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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마오(23·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26·이탈리아), 그레이시 골드(17·미국), 케이틀린 오즈먼드(18·캐나다)….세계피겨선수권대회 전까지 김연아(23)의 ‘라이벌’로 꼽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라이벌은 없었다. ‘여왕’ 김연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모두 부족했다. 한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는 17일 “오늘 경기만 봐서는 김연아가 한두 번 넘어져도 우승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 경기 출전 수가 적어 54위에 머물렀던 세계 랭킹도 18위로 36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 까칠했던 심판도 명품 연기 인정“10점은 더 받아야 마땅했다.” 15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점수가 69.97점으로 발표되자 중계를 하던 ‘유로스포트’의 해설자가 한 말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심판진은 김연아에게만 유독 까다롭게 굴었다. 김연아가 두 번째 과제로 수행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심판진은 롱 에지(wrong edge·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내려 0.20점을 깎았다. 반면에 주요 경쟁자들에게는 관대했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점수를 고스란히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고 가산점(GOE)까지 챙겼다.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아사다는 두 차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한 차례 롱 에지를 지적받았지만 134.37점을 받았다. 코스트너도 마지막 살코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131.03점을 얻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실력으로 이 모든 벽을 넘어섰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고 석연찮은 판정을 받았던 트리플 플립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김연아는 이날 12개의 과제에서 모두 가산점을 받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9000여 명의 관중은 마지막 스핀 동작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심판진도 이번에는 148.34점을 주며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20개월 공백도 무색김연아는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정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공식 복귀를 선언할 때까지 아이스 쇼 등에만 몇 차례 얼굴을 비쳤다. 그 와중에 맥주 광고에 출연했다가 청소년 음주 조장 논란에 휩싸였고 자신의 교생실습을 쇼라고 비방한 한 대학교수와는 소송까지 가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빙판으로 돌아온 김연아는 여전히 세계 최고였다. 복귀 무대였던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열린 NRW 트로피 대회에서 거뜬히 200점을 넘겼고(201.61점), 올해 1월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210.77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마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으로 제패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종의 미, 후배들을 위한 소치 올림픽 티켓 획득,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지난해 7월 김연아(23)가 선수 복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세 가지 목표다. 17일 끝난 세계피겨선수권을 통해 김연아는 벌써 한 가지 목표를 이뤘다. 바로 후배들을 위한 올림픽 티켓이다. 이날 김연아가 우승하면서 한국은 내년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 3장의 출전권을 받게 됐다. 김연아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두 명의 ‘김연아 키즈’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유종의 미’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김연아는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 그곳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IOC 선수위원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2014년 소치 대회에 출전하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자격을 얻는다. 현재 한국의 IOC 선수위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선출된 문대성 위원(무소속 국회의원)이 있다. 변수는 올 초 은퇴한 역도 선수 장미란(30)의 거취다. 장미란도 은퇴 기자회견에서 IOC 선수위원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각국 IOC 선수위원은 1명으로 제한돼 있고 당해 올림픽이나 직전 대회에 출전한 선수만 출마할 수 있다. 문 위원의 임기는 2016년에 끝나기 때문에 장미란이 그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선수위원에 선출되면 김연아는 출마 자격 자체가 없어진다. 만약 장미란이 선수위원이 되지 않는다면 김연아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선수위원에 출마할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렌지 걸, 핑크 걸, 레인보 걸….’ 컬러 볼이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컬러 볼을 사용하는 선수가 많다. 국산 컬러 볼의 대명사인 볼빅과 후원 계약을 맺고 있는 선수 가운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등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만 25명이나 된다. 모두 각자의 개성에 따라 공의 색깔을 선택한다. 가장 인기 볼은 프리미엄 4피스 볼인 ‘뉴 비스타 is’의 오렌지 컬러 볼이다. 최운정과 이미향, 그리고 호주 골퍼 린지 라이트 등 12명의 선수가 이 볼을 사용한다. LPGA에서 뛰고 있는 최운정은 현지 언론과 선수들로부터 ‘오렌지 걸’로 불린다. 활기차고 열정적인 느낌의 오렌지색을 좋아한다는 그는 “다른 선수에게 지는 게 너무 싫다. 남을 못 이겨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세운 목표를 못 이루는 게 너무 싫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다. 라이트는 최운정과 동반 플레이를 하다가 오렌지 볼을 사용하게 됐다. 