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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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4-06~2024-05-06
문화 일반45%
연극13%
칼럼13%
경제일반10%
교육7%
문학/출판3%
미술3%
인사일반3%
여행3%
  • 국립발레단 사태가 던진 질문, 국립예술단은 왜 존재하는가[광화문에서/손효림]

    “이럴 줄은 몰랐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탄식이다. 단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대구에서 공연한 후 자가 격리 기간에 일본 여행을 하고 외부 강의를 했다는 사실에 강 단장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단원과 직원들도 “문화 기사가 아닌 사회 기사로 국민적 주목을 받게 돼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본 여행을 가 국립발레단 창단 후 처음으로 해고 처분을 받은 나대한은 3월 27일 재심을 청구했다. 4월 10일 이내에 재심이 열릴 예정이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아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대한은 군무를 추는 ‘코르 드 발레’다. 특강을 해 각각 정직 3개월, 1개월 징계를 받은 김희현 솔리스트와 이재우 수석무용수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강 단장은 “군무 없이 주연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단합을 중시하기로 유명하다. 그 자신이 작은 일이라도 정해진 규칙은 반드시 지키는 성격이어서 단원들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국립예술단원의 외부 활동도 도마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 산하 17개 기관 및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2018, 2019년 외부 활동 파악에 나섰다. 현재 자료를 받고 있고 문제가 심각할 경우 현장 조사를 할 예정이다. 외부 활동 규정은 예술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단장 및 기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부가 수입을 올리고 퇴직 후를 대비해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 소속 단체를 알리고 예술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도 있어 적정 수준의 외부 활동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창작 활동은 장려하되 영리 목적의 활동은 횟수를 제한하는 식으로 규정을 보다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발레단 사태는 국립예술단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들었다. 매년 단원을 뽑는 곳도 있지만 몇 년에 한 번 소수를 뽑는 곳도 많아 국립예술단원이 되려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입단은 최고 기량을 갖췄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월급을 받으며 예술에 전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급여는 단체마다 다르지만 대기업에는 한참 못 미친다. 국립발레단원은 40세 전후에 은퇴하고 연금이 없지만 장르에 따라 정년을 채우고 공무원 연금을 받는 곳도 있다. 한 국립예술단 합격자는 “꿈의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며 벅찬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는 국립예술단은 수준 높은 작품을 무대에 많이 올려 존재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관객층이 얕아 공연을 자주 할 수 없다”는 말 대신 참신한 시도를 통해 관객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 에이스들이 모인 단체들 아닌가.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지면 단원들은 자연스레 외부보다 예술단에 집중하게 된다.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게를 지닌 무대를 지금보다 더 자주 보고 싶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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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내 안의 ‘블랙독’, 우울증과 싸우다

    지독하게 달라붙어 삶을 짓누르는 우울증.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자신의 우울증을 ‘블랙독’이라고 표현했고, 이후 블랙독은 우울증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저자는 블랙독을 검은색 반려견으로 설정해 자신의 경험을 흑백 그림과 글로 풀어낸다. ‘내’가 세 살 때 물기 시작했고 사춘기에 접어들자 미친 듯이 날뛰어 온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든 블랙독. 전문가에게 블랙독을 통제하는 기술을 배워 효과를 보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사나운 개와 함께 사는 삶으로 절묘하게 비유해 같은 경험을 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블랙독을 길들이며 사는 법을 익혔고 모두 자신만의 블랙독이 있음을 깨달았기에 두렵지도, 부끄럽지도 않다는 고백을 통해 우울증과 싸우는 이들의 손을 맞잡아 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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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주말예배 걱정”… 종교집회 자제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여전히 예배를 열겠다는 교회가 적지 않아 걱정”이라며 개신교가 이번 주말 예배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 성남의 한 교회와 대구 요양병원의 집단 감염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 모두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런 일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종교 집회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밀집 예배 등 종교 집회를 제한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힌 바 있다. 불교계는 법회 중단을 연장했다. 2월 20일부터 한 달간 전국 사찰에서 법회를 중단키로 한 대한불교조계종은 “4월 5일까지 전국 사찰의 법회와 대중이 참여하는 행사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천주교는 서울대교구와 인천, 대전, 수원 등 7개 교구가 4월 2일부터 미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는 4월 3일부터 미사를 다시 시작한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림 기자}

