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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몰라요.”프로골퍼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 말이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파72·646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현실이 됐다. 비극의 주인공은 태국의 신예 아리야 쭈따누간(18), 반대로 행운의 여신이 웃음을 지은 선수는 박인비(25)였다.3라운드까지 4타 뒤진 공동 5위로 이날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5언더파 67타를 치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박인비는 장갑을 벗고 클럽하우스에서 챔피언 조의 경기를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쭈따누간이 18번홀에 들어설 때까지 박인비의 우승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12번홀(파3·161야드)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나선 쭈따누간은 13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박인비에게 2타 앞서고 있었다. 마지막 홀에서 보기만 해도 우승이었다. 수천 명의 태국 갤러리들은 홈그라운드에서 자국 선수의 LPGA투어 첫 우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파5인 이 홀에서 쭈따누간이 세컨드샷 때 우드를 잡은 게 패착이었다.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은 낮게 깔려 날아가더니 그린 오른쪽 벙커에 들어갔다. 게다가 공은 벙커의 모래와 잔디 사이에 단단히 박혀 정상적인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쭈따누간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1벌 타를 받고 벙커에서 4번째 샷을 했다. 그런데 이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기에 쭈따누간은 경험이 부족했다. 에이프런에서 퍼터를 꺼내든 쭈따누간의 5번째 샷은 너무 짧아 그린에 올라가지도 못했고, 결국 6번째 샷 만에 공을 홀 1m 남짓한 거리에 붙일 수 있었다. 이 퍼트를 성공해야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한 번 무너져 버린 멘털은 회복되지 않았다. 짧은 거리의 이 퍼팅은 홀을 돌아 나왔고 결국 8번째 샷에 홀 아웃을 할 수 있었다. 악몽 같은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였다. 쭈따누간은 믿기 힘든 대역전패에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야 했다. 지난해 LPGA투어 상금왕인 박인비는 “전혀 우승할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다. 쭈따누간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시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 기분이 좋고 남은 경기에서 자신감이 더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 원).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 낭자들은 지난주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신지애(25·미래에셋)가 우승한 데 이어 개막 후 두 대회를 휩쓸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류중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의 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다음 달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열리는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첫 경기를 꼽고 있다. 네덜란드만 넘으면 4일 비교적 전력이 약한 호주전에서 2라운드 진출을 결정지을 수 있다. 5일로 예정된 까다로운 대만과의 경기를 마음 편하게 치를 수 있고, 비축한 전력으로 8일부터 시작되는 2라운드에 전력투구하면 된다. 문제는 네덜란드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제1, 2회 대회에서 한국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최근 대표팀 훈련장을 찾아가 “네덜란드 전력이 예상외로 센 것으로 보인다. 결코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강에 들었고, 2011년 파나마에서 치러진 야구월드컵에서는 ‘아마 최강’ 쿠바를 꺾고 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2차례나 강팀 도미니카공화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정예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대회는 아니었지만 한국은 2009년 야구월드컵과 2010년 대륙간컵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각각 2-4, 1-3으로 패했다. 2011년 야구월드컵에서도 결선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1-5로 완패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네덜란드와의 상대 전적에서 3승 6패의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WBC에서 네덜란드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주릭슨 프로파르(텍사스)가 출전하지 않지만 발이 빠르고 센스가 좋은 로허르 베르나디나(워싱턴), 안드렐톤 시몬스(애틀랜타) 등이 공격의 첨병으로 나선다. 메이저리그에서 434개의 홈런을 터뜨린 안드뤼 요너스(라쿠텐)와 지난해 일본 야쿠르트에서 31개의 홈런을 때린 블라디미르 발렌틴도 요주의 대상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 투수진도 탄탄하다. 한편 처음 드림팀이 출범한 1998년 이후 한국은 일본과의 상대전적에서 18승 20패로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WBC에서는 4승 4패다. 대만과의 상대전적은 17승 13패, 쿠바와는 2승 10패를 기록 중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름 4.3cm에 무게 45g. 골프공은 어린아이의 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다. 하지만 골프공 하나에 담긴 과학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골프공과 관련된 특허만 1500개가 넘는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더 멀리, 동시에 더 정확하게 공을 날리고자 하는 골퍼들의 꿈을 위해 골프공이 진화를 거듭한 결과다. 국산 골프공업체의 선두주자인 볼빅은 국내외 특허를 37개나 보유하고 있다. 외국산 공이 독점하던 국내 골프 시장에서 볼빅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것은 이 같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리미엄 4피스 공인 ‘뉴 비스타 iV’에는 볼빅의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특허는 금속의 하나인 비스무트(Bi·원자번호 83)를 코어에 함유시킨 것이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비스무트는 상온에서 팽창하는 성질이 있다. 