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동

유재동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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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0~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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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없으니 행복” 트리폴리 축제같은 기도회

    리비아 혁명의 성지가 된 트리폴리 시내 순교자광장(옛 그린광장). 31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이슬람식 복장을 한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매년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이 끝난 뒤 여는 대규모 기도회가 이날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몰락 직후 열리는 최대 규모의 기도회로서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 오전 7시경이 되자 광장은 일부 가장자리를 제외하면 모두 들어찼다. 이날 모인 인원은 대략 2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치과의사를 하는 타리크 무함마드 씨(32)는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광장에 왔다”며 “지금 트리폴리에 수도나 전기는 끊겼지만 카다피가 없으니 정말 행복하다”며 “조국 리비아의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엔 여성과 어린이, 가족 단위 시민들도 많이 보였다. 트리폴리에 산다는 마나니 함무다 씨(42·여)는 각각 18세, 11세짜리 두 딸을 데리고 광장에 왔다. 그는 “알라와 혁명을 위해, 또 국가의 재건을 위해 알라에게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카다피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고 묻자 단호하게 “하루빨리 잡혀서 그동안 저지른 범죄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큰딸 하자르 양이 끼어들며 “(카다피는) 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세 모녀는 인터뷰를 마친 뒤 광장 뒤편에 모인 다른 여성들과 합류했다. 이슬람식 기도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기도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된다. 혁명을 성공시킨 시민들은 기도회 중간에 여러 차례 두 팔을 높이 들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이며 기쁨을 나눴다. 군중의 큰 함성이 수초간 이어질 때도 많았다. 평소 숙연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기도회라기보다 시민혁명 축하행사 같았다. 7시 50분경 이맘(이슬람 성직자)의 기도가 시작되자 2만여 명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뒤 절을 올렸다.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이들의 기도문이 광장 너머까지 널리 울려 퍼졌다. 기도회는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됐다. 기자가 묵는 호텔에서 광장까지는 불과 도보로 10분 거리였지만 중간에 5차례 이상 검문을 거쳐야 했다. 총을 든 반카다피군은 사람들의 가방을 모두 열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스캐너 장비까지 동원해 일일이 몸수색을 했다. 혹시나 있을 카다피 정부군의 테러 가능성 때문이었다. 광장 옆 박물관 건물의 옥상에도 반군들이 올라가 망원경 등을 이용해 광장의 동태를 살폈다. 다행히 별다른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기도회가 끝난 뒤 반군들은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축포를 쏘아댔다.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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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과 함께 이드알피트르”… 반군들 고향 앞으로

    29일 오후 트리폴리 순교자광장에서 차로 5분 거리인 트리폴리 항구엔 동부 벵가지로 가는 배편을 구하려는 리비아인 10여 명이 앉아 있었다. 내전이 사실상 끝나면서 하나둘씩 고향으로 떠나는 반(反)카다피군들이다. 무함마드 아비디 씨(22)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트리폴리에 왔다가 내전에 가담하게 됐다”며 “이제 가족과 함께 라마단을 끝내고 ‘이드알피트르(이슬람 명절)’를 즐기기 위해 서둘러 집에 가려고 한다. 배 편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낮 트리폴리 서부 쇼핑가 구트샤알 거리의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열었다. 바로 하루 전인 28일 대부분이 셔터를 내린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트리폴리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고 있다. 아직 공항은 개방되지 않았지만 항구가 지난 주말 문을 열었고 슈퍼마켓과 주유소 등도 영업을 재개하는 모습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조금씩 정상화되는 도시를 보면 트리폴리에 안정이 찾아온 듯하지만 이들에겐 독재자 축출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범람하는 총기 트리폴리는 아직 매우 위험한 도시다.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는 반군들이 모두 총을 들고 있다. 불안한 시민들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상당수가 총을 갖고 있다. 그리고 탄창마다 실탄이 가득 들어 있다. 조금만 주의를 안 하면 총기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게다가 반군 청년들은 아직도 극도로 흥분한 상태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해방감,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에 가득 차 있는 이들에게서 차분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29일 트리폴리에서 만난 이윤규 전 한인회장은 “반군들이 축포를 쏘다가 잘못 격발해 동료가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 위성도시 잔주르에 사는 교민 박경옥 씨(54)도 “반군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다른 반군의 종아리에 총을 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말했다.○ 치안유지, 경제안정 등 과제 산적 혁명 후 리비아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로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테러와 보복 범죄 등 각종 폭력으로부터의 안정이다. 반군의 일원으로 트리폴리 항에서 물류관리를 맡고 있는 피투리 알바쉬 씨(25)는 “항구에 폭발물을 갖고 오는 정부군이 있을 수 있어 보안검색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테러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군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카다피 정부에서 일했던 주요 인사들에 대한 보복을 막기 위해 요르단이나 레바논 보안업체에 이들에 대한 경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에 가담한 청년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트리폴리에서 기자가 만난 이들의 상당수는 실업자나 나이 어린 학생들이었다. 이번 혁명이 리비아의 정치적 발전은 이뤘지만 경제적 번영까지 보장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이들이 사회혼란의 진원지로 떠오를 소지가 크다. 특히 반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은 새 정부에서 요직 등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군의 무기를 회수한 뒤 제대로 된 경찰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다가 내전으로 회사가 철수하는 바람에 직장을 잃었다는 유세프 파토리 씨(34)는 “리비아인들은 나라를 처음부터 재건해 보려는 의지가 크다. 반군들도 혁명 후 정치적 지위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사심 없이 일할 것”이라고 기대했다.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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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포성 멎었지만… 전기-식수 ‘삶과의 전쟁’