라이트는 “최운정이 정말 잘 치는 날이 있었다. 흥미가 생겨 최운정이 쓰던 볼로 테스트를 해 봤는데 색깔과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그동안 못 했던 LPGA투어 첫 승을 볼빅 볼로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선수 중에는 올해부터 볼빅의 후원을 받는 박현빈이 오렌지 볼을 사용한다. 여성적인 색깔 이미지인 핑크 볼은 ‘작은 거인’ 장정과 뽀나농 파뜰룸(태국) 등이 애용한다. 핑크색 컬러에 반한 빠뜰룸은 볼빅에 먼저 시타를 요청해 후원을 받게 됐다. 그는 지난해 열린 유럽여자투어(LET) 인디언여자오픈에서 핑크색 볼로 우승하는 영광을 맛봤다. 노란색 볼은 여자 선수들뿐 아니라 남자 선수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LPGA에서 뛰는 이미나, 곽민서, 이일희, 박진영 등이 노란색 볼을 사용한다. 한국프로골프(KPGA)에서는 호주 출신 골퍼로 2승을 올린 앤드루 추딘과 통산 8승을 거둔 신용진, 이형준 등이 노란 컬러 볼을 주로 쓴다. 한 대회에서 여러 가지 컬러 볼을 번갈아 쓰는 ‘레인보 걸’도 있다. 올해부터 LPGA 1부 투어에서 뛰는 빅토리아 엘리자베스(미국)는 4가지 컬러 볼(핑크, 오렌지, 옐로, 그린)에 흰색까지 5개의 색깔을 라운드마다 바꿔가며 사용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나도 인간이다.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정상 복귀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김연아는 13일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이틀째 훈련을 마친 뒤 우승하고 싶다는 의사를 또렷이 밝혔다. 김연아는 2008∼2009시즌 로스앤젤레스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승했다. 김연아는 “지난해 여름 현역 복귀를 선언한 때부터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더 해보자고 다짐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나도 인간인지라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김연아는 “복귀를 결심한 뒤 열심히 훈련했고 앞선 두 차례 대회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이번에도 자신 있게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연아는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12월 NRW트로피 대회에서 당시 시즌 최고점(201.61점)으로 우승했고, 올 1월 국내에서 열린 종합선수권에서도 210.7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연아는 이날 훈련에서 쇼트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를 중심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14일 오후 11시 30분(한국 시간)부터 시작되는데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부족한 김연아는 출전 선수 35명 중 14번째로 전반부에 연기한다. 한편 올 초 4대륙 선수권에서 시즌 최고점인 205.45점으로 우승한 아사다 마오(23·일본)는 이날 처음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했다. 아사다는 33번째로 연기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빙속 여제’에 어울리는 화려한 피날레였다. 이상화(24·서울시청)가 올해 월드컵 대회 마지막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10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2012∼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이널 여자 500m 디비전A 2차 레이스에서 37초7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왕베이싱(중국·37초78)과는 0.01초 차. 월드컵 포인트 150점을 더한 이상화는 총점 1055점을 얻어 2위 예니 볼프(독일·851점), 3위 왕베이싱(중국·756점)을 큰 점수 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이상화는 ISU 월드컵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한국 여자 선수가 됐다. 남자 선수 중에는 이강석이 두 차례(2006년, 2011년), 모태범이 한 차례(2012년) 남자 500m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상화의 올 시즌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시작된 월드컵 1차 대회부터 올 1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까지 네 차례의 월드컵 1, 2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8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일 월드컵 파이널 1차 레이스에서 3위(37초82)에 그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곧바로 금메달을 되찾아 왔다. 이상화는 10차례의 레이스 가운데 아홉 번이나 시상대 제일 꼭대기에 섰다. 1월 열린 제6차 월드컵 2차 레이스에서는 36초80으로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올림픽 2연패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희가 못하기도 했죠. 그런데 붙어 보니까 진짜 세요.” 한국은 2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한국은 이후 호주와 대만을 연이어 이겼지만 네덜란드전 대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선수들은 “네덜란드 전력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복병’ 정도로 평가받던 네덜란드는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명실상부한 강팀이었다. B조 2위(2승 1패)로 2라운드에 진출한 네덜란드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아마 최강’ 쿠바마저 6-2로 완파하며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던 왼손 투수 디호마르 마르크벌은 이날도 쿠바의 강타선을 6이닝 9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네덜란드는 2-1로 앞선 6회 터진 요나탄 스호프의 3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네덜란드는 남은 2경기 중 한 경기만 이기면 4강에 진출한다. 반면 쿠바는 이날 무려 4개의 병살타를 치고 2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1956년부터 출전한 유럽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 20번, 준우승 8번을 차지한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는 2011년 아마추어 최강전인 야구월드컵에서 쿠바를 꺾고 유럽국가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또 2009년 제2회 WBC에서 두 차례나 우승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이어진 경기에서는 일본이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대만에 4-3으로 힘겹게 역전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의 선수상’을 타보고 싶어요.” 