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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2018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1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기아차는 1일 기아차 사내하도급업체 대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기아차 사내하청분회 등 4개 주체가 전날 사내하청 근로자 1049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내년까지 749명을(기존 채용 99명 포함) 정규직으로 선발하고 2018년 추가로 300명을 정규직으로 뽑기로 했다. 공장별로는 경기 소하리공장 149명, 경기 화성공장 600명, 광주공장 300명이다. 이들 근로자의 사내하도급 경력은 최대 10년까지 인정된다. 이번 최종 합의안은 46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경력은 4년까지 인정하기로 한 지난해 5월의 합의안에서 크게 확대된 것이다. 기아차는 2019년 이후에도 정규직 수요가 발생할 경우 하도급 인원을 일정 비율로 우대해 선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극심한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가 오랜만에 날아든 희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연료 환경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해운업계의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조선업계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IMO “2020년부터 벙커C유 사용 못 한다” 30일 조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IMO는 2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회의에서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SOx) 함유량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기로 확정했다. IMO는 그동안 적용 시기를 놓고 2020∼2025년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이같이 결정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선박들이 50년간 사용하던 벙커C유는 더 이상 연료로 쓰기 힘들어진다. 선주들로서는 중고 선박들을 선박용 경유(MGO)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른 연료에 적합하도록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설비 교체 비용에 추가적인 검사 비용까지 고려하면 선령(20∼25년)이 지나지 않은 배들까지도 아예 신규 선박 발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박 건조 기간이 설계부터 인도까지 2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선박 발주는 늦어도 2018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수주 실적이 낭떠러지로 추락한 조선업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전 세계 수주 잔량은 9369만 CGT(표준화물선 환선 톤수)로 2004년 12월 말(8874만 CGT) 이후 11년 9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친환경 선박이 늘어나면 국내 조선업에도 유리하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관련 기술 수준이 앞서 있어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연료의 변화는 LNG 추진선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은 유일하게 갖가지 환경 규제를 만족하는 선박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적 공급과잉 해결까지 확대 해석은 무리 31일 조선해운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는 ‘빅3’ 체제 유지에, 산업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 중심의 재편을 원해 왔다. 이번 IMO의 환경규제 강화는 ‘일단 버티면 곧 수주 가뭄이 해갈될 것’이라는 금융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추락하고 있는 해운경기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선박 발주가 갑자기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해당 규제 역시 시기만 미정이었을 뿐 업계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었던 내용이어서 선주들도 이를 대비한 로드맵을 짜두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규제 변화가 당장 조선경기 사이클까지 바꿔 놓는다는 것은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발표를 앞두고 내년 1월부터 전 임직원에 대해 한 달씩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해 고정비 절감에 나서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2년 안에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5조 원)의 절반 수준인 7조 원대로 매출 규모를 줄이고, 현재 전체 절반을 차지하는 해양 사업 비중도 30% 이하로 낮추는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한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 등 친환경차 전용모델 출시와 함께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완성차업체 간 경쟁 심화와 자동차의 전자화에 따라 산업구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올해 경영방침을 ‘산업혁신 선도 미래 경쟁력 확보’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그룹 내 최초의 친환경차 전용차종인 아이오닉(프로젝트명 AE)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3월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선보였다. 기아차도 3월 니로(프로젝트명 DE), 7월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각각 내놓았고 연내 신형 K7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라인업을 28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점유율 ‘넘버2’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및 인력을 매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 원을 투입해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관련 원천기술도 확보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차량용 정보기술(IT)과 친환경차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더욱 확대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등 스마트카 분야의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투싼ix 자율주행차를 데모카 형태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이 차량은 검문소, 횡단보도, 사고구간 등 총 9개의 미션으로 구성된 포장 및 비포장 도로 4km의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이후 이 분야의 지속적인 R&D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신기술을 주요 양산차에 확대 적용해 왔다. 이런 양산화 기술들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국내 자동차업체 최초로 미국 네바다 주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했다. 특히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와 기아차 쏘울 전기차 등 미래형 친환경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차,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동국제강 연구개발(R&D)의 중심에는 10년 넘게 기술 연구, 전문가 양성 등에 집중해 온 중앙기술연구소가 있다. 중앙기술연구소는 1인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생산, 정비, 전기, 품질관리 부문의 엔지니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중앙기술연구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존의 기술 개발 및 연구 기능에 더해 설비 검토까지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했다. 