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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기대주 정현(18·삼일공고·사진)이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 단식 8강에 올랐다.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자인 11번 시드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주니어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8번 시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를 1시간37분 만에 2-1(6-3, 3-6, 6-1)로 눌렀다.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정현은 톱시드인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와 4강 진출을 다툰다. 그는 지난주 호주 국제주니어대회에서는 츠베레프에게 0-2(5-7, 6-7)로 패했다. 정현은 “한 번 해봤으니 스타일을 알고 있다. 긴장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덕희(마포중)는 캉탱 할리스(프랑스)에게 0-2(6-7, 2-6)로 패했다. 여자 단식에서 3연패를 노리던 세계 2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8강전에서 세계 5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폴란드)에게 1-2(1-6, 7-5, 0-6)로 패했다. 이로써 이번 호주오픈은 지난해 남녀 단식 우승자가 모두 4강 문턱에서 무너지는 이변에 휩싸였다. 남자 단식에서 세계 6위 로저 페데러(스위스)는 세계 4위 앤디 머리(영국)를 3-1(6-3, 6-4, 6-7, 6-3)로 꺾고 4강에 올라 세계 1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묘수인가, 꼼수인가.’ 농구 코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대타 논란’이 일어났다.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이선화는 20일 국민은행과의 춘천 안방 경기 막판 양지희를 대신해 자유투를 던져 4개를 모두 적중시켰다. 국민은행이 63-60으로 앞선 경기 종료 50초 전 양지희가 파울을 당해 자유투를 얻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이선화를 투입했다. 양지희가 손목 통증을 호소하자 같은 포워드로 자유투가 좋은 이선화를 내보낸 것. 올 시즌 양지희의 자유투 성공률은 66.7%이고 이선화는 87%다. 이후 종료 40초 전 국민은행 모니크 커리의 골밑 득점으로 65-62가 되자 위 감독은 이선화를 다시 양지희로 교체했다. 종료 30초 전 양지희가 또 반칙을 얻자 이번에도 벤치에 있던 이선화가 나가 자유투 2개를 성공시켰다. 1점 차로 추격한 우리은행은 종료 8초 전 박혜진이 골밑슛을 터뜨려 1점 차의 극적인 승리를 낚았다. 자유투는 파울을 당한 선수가 던지는 게 원칙. 다만 부상 등의 사유로 바뀔 수 있다. 이선화의 연속 대타 출전은 남자 프로농구였다면 아예 불가능했다. 자유투를 얻은 선수가 부상의 사유로 교체된 경우 재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 프로농구는 올 시즌부터 국제농구연맹 규정을 도입하면서 자유투 슈터가 부상으로 물러나더라도 경기 시계가 시동됐다 정지된 뒤에는 다시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농구인들은 ‘부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게 악용될 소지마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뀐 규정을 잘 알고 있었던 위 감독은 “그래도 이선화가 다 넣을 줄은 몰랐다. 규정을 이용해 승리를 챙겼다는 비난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일희(26·볼빅·사진)는 지난해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정상에 올랐다. 미국 진출 초기인 2010년 후원사가 없어 고생하며 투어 생활을 하던 기억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저렴한 항공권만 찾아야 했고 육로로 이동할 때는 차가 없어 동료들에게 신세를 졌다. 호텔 대신 대회장 근처 빈방이 있는 가정집에서 무료 투숙하는 ‘하우징’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만화 영화 ‘캔디’를 떠올리며 주목받았던 이일희가 영광의 무대에 다시 오른다.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이 2014시즌 LPGA투어 개막전이 돼 23일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오션클럽 골프장(파 73)에서 막을 올린다. 디펜딩 챔피언 이일희는 “너무 멋진 곳이며 내게는 특별한 장소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경기에 집중하겠다. 2연패 부담보다는 즐기면서 집중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투어 경비를 아끼느라 혼자 다녔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어머니, 동생과 동행해 한결 마음이 편하다. 미국 댈러스에서 시즌 대비 훈련을 했던 이일희는 “쉬는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코스여서 바람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올해 목표에 대해 그는 “스스로 골프를 발전시키고 성취해 나가는 데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첫 승을 거뒀으니 올해는 3승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일희는 2012년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한 뒤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안정적으로 골프에 전념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 이번 대회에는 문경안 볼빅 회장이 응원을 갈 예정이다. 이일희는 “볼빅 공은 방향성이 뛰어나 강풍에도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샷을 할 수 있다. 