예전의 신지애(25·미래에셋·사진)는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목표를 물어보면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는 식의 모범답안만 말했다. 그랬던 신지애가 변했다. 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런 뛰어난 선수들을 넘어야 한다. 좋은 선수들의 존재는 큰 동기부여가 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2009년 LPGA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신지애는 앞만 보고 달렸다. 2010년까지 8승을 거뒀고 그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목표의식이 사라졌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투어 생활에 지치기도 했다. 잠시 마음을 놓은 사이 부상이 찾아왔다. 2010년 시즌 중반 고질이었던 손목 수술을 한 뒤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골프를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다시 열정이 샘솟았다. 그는 “골프를 칠 수 있는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2011년 1승도 올리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9월 킹스밀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또 올 시즌 개막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지애는 “확실한 목표를 대외적으로 말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서다. 올해의 선수상을 위해 매 경기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한국 선수 가운데 누구도 해 보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의 첫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싫다는 선수를 억지로 데려올 수는 없잖아요. 선수들 마인드만 메이저리그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의 푸념처럼 한국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 때부터 난항을 겪었다. 투타의 핵심 전력인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가 팀 적응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했고,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선수도 있었다. 교체 선수로 뽑힌 투수 이용찬(두산)도 팔꿈치 부상으로 송승준(롯데)과 교체되는 등 무려 7차례나 멤버가 바뀌었다.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결과는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이었다. 좋은 성적을 올렸던 1, 2회 대회 때는 달랐다. 2006년 초대 WBC를 앞두고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생각에 출전을 강력히 희망한 선수가 적지 않았다. 박찬호(당시 샌디에이고·은퇴)를 비롯해 서재응(다저스·현 KIA), 김병현(콜로라도·현 넥센), 이승엽(요미우리·현 삼성) 등 해외파 선수들은 이종범, 김동주, 이병규 등 국내파 선수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준우승을 차지한 2회 대회 때도 해외파인 투수 임창용(야쿠르트·현 시카고 컵스)과 외야수 추신수의 가세가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28명의 선수 가운데 해외파는 이대호(오릭스)가 유일하다. 국내파 선수 여러 명도 부상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 선수의 부상을 우려한 구단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선수들만 탓할 수도 없다. 한층 인기가 높아진 한국 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 수십억 원의 돈을 벌 수 있다. 이택근(넥센)과 김주찬(KIA)은 4년간 총액 50억 원을 받았다. 국가대표에 뽑힐 만한 선수면 이들에 못지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WBC는 별다른 혜택이 없어 선수들에게 반드시 출전해야겠다는 동기를 주지 못한다. KBO는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을 계기로 앞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WBC와 대륙간컵 대회 등에 일정한 포인트를 줘 이에 따라 FA 연한을 줄여주는 것도 검토되는 방안 중 하나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하지만 결국 열쇠는 선수들이 쥐고 있다. 굳이 거창하게 애국심을 들먹이지 않아도 지금 선수들이 받는 훌륭한 대우의 밑바탕에는 선배들이 이전 WBC와 올림픽에서 거둔 좋은 성적이 있다. KBO와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2017년에 열릴 제4회 WBC에서 한국 야구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할 수 있다.―타이중에서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 “야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 역할은 뭐랄까, 조커 같은 거라 생각해요. 대타든 뭐든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올 초 삼성 시무식에서 만난 이승엽(37)은 이렇게 말했다. 이승엽이 누군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통산 504개의 홈런을 쳤고,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 했던 ‘국민 타자’ 아닌가. 그렇지만 이승엽은 스스로를 ‘대타 요원’이라고 불렀다. 대표팀에는 이승엽 외에도 이대호(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김태균(한화)이라는 걸출한 1루수가 2명이나 더 있기 때문이었다. 》 1루수와 지명타자로 2명이 선발 출장하면 나머지 한 명은 벤치를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이승엽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이승엽은 “이번 WBC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무리를 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WBC에서 마지막 불꽃을 이승엽의 말은 현실이 됐다.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열린 WBC 1라운드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그는 초반에 벤치를 지켰다. 상대가 왼손 투수 디호마르 마르크벌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해 왼손 타자 이승엽을 빼고 오른손 타자 김태균과 이대호를 3, 4번 타자로 선발 출장시켰다. 