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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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4-19~2024-05-19
문화 일반44%
연극13%
경제일반10%
칼럼10%
문학/출판7%
교육7%
미술3%
인사일반3%
여행3%
  • [책의 향기]앞만 보고 질주하는 당신, 행복하십니까

    아침에 두 딸의 도시락을 싸고 스쿨버스에 태워준다. 아내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오후에는 농사를 짓는다. 40세에 사표를 내고 미국 시골에 사는 저자의 일상이다. 신문 기자를 하며 기러기 아빠로 살던 그는 너무 지쳐 한국 생활을 정리했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를 팔아 미국에서 산 타운하우스 월세로 생활비를 충당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40대 동양인 남성이 미국에서 취업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더 가지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TV, 스마트폰, 인터넷 없이 산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가족과 온전히 함께하는 삶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충만한 하루하루로 채워졌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을 건넨다. 행복하냐고. 문득 멈춰서 삶의 방식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게 된다. 지금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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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활동, 전과정 지원방식으로 바꿀 것”

    “1년 단기 프로젝트 중심으로 지원하던 것을 다년간 창작활동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예비·신진 예술인, 중견·원로 예술인 등 경력에 따른 맞춤 지원을 하겠습니다.”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22일 열린 ‘아르코비전 2030’ 선포식에서 현장과 밀착된 예술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아르코비전 2030’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반영해 새로운 정책을 실행하는 중장기 전략을 담았다. △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 존중 △문화예술 가치의 사회적 확산 △자율과 협력 기반의 기관 운영을 3대 전략 목표로 세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창작 지원 예산을 2020년 기준 667억 원에서 2030년 2004억 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예술가의 친구센터’(가칭)를 만들어 계약과 정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예술인이 겪는 고충을 상담하기로 했다. 장르가 다른 예술 분야의 교류를 지원하고 공유 창작 플랫폼도 신설한다. 예술단체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사업도 늘린다.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예술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예술가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아르코미술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인력을 개방형 직위제로 선발해 연륜을 갖춘 이들이 예술 행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배우 배해선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국악인 전영랑 씨는 “젊은 예술가들은 설 수 있는 무대가 한정돼 있기에 무대가 늘 그립고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목말라 있다. 예술가들이 어디에서 활동하든 늘 만나고 지지해 주는 역할을 문화예술위원회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에선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와 첼리스트 조윤경 씨가 공연을 펼쳤다.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축사에서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위원회가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현장과 적극 소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모든 정책은 예술 현장에서 비롯된다. 해결책 또한 현장에서 찾겠다. 토론과 숙의는 어렵고 느린 길이지만 빠른 길보다는 바르게 가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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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때 ‘통도사 육군병원 존재’ 자료 확인

    6·25전쟁 때 통도사에 육군병원이 설치된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나왔다. 통도사는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의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후 통도사에 제31육군병원이 설치돼 1952년 4월까지 2년가량 운영된 사실을 기록한 ‘용화전 미륵존불 갱(更) 조성연기’를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구하 스님이 붓글씨로 쓴 연기문에는 국군 상이병 3000여 명이 입사(入寺)해 퇴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확한 명칭은 제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이다. 본보는 1951년 10월 24일자 ‘상이군에 양말 이 대통령이 증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제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에서 치료를 받는 상이장병에게 양말 1600켤레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큰 절의 전각은 물론이고 산내 암자까지 부상병으로 가득 찼다. 일부 시설은 병원 사무실, 치료실, 수술실 등으로 사용됐고 스님들은 부상병들을 간호했다. 방장 성파 스님은 “치료를 받다 숨진 병사가 매일 10명 이상이었다고 선대 스님들에게 들었다. 통도사 다비장에서 전사자들을 화장했다”고 전했다. 주지 현문 스님은 “참전용사의 영혼을 위로하는 수륙고혼천도재를 지낼 예정이다. 또 1000미륵불을 봉안해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겠다”고 밝혔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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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아기와 물고기의 꿈결 같은 여행

    깜깜한 밤이 됐다. 이제 잠 잘 시간. 하지만 동그란 아가의 눈은 감길 줄 모른다. 그때 나타난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 아가는 물고기와 여행을 떠난다. 고래들 사이를 누비고 투명한 해파리 위에서 폭신폭신 뒹군다. 숲속에서는 나뭇잎을 향해 손을 뻗어본다. 하프, 피아노, 첼로 위에서 노는 것도 근사하다.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천진함을 가득 담은 보드라운 그림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몽환적인 장면 하나하나는 한참 동안 보고 또 보게 된다.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밤이 너무나 기다려질 듯하다. 예쁜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는 그림책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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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같은반 친구들보다 온라인 친구가 편해?