    트리폴리에 포연은 그쳤지만 아직 평화는 시작되지 않았다. 반(反)카다피군 청년들이 하루 종일 쏘아대는 ‘자축포’는 도시의 환희와 불안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했다. 트리폴리가 정상적인 도시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폐쇄됐던 시내 3곳의 은행이 29일 다시 문을 열어 돈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건물 앞에 길게 줄을 섰다. 하지만 전기 식수 통신 등 기본 생활서비스가 매우 열악하고 식료품 구하기도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휴대전화 인터넷 텔레비전 전화가 모두 끊겨버리자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택시나 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도 눈에 띄지 않았고 음식점과 가게가 문을 닫아 먹을 것을 구할 수가 없다. 비록 전쟁에서 이겼어도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시내 웬만한 호텔의 객실은 동이 났다. 주민들은 대거 빠져나갔는데 호텔만 붐비는 것은 반군과 외신기자 등 외지인들에게 ‘점거’당했다는 뜻이다. 호텔에서도 찬물만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고 전기 통신도 자주 끊겼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면 순교자광장(옛 녹색광장)에서 AK-47 소총과 대공화기가 발사될 때 나는 불빛이 유일하다. 28일 기자는 가까스로 찾아낸 시내 호텔에 체크인 했지만 방 정리가 전혀 안 돼 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본래 이곳은 각 지방에서 전투를 하기 위해 올라온 반군이 기숙사처럼 머무는 곳’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호텔 주인은 무아마르 카다피의 측근이었다고 한다. 트리폴리가 함락되면서 주인은 달아나고 반군이 건물을 통째로 접수했다. 호텔에서 만난 한 리비아인은 “현재 트리폴리 정부 소유 호텔은 모두 반군 차지”라고 말했다. 반군이 점령한 호텔은 안전한 듯하지만 오히려 정부군의 표적이 되거나 총기사고가 날 수 있어서 위험하다. 실제로 호텔을 드나드는 사람 대부분이 AK-47, M-16 등 소총으로 무장했다. 주머니마다 실탄이 가득했다. 건물 앞에는 중화기도 여러 대 보였다. 호텔 앞에서 만난 10여 명의 반군 청년은 “카다피와 싸우기 위해 미스라타에서 왔다. 트리폴리 시민들이 이 호텔을 우리에게 선물로 줬다”며 무기를 높이 쳐들었다. 이들 중엔 학교를 그만두고 온 15세 소년도 있었다. 28일 낮 시간 동안 간간이 터지던 반군의 축포 소리는 오후 4시 들어 더 잦아지고 격렬해졌다. 호텔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순교자광장에서 벵가지 과도국가위원회(NTC)의 트리폴리 공식 이전을 축하하는 차량들의 행진이 벌어진 것이다. 차에 아무렇게나 올라탄 청년들은 총구를 하늘에 대고 사정없이 총알을 뿜어댔다. 기자의 몸에 손가락 길이만 한 대형 탄피가 정신없이 쏟아질 정도였다. 화약 냄새로 코가 매웠고 고막이 찢어질 듯했다. 오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튀니지 국경지대와 트리폴리를 매일 오가는 반군 무함마드 자루트 씨(33)는 “하늘에 총을 쏘는 세리머니는 자신감이 있을 때에만 한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특히 격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장에 나온 트리폴리 시민들은 청년 노인 여성 어린이 가릴 것 없이 진정 행복한 표정이었다. 총소리가 귓전을 정신없이 때리는 와중에 부르카를 뒤집어 쓴 옴 오웨스 씨(40·여)는 “총소리는 나에게 음악으로 들린다. 영광과 자유를 뜻한다. 혁명이 리비아인을 하나로 만들었다”며 “내 딸도 ‘카다피가 우리 집에 온다면 총을 사서 그를 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두 살배기 아들에게 기자가 카메라를 갖다대자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광장 다른 편에서 만난 아이멘 아흐메드 씨(33)는 “매일 20여 명이 모여 쓰레기를 줍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모두 리비아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리폴리 시민과 반군들은 외국인인 기자를 귀찮을 정도로 바쁘게 만들었다. 한번이라도 눈만 마주치면 손을 흔들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고,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들은 매우 행복하다” “해방 리비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해냈다, 우리를 봐 달라,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 달라’는 눈빛이 역력했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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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 트리폴리 엑소더스… 유령도시로