공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더 거침없이 플레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일희와 함께 최나연, 양희영, 박희영 등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출전하며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도 본격적으로 LPGA투어 루키 시즌을 시작한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불참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SK 문경은 감독(43·사진)은 요즘 평소 잘 마시지 않던 정종을 찾을 때가 많다. “일본 사케를 마시면 금세 취할 수 있거든요. 몇 잔 먹고 바로 잘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잠을 잘 못 자요.” 담배도 하루 두 갑 이상 피우고 있다. 새해 들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지난 며칠이 몇 달이라도 된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SK는 지난해 말 애런 헤인즈가 KCC 김민구를 고의로 밀쳐 넘어뜨려 5경기 출전정지를 받으며 위기를 맞았다. 전력 손실뿐 아니라 구단 이미지도 바닥으로 떨어져 문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헤인즈가 없는 동안 4승 1패를 기록한 SK는 이달 초 그의 복귀 이후 오히려 6경기에서 3승 3패로 주춤거렸다. SK의 방문경기 때 헤인즈가 공만 잡으면 관중의 야유가 쏟아져 다른 선수들까지 동요했다. 문 감독은 17일 모비스전, 19일 KCC전에서 연이어 연장 접전 끝에 이겨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경기 모두 4쿼터 막판까지 뒤졌지만 종료 직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며 연장에서 승리했다. 자칫 새해에 1승 5패의 부진에 빠질 뻔했던 문 감독은 “대행 시절 1년을 포함해 이번 시즌까지 3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데 요새 참 힘들다. 힘들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데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선수들 앞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안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 어려울수록 마음을 하나로 뭉치고 작전을 잘 따라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초보”라는 문 감독의 평가와 달리 올 시즌 SK는 경기 막판 결정적인 전술이 먹혀들면서 역전승을 하는 경기가 많았다. 상대 매치업과 경기 흐름에 따라 김선형, 변기훈, 주희정 등 빠른 선수들을 일제히 기용하는가 하면 김민수 박상오 최부경 등 포워드 라인을 앞세운 고공 농구로 효과를 봤다. 코트니 심스의 기량이 지난 시즌보다 향상된 대목도 문 감독이 공을 들인 결과다. 인기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우정 출연했던 문 감독은 최근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모비스 유재학(51), LG 김진 감독(53)과 지략 대결을 펼치고 있다. 유 감독은 연세대와 SK빅스에서 문 감독의 스승이었고, 김진 감독과 문 감독은 아마추어 삼성 시절 같이 뛴 뒤 SK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 문 감독은 “나로서는 영광이다. 배울 부분이 참 많다. 자신감과 경험을 갖춘 지도자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겠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세대 가운데 첫 감독으로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의 마크 큐번 구단주(56·사진)는 역시 ‘괴짜’였다. 평소 기행으로 유명한 큐번 씨는 17일 댈러스와 LA 클리퍼스의 경기가 끝난 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NBA로부터 벌금 10만 달러(약 1억 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 경기에서 댈러스는 경기 한때 17점 차로 앞서다 역전을 허용해 127-129로 졌다. 큐번 씨는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됐지만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최근 공공연하게 데이비드 스턴 NBA 커미셔너가 퇴임하기 전에 벌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 다녔다. 1984년 처음 부임해 30년 동안 NBA를 이끌다 2월 1일자로 물러나는 스턴 커미셔너와의 작별인사를 벌금으로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대로 된 작별 없이 커미셔너를 보내줄 수는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큐번 씨에 대한 이번 징계 발표는 이례적으로 스턴 커미셔너가 맡았다. 큐번 씨는 2000년 댈러스를 인수한 뒤 심판에 대한 거침없는 항의와 욕설 등으로 19차례 징계를 받으며 벌금 총액만도 200만 달러(약 21억3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01∼2002시즌에는 공개적으로 판정에 불만을 늘어놓다 NBA 사상 개인에게 부과한 벌금 최고액인 50만 달러를 물기도 했다. 벤처 사업을 통해 25억 달러(약 2조6587억 원)의 재산을 축적한 큐번 씨는 벌금을 낼 때마다 같은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은 한국 꿈나무들의 역량을 점검하는 무대이다. 18일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된 주니어 남자 단식에 한국의 유망주 6명이 출전했다. 대회를 참관하고 있는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메이저 대회 본선에 6명의 한국 주니어 선수가 나선 것은 역대 최고인 것 같다. 15세 전후의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기대가 크다. 큰 대회를 통해 배우는 게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주니어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한 기대주 이덕희(마포중)는 미첼 하퍼(호주)를 2-0(6-3, 6-2)으로 완파하고 32강전에 올랐다. 전날 경기에서도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자인 정현(삼일공고)과 홍성찬(횡성고)이 나란히 승리해 32강전에 합류했다. 정윤성(대곶중)과 오찬영(동래중), 강구건(안동고)은 2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고사리 손으로 큼지막한 농구공을 튀기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말 예쁘지 않나요. 200명 가까운 회원 이름을 다 외워요. 