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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당일인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가 나타났다.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투표를 마친 부부는 환한 얼굴로 “깨끗한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 부부의 ‘깨끗한 마음’은 취재진의 ‘공격’으로 급격히 흐려졌다. 취재진이 ‘남은 추징금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아는 게 없다”며 급히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러나 이 여사는 “정치자금 받은 것을 두고 (법원이)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은 낼 수 없다”고 했다. ‘아들이나 친척들은 돈이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은 연좌제 국가가 아니다. 각하 것은 성의껏 냈다”고 답해 취재진을 당황케 했다. 1997년 법원은 재임 시절 대기업에서 9500억 원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수수)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했지만 15년 동안 낸 추징금은 전체의 24%인 532억 원에 불과했다. 이 중 강제집행이 아닌 스스로 납부한 돈은 2003년 “내 재산은 통장 잔액 29만 원뿐”이라고 밝히며 낸 29만1000원과 2010년 강연료 수입이라며 낸 300만 원이 전부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주부 이모 씨(31)는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4세 된 딸이 어린이집을 다녔던 2년 동안 스승의 날(5월 15일), 명절(추석 설), 화이트데이(3월 14일), 빼빼로데이(11월 11일), 크리스마스 등 명절 또는 기념일마다 어린이집 원장을 포함한 교사 7명에게 모두 선물을 돌렸다. 명절에 한우 세트를 돌린 것은 물론이고 때마다 명품 향수·화장품, 꽃바구니까지 2년 동안 10여 번이나 선물을 보냈다.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에는 교사와 아동 전원에게 사탕이나 초콜릿을 일일이 포장해 선물하기도 했다. 한 살인 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올해 스승의 날에는 선물로 10만 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생각하고 있다. 이 씨는 “무슨 날이 있을 때마다 선물 비용만 수십만 원 들어 부담이 되지만 선물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관심을 받지 못할까 걱정돼 꼭 선물을 한다”고 말했다.스승의 날이 한 달 넘게 남았지만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엄마 중 상당수는 벌써부터 선물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영유아를 둔 엄마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유명 카페에는 올해 초부터 이 같은 고민을 하며 조언을 얻으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주부 A 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6일 올린 ‘스승의 날 선물 때문에 미쳐 버리겠다’는 제목의 글에서 “교사에게 선물을 챙겨주지 않으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 걱정이다. 겨우 29개월 된 아들을 놓고 이런 고민을 해야 하니 스트레스다”라면서도 “화장품, 상품권 중에 뭐가 좋을지 조언해 달라”고 했다.관련 글 중에는 “목욕용품이나 수제비누세트는 너무 많이 들어와서 선생님들이 안 좋아한다. 백화점에서 명품 화장품을 사주거나 상품권을 주면 선생님들이 백화점에 가서 바꿀 수도 있고 좋아할 것” “확실히 선물을 챙겨주면 아이를 한 번 더 봐주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조언성 댓글들이 달려 있다. 자신이 어린이집 교사라고 주장하는 몇몇 누리꾼은 “스카프나 손수건은 남에게 주게 된다. 브랜드 지갑이나 수입 화장품은 영수증 없이도 교환이 가능해 가장 선호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스승의 날, 화이트데이, 명절, 크리스마스는 의무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학부모들이 선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데는 어렵게 대기 수요를 뚫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상황에서 혹시 자신의 아이만 차별당할까 하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24개월 된 딸을 둔 이모 씨(30·여·공무원)는 “집에서 가까운 민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데만 해도 한 달 넘게 기다렸다”며 “수요가 넘치고 아이들이 밀려들어 오는 상황에서 어린이집 측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신경 써주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선물 고민을 더 하게 된다”고 했다.가끔씩 아동 학대 및 불량 급식·간식 사건이 터지면서 ‘혹시나 우리 아이도 잘못 보였다가 저렇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도 학부모들을 선물 경쟁으로 모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신동주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최근의 고가 선물 경쟁은 몇몇 어린이집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나타난 ‘이상 현상’”이라며 “학부모들의 선물 공세가 어린이집 교사에게는 ‘교사를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쾌감을 줄 수 있고 학부모 스스로가 어린이집의 교육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만큼 아이와 함께 편지를 쓰는 등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방법으로 교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최근 조혜련 부부, 서장훈·오정연 부부 등 스타들의 이혼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류 스타 류시원 씨(40·사진)도 결혼 2년 만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8일 법조계에 따르면 류 씨의 부인 조모 씨(31)는 지난달 22일 서울가정법원에 류 씨를 상대로 이혼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조정 신청서는 접수만 된 상태이며 조정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이 무슨 이유로 이혼 절차를 밟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류 씨는 2009년 여름 지인의 소개로 만난 무용학도 출신 조 씨와 2010년 10월 결혼했다. 