    28일 오전 리비아 트리폴리 시내는 고요함과 불안함, 적막감 등이 혼재했다. 시 외곽지역의 거리에서는 사람을 보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트리폴리 서부 구트샤알 지역은 사람 키 높이까지 차오른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겪고 있었다. 상점은 모두 셔터를 내렸다. 이날은 일요일이지만 이슬람 국가에서는 공휴일이 아닌데도 구멍가게 하나 연 곳이 없었다.도심 건물들은 총알 자국이 선명했다. 반(反)카다피군이 교전 당시 옥상에 숨어 있던 정부군 측 저격수를 노린 듯 건물 상층부마다 총알의 흔적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지난 주 시내 주요 3개 병원이 집계한 사망자는 230여 명에 이른다. 시내 중심가에는 외신기자들과 총을 든 반군이 시민보다 훨씬 많았다. 시민 상당수가 내전 상황을 못 견디고 도시를 탈출해버린 것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수만 명을 모아놓고 집회를 했던 도시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트리폴리는 텅 빈 유령 대도시가 돼 버렸다. 도심의 한 블록 전체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자를 안내한 리비아의 공무원 아흐메드 다와 씨는 “모두 집에 머물고 외출을 삼가거나, 차를 몰고 이미 도시 밖으로 빠져나갔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반군들이 설치한 시내 검문소에서는 무장 반군들이 외지인들의 차량을 일일이 세워놓고 탑승자의 신원을 체크했다. 한 반군 청년은 기자들에게 “Libya is free now(리비아는 이제 자유다)”라고 외쳤고 한 외신기자가 “Congratulation(축하한다)”이라고 화답하자 반군들이 환히 웃으며 기뻐했다. 그 밝은 표정 속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뭔가를 이뤘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겉만 보면 트리폴리는 평화와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카다피의 요새였던 밥알아지지아, 그린광장 등 이번 내전을 상징하는 주요 장소는 이미 무장한 반군의 호위 없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지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 역시 누구에게 쫓기고 있거나 무엇을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외신기자들이 주로 묵는 코린시아호텔의 한 경비원은 “이제 트리폴리는 안전해졌다.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아직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외신기자 상당수는 방탄복을 입고 다녔다. 약 10분에 한 번 정도 총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반군들의 축포 소리지만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총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며 깜짝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트리폴리의 아부슬림 등 일부 지역은 거리 곳곳 옥상에 저격수가 배치돼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시민들의 관심은 온통 ‘카다피 타도’에만 집중된 듯했다. 반군의 삼색기 문양 깃발은 리비아 전역에서 수도 없이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삼색기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굿바이 카다피”, “생큐, 나토” 등의 거리 낙서는 예사였다. 트리폴리의 주요 호텔인 래디슨블루는 호텔 정문을 들어설 때마다 사람들이 카다피의 사진이 박힌 카펫을 두들겨 밟도록 해 놨다.기자는 이날 오전 5시 반경 리비아 내륙지역의 국경마을 나루트를 출발했다. 리비아 반군과 튀니지 기자들이 동승한 승용차가 맨 앞에 서고, 취재진이 가운데, 리비아인 보안요원 차량이 뒤에 서 하나의 ‘호위 행렬’을 이뤘다. 취재진은 차를 타고 4시간을 꼬박 달려 디지 알조시 자위야 잔주르 등을 거쳤다. 나루트에서 트리폴리까지 약 350㎞ 구간에서 취재진이 거친 반군의 검문소는 모두 20개에 육박했다. 검문소의 반군들은 대체로 여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일부는 “○○지역에는 시체가 쌓여 있다”, “저격수가 민간인도 가리지 않고 쏜다”고 경고하며 취재진을 긴장케 했다. 지난 6개월 내내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던 자위야는 이 가운데 내전의 상처를 가장 많이 안고 있었다. 건물 하나당 총탄 자국이 평균 20∼30개씩 박혀 있고 포탄 공격에 형체를 알 수 없이 일그러져 마치 심하게 부패된 거대 공룡의 시체 같은 건물도 보였다. 도로 사정은 내전을 감안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거리 곳곳의 주유소나 각종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다만 교전이 치열하지 않았던 소도시에선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리비아인들의 모습이 관찰되고 있었다. 27일 나루트의 중심가는 라마단 마지막 휴일을 맞아 이프타르(금식 후 첫 식사)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고 마을 주민들은 빵집에 길게 줄을 늘어서거나 수박을 가득 실은 트럭 앞에 모여 담소를 나눴다. 시내 담벼락마다 “Thanks Nato, you've saved our lives(나토, 우리를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Thank you Sarkozy, Peace is our demand(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맙습니다. 평화는 우리의 바람입니다)”라는 낙서가 가득했다.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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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의 종말]“리비아 사태 아직 안끝나… 향후 1~2주 위험”

    조대식 주리비아 대사(사진)는 25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이끄는 정부군이 게릴라전을 펼치면 (치안 확보 등에) 시간이 제법 걸릴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날 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튀니지의 국경도시 제르바에 마련된 주리비아 한국대사관 임시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트리폴리가 반카다피군에 무너지긴 했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상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지낸 뒤 2월에 초임 공관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민주화 시위와 내전 사태로 숨 가쁜 시간을 보내온 그는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저가 습격당한 일을 거론하며 리비아의 치안 상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방글라데시 출신 행정원 2명이 남아서 지키던 대사관저는 23일 밤 반카다피군이라고 밝힌 무장세력 30여 명에 의해 약탈당했다. 그는 “관저 약탈은 리비아 치안이 불안한 상황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괴한들이 침입하면서 관저 유리창이 파손되고 가구 등 집기류는 물론이고 다시 구할 수도 없는 사진까지 도난당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 대사는 “교민 20여 명은 모두 무사하다”며 “이들에게 될 수 있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현재 상황에 대해 그는 “튀니지-리비아 국경과 트리폴리 사이 3곳에서는 아직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카다피의 고향 수르트와 브레가 지역도 아직 반군이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다. 리비아 치안 상황은 앞으로 1, 2주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튀니지의 제르바 한국대사관 임시사무소를 트리폴리로 옮길 시점에 대해 조 대사는 “가급적 빨리 트리폴리로 이전하고 싶지만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지와 현지 치안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리비아의 향후 외교 관계에 대해 “석유 등 자원 보유국인 리비아는 잠재력이 큰 나라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 등 다방면으로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제르바=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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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의 종말]길에서 마주친 반군, 지쳤지만 환한 미소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가 반(反)카다피군 수중에 떨어지고 이틀이 지난 25일. 튀니지 데히바에서 국경선을 넘어 약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나루트는 오래전부터 반카다피군이 장악해온 도시지만 교전의 흔적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멀리 사방에서 총소리와 포성이 들리는 가운데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여전히 정부군의 저항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나루트를 향해 반군이 대부분을 장악했다지만 리비아로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주리비아 한국대사관 임시사무소가 있는 튀니지 제르바에서 출발해 리비아로 들어가는 길은 라스아지르, 데히바 두 갈래. 북부 해안도로를 통해 트리폴리로 연결되는 접경도시 라스아지르는 제르바에선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이곳 건너편은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고 남부 국경 루트인 데히바 건너편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15분(현지 시간)경 남부 루트인 데히바를 통과해 리비아 나루트로 향했다. 데히바 검문소에서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었다. 100m 정도 떨어진 맞은편 리비아 국경 검문소에는 삼색기가 나부껴 반군들이 통제하고 있음을 상징했다. 삼색기는 무아마르 카다피 집권 이전 리비아의 국기. 반군이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 들어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반군 병사에게 여권을 건넸지만 그는 힐끗 쳐다보더니 그냥 지나가라고 손짓한다. 여권에 입국 도장도 찍지 않았다. 튀니지에서 건너와 리비아로 들어가는 데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찾았던 튀니지 국경도시 빈가르데인에서는 튀니지 경찰들이 국경 통과조차 못하게 막았었다. 이곳 튀니지 경찰은 “건너편 지역을 리비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리비아 비자가 없으면 국경을 넘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길에 널린 전투의 흔적 데히바에선 반군의 승리 소식에도 불구하고 리비아를 탈출한 차량 40여 대의 행렬이 보였다. 자동차 지붕에까지 짐을 가득 실은 차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 찼다. 데히바 건너편 리비아 측 국경검문소를 지키던 한 리비아인은 뒤쪽의 산을 가리키며 “저 산 너머에서 4월 초 카다피군이 우리를 공격했다”며 그동안 모았던 탄피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리비아로 내부로 접어든 순간 드넓은 벌판에는 모스크와 부서진 차량이 눈에 띄었다. 전투가 벌어진 뒤의 황량함 그 자체였다. 나루트로 향하는 길 곳곳에선 불에 타 시커먼 뼈대만을 남긴 차량과 탱크가 즐비했다. 버려진 타이어, 부서진 총기의 잔해, 뒤집힌 트럭, 고철더미도 거리에 뒹굴었다. 대공포가 설치됐던 흔적만 남은 불에 탄 차량 주변에 반군들이 모여 있었다. 정부군과 달리 맨손에 총을 잡고 거리로 나섰던 반군 병사들은 베이지색 또는 회색 면바지와 각종 색상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등 중구난방이었다. 오랜 교전에 지친 얼굴이지만 표정만은 더없이 밝았다. 일부 반군은 여전히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듯 하늘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간이 검문소에는 반군의 삼색기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유럽연합(EU) 국기가 걸려 있었다. 모두 반군을 직간접으로 지원한 나라들이다. 길에서 만난 리비아 주민 사이드 씨(42)는 “카다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가 잡히면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카다피를 비난하는 동안에도 멀리서 포성과 총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삼색기로 뒤덮인 나루트 나루트 시내 광장에는 반군을 상징하는 삼색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곳곳에 나부끼는 삼색기의 부활은 리비아가 카다피 집권으로부터 해방됐음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차량이 간간이 오가는 시내에는 삼색기를 활용해 만든 모자를 쓴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이미 반군이 장악한 곳이어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시내 곳곳에는 반군과 정부군의 치열했던 교전을 상징하듯 포탄에 날아간 기념비, 총탄 자국이 선명한 건물이 즐비했다.나루트(리비아)=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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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의 종말]카다피, 끝났다