동국제강은 꾸준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제품 혁신을 거듭해 신규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컬러강판이 대표적이다. 동국제강은 9월 부산공장에 컬러강판 증설 투자를 완료하고 프리미엄 컬러강판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 공장에 총 250억 원을 투자했고 증설 규모는 연간 생산 10만 t에 이른다. 동국제강은 이번 투자로 국내외에서 8만 t 이상의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3년간의 연구 끝에 디지털 잉크젯 기술을 컬러강판에 접목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8월 디지털 프린트강판용 특수 용제 잉크와 전용 장비 개발을 끝내 철판에도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강판이란 컴퓨터에 연결된 잉크젯 컬러 프린터처럼 4∼7색 잉크를 디지털로 조합한 뒤 강판에 분사해 컬러강판을 만드는 방식이다. 건축 외장재의 변색, 강판 부식 등 기존 프린트 강판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높은 해상도와 다채로운 색상도 표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잦은 지진 발생으로 관심이 높아진 내진 강재 역시 동국제강의 선제적 기술 개발이 빛을 발하는 분야다. 내진철근은 통상 규모 6.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철근 제품이다. 동국제강은 내진철근의 국가표준(KS) 제정을 주도해 2011년 11월 KS D3688(고성능 철근콘크리트용 봉강)을 제정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내진용 고성능 H형강도 개발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화체육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강하게 질책을 받은 직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서둘러 설립되었다는 재계의 증언이 나왔다. 안 수석이 두 재단의 설립을 주도했다는 정황이 재계에서 또다시 포착된 것이다. 10대 그룹 고위 관계자 A 씨는 28일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콘텐츠 사업이나 스포츠 사업을 도와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한중 정상회담(지난해 10월 31일)을 앞두고 ‘그건(문화체육 사업)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었을 때 실제 진행된 사업이 없으니까 안 수석이 굉장히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A 씨는 “이후 안 수석이 부랴부랴 여기저기(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기업들) 해가지고 당시 급하게 두 재단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가받는 것도 굉장히 서둘러서 이뤄지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4일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 21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간담회 목적은 문화체육 부문 투자 활성화와 평창 올림픽 지원 요청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에도 재계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렀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이 모두 출범한 것이 계기였지만 이 자리에서도 ‘문화융성’이 재차 강조됐다. 박 대통령은 이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기업인들에게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문화체육 산업 활성화를 위해 양국이 함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임박하자 박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부탁했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7월 처음 얘기가 나온 뒤 지지부진하던 미르재단 설립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지난해 10월 27일 완료됐다. 미르 사무실 계약(지난해 10월 24일), 전경련의 출연금 모금 공문 발송(25일), 출연 기업들을 한데 모아 서류 작업 및 설립 신청(26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승인(27일)까지 고작 나흘이 걸렸다. 안 수석 등 청와대가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A 씨의 말은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전언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한 창조경제혁신센터 프로젝트에 안 당시 경제수석이 깊이 관여한 것 역시 최 씨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 매주 한 번씩 대관 담당자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며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준다는 명분이었지만 미래전략수석보다 경제수석이 더 적극적이어서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전주영 기자}

최순실 씨의 흔적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재계와 관가에도 넓게 퍼져 있다. ‘최순실 사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이들이 최 씨와 어떤 관계이고, 최 씨가 국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모두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만 커지고 있다. ○ 청와대부터 명백히 밝혀야 청와대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연결 고리로 가장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인물은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이다.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고 있고, 최 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일부 문서파일의 작성자가 정 비서관으로 돼 있다. 정 비서관은 “매일 자정에나 퇴근하는데 언제 가서 전달하느냐. e메일로도 전한 바 없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다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하겠다”며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고 시인했다. 따라서 정 비서관은 최 씨가 언제까지, 어떤 자료를 받아봤고 연설문 작성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정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최 씨와의 연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세 사람은 모두 최 씨의 전남편인 정윤회 씨를 통해 박 대통령을 보좌하게 된 공통점이 있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및 운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다. 안 수석은 대통령 순방과 관련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설립 과정에 대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좋은 취지의 재단을 잘 만들었다’고 격려한 게 전부”라고만 하고 있다. 안 수석이 최 씨와 함께 모금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최 씨와 안 수석의 지시를 받아 SK그룹에 체육인재 전지훈련 예산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했지만 안 수석은 “최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은 최 씨가 갖고 있던 태블릿PC의 소유주인 ‘마레이컴퍼니’의 대표를 지냈다. 