비행기 창문을 밀폐하는 데 쓰는 실리콘 접착제에 넣는 것도 팽창효과로 밀폐가 잘되기 때문이다. 비스무트를 골프공에 넣으면 코어에 축적된 내부 에너지를 높여 볼 탄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이는 곧 비거리 증대로 이어진다. 외층 커버에 지르코니아를 함유한 것도 볼빅의 특허다. 치아 성형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금속화합물인 지르코니아는 내구성이 좋고 견고하면서도 부드럽다. 문 회장은 “지르코니아 성분 덕분에 아이언샷과 어프로치샷을 할 때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또 하나의 핵심 특허는 ‘듀얼 코어’ 기술이다. ‘뉴 비스타 iV’는 내측 코어는 강한 고무를 써 탄성을 극대화하고 외측 코어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코어를 써 컨트롤을 향상시켰다. 문 회장은 “두 코어를 합칠 때 170도의 열을 가해 완벽한 공 모양을 유지하는 게 특허를 받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상적인 탄도를 위해 큐브옥타헤드론 딤플을 채택한 것도 특허를 받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상 어디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애예요.” 한화 거포 김태균(31)은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에 진출한 ‘괴물 투수’ 류현진(26)과 각별한 사이다. 김태균의 결혼식 때 류현진이 축가를 불렀을 정도다. 김태균이 류현진에 대해 극찬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남다른 적응력이다. 2010년부터 2년간 일본 프로야구 롯데에 몸담았던 김태균은 “내 경우엔 일본 야구에서 뛰는 동안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현진이는 다를 것이다. 워낙 넉살이 좋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외국에 나가도 제 세상인 양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의 말대로였다. 다저스의 투·포수 스프링캠프 소집일인 13일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론치 스타디움에 나타난 류현진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만, 여유만만했다. 낯선 메이저리그에 처음 발을 디딘 선수라고 하기엔 말과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간단한 캐치볼로 첫날 훈련을 마친 류현진은 수십 명의 현지 및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날 온라인판에서 ‘다저스 선수들은 벌써부터 류현진을 무척 재미있는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그를 편하게 대한다’고 전했다. 멕시코 출신 내야수 루이스 크루스와는 서로의 휴대전화에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류현진은 재치 있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소 야윈 것 같다”는 말을 듣고는 “5kg가량 감량했다. (미국 서부지역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인앤아웃 햄버거를 한 개도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인앤아웃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한국과 다른 라커룸 문화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해서 일단 라커에 들어오면 돌아다니지 않고 내 자리부터 찾아간다. 되도록 조용하게 지내고 있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8명의 선발 투수감이 5개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선발 경쟁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프링캠프가 시작했으니 무리하지 않되 내가 보여줄 것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은 당연하고 경쟁을 한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높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을 3, 4선발로 평가하고 있다. 돈 매팅리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류현진의 적응력에 관해서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설’ 박세리(36·KDB금융그룹·사진)는 ‘샛별’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16)의 플레이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봤다. 좋은 샷을 날릴 때면 “나이스 샷”이라고 외쳤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스윙잉 스커츠 대회 1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했을 때 얘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경기 후 리디아 고에 대해 “그동안 많은 선수를 봐 왔지만 ‘대단하다’ 싶었다. 아마추어의 수준을 뛰어넘는 선수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는 이미 지난해 세계 골프계에서 여러 가지 역사를 새로 썼다. 1월 호주여자프로골프(ALPG)투어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전 세계 남녀 프로 대회를 통틀어 최연소(14세 9개월) 우승 기록을 세웠고, 8월 LPGA투어 캐나디안 여자오픈에서는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15세 4개월 2일)을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클리어워터 골프장에서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ISPS 한다 뉴질랜드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LET 최연소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당시 박세리는 리디아 고에게 “지금처럼 즐기면서 천천히 한발 한발 가는 게 중요하다. 더 잘하려는 욕심에 서두르고 부담을 갖기 시작하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조언을 했다. 박세리의 조언처럼 리디아 고는 자신의 골프 인생을 멀리 바라보고 있다. 프로 전향 여부만 해도 그렇다. 아마추어 신분이라 그는 이번 대회 상금 3만 유로(약 4400만 원)도, 지난해 캐나디안오픈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2700만 원)도 받지 못했다. 차세대 골프 스타인 그를 잡으려는 스폰서들도 줄을 섰다. 