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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하나와 작은 방 두 개로 이뤄진 66m²(약 20평) 남짓한 공간. 한 살배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까지 20여 명의 아이가 모여 있었다. 방과 거실을 가로지르며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 피아노를 치는 아이, 아기를 돌보는 아이 등 제각각이었다. 14일 찾은 서울 은평구 역촌동 역촌초등학교 인근의 한 작은 건물 2층의 풍경은 가정집처럼 훈훈한 분위기였다. 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던 김미희 씨(42·여·한빛마을센터 대표)가 “자유시간 끝!”이라고 외치자 큰 아이들은 긴 책상에 앉아 시를 쓰는 수업을 시작했다. 작은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큰 아이들 옆에서 조용히 놀았다. 김 씨의 어머니 김옥단 씨(63)는 여느 할머니들처럼 아이들에게 붕어빵과 요구르트를 나눠 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자가 “여긴 뭐하는 곳이죠?”라고 아이들에게 묻자 “여긴 ‘한빛마을센터’예요. 놀고 공부도 하고…. 뭐든 다 해요”라고 답했다. 한빛마을센터는 ‘육아 품앗이’ 공간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대신 엄마들이 각자의 집을 돌며 아이들을 모아 돌보던 은평구 내 5개 육아 품앗이 모임이 지난해 9월 이곳에 공동 돌봄센터를 함께 열었다. 각자의 집에서 아이들을 모아 공동 양육할 당시 이웃에서 시끄럽다는 항의가 자주 들어왔고 교육 공간도 충분치 않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이곳을 전용 공간으로 빌린 것. 아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시간이 빌 때마다 이곳을 찾아 함께 친형제처럼 어울려 논다. 부모가 돌아가며 재능 기부 형식으로 제공하는 수업도 듣는다. 간식과 식사를 제공해 주는 이도 모두 아이들의 부모다. 그러나 월세 110만 원 등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불안감을 느낄 무렵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돌봄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돌봄지원사업은 시가 지난해 8월부터 육아 품앗이를 하고 있는 모임을 대상으로 연간 300만∼40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 이 지원금을 공동 양육 공간 운영비, 수업 지원금 등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이 사업으로 공동 육아 공동체 12곳이 지원금을 받았다. 한빛마을센터는 이 사업의 지원대상으로 뽑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300만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김 대표는 “내 아이는 물론이고 우리 동네 아이는 부모들이 직접 돌본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월세를 비롯한 운영비가 부족해 센터가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라며 “이제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돼 마음이 놓인다”라고 했다. 돌봄 지원으로 한시름 던 곳은 또 있다.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 2층의 한 교실에서는 유아 6명과 엄마들이 모여 ‘행복한 아이들’ 육아 품앗이 모임을 한다. 이들도 마을공동체 돌봄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총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주민센터는 아예 교실 하나를 ‘행복한 아이들’ 전용 공간으로 내줬다. 4세 딸을 품앗이로 양육하는 윤은정 씨(38·여)는 “지원을 받은 뒤 육아 품앗이 교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라며 “좋은 교재도 구입하고 전문가의 컨설팅도 받을 수 있어 육아의 질이 높아졌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돌봄지원사업 대상을 20개까지 늘려 마을공동체 공동 양육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시간제 양육이 가능한 공동양육센터 등 돌봄지원 사업장의 형태도 다양화해 보육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황요한 여성가족정책실 출산육아담당관은 “육아 품앗이 형태의 공동 양육은 어린이집과 가정 양육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라며 “보육은 지속성이 중요한 만큼 올해도 돌봄 공동체를 발굴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판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버스를 탄 지 10분 남짓. 버스는 종로구 효자동을 지나 북악산 자락의 자하문 고개를 타고 오르더니 도심이 지척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호젓한 마을에 기자를 내려놓았다. 종로구 부암동. 청와대 뒷산에 위치해 개발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은 동네는 정갈한 시골 읍내처럼 평화롭다.부암동주민센터 앞 정류장에서 자하문 고개로 이어지는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옷 마춤’이라고 얼기설기 붙여 놓은 옷 수선 가게, 간판을 단 지 30년은 훌쩍 넘은 듯한 세탁소, 빛바랜 기와를 얹은 집…. 오래전 시간이 멈춘 듯한 단층건물들이 늘어서 있다.