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씨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 태블릿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지만 열쇠를 쥔 김 행정관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설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대선 때 이뤄진 일인 것 같은데 확인해봐야 한다”는 정도의 반응만 내놓았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윤전추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우 수석의 발탁, 윤 행정관 입성에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았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구체적 해명 없이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윤 행정관이 최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의상을 준비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 수석이 최 씨 관련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재계와 관가에도 드리운 그림자 전경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대기업들은 미르에 486억 원, K스포츠에 288억 원의 돈을 모아 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재단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쳐 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부회장은 먼저 안종범 수석과 최 씨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두 재단의 설립을 지시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오류투성이 설립 신청서까지 내가며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했던 이유와 두 재단의 이사진을 구성할 당시 최 씨나 주변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이 말해야 할 때다. 이 부회장은 최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최 씨가 K스포츠재단을 사적 용도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최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맺은 장애인 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차관은 올 1월 13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 신청 하루 만에 문체부가 허가를 내준 과정에 개입했고,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차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다. 최 씨를 만난 적도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최 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CF감독 차은택 씨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지도교수를 지냈다. 김 전 장관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허가를 신청한 지 하루 만에 내준 과정, 두 재단이 거액을 조성한 과정 등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장관은 통화에서 “차 씨의 추천으로 장관이 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김창덕·전승훈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회장을 청와대 관저로 불러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사업계획서를 보이면서 협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대기업들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인도, 그 어떤 누구도 대통령이 이렇게 협조를 요청하면 거부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증언을 공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협조를 요청하면서 ‘전화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러자 안종범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재벌 회장들에게) 전화를 해 돈을 갈취하고, 더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언제, 어떤 대기업 회장을 불렀는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현행법상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수 없다면 수사는 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진솔하게 밝히고, 눈물을 흘리면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그러한 사실을 들어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사실무근이다.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단 관련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관련 기업들도 일제히 부인했다. 4대 그룹 중 하나인 A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대통령 관저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고 재차 확인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B그룹 측도 “전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관련자들이) 그럼 긍정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창덕 기자}

산업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린 조선·해운업에서 본격화한 ‘비상경영체제’가 국내 대표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부터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의 10%를 삭감키로 했고 ‘갤럭시 노트7 사태’를 겪은 삼성그룹은 올겨울 가장 살벌한 정기 임원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7년 만에 재연된 임원 임금 삭감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임원 임금 삭감이라는 고강도 조치가 취해진 것은 2009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도 현대차그룹은 임원들의 임금을 10% 내려 약 1년간 유지했었다. 당시는 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전 세계 경기가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게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간 판매량이 증가했던 현대·기아차는 올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해 1∼9월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 실적은 562만1910대로 전년 같은 기간 572만6249대보다 10만4339대(1.8%) 줄어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는 전년 실적(588만5070대)에 못 미쳤지만 4분기(10∼12월) 판매량을 끌어올려 연간 기준으로는 기어이 2014년을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극적인 뒤집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여전한 데다 국내에서 잇달아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객들과 ‘냉각기’를 겪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의 부진에는 노조의 파업도 한몫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최근 임금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24차례 파업했고, 여전히 사측과 협상 중인 기아차 지부는 20차례 파업을 강행했다. 두 회사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매출액 차질은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 LG도 위기 극복이 ‘제1 미션’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겉으로 공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나 다름없다. ‘갤럭시 노트7 단종’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부사장급 이하 임원 294명을 승진시켰다. 전년 대비 17%나 줄어들어 2009년(247명) 이후 가장 작은 규모였다. 2014년 갤럭시 S5의 실패를 지난해 S6가 만회하지 못하면서 ‘칼바람’이 분 것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올해 임원 승진 규모가 이보다 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원 장기성과급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이유로 7월 비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MC사업본부 임원 20여 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MC사업본부 영업조직을 가전제품 영업만 담당하던 한국영업본부에 통째로 넘기는가 하면 본부 인력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 ‘빅3’는 이미 임직원들의 임금 반납이나 희망퇴직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장단은 100%, 그 외 임원들은 50%의 임금을 반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7월부터 대표이사는 전액, 나머지 임직원은 15∼30%의 임금을 내놨고 대우조선해양은 일부 임금 반납과 함께 내년 한 달씩의 순환 무급휴직을 시행키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큰 기업일수록 위기가 닥칠 때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는 기업이 국내에서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서동일·정민지 기자}