이들은 결혼 3개월 만인 지난해 1월 딸을 낳았다. 류 씨는 다음 달 7일 방영을 시작하는 채널A 월화드라마 ‘굿바이 마눌’에서 주인공을 맡아 3년 만에 TV 드라마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동네에서 카페 하려다가 투자금만 1억 원에 손익분기점도 불분명할 거 같아 어린이집을 창업하려 합니다. 아내가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수요는 항상 있으니까 수입도 확보돼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최근 인터넷 유명 재테크 카페에 한 남성이 올린 글이다. 이 사이트에는 어린이집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글이 많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2세 이하 아동에 대해 전 계층 무상보육 확대 정책을 시행하자 어린이집 창업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아동 연령에 따라 월 28만6000∼39만4000원을 보육료로 지급해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서울에서만 110건의 어린이집 인가가 나 지난해 같은 기간 78건에 비해 32건이나 증가했다.주부 A 씨는 지난달 한 재테크 카페에 “2억5000만 원을 대출받아 어린이집을 계약했다. 어떻게 운영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도 수익을 낼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어린이집 창업 시 예상 가능한 수익을 정리해 놓은 글도 있다. 한 주부는 “원생 19명이 있는 어린이집이라면 지원금 900만 원을 받을 수 있고, 선생님 3명 인건비 각 100만 원, 잡비 다 빼도 500만 원을 남길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어린이집 매물은 지난해 초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정부 정책이 어린이집 운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거나 가격이 오른 뒤 팔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어린이집 권리금은 최고 1억 원이 넘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현 정부에서 사찰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방송인 김제동 씨(사진)가 “국가정보원 직원을 두 번 만난 적이 있다”고 2일 밝혔다. 김 씨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2010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직전 일면식도 없던 국정원 직원이 연락을 해 온 뒤 (서울 방배동) 집으로 찾아와 두 번 만난 적이 있다”며 “이 직원이 ‘추모 콘서트 사회를 본다는 게 사실이냐. 위에서도 걱정이 많다. 앞으로 방송도 계속 해야 하지 않겠느냐. 웬만하면 안 가면 안 되겠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조문하는 것이 그렇게 걱정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고, 나는 간다’고 대답했다”고 했다.앞서 일부 언론은 경찰이 작성한 것이라며 ‘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특정 연예인 명단과 함께 이들에 대한 비리 수사 하명받고, 기존 연예인 비리사건 수사와 별도로 단독으로 내사 진행’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 씨가 사찰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씨에 대한 조사나 내사를 한 적이 전혀 없다. 언론이 공개한 문건은 경찰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세금 많이 내면 자동차에 황금 번호판 달아 드릴게요.’ 4·11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낸 20개 정당 중 10여 개 군소 정당은 이색 공약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공약 중에는 예산 확보 계획과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바람과 동떨어진 ‘황당 공약’도 많다. 기독자유민주당은 ‘세금을 많이 낸 자에게 영광을 부여해 경제개혁을 도모한다’는 기치 아래 재산을 헌납하거나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의 자동차에 황금으로 된 번호판을 달아주거나 큰 건물에 그 사람을 칭찬하는 내용의 글이 흐르는 전광판을 설치해 모든 사람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가 시행 자격시험을 주일인 일요일에 볼 수 없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군 전역자와 농어촌 거주자, 직장인들이 열광할 만한 공약도 있다. 국민행복당은 ‘군 전역 시 최대 1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는 공약과 ‘농축수산업 종사자와 귀농해서 일정기간을 보낸 자에 한해 병역 특례나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녹색당은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주 30시간으로 줄이고 하루 근무시간도 6시간으로 하는 ‘칼퇴근법’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불교정도화합통일연합당은 ‘전국을 1시간 안에 오갈 수 있도록 경비행장을 설치하고 전 국토를 개발해 우리나라를 지구상 최대 리조트 같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한국기독당은 일정 기간이 넘은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하는 ‘자동차 연한제’를 시행해 교통 정체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동·읍·면사무소를 폐지해 절약하게 되는 예산으로 유류세를 50% 인하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한국선거학회 회장인 김욱 배재대 교수는 “군소 정당 중 일부는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유권자에게 다가갈 기회가 거의 없어 정당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색·황당 공약을 내놓게 된다”며 “청년실업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해 참신한 공약을 내놓는 경우도 있어 공약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학교법인 숙명학원(숙명여대 재단)과 갈등을 빚다 이사회에서 해임 처분된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이 법원의 ‘해임 결의 효력 정지’ 결정으로 다시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박희승 수석부장판사)는 22일 열렸던 숙명학원 이사회의 결정과 관련해 한 총장 측이 제기한 ‘총장 해임 및 이사해임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29일 밝혔다.