    초등학교 4학년 우현이는 늘 검은 마스크를 쓴다. 왼쪽 귀 밑에서 턱까지 이어진 큰 점 때문이다. 아이들은 우현이를 ‘검마’라고 놀리고 우현이의 고개는 점점 내려간다. 누나는 인터넷 친구라도 사귀라며 우현이에게 유령 퇴치 게임을 권한다. 게임에서는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고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우현이는 차츰 자신감을 얻는다. 빨리 사귀지만 쉽게 헤어지고, 몰랐던 자신의 모습이 튀어나오는 온라인 세계가 실감나게 펼쳐진다. 공룡 박사인 우현이가 학교 친구들과 공룡을 매개로 가까워지며 온라인과 현실 속 친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은 관계 맺기에 대해 차근차근 돌아보게 만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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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별 문화의 속살 깊이 들여다보는 창, 공연[광화문에서/손효림]

    갑자기 불이 켜졌다. 공연장으로 남성 직원들이 들어오더니 객석 뒤쪽을 향했다. 솔직히 이것도 공연의 일부인 줄 알았다. 연극이 워낙 전위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다리가 완전히 풀린 중년 백인 여성을 직원들이 양쪽에서 부축해 데리고 나간 후에야 공연이 아닌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다. 수년 전 오스트리아 빈 페스티벌에서 여우에 대한 서양의 전설을 다룬 ‘판 덴 보스’를 보다가 겪은 일이다. 극 중 남녀 배우가 유리벽 뒤로 들어가자 영상이 켜지며 바닷가 절벽이 펼쳐졌다. 둘은 키스하는 듯하더니 여성이 이로 남성의 얼굴 살점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남성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방금 눈앞에서 본 이들이 커다란 화면에서 이런 행위를 하자 영화에 비해 충격이 배가됐다. 여성 관객이 실신한 건 이 장면 직후였다. 막이 내리자 형식적인 박수가 나왔다. 로비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펑펑 울며 전화하고 있었다. “얼마나 끔찍한 걸 봤는지 넌 상상도 못 할 거야!”라며. 흥미로운 건 벨기에에서 이 작품이 기립박수를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바다와 접해 무역이 발달한 벨기에는 낯설고 도전적인 작품에 호의적인 반면에 클래식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는 지나치게 실험적인 작품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장법사 역의 배우 한 명이 바닥에 깐 대형 종이 위에서 잠자고, 사과를 먹으며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긴 여정을 그린 연극 ‘당나라의 승려’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도 고행길에 오른 듯 인내를 요구한 이 작품 역시 벨기에에서는 뜨거운 환호를 받았지만 빈에서는 관객의 절반 이상이 중간에 나가버렸다. 빈 관객이 기립박수를 거듭 보내는 광경을 본 건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노르마’가 끝난 뒤였다. 슈트와 드레스를 입은 이들이 인터미션 때 샴페인 잔을 든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빈 사람들은 오페라를 이렇게 즐기는구나!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각 나라의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공연 관람은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현지인이 공연장을 찾는 모습과 작품에 대한 반응을 통해 그 나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아이다’의 관객 대부분은 백발의 어르신이었다. 모자를 쓰고 재킷을 입은 할머니, 정장 차림에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 등 멋을 낸 스페인 어르신들을 한 번에 그렇게 많이 보긴 처음이었다. 젊은층이 주요 관객인 한국과 달리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관객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해외 연출가의 말에 당시 풍경이 떠올랐다. 이런 점에서 150개가 넘는 소극장이 밀집된 서울 대학로는 한국 문화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달 2일 시작해 이달 27일까지 열리는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은 외국인이 뮤지컬,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영어 중국어 일본어 자막을 제공하고 야외 퍼포먼스 등을 하는 행사다. 이 축제가 상설화돼 자막 서비스를 하는 공연이 늘어나고 탄탄한 작품을 꾸준히 알린다면 대학로는 외국인의 필수 방문지가 될 수 있다. 공연을 통해 맛보는 세계는 한층 깊고 더 강렬하기에.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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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청춘들의 불안과 좌절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루비’로 만든 동명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되고 있다. 김명진 작가(37·사진)가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루비’는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됐다. 김 작가와 시나리오 작업을 같이 한 윤형섭 작가(43) 역시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저녁’으로 등단했다. ‘루비’는 방송에 출연한 마술사의 비둘기 ‘루비’가 사라진 사건과 프로그램 폐지로 일자리가 사라진 비정규직 직원을 연결지으며 삶의 불안과 좌절을 그렸다. 방송국 스튜디오라는 현실 세계와 연극 무대라는 환상의 세계를 오간다. 박한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박지연이 주연을 맡았다. 방송국 작가로 일했던 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녹인 ‘루비’는 티켓 대부분이 판매됐다. 김 작가는 “희곡이 연극으로 공연된 경험을 추가해 영화에서 내면의 소리는 연극 무대를 통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올해 말 공식 개봉될 예정이다. “뭔가 털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겨우 썼던 희곡 ‘루비’가 연극계, 영화계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습니다. 스스로 치유되는 느낌도 받았고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작업한 시나리오로 또 다른 영화를 만들고 있고 희곡도 쓰고 있다. “방송, 연극, 영화를 두루 접해 본 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을 만들어 현장과 학계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글쓰기도 계속 해야죠.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는 그릇을 찾아 계속 모험을 할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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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가리’ 말고 이제 ‘무산’이라 하세요