    42년 독재 정권의 몰락이 시작됐다. 리비아 반(反)카다피군은 22일(현지 시간) 수도 트리폴리 대부분을 점령했으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가 있는 밥 알아지지아 요새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아들들도 속속 생포됐다.서부 거점도시 자위야를 장악한 뒤 서진(西進)을 계속하던 리비아 반군은 21일 마침내 트리폴리에 입성했다. 2월 17일 리비아 시위가 발발한 이후 6개월 4일 만이다. 트리폴리에는 카다피의 최정예 부대인 ‘카미스 여단(32여단)’이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군은 무혈입성해 21일 밤 카다피 정권의 상징인 녹색광장까지 장악했다. 무스타파 압둘 잘릴 과도국가위원회(NTC) 의장은 22일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다피 시대는 끝났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카다피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할 것이고 카다피는 생포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군 측 런던 주재 부대사인 마흐무드 나쿠아도 22일 기자들에게 “반군이 트리폴리의 95%를 장악했다”며 “카다피를 체포하기 위해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군 대표기구인 NTC 잘릴 의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장남 무함마드가 투항했으며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과 3남인 사디는 생포됐다”고 밝혔다. 차남 알이슬람은 카다피의 후계 1순위로 꼽혀 왔다. 국제사회는 잇달아 마지막 압박을 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휴가지인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리비아가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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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의 종말]반군, 정권 상징인 녹색광장 장악… 카다피 행방 묘연

    리비아 반카다피군이 트리폴리 서쪽 도시들을 차례로 접수하자 수천 명의 시민이 집에서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는 반군의 차를 감싼 삼색 깃발에 키스를 했다. 트리폴리 중심가 녹색광장은 인파와 차량으로 가득 차 환호와 경적이 멈출 줄 몰랐다. 아직 전투가 끝나진 않았지만 반군은 이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개선 부대의 행렬과 같았다.21일 AFP AP 로이터 등 외신들이 일제히 전하는 반군의 대공세는 아침 수도방위를 담당하는 주요 부대인 32여단 공격부터 시작됐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막내(7남) 카미스(29)가 이끌어 일명 ‘카미스 여단’인 부대는 리비아 최정예 부대로 알려졌지만 별 다른 저항 없이 반군에 항복했다. 반군은 여단의 무기창고를 장악하고 승리의 깃발을 정문에 올렸다. 이어 반정부 시위로 이곳에 잡혀 있던 교도소 수감자 300여 명을 석방했다. 반군과 감격의 재회를 한 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그 뒤 트리폴리 입성까지 반군의 진격은 탄탄대로였다. 정부군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무기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투항했다. 한 반군 병사는 “20일 밤 수도까지 가는데 20분가량 총격전을 벌인 것을 제외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고 증언했다.이날 밤 녹색광장은 반군을 환영하는 시민들로 다음날 새벽 늦게까지 들뜬 모습을 보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오늘부터 이곳은 녹색광장이 아닌 ‘순교자의 광장’이라 부르자”며 환호했다. 이들은 카다피의 머리 스타일을 비꼬며 “게임은 끝났다, 이 곱슬머리야”라고 소리쳤다. 반군의 거점 도시인 동부 벵가지에서도 이날 밤 수만 명이 몰려나와 경적을 울리고 축포를 쐈다. 과도국가위원회(NTC)는 트리폴리에 있는 시민들에게 “신은 위대하다. 리비아 국민들에게 카다피의 몰락을 축하드린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반군이 통신시설을 잇달아 장악하면서 이날 트리폴리 시내에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터넷 서비스도 재개됐다. 벵가지 시민들은 21일을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무너진 첫날”이란 뜻의 ‘Day-1’이라 불렀다.하지만 22일 아침에도 트리폴리 시내에는 반군과 정부군 간의 총성이 들리는 등 교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반군 측은 “트리폴리의 95%를 장악했지만 카다피 세력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반군 측 대변인은 정부군 탱크가 이날 카다피의 관저가 있는 군사요새 밥 알아지지아 근처에 나타나 발포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결사항전을 외치던 카다피군 측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협상을 제의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21일에만 양측 전투로 1300명이 숨지고 5000명이 다쳤다”며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 대학살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 201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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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폭동 희생 청년 ‘화합의 밀알’로 묻히다

