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커녕 은메달도 없이… 배드민턴 ‘안방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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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4강 올랐던 성지현도 패배… 코리아오픈 사상 최악의 성적표

“처음이죠?”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기자실에서 만난 왕년의 배드민턴 스타 김동문 원광대 스포츠학부 교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날 끝난 빅터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단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해 ‘남의 잔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991년 시작돼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동안 한국 셔틀콕이 받은 최악의 성적표였다. 지난해에는 2개의 금메달을 땄다. 이번에 TV 해설을 맡은 김 교수는 선수 시절 코리아오픈 혼합 복식 6연패, 남자 복식 3연패의 위업을 이뤘기에 현주소가 더욱 안타까웠다. 한국은 여자 단식 2연패를 노린 세계 5위 성지현(MG새마을금고)이 전날 4강전에서 세계 3위 랏차녹 인따논(태국)에게 1-2로 패해 금은커녕 은메달도 하나 없이 대회를 끝냈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홈인 데다 새해 첫 대회여서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2월에 강력한 체력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긴급회의까지 하며 대표팀 전력 보강 방안을 논의했지만 예견된 추락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은 8강까지 5개 종목별로 2, 3개조가 진출하며 경합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엔 대표팀 전체를 통틀어 5개조가 올랐을 뿐 나머지는 전멸했다. 얇아진 선수층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협회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실업팀 감독은 “특정 선수들만 혹사하고 주니어나 2진급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다. 반면에 우리가 한 수 접고 봤던 일본의 성장세가 무섭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4강까지 3개조가 오르며 한국을 능가했다.

한국은 안방 코트의 이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8강전에서 평소보다 훨씬 덜 날아가는 셔틀콕을 써 속전속결이 강점인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상대 선수의 플레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나왔는지도 의문시된다. 똑같은 패턴에 실점하는 상황이 허다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고의 패배 의혹 속에 동메달 1개에 그친 뒤 다시 위기를 맞았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를 명예 회복의 무대로 삼으려면 연초에 불어닥친 참사의 교훈을 잘 새겨야 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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