한국 경제가 올해 3분기(7∼9월) 0.7% 성장하는 데 그치며 4개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제조업 성장률이 7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 성장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1.2%)에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0.6%)부터 줄곧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과 현대자동차 파업의 여파로 3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1.0%로 주저앉았다. 2009년 1분기(―2.5%)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3분기는 그나마 부동산 호황에 힘입은 건설 투자와 정부 지출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4분기부터는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로 ‘성장절벽’ 우려가 나온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날 51개 계열사 전체 임원 약 1000명이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급여 10%를 자진 삭감한다고 밝혔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창덕 기자}
산업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린 조선·해운업에서 본격화한 '비상경영체제'가 국내 대표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부터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의 10%를 삭감키로 했고 '갤럭시 노트7 사태'를 겪은 삼성그룹은 올 겨울 가장 살벌한 정기 임원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7년 만에 재현된 임원 임금 삭감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임원 임금 삭감이라는 고강도 조치가 취해진 것은 2009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도 현대차그룹은 임원들의 임금을 10% 내려 약 1년간 유지했었다. 당시는 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전 세계 경기가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게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그로기 상태에 몰리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간 판매량이 증가했던 현대·기아차는 올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해 1~9월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 실적은 562만1910대로 전년 같은 기간 572만6249대보다 10만4339대(1.8%) 줄어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는 전년 실적(588만5070대)에 못 미쳤지만 4분기(10~12월) 판매량을 끌어올려 연간 기준으로는 기어이 2014년을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극적인 뒤집기가 녹록치는 않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이 여전한데다 국내에서 잇달아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객들과 '냉각기'를 겪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의 부진에는 노조의 파업도 한 몫 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최근 임금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24차례 파업했고, 여전히 사측과 협상 중인 기아차 지부는 20차례 파업을 강행했다. 두 회사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매출액 차질은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 LG도 위기극복이 '제1 미션'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겉으로 공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나 다름없다. '갤럭시 노트7 단종'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부사장급 이하 임원 294명을 승진시켰다. 전년 대비 17%나 줄어들어 2009년(247명) 이후 가장 적은 규모였다. 2014년 갤럭시S5의 실패를 지난해 S6가 만회하지 못하면서 '칼바람'이 분 것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올해 임원 승진 규모가 이보다 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원 장기성과급도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이유로 7월 비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MC사업본부 임원 20여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MC사업본부 영업조직을 가전제품 영업만 담당하던 한국영업본부에 통째로 넘기는가 하면 본부 인력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 조선 '빅3'는 이미 임직원들의 임금 반납이나 희망퇴직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장단은 100%, 그 외 임원들은 50%의 임금을 반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7월부터 대표이사는 전액, 나머지 임직원은 15~30%의 임금을 내놨고 대우조선해양은 일부 임금 반납과 함께 내년 한 달씩의 순환 무급휴직을 시행키로 했다. 현재까지 이들 3사에서 희망퇴직 했거나 신청을 받은 이들만 5000명 가까이 된다. 재계 관계자는 "큰 기업일수록 위기가 닥칠 때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24일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경제단체들은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나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 방향 등이 발표되면 합동 또는 개별적으로 논평을 통해 재계 목소리를 내 왔다. 하지만 최근 경제단체의 ‘맏형’ 격인 전경련이 권력형 비리에 오르내리면서 타 경제단체들도 소극적 태도로 돌아선 모양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경제단체들 모두 몸을 사리는 중”이라며 “지금 나서서 논평을 했다가는 내용과 상관없이 ‘이번엔 또 누가 시켜서 그러느냐’라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경제 5단체 중에서는 ‘정경 유착’ 의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소기업중앙회만 이날 논평을 내고 “국가 운영의 중장기적인 큰 틀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개헌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크게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이어 “이제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향후 헌법 개정을 위한 위원회 구성 시 중소기업계 인사가 포함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국내 조선·해운업의 기업부채를 구조조정 하는 데만 31조 원이 들 것이라는 해외 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2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업부채 구조조정의 효과와 비용: 한국을 위한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부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채권자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5.5∼7.5%에 이르고 고용규모도 0.4∼0.