내 친구 가운데 손자 본 애들도 있는데….” 19일 서울 양천구 경인초등학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농구 클럽 소속 초등학생을 지도하던 박찬숙 한국여성스포츠회 실무 부회장(55)이었다. 1980년대 한국 최고의 농구 스타였던 박 부회장은 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사회체육학과에 합격해 3월이면 1978년 숭의여고 졸업 후 36년 만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다. “합격 통지 문자를 받고는 날아갈 것 같았어요.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뒀을 때처럼 가슴이 설레요.” 28세인 딸과 올해 고3이 되는 아들(18)을 둔 그가 50대 중반에 만학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뭘까. “학창 시절 운동에만 매달리느라 대학은 꿈도 못 꿨어요. 늘 아쉬움이 컸죠. 몇 차례 기회가 있었는데 결혼, 육아, 가사 등의 이유로 놓쳤고요. 스포츠 행정가로 일하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어요.”박 부회장은 육상 국가대표 출신이자 한국여성스포츠회 이사인 김경숙 한국체대 대학원장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대학 문을 두드리게 됐다.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도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2012년 런던 올림픽 훈련캠프단장을 맡았을 때 당시 청와대에 있던 이 총장님이 힘을 많이 실어주셨어요. 이번에 대학 지원할 때 공석이던 총장에 부임하면서 다시 인연을 맺게 됐죠.” 박 부회장은 27일 이 학교 홍보대사 위촉식을 한다. 세월을 거스르는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주로 인터넷으로 수업을 받게 되는데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제대로 할 겁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자식들에게도 물어보는데 배움에는 부끄러움이 없다고 하잖아요. 동기들과 MT도 가고 맥주도 사줘야죠.” 1979년 세계선수권 준우승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박 부회장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느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딸과 아들도 엄마의 결정을 아주 좋아한다”며 웃었다. 그럼 그의 인생은 농구경기로 치면 어디쯤 와 있을까. ‘후반전 정도’로 여겼던 기자의 추측은 여지없이 틀렸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점프볼을 하려고 코트에 선 느낌이에요. 이제부터 새로 뛰는 겁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SK는 지난 정규시즌에서 1위를 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전패로 무너졌다. 올 정규시즌의 양상은 180도 다르다. SK는 17일 울산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91-86으로 이겨 이번 시즌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전날까지 LG와 공동 2위였던 SK는 24승 11패로 단독 2위가 되며 선두 모비스를 1경기 차로 쫓았다. 이날 패했다면 686일 만에 3연패에 빠질 뻔했던 SK는 최근 5연승이자 홈 9연승을 달리던 모비스를 꺾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어웨이 경기에서 1위 팀을 맞아 1, 2쿼터에 뒤졌지만 꼭 이겨야겠다는 투지를 보인 우리 선수들이 고맙다. 포스트시즌에서 모비스를 만나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SK 김선형은 4쿼터에만 10점을 집중시킨 것을 포함해 20득점, 12어시스트의 ‘더블 더블’로 맹활약했다. 15일 LG와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문 감독에게 심한 질타를 들었던 코트니 심스는 4쿼터 막판 5반칙 퇴장당할 때까지 18득점, 10리바운드로 골밑을 지켰다. 이대성(25득점)과 문태영(20득점)이 공격을 주도한 모비스는 국내 식스맨의 득점이 전혀 없었던 데다 팀 자유투 성공률이 반타작도 안 되는 48%에 그치며 승리를 날렸다. 비록 SK에 시즌 4패를 당했어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큰 의미는 없다.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몇 가지 전술을 쓰지 않고 있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SK는 연장전에서 심스, 변기훈의 5반칙 퇴장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애런 헤인즈와 주희정의 득점으로 경기 종료 28.3초 전 89-83까지 달아나 승리를 결정지었다. 안양에서 인삼공사는 최하위 동부를 8연패에 빠뜨리며 80-63으로 이겼다. 동부 이승준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졌다.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모비스는 2013년 12월 31일 고양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방문경기가 악몽 같았다. 당시 6연승을 노렸던 모비스는 3쿼터 막판 15점 차로 앞서 완승하는 듯했으나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했다. 경기 후 양동근과 이대성을 중심으로 모비스 선수들이 코트를 떠나지 않고 한데 모여 마지막 공격 때 시도했다 실패한 패턴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되풀이했다. 비록 패했어도 그 이유를 분석하는 모습이 신선하기까지 했다. 아쉽게 한 해를 마감한 모비스는 새해 들어 1패도 없이 5연승을 달리며 25승 9패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공동 2위 LG, SK와는 2경기 차. 그 중심에는 최근 탄탄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근성 콤비’ 양동근(33)과 이대성(24)이 있다. 최근 5경기에서 이들은 평균 20점 안팎을 합작하는 한편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말띠 신인’ 이대성은 시즌 초반 양동근이 부상으로 빠진 6경기에서 잇몸 활약을 펼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기간 모비스는 간판스타 공백에도 불구하고 4승 2패로 선전했다. 