말로는 “대타 요원도 괜찮다”고 했지만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천하의 이승엽이 벤치를 지킨다는 것은 몇 해 전만 해도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전혀 개의치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기회는 이틀 뒤인 4일 호주전에서 찾아왔다. 이날 경기에 3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1회 첫 타석부터 우중간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네덜란드전에서 4안타에 그치는 등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던 한국 타선에 붙을 붙인 소중한 안타였다. 이날 그는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승엽이 이끈 한국 타선은 이날 장단 11개의 안타를 쳐내며 호주를 6-0으로 이겼다. ○ 항상 미안해했던 국민타자 이승엽이 위기에 빠져 있던 대표팀을 구해 냈던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경기 종반인 8회에 결정적인 홈런이나 안타를 쳐 여러 차례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0 동점이던 8회 말 마쓰자카 다이스케(클리블랜드)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한국은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회 WBC 아시아 예선에서는 1-2로 뒤진 8회 초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는 2-2로 팽팽하던 8회 말 일본 최고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주니치)를 상대로 승부의 균형을 깨는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영광만큼 아픔도 많았다. 그는 “많은 대회에서 부진하다가 중요한 경기에서 한두 번 잘 쳤을 뿐이다. 당시 동료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내일은 꼭 잘할게’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아듀, 태극마크 한국 대표팀에서 이승엽만큼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부름을 받은 선수는 찾기 힘들다. 부담스럽고 피곤할 만도 했지만 그는 “나라가 부르면 나가는 게 당연하다”며 거의 모든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2009년 제2회 WBC에만 당시 소속팀 요미우리의 반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여러 차례 김인식 감독(현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을 만나 미안함을 표시했다. 이승엽은 “지금껏 나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국민들에게 그 기쁨을 돌려드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내 야구인생은 8회쯤 온 것 같다”고 했다. 나이로나 기량으로 볼 때 한국 대표팀은 이번 WBC를 마지막으로 그를 놔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해결사가 필요할 때마다 그의 모습을 많이 그리워 할 것 같다.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숙적 대만을 이기면서 체면치레는 했다. 하지만 1라운드 탈락이라는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이 우승을 목표로 했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란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8회말 터진 강정호의 역전 2점 홈런에 힘입어 3-2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네덜란드, 대만 등과 함께 모두 2승 1패가 됐지만 득실점 차에서 두 팀에 뒤져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가장 중요했던 2일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0-5로 진 게 결정적이었다. 6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둬야 2라운드 진출이 가능했던 상황 때문인지 한국 선수들은 마음이 너무 앞섰다. 경기 초반 나온 실수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1회와 5회 등 2차례의 결정적인 주루사가 나왔고, 수비 실책은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는 한국 대표팀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4강에 진출했던 2006년 1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2회 대회와 비교하면 준비와 절실함 등에서 모두 부족함을 드러냈다. 선수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메이저리거인 추신수(신시내티)와 류현진(LA 다저스)이 불참을 선언하고 선발된 선수가 부상 등을 이유로 빠지면서 모두 7차례의 멤버 교체를 통해 겨우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하나로 뭉치는 힘도 부족했다. 1회 대회 때는 “30년간 일본을 못 이기게 해주겠다”는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의 ‘30년 발언’에 자극을 받았고, 2회 대회 때는 일본에 당한 콜드게임 패 이후 팀이 단단해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리더도 분위기 메이커도 없었다. 결과는 한국 야구 역사에 비극으로 남을 타이중의 참사로 돌아왔다.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만의 여자 태권도 스타 양수쥔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전혀 관계없을 것 같지만 대만 현지 분위기는 다르다. 양수쥔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규정 위반으로 실격당한 뒤 한국 경기위원의 농간이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대만에서 반한 감정이 확산됐었다. 4일 한 대만 방송은 WBC 소식을 전하다 갑자기 양수쥔이 아시아경기 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방영했다. 곧바로 대만 팬들의 격정 토로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한국을 꼭 쳐부수자” “그동안 당했던 치욕을 갚아주자” 등 격한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5일 오후 8시 반부터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열리는 한국-대만의 WBC B조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대만은 한국에 다걸기(올인)를 선언했다. 