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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두 사람이 있다. 자매이고, 쌍둥이다.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아파트에 함께 산다. 오전 9시부터 둘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언니는 방, 동생은 거실에 각자 자리 잡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동생은 한 줄도 안 써져 머리를 쥐어뜯는데 방에 있는 언니는 “따다닥” 자판 소리가 요란하다. 부아가 치민 동생이 소리친다. “야, 그렇게 자판 소리 요란하게 친 것 치고, 잘 나온 소설 없어.” 시트콤 한 토막 같은 상황은 ‘쌍둥이 소설가 자매’인 언니 장은진(본명 김은진·35) 씨와 동생 김희진 씨가 들려준 얘기. 새 장편 한 권씩 나란히 낸 이들 자매를 20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소설은 동생 희진 씨가 먼저 쓰기 시작했지만 등단은 언니 은진 씨가 먼저였다. 1999년 목포대 국문과에 다니던 희진 씨는 과제로 단편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전남대 지리학과에 다니던 언니 은진 씨가 꼴사납다는 듯이 쳐다봤다. 동생은 “그럼 너도 써봐”라고 말했고, 언니는 이튿날 난생 처음 쓴 소설을 동생에게 건넸다. 동생은 언니의 글을 소설가인 유금호 목포대 교수에게 보여줬고, “음, 가능성이 보이는군”이란 유 교수의 한마디에 자극받은 언니는 습작에 골몰했다. 언니는 200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동생은 3년 뒤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언니의 첫 소설을 읽었을 때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위기감이 좀 있었죠.”(희진 씨) “위기감은 지금도 있죠. 호호.”(은진 씨) 은진 씨는 등단하며 장은진이란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곧 등단할 동생과 헷갈리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은진 씨는 전기(電氣)를 먹고 사는 한 여자와 두 남성의 얘기를 그린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를, 희진 씨는 24시간 빨래방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옷의 시간들’을 나란히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냈다. 언니는 세 번째 장편, 동생은 두 번째 장편. 지난해 초 출판사가 두 사람에게 각각 인터넷 연재와 함께 장편 출간을 제의했고 이들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승낙했다. 7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매일 인터넷에 연재된 장편의 분량까지 사이좋게 원고지 850장가량으로 같다. 함께 연재하고, 출간했다. 경쟁심은 없을까. 언니 은진 씨가 “저의 글에 댓글이 하나 더 달린 날에는 왠지 미안했지요”라고 말하자 동생 희진 씨는 “그런 날에는 ‘쟤 소설이 내 소설보다 나은 게 뭔데’라고 투덜거렸다”며 웃었다. 둘은 작품 주제나 방향 등을 토론하는 가장 가까운 동료 문인이기도 하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초고도 허심탄회하게 보여주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하지만 문제도 있다. 경험과 취향이 너무 같아 소설까지 비슷해질 위험이 있다는 것. 동생 희진 씨는 “가급적 닮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전 의견 교환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소설가가 함께하는 다음 목표는 무얼까. “저희 둘 다 드라마나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나중에 함께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어요. 소설은 공동 창작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집단 집필이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은진 씨) 결혼 생각도 별로 없다는 이들 쌍둥이 자매를 당분간 떼어놓기는 어려워보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천재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이 출중한 참가자가 많아요.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동일 일본 히로시마 엘리자베스음대 객원교수(69·사진)는 18일 심사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6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46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12일 예선을 시작해 이날 준결선 진출자 12명을 확정하며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했다. “심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게 적지 않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몇몇 학생만 가능했던 곡을 대다수 참가자가 어렵지 않게 연주해요. 기량뿐 아니라 프로그램 선택도 탁월합니다.” 심사위원단은 한 교수를 비롯한 국내 심사위원 3명, 해외 심사위원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들이 보는 대회 수준은 어떨까. “심사위원들이 모두들 ‘원더풀’이라고 말해요. 스케줄도 대단히 좋고 대회 운영도 깔끔합니다. 한 심사위원은 농담 삼아 ‘호텔 방에 샤워기만 있고 욕조가 없는 게 딱 하나 흠’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한 교수는 국내 피아니스트계의 산증인이다. 1954년 12세 때 명문 줄리아드음악원에 입학했고, 1965년 레번트릿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입상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심사위원장을 맡아 까마득한 후배들을 심사하고 있는 그에게 당시 우승 순간을 물었다. “결선에 5명이 올랐지요. 준비된 곡을 다 치고 나니 ‘베토벤 소나타 악장 하나를 천천히 쳐보라’고 하더군요. 연주를 마치니 심사위원이던 리언 플라이셔(83·‘왼손 연주자’로 유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내려와 웃으며 ‘생큐 베리 머치’라고 말했죠. 그때 우승을 예감했습니다.” 이 콩쿠르 우승 이후 한 교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도 훌륭한 연주가로 성장할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테크닉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는 허재원 씨 등 국내 참가자 4명,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참가자 8명 등 총 12명이 올랐다. 준결선은 20,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만5000∼3만 원. 02-361-1415, 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신용 시인(66·사진)이 4년 만에 시집 ‘바자울에 기대다’(천년의시작)를 냈다. 시집에는 2006년부터 그가 살고 있는 경기 시흥시 인근의 소래포구가 펼쳐진다. 광활하고 장엄한 포구가 나오지는 않는다. 소외되고 잊혀지는 작은 해안가의 사물들이 주인공이다. ‘노골(露骨) 같네/맑은 이슬의 뼈 같네//제 몸의 물기란 물기 다 말리며, 뼈 하나로 서서/울타리도 못되는 울타리로 서 있는 것/마당이란, 안의 바깥이며 바깥의 안이라고 하지만/안과 밖의 경계도 지우며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는 것’(시 ‘바자울’에서) 갈대나 수수 등을 이어 만든 울타리인 ‘바자울’은 시인이 시집 내내 천착하고 있는 주요 소재다. 19일 출판사에서 만난 김 시인은 “도시적인 개념으로 보면 울타리 같지도 않은 게 바자울이죠. 하지만 그 속에는 원초적인 따뜻함과 생명이 들어있습니다”라고 했다. 바자울에서 뽑아낸 뼈의 이미지는 시 ‘다시, 바자울에 기대다’에서 ‘살’(생명)로 되살아난다. ‘회를 뜬 자리/살 한 점 붙어 있지 않은 앙상한 생선의 뼈만 떠오르지만/그 뼈를 끓이면, 한 끼의 공복을 메울 양식이 된다’ 김 시인은 “주변의 눈에 띄는 사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갈대숲은 ‘갈대 하나 떼어놓으면 바람 잠시 앉았다 갈 의자 하나 되지 못하지만, 수천 수만의 몸이 얽혀 있으니 바람을 견디는 울’이 되고, 노을 진 염전은 ‘해바라기처럼 떠오르는 해가 노을의 밭을 경작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김 시인은 전남 완도군 신지도에 살며 2005년 시집 ‘환상통’을 냈고, 충북 충주의 산골마을인 도장골에 살며 ‘도장골 시집’을 묶어냈다. 거처를 옮기며 글을 쓰는 ‘방랑 시인’인 셈이다. 연유를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물을 잠시 보고서는 알 수 없지요. 그 속에 들어가 살며 육화된 시, 만져볼 수 있는 시를 써야 제 스스로 공감이 갑니다.” “제발 이사 좀 그만 가자”는 부인의 성화에도 김 시인은 동해안이나 남해안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살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몇 년 뒤에는 작은 어촌 풍경을 담은 새 시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노재집 경도섬유 대표 별세·영석 경도섬유 부사장 부친상·박시흥 인터히트 대표 신동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이재돈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 이사 윤민호 까치관광 이사 장인상=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3410-6912}