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기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이하인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부채를 구조조정 한다는 전제에서다. IMF가 조선·해운업만 따져봤을 때 기업부채 구조조정 비용은 31조 원에 달했다. 이 추정치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패키지 12조 원과 이 은행들의 내부 손실 흡수 가능액 10조 원, 일부 시중은행이나 다른 채권자 부담액까지 고려할 때 상당한 신뢰도가 있다는 게 IMF의 설명이다. IMF는 또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고용에 영향을 받는 인력 규모를 1만 명으로 추산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1∼3월) 기준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규모는 105.9%다. 19개 신흥국 중 홍콩(211.1%), 중국(169.1%)에 이은 세 번째이다. IMF는 한국이 전 산업에 걸쳐 기업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 GDP 성장률이 연간 0.4∼0.9%포인트 오르고 고용도 매년 0.05∼0.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약 10년이면 일회성의 구조조정 비용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핵심 결론은 기업부채 구조조정이 중기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 및 활동에 대해 직접 설명했지만 논란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의 설립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두 재단이 대통령 해외순방에 참여한 건 “당초 취지에 맞게 활동한 것”이고 “자체적으로도 사업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누구라도 불법이 있으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21일 “박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재단 설립 경위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문제가 없다’고 미리 규정을 지었다는 지적이다. 과연 박 대통령의 설명처럼 두 재단은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로 만들어졌는지, 운영은 실질적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금 유용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해 본다. 》 [① 설립 및 모금] 朴대통령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뜻 모아”“설명자료 못받아… 전경련 요청은 정부 입김 닿은 것”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관련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재단인지 모른 채 돈을 냈다”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10대 그룹 임원은 21일 “두 재단 설립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신설 재단 측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 자료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다른 기업 관계자들도 그 재단이 뭘 하는 곳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10대 그룹 임원도 “전경련이 하자니까 ‘나랏일’일 거라고 여겨 큰 의문을 갖지 않고 관행적으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이 기업에 유무형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정부 입김이 이미 닿았다는 것”이라며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것인데 이제 와서 ‘자발적 참여’라고 하는 것은 순진한 포장”이라고 지적했다. 의혹의 진상을 풀 수 있는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경련 모금은) 순수한 자발적 모금이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내가 아이디어를 냈고 기업들도 관련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지난해 여름부터 석 달간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문화체육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담당하는 청와대 참모가 두부 자르듯 모른 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 요청에 화답한 전경련이 온전히 자기 아이디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정부가 암묵적으로 재단 설립을 희망해 왔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난해 2월과 7월에 기업인들에게 문화체육 투자 확대와 창조경제 융성을 강조한 직후 전경련이 모금에 나섰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재계 스스로 돈을 냈다고 여길 만하다. 재단에 참여한 기업들의 증언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이 정부 의중을 알아채고 스스로 모금을 주도했는지, 정부가 직접 전경련에 지시했는지는 알 수 없다”라면서도 “다만 자금 출연은 전경련보다는 정부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업으로서는 직접적인 정부 지시가 없더라도 전경련이 주도하는 사업에는 ‘보험’을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이명박 정부 당시 미소금융재단 설립, 지난해 10월 청년희망재단 설립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의 제안→전경련 주도→대기업 출연’은 정해진 절차였다. 한편 K스포츠재단이 4대 그룹에 80억 원씩 추가 투자를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복수의 그룹이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② 운영 및 자금유용 의혹] 朴대통령 “K스포츠, 어려운 체육인재 키우는 재단”소외계층 예산 5억… 유망 종목-해외 진출 지원엔 23억박근혜 대통령은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운영에 있어 정부의 입김은 전혀 없었으며 활동에도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었다. 실제 운영은 이와 달랐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에 대해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우는 재단”이라고 했지만 2016 사업계획서를 살펴본 결과 총 124억 원 가운데 소외계층 체육활동 확대 예산은 5억 원에 불과했다. ‘유망 종목 집중 지원 국위 선양’과 선수 및 지도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에는 이보다 많은 각각 15억 원, 8억 원이 배정됐다. 이와 관련해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독일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재단은 운영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휩싸였다. 대부분 이사진은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됐고 모든 업무는 각 재단의 특정 인물이 주도했다. K스포츠재단 주요 보직에 지원했다 떨어진 스포츠계 인사 A 씨는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정동춘 이사장이 후임자로 선임된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후보자 가운데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한 뒤 정치적인 줄이 가장 없는 인물이 선택됐다”는 말이 나왔다. 