양동근이 컴백하면서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이 구상하던 투 가드 시스템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양동근과 이대성은 포인트 가드와 슈팅 가드를 넘나들며 시너지를 일으켰다. 노련한 양동근이 게임 리딩을 하면 이대성은 야생마처럼 코트를 휘저었다. 이대성이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전술을 조율할 때 양동근은 정확환 외곽슛과 과감한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올 시즌 이들이 함께 뛴 경기에서 모비스는 20승 5패를 기록했다. 양동근은 “대성이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바로바로 공격하는 게 장점이다. 다만 공을 너무 오래 갖고 플레이하는 건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대성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동근이 형에게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무엇보다 팀을 하나로 뭉치는 리더십, 동료들을 살려주는 희생정신, 최고 선수인데도 한결같은 성실함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대 시절 적응에 실패해 미국 유학을 떠난 이대성은 선수 지도와 후배 관리에 모범으로 불리는 유 감독과 양동근을 만나면서 다시 날개를 달았다. 유재학 감독은 “스타일이 다른 양동근과 이대성 조합은 다양한 작전을 가능하게 하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효과까지 있다. 이대성은 센터만 빼고 모든 포지션 수비가 가능해 양동근과 강한 압박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용품업체 최고경영자(CEO)는 골프를 잘 쳐야 할까.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CEO의 스코어가 낮을수록 도움이 될지 모른다. 40년 가까운 구력에 베스트 스코어가 80타라는 일본 던롭스포츠 노지리 야스시 사장(60)의 핸디캡은 24로 90대 중반 타수 수준이다. 던롭 젝시오의 8번째 모델인 ‘젝시오8’ 론칭을 위해 최근 방한한 노지리 사장은 “던롭 사장들은 대체로 잘 치지 못했다. 그 대신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즐겁고 치기 쉬운 제품에 주력한 게 성공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장의 골프 실력이 뛰어나다 보면 아무래도 자신의 취향을 제품에 반영하기 쉬운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노지리 사장의 논리는 잘 맞는 것 같다. 젝시오 드라이버가 2000년 첫 출시 후 14년 연속 일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효자 브랜드가 됐으니까. 국내에서도 지난해 젝시오7이 조기 완판돼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노지리 사장은 “박인비 최나연 최경주 같은 세계 정상의 프로들과 인연을 맺은 게 매출 증대에도 큰 힘이 됐다. 일본에서도 이 선수들의 인지도는 높다”며 고마워했다. 박인비는 던롭 젝시오 클럽과 스릭슨 볼(Z-스타)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나연과 최경주 역시 박인비와 같은 공을 쓰고 있다. 1977년 던롭스포츠의 모태인 타이어 회사 스미토모고무(SRI)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영국, 미국, 중국 지사를 거쳐 2011년 현직에 부임한 노지리 사장은 한일 골퍼의 차이에 대해 조예가 깊다. “일본 골프 인구가 고령화 경향을 보이는 반면 한국의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클럽 교체 주기도 한국이 일본보다 1, 2년 빠르다.” 던롭은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한 한일 골퍼 1000명의 스윙을 분석해 한국이 일본보다 평균 헤드 스피드가 시속 4∼5km 빠르다는 결과를 얻은 뒤 한국 전용 샤프트를 장착한 현지화 전략으로 효과를 봤다. 노지리 사장은 “젝시오는 편하게 멀리 경쾌하게 친다는 세 가지 성능에 집중해 진화를 거듭했다”며 “젝시오8 드라이버는 헤드 무게를 늘리고 그립은 가볍게 해 헤드 스피드 극대화로 5야드 이상의 비거리 증대를 꾀했다”고 밝혔다. 최적의 타구음을 실현하기 위해선 헤드 설계 단계부터 컴퓨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음역대를 뽑아냈다. 노지리 사장은 “300명에게 시타를 하게 한 결과 이전 제품보다 비거리가 평균 5.5야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내 비거리는 10야드가 더 나갔다”며 웃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눈물을 쏟았다. 20개월 된 딸(그레이스) 얘기를 꺼냈을 때였다.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산 위스키업체 골든블루와의 메인 스폰서 계약식에 참석한 안시현(30)이었다. 그는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시현이 누구인가. 19세 때인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나인브릿지 클래식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덜컥 우승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얘기를 실감할 만큼 벼락 유명세에 시달렸다. 그가 입었던 골프 웨어는 완판 행진을 계속했다. 미국 무대에 직행한 그는 2004년 LPGA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신데렐라 스토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운동에만 매달렸던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면서 한눈을 팔았다. 훈련은 뒷전이 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골프가 첫 번째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냥 또래 친구처럼 놀고 싶었다.” 2011년 방송인 마르코와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았지만 지난해 6월 이혼했다. 심한 굴곡 속에서 1년 8개월 동안 골프 클럽을 전혀 잡지 않던 안시현을 다시 필드로 이끈 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다. “내게 딸은 하늘에서 주신 보물이다. 