"천재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이 출중한 참가자들이 많아요.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 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동일 일본 히로시마 엘리자베스 대학교 객원교수(69)는 18일 심사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6개국 46명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참가한 이 대회는 12일 예선을 시작해 이날 준결선 진출자 12명을 확정하며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했다. "심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게 적지 않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몇몇 학생만 가능했던 곡을 대다수 참가자들이 어렵지 않게 연주해요. 기량 뿐 아니라 프로그램 선택도 탁월합니다." 심사위원단은 한 교수를 비롯한 국내 심사위원 3명, 해외 심사위원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그들이 보는 대회 수준은 어떨까. "심사위원들이 모두들 '원더풀'이라고 말해요. 스케줄도 대단히 좋고 대회 운영도 깔끔합니다. 한 심사위원은 농담 삼아 '호텔 방에 샤워기만 있고 욕조가 없는 게 딱 하나 흠'이라고 하더라구요. 하하." 한 교수는 국내 피아니스트계의 산 증인이다. 1954년 12세 때 명문 줄리아드 음악원에 입학했고, 1965년 리벤트리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입상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심사위원장을 맡아 까마득한 후배들을 심사하고 있는 그에게 당시 우승 순간을 물었다. "결선에 5명이 올랐지요. 준비된 곡을 다 치고 나니 '베토벤 소나타 악장 하나를 천천히 쳐보라'고 하더군요. 연주를 마치니 심사위원이던 레온 플라이셔(83·'왼손 연주자'로 유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내려와 웃으며 '땡큐 베리 마치'라고 말했죠. 그때 우승을 예감했습니다." 이 콩쿠르 우승 이후 한 교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도 훌륭한 연주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테크닉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G와 함께 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는 허재원 씨 등 국내 참가자 4명,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참가자 8명 등 총 12명이 올랐다. 준결선은 20,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만5000~3만원. 02-361-1415~6황인찬기자 hic@donga.com}

신경숙 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이 24일 게재 예정인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집계에 처음 올라 양장본 소설 부문 2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공지영 씨(사진)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 이후 ‘제2의 신경숙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 씨가 먼저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 진출을 도운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17일 “최근 공 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번역본을 미국 출판사들에 보냈고 그쪽에서 검토 중”이라며 “2주 정도 뒤에는 출간과 관련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공 씨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이 대표는 “이달 말 계약이 이뤄지면 내년 말쯤 미국 출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2005년 국내서 출간돼 100만 부가 판매된 공 씨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소설의 인기를 바탕으로 2006년 배우 강동원, 이나영 씨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릴 적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유정과 어릴 적 불우하게 자라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사형수가 된 윤수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봉순이 언니’ ‘즐거운 나의 집’ 등 공 씨의 대표작들을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우리들…’을 해외 진출작으로 선정했다”며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어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정서, 그리고 사형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국경을 떠난 문학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럽의 한 출판사와 이미 ‘우리들…’의 출간 계약을 마친 이 대표는 “아직 출판사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 미국 진출 등 가시적인 해외 판권 계약을 마쳤을 때 함께 밝히겠다”고 말했다.한편 ‘엄마를 부탁해’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양장본소설 부문 21위에 오른 데 대해 이 대표는 “이번 순위가 3∼9일 판매 집계를 바탕으로 했으며 ‘엄마를 부탁해’는 5일 공식 출간 이후 단 5일간의 판매만으로 순위에 포함돼 실제 순위는 훨씬 높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어느 초여름 저녁. 한 부부는 친구와 친척 가족을 바비큐 파티에 초대한다. 흥겨운 저녁 자리는 한 아이의 고함 소리에 깨진다. 아이들이 크리켓 경기를 하던 중 한 아이가 “나는 아웃이 아니야”라며 생떼를 썼고, 급기야 커다란 방망이를 들고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던 것. 다른 아이의 아버지는 이를 말리려다 급기야 방망이를 든 아이에게 정강이를 걷어채였고 홧김에 그 아이의 뺨을 때렸다. 파티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는다. 맞은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때린 남자를 고소했고, 남자도 변호사를 고용해 법정 공방에 나선다. 아이는 뺨을 맞을 만큼 맞을 짓을 한 건가, 그렇다면 때려도 될 만큼 나쁜 짓은 무엇인가.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파티에 참여한 8명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파티에서 일어난 작은 돌발 상황을 시발점으로 다문화 사회와 인간관계의 내밀한 틈을 파고들었다. 2009년 커먼웰스 작가상 수상.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가 먼저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한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사진)은 15일 오전 기자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실 소파에 앉히자마자 숨 가쁘게 말을 이어갔다. 음반이나 공연 얘기가 아니라 전날 일부 반환된 외규장각 도서 얘기였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는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의 힘이 컸어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93년 한-프랑스 정상 간 합의를 했을 때도 프랑스 내 반발이 많았지요. 그때 반환을 강력히 주장한 주인공이 랑 전 장관입니다.” 