하지만 그는 “프로 전향은 천천히 하겠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 파인허스트 스쿨에 다니고 있는 리디아 고는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미셸 위를 닮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리디아 고는 “미셸 위 언니처럼 공부도 잘하고 골프도 잘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추추 트레인’ 추신수(31·신시내티·사진)가 ‘연봉 80억 원의 사나이’가 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돈 잔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추신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다년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뒤에는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가 버티고 있다. 예전 박찬호가 텍사스와 했던 대형 계약(5년간 총액 6500만 달러)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P 등 미국 언론은 12일 신시내티와 추신수가 1년간 737만5000달러(약 80억 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90만 달러보다 50.5% 인상됐다.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갖고 있는 추신수는 800만 달러를, 구단 측은 675만 달러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양측은 연봉 조정 청문회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피해 절충안을 택했다. 추신수의 연봉은 2006년 박찬호(1550만 달러)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뛴 한국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김병현(넥센)은 2005년에 657만 달러를 받았다. 추신수는 성공한 메이저리거들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2001년 시애틀 산하 루키 리그에서 출발한 추신수는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08년 클리블랜드에서 첫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었다. 그해 그의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이나 다름없는 39만400달러였다. 2009년과 2010년에도 최저 연봉에 가까운 금액을 받았지만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은 첫 해인 2011년 397만5000달러까지 연봉이 뛰었다. 추신수가 초대형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올 시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말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이적한 추신수는 올해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나서게 된다. 익숙했던 우익수에서 낯선 중견수로 보직을 옮기는 것에 대해 미국 언론은 계속 의문을 던지고 있다. 역으로 추신수가 중견수로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그의 앞길에는 ‘초대박’이 기다리고 있다. 추신수처럼 20홈런-20도루에 3할 타율을 기록할 만한 호타준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불고 있는 선수 몸값 인플레 현상도 추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넥센 이택근(33)과 KIA 김주찬(32)은 ‘50억 원의 사나이’들이다. 외야수 이택근은 2011년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하면서 4년간 옵션을 포함해 50억 원의 대박 계약을 했다. 지난해 FA 최대어로 평가받던 외야수 김주찬도 롯데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역시 4년간 총액 50억 원짜리 계약을 했다. 2004년 심정수(4년간 최대 60억 원)에 이어 역대 FA 계약 사상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그런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8일 발표한 9개 구단 소속 선수 현황 자료를 보면 김주찬은 타자 가운데 연봉 순위가 공동 10위다. 외야수로 따져도 4위다. 7억 원의 연봉으로 외야수 1위를 차지한 이택근과 꽤 차이가 난다.이유는 바로 김주찬은 연봉보다 계약금의 비중이 큰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김주찬은 계약금으로만 전체 금액의 절반이 넘는 26억 원을 받았다. 대신 연봉은 5억 원으로 낮췄다. 이에 비해 이택근은 계약금 16억 원에 연봉 7억 원을 받는다.올해 프로야구 연봉 1∼3위는 김태균(한화·15억 원) 이승엽(삼성·8억 원) 김동주(두산·7억 원) 등 거포 선수들의 차지였다. 투수 최고 연봉 선수는 넥센 김병현(6억 원)이었다. 1억 원 이상을 받는 억대 연봉 선수는 지난해보다 9명 늘어난 121명으로 집계됐다. 팀 가운데서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삼성의 평균 연봉이 1억2204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탱크’ 최경주(43·SK텔레콤·사진)가 미국골프기자협회(GWAA)에서 주는 자선 대상인 ‘찰리 바틀릿 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7일 발표했다. GWAA 초대 회장의 이름을 따 1971년에 제정된 이 상을 아시아 선수가 받은 것은 최경주가 처음이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적극적으로 사회봉사와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2005년 10월 크라이슬러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뒤 9만 달러(약 9800만 원)를 미국 한인 교회에 기부했고, 2009년에는 허리케인 피해자를 돕기 위해 9만 달러를 내놨다.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에는 미국 남동부 토네이도 피해자들을 위해 20만 달러(약 2억2000만 원)를 쾌척했다. 2007년부터는 최경주 재단을 설립해 골프 꿈나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늘 저녁 스크린이나 한 번 칠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회사원 조동준 씨(30·경기 성남시)도 스크린골프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대학 시절 당구장에 가듯 친구들과 스크린골프장을 찾는다. 조 씨는 본격적인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레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필드에도 한번 나가볼 생각이다. 조 씨처럼 골프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경기 침체에도 국내 골프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존은 여론조사기관인 TNS코리아와 함께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의 만 20∼69세 성인남녀 5000명을 표본 추출해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4%포인트)한 결과 평생 한 번이라도 골프(필드, 실내외 연습장, 스크린골프장)를 쳐 본 사람은 13.7%(684명)로 조사됐다. 