아기가 크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가 참 소중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딸과 골프만을 생각하며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안시현은 지난 연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드전을 통해 올 시즌 풀시드를 따냈다. 최근 불황 여파에도 메인 스폰서뿐 아니라 의류(푸마) 드라이버와 우드(코브라) 아이언(캘러웨이) 등의 계약도 매듭지으며 여전히 높은 상품성을 입증했다. 골든블루와의 계약 조건은 2년에 연간 3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요즘 그는 인천 친정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오전 6시 딸과 함께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한다. 딸과 더 있으려고 훈련은 짧고 굵게 한다. 다른 워킹맘처럼 나 역시 힘들 것 같지만 둘 다 잘하고 싶다.”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이모 집에 맡긴 딸을 데리러 떠난 안시현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으로 동계훈련을 떠나는데 딸과 어머니도 동행한다. 2004년 이맘때 한창 상한가이던 안시현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진출을 앞둔 그는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자’ ‘노력하면 언젠가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서른이 된 안시현은 10년 만에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대구역으로 차를 몰고 기자를 마중 나온 프로야구 삼성 류중일 감독(51)은 근처 음식점으로 향했다. 류 감독을 금세 알아본 50대 식당 아주머니는 반찬을 나르며 연방 정감 어린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걸었다.○ “연봉 억수로 많이 올랐던데. 좋겠네” 류 감독은 지난해 삼성을 3년 연속 통합 챔피언으로 이끈 뒤 계약금 6억 원과 국내 프로야구 사령탑 최고인 연봉 5억 원으로 3년 재계약했다.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그는 중증 장애인 돕기에 2억 원을 쾌척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와이프랑 한마디 상의 없이 혼자 결정했는데 나중에 잘했다며 좋아하더라. 올해 말에 재계약할 감독이 많은데 좀 미안하다.” 류 감독의 선행은 수십억 원을 받은 자유계약선수(FA)의 동참까지 유도했다. 기부 바이러스였다. “늘 받기만 한 것 같다. 학생 때 특기생이라 공납금, 회비를 안 냈다. 장학금도 받았다. 뭔가 보답하고 싶었다. 더불어 사는 거 아닌가. 선수들도 알아야 한다.” ‘류 감독의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는 말이 있다. 파랑은 삼성의 상징. 한양대 졸업 후 1987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단 하루도 삼성을 떠나본 일이 없다.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 감독으로 3년을 보냈다.” 2016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으니 강산이 세 번 변할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선수나 지도자로서 기본이 잘된 덕분이다.” 코치로 한 팀에서 장수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 감독이 팀을 옮기면 학연 지연으로 묶인 자신의 사단을 몰고 다녀서다. “새 감독이 오면 그가 어떤 야구를 추구하는지 빨리 캐치하려고 했다. 그런 뒤 내 지식을 갖고 다가갔다.” 그러면서 그는 김응용 감독이 삼성에서 지휘봉을 잡았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외부에서 온 코치와 삼성에서 수십 년간 했던 내 스타일이 달라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찾아가 각자 훈련 방식을 평가받자고 했다. 내 얘기를 다 듣고 난 뒤 감독님이 ‘삼성 것 좋네. 그걸로 해’라며 정리했다.” 류 감독은 그때 “조직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되 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누구든 100점은 없다는 그의 지론은 2011년 감독에 부임하고도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다 맞는 건 아니다. 다르면 서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과 귀가 두 개인 이유가 있다.” 그로부터 듣는 ‘소통의 중요성’이 새삼스럽게 들렸다.○ 잠실구장 개장 경기 1호 홈런의 주인공 류 감독은 경북고 졸업반 때인 1982년 잠실구장 개장 기념 경기에서 담장을 넘기며 잠실 1호 홈런 주인공으로 야구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류 감독에게 홈런을 맞은 투수는 기자와 동명이인으로 부산고에 다니던 김종석. 류 감독은 “내가 1호 기록이 좀 많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추억보다 자신을 낮추고 눈과 귀를 열었던 경험을 소중히 여겼다. “나야말로 복장(福將·복이 많은 지도자라는 뜻)이다. 선수와 코치로 9명의 감독 밑에 있었다. 박영길, 정동진, 우용득, 김성근, 백인천, 김용희, 서정환, 김응용, 선동열. 그런 훌륭하신 분들을 모셨으니 다 내 복 아닌가. 누구나 장단점은 있다. 졌을 때 행동, 연패 때 선수 관리, 코치와의 관계 설정 등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정동진 감독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다. 어느 날 너무 힘들어 스승을 찾아갔더니 힘들 때마다 꺼내 보라고 봉투 3개를 줬는데 나중에 열어 보니 3통 모두 ‘참아라’라고 적혀 있었다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배우고 일지에 적어 나갔다.” 그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선동열 감독이 삼성에 있던 시절 하루아침에 1군 코치에서 2군 코치로 강등된 것. “이유도 몰랐다. 왜 그랬는지 요즘도 선 감독에게 묻고 싶다. 가장 힘들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배운, 소중했던 시기였다. 1군에 있으면 삼성밖에 안 보였는데 2군에 있으니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때 퇴근하면 TV로 다른 팀 경기를 볼 여유가 생겼다. 인터넷 하이라이트라도 꼭 챙겼다. 다른 팀 플레이를 연구한 뒤 훈련 때 써먹었다. 진짜 공부 많이 했다.” 류 감독이 당시 2군에서 가르쳤던 배영섭과 정영식은 훗날 삼성의 간판으로 성장했다.