정 감독은 1989∼94년 프랑스 국립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이때 그를 초빙한 사람이 랑 전 장관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밀접한 친분을 쌓았다. “예전부터 외규장각 도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랑 전 장관은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 ‘일단 빌려주기라도 하자’고 직언을 해 결국 미테랑 대통령이 1993년 한 권(휘경원원소도감의궤)을 한국에 가져올 수 있었어요. 이후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와 관련한 일들은 잊혀졌지만 랑 전 장관은 꾸준히 반환 노력을 해왔죠.” 정 감독은 자신도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2년 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오페라 공연을 할 때 랑 전 장관을 우연히 만나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랑 전 장관은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나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직언을 했다. 정 감독 자신도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직접 “외규장각 도서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편지를 썼고, “지금 잘되고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그는 밝혔다. 정 감독은 마침내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이 시작된 것에 대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빌려주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프랑스가 갖고 있는 산더미 같은 (다른 나라의) 유물의 전례가 될 수도 있고요. 일부에서는 대여 형식을 문제 삼지만 한번 들어온 것이 다시 나가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프랑스인인 랑 전 장관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왜 적극적일까. 정 감독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그는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한국에 호의적인 시각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정 감독은 “외규장각 도서가 모두 반환될 때쯤에 정부 차원에서 랑 전 장관을 초청해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인문·교양 시인 신동문 평전(김판수 지음·북스코프)=4·19혁명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들’의 시인이자 출판인, 논객인 신동문의 생애를 다룬 첫 평전. 1992년 이후 시인과 만남을 이어온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1만6000원. 런던통신1931-1935(버트런드 러셀 지음·사회평론)=20세기 가장 뛰어난 철학자, 수학자, 작가인 버트런드 러셀이 1931∼1935년 미국 허스트그룹 소유 신문 고정 필자로 쓴 칼럼을 모은 책. 당대 모순을 에둘러 비판한 러셀의 지성과 재치를 읽을 수 있다. 1만4800원. 돈의 본성(제프리 잉햄 지음·삼천리)=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화폐에 대한 이론 총결산.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을 오가며 화폐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산되며 어떻게 가치를 얻고 잃는지 설명했다. 2만3000원. 아틀라스 일본사(일본사학회 지음·사계절)=국내 일본사 연구의 총본산 일본사학회가 4년의 시간을 들여 쓴 통사적 안목의 일본 역사서. 179개 역사지도와 다양한 표, 그림을 넣어 이해를 도왔다. 2만9800원. 조선왕조사(이성무 지음·수막새)=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양반사회, 당쟁, 과거제도를 소재로 한 대중서를 선보여온 저자가 조선왕조 전대사를 정리했다. 왕조 정치사를 사대부, 훈신, 사림, 탕평, 외척·세도 정치로 구분한 1000여 쪽의 통사. 4만3000원. ○ 문학 뿔뱀(표성흠 지음·천년의시작)=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 사상가, 경제학자이자 문필가인 연암 박지원의 사상과 업적을 현실감 있게 펼쳐냈다. 5000만 원 고료 1회 연암문학상 수상작. 1만2000원.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로랑 세크직 지음·현대문학)=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과 미국을 거쳐 브라질로 피신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을 그렸다. 1만2000원. 그 여자의 자살편지(케르스틴 기어 지음·들녘)=되는 일이 없던 한 30대 여성은 자살을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전 재산으로 명품 원피스를 사 입고, 고급 호텔에 투숙한 그녀에게 인생의 반전이 찾아온다. 1만3000원. 신들은 목마르다(아나톨 프랑스 지음·뿌리와이파리)=1973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공포 정치’ 아래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불완전성을 그렸다. 192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1만5000원. 실비와 브루노(루이스 캐럴 지음·페이퍼하우스)=동일한 노래나 말, 음향 등이 만들어내는 통로를 통해 환상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가 선보이는 또 다른 동화 속 세계. 1만3000원.○ 학술 알기 쉬운 정치경제학(김수행 지음·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자본주의 경제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노동, 시장, 화폐, 세계 대공황의 역사와 1997년 한국에 닥쳤던 경제위기를 되짚어본다. 2만 원.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히로세 다카시 지음·프로메테우스)=전 세계 각종 분쟁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 분석했다. 인간의 파괴 본성 때문이 아니라 전쟁으로 이득을 얻는 몇몇 사람에 의해 전쟁은 발발한다고 지적한다. 1만8000원. 막스 베버-소명으로서의 정치(막스 베버 지음·폴리테이아)=1919년 뮌헨의 진보적 학생단체인 ‘자유학생연맹’에서 한 막스 베버의 강연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해설을 곁들어 풀어냈다. 1만3000원. 일상의 악덕(주디스 슈클라 지음·나남)=기독교인인 스페인 사람들은 신대륙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입으로는 경건하고 자유로운 기독교의 교리를 말했지만 행동으로는 잔혹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보이는 잔혹성, 속물근성, 배신과 위선을 파고들었다. 2만5000원.○ 실용·기타 깊은 인생(구본형 지음·휴머니스트)=위대한 사람은 꼭 성공가도를 달린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위대함을 끄집어내 자기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1만3000원. 블랙워터(제러미 스카힐 지음·삼인)=9개국에 파견한 2300여 명의 군인, 언제든 소집 가능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과 군인 2만1000명의 데이터베이스, 중무장 헬리콥터 등 20여 대의 항공기와 거대한 군사기지…. 미국의 민간 군사회사 ‘블랙워터’의 실상을 해부. 2만5000원. 100 디스커버리(피터 매니시스 지음·생각의 날개)=‘물리학자들은 어떻게 방사능을 발견했을까’ ‘우주에서도 비행하는 법을 어떻게 생각해냈지’ 등 인류 역사에 가장 중요한 100가지 과학적 발견에 얽힌 질문들이 담겨 있다. 2만 원. 나도 피아노 가르칠 수 있다(김성혜 지음·서울말씀사)=피아니스트이자 한세대 총장인 저자가 연주 경험과 학생을 가르치면서 쌓은 경험을 담아 펴낸 피아노 교수법에 관한 책.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테크닉을 유형별로 나누고 해결법을 제시했다. 1만 원. 마케팅, 가치에 집중하라(밥 길브리스 지음·비즈니스맵)=소비자에게 정보와 보상 및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등 ‘가치마케팅’ 수단을 소개. 1만5800원. 좋은 아빠, 멋진 아빠로 만드는 아빠학교(권오진 지음·상상공간)=바쁜 일로 양육에서 제외되기 십상인 아빠에게 자녀와 함께 놀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 인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아빠가 1% 바뀌면 아이는 10% 변한다’는 생각으로 집필했다고 설명한다. 1만4000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왔다. 