이미 2승을 거둬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셰청헝 대만 감독은 “2승을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이번에야말로 (한국에) 복수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4일 호주를 6-0으로 완파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5일 대만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같은 날 한국-대만전에 앞서 열리는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최약체 호주를 이긴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대만을 6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대만은 그동안 ‘타도 한국’을 목표로 착실히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일본에서 열린 1, 2회 대회에서 줄곧 한국에 져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대만은 이번에는 아예 WBC 1라운드를 안방으로 가져왔다.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선수 구성도 빈틈을 찾기 힘들다. 왕젠민(전 뉴욕 양키스)과 궈훙즈(전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거다운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팀을 찾지 못한 둘은 이 대회를 통해 메이저리그 재진출을 노리고 있어 더욱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만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예전처럼 힘만 좋고 세기(細技)에는 약하지 않다. 이번 대회에 맞춰 일찌감치 페이스를 끌어올린 것도 대만이 잘나가는 이유다. 대만 선수들은 한창 시즌 중인 것처럼 몸놀림이 가볍다. 궈훙즈, 천훙원(시카고 마이너), 청런훠(산민고) 등은 벌써부터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5일 한국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왼손 투수 양야오쉰이 선발 등판한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양야오쉰은 지난해 주로 불펜 요원으로 뛰며 2승 3패에 평균자책 1.48을 기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해 온 대만에 비해 한국은 선수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대만전에 장원준을 선발로 내세운다. 4일 호주전에서 장단 11안타를 터뜨리며 회복세를 보인 타선이 대만의 두꺼운 투수진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이중의 참사’로 기억될 만한 경기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첫 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최악의 경기를 보여 드려 국민께 죄송하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의 쾌거를 올린 한국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었다. 그런데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네덜란드에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패하면서 1라운드 탈락의 벼랑 끝에 몰렸다. 한국은 안드뤼 존스(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안드렐톤 시몬스(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타), 로저 베르나디나(〃 워싱턴) 등 전현직 메이저리거들을 앞세운 네덜란드에 모든 면에서 압도당했다. 역대 최강이라던 타선은 4안타로 침묵했고 철벽 불펜으로 기대를 모았던 투수진도 네덜란드의 화력을 견뎌 내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4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중요한 첫 경기를 내주면서 한국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첫날 호주를 4-1로 이긴 대만이 3일 네덜란드마저 8-3으로 완파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최약체 호주가 전패를 한다는 가정하에 한국이 호주(4일), 대만(5일)을 연달아 꺾으면 한국 대만 네덜란드가 모두 2승 1패가 된다. 이 경우엔 세 팀 간 경기에서 득점-실점 차를 따진다. 한국이 네덜란드에 5점 차로 졌고, 네덜란드도 대만에 5점 차로 졌기 때문에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려면 대만을 6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 5일 경기에서 호주가 네덜란드를 꺾어 주는 건 한국에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한국은 호주, 대만을 꺾으면 조 1위로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된다. 호주만 이기면 대만에 지더라도 한국, 호주, 네덜란드가 모두 1승 2패가 되면서 또다시 득점-실점을 따지게 된다. 1승 2패를 하고도 2라운드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1회 대회 때 일본은 2라운드에서 1승 2패를 하고도 득실 차에서 앞서 준결승에 진출한 선례가 있다. 어쨌든 한국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기적을 바라는 것이다. 한국은 4일 오후 7시 반부터 시작되는 호주와의 두 번째 경기에 송승준(롯데)을 선발로 내세운다.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이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 주겠다.” 2006년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직전 일본의 간판스타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가 내뱉은 이 한마디는 한국 선수들의 숨어 있던 투지를 일깨웠다 한국선수단 사이에선 일본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비록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은 1, 2라운드에서 두 번이나 일본을 완파하며 4강에 올랐다. 2009년 2회 대회 1라운드에서 일본에 당한 치욕적인 7회 콜드게임 패(2-14)도 대표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일 시작되는 3회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은 따끔한 예방주사를 두 방이나 맞았다. 지난달 27, 28일 치른 대만 군인올스타 및 실업올스타와의 경기에서 각각 0-1로 지고 2-2로 비긴 것이다. 아마추어 수준의 팀을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선수들은 잃어버렸던 투지를 서서히 되찾고 있다. 중심타자 김현수(두산)는 “조금 방심하면 약한 팀에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좋은 공부가 됐다”고 했다. ‘국민 외야수’ 이진영(LG)도 “경기 전 느슨하던 더그아웃 분위기가 경기를 치르면서 팽팽해지더라. 본경기에 가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오랜 외지 생활과 강도 높은 훈련으로 지쳐 있던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2일 열리는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KIA)을 선발 등판시킨다. 