    •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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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얼굴색은 달라도 우리는 단짝친구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흑인 중학생 조던은 부모님의 권유로 명문사립학교에 진학한다. 다수가 백인인 데다 수업마다 각 건물을 찾아다녀야 하는 학교는 딴 세상 같다. 노예제, 경제적 지원에 대해 배울 때 시선은 흑인에게 쏠린다. 피부색에 따라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미국의 적나라한 현실이 펼쳐진다. 한 선생님은 친절하지만 흑인인 드류를 늘 디안드레라고 부른다.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재능 있는 친구를 응원하고 자신 역시 격려받으며 친구들과 한걸음씩 가까워지는 조던. 마음의 문은 차츰 열리고 아이들은 서로를 보듬는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공감 가는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탄탄하게 직조됐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이미지를 비트는 등 미국 문화가 짙게 반영돼 이를 잘 알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그래픽 노블로는 처음으로 미국 유명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뉴베리상 대상을 올해 수상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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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문화예술시설 휴관, 내달 5일까지 2주 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립문화예술시설의 휴관 기간을 4월 5일까지 2주간 연장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중앙박물관, 지방박물관 13곳(경주 광주 전주 대구 부여 공주 진주 청주 김해 제주 춘천 나주 익산),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4곳(과천 서울 청주 덕수궁), 국립중앙도서관 3곳(서울 세종 어린이청소년) 등 24개 기관의 휴관을 4월 5일까지로 연장한다고 18일 밝혔다.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서울 부산 진도 남원), 정동극장, 명동예술극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4월 5일까지 휴관한다.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합창단, 서울예술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4월 5일까지 공연을 중단한다. 이번이 3차 휴관 조치로, 앞서 이들 기관은 1차로 3월 8일까지, 2차로 3월 22일까지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4월 6일 이후 재개관 및 공연 재개 여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보며 결정할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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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겨운 ‘국악공연’도 집에서

    국립국악원이 온라인에서 국악공연을 감상하는 ‘일일국악’ 프로그램을 17일 시작했다. 소규모 실내악과 독주, 독무 등을 소개하며 연주자들이 직접 해당 작품을 해설한다. 이달에는 ‘남도시나위’ ‘천년만세’ 등 모두 11편을 공개한다. 4월에는 봄이 무르익는 분위기에 맞춰 생동감 있는 ‘부채입춤’과 흥겨운 ‘태평무’, ‘설장구’와 ‘가야금병창’을 준비했다. ‘일일국악’은 주중 매일 오전 11시 국립국악원 누리집과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볼 수 있다. 국악원은 28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는 국악 토크 콘서트 ‘사랑방 중계’도 선보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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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거짓말을 했더니 마음이 무거워요

    동생 엘로디와 축구공을 갖고 놀다 부엌 창문을 깬 루카스. 화가 잔뜩 난 아빠를 보자 루카스는 엘로디가 그랬다고 말해버린다. 엘로디는 일주일 동안 간식을 못 먹는 벌을 받는다. 루카스는 잠이 오지 않고 배 속에 무거운 덩어리가 생긴 것 같더니 코끼리가 등에 꼭 달라붙은 것처럼 답답하다. 수업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축구를 할 때도 코끼리는 루카스를 놓아주지 않는다. 거짓말에 짓눌리는 마음을 파란색 코끼리가 찰싹 붙은 모습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죄책감의 무게를 한눈에 그려내 ‘맞아!’라며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루카스가 사실을 털어놓자 스르르 사라진 코끼리. 진실을 말하면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책 맨 앞과 뒤 면지에 “저리 가”라고 외치는 루카스를 졸졸 따라다니는 동그란 파란색 덩어리는 거짓말에서 자유로워지기 쉽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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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티고 견뎌야 하는 시기, 힘을 주는 말과 글 절실해[광화문에서/손효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밝았다. “올해 2월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입학한 지 무려 15년 만이네요. 하하.”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난 후 다시 일어선 정재엽 씨(46)였다. 얼마 전 소식을 전해온 그에게서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2013년 회사 부도를 맞은 후 고통을 견뎌낸 과정을 담은 책 ‘파산수업’(2016년)을 출간했다. 어둠만으로 가득 찬 긴 터널을 지나게 해준 건 책, 정확히는 문학이었다. 채권자들에게 멱살을 잡힌 채 욕설을 들을 때도, 법원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그의 주머니에는 책이 꽂혀 있었다. ‘변신’에서 벌레로 변해 경제력을 잃은 주인공 그레고르가 자신 같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세라가 고난을 이겨내는 ‘소공녀’, 가난하지만 작은 행복을 찾고 미래를 꿈꾸는 ‘작은 아씨들’에 몰입하다 보면 그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이전에 읽은 책이었지만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어떤 답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니 절망이란 게 뭔지 알겠더군요. 