재판부는 “숙명학원이 14일 이사회 심의 안건을 ‘비상사태의 예방과 처리, 총장답변서에 대한 검토와 처리, 회의록 대표 간 서명 임원 호선’으로 한정해 통지했으며 한 총장에 대한 해임 목적은 명시하지 않아 이사회는 무효”라고 밝혔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회를 소집할 때 7일 전까지 회의의 목적을 명시해 각 이사에게 통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재판부는 이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통보를 받은 이용태 재단 이사장의 청문 절차가 30일 예정돼 있는 점, 같은 날 대규모 학생총회가 예정돼 있고 총장 업무의 공백에 따른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어 한 총장이 총장직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총장은 30일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이용태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는 여전히 한 총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확고한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가 동문이 낸 기부금 등을 정상적인 재단 전입금인 것처럼 위장한 책임을 물어 재단의 이사 8명 중 이 이사장을 비롯한 2명의 이사 승인을 취소했고, 3명은 승인을 보류하고 있어 이사회는 현재 총장 해임안을 의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장 해임 결의를 위해서는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이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은 한 총장 해임의 타당성 여부가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뿐”이라며 “한 총장이 총장 자격이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어 “교과부가 청문회를 마친 뒤 이사 2명에 대한 승인 취소를 최종 결정한다면 법원에 이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사직 회복을 위한 본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사회의 기능이 정상 회복되면 한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다시 의결할 것”이라고 했다.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서울 소재 모 대학 3학년인 A 씨(24)는 지난달 10일부터 48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후 3시 누군가에게로 2만 원씩 송금했다. 이 일을 앞으로도 17일간 더해야 한다. 하루라도 입금을 못하면 갚아야 할 액수가 확 늘어난다.A 씨는 대부업자에게 빌린 100만 원에 대한 일수 원금과 이자를 매일 보내고 있다. 그는 대학교 1, 2학년 시절 당시 정부보증학자금대출 1000여만 원을 받아 등록금을 냈지만 매월 8만 원의 이자를 갚지 못했다. 부모는 대형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은행에서 10억 원대 돈을 빌려 매달 1000여만 원을 대출 원리금으로 상환하고 있어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다.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집세로 월 38만 원을 내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이자를 낼 돈이 없었다. 결국 신용까지 낮아지면서 올해는 등록금 대출도 받지 못했다. 저축은행에서도 학자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대출받아 생활비와 책값으로 쓴 적이 있어 더는 대출이 불가능했다.A 씨는 올해 1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100만 원이 부족했다. 마감 시한이 다가올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생활정보지에 난 대부업체 광고였다. 전화를 걸자 대부업자는 “하루에 한 번 돈을 갚으면 부담도 덜하고 저축하는 마음으로 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수를 권유했다. 이후 대부업자는 A 씨 집 근처로 찾아와 출장비와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10만 원을 떼고 90만 원을 줬다. 업자는 “65일 동안 130만 원을 갚으면 된다”며 “만약 6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2만 원씩 120만 원을 갚으면 나머지 5일을 빼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자를 하루라도 갚지 못하면 이 이자를 원금과 합산해 다시 이자를 물릴 것”이라고도 했다.솔깃한 조건이었지만 연이율로 환산하면 225%의 초고금리 사채였다. 그는 돈을 갚기 위해 평일에는 초등학생 3명을 그룹과외 하며 60만 원을, 금 토 일요일 3일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3일에 16만2000원을 벌고 있다. A 씨는 “호프집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일수 이자를 갚는데 나가고 있고 생활비 때문에 과외도 쉴 수가 없다”며 “하루라도 통장에 잔액이 없을까 봐 가슴이 갑갑하다”고 말했다.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제 학자금 대출도, 저축은행 대출도 안 된다. 당장 학원도 다녀야 하고 생활비도 필요해 돈이 급한데 대학생 일수 대출을 해주는 곳을 알려 달라”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 아래에는 무등록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광고성 댓글을 달며 곧바로 사채를 빌려준다며 유혹하고 있다. 인터넷 유명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대학생 일수’를 넣어보면 대부업체들이 수두룩하게 검색된다. 실제로 동아일보 기자가 대학생을 가장해 한 대부업체에 전화를 해보니 업자들은 대부분 100만 원을 빌릴 시 120만∼140만 원을 45일, 65일, 85일 등으로 나눠 갚으면 된다며 대출을 부추기면서도 수수료로 얼마를 떼는지, 연체 이자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만 반복했다. 