며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10일 충북 청원 충청대 사회복지상담학과를 졸업한 이홍숙 씨(57·사진). 이 씨는 광복군 출신인 고(故) 이병돈 선생의 맏딸. 이 선생은 함경남도 신흥 출신으로 1942년 2월 광복군 제2지대에 입대해 훈련을 받았다. 이듬해 중국 전시 간부훈련단에 파견돼 활동했고, 1945년 4월 미국 전략첩보국(OSS) 특수무기반을 수료한 뒤 이범석 장군 휘하에서 출동명령을 기다리다 광복을 맞았다. 그는 이듬해인 1946년 귀국해 청주에 정착했다. 1992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으며 2005년 작고했다. 선생의 8남매 중 맏딸인 이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업을 접고 동생들 뒷바라지에 나섰다. 하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교사의 꿈을 한시도 잊지 않고 초등학교 졸업 35년 만인 2001년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47세의 나이로 충북인터넷고에 진학했다. 고교 졸업 뒤 충청대에 진학한 그녀는 ‘강의실에서 쓰러지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공부에 매진했다.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던 그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부친의 뜻에 따라 뜻에 따라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이 씨는 “아버지는 중학교를 못 간 나에게 달력을 오려 일기장을 만들어 주셨다”며 “딸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한 것을 항상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가을부터 모교인 충북인터넷고에서 상담전문 인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충북대 대학원 유아교육과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 씨는 “은퇴를 준비할 나이지만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상담 온 학생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하라고 말해준다”고 말했다.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조선은 특히 명분에 집착하기 쉬운 시대였는데 연암은 의식과 용기가 있었으며 현실에 냉철했어요. 그를 재평가할 때가 왔다고 봐요.” 벽안(碧眼)의 외국인 교수가 최근 서울대출판사에서 조선 후기 실학자 겸 소설가였던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양반전 허생전 등 소설 10권을 영문으로 번역해 펴냈다. 주인공은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우송대 솔브릿지국제대 국제경영학부 교수(47). 연암 소설 일부가 영역된 적은 있지만 작품 전부가 영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작품에 상세한 각주를 달아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연구자도 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며 “번역하는 과정에서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에 영문을 웬만큼 읽을 수 있다면 현대적 해석을 하지 않은 다른 작품보다 오히려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낙규 서울대 미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역자의 역량으로 볼 때 이 책은 단순한 언어적 번역을 넘어 학술적 연구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가 연암을 처음 접한 것은 1995년 하버드대에서 박사 과정(동아시아언어문화학)을 하던 중 서울대에 교환 학생으로 오면서부터. “당시 한중일 고전소설에 대한 비교 연구를 하다 연암의 매력에 흠뻑 빠져 언젠가 번역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2005년 한국문화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죠. 한국은 노벨 문학상을 의식해 살아 있는 작가 위주로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연암의 작품은 세계문학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미국 대학 교육과정에도 소개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 교수가 연암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신분이 낮거나 소외된 계층에 대한 그의 배려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문자인 한자로, 그것도 가장 고급스러운 문체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묘사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교수는 “연암의 소설은 거지와 농민, 과부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섬세히 묘사함으로써 조선시대를 아래에서 위로 조망할 수 있게 했다”며 “당시 문학에서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이런 사람들을 과감히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으며 소설을 통해 사람의 의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진정 용기 있고 의식 있는 작가였다”고 말했다. “연암은 현실적인 문제에 냉철한 지식인이기도 했죠. ‘열하일기’를 통해 국제관계에서 현실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만주족의 청나라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친근하게 지내야 한다’고 조언했죠. 반면 당시의 다른 지식인들은 명분에 휩싸여 명나라만 챙겼으며 청나라는 자세히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어요.” 그는 “연암 소설 영역본을 조만간 미국 인터넷서점에서 판매하고 오프라인 서점에도 진열할 계획”이라며 “연암의 진가를 서양에서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일대와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1997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일리노이주립대 부교수와 주미한국대사관 자문관, 대전의 생명공학연구원 및 원자력안전기술원 자문관 등을 지낸 뒤 우송대에서 교수 겸 아시아연구소장을 맡고 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도교육청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일선 초중고교 졸업식을 간소하게 치를 것을 일선 학교에 당부했다. 도교육청은 졸업식으로 인해 지역별, 학교별로 많은 사람의 이동이 예상돼 구제역 확산의 우려가 있는 만큼 외부 초청 인사를 최소화하라고 했다고 7일 밝혔다. 졸업생을 둔 가정에도 통신문을 보내 하객을 최소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졸업식 간소화 취지에 따라 교육감과 부교육감의 일선 학교 방문도 취소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동과 모임은 자제하되 학교 자체적으로 학생 중심의 건전하고 특색 있는 졸업식을 개최해 졸업식 본연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아산시 송악면 동화리 일대에 지열(地熱)만으로 주택 냉난방을 하는 ‘그린빌리지’가 조성된다. 충남도와 아산시는 동화리 일대 8만9651m²에 연말까지 14억 원을 들여 그린빌리지 주택 45채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지하 150m 안팎에서 연중 14∼15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송악면 일대는 온천지대(온양온천)여서 상대적으로 지열이 높다. 지열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CO₂) 발생도 줄일 수 있다. 동화리의 그린빌리지 사업이 마무리되면 원유 149t을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475t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도 등은 내년부터 2014년까지 온천지대 인근 13개 마을(405가구)로 지열 냉난방을 확대할 방침이다. 