이를 근거로 한 번이라도 골프를 쳐본 사람은 483만 명으로 추산했다. 전년도 468만 명에 비해 3.2%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골프를 즐긴 인구는 271만 명으로 전년도(261만 명)보다 3.8%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유입된 신규 골퍼는 20대 30.1%, 30대 28.9% 등 20, 30대 젊은층의 비율이 높았다. 남성(61.4%)과 여성(38.6%)의 성비에서 나타나듯이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골프존 마켓인텔리전스팀 기현주 팀장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에 입문한 골퍼들이 필드와 연습장 등으로 확산되며 정체된 국내 골프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젊은 직장인들이 신규 골퍼로 속속 유입되며 여가문화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지난해 한 번 이상 필드에 나간 골퍼는 146만 명으로 2011년(128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실외 연습장은 117만 명에서 146만 명으로, 실내 연습장도 119만 명에서 133만 명으로 이용자가 증가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도 이날 국내 골프장 연간 내장객이 2년 연속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을 이용한 연인원은 2860만5167명으로 2011년 2690만4953명에 비해 6.3% 늘어났다. 골프존 관계자는 “골프 미경험자 중 골프를 시작하려는 인구가 약 1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국내 골프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서울대 야구부는 2004년 9월 1일 열린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B조 예선에서 송원대를 2-0으로 이겼다. 1977년 창단해 200번의 공식 경기에서 1무 199패를 기록 중이던 서울대가 거둔 역사적인 승리였다. 이 경기 이후 서울대는 “승패에 연연하지 말자”며 승패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는 첫 승리 후 지난해까지 열린 80여 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졌다. 한국에 서울대가 있다면 미국에는 캘리포니아공대(칼텍)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패서디나에 있는 칼텍은 동부의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대다. 1891년 개교 이래 노벨상 수상자를 31명이나 배출했다. 미국 내에서는 칼텍 학생들을 가리켜 ‘너드(Nerd·공부 외에는 별 재간이 없는 얼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칼텍이 스포츠로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칼텍 야구부가 거둔 감격적인 승리 때문이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칼텍은 3일 열린 경기에서 퍼시피카 칼리지를 9-7로 꺾고 228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연속경기로 치러진 이날 1차전에서 칼텍은 0-5로 완패해 올해도 승리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신입생 아시아계 대니얼 초우의 역투에 힘입어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초우는 7이닝으로 치러진 이 경기에서 8안타 7실점(5자책)했으나 타선의 지원 속에 소중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칼텍의 승리는 2003년 2월 16일 이후 10년 만이다. 하지만 칼텍 야구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날 승리는 남캘리포니아대 콘퍼런스(SCIAC) 팀 간의 공식 경기가 아니었다. 콘퍼런스 팀과의 성적으로 따지면 칼텍은 1988년 이후 463연패를 기록 중이다. 이날 모처럼 승리를 맛 본 칼텍은 16일 열리는 휘티어대와의 SCIAC 올해 첫 경기에서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한편 칼텍 남자 농구부는 2011년 옥시덴털 칼리지와의 경기에서 46-45로 승리하며 1985년부터 시작된 SCIAC 310연패의 늪에서 벗어났었다. 여자 배구부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해 56연패 후 첫 승을 따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지난달 29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의 우승이 더 화제가 된 건 무대가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 골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코스에서만 8차례(US오픈 포함) 정상에 올랐다. 그렇지만 ‘텃밭’은 우즈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3일 미국에서는 필 미켈슨(43·미국)이, 호주에서는 캐리 웹(39·호주)이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 ▼ 미켈슨, 우승 떼논 당상… 최소타 관심 ▼피닉스오픈 3R까지 24언더우즈에게 토리파인스가 있다면 미켈슨에게는 스코츠데일TPC가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의 스코츠데일TPC(파71·7216야드)는 미켈슨에게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코스다. 열광적인 응원이 허용되는 이곳에서 갤러리들은 한목소리로 애리조나주립대를 나온 미켈슨을 응원한다. 3라운드가 열린 3일에는 이 대회 사상 최다인 17만9022명(주최 측 추산)이 골프장을 찾았다. 3라운드까지 3일 동안 갤러리는 46만7030명이나 된다. 4일 최종 라운드가 끝나면 종전 최다 관중 기록(53만8356명·2008년)을 경신할 게 확실시된다. 미켈슨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미켈슨은 버디만 7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4타를 쳤다. 1라운드 11언더파, 2라운드 6언더파에 이어 사흘 연속 맹타다. 3라운드까지 24언더파 189타를 친 미켈슨은 2위 브랜트 스니데커(미국)를 6타 차로 앞서 있어 우승이 유력하다. 특히 4일 마지막 날에는 미켈슨이 PGA 역대 최소타 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4라운드 대회(72홀) 최저타 기록은 2003년 열린 발레로 텍사스 오픈(당시 파70)에서 토미 아머 3세가 세운 254타(26언더파)다. 미켈슨이 최종 라운드에서 64타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이 대회에서 1996년과 2005년 등 두 차례 우승한 미켈슨은 “애리조나는 아내 에이미와 내가 만난 곳이고 두 아이를 낳은 장소다. 여기서 우승하는 것은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라운드까지 공동 5위에 올랐던 위창수(41·테일러메이드)는 이븐파를 쳐 중간합계 11언더파 202타로 공동 20위로 밀렸다.▼ 캐리 웹, 단일대회 8번 우승 ‘안방마님’ ▼호주 마스터스 13언더 역전승유럽여자골프투어(LET) 볼빅 RACV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호주 퀸즐랜드 주 골드코스트의 로열 파인스 리조트에는 ‘캐리 웹 룸’이라는 커다란 방이 있다. 