    “분빠이는 각자내기로, 함바는 현장 식당으로 바꿔 쓰세요.” 573돌 한글날을 맞아 일상생활과 건설현장에서 자주 쓰는 일본어투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가려 써야 할 일본어투 용어 50개를 선정해8일 발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일본어투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건설용어 우리말로’ 캠페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어원은 2005년 만든 ‘일본어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 실린 1100여 개 단어 가운데 개선이 시급하고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를 선별했다. 일본식 한자어로는 종지부, 망년회, 잔고가 꼽혔다. 국어원은 이들 단어를 각각 마침표, 송년회, 잔액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모포는 담요로, 고수부지는 둔치, 가처분은 임시처분으로 순화할 필요가 있다. 익일은 다음날, 고참은 선임, 대절은 전세로 쓰는 것이 좋다. 많이 쓰는 일본어 음차어로는 나가리, 쇼부, 가라, 쿠사리가 꼽혔다. 이는 각각 무산, 결판, 가짜, 핀잔으로 바꿔 쓰면 된다. 곤조는 고집 또는 근성, 유도리는 융통성, 나시는 민소매, 무데뽀는 막무가내로 순화하도록 권했다. 간지나다는 멋지다로, 이빠이는 많이 혹은 가득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LH는 약 2주간 내부 직원 및 전국 20여 개 현장의 건설종사자 160여 명을 대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일본어투 건설용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개 단어를 선정했다. 국어원은 ‘나라시’는 ‘고르기 또는 평탄화’, ‘데나오시’는 ‘보완 공사’로 다듬었다. 순화된 용어는 건설현장 근무자들이 보기 쉽게 포스터로 제작돼 전국 LH 공사장 900여 곳의 현장식당, 안전교육장 등에 배포된다. 두 기관은 건설분야의 계약서와 설명서, 각종 기술 서적에 사용되는 어려운 건설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한효덕 LH 건설기술본부장은 “우리말로 쉽게 소통하는 건설현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어원은 건설 분야뿐 아니라 일본어투 용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분야를 대상으로 우리말 순화 작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일상생활에서는 일본어 음차어가 일본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재미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식적으로 우리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유원모 기자}

    •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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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커다란 배낭을 메고 마을로 돌아온 노인

    마을을 떠난 소년이 할아버지가 돼 돌아왔다. 늘 낡고 커다란 배낭을 멘 채. 배낭에는 죽은 아이들이 가득하다는 소문이 돈다. 눈을 감은 할아버지의 몸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관에 넣지만 관마저 하늘을 난다. 돌이 가득한 배낭을 넣자 관이 내려앉고, 할아버지는 묘지에 묻힌다.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만들었기에 장면 장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낭 속 돌은 삶의 굴레일 수도, 욕망일 수도 있다. 그 의미는 읽는 이마다 제각각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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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조선의 평범한 농민들, 관리의 수탈에 맞서다

    경상도 단성현으로 이사 온 복현은 서당에서 검돌이를 만난다. 검돌이는 복현이네가 양반 족보를 사서 상민에서 양반이 된 사실을 귀신같이 알아맞힌다. 어느 날 검돌이의 아버지가 관아로 끌려가 목숨을 잃는다. 관리들의 부패를 고발하려다 발각됐기 때문이다. 신분제가 급속히 무너지고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신음하던 조선 후기 사회상을 생생하게 그렸다. 관리들의 수탈에 맞서 봉기에 앞장선 검돌이는 당시 전국적으로 번졌던 농민 봉기의 이유를 상징한다. 검돌이가 아버지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임을 밝히는 등 예리한 추리로 사실을 알아내는 과정도 몰입도를 높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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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엄마가 그리울땐 어떻게 하지?