윤석민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주로 불펜을 맡았는데 1선발이 되고 보니 부담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과 대만 실업올스타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28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 한국 선수단 가운데 이대호(31·오릭스)의 글러브가 유독 눈에 띄었다. 1루수용 미트에 자신과 아내 신혜정 씨의 영문 이니셜(DH♡HJ)을 함께 새겨 넣은 건 한국 롯데에서 뛸 때와 같았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었다. 선명한 태극기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이대호의 일본어 통역사인 정창용 씨는 “정규 시즌에는 오릭스의 팀 컬러인 금색이 들어간 글러브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대호가 직접 업체에 태극기 글러브를 특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대호의 각오만큼 대표팀이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대표팀에는 이대호와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1루수가 3명이나 있다. 누가 주전으로 나서도 이상할 게 없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이대호를 붙박이 4번 타자로 낙점했다. 류 감독은 “타격 컨디션으로 볼 때 이대호가 가장 좋다. 연습경기에서도 이대호만 홈런을 2개 쳤다. 이대호는 전 경기 4번 타자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상대 투수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에 따라 교대로 선발로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WBC에서 중심타자의 맹활약은 대표팀의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4강에 오른 2006년 제1회 대회는 이승엽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은 당시 5개의 홈런과 함께 타율 0.333, 10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4강행에 기여했다. 2009년 제2회 대회에서는 김태균이 타율 0.345에 3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 선수는 나란히 1, 2회 대회 홈런왕에 올랐다. 2006년 당시 요미우리로 갓 이적한 이승엽은 WBC에서의 맹활약을 발판 삼아 팀의 4번 타자에 안착할 수 있었다. 김태균은 2009년 시즌 뒤 일본 프로야구 롯데와 계약했다. 이대호에게도 올해 WBC는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대호는 올해 말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난다. 올해 WBC에서 맹활약한다면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일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이대호는 1회 대회 때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고, 2회 대회 때는 타율 0.278에 5타점의 평범한 성적으로 동기생 김태균의 그늘에 가렸다. 3번째 대회에서 이대호는 4번 타자 전 경기 출장이라는 기회를 잡았다. 이대호가 이번 대회에서 홈런왕에 오른다면 한국은 세 대회 연속 홈런왕을 배출하게 된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이날 대만 실업올스타와의 연습경기에서 2-2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대만 현지에서 치른 6차례의 연습 경기에서 2승 1무 3패를 기록한 한국은 2일 오후 8시 반 네덜란드와 WBC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괴물 투수’ 류현진(26·LA 다저스)이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이후부터다. 류현진은 예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메이저리그는 막연한 꿈일 뿐이었다. 하지만 WBC에 출전해 메이저리그 구장을 직접 밟고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아, 이런 멋진 곳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류현진은 올해부터 진짜 빅리거가 됐지만 제3회 WBC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도 26일부터 신분이 달라졌다. 그들은 이제 한국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대접을 받는다. 이날부터 WBC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공식 대회 일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만 자이 현 전지훈련을 마치고 1라운드가 열리는 타이중으로 이동한 한국 선수단에는 이날부터 매일 ‘밀 머니(Meal Money)’가 지급된다. 1인당 하루 100달러(약 11만 원)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방문 경기 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액수와 같다. 결승전까지 진출한다면 1인당 2000달러(약 220만 원) 이상의 가욋돈을 챙길 수 있다. 또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처럼 장거리 이동 시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탄다. 한국 선수단은 12일 한국에서 대만으로 올 때 대한항공과 캐세이패시픽 등 비행기 2대에 나눠서 이동했는데 모든 선수를 비즈니스석에 앉히기 위해서였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미국에 갈 때는 메이저리거들이 이용하는 전세기가 제공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메이저리거들도 부러워할 만한 대우를 받는다. 제2회 대회 당시 선수단이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미국 경찰은 선수단 버스 앞뒤로 6대씩 총 12대의 오토바이를 동원해 선수들의 이동을 도왔다. 좋은 성적을 올릴 경우 금전적인 보상도 만만치 않다. 1, 2라운드를 모두 1위로 통과해 우승할 경우 상금은 340만 달러(약 37억 원)나 된다. 4강에만 진출해도 최소 120만 달러(약 13억 원)를 받을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우승 시 상금의 절반과 특별 보상금 10억 원을 내놓기로 한 상태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27일 도류구장에서 열린 대만 군인올스타와의 연습 경기에서 3안타의 빈타 끝에 0-1로 졌다. 5일 한국과 만날 대만 대표팀도 NC와의 연습경기에서 2-5로 패했다.도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동산고 시절 류현진(26·LA 다저스)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던졌다. 유망주로 2006년 한화에 입단한 그가 ‘괴물 투수’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팀의 고참이었던 구대성에게서 체인지업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 처음 익힌 체인지업은 단숨에 류현진을 상징하는 구종이 됐다.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류현진이 한국프로야구에서 4차례(2006, 2007, 2009, 2010년)나 탈삼진 왕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체인지업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류현진은 나머지 3개 구종도 곧잘 던진다. 