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자폐아 아들과 ‘母子학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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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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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 2제

신성대 졸업을 앞둔 한대현 씨(오른쪽)와 그의 어머니 이용숙 씨. 2년 동안 아들의 공부와 학교생활을 도와온 이 씨는 자신을 따라 공부를 마친 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신성대 제공
신성대 졸업을 앞둔 한대현 씨(오른쪽)와 그의 어머니 이용숙 씨. 2년 동안 아들의 공부와 학교생활을 도와온 이 씨는 자신을 따라 공부를 마친 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신성대 제공
자폐증을 앓는 아들과 그 아들을 돌보기 위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입학한 어머니가 함께 학사모를 쓴다. 22일 열리는 충남 당진의 신성대 학위수여식에서 도시건설과를 졸업하는 한대현 씨(22)와 그의 어머니 이용숙 씨(47).

한 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 언어표현과 이해가 부족하고 대인기피 증세가 심한 상태. 이 씨는 이런 아들 혼자서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 2009년 같은 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등하교와 수업, 식사 등 모든 학교생활을 아들과 같이했다. 수업시간에도 바로 옆자리에 앉았고 교우들과 어울릴 때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이 씨는 “화장실만 따로 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수업시간에 특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이고 젊은 학우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그랬지만 완전히 소화를 하지 않으면 집에 가서 아들에게 다시 가르쳐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노트 필기를 해야 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리포트 쓰기가 힘에 부쳐 밤을 지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이 씨는 “대학생활 초기에는 우리 모자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무척 부담스럽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아내와 가정주부, 어머니, 학우, 선생님의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었던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학과장인 김만식 교수와 학우들은 공부와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얻은 것도 많다. “컴퓨터를 이용한 리포트 작성, e메일 보내기, 휴대전화 문자 주고받기 등에 익숙해졌어요. 주변에서 젊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대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한 씨는 졸업과 함께 아버지 한기명 씨(48)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서 일을 배울 예정이다. 이 씨는 한 씨가 익숙해질 때까지 회사에도 같이 다니며 도울 계획이다. 이 씨는 “아들이 남을 배려하고,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병하 신성대 총장은 전문학사 학위수여식에서 어머니 이 씨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안함 전사자-살신성인 주인공에 명예졸업장▼

백석대 故이상민-백선임 씨

천안함 전사자와 살신성인의 주인공들이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백석대는 17일 오전 교내 백석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디자인영상학부 산업디자인전공 학생이었던 고 이상민 씨와 기독교학부 기독교실용음악전공 학생이었던 고 백선임 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해군으로 복무하던 이 씨는 지난해 3월 백령도 해역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제대를 불과 1개월 앞두고 전사했다. 백 씨는 지난해 8월 청주의 한 학원에서 학원생들을 가르치다 화재가 발생하자 학생을 모두 대피시킨 뒤 연기에 질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하원 총장은 “세상을 떠난 두 학생을 위로하고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사 2211명과 석사 330명, 박사 32명 등 모두 2573명이 학위를 받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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