    초등학교 4학년인 연이는 집에 가도 엄마를 만날 수 없다. 교통사고로 엄마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집은 텅 비어 있다. 아빠는 방문을 닫은 채 소리 죽여 흐느낄 뿐이다. 초등학교 입학 때 엄마가 산에 심은 박달나무를 보러 혼자 산으로 향한 연이. 길을 잃고 헤매다 커다란 흰 개를 만나 하늘을 날고 안개 바다를 건너 한 섬에 이르게 된다. 갑작스레 엄마를 떠나보내고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리움과 두려움에 혼란스러워하는 연이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소중한 존재와 헤어져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는 걸 아슬아슬하고도 신비한 모험을 통해 얘기해준다. 따스하게 손을 내미는 이들도 가까이 있다. 그렇게 상처는 차츰 아물어 가고, 마음은 좀 더 단단해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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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하듯 박물관 공부하고 안전규칙도 익혀요” 콘진원 창업발전소 튀는 사업들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덮은 날, 병아리 삐유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 삐유의 얼굴이 점점 노랗게 변한다. 숨쉬는 것마저 답답해진 삐유. 동그란 눈을 뜰 수가 없다. 스타트업 ‘조이컴퍼니’가 어린이 교육을 위해 만든 가상현실(VR) 체험 콘텐츠다. 병아리 캐릭터인 삐유와 놀다보면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최인형 조이컴퍼니 대표(33)는 “VR체험관을 다녀보니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이용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며 “횡단보도를 건널 때 주의할 점, 불이 나면 지켜야 할 수칙 등을 몰입해 볼 수 있도록 360도 촬영으로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놀이하듯 즐기는 교육용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창업발전소 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멘토링 지원을 하고 있다. 마케팅, 홍보기법도 알려주고 기업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홈페이지도 제작해준다. 최 대표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 창업발전소 사업에 선정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와이드브레인’은 특정 박물관의 전시품에 대한 문제를 풀며 가상의 마을을 만들어가는 모바일 프로그램인 ‘퀴즈박물관AR’를 제작하고 있다. 정답을 맞히면 레벨이 올라가 건물, 나무, 도로가 생기며 마을의 모습이 점점 구체화된다. 어린이들이 박물관 현장에서 배운 내용을 모바일로 다시 익히며 성취감도 맛볼 수 있게 한 것. 당초 교육 시설 전반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지만 사업화에 대한 멘토링을 받으며 교육시설의 범위를 좁혔다. 정혜원 와이드브레인 대표(37)는 “박물관처럼 특정 시설을 대상으로 해야 차별성을 지닐 수 있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콘텐츠진흥원은 업종이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해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을 위해 글로벌 투자자 및 스타트업 컨설턴트를 초청해 만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트렌드도 소개할 계획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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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될성부른 ‘콘텐츠 스타트업’ 키운다

    “김○○ 할머니, 안녕하세요? 자, 다음 소리(초등학교 운동회)를 잘 들어보세요. 방금 소리는 어떤 곳에서 나는 소리인가요?” 인공지능(AI) 스피커에서 치매를 앓는 할머니에게 질문하는 음성이 나온다. 할머니가 “잘 모르겠다”고 하면 “‘국민학교’ 운동회 소리예요. 어렸을 때 운동회 해 보셨죠?”라며 대화를 이어간다. 답변에 따라 질문은 달라진다. 스타트업 ‘코코넛팡’이 치매 환자를 위해 만든 AI 대화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최동혁 코코넛팡 대표(41)는 “치매 진행을 늦추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요양사 한 명이 치매 환자 여러 명을 돌보고 있어 쉽지 않다”며 “AI로 환자들이 인지능력 개선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좋은데 회사 운영에 필요한 회계 등을 잘 알지 못했던 코코넛팡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도움으로 회계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콘텐츠진흥원은 창업발전소 사업을 통해 올해 콘텐츠 스타트업 40개를 선발하고 각각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했다. 예비 창업팀 19개에는 최대 2500만 원을 지급했다. 마케팅 컨설팅과 맞춤형 멘토링, 온라인 홍보 지원 등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35개의 기업 및 창업팀이 선정됐다. 경쟁률은 평균 10 대 1이 넘는다.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카페 펜션 식당 테마파크 등을 소개하고 여행 프로그램도 제안하는 앱 ‘엔터독’을 만든 ‘차이의발견’도 올해 창업발전소 사업에 선정됐다.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장선경 차이의발견 대표(42)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여행을 가도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했다.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장 대표는 “투자를 받는 방법과 요건, 앱 유지 비용에 대해 멘토링을 받아 실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법률 수업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장 대표는 “법률 서비스는 문턱이 높아 이용하기가 어려운데 콘텐츠를 공개할 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약관을 만드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토포로그’는 창덕궁, 종묘, 조선 왕릉 등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며 그곳의 건물이나 설치물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윤종선 대표(54)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 브랜드화 작업에 대해 교육받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많은 힌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진흥원은 스타트업이 안착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투자자를 유치하고 파트너 기관과 협업하는 방안을 안내할 예정이다. 박경자 콘텐츠진흥원 기업인재양성본부장은 “현장 경험이 많은 이들로부터 생생한 조언을 듣고 파트너사와 효율적으로 협업해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며 “벤처캐피털(VC) 등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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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일곱 개의 호주머니에 무얼 채울까