수도권 구단의 한 전력분석원은 “류현진은 자신이 갖고 있는 4개의 구종을 마음먹은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췄다.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팔의 각도나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첫 공식 경기 등판이었던 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도 류현진은 4개의 구종을 고루 테스트했다. 결과는 1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였다.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3회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왼쪽 타석에 들어선 첫 타자 블레이크 테코트에게 2구째 직구를 던져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두 번째 타자 고든 베컴에게는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으로 효과를 봤다. 오른손 타자인 고든을 상대로 3구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도 다시 한 번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후속 드웨인 와이즈에게 던진 커브가 높게 들어가면서 3루타를 허용했지만 2사 3루 위기에서 제프 케핑어에게는 슬라이더를 던져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냈다. 이날 던진 16개의 공 중에 유일한 실투는 3루타를 얻어맞은 커브 1개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한국 공에 비해 좀 미끄러운 경향이 있다.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게 제구가 된 커브는 공에 대한 적응이 덜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MLB닷컴 홈페이지는 “직구와 체인지업이 좋았다”고 평가하면서 “오늘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돈 매팅리 감독의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류현진은 “볼넷만은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볼넷을 내주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다음 달 2일 연속 경기로 열리는 LA 에인절스 전이나 샌디에이고 전에 두 번째 등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몰라요.”프로골퍼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 말이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파72·646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현실이 됐다. 비극의 주인공은 태국의 신예 아리야 쭈따누간(18), 반대로 행운의 여신이 웃음을 지은 선수는 박인비(25)였다.3라운드까지 4타 뒤진 공동 5위로 이날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5언더파 67타를 치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박인비는 장갑을 벗고 클럽하우스에서 챔피언 조의 경기를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쭈따누간이 18번홀에 들어설 때까지 박인비의 우승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12번홀(파3·161야드)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나선 쭈따누간은 13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박인비에게 2타 앞서고 있었다. 마지막 홀에서 보기만 해도 우승이었다. 수천 명의 태국 갤러리들은 홈그라운드에서 자국 선수의 LPGA투어 첫 우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파5인 이 홀에서 쭈따누간이 세컨드샷 때 우드를 잡은 게 패착이었다.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은 낮게 깔려 날아가더니 그린 오른쪽 벙커에 들어갔다. 게다가 공은 벙커의 모래와 잔디 사이에 단단히 박혀 정상적인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쭈따누간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1벌 타를 받고 벙커에서 4번째 샷을 했다. 그런데 이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기에 쭈따누간은 경험이 부족했다. 에이프런에서 퍼터를 꺼내든 쭈따누간의 5번째 샷은 너무 짧아 그린에 올라가지도 못했고, 결국 6번째 샷 만에 공을 홀 1m 남짓한 거리에 붙일 수 있었다. 이 퍼트를 성공해야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한 번 무너져 버린 멘털은 회복되지 않았다. 짧은 거리의 이 퍼팅은 홀을 돌아 나왔고 결국 8번째 샷에 홀 아웃을 할 수 있었다. 악몽 같은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였다. 쭈따누간은 믿기 힘든 대역전패에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야 했다. 지난해 LPGA투어 상금왕인 박인비는 “전혀 우승할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다. 쭈따누간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시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 기분이 좋고 남은 경기에서 자신감이 더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 원).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 낭자들은 지난주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신지애(25·미래에셋)가 우승한 데 이어 개막 후 두 대회를 휩쓸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류중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의 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다음 달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열리는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첫 경기를 꼽고 있다. 네덜란드만 넘으면 4일 비교적 전력이 약한 호주전에서 2라운드 진출을 결정지을 수 있다. 5일로 예정된 까다로운 대만과의 경기를 마음 편하게 치를 수 있고, 비축한 전력으로 8일부터 시작되는 2라운드에 전력투구하면 된다. 문제는 네덜란드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제1, 2회 대회에서 한국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최근 대표팀 훈련장을 찾아가 “네덜란드 전력이 예상외로 센 것으로 보인다. 