호주의 골프 영웅인 웹의 이름을 따서 붙인 방으로 대회 기간에는 프레스센터로 사용됐다. 3일 열린 올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자 자격으로 이 방에 들어선 선수는 다름 아닌 웹 자신이었다. 자기 방에서 자신의 우승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퀸즐랜드 주가 고향인 웹이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랐다. 웹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러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우승했다. 웹은 이 대회에서만 여덟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샘 스니드와 함께 단일 대회 최다 우승 기록 타이를 이뤘다. 웹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연속 정상에 올랐고, 2005년과 2007년, 2010년에도 우승했다. 경험과 자신감의 승리였다.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5위로 라운드를 시작한 웹은 전반 9홀에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지만 후반 9홀에서 버디 4개를 잡아내는 뒷심을 보였다. 특히 14홀(파3)에서 기록한 칩 인 버디는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한때 단독 선두를 달리던 호주 교포 오수현(17·아마추어)은 12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아쉽게 공동 2위(11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볼빅 소속 최운정(23)도 이날 3타를 줄이며 공동 2위에 올랐다. 한국 낭자들은 2006년 당시 아마추어이던 양희영의 우승 이후 이 대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준우승만 6차례 했다.골드코스트=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골프공은 타이틀리스트다. 특히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프로 V1’은 비싼 가격에도 한국 주말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 프로 V1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골프공이 있다. 컬러 볼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한창인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의 ‘뉴 비스타 iV’다. 지난해 미국 총판을 설립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볼빅은 주무기인 ‘뉴 비스타 iV’ 컬러 볼을 프로 V1보다 1달러씩 비싸게 팔고 있다. 1일 유럽 여자 투어 개막전 RACV 레이디스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는 호주 골드코스트 로열파인리조트 골프장에서 만난 문경안 볼빅 회장은 “일종의 ‘의문 마케팅’이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도대체 볼빅 공이 얼마나 좋기에 타이틀리스트보다 비싸게 파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품질과 기능에서 외국산 골프공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프로 골퍼들 사이에서 볼빅의 브랜드 이미지는 매우 좋아졌다. 불과 몇 해 전 “컬러 볼을 써 보는 게 어떠냐”는 요청에 고개를 가로젓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골퍼들이 최근에는 먼저 후원 요청을 하고 있다. LPGA에서 18차례나 톱10에 든 린지 라이트(34·호주)는 1월 31일 볼빅과 후원 협약식을 했다. 라이트는 “지난해 볼빅 소속의 최운정과 동반 플레이를 하다가 그가 사용하는 컬러 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테스트 사용을 해 봤는데 시각적인 효과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못했던 LPGA투어 첫 승을 볼빅 공으로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LPGA투어에서 뛰게 될 빅토리아 엘리자베스(21·미국)는 “4라운드 대회에서 볼빅의 네 가지 색깔 볼을 매일 바꿔가면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빼어난 용모와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그는 볼빅 후원을 받았던 지난해 2부 리그에서 상금랭킹 3위에 올라 L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또 뽀나농 파뜰룸(23·태국)은 지난해 유럽 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볼빅 공으로 우승했다. 한편 이날 1라운드에서는 최운정(볼빅)이 3언더파로 공동 7위에 올랐다. 선두 앨리슨 월시(6언더파)와는 3타 차.골드코스트=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축구에서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골에 비유할 수 있을까.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시즌 개막전인 볼빅 RACV 여자 마스터스는 한국 여자선수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겨 온 대회였다. 지난해만 해도 유소연(23·한화)과 김하늘(25·KT)이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함께 공동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7년 신지애(25·미래애셋), 2008년 신현주(33), 2009년 유소연, 2010년 이보미(25·정관장)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양희영(24·KB금융그룹)만이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일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월 1일부터 사흘간 호주 퀸즐랜드 주 골드코스트의 로열 파인스 리조트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더욱 특별해졌다.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국산 골프공의 대명사인 볼빅이 스폰서로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가 유럽 여자투어를 후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뛰는 신지애와 유소연을 비롯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양수진(22·정관장) 등이 대거 출전해 새해 첫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등 2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한 신지애는 미국에서 샷을 가다듬어 오다가 첫 실전으로 이 대회를 택했다. 지난해 LPGA 신인왕으로 호주에서 훈련을 해온 유소연도 2차례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기 위해 이 대회에 나선다. 