○ 이승엽 논란 지난해 삼성 간판타자 이승엽(38)의 기용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구단에서도 왜 3, 4번에 넣느냐는 말이 나왔다. 본인도 시즌 도중 타순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다 반대했다. 욕은 감독이 먹을 테니 이겨 내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때 합의해서 6번으로 내렸다.”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이승엽도 세월은 비켜갈 수 없었다. 방망이는 무뎌져만 갔다. 그런 이승엽을 고집했던 이유를 묻자 류 감독은 이렇게 되물었다. “국민타자 아닌가. 승엽이가 게으름을 피운다면 벌써 2군에 보냈을 거다.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그리 열심히 하는데 어찌 외면하느냐.”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고참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삼성의 결속력을 끌어올렸다. 그럼 올해는. “올 시즌은 아마 승엽이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른다. 6번 말뚝으로 기용하려 한다.” 감독 부임 후 3년 내리 헹가래를 받았어도 “아직은 초보”라고 말하는 류 감독은 “투수 교체나 대타를 잘 써 이길 수 있지만 코치와 선수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 늘 그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야구를 기다림의 야구라고 밝힌 그는 좀처럼 화도 내지 않는다. 올 한 해 그에게는 거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형 FA 이동과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로 다른 팀 전력은 향상됐다. 삼성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났다. 류 감독은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사령탑을 맡았다 예선에서 탈락했기에 명예회복의 부담도 크다. 안팎으로 무거운 과제를 떠안은 류 감독은 13일 삼성 야구단 시무식을 치른다. 그는 ‘류중일 2기 야구’의 닻을 올리면서 초심을 강조한다. “우승 세 번 한 거 다 잊어야 한다. 선수들이 ‘한 번쯤 안 해도 되겠지’라고 느슨해진다면 큰 오산이다. 계속 하고 싶다. 꿈은 커야 하고 꿈은 이뤄진다.” 이쯤 되면 류 감독은 다른 감독의 공적(公敵)이라도 될 것 같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처음이죠?”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기자실에서 만난 왕년의 배드민턴 스타 김동문 원광대 스포츠학부 교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날 끝난 빅터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단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해 ‘남의 잔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991년 시작돼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동안 한국 셔틀콕이 받은 최악의 성적표였다. 지난해에는 2개의 금메달을 땄다. 이번에 TV 해설을 맡은 김 교수는 선수 시절 코리아오픈 혼합 복식 6연패, 남자 복식 3연패의 위업을 이뤘기에 현주소가 더욱 안타까웠다. 한국은 여자 단식 2연패를 노린 세계 5위 성지현(MG새마을금고)이 전날 4강전에서 세계 3위 랏차녹 인따논(태국)에게 1-2로 패해 금은커녕 은메달도 하나 없이 대회를 끝냈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홈인 데다 새해 첫 대회여서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2월에 강력한 체력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긴급회의까지 하며 대표팀 전력 보강 방안을 논의했지만 예견된 추락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은 8강까지 5개 종목별로 2, 3개조가 진출하며 경합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엔 대표팀 전체를 통틀어 5개조가 올랐을 뿐 나머지는 전멸했다. 얇아진 선수층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협회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실업팀 감독은 “특정 선수들만 혹사하고 주니어나 2진급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다. 반면에 우리가 한 수 접고 봤던 일본의 성장세가 무섭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4강까지 3개조가 오르며 한국을 능가했다. 한국은 안방 코트의 이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8강전에서 평소보다 훨씬 덜 날아가는 셔틀콕을 써 속전속결이 강점인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상대 선수의 플레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나왔는지도 의문시된다. 똑같은 패턴에 실점하는 상황이 허다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고의 패배 의혹 속에 동메달 1개에 그친 뒤 다시 위기를 맞았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를 명예 회복의 무대로 삼으려면 연초에 불어닥친 참사의 교훈을 잘 새겨야 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배드민턴 대회 때 사용하는 셔틀콕은 경기 당일 체육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비거리 차이가 나는 세 가지 모델을 테스트하는데 기온이 높으면 덜 나가게 하고, 낮으면 더 나가는 제품을 선택한다.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체육관에서 열린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에서는 전날보다 셔틀콕이 덜 나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한파 때문에 실내 온도를 높인 영향으로 보인다. 우승을 노린 세계 17위 이용대(삼성전기)-유연성(상무) 조는 세계 6위 엔도 히로유키-하야카와 겐이치 조(일본)에 1시간 27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1-2(21-16, 21-23, 15-21)로 역전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들의 강점인 강력한 스매싱은 예전보다 무뎌 보인 반면 일본 팀은 탄탄한 수비와 드라이브가 위력을 보였다. 