그 사이로 들어선 ‘새것’ 같은 커피 가게들은 그래서 더 눈에 띈다. 2007년 부암동은 그해 방영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요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커피 전문가들은 서울이 숨겨놓은 소박하고 느린 풍광에 반해 하나둘 가게를 내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 커피 가게는 이제 10여 개. 가게는 주인의 개성과 고집을 담은 듯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세월의 흔적 사이에 자리 잡았다.부암동주민센터에서 자하문 터널 입구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면 서울미술관이 나온다. 그 안에는 ‘드롭 오가닉 커피’가 있다. 서울 같지 않은 부암동의 매력에 푹 빠져 6년째 이 동네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바리스타 김태균 씨가 주인장이다. 주방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10여 개국의 다양한 농장에서 온 원두를 즉석에서 갈아 뜨거운 물을 흘리는 방식으로 드립 커피를 만들어 내느라 분주하다. 커피 문외한인 기자가 원두 맛의 차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이날 마셔본 에티오피아 시다모 드립 커피는 달콤한 맛과 쓴맛, 신맛,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온갖 맛을 한 모금 안에 모두 담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바리스타들이 내려 주는 커피는 수입 국가, 농장, 생두를 볶는 방식, 물을 배합하는 양에 따라 끝없이 변주되는 ‘부암동표 커피’다. 강한 쓴맛 하나가 모든 맛을 뒤덮어 버리는 여느 커피와는 달랐다. 김 씨는 “부암동은 속도에 치이지 않는 느린 동네”라며 “규정할 수 없는 맛과 향으로 변주되는 커피를 여유롭게 만들어내고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데 이만한 동네가 없다”라고 했다.주인장의 인생과 취향이 묻어나는 카페도 지나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울미술관에서 나와 입안을 감도는 커피의 여운을 느끼며 다시 부암동주민센터로 올라가는 길. 얼마 가지 않아 20년간 이태원에서 수입 빈티지 가게를 운영하던 주인장이 빈티지 소품과 커피를 결합해 낸 카페 ‘어거스트’를 만났다. 테이블이 놓인 가게 한쪽 공간에 작품처럼 진열된 빈티지 가구, 옷, 소품은 커피 향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자하문 고개 방향으로 올라와 또 다른 가게에 들어가자 수제 인형, 쿠션 등 천으로 만든 소품들로 가득하다. 카페지만 커피 메뉴는 단출하다. ‘바느질 카페’인 카페 ‘스탐티쉬’. 주인장 박광옥 박민정 씨 부부는 그들이 손수 만든 소품으로 카페를 채우고, 한편에서 이따금씩 바느질 수업을 진행하며 느리게 살고 있다.스탐티쉬에서 북악산으로 난 길을 따라 20분가량 천천히 걷다 카페 ‘산모퉁이’를 만났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성이(이선균)네 집으로 등장했던 곳이다. 전망이 탁 트인 곳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을 조용히 관망해 보는 것. 도심이 숨겨놓은 힐링 공간, 부암동에서 꼭 한번 해봐야 할 일 중 하나다.부암동에선 보물처럼 숨겨진 문화 유적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미술관 뒤편에는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석파정이 있다. 세종대왕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 이용(李瑢) 집터’도 있다.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을 본떠 정자를 세우고 선비들과 시를 즐기던 곳이다. 개화기 지식인 윤치호의 아버지인 반계(磻溪) 윤웅렬의 별장도 있다. ‘운수 좋은 날’을 쓴 소설가 현진건의 집터도 남아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 김환기를 기리는 환기미술관에서는 그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TIP. 부암동 카페 거리 찾아가는 길: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초록색 버스 1020, 7212, 7022번 승차. 부암동주민센터 앞 정류장에서 하차.}

서울시가 시내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소규모 사업장(노동자 10인 미만) 1789곳을 조사한 결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사업장은 63.4%(1135곳)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지난해 기준 시급 4580원)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곳도 218곳(12.2%)에 달했다. 특히 편의점 566곳 중 200곳(35.3%)이 최저임금을 밑돌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5개 자치구 736곳 시민 모임공간 개방서울 시민들이 동호회 모임이나 행사 등 각종 모임을 가질 때 저렴하게 빌려 쓸 공간이 늘어났다. 서울시는 서울시청 후생동 강당, 인재개발원 등 시가 소유한 공간은 물론이고 25개 자치구의 도서관, 복지관, 회의실 등 공공시설 내 공간 736곳을 이달부터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14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5개 자치구와 함께 201곳을 시범 개방해 운영했고 이번에 추가로 535곳을 개방했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시설 대관을 신청할 수 있다. 정치, 종교, 영리 활동을 위한 모임의 경우 이용할 수 없다. 이용료는 대여 공간 면적에 따라 1만∼40만 원(2시간 기준)이다. 