부여잡을 수 있는 뭔가가 절실히 필요했어요. 그래야 숨을 쉴 수 있었으니까요.” 그는 안간힘을 쓴 끝에 회사를 회생시켜 매각했다. 지금은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졸업생 대표로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졸업식이 취소되는 바람에 연설을 못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래도 이런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가 읽었던 작품의 작가들은 알았을까. 자신의 글이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운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걸.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도 힘을 준다. 오랜 기간 남편의 병간호로 몸과 마음 모두 기진맥진했던 한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다. “사방을 둘러봐도 기댈 곳 하나 없는 것 같았어요. 그때 어릴 적부터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가 등을 가만가만 쓸어주며 말했어요. ‘(신께서) 나중에 한 보따리 주실 거야’라고요.” 당장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던 때, 그 말을 듣는 순간 신기하게도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주저앉고 싶은 순간마다 이 말을 떠올렸다. 주문처럼 “한 보따리 주실 거야”를 되뇌며. 불안과 공포가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예민함과 분노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무언가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그 무언가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만 한마디 말, 한 구절의 글 또는 한 권의 책이 생각과 감정을 다스리는 의미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머릿속 한편에 담아두었으면 좋겠다. 말과 글의 잔향은 오래도록 남아 삶의 고비, 고비마다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될 것이다. 그 언덕은 생각보다 든든할지 모른다. 말과 글은 힘이 세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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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소시스트’ ‘정복자 펠레’ 출연, 유명 배우 막스 폰쉬도브 별세

    영화 ‘엑소시스트’의 메린 신부 역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배우 막스 폰쉬도브(사진)가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고 AFP 통신이 9일 보도했다. 향년 91세. 1951년 ‘영양 제리’로 데뷔한 고인은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제7의 봉인’(1957년)에서 ‘죽음’과 체스를 두는 청년 안토니우스 블로크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베리만 감독과 10개 넘는 작품을 함께해 베리만 감독의 페르소나로 여겨졌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정복자 펠레’, ‘마이너리티 리포트’ ‘쿠르스크’에 출연했다.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년)에서 악당을 연기했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2010년)에도 출연했다. 2014년 ‘심슨 가족’에 목소리 출연을 했고 2016년 ‘왕좌의 게임’에서도 등장하며 노년에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1982년), 유럽영화상 남우주연상(1988년)을 받았다. 두 번째 결혼 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스웨덴 국적을 포기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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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나는 남들과 달라요, 그래서 내가 좋아요

    열한 살 소녀 오로르는 말을 못 한다. 태블릿에 글씨를 써서 표현하는 오로르에게는 비밀이 있다. 사람의 눈을 보면 생각을 읽어내는 것. 어느 날 오로르는 엄마와 언니 에밀리, 에밀리의 친구 루시와 놀이동산에 간다. 평소 에밀리와 루시를 괴롭히던 도로테 일당과 마주치고, 이들이 ‘코끼리’라고 놀리자 루시는 뛰쳐나간다. 경찰까지 나서지만 루시는 보이지 않는데…. 오로르가 루시를 찾는 여정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부모의 이혼, 아이들의 놀림에도 상처받지 않고 당당한 오로르는 해맑고 사랑스럽다. 장애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건 조금 다른 것일 뿐,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걸 자연스레 공감하도록 이야기한다.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힘겨워하는 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온기와 용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소설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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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조 ‘인수봉, 바위하다’ 사진전

    전민조 사진작가(76)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담’에서 사진전 ‘인수봉, 바위하다’를 15일까지 개최한다. 사진기자를 지내며 인수봉을 50년 넘게 찍어온 작가는 북한산 안과 밖에서 본 인수봉을 담았다. 전시에서는 ‘인수봉: 억년바위의 초현실주의’(사진), ‘왜 인수봉은 먼 곳에서 더 높을까’ 등 2013년부터 최근까지 촬영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박인식 작가(69)가 전 작가의 인수봉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고 영감을 얻어 시를 쓴 것이 계기가 됐다. 2일 출간된 박 작가의 시집 ‘인수봉, 바위하다’에는 전 작가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전 작가는 “빛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인수봉은 인간의 얼굴 같았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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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연극 관객도 확진… 소극장 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일 서울 종로구청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는 여성 A 씨(54)가 지난달 22일 오후 1시 42분경 종로구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 도착했다. 