일수를 찾는 대학생들은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은 물론이고 저축은행 등의 대출이 모두 막힌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대부분이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신용유의자는 3만2902명으로 전년 2만6200명보다 6702명 늘었다. 이들 중 일부는 A 씨처럼 대출받는 게 불가능해 사채나 일수를 쓰며 매일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이자 연체로 신용유의자가 됐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성적만 넘으면 재심사를 통해 대출받을 수 있다”며 “사채와 일수에 손을 대기 전에 반드시 재단 측과 구제책을 논의하라”고 당부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66·사진)가 이화여대 특강에서 여성을 비하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수강생은 복 씨의 발언을 녹음했다며 이화여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이화이언 게시판에 그 내용을 올렸고 이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A4용지 한 장 분량의 게시글에 따르면 복 씨는 21일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행정학 전공 수업인 규제행정론 수업에서 자유기업원 인사 초청 특강을 하던 중 “여성이 화장을 하는 이유는 남성에게 성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성은 유전자적으로 젊고 어린 여성을 원하기 때문에 여성은 (이에 맞춰) 최대한 어려 보이려는 목적으로 화장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학생 이모 씨(23)는 “시장과 경제, 정부 규제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했는데 강의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불쾌한 발언만 들었다”고 했다. 복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열심히 강의하고 질문에도 다 대답해 줬는데 어느 지독한 학생 한 명이 불쾌한 행동을 하고 있다. 전혀 논란이 될 것 없는 수업이었다”며 전화를 끊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을 맞아 한일 관계의 발전 전략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에서 열렸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한일관계와 그 발전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교토(京都) 리쓰메이칸(立命館)대의 가와구치 기요후미 총장과 야부나카 미토지 특별초빙교수, 연세대 김기정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일본센터소장인 김상준 교수가 참석했다. 가와구치 총장은 개회사에서 “대지진 이후 자연의 위력 앞에 어이없이 무너진 원자력발전소를 보면서 과학기술의 한계와 사람 간 유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한일 젊은이들이 과학과 사람의 유대를 모두 강조하는 ‘21세기형 문명’을 창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야부나카 교수는 한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당시 한국인들이 신속히 구조대를 파견하고 전국적으로 성금을 모으는 등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줬다”며 “이에 힘입어 일본 국민은 열심히 복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한일 젊은이들 역시 활발히 교류하며 양국 협력 방안을 토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연세대 글로벌라운지에서 연세대 학생과 리쓰메이칸대 학생이 참여해 ‘문화교류와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리쓰메이칸대 학생들은 영상을 통해 대지진 이후 진행 중인 복구상황을 자세히 소개하는 한편 한일 젊은이들의 문화교류 방안을 제시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전형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는다며 지난해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사진)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김 의원에게 8차례에 걸쳐 소환을 요구했지만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18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4·11총선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점 등을 감안해 김 의원에 대한 조사 없이 기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06년 4월∼2008년 2월 민주노동당 회계책임자로 재직하며 신고하지 않은 계좌로 144억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의 격전지 중 한 곳인 전남 순천-곡성 선거구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부화에 실패한 ‘부화중지란’을 시중에 유통시킨 일당이 검거됐다. 유통된 계란은 450만 개(15만여 판)로 경찰은 우리 국민 10명 중 1명꼴로 이 계란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2월부터 이번 달까지 부화중지란을 판매하고 유통시킨 혐의(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로 부화장 업주와 유통업자, 제빵공장 사장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부화중지란은 36∼38도에 이르는 고온의 부화기에 보관돼 있다 부화에 실패한 것으로 냄새가 나고 노른자가 파괴되는 등 식용으로 부적합해 폐기처분해야 한다.경찰에 따르면 정모 씨(52) 등 부화장 업주 11명은 부화중지란을 유통업자 김모 씨(55)와 이모 씨(50·여)에게 1판에 500∼600원(정상란 출하가는 3000원)에 팔아 총 4700만 원을 챙겼다. 김 씨는 이 계란을 제빵공장 사장 최모 씨(53)에게 팔아 1억1000만 원을 챙겼다. 이 씨도 권모 씨(33) 등 도매상 7명에게 계란을 팔아 1억9000만 원을 챙겼다. 