    “이들의 죽음을 이용한 그 어떤 보복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윤리적이지도 않고 이슬람 정신에도 맞지 않습니다.” 18일 오후 영국 버밍엄 서머필드 공원. 폭동이 한창일 때 이 도시에서 숨진 이슬람교도 청년들을 위한 장례 기도회가 거행됐다. 영국 무슬림 사회에서 존경받는 학자인 셰이크 알리 야쿠비 씨는 연설을 통해 “주민들을 지키다가 희생된 이 청년들은 이슬람교가 무엇인지, 무슬림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키스탄계인 하룬 자한(21), 샤자드 알리(30), 압둘 무사비르 씨(31)는 10일 새벽 폭동으로부터 주민들의 상가를 보호하기 위해 거리 순찰을 하다 흑인 폭도들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자칫 인종 간 보복 폭력이 생길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희생자 중 한 명인 자한 씨의 아버지 타리크 자한 씨(45)가 “더 이상 폭력은 없어야 한다”며 흥분한 군중을 진정시켜 가까스로 유혈사태를 막았다. 자한 씨는 이후 폭동 정국에서 ‘용서와 화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가 던진 화합의 메시지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또다시 온 도시에 울려 퍼졌다. 공원에 모인 무려 2만5000여 명의 시민은 대부분 버밍엄에 사는 무슬림들이었지만 백인이나 흑인, 기독교인, 유대인 등도 적지 않았다. 인종과 종교는 달라도 같은 도시에 살던 이웃 청년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마음은 한가지였다. 장례식에 참석한 한 영국인 할머니는 “이 청년들은 나의 자녀들일 수도 있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슬픔이 북받쳐 올라와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는 이슬람교 형식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라마단 기간이었기 때문에 술이나 음식, 담배연기는 눈에 띄지 않았고 유족과 친지들의 오열 소리 외에는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였다. 참가자들은 아들을 잃고도 폭동 당시 비폭력을 역설했던 타리크 자한 씨의 용기를 하나같이 높이 평가했다. 버밍엄 시 공무원 주베다 림바다 씨(35)는 “무슬림이든 아니든 간에 당시 그가 던진 말들은 우리가 모두 받아들여야 할 중요한 가치다. 우리가 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례식을 마친 운구행렬은 청년들이 숨진 현장인 더들리 가(街)를 지나갔다. 이곳엔 추모 꽃다발과 양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룬 자한 씨의 친구 아프잘 칸 씨는 추모 방명록에 “너에게서 전화가 올 것 같아서 아직 나는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어. 네가 어딘가 살아있을 거란 생각에 네 전화번호를 지울 수가 없어”라고 적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청년들의 희생은 이번 폭동의 상징으로 기억돼 아마도 영국 사회를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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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엔 등록금 3배 오른다” 英 때아닌 대입 전쟁

    등록금 인상과 쉬운 대학입학시험으로 영국에서 초유의 입시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대학입학시험관리기관(UCAS)이 17일 오후 대학입시성적(A-level)을 발표하자 영국 수험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올해 입학시험이 예년에 비해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평균 점수가 크게 높아져 전 과목 A를 받고도 명문 대학에서 낙방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타임스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이런 학생들이 4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UCAS 홈페이지는 고득점을 받고도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의 항의성 글이 폭주하며 몇 시간 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여기엔 내년부터 대학 등록금이 최대 3배까지 인상되기 때문에 올해 꼭 들어가야 한다는 학생들의 절박감도 깔려 있다. 6월 입학시험을 치른 후 10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영국 대학들은 내년 학기부터 등록금을 최대 9000파운드(약 1611만 원)까지 올릴 예정이다. 데일리메일은 2012년 입학하는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졸업과 동시에 5만7000파운드(약 1억209만 원)의 빚을 떠안아야 하지만, 올해 입학하면 2만9000파운드(약 5194만 원)로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험생들은 등록금 폭탄을 맞느니 정원이 미달된 학과라도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러다 보니 추가모집에도 학생들이 크게 몰리고 있다. 영국에는 매년 학기 시작 전 정원 미달 학과에 불합격생이 재도전할 기회를 주는 클리어링(Clearing) 전형이 있다.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2.5배가량 많은 학생이 지원했다. BBC방송은 지난해 5만2000명이 추가모집에 지원한 데 비해 올해는 13만6500명으로 늘었다고 18일 보도했다. 반면 여행이나 어학연수 등 입학 전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갭 이어(Gap year)’라는 입학유예제를 신청한 예비 입학생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영국은 전체 수험생 68만 명 중 매년 평균 10만여 명이 낙방하는데 내년에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재수보다 취업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명문 대학들은 우수 인재들이 희생될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들이 내년 정원미달 사태를 피하려면 한 해 등록금을 평균 7500파운드(약 1300만 원)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싼 등록금 여파는 일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학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생이 18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8%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20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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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모기지 채권 우량등급 남발로 금융위기 촉발 혐의 수사”