오후 2시 반부터 대학로 일대의 유명 카페와 음식점, 약국 등을 들렀다. 이후 오후 5시 20분부터 ‘M시어터’ 극장에서 코믹 추리극인 연극 ‘셜록홈즈’를 관람했다. A 씨는 닷새 뒤인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학로에는 폐쇄된 공간에 좁게 붙어 앉아 연극을 관람하는 소극장이 많고 공연을 보러 온 시민들이 많아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A 씨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연을 봐 함께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은 밀접 접촉자에서 제외됐다. 종로구청은 A 씨가 들른 음식점에 있던 일부 인원만 자가 격리 대상자로 통보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A 씨가 다녀간 음식점과 약국 등은 모두 방역을 마쳤고 아직까지는 추가 확진자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셜록홈즈’ 제작사 측은 “극장은 지난달 29일 방역을 마쳤고 6일까지 연극은 중단될 예정이다. 추후 상황을 지켜본 뒤 운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티켓을 예매한 관객에게는 의사를 물어보고 환불해 주거나 관람을 원할 경우 원하는 날짜로 티켓을 교환해주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학로를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학로에서 진행 중인 다른 공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연극 ‘리마인드’ 측은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신 분 중 확진자 소식이 있어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최소 인원으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구특교 kootg@donga.com·홍석호·손효림 기자}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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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문호 옌롄커 “사람 죽어가는데 歌功頌德 노랫소리만…”

    중국 유명 작가인 옌롄커(62·사진)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대응과 정보 통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위화, 모옌과 함께 현재 중국 3대 문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옌롄커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고 있다. 옌롄커는 2일 발간한 계간 대산문화에 실린 ‘국가적 기억 상실을 거부한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 확산에 부쳐’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한, 중국 전역에서 사람이 죽고 가정이 파괴되어 곡소리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통계 숫자의 호전으로 인해 경축을 준비하는 북소리와 가공송덕(歌功頌德·공적을 노래하고 덕을 칭송함)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국민들이 숨지고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중국 공산당은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호도하며 언론과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병원에서 죽은 사람과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조사나 질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의 기억이 규제되고 말살되는 것을 경계하며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야 사스,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비극이 지금처럼 재연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한의 팡팡 작가가 자신의 기억을 문자로 써내지 않았다면 무엇을 들을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했다. 팡팡 작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우한일기’라는 제목으로 우한 상황을 매일 위챗에 올렸다. 중국 당국은 유언비어 날조라며 팡팡 작가의 모든 글과 계정을 삭제했다. 옌롄커는 “(코로나19의 위험을 알린 의사) 리원량처럼 먼저 호각을 불 수 없다면 호각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큰소리로 말할 수 없으면 귓속말을 하면 되고, 귓속말을 할 수 없으면 기억을 가진 침묵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억이 없는 사람은 흙과 마찬가지여서 구두로 밟아 어떤 모양이든 만들어낸다. 기억이 없는 사람은 합판이어서 어떤 형태의 물건이 될지는 톱과 도끼가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기억과 한마디 바른말은 역사를 전설과 상상이 아닌 진실로 기록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없이 망각하는 것은 더 무서운 야만”이라며 “기억의 낙인을 갖는 사람이 돼 언젠가 개인의 기억을 생성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옌롄커는 이 글을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신문사에도 기고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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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보름달만 예쁜가? 초승달도 예쁜데