현 정부에서 최순실 씨와의 인연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떠올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 광고감독(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도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맡은 보직에서 한 직급 내려갈 것을 지시하는 등 미르재단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의 돈이 사실상 정 씨의 독일 훈련자금용이란 의혹을 의식한 듯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가 사실상 설립하고 운영한 스포츠 마케팅업체 비덱, 더블루케이의 존재가 드러나고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이들 두 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13일 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고 한 달 뒤 독일에서 비슷한 목적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 더블루케이가 설립됐다. 이 회사의 유일한 주주는 ‘최서원’. 최서원은 최 씨의 바뀐 이름이다. 8월 폐업한 한국 더블루케이의 고영태 이사(40)가 독일 더블루케이에도 경영인(매니저)으로 올라 있다. 최 씨가 고 씨를 통해 사실상 두 회사를 모두 지배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과도 여러 가지로 얽혀 있다. K스포츠재단의 직원인 B 과장은 일주일에 3, 4번씩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찾았다. B 과장은 4월 독일에서 최 씨가 머물 호텔을 알아보고 기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으로 80억 원을 제안했고, 사업주관사로 비덱을 지목했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K스포츠재단과의 각종 거래를 통해 최 씨가 재단 돈을 독일 더블루케이로 끌어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③ 최순실 딸 특혜 의혹]최경희 前 이대총장 “입시-학사관리 특혜 없었다”‘금메달 학생 선발’ 입학처장 주문, 명쾌한 해명 없어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20)는 2014년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하는 과정에서 학칙 개정 등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17일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및 19일 사퇴의 글에서 “입시와 학사관리에 특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 씨가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수시모집 원서를 낸 2014년, 이화여대는 기존 11개이던 체육특기자 종목을 23개로 늘렸다. 여기에는 정 씨의 종목인 승마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모집요강은 ‘원서 접수 마감일 기준으로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 대회의 개인 종목 3위 이내 입상자만 지원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화여대 측은 정 씨가 원서 마감(9월 16일) 나흘 뒤 아시아경기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이를 평가에 반영해 ‘원 포인트 규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평가 교수가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증언까지 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남궁곤 입학처장은 “종목 확대는 교육부의 ‘입시 2년 전 예고제’에 따라 정 씨가 원서를 넣기 1년 4개월 전부터 ‘수시모집 요강’에 공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의 ‘금메달 학생 선발’ 발언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정 씨는 입학 후 학교에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받는 등 부실한 학사관리 의혹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런 특혜의 대가로 이화여대가 9개 교육부 예산 지원 사업 중 8개에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지난해 1학기 수강한 8개 과목 중 6개에서 F학점을 받아 평점 0.11을 받았다. 그해 2학기에 휴학한 정 씨는 올 1학기에 6개 과목에서 평점 2.27을 받았다. 4월 최순실 씨가 학교에 찾아가 학장과 면담하고 지도교수가 교체된 뒤의 일이다. 정 씨는 여름학기 2개 과목에서는 1학기보다 높은 3.30을 받았다. 이화여대는 17일 “일부 과목에서 리포트 등 증빙 자료를 갖추지 않고 부실하게 출석 대체를 인정한 점이 있다”라며 책임을 부분 시인했다. 하지만 교육부 사업은 정당하게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수로 선정하는 같은 사업에서 성균관대는 7개를 수주했는데 액수는 이화여대의 2배가 넘는다는 설명도 했다. 이 밖에도 이화여대는 올 6월 국제대회 참가나 교육실습 등으로 인한 결석자의 학점을 인정하는 규정을 만든 뒤 3개월을 소급 적용하면서 정 씨의 2016년 1학기 성적을 높여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한편 7월 28일부터 85일 만에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던 이화여대 학생들은 21일 이사회에서 최 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된 직후 농성을 끝내기로 했다. 학생들은 “이화학당 이사회로부터 최 전 총장의 사표 수리 공문을 정식 수령했다”라며 “이사회의 결정을 기쁘게 수용하며 지난 86일간의 본관 점거 농성을 해지함을 공식적으로 알린다”라고 밝혔다.정지영 jjy2011@donga.com·김정은 기자김창덕 drake007@donga.com·김도형 기자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수입차 시장의 올해 마지막 ‘히든 카드’가 공개됐다. BMW는 13일 7세대 ‘뉴 5시리즈’를 공개했다. 5시리즈는 1972년 첫선을 보인 뒤 현재까지 760만 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세단이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뉴 5시리즈는 BMW가 100주년을 맞아 표방한 ‘넥스트 넘버원’ 전략을 가장 잘 반영한 모델로 꼽힌다. 하랄트 크뤼거 BMW그룹 회장은 “7세대 BMW 5시리즈는 기술적으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더 큰 매력을 선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비즈니스 세단의 대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 5시리즈는 길이 4935mm, 너비 1868mm, 높이 1466mm로 이전 세대에 비해 커졌다. 이를 통해 뒷좌석에서는 발을 뻗는 공간이 넓어졌고 적재용량도 530L로 확대됐다. 덩치는 커졌지만 첨단 경량화 기술이 적용된 덕분에 차체 중량은 이전 모델보다 최대 100kg까지 줄었다. 뉴 5시리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자율주행 기술에 한걸음 더 근접한 최첨단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시스템’이다. 우선 기본으로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는 레이더 및 초음파 센서와 함께 차량 주변을 상시 감시한다. 새로 도입된 ‘차선 컨트롤 어시스턴트’는 차로 유지 및 변경은 물론 장애물까지 인식해 갑작스러운 충돌을 피하도록 돕는다. 지능형 속도제어 어시스트 기능의 경우 운전자가 원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210km에 도달할 때까지 차량 스스로 가속, 제동, 핸들링을 제어한다. 사용 편의성을 높인 ‘아이드라이브’도 주목할 만하다. 터치뿐만 아니라 음성이나 손동작만으로도 주요 기능 제어가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기존 7시리즈에 적용되었던 제스처 컨트롤 및 터치 커맨드는 물론 70%가 넓어진 최신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제공된다. 반짝이는 기능은 또 있다.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원격 무인주차를 할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 차량 주변 지역의 3차원(3D)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불러올 수 있는 리모트 3D 뷰, 빈 공간을 감지하고 차를 자동으로 주차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등은 미래형 자동차를 눈앞에 끌어다 놓았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뉴 5시리즈가 새로운 전자기술로만 승부하는 모델은 아니다. 엔진은 BMW 트윈파워 터보 기술을 통해 역동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보장한다. 내년 2월 가장 먼저 출시되는 뉴 5시리즈의 엔진 라인업은 가솔린과 디젤 엔진 각각 2종류씩 총 4가지 모델이다. BMW는 내년 3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BMW 530e 아이퍼포먼스와 스포티한 M 퍼포먼스 모델인 BMW M550i 엑스드라이브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BMW의 뉴 5시리즈는 내년 2월 11일 세계 시장에서 출시된다. 