도매상들은 이를 다시 1판에 2000원(정상란 도매가는 4000원)을 받고 식당과 제과점에 팔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우리가 드리는 건 장학금이 아닌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해비치재단)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전사한 전사자 유가족과 당시 생존한 장병 및 그들의 자녀에 대해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던 민간장학재단들이 폭침 2년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66)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석성장학회를 통해 천안함 폭침 당시 생존한 장병들과 그의 자녀들을 후원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사고 당시 천안함에 탑승했던 최원일 함장과 김병남 원사를 지난해 4월 11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해군회관으로 초청해 500만 원씩 격려금을 지급했다. 최 함장의 중학생 아들과 김 원사의 고등학생 딸에게도 60만 원씩을 지원했다. 조 이사장은 22일 “당시에는 최 함장의 아들이 천안의 한 명문고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 즉흥적으로 60만 원을 지원한 것이었지만 올해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봉중·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장학재단인 정재장학회는 전사자 유가족 자녀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 이 장학회는 2010년에 전사자 자녀 11명을, 지난해에는 13명을 지원했다. 장학회는 비봉중·고교 개교기념일인 매년 10월 9일에 맞춰 1년에 100만 원씩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10월경 지급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홍석보 이사장(52)은 부친이 군인 출신이어서 전사자 유족에 대해 더 애틋하다”며 “천안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식어가고 있지만 전사자 자녀에 대한 정재장학회의 관심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해비치재단은 2010년 8월부터 모든 전사자 자녀에게 학기당 초등학생 30만 원, 중학생 40만 원, 고등학생 60만 원, 대학생 200만 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유자녀 중 가장 어린 2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재단과 장학회의 지원 덕분에 큰 위로를 받고 있다. 세 자녀 중 초중학교에 진학한 두 자녀가 해비치재단과 정재장학회에서 장학금 지원을 받고 있는 고 남기훈 원사의 아내 지영신 씨(37)는 “아이들 학원비나 막내 유치원비가 빠듯했는데 지원금이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며 “대학 때까지 지원해준다고 약속해줘 더욱 고맙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해 추도식에는 국회의원에 지역 주민들도 찾아왔는데…. 올해는 민망할 정도로 조용하네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광성고 강당을 찾은 학교 관계자는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학교는 2년 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나현민 상병이 2009년 졸업한 학교다. 천안함 2주기를 맞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 상병을 기리는 추도식이 열렸지만 분위기는 1년 전과 사뭇 달랐다.지난해에는 재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 지역보훈단체장 등 관내 기관장 10여 명과 지역 주민까지 찾아와 강당을 가득 채웠다. 학교에서 추도식을 따로 홍보하거나 초청장을 돌린 것도 아니었지만 나 상병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국가보훈처에서 보내 준 군악대는 1시간 넘게 이어진 추도식에서 경건한 추모곡을 연주했다.하지만 지난 1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2주기 추도식장은 썰렁했다. 심지어 나 상병의 부모조차 오지 않았다. 나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4)는 “올해는 총선도 있고 다들 바빠서 참석하는 외부인사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학교로부터 미리 전해 들었다”며 “아들과 천안함에 대해 관심이 식은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재학생과 교직원, 일부 학부모만 참석한 추도식은 나 상병의 약력 소개와 학생 대표의 발표, 묵념 순으로 30분 만에 끝났다.학교가 대회의실에 특별히 마련한 ‘천안함 46용사 추모사진전’도 관람객이 없어 텅텅 비어있었다. 사진전에는 나 상병이 고교 시절 체육시간에 찍은 사진과 졸업 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다. 엄재유 교장(59)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교 설명회 기간과 전시 기간이 겹친 덕에 학부모들이라도 보고 간다”며 “그마저 없었다면 자칫 재학생들만의 조촐한 행사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썰렁하기는 천안함 46용사가 묻혀 있는 국립대전현충원도 마찬가지였다. 대전현충원은 천안함 폭침 2주기를 맞아 추모문화행사를 19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열고 있다.기자가 찾아간 19일 오후 현충문 앞 잔디광장에는 천안함 용사들에게 보내는 추모 메시지를 붙여 놓을 수 있는 게시판이 들어서 있었다. 가로 5.4m, 높이 1.8m 규모의 게시판을 추모 문구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메우는 이벤트였다. 손바닥 크기의 포스트잇 수천 장을 붙여도 모두 채우기 어려운 크기였지만 지난 이틀간 붙은 포스트잇은 6장이 전부였다. 포스트잇에는 ‘46용사를 낳아주신 어머니, 당신이 영웅입니다’ ‘천안함 용사들이여 편히 잠드소서’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이날 게시판 앞에서 만난 노지윤 씨(22·여·전북대 3년)는 “아버지가 병무청 공무원이고 오빠가 군인이라 천안함 사건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내 또래의 젊은 청년들에게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함께 온 강진주 씨(19·여·충남대 1년)는 “예상보다 호응이 없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사람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도록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는 병무청 블로그에도 글을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기자가 20일까지 1박 2일간 현충원에서 만난 일반인 추모객은 이들을 포함해 6명뿐이었다. 그마저 모두 퇴역 군인 또는 그들의 가족이었다. 대전에 있는 딸의 집에 놀러왔다가 부인 사위와 함께 참배하러 왔다는 권모 씨(80)는 “3대째 직업군인으로 복무해왔다. 