    미국 법무부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린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S&P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우량 신용등급을 남발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S&P가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기 전부터 조사가 시작됐지만 조사 내용이 3년 이상 전의 일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보복수사로 비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의 등급산정 과정에서 불법 부정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S&P 사내에서 등급산정을 담당하는 부서의 애널리스트는 모기지 채권의 위험도를 감안해 낮은 등급을 주려 했는데도 영업부서에선 이를 무시하고 고의로 등급을 높여준 사례가 있었는지가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와 피치도 같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S&P의 전직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법무부는 S&P의 고유 업무 영역인 채권이나 국가의 등급산정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평가작업 과정에서 부당거래 등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려낼 계획이다. 에드 스위니 S&P 대변인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응할 것이고 전현직 직원들이 증언하는 것도 막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용평가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리스크가 높은 파생금융 상품에 우량 등급을 남발한 것은 이들의 수익구조와 관련이 깊다. 신용평가사는 채권의 신용을 평가하면서 동시에 피평가자인 채권 발행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을 유치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평가사로선 비록 위험도가 높아도 후한 등급을 줄 수밖에 없다. 거듭 낮은 등급을 받으면 평가 의뢰를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미국 의회 금융위기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무디스의 한 평가담당 직원은 내부 임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매출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고백했다. 신용도가 낮은 것을 알고도 높은 신용등급을 줬다는 뜻이다. 법무부의 S&P 조사 결과에 따라 투자기관이 신용평가사에서 매긴 등급에 지나치게 의존해 투자하는 관행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신용평가사 비리 혐의가 입증된다면 이들의 사업모델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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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印 반부패 운동가 구금 항의 시위확산

    인도에서 총리와 고위직 판사 등을 부패 범죄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특권적 내용이 포함된 반부패 법안에 항의하는 시위가 16일 뉴델리를 비롯해 뭄바이, 콜카타 등 주요도시에서 대규모로 벌어졌다. 이날 뉴델리에서 1200여 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수천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시위는 이날 사회운동가인 안나 하자레 씨(74·사진)가 반부패 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단식투쟁을 계획하던 중 경찰에 연행돼 시내 한 아파트에 구금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분노하면서 확산됐다. 하자레 씨는 최근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반부패 법안의 수사대상에 총리 등이 제외됐다며 더 강한 법률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인도는 민주적 정치제도를 갖고 있지만 해마다 대형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최근 이동통신 사업권 비리, 영연방경기대회 사업자 선정 관련 스캔들 등 각종 부패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와 만모한 싱 총리와 집권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비폭력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의 신봉자로 알려진 하자레 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도 반부패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외신은 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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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이모저모]“커피 바르기만해도 피부암 억제효과” 外

    ■ “커피 바르기만해도 피부암 억제효과” 커피가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손상된 세포를 죽이는 작용을 도와 피부암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학회보(PNAS)에 15일 발표된 뉴저지 주 러트거스대 암 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커피를 적당히 마시거나 심지어 피부에 바르기만 해도 비(非)흑색종 암을 피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단백질 효소 ATR를 억제하도록 만든 유전자변형 쥐를 19주 동안 자외선에 노출시켰다. ATR는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에 의해 억제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ATR 수치가 부족할 때에는 일반 세포뿐만 아니라 암세포도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유전자변형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69% 낮았다. ‘카페인→ATR 억제→암세포 제거’라는 연쇄작용이 입증된 것이다.■ 伊, 루마니아로 원정이혼 급증 이혼 절차가 매우 길고 까다로운 이탈리아에서 상대적으로 이혼이 쉬운 다른 유럽국가로 ‘이혼여행’을 떠나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이혼을 하려면 3년의 별거 기간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이미 이혼을 결심한 부부들은 외국에서의 이혼도 인정해주는 유럽연합(EU)의 법률 체계를 이용해 아예 다른 나라로 건너간다. 원정 이혼지로 가장 각광 받는 곳은 루마니아로 영주권을 곧바로 얻을 수 있어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데까지는 6개월 정도면 된다. 해외 이혼 업무를 대행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루마니아의 경우 항공요금을 포함해 비용은 기본 5000달러 정도 든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해외에서 이혼한 이탈리아 부부는 8000쌍 정도로 추정된다.}

    •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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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지구촌 트렌드는’… 美 포린폴리시 예측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9/10월 특집호에서 ‘2025년의 지구촌 트렌드 9가지’를 예측했다. 포린폴리시는 “불과 14년 전인 1997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듯이 2025년에도 예측하지 못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진행 중이거나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①기술 자립=현재의 스마트폰이 그러하듯이 2025년엔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에 연산(computing) 기능이 탑재된다. 단순한 정보의 저장창고를 넘어 스스로 데이터를 이해하고 작동한다. 로봇과의 의사소통도 더욱 자연스러워진다. ②작고 강한 다국적기업들의 시대=20세기 후반이 다국적기업의 시대였다면 2025년은 소규모 다국적기업의 시대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전, 지식의 공유로 덩치가 작은 기업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게 된다. ③대마불사(大馬不死)=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이는 밀집 현상이 인구, 산업 등 모든 면에서 확대될 것이다. 이런 집중 현상은 리스크 또한 높일 것이다. ④남중국해가 분쟁의 중심=중국의 팽창주의와 동남아 국가들의 군비 확충, 자원을 둘러싼 각국의 영해 싸움 때문에 세계 분쟁의 중심이 남중국해로 이동할 것이다. ⑤파괴 능력의 보편화=군사기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며 세계는 더 위험한 곳이 된다. 특히 사이버 공격 및 바이오 기술 발전으로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도 큰 파괴능력을 갖춘다. ⑥경제 지형의 대변혁=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지금까지 상식이었던 것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⑦에너지 중심, 미주로 이동=탐사 및 시추 기술의 발전으로 석유 등 에너지 생산의 거점이 중동에서 미국 등 미주 대륙으로 바뀐다. ⑧노인 때문에 세계 인구 증가=지금까지와는 달리 젊은층보다는 노인층이 세계인구 증가에 더 기여할 것이다. ⑨문제도 해법도 글로벌화=외교 부문에서는 많은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하는 문제가 많아진다. 아세안 같은 지역연합체의 힘이 강해지고 다자 관계가 중요해진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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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없는 국제 신용평가사들… 부도직전 국가에도 ‘투자적격 B등급’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부도가 임박한 나라에도 후한 신용등급을 주는 등 위기경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 제기되고 있는 신용평가사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지난 35년간 각국에 매긴 국가신용등급 기록을 추적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S&P는 1975년부터 지난해까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15개국 가운데 12개국의 국채에 대해 부도 발생 1년 전 ‘B’ 이상의 등급을 부여했다. S&P의 분류상 ‘B’등급은 향후 1년 내 디폴트 가능성이 2%에 불과할 정도로 국가부도와는 거리가 먼 등급이다. S&P가 그동안 국가의 부도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20%만 성공한 셈이다. 무디스도 자사가 등급을 매긴 13개 디폴트 국가 중 11개국에 부도 발생 1년 전 B등급 이상을 부여했다. 특히 ‘B’보다 한 단계 높은 ‘Ba’를 준 경우도 3건 있었다. ‘Ba’등급의 1년 내 디폴트 가능성은 0.77%에 그친다. 이에 대해 해당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시스템은 실제 부도 가능성을 예측하기보다는 국가 간의 상대적인 부도 위험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선 채권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지표만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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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속 2만1000km… 美 슈퍼 초음속 비행체, 두번째 시험도 실패