    새 옷을 입은 윌리는 일곱 개의 호주머니를 갖게 됐다. 윗도리에 3개, 바지에 4개. 호주머니에 뭘 넣을지 골똘히 생각하던 윌리는 각설탕, 손수건을 넣는다. 바닷가로 가 노란 조가비, 코르크 마개, 조약돌도 넣어본다. 집으로 온 윌리는 이들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 아빠에게 보여준다. 호주머니를 어떻게 채울지 궁리하고 물건을 넣은 뒤 뿌듯해하는 윌리의 모습이 정감 어린 그림에 담겼다. 윌리가 할머니에게 동물 친구를 소개받는 이야기, 할머니 집으로 혼자 걸어서 가는 이야기도 있다. 새로운 상황을 마주한 아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을 세밀하게 묘사해 공감을 자아낸다. 윌리가 무엇을 할지 상상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떠올려보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즐거움이 더 커질 듯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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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라노 김반디-윤아르나 20일 조인트 리사이틀 열려

    ‘소프라노 김반디&윤아르나 조인트 리사이틀’이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20일 오후 8시 열린다. ‘여성을 말하다 시리즈 2―여성과 문학’을 주제로 한 음악회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 등장하는 오필리아를 다룬다. 순수함을 지녔지만 끝내 광기로 치닫는 오필리아의 이야기를 담은 곡들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시로 만든 가곡들, 비극과 희극을 보여주는 오페라 속 두 장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소프라노 김반디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을 나온 소프라노 윤아르나는 프랑스 부흐라헨 컨서버토리에서 성악 및 실내악,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피아니스트 오순영이 반주한다. 3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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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투명한 유리창에 ‘쿵’… 새들이 위험해요!

    싱그러운 숲을 힘차게 날던 황조롱이 아저씨. 무언가에 쿵 하고 부딪치며 떨어져 크게 다쳤다. 박새 아저씨도, 굴뚝새 아저씨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딱딱한 하늘이 있다고 여긴 새들은 회의를 열어 중지를 모은 끝에 원인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유리로 숲속 카페를 만든 것. 새들은 더 이상 다치지 않기 위해 돌멩이를 떨어뜨려 유리를 깨려 하지만 끄떡도 없다. 나뭇잎을 붙여도 금세 떨어져 버린다. 고민에 빠진 새들은 어떤 해결책을 찾아낼까. 유리 때문에 겪는 위험을 새들의 입장에서 실감나게 묘사해 인간이 다른 생명에게 주는 고통을 돌아보게 한다. 묵직한 주제를 발랄하게 그려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마침내 새들이 떠올린 통쾌한 방법을 추리해 보는 재미가 읽는 맛을 더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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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서 온 관광객, 특별히 모십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8일까지 ‘2019 베트남 환대주간’을 운영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2일 오전 8시경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베트남 관광객들을 맞이했다.(사진) 아이돌 그룹 타겟, 배우 엄현경, 베트남 전문 유튜버 체리혜리도 환영 행사에 참여했다. 베트남 환대주간에는 인천공항 입국심사장에 베트남어 안내 인력이 배치돼 베트남 관광객의 입국 수속을 돕는다.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서울 명동, 부산 광복로에 안내소도 모두 5곳 운영한다. 안내소에서는 베트남인에게 할인권 책자, 기념품을 담은 환영꾸러미를 제공하고 1330 관광통역안내전화 연결도 지원한다. 관광경찰대는 환대 캠페인 부스가 설치된 지역에 영어나 베트남어 안내가 가능한 대원을 주로 배치해 베트남 관광객의 문의를 처리할 예정이다. 베트남 관광객은 이달 21일까지 서울 롯데월드, 경기 가평군 쁘띠프랑스 등 주요 관광지를 할인된 가격으로 방문할 수 있다. 난타, 점프 공연도 20%가량 할인해 준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베트남인은 45만7818명으로 전년보다 41%나 급증했다. 올해 1∼7월에는 32만7800명이 방한해 아시아·중동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27.3%)을 나타냈다. 박정하 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은 “연말에 아세안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환대주간 사업을 확대해 보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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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인터뷰]“회고록은 ‘영화에 미친 80년’… 또 영화제 위원장 합니다”