국내에는 내년 봄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BMW그룹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자동차 224만7000대, 모터사이클 13만7000대를 판매했다. BMW그룹이 이처럼 성장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가치를 지닌 광범위한 제품군을 내놓고 있는 것은 물론 친환경 차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동아일보가 올해 연중 기획으로 보도한 ‘한국경제, 새 성장판을 열어라’ 시리즈 기사가 한국광고주협회(KAA)가 주는 ‘광고주가 뽑은 좋은 신문기획상’을 받았다. KAA는 20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6 한국광고주대회’에서 ‘새 성장판을 열어라’ 시리즈와 ‘한국 신성장 동력 10’(중앙일보), ‘미래정치 50년…20대 국회 20대 미션’(매일경제신문) 등 3건에 대해 신문기획상을 수여했다. ‘새 성장판을 열어라’ 시리즈는 1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 3부로 나눠 총 18회에 걸쳐 보도됐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아 주력 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미래 산업의 가능성을 제언했다. 국내 기업 연구소들을 직접 취재해 미래를 대비한 치열한 연구개발(R&D) 현장을 소개했다.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광고인상’은 김한모 전 미디어크리에이트 사장이 받았다.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상’은 김우빈, 설현 씨에게 돌아갔다. ‘광고주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 수상작은 KBS ‘태양의 후예’(드라마 부문), SBS ‘판타스틱 듀오’(연예오락 부문),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보도교양 부문)이다. 특별상 수상작은 YTN ‘강소기업이 힘이다’로 결정됐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지난달 21일 대한항공은 오후 늦게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600억 원을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그보다 꼭 보름 전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과 함께 물류대란 수습용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한 그 돈이었다. 대한항공은 당초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을 담보로 잡았지만 2대 주주(46%)인 스위스 해운사 MSC와 금융사들을 설득하지 못해 자금 지원이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담보를 매출채권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질책이 있은 뒤였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13일 국무회의에서 “기업이 회생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진그룹을 몰아붙였다. 대통령까지 나서자 한진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채권단도 다르지 않았다. 한진해운에는 단 한 푼의 자금도 더 지원할 수 없다고 못 박았던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백기’를 든 다음 날인 22일 500억 원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물류대란 조기 수습 발언이라는 ‘면책특권’을 얻고서야 산은이 움직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8월 31일 시작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이미 3주를 넘긴 시점이었다. 대책 마련이 늦어지면서 화주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한진해운 선원들은 바다 한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야 했다. 한국 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정부, 금융권, 대상 기업 중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보신주의’ 얘기다.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의 묵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구조조정은 다수의 실업자를 양산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게 든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진단, 잘못된 결정을 최소화하는 게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훗날 불거질 책임론이 두려워 누구도,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사태 수습의 기회마저 놓쳐버린다면 피해는 더 커질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최고 권력자가 모든 의사 결정 과정마다 ‘오케이(OK)’ 사인을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달 말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민간 컨설팅 보고서의 전체적 윤곽이 발표됐을 즈음 한 정부 관계자는 “사실 정부가 더 오랫동안 관련 산업 현황을 연구해 와서 컨설팅회사보다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 더 많다”고 했다. 그래선지 정부가 발표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나 해외 컨설팅 회사들의 보고서 내용은 큰 차이가 없었다. 뒤집어 보면 컨설팅 보고서들은 정부 정책 입안자의 책임을 덜어주는 수십억 원짜리 명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명분을 얻는 데 금쪽같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지을 구조조정은 분명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제다. 지금의 구조조정 주체들이 자기 몸만 사리느라 ‘필패 공식’만 대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앞에서 끌어주던 선두가 삐끗했는데 이를 받쳐줄 후미의 체력마저 바닥났다.’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국내 경제는 조선 해운 철강 등 기존 주력 산업들이 일시에 추락한 데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국가대표 기업들이 휘청거리면서 간신히 이어가던 성장동력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일자리 창출의 90%를 담당하던 중소기업마저 활력이 바닥에 떨어졌다. 더구나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 중소 협력사들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한국 경제는 점차 ‘시계(視界) 제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17일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2006∼2015년 10년간 제조업 부문의 중소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적자기업 비중이 크게 높아져 지난해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나이스신용평가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외부감사 대상 중소기업(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른 정의)이다. 지난해 적자를 낸 중소기업은 1873개사로 전체 분석대상 기업 9006개사의 20.8%나 됐다. 2010년 11.3%(7723개사 중 872개사)에 비하면 적자기업 비중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오른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대지 못하는 중소기업들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친 ‘한계기업’의 비중은 2012년(5.7%)까지 5%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는 9.2%로 치솟았다. 그렇다 보니 2009∼2015년 연평균 투자증가율 ―1.0%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년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진 것은 고용시장의 최후방 저지선마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발생한 단기 실업자들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일자리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며 “최근 장기 실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중소기업들이 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경북 포항시와 전북 순창군에 공장을 두고 있던 강관업체 미주제강은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지난해 겨우 졸업했다. 