    아이도 어른도 종종 남과 비교하고 기가 죽는다. 저자는 그럴 필요 없다고,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승달은 보름달이 되기 위해 있는 게 아니고, 작은 그릇은 큰 그릇이 되려 하지 않는다. 조약돌도 마찬가지다. 바위가 되려 하지 않는다. 멸치도, 작은 꽃도 그렇다. 고래나 큰 나무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나도 그렇다. 학교에 가기 위해, 어른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난 그냥 나다. 왼쪽 페이지에 초승달 조약돌 멸치를, 오른쪽 페이지에 보름달 바위 고래를 각각 그려 넣었다. 한 손엔 멸치가 든 작은 그릇을, 다른 손엔 작은 꽃을 들고 머리에 조약돌을 얹은 채 자유롭게 노니는 아이의 모습이 편안하고 당당하다. 있는 모습 그대로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자고 다짐해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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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겨여왕-국민타자도 코로나 극복 동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피겨 여왕’과 ‘국민 타자’도 힘을 보탰다.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김연아(30)는 26일 팬들과 함께 코로나19 치료 활동에 사용해달라며 1억850만 원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전달했다. 김연아가 1억 원을 보탰고 행복한 스케이터 김연아 팬카페, 디씨인사이드 김연아 갤러리 등에서 활동하는 팬들도 동참했다. 김연아 팬 연합은 최근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10주년(2010년 2월 26일)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통해 기금을 모았다. 김연아와 팬 연합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자 하는 감염 예방과 치료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기금 전액은 경북 권역 책임 의료기관인 경북대병원에 기부될 예정이다. 대구가 고향인 이승엽 KBO홍보위원(44)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승엽야구장학재단도 같은 날 5000만 원을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승엽 이사장은 “대한민국과 내 고향 대구에 이러한 어려움이 생겨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이대호)도 같은 날 3000만 원의 성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하며 기부에 동참했다. 연예인들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배우 이병헌 신민아 김우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1억 원을 기탁했다. 방송인 유재석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억 원을, 배우 정려원과 가수 아이유는 굿네이버스에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 배우 박신혜는 희망친구 기아대책에 5000만 원을 전달했다. 기부금은 보건용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구매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조수빈 채널A 주말 뉴스 앵커는 아동양육시설 10여 곳에 손 소독제 6000개를 지원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사업에 20억 원을 기부했다. 재단과 정 이사장이 10억 원씩 출연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이헌재 uni@donga.com·손효림 기자}

    •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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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이승엽 등 코로나19 극복 위해 기부 동참…연예계 선행in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피겨 여왕’과 ‘국민 타자’도 힘을 보탰다.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김연아(30)는 26일 팬들과 함께 코로나19 치료 활동에 사용해달라며 1억850만 원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전달했다. 김연아가 1억 원을 보탰고 행복한 스케이터 김연아 팬카페, 디씨인사이드 김연아 갤러리 등에서 활동하는 팬들도 동참했다. 김연아 팬 연합은 최근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10주년(2010년 2월 26일)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통해 기금을 모았다. 김연아와 팬 연합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자 하는 감염 예방과 치료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코로나19 치료 활동에 이번 기금을 사용해 달라”고 밝혔다. 기금 전액은 경북 권역 책임 의료기관인 경북대 병원에 기부될 예정이다. 대구가 고향인 이승엽 KBO홍보위원(44)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승엽야구장학재단도 같은 날 5000만 원을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승엽 이사장은 “대한민국과 내 고향 대구에 이러한 어려움이 생겨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선수시절 대구시민 여러분들께 받은 사랑이 너무나 크다.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이대호)도 같은 날 3000만원의 성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하며 기부에 동참했다. 연예인들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배우 이병헌 신민아 김우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1억 원을 기탁했다. 김우빈은 “뉴스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이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안타까운 사례를 봤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기부금을 사용해 달라”고 밝혔다. 방송인 유재석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억 원을, 배우 정려원과 가수 아이유는 굿네이버스에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 배우 박신혜는 희망친구 기아대책에 5000만 원을 전달했다. 기부금은 보건용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구매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조수빈 채널A 주말 뉴스 앵커는 아동양육시설 10여 곳에 손 소독제 6000개를 지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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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 책 번역한 수익 앰네스티에 기부