볼빅 소속 선수들도 대거 참가해 소속사 주최 대회에서 우승을 노린다. LPGA에서 뛰고 있는 최운정과 이일희, 이미향, 뽀나농 파뜰룸(태국) 등이 출사표를 던졌고, 올해부터 볼빅 후원을 받는 린지 라이트(호주)도 홈그라운드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라이트는 “컬러볼에 대한 신기함 때문에 먼저 볼빅에 테스트를 요청했다. 후원을 결정해 준 볼빅에 감사한다. 올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만 7번 우승한 캐리 웹(호주), 디펜딩 챔피언인 크리스털 불욘(네덜란드),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조카인 샤이엔 우즈(미국) 등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3년 어느 봄날. 지금은 사라진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한양대와 인하대의 경기가 열렸다. 마운드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0·전 한화)가 서 있었다. 몇 년 후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대투수가 됐지만 한양대 2학년이었던 당시 박찬호는 그저 공만 빠른 투수였다. 변화구는 거의 던지지 못했고 직구 제구도 형편없었다. 악명 높은 박찬호의 나쁜 제구에 희생자가 나왔다. 그의 강속구에 인하대 타자가 왼쪽 팔꿈치를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그 타자는 그 뒤 한 달 동안 왼쪽 팔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박찬호와 92학번 동기로 인하대 2학년이었던 송지만(40·넥센·사진)이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오릭스를 거쳐 지난해 한화에서 뛰었던 박찬호는 지난해 말 마운드를 떠났다. 최근에는 SK에서 방출된 박재홍마저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92학번 가운데 이제 살아남은 선수는 송지만뿐이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팀 훈련 중인 송지만은 29일 “고교 시절만 해도 나나 찬호는 명함도 못 내밀던 선수였다. 각 팀에 좋은 선수가 차고 넘쳤다”며 오랜 기억을 떠올렸다.○ 모든 경기가 치열한 전쟁 92학번이 고3이던 1991년에는 특히 좋은 투수가 많았다. ‘빅3’로 불렸던 임선동(휘문고), 손경수(경기고), 고 조성민(신일고)을 필두로 손혁(공주고) 안병원(원주고) 차명주(경남상고) 염종석(부산고) 정민철(대전고) 등 초고교급 투수가 즐비했다. 송지만은 “정식 경기는 물론이고 연습 경기에서도 에이스 투수들 간에 기 싸움이 대단했다. 서로 자존심을 걸고 지지 않으려고 죽어라 공을 던졌다. (조)성민이 같은 경우엔 방망이도 잘 쳤다. 자기가 던지고 안타 치고 홈런 치고 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선동이나 성민이한테 안타를 친 적은 있지만 홈런 같은 건 아예 쳐 보질 못했다. 그만큼 좋은 공을 던졌다. 나 같은 타자들은 ‘저런 투수들의 공을 한번 쳐 보고 싶다’는 승부 근성이 생겼다. 그래서 다들 더욱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 선의의 경쟁자이자 자극제 인하대를 졸업한 송지만은 1996년 한화에서 데뷔했다. 92학번 동기로 건국대를 졸업한 이영우도 같은 해 한화에 입단했다. 둘을 포함해 그해 대학을 졸업한 92학번 동기들이 대거 프로로 뛰어들었다. 동기들 간 치열한 경쟁은 프로에 와서도 계속됐다. 송지만은 이영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면서 기량이 크게 늘었다. 2000년 송지만은 타율 0.338에 33개의 홈런을 쳤고, 이영우는 타율 0.318에 25홈런을 기록했다. 송지만은 “팀을 불문하고 동기들은 선의의 라이벌이자 좋은 자극제였다. 성적의 목표가 되기도 했고 연봉의 잣대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동기들은 하나둘씩 은퇴하기 시작했다. 박재홍이 은퇴하면서 이제 그의 동기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송지만은 “재홍이가 은퇴 회견에서 눈물을 흘릴 때 너무 안타까웠다. 혼자 남은 요즘은 많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했다. ○ 개인보단 팀을 위해 송지만도 지난해 은퇴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발목 골절을 당해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 시즌 후 팀은 은퇴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이 달랐다. 이렇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2억5000만 원에서 무려 1억7000만 원이 삭감된 8000만 원에 재계약을 하고 유니폼을 계속 입기로 했다. 그는 “처음 프로에 입단했을 땐 딱 5년만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오게 됐다. 이 나이에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팀의 부족한 곳을 메우는 선수로,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로 팀의 4강 진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주말 골퍼에게도 유독 공이 잘 맞는 코스가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와 찰떡궁합인 코스는 단연 토리 파인스 골프장일 것이다. 우즈가 자신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토리 파인스 골프장에서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즈는 29일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최경주(43·SK텔레콤)는 7언더파 281타로 공동 9위. 우즈는 1999년 이 코스에서 열린 대회(당시 대회명은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처음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7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008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US오픈까지 포함하면 8승이다. 이날 우승으로 통산 75승째를 거둔 우즈는 샘 스니드(미국)가 보유하고 있는 PGA투어 최다승 기록(82승)에 7승 차로 다가섰다. 우즈는 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각각 7승을 거두고 있어 스니드가 갖고 있는 한 대회 최다승 기록(8승)을 바짝 쫓고 있다. 스니드는 그린즈버러오픈에서 8승을 거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마추어 선수는 프로 대회에서 우승해도 상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말 역대 최연소인 17세 5개월 6일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한 김시우(18·CJ오쇼핑·사진)도 비슷한 처지다. 만 18세 이전에는 PGA투어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김시우는 만 18세가 되는 6월 28일까지 대회 출전과 상금 수령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 김시우가 6월 28일 이전 대회에 출전하려면 대회 주최 측의 초청을 받거나 대회 직전 치러지는 예선전을 통과해야 한다. 6월 28일 이후에는 플레이오프를 제외하면 남아 있는 PGA투어가 몇 개 없다. 