공장은 불법적으로 쇄석기를 들여와 밤낮으로 돌을 깬다. 먼지가 풀풀 날려 꽃 위에 날아 앉고 사람들은 공장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주민들은 “그냥 이대로 살게 해달라”며 공장 앞에서 시위를 한다. 여기까지는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신문 사회면 기사 같은. 하지만 소설은 이 마을과 상관없는 ‘영희’라는 인물을 사건 속으로 끌어들여 독자들에게 “이 얘기는 바로 자신의 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영희는 어떤 인물인가. 살던 동네가 재개발된다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 운영하던 가게가 철거되며 권리금, 시설투자금을 날리고 집주인에게 쫓겨나 길바닥에 나앉는다. 집 얻을 돈도 없어 도시 근교 진평리의 빈집을 찾아 들어가고, 동네 사람들에게 이끌려 엉겁결에 시위에 동참하게 된다. “에에, 진평리, 평주리, 영산리, 봉현리 등 순양석재공장 피해 인접부락이서 데모를 허는 날입니다.” 동네 이장의 방송 소리에 노인들은 삼삼오오 공장 앞으로 모인다. 30, 40대라곤 영희를 비롯해 서너 명에 불과한 시위대는 무기력하다. 시위 현장을 찍던 형사는 “이러면 영업방해로다가 현장체포감들이여, 우리 언니들이 토옹 뭣을 몰라”라고 이죽거리고, 시위대로 길이 막히자 트럭 기사는 “칵 갈아버릴까보다 그냥”이라며 겁준다. 할머니들이 무시당하자 영희는 울컥한다. 메가폰을 잡고 몇 마디 말한 것 때문에 덜컥 대책위원장이 돼 버린다. 광주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작가의 지인이 겪은 일을 뼈대로 현지 주민들을 만나 사실감을 높였다. 다만 공장과 주민이 재판 중인 사건이라 실제 지명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소설은 2011년 우리 현실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확대해 공감을 끌어낸다. 시위라고는 평생 남의 일로 여겼지만 대책위원장이 되고 법정 소송까지 하게 되는 영희, 일감을 찾아 4대강 공사현장을 기웃거리는 영희의 남편 철수, 한국 노모를 모시는 베트남 며느리, 편파적인 기사를 싣는 지역신문, 얼굴만 삐죽 내밀며 사태 해결에는 무관심한 정치인 등. 단지 꾸며진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얘기’다.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비극을 희극처럼 풀어가는 솜씨도 탁월하다. 베트남 며느리가 시장에서 만난 영희에게 바나나를 건네주자 주위에서 “시위도 안 나올 건디 뭣이 이쁘다고 주냐”라고 한마디 한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할머니들은 천진난만하게 경찰에게 농을 건네고 이 상황이 재미있어 서로 자지러지게 웃는다. 진평리에서 먼저 세상을 뜬 망자의 얘기로 시작해, 시위에 참가했던 할머니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이들은 살갑게 지내던 가족과 동네 사람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근처에서 맴돈다. 산 사람이 못 지킨다면 죽은 사람이 나서서라도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듯이.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MOVIE◆안티 크라이스트눈 내리는 깊은 밤, 그와 그녀는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러는 동안 어린 아들은 잠에서 깨어나 열린 창가에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 추락하고 만다. 아들을 잃은 그녀는 깊은 슬픔과 자책감으로 점점 병들어 가고, 그는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에덴’ 숲으로 함께 떠난다. 심리치료사인 그는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하며 치료방법을 찾는다. 그녀는 조금씩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윌렘 데포, 샤를로트 갱스부르 출연. 14일 개봉. 18세 이상.인간에게 젖어드는 광기의 근원을 찾아가는 섬뜩한 여정. ★★★☆ (정지욱)불안과 공포는 인간의 원죄인가. 감독의 집요한 시선에 눈이 간다. ★★★ (민병선 기자)◆수상한 고객들업계 최고의 보험 판매사원인 병우는 어느 날 고객의 자살 방조 혐의로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다. 그는 몇 년 전 고객들과의 찜찜한 계약을 떠올리고 그들을 찾아 나선다. 만사가 괴로운 기러기 아빠 오 부장부터, 까칠한 소녀가장 소연, 입만 열면 욕설을 내뱉는 청년 영탁까지 하나도 만만한 상대가 없다. 방심하다간 한순간에 한강 물로 뛰어들 기세인 이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병우는 온갖 감언이설과 허세를 총동원해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병우는 예상치 못했던 그들의 순수함과 가족애에 점점 감화된다. 조진모 감독. 류승범, 성동일, 박철민 출연. 14일 개봉. 15세 이상.따스함을 담으려 했지만 부족하고, 어색했다. ★★☆ (정지욱)◆무산일기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25’로 시작하는 탈북자 승철은 일자리 얻기가 힘들다. 벽보를 붙이고 음란물이 담긴 전단을 돌리는 일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승철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휴일마다 교회에서 숙영을 만나는 것. 어느 날 승철은 숙영이 노래방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 취직한다. 하지만 숙영은 승철에게 교회에서 자신을 모르는 척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승철의 유일한 친구였던 경철은 탈북자 브로커 일을 하다가 사기사건에 얽힌다. 박정범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진용욱, 강은진 출연. 14일 개봉. 15세 이상. 놓치지 말아야 할 올해의 한국영화. ★★★★ (이상용)그들도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하며…. ★★★☆ (정지욱) ◆클로즈드 노트여대생 카에는 이사를 하다 전 주인이 놓고 간 노트 한 권을 발견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까맣게 잊고 지낸다. 그러던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에 만년필을 사러 온 이시토비에게 사랑을 느낀다. 카에는 혹시나 해서 잊고 있었던 노트를 펼치는데, 노트의 주인인 초등학교 교사 이부키의 사진과 일기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이부키는 가르치던 학생들과의 진심 어린 소통과 대학 동창 다카시라에 대한 사랑의 고민을 노트에 적어 놓았다. 카에는 일기를 읽을수록 이부키를 동경하게 되고 삶에 용기를 얻는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사와지리 에리카, 다게우치 유코 출연.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봄날의 상큼한 정서와 멜로의 천재성이 그득하다. ★★★ (정지욱)■ CONCERT◆보드카레인 고별 콘서트‘100퍼센트’ ‘친구에게’ ‘심야식당’ 등 섬세하고 여운을 남기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고단함을 달래 온 4인조 남성 록밴드 보드카레인. 4만4000원. 1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02-3141-5777◆안테나뮤직 워리어스 “그래, 우리 함께”정재형(피아노), 유희열(키보드), 루시드폴(기타), 신재평(기타), 이장원(베이스), 박새별(키보드). 이름만으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들이 무대를 준비했다. 6만6000∼8만8000원. 15일 오후 8시, 16일 17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1544-1555◆애시드맨 내한공연발매하는 모든 앨범을 오리콘 차트 순위권에 진입시키는 실력파 일본 록밴드 애시드맨이 8집 ‘아루마’ 발매 기념 아시아 투어를 한다. 2009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이은 두 번째 내한 공연. 3만5000원. 16일 오후 7시 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 라이브홀. 1544-1555◆옐로우몬스터즈 결성 1주년 기념콘서트델리스파이스의 드러머 최재혁, 마이앤트메리의 베이스 한진영, 검엑스의 기타 겸 보컬 이용원이 결성한 3인조 펑크록밴드가 결성 1주년을 맞았다. 3만∼3만5000원. 16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 02-322-8488■ PERFORMANCE◆뼈의 노래어머니가 죽은 뒤 뿔뿔이 떠난 딸들이 18년 뒤 홀로 사는 아버지의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 출신인 히가시 겐지의 희곡을 젊은 감각의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이 기획하고 창단 2년 된 극단 낭만유랑단이 제작했다. 2만 원. 5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방진 소극장. 070-7642-4814◆갈매기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 갈매기의 국내 초연을 연출한 지촌 이진순(1916∼1984)에 대한 헌정 공연. 