    그는 줄곧 허허벌판에 서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건 숙명 같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 집행위원장(82)의 삶은 그랬다. 1996년 BIFF를 탄생시키고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키워낸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남양주종합촬영소, 국립현대미술관, 국악당, 독립기념관 건립 등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그가 다시 도전에 나섰다. 강릉국제영화제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영화제(11월 8∼14일)까지는 고작 두 달 남았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를 수락한 걸까. 팔당호 바로 옆에 자리한 경기 광주시 자택에서 1일 그를 만났다. 두 개 면이 통유리로 된 서재에 들어서자 그림처럼 펼쳐진 팔당호 풍경에 탄성이 나왔다. 그는 “서울 광진구의 아파트에서 38년간 살았다”며 “이곳에 4층 건물을 지어 올해 이사했다”고 말했다. 1층은 이탈리안 식당, 2층은 카페로 임대를 주고 3층은 서재 겸 사무실, 4층은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늘색 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맨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리고 복숭아를 깎았다. 강릉국제영화제 준비 상황을 묻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을 때도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말렸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고요. 국내에 영화제가 많아 성공하기가 쉽지 않고 실패하면 오명만 남는데 왜 하느냐고 걱정해요. 한데 강릉이란 곳을 차분히 들여다 보니 승산이 보입디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강릉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내외 영화제 대부분은 행사가 끝나면 참석자들이 뿔뿔이 흩어집니다. 영화계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머리를 맞댈 기회가 없어요. 강릉국제영화제에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해 국내외 영화인들이 현재의 고민과 영화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제 속의 영화제’가 되도록 할 겁니다.” 예술총감독인 김홍준 감독(63)이 프로그램을 짜고 자문위원장인 안성기 씨(67)가 배우들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해외 영화인을 초청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지난주 일본에 가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나고 왔어요. 인지도 높은 영화인들은 연간 스케줄이 다 짜여 있어 이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지만 우정을 쌓아온 이들을 중심으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도전을 즐기는 승부사 기질을 타고난 걸까. “새로운 일을 마주하면 엔도르핀이 솟아요. 1961년 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들어가 일하다 보니,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기도 한데, 이뤄냈을 때 정말 뿌듯해요. 이게 반복되다 보니 도전이 삶의 일부가 돼 버린 것 같아요. 강릉국제영화제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지 않는지 걱정하는 분이 있는데요, 아주 잘 자고 있습니다.”(웃음) 그의 집은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50)도 마찬가지다. “칸에서 경쟁부문 진출작을 발표하기 전날 봉 감독이 우리 집에서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다 갔어요.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봉 감독에게 전화로 축하 인사를 건넸어요. 봉 감독이 ‘위원장님 댁에 다녀간 게 좋은 신호였던 것 같다’고 말해 같이 웃었지요.” 그는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은 올해 ‘기생충’의 수상은 낭보 중의 낭보라고 반겼다. 칸, 베를린, 베니스, 모스크바 등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과 수상 연도, 감독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하지만 한국 영화가 새로운 100년을 맞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했다.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뒤를 이을 만한 감독이 안 보여요. 인재 풀이 부족한 게 큰 문제입니다. 영화계도 양극화가 심해져 독립영화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걱정됩니다. 독립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상영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예술영화 전용관을 전국에 확대해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우려 속에서도 여성 감독들의 약진은 반가운 현상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벌새’의 김보라 감독을 꼽았다. “7월에 (명예위원장을 맡은)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에서 ‘벌새’를 봤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벌새’는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등 3관왕에 올랐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애틀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는 예상치도 못한 영화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했다. 통유리 앞에 놓인 의자 세 개는 그의 영화 인생을 상징한다. 하나는 BIFF 후원사인 에르메스가 감사의 의미를 담아 특별 제작했고, 또 하나는 젊은 감독 모임인 ‘디렉터스컷’이 명예감독으로 추대해 증정했다. 나머지 하나는 그가 감독이 돼 만든 단편영화 ‘주리’(2013년)를 촬영할 때 앉았던 의자다. 그는 장편영화 감독 데뷔도 꿈꾸고 있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장편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어요. 영화 만드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언젠가 술자리에서 배우 박중훈 씨(53)가 묘비에 뭐라고 쓸 건지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영화로 인해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미친 놈 여기 누워 있다”라고 답했다. 묘비 내용을 바꿀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박중훈 씨가 갑자기 물어보는 바람에 튀어나온 말이었어요. 저는 눈 감으면 화장해서 수목장을 할 예정이어서 묘비가 필요 없어요. 내년에 회고록을 써서 출간할 계획인데, 책 제목으로 ‘어느 미친놈의 80년’이 어떨까 싶어요. 아, ‘미친놈’이라는 말은 너무 직설적이니까 ‘어느 광인의 80년’이 좋겠네요.”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정확히 알아들을 정도로 청력이 좋았다. 보청기는 물론이고 돋보기 안경도 없다. “매일 아침 인근 공설운동장에서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해요. 서울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테니스를 했는데 여기로 이사 온 후에는 테니스 코트가 없어서 못 하고 있어요. 그 대신 서울에 갈 때면 테니스를 하죠.” 집안 형편이 워낙 어려워 경기고, 서울대를 청량리에 있는 집에서 걸어서 다니다 보니 원치 않게(?) 체력을 단련한 덕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술은 2005년 1월 1일부터 딱 끊었다. 그는 술자리에서 참석자들과 일대일로 소주 한잔씩을 마시며 눈 맞추고 얘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술이 몇 바퀴를 돌아도 끄떡없을 정도의 두주불사(斗酒不辭)였다. “혹자는 제게 ‘술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었다. 술로 세계를 제패했다’고도 해요.(웃음) 일을 하고 사람들을 사귀는데 술이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에요. 한데 나이 70이 가까워 오니 이렇게 마셔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바로 끊었죠.” 그는 안성기, 강수연 배우 등 오랜 우정을 나눈 이들과 계속 존댓말을 쓴다. “저보다 나이가 한참 어려도, 알고 지낸 기간이 길어도 이상하게 반말을 못 쓰겠어요. 말을 놓지 않는다고 해서 거리감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조심하고 예의를 지키게 되죠.” 서재 한 편에는 백남준 씨(1932∼2006)가 1988년 보낸 연하장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TV 모니터처럼 네모 칸을 빼곡하게 그려 색색의 숫자를 써 넣은 작품으로, 예술인과 그의 폭넓은 교류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는 회고록 출간에 이어 내고 싶은 책이 많다. 서울 예술의전당, 남양주종합촬영소 등 그가 맡았던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고 지금도 도전을 반기는 것이 가능한 비결이 궁금했다. “제가 어릴 때는 대통령, 장군이 되겠다며 큰 꿈을 꾼 아이들이 많았어요. 한데 저는 워낙 어렵게 자라서인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너무 멀리 보기보다는 일단 내게 온 기회를 붙잡아 충실하게 해내자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걸어왔답니다.” 그의 서재에는 영화 DVD 3000여 장과 영화, 그림 등에 대한 책 1만여 권이 있다. 영화 ‘마부’(1961년) ‘하녀’(1960년)의 복원판도 있다. 서재에는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가 있어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는 매달 한 번씩 동네 이웃들과 소장한 영화 DVD를 함께 보는 ‘작은 영화제’를 열고 있다. “해외 영화제에 참석하느라 세계 곳곳을 다녔고, 영화도 진짜 많이 봤어요. 운이 참 좋았죠. 제가 쌓은 경험과 지식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 김동호 씨 프로필△1937년생△경기고, 서울대 법대 졸업△1961년 공보부 입사, 문화공보부 기획관리실장, 문화부 차관(1992∼1993년)△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1996∼2010년), 영화진흥공사 사장,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은관문화훈장△(현)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광주(경기)=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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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을 뒤흔든 ‘인생여행’ 해 보셨나요?[광화문에서/손효림]