이에 따라 김시우가 내년 시즌 출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6월 28일이 김시우에게는 ‘적금 타는 날’일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그의 에이전트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27일 “생일 전에 김시우가 벌어들인 상금은 일단 투어 측이 맡아 놨다가 생일이 지나는 순간 김시우의 계좌로 입금해 준다. 상금뿐 아니라 페덱스컵 포인트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김시우는 생일 이전에라도 꾸준히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벌어놓아야 내년 시즌 출전권을 유지할 수 있다. 관건은 초반 몇 개 대회다. 초청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얻거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 다음 대회의 자동출전권이나 다른 대회의 초청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Q스쿨 최연소 통과라는 희소성 때문에 김시우를 초청하려는 대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시우는 이미 다음 달 7일 열리는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과 3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 초청을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좋은 선수들을 싹쓸이했다. 번번이 선수를 빼앗기던 라이벌 보스턴의 래리 루치노 회장은 2002년 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양키스를 ‘악(惡)의 제국’이라 불렀다. 양키스는 2005년 사상 처음으로 선수 연봉 총액이 2억 달러(약 2132억 원)를 넘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사치세(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긴 팀에 부과하는 세금 개념의 벌금)를 부과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양키스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메이저리그 연봉 총액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올해 양키스를 능가하는 새로운 ‘큰손’이 나타났다. ‘괴물 투수’ 류현진(26)을 데려간 서부지역 명문팀 LA 다저스다. 지난해 농구스타 매직 존슨 등이 인수한 다저스는 요즘 말 그대로 돈을 물 쓰듯 하고 있다. 자유계약시장(FA) 최대어 잭 그레인키(투수)를 6년간 1억4700만 달러(약 1567억 원)에 데려왔고, 류현진에게도 포스팅 입찰 금액을 포함해 6년간 6170만 달러(약 658억 원)를 투자했다. 또 1억 달러를 들여 다저스타디움을 보수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선수단 연봉으로 9500만 달러(약 1013억 원)를 썼던 다저스의 23일 현재 선수단 연봉은 2억1400만 달러(약 2281억 원)를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나 올 시즌 연봉 총액에서 양키스를 제치고 1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가 이처럼 과소비(?)를 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현재 거의 합의 단계에 이른 중계권료. 블룸버그와 AP 통신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23일 다저스와 지역 케이블 타임워너의 중계권료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금액은 당초 예상됐던 25년간 60억 달러를 넘어 70억∼80억 달러(약 7조4620억∼8조5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70억 달러로 잡아도 매년 2억8000만 달러(약 2985억 원)를 받게 된다. 전체 선수단 연봉을 넘는 거액으로 올해까지 받았던 연간 중계료(4500만 달러)의 6배가 넘는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ESPN, 폭스, 터너스포츠 등과 맺은 전국 방송 중계권료 일부를 따로 받는다. 2014년부터 3개 사와 8년간 총액 124억 달러(약 13조2184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맺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필요 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매년 30개 구단에 균등분배 한다. 다저스도 연간 5000만 달러 이상 받는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의 인기 상승에 따라 중계권료가 폭등하면서 각 팀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돈 중 일부는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데 쓰인다. 폭스와 2015년부터 20년간 16억 달러(약 1조7040억 원)에 계약한 텍사스가 다루빗슈 류를 데려오고, 역시 폭스와 17년간 25억 달러(약 2조6650억 원)에 사인한 LA 에인절스가 앨버트 푸홀스를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양키스와 보스턴, 뉴욕 메츠 등은 아예 지역 케이블을 직접 설립해 돈을 벌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미식축구다. 그런데 미식축구는 일주일에 한 경기만 열리고 경기 수 자체도 적다. 이에 비해 야구는 3월부터 10월까지 매일 경기를 하고 이닝 교체 등에 수시로 광고를 할 수 있어 광고주들의 호응도 높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큰 시장을 가진 팀들의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에는 몇 개 팀이 있나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일본 출장 중에 만난 일본인 대다수는 여전히 한국 야구에 대해 잘 모른다. 일본 스포츠지 야구 담당 기자들로부터 한국 프로야구 팀 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한국 야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일본을 이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완승을 거뒀고,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승패를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많은 일본 사람들은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거나 뛴 적이 있는 한국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그 배경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우월 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이 대만 야구를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대만 프로야구 리그에 몇 개 팀이 있는지, 대만의 스타 선수는 누구인지 아는 한국 야구팬은 많지 않다. 대만 정도는 언제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대만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 팬들이 한일전에 열광하듯이 대만 팬들은 야구에 관한 한 한국을 숙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이기기 위해 최선의 라인업을 짜고 철저한 준비를 한다. 