지촌과 생존 당시 공연으로 직접적 인연을 맺은 배우 김금지 송승환 정상철 윤여성 씨가 출연한다. 김석만 연출. 2만∼5만 원. 5월 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1644-2003◆아직 끝나지 않았다지난해 차세대 공연예술가 육성 프로젝트 ‘봄 작가, 겨울 무대’의 7개 작품 중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창작연극. 보험 사기극을 계획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인 임나진 작. 김태형 연출. 2만 원. 18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02-3668-0009 ◆굿극 ‘씻금’개원 60주년을 맞아 국립국악원이 서울 무대에 올리는 국립남도국악원의 대표 공연. 진도 씻김굿 의식을 이야기 속에 담아 표현한 남도 소리극이다. 이윤택 연출. 1만∼2만 원. 16,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300■ CLASSICAL◆콜린 커리 &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오케스트라 무대에서 변방에 그쳤던 타악기와 트럼펫이 모여 특색 있는 듀오 공연을 만들어냈다. 영국 타악기 연주자 콜린 커리와 스웨덴 트럼페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가 조 더들의 ‘캐치’ 등을 선보인다. 3만∼7만 원. 17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02-2005-0114◆오페라 ‘코지 판 투테’아지무스오페라단이 선보이는 해설과 함께하는 오페라 공연. 남녀 간의 애정 심리를 유쾌하게 그린 모차르트의 대표적 희가극이다. ‘바위처럼’ ‘여자들이여, 너무하는군요’ 등 아리아와 중창들이 펼쳐진다. 2만∼3만 원. 16일 오후 7시 반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070-7522-4649◆자음클라리넷 앙상블 연주회클라리넷은 음역의 폭이 넓고 표현력이 좋아 악단 구성상 필수적인 목관악기로 꼽힌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자음클라리넷 앙상블은 홀스트의 ‘행성’ 가운데 ‘목성, 쾌락의 신’ 등을 클라리넷으로 풀어낸다. 바수니스트 문창수 협연. 2만 원. 15일 오후 7시 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02-581-5404◆아를의 여인국내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와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연주자들이 모인 플루트교육자협회의 정기 연주회. 비제 ‘아를의 여인’, 도플러 ‘헝가리안 판타지’ 등을 연주한다. 2만 원. 1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 02-3487-2462■ EXHIBITION◆가치의 부재, 공간에 놓이다-변선영전화려한 색채, 기하학적 문양의 벽지를 배경으로 눈이 어지러울 만큼 복잡한 실내 풍경이 펼쳐진다. 동서양의 고전을 차용하고 일상의 이미지가 뒤섞인 그림들. 중심과 주변을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과연 무엇이 가치가 있고, 없는지를 묻는다. 5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02-725-1020◆특별한 만남-김승희전금속공예가인 작가가 금속이란 소재로 인한 색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옻칠 등 다른 분야의 장인과 손잡고 만든 장신구 연작 38점을 전시. 옻칠 나무판. 투명한 보석 등 다양한 소재가 금속과 어우러지면서 ‘따스함과 자연스러움이 결합된 통섭 장신구’가 탄생했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 02-734-0458◆2011 헨켈 이노아트전중견작가 이동기 유승호 홍경택 씨가 기존 작업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을 선보인 전시. 이 프로젝트는 한국메세나협의회의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으로 선정되어 독일에 본사를 둔 헨켈사의 지원으로 마련됐다. 헨켈은 해마다 중견작가 3명을 선정해 유럽무대 진출을 후원할 계획이다. 5월 4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 02-3141-1477◆바다를 논하다-신항섭전미술평론가로 알려진 작가는 35년 전 잡지 기자로 일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세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바다의 침묵에 귀 기울이며 찍은 풍경 사진을 소개한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 제3전시실. 02-734-7555}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오늘날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긴박하다. 정치범 은닉, 고문, 성희롱, 위계(僞計)와 살인, 처형, 자살 같은 강도 높은 장면들이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편으로는 오페라 팬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아리아들이 듬뿍 들어 있다. 화가 카바라도시가 연인 토스카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오묘한 조화’, 애인인 카바라도시를 구하려면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에게 몸을 내줘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카바라도시가 처형을 앞두고 연인을 떠올리며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 등 감미로운 아리아들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더욱 애절하게 만든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1∼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토스카를 공연한다. 1985년 창단한 이 오페라단의 첫 토스카 무대다. 작품성과 함께 대중성도 높은 토스카를 여태껏 무대에 올리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민간 오페라단은 토스카처럼 대중적인 오페라가 아니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시립오페라단으로서 대중적 작품보다는 ‘가면무도회’ ‘안드레아 셰니에’ 같은 대중에게 낯설지만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알리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새삼 토스카를 공연하는 이유에 대해선 “사실 토스카는 ‘오페라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며 그런 오페라를 우리만의 색깔로 표현해 팬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오페라는 3막 안에 단 24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을 그린다. 19세기 말 로마를 배경으로 토스카를 탐내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은 토스카의 애인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체포한 뒤 그의 석방을 대가로 토스카의 몸을 요구한다. 질투에 눈이 멀어 자기도 모르게 카바라도시를 위험에 빠뜨린 토스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국 신시내티대 음대 교수이자 신시내티대 음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마크 깁슨 씨가 지휘를 맡고 2005년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의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연출가로는 최초로 ‘나비부인’을 선보였던 정갑균 씨가 연출을 맡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주역 테너로 활동 중인 박기천 씨를 비롯해 한윤석 최성수 씨가 카바라도시 역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임세경 씨를 비롯해 김은주 김은경 씨가 토스카 역을 맡는다. 바리톤 고성현 최진학 박정민 씨는 애틋한 사랑을 파멸로 이끄는 악당 스카르피아 남작으로 변신한다. 2만∼12만 원. 02-399-1783∼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이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시작됐다. 