결코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강에 들었고, 2011년 파나마에서 치러진 야구월드컵에서는 ‘아마 최강’ 쿠바를 꺾고 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2차례나 강팀 도미니카공화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정예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대회는 아니었지만 한국은 2009년 야구월드컵과 2010년 대륙간컵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각각 2-4, 1-3으로 패했다. 2011년 야구월드컵에서도 결선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1-5로 완패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네덜란드와의 상대 전적에서 3승 6패의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WBC에서 네덜란드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주릭슨 프로파르(텍사스)가 출전하지 않지만 발이 빠르고 센스가 좋은 로허르 베르나디나(워싱턴), 안드렐톤 시몬스(애틀랜타) 등이 공격의 첨병으로 나선다. 메이저리그에서 434개의 홈런을 터뜨린 안드뤼 요너스(라쿠텐)와 지난해 일본 야쿠르트에서 31개의 홈런을 때린 블라디미르 발렌틴도 요주의 대상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 투수진도 탄탄하다. 한편 처음 드림팀이 출범한 1998년 이후 한국은 일본과의 상대전적에서 18승 20패로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WBC에서는 4승 4패다. 대만과의 상대전적은 17승 13패, 쿠바와는 2승 10패를 기록 중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름 4.3cm에 무게 45g. 골프공은 어린아이의 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다. 하지만 골프공 하나에 담긴 과학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골프공과 관련된 특허만 1500개가 넘는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더 멀리, 동시에 더 정확하게 공을 날리고자 하는 골퍼들의 꿈을 위해 골프공이 진화를 거듭한 결과다. 국산 골프공업체의 선두주자인 볼빅은 국내외 특허를 37개나 보유하고 있다. 외국산 공이 독점하던 국내 골프 시장에서 볼빅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것은 이 같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리미엄 4피스 공인 ‘뉴 비스타 iV’에는 볼빅의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특허는 금속의 하나인 비스무트(Bi·원자번호 83)를 코어에 함유시킨 것이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비스무트는 상온에서 팽창하는 성질이 있다. 비행기 창문을 밀폐하는 데 쓰는 실리콘 접착제에 넣는 것도 팽창효과로 밀폐가 잘되기 때문이다. 비스무트를 골프공에 넣으면 코어에 축적된 내부 에너지를 높여 볼 탄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이는 곧 비거리 증대로 이어진다. 외층 커버에 지르코니아를 함유한 것도 볼빅의 특허다. 치아 성형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금속화합물인 지르코니아는 내구성이 좋고 견고하면서도 부드럽다. 문 회장은 “지르코니아 성분 덕분에 아이언샷과 어프로치샷을 할 때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또 하나의 핵심 특허는 ‘듀얼 코어’ 기술이다. ‘뉴 비스타 iV’는 내측 코어는 강한 고무를 써 탄성을 극대화하고 외측 코어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코어를 써 컨트롤을 향상시켰다. 문 회장은 “두 코어를 합칠 때 170도의 열을 가해 완벽한 공 모양을 유지하는 게 특허를 받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상적인 탄도를 위해 큐브옥타헤드론 딤플을 채택한 것도 특허를 받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상 어디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애예요.” 한화 거포 김태균(31)은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에 진출한 ‘괴물 투수’ 류현진(26)과 각별한 사이다. 김태균의 결혼식 때 류현진이 축가를 불렀을 정도다. 김태균이 류현진에 대해 극찬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남다른 적응력이다. 2010년부터 2년간 일본 프로야구 롯데에 몸담았던 김태균은 “내 경우엔 일본 야구에서 뛰는 동안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현진이는 다를 것이다. 워낙 넉살이 좋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외국에 나가도 제 세상인 양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의 말대로였다. 다저스의 투·포수 스프링캠프 소집일인 13일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론치 스타디움에 나타난 류현진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만, 여유만만했다. 낯선 메이저리그에 처음 발을 디딘 선수라고 하기엔 말과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간단한 캐치볼로 첫날 훈련을 마친 류현진은 수십 명의 현지 및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날 온라인판에서 ‘다저스 선수들은 벌써부터 류현진을 무척 재미있는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그를 편하게 대한다’고 전했다. 멕시코 출신 내야수 루이스 크루스와는 서로의 휴대전화에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류현진은 재치 있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소 야윈 것 같다”는 말을 듣고는 “5kg가량 감량했다. (미국 서부지역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인앤아웃 햄버거를 한 개도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인앤아웃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한국과 다른 라커룸 문화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해서 일단 라커에 들어오면 돌아다니지 않고 내 자리부터 찾아간다. 되도록 조용하게 지내고 있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8명의 선발 투수감이 5개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선발 경쟁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프링캠프가 시작했으니 무리하지 않되 내가 보여줄 것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은 당연하고 경쟁을 한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높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을 3, 4선발로 평가하고 있다. 돈 매팅리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류현진의 적응력에 관해서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