어린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청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얼마 전 예편한 남편을 췌장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다는 백은복 씨(57)는 “현충원 산책로는 남편 생전에도 함께 자주 거닐던 곳인데 생각보다 빨리 남편을 이곳에 묻게 됐다. 오늘은 남편도 보고 천안함 용사들의 묘도 둘러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이날 아들인 박정훈 병장의 묘역을 청소하러 현충원을 찾은 아버지 박대식 씨(53)는 “지난해에 비해 추모객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더 잊혀지지 않겠느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다행히 천안함 2주기를 기념하려는 군부대와 공공기관 등의 단체 방문은 줄을 이었다. 20일 하루 공수부대와 농협중앙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중앙민방위방재교육청 관계자들이 잇달아 현충원을 참배했다. 임직원 40여 명이 함께 찾은 농협중앙회 측은 “천안함 용사와 한주호 준위 묘역에 헌화했다”며 “2주기가 되니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렇게 단체로라도 오면 좋을 것 같아 왔다”고 했다.천안함을 공격한 어뢰 추진체 등이 전시돼 있는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에도 단체 방문이 줄을 이었다. 중구 신당동 어린이집에서 찾아온 어린이 30여 명은 기념관 2층 로비에 전시된 어뢰 추진체 앞을 한참동안 떠나지 못했다. 어린이집 교사 장신애 씨(39·여)는 아이들에게 “해군 아저씨들은 우리를 지켜주려다 전사한 것”이라며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용감한 분들”이라고 설명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 조직 양은이파 두목인 조양은 씨(62)에게 저축은행 불법 대출금 수십억 원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외교통상부에 조 씨에 대한 여권무효화 요청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경찰은 무효화 요청이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서는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 만약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필리핀에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 씨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돼 강제추방 당하게 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 2년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천안함이 수심 40m 아래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한 지 26일로 2년이 된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떠나보낸 유족들의 지난 2년은 어땠을까. 동아일보는 천안함 폭침 2주기를 맞아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유족을 전화로 인터뷰했다.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47명의 유족 가운데 27명. 12명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더는 그때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3명은 유족회에 등록해 놓은 휴대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착신을 금지해둔 상태였다.응답자 가운데 21명은 사건의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했다.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16명이나 됐다. 고 차균석 중사의 아버지 차상률 씨(50)는 요즘도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그는 “자리에 누우면 아들 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평생 갈 것 같다”고 했다.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69)는 “잠을 못 자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신도 없다.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되풀이할 때가 많다”고 했다.두통 신경통 등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도 7명이나 됐다. 고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 심복섭 씨(50)는 아들을 잃은 뒤로 입 주변 등 얼굴에 마비가 와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는 어눌한 말투로 “아들이 죽고 난 뒤로 혼자 지내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밖에 4명은 불안장애나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다. 고 조지훈 상병의 아버지 조영복 씨(51)는 “아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체온을 나눴을 군번줄을 만지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다.유족 21명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의 기억이나 관심이 흐려진 것 같아 섭섭함을 느낀다’고 했다. 고 강준 상사의 아버지 강현찬 씨(65)는 “지난해 1주기 때는 주변에서 ‘건강 챙겨라,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계속되는 루머에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 씨(57)는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유가족에게 돈을 주고 입을 다물게 했다고 떠드는 사람도 있던데 자기 일이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전사자를 기억해주는 이들을 향한 감사 메시지도 이어졌다. 고 서승원 중사의 어머니 남봉임 씨(45)는 “승원이 친구들이나 군 선·후임들이 요즘도 자주 찾아오는데 승원이가 헛되이 떠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4)는 “매년 현충원에 찾아와 눈물 흘려주는 시민들이 계시는데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천안함 폭침으로 산화한 이창기 준위의 부인 오행숙 씨(42)는 항상 남자 지갑을 들고 다닌다. 이런 오 씨에게는 늘 ‘웬 남자 지갑을?’이라는 시선이 따라다니지만 한시도 이 지갑을 놓지 않는다. 이 지갑은 2010년 3월 26일 시신조차 남기지 않은 채 하늘로 떠나버린 남편의 유일한 유품이다. 