이번 콩쿠르는 피아노 부문으로 24일까지 열린다. 1차 예선에는 16개국 46명(해외 34명, 국내 12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자유곡을 25분 이내로 연주한다. 14일까지 열리는 1차 예선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16∼18일 2차 예선을 치른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이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코진 씨(25). 왼쪽 손을 피아노에 댄 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그는 손수건으로 피아노 건반을 살짝 닦은 다음 건반에 손을 올렸다. 브람스의 ‘스케르초 e플랫 단조 4번’,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 39번’,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을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2008년 러시아 유디나 국제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그는 “첫 번째 순서였지만 별로 떨리지는 않았다. 순서에 신경 쓰기보다는 최선을 다했고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 등을 연주한 박근태 씨(20)는 “국제콩쿠르는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다”며 “실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대회 참가 자체가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의 수준이 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다른 연주자와 다르게 연주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기본적인 연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지를 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1차 예선이 끝나면 24명의 통과자를 발표한다. 2차 예선을 통해 20, 21일 열리는 준결선에는 12명이 참가한다. 1, 2차 예선과 준결선의 전체 연주곡목에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1곡 이상이 포함돼야 한다.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일 오후 7시, 24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콩쿠르 실황은 동아닷컴(www.donga.com/concours/seoulmusic)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02-361-1415∼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노벨 문학상, 아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세계 무대에서 상업적 성공이 필요한 소설은 미국, 즉 뉴욕 시장을 노리는데 그런 소설가들의 꿈을 바로 신경숙이 이룬 것이다.” 소설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열풍에 대해 소설가 이문열 씨는 11일 이렇게 말했다.》국내 대표적 작가이자 50종이 넘는 작품을 해외에 선보여온 그의 말처럼 문학계는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입에 대해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한국 문학 해외 진출의 역사는 이제 ‘엄마를 부탁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게 된 셈이다. 원작의 맛을 살리는 유려한 번역, 미국 문학 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의 마케팅과 배급력 등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적 해외 진출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꼽는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바로 ‘보편성의 힘’이다.○ 구원 죽음등 근원 문제 고민을 ‘엄마를 부탁해’는 하루아침에 실종된 엄마의 부재 속에서 잊혀졌던 엄마의 존재, 그리고 가족들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 엄마에 대한 그리움 등은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로, 이를 통해 세계인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제2의 ‘엄마를 부탁해’가 나오기 위해 한국 소설이 나아갈 방향으로 전문가들이 꼽은 것도 바로 보편성의 확보였다. 시인인 최동호 대산문화재단 이사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현란한 문체로 풀어가는 정도로는 해외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인류 보편의 주제인 ‘인간 구원’ ‘인간 존재’ 등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문제가 세계의 문제가 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편성이 강한 작가의 예로 ‘죽음’이란 보편적 주제로 프랑스에서 관심이 높은 이승우 작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도 보편성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한국적인 것, 토속성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대로 나가야 한다.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자식이 장애아인 것을 바탕으로 병이나 장애 같은 인류 공통의 고민에 천착해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세계인에게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도록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더라도 보편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외국에서 인정받는 소설을 보면 대개 자국의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상처를 소설화한다. 우리의 일제강점기 경험 등 역사적인 상처를 개인사로 잘 녹여낸다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는 소설은 그 지역의 관심사를 건드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소설가 할레드 호세이니 씨는 옛 소련의 침공, 내전, 탈레반 정권의 폭압 등 자국 현실을 배경으로 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2007년 아마존닷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인기 작가가 됐다. 이문열 씨는 이 사례를 들며 “미국에서 팔릴 수 있는 제3세계 문학은 미국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알카에다 등이 들어 있기에 큰 관심을 끌었다. 우리도 북한, 탈북자 등 미국인이 관심을 갖는 내용으로 보편성을 확보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과정에서도 보편성의 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인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는 “특히 해외에서 홍보할 때는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지만 내 일일 수 있다’는 점을 해외 독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한국인 엄마의 이야기가 태평양 건너 한국 땅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인식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6개국 피아노계 샛별 46명이 서울에 모였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예선을 시작으로 13일 동안의 열전에 들어간다. 11일 오후 서울플라자호텔에서 참가자 46명을 맞는 환영식이 열렸다. 2010년 미국 호세 이투르비 국제콩쿠르 1위, 이탈리아 치타 디 칸투 국제콩쿠르 1위에 오른 러시아의 스타니슬라프 흐리스텐코 씨(27)는 “미국에서 이틀 전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피곤하지만 모든 참가자들의 목표인 것처럼 저도 우승을 꿈꾼다”고 말했다. 2009년 호주 시드니 존 앨리슨 피아노 장학금 우승자인 호주의 조앤 강 씨(21)는 “대회 스태프들이 친절하고 일정을 꼼꼼하게 챙겨줘서 불편 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콩쿠르는 처음이지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은 인사말에서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신 세계적 음악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음악은 인류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의사소통 도구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이 역할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경원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참가자들은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고국에 돌아가면 서울의 매력에 대해서도 입소문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찬사 LG를 대표한 윤여순 LG아트센터 대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그 성장과정에 LG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환영식에는 한동일 순천대 석좌교수, 문익주 서울대 교수,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바오후이차오(중국), 나카무라 히로코(일본) 자크 루비에(프랑스), 제롬 로웬탈(미국), 파벨 길릴로프(독일), 패니 워터먼(영국), 호아킨 소리아노(스페인), 아리에 바르디 씨(이스라엘) 등 11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해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격려했다.