    “선생님과 학생들이 책을 번역해 출간한 수익을 기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결과물을 통해 얻은 귀한 수익을 기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25일 조금 특별한 손님들을 맞았다. 이태구 전 고양국제고등학교 체육교사(현 백신중학교 교사)와 권다원 윤하린 씨가 서울 종로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방문해 번역한 책 ‘나를 점프해’(꿈엔비즈)의 인세를 전달한 것. 이 책은 스타 농구 선수이자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에 도전했던 빌 브래들리가 삶의 가치에 대해 쓴 ‘Values of the Game’을 옮겼다. 이 교사는 고양국제고등학교에 근무하던 중 2017년 학생 13명과 함께 번역동아리 ‘The Renders’(번역자들)를 만들고 ‘Values of the Game’을 번역했다.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브래들리는 농구를 하며 깨달은 원칙이 삶의 모든 순간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열정, 규율, 이타심, 존중, 통찰력 등 10개 가치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 책을 출간했다. “스포츠가 인생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사회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삶에 대한 안목을 향상시켜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요.” 이 교사의 설명이다. 학생들은 번역가에게 번역의 기본과 함께 번역 작업을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배운 뒤 번역을 시작했다. 대학 입시 준비를 하며 번역하는 건 만만치 않았다. 학생들은 빡빡한 일정을 쪼개 각자 번역을 한 뒤 소그룹 토론을 하며 보완했다. 전체 회의도 열어 단어, 문장에 대해 꼼꼼하게 논의했다. 8개월 넘게 바짝 매달린 끝에 번역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이들은 “끝까지 번역을 마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완주하고 나니 한 단계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영어를 바탕으로 한국어를 더 깊이 배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고교 3학년으로, 동아리 부장을 맡았던 권다원 씨(고려대 경영학과)는 “번역할 때만해도 책이 판매돼 인세를 기부까지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 당시 고교 1학년이었던 윤하린 씨(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는 “중학교 때까지 체육도, 스포츠도 좋아하지 않았는데 책을 번역하면서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The Renders’ 멤버로 함께 번역한 이들은 남상범 문류빈 윤하은 이규리 이우일 신현재 이정현 황정윤 정새롬 최다인 홍지영 씨다. 권 씨는 올해 5월 군에 입대한다. 그는 “이 선생님이 ‘책이 계속 판매되면 2년마다 앰네스티에 기부하러 가자’고 하셨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대 후 다시 기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2018년 출간된 ‘나를 점프해’는 학교에서 독서교육 교재로 사용되는 등 독자들에게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 1000권 넘게 판매됐다. 현재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나를 점프해: 스킬편-스포츠가 청소년에게 알려주는 10가지 삶의 가치’를 집필하고 있다. 교사들이 ‘나를 점프해’를 독서교육에 활용할 경우 책에서 언급한 열정, 규율, 이타심 등 10가지 가치를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방법 및 자료로 안내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문적 체육 학습을 위한 시도로, 올해 4월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를 점프해: 스킬편’의 인세 역시 국제엠네스티에 기부하기로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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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걱정이 사라지는 신기한 세탁기

    ‘개학 첫날부터 지각하면 어쩌지, 3학년 교실은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재은이는 걱정이 많다. 선생님이 2학년 때 배운 내용으로 진단평가를 본다고 하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다 발견한 ‘가상현실 걱정 세탁소’. 고글을 쓰고 ‘1시간’ 버튼을 누르자 세탁이 시작됐다. 빨래하듯 물이 차오르고 회전했다. 그러고는 신기하게도 1시간 동안 걱정이 사라졌다. 재은이는 이후 12시간 버튼을, 나중에는 30일 버튼을 누른다. 모둠 과제, 시험공부를 안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 너무나 느긋해지며 모든 일에 손을 놓아 버린 재은이의 ‘변신’에 당황하는 친구, 가족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때로 피할 수 없는 걱정이 있고, 적당한 걱정은 열심히 생활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걱정’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유쾌한 이야기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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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K컬처, 그림책 불모지에서 꽃피운 기적[광화문에서/손효림]

    영화 ‘기생충’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K컬처에는 그림책도 있다. 이억배 작가의 그림책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은 지난달 미국 배첼더 어워드 아너리스트에 선정됐다. 배첼더 어워드를 주관하는 전미도서관협회(ALA)는 미국 내 최고 어린이책에 수여하는 칼데콧상, 뉴베리상을 주관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비유하자면 국제영화상을 받은 셈이다. 한국 작가가 배첼더 어워드에서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철조망에 가로막힌 비무장지대를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배첼더 어워드 아너리스트 4권 중 한 권으로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들은 “야생동물의 피난처인 동시에 군대가 맞서고 있는 곳,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은 깊은 슬픔을 안고 있는 가족. 이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흘러가며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긴다”고 평했다. 해외에서 큰 상을 탄 한국 그림책 작가는 일일이 꼽기 힘들다. 