이용대는 “랠리가 길어져 고전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제를 통해 일본 선수들은 네 차례나 판정 번복을 이끌어 냈다. 여자 단식 2연패를 노리는 세계 5위 성지현(MG새마을금고)은 세계 12위 미타니 미나쓰(일본)를 44분 만에 2-0(21-15, 23-21)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175cm의 성지현은 “셔틀콕이 잘 나가지 않아 코트를 넓게 쓰며 공략했다. 키가 작은 상대 선수(160cm)의 체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5일 울산에서 만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산 넘어 산”이라고 말했다. 전날 LG를 접전 끝에 누른 뒤 이날 모비스와 맞붙은 데 이어 다음 상대는 SK였기 때문이었다. 상위 3강과 잇따라 만나는 험난한 대진이었다. 하지만 가시밭길에서 2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당시 모비스에 20점 차로 완패했던 전자랜드는 9일 SK를 인천 홈에서 75-66으로 꺾었다. 전자랜드가 SK를 이긴 것은 2012년 10월 13일 이후 453일 만이다. 그 후 전자랜드는 올 시즌 3연패를 포함해 SK와의 상대전적에서 8연패에 빠져 있었다. 유도훈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SK와 대등해야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날 전자랜드 플레잉 코치로 승격된 이현호는 17득점에 리바운드를 팀 최다인 9개나 잡았고 김상규도 11득점, 5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새롭게 전자랜드 주장이 된 리카르도 포웰(19득점)과 찰스 로드는 35점을 합작했다. 5위 전자랜드는 16승 16패를 기록해 4위 KT를 1.5경기 차로 쫓았다. 5경기 출전 정지에서 풀려나 이날 코트에 복귀한 SK 애런 헤인즈(사진)는 18분 동안 11점을 넣었다. 헤인즈가 못 뛴 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했던 SK는 이날 패배로 모비스에 단독 선두 자리를 내주고 0.5경기 차 2위로 밀렸다. KCC는 동부를 74-64로 누르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4연패에 빠진 동부는 인삼공사와 공동 최하위가 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료의 패배가 오히려 자극제라도 됐을까. 한국 배드민턴의 새로운 황금 콤비로 떠오른 이용대(삼성전기)와 유연성(상무). 이들은 지난해 10월 처음 짝을 이룬 뒤 그해 11월 중국오픈과 홍콩오픈에서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서는 등 안정된 호흡을 과시하며 세계 랭킹을 17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한 달 동안 훈련에만 매달린 이들이 8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남자복식 1회전에서 올해 첫 대회에 나섰다. 홈 코트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릴 만했지만 홍콩의 윤룽찬-천하이리 조(세계 39위)를 26분 만에 2-0(21-9, 21-9)으로 완파하고 가볍게 16강전에 진출했다. 이들보다 앞서 경기를 치른, 세계 4위로 2번 시드를 받은 김기정-김사랑 조(삼성전기)는 세계 15위 가무라 다케시-소노다 게이고 조(일본)에 0-2(17-21, 19-21)로 패했다. 2012년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던 김기정-김사랑 조의 조기 탈락을 지켜본 뒤 출전한 이용대와 유연성은 경기 내내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인 끝에 완승을 엮어 냈다. 이용대는 “첫 경기는 늘 어렵기 마련이다. 연성이 형과 경기 전부터 방심하지 말고 계속 점수 차를 벌려 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신승찬(삼성전기)과 출전한 혼합 복식에서도 2회전에 올랐다. 여자 복식의 장예나(김천시청)-김소영(인천대) 조와 여자 단식 기대주 성지현(한국체대)과 배연주(인삼공사)도 나란히 2회전에 합류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T가 LG에 83-85로 뒤진 경기 종료 9.3초 전. 작전타임을 부른 전창진 KT 감독은 확률 높은 2점슛 대신 단번에 역전을 노린 3점슛을 염두에 둔 전술을 주문했다. 외국인 선수 아이라 클라크가 5반칙 퇴장했기에 연장전에 가봐야 승산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의 지시는 적중했다. KT는 중책을 맡은 조성민이 종료 3.3초 전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3점슛을 꽂으며 LG 박래훈에게 파울까지 얻었다. ‘4점 플레이’를 완성한 조성민에 힘입어 KT는 2점 차 뒤집기에 성공했다. 전 감독은 승리를 확신한 듯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KT가 8일 창원에서 열린 프로농구 방문 경기에서 조성민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LG를 87-85로 꺾었다. 3연승을 달린 KT는 17승 14패로 4위 자리를 굳게 지키며 5위 전자랜드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조성민은 3점슛 6개를 성공시키며 26점을 터뜨렸다. 송영진(18득점) 오용준(16득점)도 제 몫을 다했다. KT는 50%의 성공률로 3점슛 13개를 넣었다. 3연패에 빠진 3위 LG는 21승 11패로 2위 모비스(23승 9패)와의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잠실에서 오리온스는 삼성을 78-72로 꺾었다. 오리온스는 14승 18패로 삼성과 공동 6위가 돼 치열한 중위권 순위 경쟁을 예고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사진)가 1996년 프로 데뷔 후 통산 수입 1조4000억 원 고지를 돌파했다. 미국의 골프 잡지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8일 우즈가 1996년 이후 2013년까지 18년 동안 13억1627만 달러(약 1조4064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우즈는 수입의 88%를 스폰서 계약을 통해 창출했다. 우즈는 지난해 스폰서 수입 7100만 달러와 대회 상금 1200만 달러를 합해 8300만 달러를 벌어 프로 골퍼 가운데 최고 수입을 올렸다. 우즈에 이어 필 미켈슨(미국)이 5200만 달러로 2위에 올랐다. 