한국의 방심은 종종 참사를 불러왔다. 2003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대만에 역전패하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날려버렸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대만에 완패를 당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은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챔피언 라미고에 졌다. 3월 열리는 제3회 WBC에서 한국은 또다시 대만과 맞붙는다. 호주 네덜란드와 함께 1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포함됐고, 이 중 2개 팀이 올라가는 2라운드에서도 다시 만날 공산이 크다. 대만 대표팀에는 전 메이저리거 왕젠민(전 워싱턴)과 궈훙즈(전 LA 다저스)를 비롯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고 있는 양야오쉰 등 해외파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아무리 전력이 좋은 팀도 꼴찌 팀에 질 수 있는 게 야구다. 특히 WBC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의 성패는 대만전에서 갈릴 수도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적수가 없다. 2012∼2013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는 이상화(24·서울시청)의 독무대다. 어떤 대회에 나가든 시상대 제일 높은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빙속 여제’로 군림하고 있는 이상화가 21일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 2차 레이스에서 세계신기록이라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이상화는 이날 36초80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헤더 리처드슨(미국·37초42)을 여유 있게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지난해 1월 위징(중국)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 때 작성한 세계기록(36초94)을 무려 0.14초 앞당긴 새 기록이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가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내년 2월 소치 올림픽에서 겨울올림픽 2연패를 이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500m의 절대 강자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그는 예니 볼프(독일), 위징, 왕베이싱(중국) 등 쟁쟁한 선수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경쟁자들을 저만치 따돌린 채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시작된 월드컵 1차 대회부터 이날까지 열린 4차례의 월드컵 1, 2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8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 포인트도 800점을 쌓아 2위 볼프(481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상화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때 (신기록을) 작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완성형 선수로 발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상화를 키운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상화는 미완성 단계였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부분에서 흠잡을 게 없는 완성형 선수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게 초반 기록의 단축이다. 2009년만 해도 이상화의 초반 100m까지의 기록은 10초40∼10초50을 오갔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10초20 후반에서 10초30 초반까지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안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이상화는 초반 레이스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날 2차 레이스에서는 초반 100m에서 10초26을 기록했다. 김 전무는 “초반 100m 기록이 좋아지면서 전체 레이스에 여유가 생겼다. 초반에 벌어 놓은 게 있으니 안정된 자세로 나머지 400m를 주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상화는 예전보다 체중을 2∼3kg 줄이는 대신 근력은 더 키워 폭발적인 레이스가 가능해졌다. ○ 평정심 유지가 관건 현재 추세로는 당분간 이상화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부상이다. 또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역효과를 불러오기 일쑤다. 실제로 이상화는 밴쿠버 올림픽 이듬해 열린 2011년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겨울 아시아경기에서 발목 부상으로 동메달에 그친 바 있다. 이상화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해는 마음을 비우고 레이스에 나서겠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 전무는 “이번 대회 출발 전 상화와 통화를 했을 때도 전혀 긴장하거나 욕심을 부리는 기색이 없었다. 지금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내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새해 첫 대회부터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이상화는 2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 1차 레이스에서 36초99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헤서 리처드슨(미국·37초12)과는 0.13초 차. 이상화는 2009년 12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37초24)을 3년 1개월 만에 무려 0.25초나 앞당겼다. 또 위징(중국)이 지난해 작성한 세계 기록(36초94)에도 0.05초 차로 다가가 새로운 기록 작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우승으로 이상화는 올 시즌 여자 500m가 열린 월드컵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1, 4, 5차 대회 1, 2차 레이스를 모두 석권한 데 이어 이날 6차 대회 1차 레이스까지 7연속 우승이다. 이 종목 월드컵 포인트 700점을 쌓은 이상화는 2위 예니 볼프(독일·436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시즌 종합 우승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