세계 3대 그림책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볼로냐 라가치상’ ‘BIB상’ 가운데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작가로는 정유미 배유정 정진호 조원희 김장성 안영은 지경애 박연철 씨 등이 있다. 2015년에는 볼로냐 라가치상 전 부문에서 한국 작가가 상을 휩쓸어 세계 출판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2년에 한 번씩 그림책 축제를 열고 수여하는 BIB상은 조은영 유주연 한병호 작가가 받았다. 해외에서는 “한국 그림책은 매우 독특하고 역동적이다. 분위기는 동양적이고 기법은 서구적이면서도 실험적이다”고 평가한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그림책 작가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독립된 장르가 아니라 아동책의 일부로 분류돼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림책 작가를 키워내는 학과도, 그림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상도 별로 없다. 권윤덕 작가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받는 건 창작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 그래야 좋은 작품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림책은 판매할 때도 고민해야 한다. 한 출판사 팀장은 “그림책 독자가 성인으로 확대됐지만 별도 서가가 없어 성인용은 에세이 서가에 배치할 때도 있다. 그나마 논픽션 그림책은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지만 픽션 그림책은 그럴 수도 없어 어디에 놓을지 매번 고민한다”고 말했다.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그림책 코너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점이 그나마 고무적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 작가들이 거둔 눈부신 성과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기적이다”고 말한다. 작가 개개인의 역량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적만을 바랄 수 있을까. 작가들은 사막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도 멋스러운 꽃을 힘겹게 피워내고 있다. 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근사한 꽃이 연이어 피어날 수 있다. K컬처 역시 더욱 풍성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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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겐 매정했던 아카데미… 봉준호에게도 짜게 굴까봐 걱정했죠”[파워인터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중계되던 10일, 생전 처음 3시간 넘게 TV 앞에서 꼼짝 않고 자리를 지켰다. 봉준호 감독(51)이 감독상, 작품상까지 거머쥐자 벌떡 일어나 “와!” 소리를 지르며 손뼉 쳤다. 1970년대부터 해외 영화제를 두드리던 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함께 TV를 보던 아내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2002년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86)이다. 해외 영화제를 개척한 1세대 영화인인 임 감독을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13일 만났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자주색 스웨터에 짙은 회색 재킷을 입은 임 감독이 서 있었다. 집 현관문도 활짝 열어 놓았다. 임 감독이 손수 차를 끓이자, 외출하고 돌아온 부인 채령(본명 채혜숙·69) 여사가 서둘러 거실로 모셨다. 소파에 앉은 임 감독은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 영화가 도달하고자 하는 정점까지 봉 감독이 끌어올렸다”고 했다. 지난해 ‘기생충’을 본 뒤 봉 감독에게 전화해 칭찬했다. “평소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에게 전화하지 않는데 ‘기생충’은 작품성이 대단히 뛰어났거든요. 수준 높은 사람들의 역량이 가득 들어백힌(박힌) 영화예요.” 그는 ‘살인의 추억’(2003년)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큰일 낼 사람이다. 봉 감독 일내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더’, ‘설국열차’도 챙겨 봤어요. 모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지만요.(웃음)”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봉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도 축하 전화를 했다. 아카데미 수상 후에는 아직 통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춘향뎐’ 등으로 여러 차례 아카데미를 두드렸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아카데미는 짜도 너무 짰어요. 하도 외면을 당하니까 욕이 나와요. 저놈들이 봉 감독에게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생충’이 워낙 세니까 성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런데 저렇게 통쾌하게 휩쓸지는 몰랐죠.” 임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다음 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 지우에 대해 말할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아카데미 투표권이 있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다. 2015년 봉 감독, 배우 최민식 송강호 씨 등과 함께 한국 영화인으로는 처음 아카데미 회원이 됐다. 하지만 투표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아카데미에서 자료를 엄청나게 보내줘요. 투표를 하려면 후보 작품들을 다 보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솔직히 힘들어서 그럴 수가 없어요. 딴거 하나도 안 봤는데 ‘기생충’에만 표를 주면 안 되잖아요. 대신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했죠.” ‘기생충’이 뛰어난 통역자와 함께 체계적으로 해외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에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고 한다. ‘내 작품이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너무 궁금해서’ 해외 영화제에 출품했던 그는 초반에 정부 직원과 단둘이 외국에 갔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마련해 준 호텔에서 사나흘을 지낸 후에는 돈이 없어 뒷골목 여인숙에서 머문 적도 많다. 채 씨는 “엽서를 보내왔는데 ‘별이 잘 보인다’고 쓴 거예요. 도시 외곽의 아주 낡은 숙소에서 지내는 걸 알고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요”라고 했다. 임 감독은 “처량하게 있다 왔지”라며 웃었다. 