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스물아홉에 난데없이 소설 써야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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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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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내주 출간

“스물아홉이 되고 난데없이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뭔가 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도스토옙스키나 발자크에 필적할 가망은 없었지만. 딱히 대문호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명되고 있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2·사진)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등단할 당시를 이렇게 추억했다. ‘노르웨이 숲’ ‘댄스 댄스 댄스’ ‘태엽감는 새’ ‘1Q84’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배출하며 30년 넘게 이어진 창작 활동은 그에게는 외로운 여정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소설을 쓰는 데 도움 받을 스승도 없었고 동료도 없었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난데없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줄곧 혼자 써왔다.”

다음 주 출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비채)에는 그의 미발표 에세이 69편이 담겨 있다. 진지한 문학론도 있고 음악과 인생에 대한 진솔한 단상도 가득하다. 저자는 각 에세이에 새로 소감을 추가하는 정성을 들이기도 했다. “설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느낌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하루키에게 소설, 소설가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새로운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극히 예사로운 평범한 말에 새로운 의미나 특별한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 소설가가 할 일”이라며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1Q84’에서 덴고가 듣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것처럼 그의 작품에는 음악이 자주 소재로 등장한다. “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 잡은 것은 리듬이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으면서도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어주지 않겠지. 나는 리듬의 소중함을 음악에서 배웠다.”

리듬감에 대한 그의 애착은 소설의 텍스트를 넘어 창작 태도로까지 이어진다.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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