남편 이 준위는 그 지갑 안 가족사진 속에서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오 씨는 “유품은 태워 없애는 거라는데 남편 시신도 못 찾고 남은 물건이 이것밖에 없어서 차마 태우지 못했다”며 “지갑을 가지고 다니며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은 남편을 생각한다”고 말했다.어느 날 갑자기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전사자 유족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품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떠난 이들의 큰 빈자리를 유품으로 대신하며 마음속 깊은 그리움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최근 이사한 고 서승원 중사의 어머니 남봉임 씨(45)는 방 하나를 아들 몫으로 비워 놓고 유품으로 채워 놨다. 이 방의 진열장은 서 중사의 영정과 남 씨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찍은 사진, 입대할 당시 늠름하게 경례를 하던 사진 등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지난 2년간 한시도 아들을 잊은 적이 없다는 남 씨는 이 방에 들어설 때마다 한동안 멍하게 서 있는다. 그는 “방문을 여는 순간 아들을 잃은 2년 전 그 순간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아들 방을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 아들이 ‘엄마’ 하고 돌아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아들을 잃은 후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남 씨는 밤마다 아들 방을 찾아 아들 냄새가 밴 이불을 덮고 한동안 누워 있는다. 혹시라도 아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불 속으로 들어오진 않을까…. 아들 목소리가 그리울 때는 아들이 남긴 휴대전화 동영상을 열어본다. 동영상 속에서 아들은 노래방에서 멋지게 노래를 부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남 씨는 “아들이 쓰던 건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다”며 “천안함에서 나온 아들 옷도 다 세탁소에 맡겨 언제라도 아들이 입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4)는 아들이 놓고 간 책상 위의 연필 하나까지 치우지 못하고 있다. 아들 방은 이불이 놓인 위치까지 아들이 생전 쓰던 모습 그대로다. 나 씨는 “아들 흔적을 조금이라도 보고 느끼고 싶어 아무것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들이 남긴 시계를 차고 옷까지 입고 사는 부모도 있다. 고 방일민 중사의 아버지 방광혁 씨(60)는 방 중사가 입던 옷을 가끔 입고 다닌다. 아들이 남긴 옷을 입으면 희미하게나마 남은 아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어서다.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 씨(58)는 아들의 시계를 차고 다닌다. 대전에 사는 그는 살아생전 아들의 손목에 있었을 시계를 차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찾아가 아들 묘의 비석을 닦고 또 닦으며 아들을 그리워한다. 천안함 전사자들의 유품 2900여 점을 보관 중인 경기 평택시 서해수호관에도 유품을 보며 전사자들의 온기를 느끼려는 유족들과 일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근무복부터 책, 생필품까지 장병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게 해주는 물건이 전시된 이곳에는 천안함 폭침 2주기를 맞아 많게는 하루 1500명이 다녀가고 있다. 서해수호관 관계자는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유족들이 전시관에 자주 찾아와 아들의 유품 앞에서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열하고 있다”며 “그들의 유품을 보면 젊은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다 산화하기 직전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안타까워진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동아마라톤대회에는 이색 참가자들과 특별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이 대거 참석해 즐거움을 더했다. ○ 곤룡포 입고… 여장하고… 요리사 복장을 하고 참석한 일식집 주방장 김여상 씨(57)는 “제 직업이 자랑스러워 마라톤을 하며 ‘내가 요리사다’라고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장을 입은 조의행 씨(62·제조업)는 ‘참여 4·11’이라는 피켓을 들고 달렸다. 그는 “4·11총선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 제대로 된 사람을 뽑길 바란다”고 했다. 곤룡포(임금이 입던 정복)를 입은 김주현 씨(52), 분홍색 가발과 망사스타킹으로 여장을 한 이정환 씨(51·현대차연구소 연구원) 등은 “마라톤은 축제”라며 사람들이 특이한 복장을 한 자신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맨발의 러너’ 이한기 씨(49)는 2시간58분31초를 기록해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했다. 이 씨는 굳은살이 잔뜩 박인 발을 들어 보이며 “맨발로 3시간 벽을 깬 것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라톤은 사연을 싣고 오류고 3학년 담임교사 구자형 씨(51)는 ‘미래 경찰청장 ○○○’ 등 제자들의 염원이 빼곡히 적힌 조끼를 입고 참가했다. 그는 “전국 고3 학생들 모두가 마라톤 선수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특허청 마라톤동호회는 회원 74명이 참가해 51명이 완주했다. 완주에 성공한 이수원 특허청장(57)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회원 모두 ‘희망 저금통’을 모아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에티오피아 희망프로젝트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수 씨(58) 가족은 4형제가 참가해 모두 완주했다. 이 씨는 “극한의 운동을 함께하니 서로를 점점 더 아끼게 된다”며 우애를 과시했다.○ 119 통신봉사단 10년째 봉사 오전 8시 8분 마스터스 선수 2만여 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옆을 통과하자 쌍용차, 한진중공업 등의 해고자들로 구성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뚜벅이’ 회원 6, 7명이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수차례 대열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한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119재난통신봉사단은 10년째 대회에 참가해 응급 지원 봉사를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특별취재반▽스포츠레저부안영식 부장, 이원홍 황태훈 김종석 양종구 차장, 이승건 이헌재 이종석 유근형 정윤철 조동주 기자▽사회부박진우 손효주 조건희 김준일 서동일 송금한 전주영 권기범 기자 ▽사진부김동주 신원건 차장, 원대연 박영대 최혁중 김재명 홍진환 장승윤 양회성 기자▽스포츠동아전영희 김민성 권현진 기자▽채널A김동욱 한일웅 기자}