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피터 탄 하이 추안 주한 싱가포르대사, 량잉빈 주한 대만대표부 대표, 드미트리 수다스 주한 벨라루스대사, 두산 벨라 주한 슬로바키아대사, 라울 임바흐 주한 스위스대사관 참사관, 루추 이초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 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후쿠토메 히토시 야마하 한국지사장,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수입하는 코스모스악기의 민관기 사장, 1996년 이 대회 우승자인 아비람 라이케르트 서울대 교수, 이대욱 한양대 교수, 작곡가 이영조 씨 등도 참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탈리아 로마의 집에 있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49·사진)에게 전화를 건 것은 현지 시간 오전 9시였다. 시간을 앞당기고 싶었지만 조 씨의 공연기획사는 “9시 이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조 씨에게 까닭을 물었더니 “체코, 스위스 등을 돌며 51일 동안 투어하고 돌아와 푹 쉬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있을 때는 굉장히 늦게 일어나고 아무것도 안 해요. 뭐든지 슬로 모션으로 천천히요. 음식 만들거나 청소하는 것, 정원 가꾸는 것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중요해서 아껴가며 음미하죠.” 공연 때문에 한 해 300여 일 동안 외지 생활을 하는 그에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 달콤하단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조 씨는 올해 세계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1983년 3월 28일 오전 3시 아무도 반기는 이 없는 로마 공항에 내려 “어떤 고난이 닥쳐도 꿋꿋이 이겨내며 약해지거나 울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작은 동양인 소녀는 정상에 오른 뒤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25주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걸어왔던 길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거죠. 가장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30년 가까이 세계적 소프라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얼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운을 뗀 그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째, 저는 노래하려고 태어난 사람인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셨으니 음악을 통해 미션을 하고 있는 거죠. 둘째는 일에 대한 욕심과 궁금증, 호기심이 굉장히 많고, 마지막으로는 책임감이 강해서 개인적으로 힘들어도 미리 한 약속(공연 스케줄)은 꼭 지킨다는 거죠.” 그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가족의 경조사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다. 아직 미혼이기도 하다. 결혼 계획은 없을까. “굉장히 슬프죠. 바쁘니까 롱타임 릴레이션십(오랜 기간 교제)이 안돼요. 이제 남자에 대해서는 ‘하산’해야죠. 요즘 남자를 보면 다 읽은 책 같아요. 다시 읽어 보면 재미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다 읽고 나서는 뻔한 스토리처럼 느껴지는 거죠…. 글쎄 완전히 저를 흔들 만한 책을 쥐게 되면 모를까. 호호.” 조 씨는 5월 6,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계무대 25년 기념 공연을 연다. ‘고(古) 음악’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과 함께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헨델 오페라 ‘알치나’ 중 ‘내게 돌아와 주오’ 등 바로크 시대 곡들을 그 시대 모습에 가깝게 재현한다. “무대에서 바로크 곡을 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그동안 색깔이 강한 열정적 무대만 선보였는데, 이번엔 한층 정제된 발성과 표현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죠.” 그는 옛날 식 악기를 쓰고 음높이도 현대식 연주보다 반음 이상 낮춰 연주하는 ‘아카데미…’의 반주에 맞춰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6월로 예정된 일본 투어도 동일본 대지진과 무관하게 일정대로 진행한다. “제 라이프(life)는 도전”이라는 말답게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만∼25만 원. 1577-526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농사일이 바빴다. 자식은 6남매. 엄마는 모두 새벽밥을 지어 먹인 뒤 학교로 보냈다. 50마지기 논농사에 허리가 휘었지만 ‘자식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위로 아들 셋을 고등학교에 보내고 그 아래 넷째(첫째 딸)가 중학교를 졸업하자 아버지는 말했다. “너는 일을 도와라.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면 된다.” 하지만 딸은 “그렇게 꼭 말씀하셔야 되겠느냐”며 울먹였다. 결국 딸은 서울 큰오빠 집으로 올라가 낮에는 일을 하며 밤에는 야간고등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펑펑 울었다. 취직자리가 들어왔지만 딸은 “대학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쩔라고 그라냐”며 혼을 냈다. 딸은 “제가 벌어서 다니면 되잖아요”라고 소리쳤다. 어머니는 딸에게는 화를 냈지만 돌아서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소설의 한 장면 같은 이 얘기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 작가 신경숙 씨의 어머니 박복례 씨(76)가 9일 기자를 만나 들려준 작가의 실화다. 영문판 출간 엿새째인 10일 현재 소설은 인터넷서점 아마존 종합순위 30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수많은 독자가 눈물을 훔치게 한 신 씨의 ‘진짜 엄마’ 이야기가 궁금해 전북 정읍시 과교동의 집을 찾았다.▼ “딸을 부탁해” ▼정읍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 한적한 2차로 도로 옆에 10여 가구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동네 사람에게 신 씨 부모님 집을 묻자 “저기 지붕 파란 집”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준다. 좁은 골목을 돌아 대문이 열려있는 단층 개량 한옥으로 들어섰다. 마당에는 작은 목련나무가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백구 한 마리가 컹컹 짖었다. ‘헛간 옆에 개집이 있었다’는 소설 속 묘사와 같은 모습이었다.“어디서 오셨는가.” 느리게 계단을 내려오던 ‘엄마’ 박 씨는 약속도 없이 찾은 기자를 “집에 없으면 어쩌려고” 하며 맞았다.소설에서는 5남매가 등장하지만 신 씨의 형제는 6남매. 거실 벽에는 6남매가 나란히 학사모를 쓴 졸업 사진이 훈장처럼 걸려 있었다. 소설 속 아버지는 바람피우고 속 썩이는 인물이지만 실제 신 씨의 아버지 신현 씨(79)는 가족을 건사하려고 한평생 농사일에 전념했다. 신 씨의 아버지는 “내가 스무 살 때, 저기(아내)가 열일곱 살 때 결혼했다. 걔(신경숙 씨)가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소설 속 어머니처럼 박 씨도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높았다. “내가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힘들어도 끝까지 자식들을 가르치고 싶었어.” 