    마흔 살 아빠와 여섯 살 딸이 192일간 세계 여행을 떠났다. 세계 일주를 하는 이가 많은 지금, 이 여행이 눈길을 끄는 건 아빠가 1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독박 육아 및 여행’을 행동에 옮겼다는 점이다. 아내는 한국에 남아 회사를 다녔다. ‘육아휴직 하고 딸과 세계 여행 갑니다’를 최근 출간한 이재용 씨 이야기다.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이 씨 역시 딸 서윤이의 얼굴을 보는 건 많아야 하루 2∼3시간이었다. 생후 100일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졌던 서윤이는 발레, 수영, 미술 학원에 다니느라 바빴다. 어느 날 이 씨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가장 큰 행복을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고민 끝에 육아휴직과 여행을 선택했다. 물론 6개월이 넘는 여행은 쉽지 않았다. 서윤이가 복통에 시달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응급실로 뛰어갔을 때,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뚝뚝 흘릴 때면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서윤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표현하며 한 뼘씩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힘겨움을 훌쩍 넘어선 기쁨이었다. 이 씨의 선택은 이제 갓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남성 육아휴직이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신선한 파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여행 방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세 살 된 아들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2007년) 등을 출간한 오소희 씨는 아이를 키우느라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엄마들에게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배낭여행을 하며 자유롭게 세상을 누빈 세대였지만 엄마가 된 후 꼼짝달싹하지 못하던 이들에게 오 씨는 새로운 길을 안내해 준 셈이었다.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뒤에는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딸과 긴 여행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환갑잔치를 여는 대신 어머니와 아들이 세계 일주를 떠나고, 미니 버스를 마련해 러시아 핀란드를 거쳐 포르투갈까지 육로로 여행한 가족도 있다. 은퇴한 아버지와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함께 길을 나서기도 했다. 집을 판 비용으로 네 살 아들을 데리고 여행한 용감한(?) 부부도 있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인생의 타임 테이블에 억지로 맞추지 않겠다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찬찬히 돌아보고 이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의 행복에 집중하고 각자 원하는 것에 맞춰 계획을 짜다 보니 여행의 방법이 다채로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런데 왜 여행일까. 길 위에서는 오로지 한 명의 자연인으로 존재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학력, 사회적 지위, 나이는 의미가 없다. 사회가 입혀 놓은 옷은 사라지기에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미처 몰랐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그 길이 꼭 해외일 필요는 없다. 기간이 길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혼자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든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보고 느끼면 된다. 그렇게 성장은 계속된다.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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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나무숲 거닐며 심신 추스리고… 고택 머물며 솔송주도 빚고…