    미군이 개발 중인 초음속 비행체가 시험 비행에 또다시 실패했다.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11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무인 초음속 비행체 ‘팰컨 HTV-2’가 비행 9분 뒤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비행체는 로켓과 분리된 채 태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DARPA 측은 “기체를 쏘아 올려 대기권에서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제어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첫 시험 비행에서도 제어 불능 현상이 발생해 바다에 빠졌다. 한편 미군이 보유한 200대의 스텔스 전투기도 각종 장치 결함으로 모두 비행금지 상태라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1일 보도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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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청년 폭동]실업-빈곤-잿빛 미래… 시위 들불처럼 번져

    “그들은 아무것도 자기 몫으로 가질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대공황 이후 자신의 미래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첫 세대다.”(켄 리빙스턴 전 런던시장) 영국에서 벌어진 폭동은 정치적 구호도, 뚜렷한 공격대상도 없다. 하다못해 ‘정권 퇴진’처럼 거의 모든 반정부 시위대가 주창하는 슬로건도 없고,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도 없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닥치는 대로 부수고 불을 지른다. 이런 무정형(無定形)의 폭동 앞에서 정부는 물론이고 대다수 기성세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왜,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는가’라는 한탄 속에는 기성세대의 뼈아픈 자책과 반성도 섞여 있다. 청년들이 중심이 된 시위와 집단행동은 최근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채무위기에 빠진 그리스, 스페인에서는 청년들이 정부의 긴축정책과 연금개혁에 거칠게 항의했다. 교육 개혁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진 칠레에서는 정권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올해 초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의 주역도 청년들이었다. 각국 시위의 양상이나 폭력의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유사점이 발견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의 박탈감이 집단적인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8 세계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젊은 세대 분노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3년 전 세계 금융위기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10일 “2008년 경제위기가 지구촌 젊은이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줄였고 각국 정부는 복지예산과 각종 보조금을 깎았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할 기회 자체를 잃어버린 젊은 구직 희망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들의 좌절감을 가장 극명하게 반영하는 지표는 청년실업률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5∼24세 평균 실업률은 18.9%다. 스페인은 무려 41.6%, 그리스는 32.9%를 기록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6월 현재 16∼19세 실업률이 24.5%로 전체 실업률(9%)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국가부채 위기에 빠진 대부분의 국가는 전체 평균 실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 2배 이상 높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미국 공영 NPR방송은 “높은 청년실업률이 수년간 고착되면서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디그나도스(indignados·분노의 시민운동)도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에서 출발했다. 금융위기 이후 긴축재정으로 인한 사회복지의 감소도 서민층 젊은이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말 영국 대학생들의 등록금 시위는 정부가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보조금을 줄이면서 시작됐다.○ 베이비 부머 풍요에 상대적 박탈감 젊은 세대의 좌절감 한쪽에는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1950∼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가 20세기 후반 경제발전과 복지의 과실을 마음껏 누려온 데 비해 이들의 자녀 세대인 현재 젊은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구직난과 재정난뿐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기성세대들은 대학 등록금도 저렴했고 졸업 후 일자리를 찾기도 쉬웠으며 연금도 보장을 받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며 “젊은이들 중 어느 누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금융위기의 값비싼 대가를 아무 잘못이 없는 자신들이 치르고 있다는 사실도 이들에겐 참을 수 없는 요소다. 경제정책에 실패해 위기를 초래한 정치인들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무분별하게 파생상품을 판매해 시장을 교란시킨 금융사들도 지금은 다시 ‘보너스 파티’를 즐기고 있다. 1년 2개월째 세계 최장기간의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벨기에에서 유독 학생들의 시위가 잦았던 것도 기성 정치권에 대한 짙은 염증에서 비롯됐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서유럽에선 연금 등 사회보장성 세금 부담이 고스란히 청년층으로 전가되면서 앞으로 세대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그리스에서 오늘날 성인이 된 세대는 과거 세대들이 벌인 ‘신용잔치’의 계산서만 받게 될 것”이라며 “냉전 뒤 세대의 충돌이 찾아왔다”고 분석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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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동을 청소하자” 런던 빗자루 부대 나섰다