민주통합당은 14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 김용민 씨(38)를 서울 노원갑에 전략공천했다. 노원갑은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다. 김 씨의 공천으로 민주당의 ‘나꼼수 마케팅’은 정점을 찍었다. 김 씨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입당 행사에서 “국민도, 야권도, 노원구도 꼭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2012년을 점령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선 “MB(이명박) 정권을 반드시 끝장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김 씨가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정치인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총선에 출마한 상황에서도 김 씨는 나꼼수에 계속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그만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김 씨의 나꼼수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선관위 관계자는 “나꼼수는 방송사업자가 유통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 팟캐스트 방송”이라며 “국회의원 후보가 개인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무방하다”고 밝혔다. 회당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나꼼수가 4·11총선에 끼칠 영향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내에서는 “정봉주의 ‘감방 지시’를 받고 나꼼수 눈치 보면서 공천하는 게 수권정당의 태도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 지도부는 지역구 세습 논란을 의식해 다른 후보의 공천을 검토했으나 김 씨의 공천을 고집하는 정 전 의원의 뜻을 꺾지 못했다. 인터넷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누리꾼 ‘피플**’은 “더러운 MB 정부에 당당히 맞서주길 바란다. 수많은 소시민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반면 나꼼수가 지금껏 비판하던 기성 정치에 편승해 권력을 잡으려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도 나왔다. 누리꾼 ‘podae****’은 “결국 너희들의 지향점도 제도권 정치 진입이었냐”고 꼬집었다. 국민생각 전여옥 대변인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김 씨를 공천한 민주당을 겨냥해 “‘나꼼수당’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초등학교도 못 갈 줄 알았던 아들이었는데…도저히 이루어질 것 같지 않던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작은 기금을 동봉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실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자신의 아들을 받아주고 보살펴준 대학에 감사하다는 말과 장애가 있는 아들을 30년간 돌봐온 소회를 담은 편지 속에는 5000만 원권 수표가 있었다. 편지에는 “그동안 연세대를 통해 많은 위로와 사랑을 받았다”며 “아들을 위해 더 힘내겠다”는 말도 담겨 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연세대 스티븐 호킹’으로 알려진 신형진 씨(29)의 어머니 이원옥 씨(66)였다. 생후 7개월 때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아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신 씨는 2002년 이 학교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해 휴학을 거듭하다 지난해 2월 9년 만에 졸업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모교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직했고 이번 달부터는 컴퓨터과학과 석·박사 과정에도 다니고 있다. 어머니는 입학 당시부터 10년 넘게 차에 신 씨를 태워 학교에 함께 다니며 비상 상황에 대비해 1분이면 뛰어갈 수 있는 거리에서 늘 아들을 기다렸다. 이 씨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1억5000만 원을 연세대에 내놨다. 이 씨는 아들이 2004년 호흡곤란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생사를 오가다 회복해 2006년 3월 복학했을 때 기부를 결심해 2008년 2월 학교에 1억 원을 처음 기부했다. 그는 “아들이 그토록 좋아하던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죽을 고비를 맞았을 때 다시는 캠퍼스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며 “당시 아들을 버티게 해준 건 캠퍼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었다”고 했다. 2년 만에 기적적으로 회복된 아들이 2006년 봄 다시 캠퍼스를 밟았을 때 이 씨는 감격했다. 함께 학교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이 씨는 “형진이가 다시 학교에 돌아갔을 때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학교 측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어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아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도 5000만 원을 내놨다. 아들을 무사히 졸업하게 해준 학교와 학과 교수,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학교는 우리 모자가 절망하고 있을 때 희망이 돼 줬다”며 “형진이의 인생관을 완전히 바꾸게 해준 학교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힘닿을 때까지 기부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