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먹는 학교 53곳 ‘침출수 비상’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 구제역 파장… 전국 727개 초중학교 조사해보니

18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오가면 분천리에 있는 양신초등학교. 학교 뒤편에 봉긋 솟은 무덤이 지난달 26일 돼지 1100여 마리를 묻은 ‘구제역 가축 매몰지’다. 가로 세로 각각 10m가량의 매몰지 위로 침출수와 가스를 배출해 내는 관이 보였다. 학교 담장과는 약 70m 거리.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이 학교 운동장 한편엔 지하수 관정이 있다. 관정과 매몰지의 거리는 불과 150m. 김광태 양신초 교장은 “방학과 설 연휴 등으로 학교를 며칠 비운 사이 학교 뒤편에 돼지 매몰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 아이들 식수 오염 걱정 태산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시골학교들은 개학을 10여 일 앞두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동아일보가 16일부터 5일간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전국 구제역 가축 매몰지 4236곳의 주소와 지하수를 사용하는 전국 초중학교 727곳(2010년 말 기준)의 주소를 ‘리’ 단위까지 비교한 결과 총 53곳의 주소가 겹쳤다.

18일 오후 찾은 경기 포천시 관인면의 중리초등학교. 학교에서 돼지와 소 약 9000마리가 묻힌 매몰지까지는 약 350m에 불과했다. 매몰지 위에는 까마귀 떼가 몰려 있었다. 이 학교는 지하수를 정수기로 걸러 식수로 사용한다. 최미숙 교감은 “침출수가 아이들이 먹는 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며 “식수는 정수기로 거르지만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은 지하수를 그대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문재종 씨(42)는 “아이들이 무심코 지하수를 마시다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 장기리의 북후초교도 900m가량 떨어진 산 능선에 300여 마리가 묻힌 매몰지가 있었다. 학교 측은 북후면장 등과 함께 일주일 전 매몰지 현장을 방문했다. 남명자 교장(여)은 “비록 좀 떨어져 있지만 (매몰지가) 학교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침출수가 학교 쪽으로 흐를까 걱정”이라며 “지하수 오염이 안 되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여러 번 면장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100m 떨어진 곳에 매몰지가 있는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오산리에 위치한 안동영명학교 관계자는 “지하수를 식수로 쓰고 있는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어찌될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떨어져 있어도 안심할 수 없어


매몰지와 주소가 겹치는 53개의 학교 중 대부분은 매몰지가 학교에서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 근처에서는 (매몰지가) 잘 안 보여 위험성을 잘 모르겠다”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00m는 평지라면 비교적 안전한 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매몰지가 수맥과 연결돼 있으면 얼마든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한강 수계 등 상수원 오염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철저한 정수과정이 없을 경우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침출수에는 대장균, 장바이러스 등 미생물과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화학물질, 패혈증을 유발하는 탄저균(炭疽菌) 등이 함유돼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동영상=돼지 2,363마리 매몰됐던 장소, 침출수 2.5t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