통역자도 사비로 구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통역 수준도 들쭉날쭉했다. 임 감독은 “영어를 전혀 못해 참 답답하고 곤란했다”고 했다. “내가 1분 넘게 말했는데 통역은 영어로 10초 정도 말하는 거예요. 영어를 모르니 제대로 전했는지 알 수도 없고….(웃음) 나중에 김홍준 감독, 유지나 교수가 기회가 되면 같이 가서 통역을 해줘 고마웠죠.” ‘씨받이’(1986년)로 강수연 씨가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시상식장에는 임 감독도, 강 씨도 없었다. 정부 직원이 대신 받았다. 상을 받을지 몰라 강 씨는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고, 임 감독은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출국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최 측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임 감독은 강 씨의 수상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배우들도 영화제에 참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강 씨는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년)로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땐 현장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 영화에 대한 무관심 역시 처절하게 실감했다. ‘길소뜸’(1986년)으로 베를린 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을 때였다. “영화 시사가 끝나고 질문을 받는데 단 한 명도 영화에 대해 묻지 않았어요. ‘한국은 군인들이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 ‘영화 검열은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하느냐’ 같은 질문만 하는 거예요. 그때 느낀 모멸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 듯 임 감독의 얼굴이 굳었다. 다시 아카데미 이야기로 돌아가자 표정이 풀리며 봉 감독이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주변의 기대가 얼마나 가슴을 짓누르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2000년 ‘춘향뎐’이 칸 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을 때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연일 기사가 쏟아졌어요. 기자들이 칸으로 취재도 많이 오고요. ‘이러다 상을 못 타면 이 빚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하나’ 걱정이 됐습니다.” 수상은 불발됐고, 임 감독은 ‘서편제’(1993년)를 만들 때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아내와 함께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취화선’으로 2002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채 씨는 2002년 칸에 함께 가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시상식 나흘 전쯤 혼자 비행기를 탔다. 감독상을 받은 후 호텔방에서 와인을 마시며 임 감독은 고백하듯 말했다. “상을 탈 것 같은데 혹시 그렇게 되면 그 좋은 자리에 같이 있고 싶었다”고. 채 씨는 “이제 어깨에 얹은 짐을 내려놓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임 감독은 ‘해외 영화제 개척 1세대’라는 표현에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해외 영화제로 가는 길을 제가 만들었다는 건 맞지 않아요. 한국 영화가 주목받은 건 한국 사람들과 더불어 만들어서 그런 거지 나 혼자 중뿔나게 한 게 아니에요. 한국 영화의 수준이 높아진 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진 결과예요.” 요즘 눈여겨보는 감독이 있는지 궁금했다. “몇 사람을 꼽아 잘한다고 칭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실례가 됩니다. 서운하고 상처받을 수 있잖아요. 한국 영화가 많이 세련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102번째 영화 ‘화장’(2014년)을 선보이며 50년 넘게 영화만 했다. 임 감독 특유의 고집 혹은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고집은 아니고요. 좋아하는 걸 정하고 줄곧 그 안에서 살았던 거죠. 그게 다예요.” 그는 지우가 태어난 후 손자 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거실 한쪽에는 어린이 바둑판, 로봇 장난감이 놓여 있었다. 거실과 주방에는 지우가 갓난아기 때 목욕하는 사진, 유치원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이 곳곳에 있었다. 채 씨가 “(지우가 오는) 오후 6시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자 임 감독의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피어났다. 종종 서점을 찾아 책을 사는 일도 요즘 누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책은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재미가 있어야 해요. 최근에는 종교 관련 책을 읽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한 영화를 여럿 만들어서 그 많은 종교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싶거든요.” 1979년 임 감독과 결혼한 채 씨는 그가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 일등공신이다. 임 감독은 그런 아내와 결혼한 데 대해 “로또 맞았다”고 했다. 임 감독은 인터뷰 중간중간 연도가 헷갈리면 “혜숙 씨가 보충을 해줘야지”라며 SOS를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을 표현하는 건 여전히 서투른 듯했다. 정월대보름(8일)이 채 씨의 생일이었는데 챙겼느냐고 묻자 임 감독은 시선을 딴 데로 돌리며 “정월대보름은 우리 민족이 다 같이 즐기는 날이고…”라고 했다. 채 씨는 깔깔 웃으며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임 감독은 후진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동서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 석좌교수로, 특강 형식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영화를 만들며 경험했던 걸 많이 얘기해 주고 싶어요. 돌아보니 나는 영화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평생 슬럼프 없이 영화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복이었습니다.”용인=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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