일단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200명 가까운 직원 중 남은 이는 70여 명뿐이다. 순창공장의 조강기계도 이미 해외에 팔려 지금은 포항공장만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내리 6년간 적자를 냈다. 조선업 부진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국내에서만 130여 개 강관업체가 출혈 경쟁을 해 왔기 때문이다. 미주제강 관계자는 “우리 회사야 겨우 살아남았지만 서로를 깎아먹는 경쟁이 지속되는 이상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 급한 중소기업 “투자는 언감생심” 본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분석한 2006∼2015년 10년간의 중소 제조기업 지표에서는 적자기업과 한계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산 증가율이다. 분석 대상 중소기업들의 전년 대비 자산 증가율은 2006년 12.2%에서 지난해에는 4.4%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자산 증가율이 9.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중소기업 생태계가 얼마나 심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이 덩치를 키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액 증가가 멈춰 있기 때문이다. 2010년만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20.0%였지만 지난해는 1.7%에 불과했다. 생산 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경연은 지난달 20일 내놓은 ‘기업 투자 추이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의 연평균 투자 증가율이 2001∼2008년 10.5%에서 2009∼2015년 ―1.0%로 떨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투자가 오히려 뒷걸음쳤다는 얘기다.○ 선제적 구조조정 실패가 원인 중소기업 중 차입금이나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동일 업종 내 다른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한계기업들을 ‘좀비 기업’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4월 한계기업이 자금을 지원받아 자산 비중이 10%포인트 올라갈 경우 해당 산업에 속한 정상 기업의 평균 고용 증가율 및 평균 투자율이 각각 0.53%포인트, 0.18%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강관업계는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산업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동안 자율 구조조정이 계속 미뤄져 왔다는 점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경우 ‘내 회사는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이 강해 업종 내 인수합병(M&A)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간 스스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도록 유도한다는 정부 정책의 효율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중소기업 정책 실패도 한몫 정부는 과거부터 국내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강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동반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자생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키워 주기 위한 정부 정책도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2015년 5년간 57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뿌리기술지원센터 사업’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국가 연구개발(R&D)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미흡’ 등급을 받았다. 뿌리기술지원센터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 처리, 열처리 등 6가지 뿌리 기술을 다루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시흥시, 경남 진주시 등 전국 10곳에 세워졌다. KISTEP 조사 결과 2013년까지 완성된 7개 센터의 평균 가동률은 30%를 넘지 못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자본과 자원을 투입하는 단기 대책보다는 대·중소기업 간 시장 질서 재정비,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투입 등 장기적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계기업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대지 못해 차입금이나 정부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기업.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중국의 5대 신(新)소비 지역에 주목하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16일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이다.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인의 구매력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도시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재 수입 규모는 1471억 위안(약 24조7000억 원)으로 10년 전인 2005년의 5.6배로 커졌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중국 내 31개 성(省)·시(市)별 소비시장 규모 및 성장성을 분석해 국내기업의 소비재 수출 5대 유망 지역으로 꼽은 곳은 푸젠(福建) 성, 후베이(湖北) 성, 후난(湖南) 성, 허난(河南) 성, 쓰촨(四川) 성 등이다. 이들 지역의 소비재 수입 규모는 중국 전체의 7.2%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3년(2013∼2015)간 연평균 증가율이 24.4%로 중국 전체 수입 증가율 9.2%보다 크게 높아 향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 국제무역연구원 측은 “유망 지역으로 선정된 5개 지역은 대부분 내륙에 있어 효율적인 물류 운송수단 확보가 우선 필요하다”며 “특히 프리미엄 식음료 제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유통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중국의 대한국 보호무역 조치 건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미중의 대한국 보호무역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한국 보호무역 조치 건수는 2000∼2008년 814건에서 2009∼2016년 1675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올해를 1년으로 계산하더라도 연평균 조치 건수는 같은 기간 90.4건에서 216.1건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도 금융위기 발발 시점까지 9년간 2573건에서 이후 8년간 279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두드러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산업별 기술장벽(TBT) 통보 건수를 살펴보면 2009년 이후 중국은 전기·전자 15.9%, 기계 14.5%, 자동차 13.4% 순이었다. 미국의 TBT 통보 비중은 전기·전자 24.0%, 식품의약 17.5%, 자동차 15.1% 등이었다. 반덤핑 조치는 중국은 석유화학산업, 미국은 철강산업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품질 기준 조건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관리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 등을 통해 불공정한 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제소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