    혜민 스님이 마련한 마음치유콘서트에서 마음을 다독이고 운치 있는 돌담길을 걷는다. 박흥선 식품명인과 솔송주를 담그고 유현수 셰프가 만든 음식도 맛본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 현실이 된다. 다음 달 열리는 ‘취향저격 마을여행단’ 프로그램으로,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 사연을 보내 당선되면 이를 즐길 수 있다. 1인당 1만 원만 내면 된다. ‘취향저격 마을여행단’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가을 여행주간(9월 12∼29일)에 운영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9월 19일 전남 담양군 삼지내마을에서 진행하는 일일 여행이 제격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삼지내마을은 3.6km에 이르는 고즈넉한 돌담길로 유명하다. 삼지내마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돌담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고택을 감상할 수 있다. 약초밥상으로 든든하게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다례 체험을 하고 대나무숲으로 이름난 죽녹원에서 상쾌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어 혜민 스님이 진행하는 마음치유콘서트가 열린다. 혜민 스님은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몸과 마음을 편안히 만드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9월 23, 24일 경남 함양군 개평마을에서 1박 2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솔송주를 담그고 와인밸리를 돌아본다. 고택 60여 채가 모여 있는 개평마을에서는 냇가를 따라 마을 골목을 누비며 선조들의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의 집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대학자 일두 정여창 선생(1450∼1504)의 일두고택도 있다. 박흥선 명인과 함께 솔잎과 송순으로 솔송주를 담그는 시간도 있다. 유현수 셰프는 솔송주에 어울리는 음식을 마련한다. 하미앙와인밸리에서는 와인으로 족욕을 하고 나만의 와인도 만든다. 강원 태백시 철암탄광역사촌(9월 17일), 충남 당진시 할매마을(9월 25일)에서도 일일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4개 프로그램의 참가 인원은 각각 30명이다. 해당 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를 적어 9월 4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2017년부터 선보인 ‘취향저격 마을여행단’은 경쟁률이 평균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문체부 관계자는 “여행을 하고 싶은 사연을 검토해 참가자를 선정하기에 의미 있고 눈길을 끄는 사연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낸 이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지역별 프로그램으로 부산 산복도로 탐험, 인천 원도심 여행, 강원 지역별 역사 알기, 충남천년백제길 여행 등이 있다. 여행주간이 추천하는 전국의 캠핑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하고 싶은 활동을 적어 보내면 3명을 선정해 캠핑카로 2박 3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자세한 내용은 여행주간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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