아널드 파머(85·4000만 달러)와 잭 니클라우스(74·2600만 달러)는 라이선스 계약, 코스 설계 등으로 3, 4위에 이름을 올리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과 유럽 투어 상금왕을 석권한 헨릭 스텐손(스웨덴)은 대회 상금으로만 1900만 달러를 받았지만 스폰서 수입은 280만 달러에 그쳐 5위였다. 아시아 선수 중에는 일본의 이시카와 료가 798만 달러(26위)를 벌어 가장 많았다. 최경주(SK텔레콤)는 778만 달러로 28위를 차지해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여자 선수로는 폴라 크리머(미국)가 533만 달러로 48위에 올라 홍일점으로 50위 안에 들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지난 주말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난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51·사진)은 방으로 배달된 설렁탕으로 홀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입맛도 없고…. 요즘 자주 이래요. 누구 만나고 싶지도 않고….” 전 감독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늘었다. 2002년 TG삼보(현 동부) 감독 대행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올 시즌이 어느 때보다 힘들다. KT는 이번 시즌 직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23.5%의 1순위 지명확률을 갖고도 순번에서 밀려 원했던 전력 보강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 오리온스와의 4 대 4 트레이드 과정에서 김도수의 도핑 문제가 불거져 나와 신인 지명권까지 넘겨주게 됐다. 전 감독은 쏟아지는 악재에 대해 “모두 내 탓”이라고 자책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KT는 하위권이 유력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동부, 인삼공사, 전자랜드, 오리온스보다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KT는 이런 예상을 깨고 SK, 모비스, LG 등 3강의 뒤를 쫓으며 꾸준히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 감독이 특유의 조직 농구와 탄탄한 수비 전술을 펼친 데다 한물갔다거나 철저하게 무명이라는 평판을 듣던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왼손잡이 슈터 오용준(34)과 가드 김우람(26)이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4.9득점에 그쳤던 오용준은 올 시즌 고비마다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리며 공격력이 평균 10점 가까이로 올랐다. 오용준은 “감독님에게 ‘이제 하고 싶어도 기회가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를 깨닫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KCC 2군 출신인 김우람은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은 뒤 농구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전 감독의 지원 속에 주전 자리를 꿰찬 김우람은 지난 시즌 평균 10분 출전에 3.4득점이던 기록이 올 시즌 25분 출전에 8.2득점으로 향상됐다. 이들이 은인으로 꼽는 전 감독은 오히려 “선수들이 워낙 착하고 성실한 덕분이다. 스스로 노력해 얻은 성과”라며 겸손해했다. 훈련 때는 엄해도 코트 밖에서는 친한 맏형 같은 전 감독을 중심으로 KT 선수들은 끈끈한 응집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지난 주말 관심을 모은 오리온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KT 조성민, 송영진 등 주축 선수들은 “전쟁에 나가는 기분”이라며 정신력을 다진 끝에 완승을 엮어냈다. 논란이 된 4 대 4 트레이드 이후 KT의 부산 안방경기 평균 관중은 6803명으로 그 이전의 4012명보다 3000명 가까이 늘었다. 전태풍 영입이 확실한 흥행카드가 된 셈이다. 전 감독은 “훈련하고 게임할 때가 가장 재밌고 행복한 시간이다. 선수들의 땀 냄새에서 새로운 의욕을 느낀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배드민턴의 에이스 이용대(26·삼성전기·사진)는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남자 복식에서 통산 3차례 우승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정재성과 호흡을 맞춰 2연패를 이룬 뒤 지난해에는 고성현과 정상에 올랐다. 이용대는 7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막하는 올 대회에 다시 새로운 파트너와 출전한다. 2년 선배인 유연성(상무)과 대회 통산 네 번째이자 2년 연속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지난해 10월부터 짝이 된 이들은 11월 중국오픈과 홍콩오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안정된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용대는 지난해 말 시달렸던 골반 부상에서 말끔히 벗어나 시즌 첫 승의 희망을 밝혔다. 대회 개막을 앞둔 6일 경기장에서 만난 이용대는 “새해 첫 경기이고 홈에서 열리는 만큼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올해 인천 아시아경기를 비롯해 큰 대회가 많아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어느 때보다 훈련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성이 형은 공격과 수비뿐 아니라 네트 플레이까지 두루 잘한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돼 편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대회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승인하는 대회 중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2등급에 속한다. 총상금 규모는 60만 달러(약 6억3000만 원).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리총웨이(말레이시아)와 세계 2위 천룽(중국), 혼합 복식 1위 조 등 종목별로 세계 강호들이 총출동해 우승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는 “이용대가 출전하는 남자 복식과 여자 단식 성지현(세계 5위), 배연주(세계 7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