개별 주택의 냉난방을 지열로 해결하거나 집단 주거지의 냉난방을 태양광과 태양열, 지열 등 여러 대체에너지로 충당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 마을에 집단적으로 지열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는 흔치 않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경찰 간부의 친어머니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31일 구속된 대전지방경찰청 소속 이모 전 강력계장(40·경정)으로부터 “1억 원이 넘는 빚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전 계장이 이 빚을 갚기 위해 어머니 윤모 씨(68)를 살해했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또 경찰은 이 전 계장이 범행(지난달 21일) 전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로 상해보험 보상금에 대해 알아봤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계장은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척추장애 등 장애별로 보험금 액수가 얼마인지를 알아봤다는 것. 이 전 계장은 윤 씨가 숨진 이틀 후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여름 이 전 계장과 윤 씨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수백만 원의 보험금을 탄 사실도 밝혀냈다. 하지만 이 사고가 이 전 계장 등이 일부러 일으킨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빚에 쪼들리던 이 전 계장이 교통사고 보험금을 탄 뒤 이를 계기로 상해보험 보상금에 관심을 둔 것이 범행 동기인지 수사 중”이라며 “이 전 계장의 금융계좌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경찰 간부의 친어머니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30일 유력한 용의자인 대전지방경찰청 이모 강력계장(40·경정)을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 계장은 21일 오후 11시 27분 자신의 어머니 윤모 씨(68)가 사는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아파트에서 윤 씨의 등에 볼링공을 수차례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다. 이 계장은 경찰 조사에서 “주식 투자로 빚을 지고 있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내가 허위로) 상해보험금을 타내자고 어머니에게 제안해 일을 저질렀는데 그만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계장의 어머니 윤 씨는 주식투자로 인해 약 2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3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해 있었으며 이 보험은 사망 시 최대 1억1000만 원을, 교통사고로 인한 척추장애 시 6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계장에 따르면 보험금을 타내 빚2000만 원을 갚기 위해 어머니와 공모한 뒤 일을 저질렀다는 것. 이 계장은 21일 오후 11시 27분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강도로 위장해 윤 씨 집에 들어갔으며 이후 잠든 윤 씨의 등에 볼링공을 3차례 떨어뜨렸다. 윤 씨는 이로 인해 늑골골절에 따른 과다출혈 쇼크로 5시간 뒤 숨졌다. 윤 씨는 이 계장이 범행 전 미리 준 수면제를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이 계장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아 정확한 살해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엘리트 간부인 이 계장이 불과 2000만 원 때문에 어머니를 평생 불구로 만들 수 있는 척추골절 중상을 입히면서까지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대 10기인 그는 2005년 선배들을 제치고 경정 시험에 합격해 2, 3년 후 총경 승진 대상자일 정도로 잘나가던 간부였다. 또 아직 확인 중이지만 현재 신분만으로도 신용으로 4000만 원 이상, 퇴직금을 담보로 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계장이 당초 “어머니가 먼저 (범행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이를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고 번복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또 윤 씨의 아파트 시세(1억5000만 원 안팎)를 고려할 때 집을 담보로 이미 잡혀 있는 5000만 원을 감안하더라도 2000만 원을 대출받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어머니와 미리 약속했다”는 진술에도 의문점이 많다. 어머니와 짜고 한 범행이라면 굳이 윤 씨의 외손자 2명이 함께 있는 날을 택했는지 설명이 어렵다. 또 오토바이 헬멧은 범행 하루 전날, 볼링공은 범행 당일에 구입할 만큼 사전 밀약보다는 뭔가 급박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계장이 어머니 명의로 마이너스 대출 4000만 원을 받아 주식을 하다 실패해 윤 씨의 사망 보험금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현직 경찰 간부의 친어머니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28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대전지방경찰청 이모 강력계장(40·경정)을 존속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대(10기) 출신인 이 계장은 21일 오후 11시 25분경 오토바이 헬멧을 쓴 강도로 가장해 어머니 윤모 씨(68)가 사는 대전 서구 탄방동 H아파트에 들어가 윤 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흉강 내 과다출혈에 의한 쇼크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윤 씨의 집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등산화 족적을 발견했으며 이 족적이 이 계장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건 발생 시간으로 추정된 21일 오후 11시 20∼49분 한 남자가 윤 씨 집 아파트 계단을 두 차례 오간 장면을 아파트 폐쇄회로(CC) TV를 통해 확보했다. 이 남자는 오토바이 헬멧을 쓴 상태였으며 폐쇄회로 앞을 지날 때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지나갔다. 경찰은 이 남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탐문 수사 끝에 이 남자가 착용한 헬멧이 이 계장이 20일 대전 중구의 한 오토바이 판매점에서 산 것과 동일한 제품임을 확인했다. 이 계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도 경찰이 이 계장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데 한몫했다. 이 계장은 범행 시간 전후에 “공원을 산책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공원까지 가는 길을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이 계장이 금전 문제로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계장이 지난해 금융권에서 4000만 원을 마이너스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주식 투자로 모친 재산에 많은 손실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주식 투자를 위해 4000만 원을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조사 결과 윤 씨는 아파트와 토지, 상가 등 12억5000여만 원어치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망 시 1억2000여만 원을 받는 보험(3개)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현재 이 계장을 상대로 범행동기를 집중 추궁해 조사한 뒤 29일경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이 계장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