큰오빠가 서울서 고시 공부를 하다가 가족을 돌보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한 것도 소설과 현실이 닮은꼴이었다. 그러나 치매를 앓는 소설 속 어머니와 달리 신 씨의 어머니는 정정했다. 그 얼굴에 언뜻 신 씨의 모습이 스쳤다. 신 씨는 2000년 한 기고에서 ‘사람들이 어머니하고 닮았다고 하면 버럭 화를 내셨다’고 회상했다. “내가 당신을 닮은 것이 싫은 게 아니라, 내가 당신처럼 살게 되는 것, 어머니는 그것이 싫으셔서 지레 화를 내셨지, 싶다.”어린 시절 신 씨는 어떤 딸이었을까. “어렸을 때 글 쓰고 상도 받고 했는데 이렇게 될지는 몰랐지. 별로 말도 안 하던 얘가 어떻게 소설을 쓰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어머니 박 씨는 웃었다. 신 씨의 회상에 의하면 그를 문학의 세계로 이끈 것은 피곤하던 시절 여공들을 위한 서울의 고등학교 야간학급이었다. 무단결석을 한 소녀에게 선생님은 반성문을 써오라고 했고, 대학노트 수십 페이지를 반성문으로 채운 그에게 선생님은 “너, 소설을 써보면 어떻겠니”라고 했다. 그 후 결석은 없었다.미국에서도 소설의 반응이 좋다고 하자 어머니는 “그런가요”라면서 눈이 커졌다.“갈 때는 전화 자주 한다더니 바쁜지 (전화가) 자주 안 온다. 얼마 전에는 전화로 ‘9시 뉴스에 나오니까 꼭 봐’ 하더라. 근데 뭐 휙 지나가 버리니.” 신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남편 남진우 명지대 교수와 함께 뉴욕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전화에선 ‘엄마, 늙지 마, 늙지 마’ 하고 말하는데, 내가 뭐 팍 늙어버렸으니….”5일 미국에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은 5일 출간 첫날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00권에 진입한 데 이어 10일 종합순위 28위까지 올랐다. 국내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한글과 영문판이 각각 부문별 1위에 올랐다.그러나 어머니는 딸의 소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글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 씨는 한 모임에서 “나는 평생 문자의 세계에서 살겠지만 작가인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한 일이 있다. 딸의 책을 읽을 수 없어 서운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어머니는 “그렇지”라고만 했다. ‘엄마를 부탁해’ 가운데 ‘고생하는 어머니’, ‘서울서 공부하는 큰오빠’ 등 얘기를 해주자 “그런 얘기도 나오냐”며 반가워했다. 딸이 유명해지면서 집을 찾아오는 독자들도 있다고 했다. “딸(신경숙)이 가방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하는데, 다 그냥 쌓아 둔다. 내가 멋을 부리지 못하는 사람이니.” 다만 몇 년 전까지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쌀을 사다 먹는 ‘호사’를 한다고 했다.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르는 딸이지만 어머니의 걱정은 여전했다. 성당에서도 늘 딸을 위해 기도를 한단다. “애가 좀 들어서라고 기도를 한다. (손주가) ‘엄마, 엄마’ 불러주면 얼마나 (딸이) 좋겠나.”얘기는 한 시간 정도 이어졌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얘기의 대부분은 ‘착한 딸, 마음 넓은 딸, 글 잘 쓰는 딸’ 신 씨에 대한 칭찬이었다. ‘서운한 것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혹 딸이 흉잡힐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떠나는 기자에게 “욕 봤스요. 가시면서 드시라”며 두유 음료 3병을 건넸다.소설 속 어머니는 실종 상태지만, 정읍의 한 농가에서는 신 씨의 어머니가 딸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정읍=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첫머리에 나오는 테너 아리아 ‘Celeste Aida’는 ‘청아한 아이다’라는 한글 이름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이는 부적절한 번역이다. 여기서 이탈리아어 ‘celeste’는 ‘하늘의, 거룩한, 이 땅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완벽한’이란 뜻이다. 여자 노예에게 하는 칭송인 만큼 더욱 두드러지는 찬사다. ‘이 한 장의 명반’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의 오페라에 대한 사랑과 지식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리아의 원문과 번역을 함께 실었고 포스터와 사진, 음반 등 각종 자료도 눈길을 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기묘한 이야기다. 낡은 일본 전통 가옥에서 혼자 사는 쉰여섯의 독신남 시무라 고보.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이 조금씩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별다를 건 없다. 과일 주스 병에 담긴 주스가 약간 줄어들거나 요구르트가 한 개 없어지는 것. 바쁘게 생활하는 샐러리맨이라면 미처 느끼지 못할 사소한 차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고보는 이를 알아차린다. 불길하고 불안하다. 그는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일하는 기상 관측사. 부엌에 웹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무실 모니터에 조그만 창을 띄운다. 아무도 없는 부엌. 그는 상상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결혼했더라면 아내를 눈으로 좇을 것이다. 그녀를 질투해서건 그녀와 떨어질 수 없어서건, 카메라 앞을 지나면서 그녀는 내 세 번째 눈에 대고 유혹적인 윙크를 보낼 것이다.’ 아내가 있을 리 만무하건만 잠시 뒤 그는 부엌에 검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질겁한다. 소설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폭을 맞았던 나가사키이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방사능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소설 속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 등 방사능 위험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후 폐허가 됐던 도시가 복구된 후에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낙진을 맞은 것처럼 무언가 결여된 인생을 사는 모습을 찬찬히 묘사한다. 고보는 검은 형체를 조용히 살핀다. 여자다. 그는 번개같이 수화기를 들어올려 경찰에 신고한다. 초조한 그는 모니터 속 여자를 계속 관찰한다. 그녀에겐 서두름이나 초조함이 없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차를 탄다. 밥솥에 쌀도 안친다. 창으로 햇살이 쏟아질 듯 부서져 내린다. 평화롭고 행복하고 환희에 찬 표정. 그녀의 모습에서 그가 꿈꾸던 삶을 본 그는 문득 경찰에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 소설은 잔잔한 일상을 깬 작은 물결을 섬세하게 끄집어낸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서도 추리적 요소를 가미해 흡입력을 높였다. 구성과 문체가 마치 일본 소설 같지만 프랑스 소설가의 작품이란 점이 이채롭다. 지난해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았다. 2008년 5월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에 실린 사건을 소설로 풀어냈다. 그렇다. 이 기묘한 얘기는 실화다. “‘살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라고 58세의 실직 여성은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녀는 1년 가까이 그곳에 숨어 살았다. 이따금 다른 두 집에도 번갈아가며 주인 몰래 머물렀다.”(2008년 5월 ‘나가사키 신문’ 기사)사회면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얘기는 소설을 통해 현대인이 갖는 불안한 이면을 들춰낸다.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던 고보의 삶이, 무려 1년 동안이나 고보의 집 벽장 속에서 숨어 살았던 중년 여성의 개입으로 틀어지고, 고보는 애써 감춰왔던, 아니 보지 않으려 했던 삶을 직면하게 된다. “이 집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그는 절규한다. 자기만의 생활 속으로 칩거하게 된 현대인들의 내면적 불안을 세밀하게 끄집어낸 작품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