    동시다발 폭동으로 나라 곳곳이 무법천지가 됐지만 영국인들이 사태를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가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동 나흘째인 9일(현지 시간) 자발적으로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청소하는 ‘시민 빗자루 부대’가 런던을 중심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런던 서남부의 클래펌에는 회사원, 학생, 교사 등 시민 500여 명이 저마다 빗자루와 쓰레기봉지, 고무장갑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회사원 제임스 프리먼 씨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폭동으로 심한 무력감에 시달렸지만 복구 작업을 통해 런던 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빗자루 부대’는 이 밖에도 남부 크로이던과 페컴, 서부 일링, 북부 해크니 등 이번 폭동의 피해지역 곳곳에 등장했다. 경찰은 “현장의 범죄 증거가 없어질 수 있고 안전도 우려된다”며 처음엔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허가 구역에서 경찰과 시 공무원의 보호하에 작업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시민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었던 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컸다. 영국의 인디록 가수인 샘 덕워스는 ‘@Riotcleanup(폭동 청소)’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시민들을 모았다. 한나절 만에 8만 명이 넘는 팔로어가 몰렸다. 폭동의 메신저 역할을 해 비난을 받았던 SNS가 이번엔 폭동 수습에 일조를 한 셈이다.한편 폭동 현장에서 젊은이들에게 훈계하는 용감한 욕쟁이 흑인 할머니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이 할머니는 해크니 지역 거리에서 “사람들이 가게 하나를 차리고 운영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왜 불태우느냐”고 호통 쳤다. 서인도제도 출신의 연금생활자로 알려진 이 할머니는 절뚝거리는 걸음걸이에 지팡이를 짚은 채 간간이 욕을 섞어가며 젊은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훈계를 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동영상=英 폭도에 훈계하는 흑인 할머니 영상 인기}

    • 20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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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AA 탈락, 다음은 英-佛?

    미국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 영국과 프랑스에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두 나라가 아직 등급 전망이 ‘안정적’이어서 등급 하락이 바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하고 국가부채가 쌓이고 있어서 신용평가사들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유로존의 ‘AAA’ 국가 중에서 재정적자 규모가 가장 크며 유일하게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국가다. 이 때문에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에서 프랑스는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을 긴장시켰다. 영국은 경제성장 속도가 부진한 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프랑스보다도 더 높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은 6월 무디스로부터 “취약한 재정과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등급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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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신용등급 사상 첫 강등]경제보다 ‘정치적 신용’ 강등… 美국채 투매 가능성은 낮아

    《 사상 첫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전 세계가 놀랐다. 물론 당장은 미국 채권에 대한 투매현상 등 공황 상태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미국이나 달러가 주는 상징성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 신용등급 왜 내렸나美 정치권 부채해결 신뢰 못줘… 저성장도 영향 Q.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란 무엇인가.A.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국채)의 신용도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더라도 향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투자 위험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채권 발행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그만큼 올라간다.Q. S&P는 왜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렸나.A. 미국의 국가부채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는데도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막바지까지 당파 싸움을 하면서 ‘미국이 부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는 데 실패했다. 또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줬다. 미국의 막대한 부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비롯된 오래된 문제였다는 점에서 경제적 요소보다는 정치적 요소가 등급 강등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S&P는 합의안 자체도 미진하다고 보았다. S&P 자체적으로 미국의 부채 위기가 해소되려면 4조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 감축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감축 규모는 2조1000억 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미 상무부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당초의 1.9%에서 0.4%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도 등급 조정의 주요 원인이다.○ 美 경제에 영향은AA+도 ‘매우 안전’ 등급이지만 단기적으론 악재 Q. AAA와 AA+는 어떻게 다른가. A. AA+도 아주 높은 등급이다. S&P 분류에 따르면 투자등급 AAA는 상환 가능성이 ‘극도로(extremely)’ 높고, AA+도 ‘매우(very)’ 높은 것에 해당한다.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또 미국은 여전히 GDP 기준 제1의 경제대국이고, 기축통화로 쓰이는 달러를 찍어내는 국가다. 지난주 재무부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2.34% 안팎으로 최근 10개월 내 가장 낮았다.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안전한 투자처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Q.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 시장엔 어떤 영향을 주나.A. 채권 금리는 보통 그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예컨대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할 때도 신용등급 수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이번 S&P 결정이 나오기 전 월가의 전문가들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경우 장기국채 금리가 0.1∼0.7%포인트가량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이 지불할 이자 비용이 연 1000억 달러는 더 늘어난다. 이는 모기지와 신용카드,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S&P 결정이 그 적절성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으며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따라 하지 않는 상태여서 실제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또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외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급하게 팔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채권 값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미 국채를 대신할 다른 투자자산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Q. 미국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A. 국가 신용등급 하락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경제 불안심리를 높여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불안심리가 커지면 주식보다는 현금을 보유하거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신용등급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분명 악재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이 이번 충격을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단기적인 증시 타격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Q. 그래도 미국 채권을 투매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A.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지도 않다. 우선 기관투자가들이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국채를 특유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감안해 신용등급과는 관계없이 별도의 투자 항목으로 분류한다. 미국 국채를 들고 있는 미국 은행들도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다 해서 손실에 대비한 현금 쌓기에 나설 계획은 아직 없다.○ 신용회복 언제쯤다른 나라 10년 이상 걸려… 美 추가 강등 걱정 Q.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떤가.A.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일부 선진국도 과거 AAA 등급을 잃은 적이 있었다. 이들 나라도 단기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차입비용의 상승 등 장기적인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주식시장도 빠르게 정상을 회복했다. 물론 미국은 초강대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과거의 사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Q. 국제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다. S&P의 이번 결정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A. S&P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당시 이들 회사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매우 높은 신용등급을 매기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S&P가 등급 강등의 이유로 든 미국의 정부 부채는 사실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더욱 늘어났다. 이번 등급 결정에 S&P가 스스로 영향을 미친 꼴이다.Q. 미국은 언제쯤 다시 최고등급을 회복할까.A. 전례를 보면 국가등급의 회복에는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이 걸린다. 미국도 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곧바로 AAA로 돌아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S&P가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등급 회복은커녕 추가 강등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1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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