일부 자치구 시설 중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 서울시 시사편찬위 ‘서울의 누정’ 발간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는 ‘내 고향 서울’ 시리즈 제8권으로 ‘서울의 누정’(530쪽)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누정은 누각과 정자를 의미한다. 서울에 남아있는 누정은 경복궁의 경회루, 향원정 등을 비롯해 궁궐 안에 32개, 한강에는 망원정 등 5개가 있다. 또 활터로 쓰인 황학정과 석호정, 탑골공원의 팔각정 등 특수 목적으로 활용된 누정도 있다. 하지만 이 외에는 대부분 기록으로만 남아있다. 책에는 현재 남아있지 않은 것을 포함해 88개 누정의 역사, 문화, 일화, 누정의 경치를 배경으로 지은 한시와 번역문, 사진과 그림 300여 장, 누정의 분포지도 등을 담았다. 가격은 1만 원. 3월 이후에는 홈페이지(culture.seoul.go.kr)에서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 02-413-9539}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은 뒤 강남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진 외국인 A 씨. 강남을 직접 보겠다며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았다. 그러나 들뜬 마음도 잠시, 가로수길 음식점 및 쇼핑 정보를 담은 관광 안내 팸플릿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이런 일을 겪고 있을 수많은 ‘A 씨’를 위해 강남구가 관광정보를 아예 보도블록에 심었다. 강남구는 전국 최초로 가로수길 및 삼성동 코엑스 앞 보도블록에 해당 지역 관광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설치했다고 14일 밝혔다. QR코드는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60cm인 인공대리석 위에 부착됐다. 길을 걷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번역된 모바일 페이지로 접속된다. 모바일 페이지에는 쇼핑 및 음식점 정보, 지도, 주변 관광지 정보 등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QR코드 보도블록’은 가로수길 입구에 4개, 코엑스 앞 인도에 4개 등 총 8개가 설치돼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색다른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로수길과 코엑스 앞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강남 지역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앞으로 서울 시내버스 외부 광고에서 선정적이거나 과장된 광고가 사라진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외부에 주류 및 허위과장 의료광고, 성인 전용 게임 광고, 특정 종교 편향 광고 등을 금지하는 ‘시내버스 외부광고 운영 개선 계획’을 올해부터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여성 캐릭터의 신체 일부분을 선정적으로 묘사해 게임 가입을 권유했던 성인전용 게임 광고, 성형을 받으면 인생이 완전히 바뀐다는 식의 병원 광고, 특정 종교를 선전하는 광고, 술 광고 등을 대표적인 금지 광고로 꼽았다. 시에 따르면 그동안 버스 외부 광고 대행사들은 관할 구에서 광고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어길 시 제재 조항이 따로 없어 대부분 심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페널티를 적용하도록 한 광고 계약서를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배포한 만큼 시민들이 불쾌하게 느꼈던 외부 광고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버스 내부 노선도나 하차 문에서 볼 수 있는 광고에 대해서도 관련 제재 조항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시 신청사 지하 1, 2층에 마련된 ‘시민을 위한 공간’ 시민청은 모임이나 공연을 할 장소가 없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서울시는 12일 공식 개관을 앞두고 있는 시민청을 공사 시작 2년 만인 10일 공개했다. 시민청은 다양하게 내부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돛단배 모양을 형상화한 활짝라운지에서는 라운지를 무대 삼아 공연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라운지에서 낮 12시∼오후 1시, 오후 6∼7시 동아리 공연 등을 열 예정이다. 공연이 없는 시간대엔 커다란 라운지를 여러 개의 작은 섬처럼 분리한 다음 개별 모임을 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워크숍 룸은 모임 규모에 따라 이동형 벽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동그라미 룸 역시 커다란 이동식 문을 이용해 외부와 공간을 분리하거나 합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강필영 시민소통담담관은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라운지, 벽 등 모든 공간을 가변형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결혼식이나 토론회 등을 열 수 있는 태평홀, 각종 행사를 위한 이벤트홀도 마련됐다. 모임 공간 및 공연장은 시민청 홈페이지(www.seoulcitizenshall.kr)에서 대관 신청을 한 뒤 이용할 수 있다. 대관료는 공간에 따라 시간당 1만3000∼3만 원으로 저렴하다.시민청 이용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 월요일은 휴관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해 예산 부족으로 무상보육 중단 직전까지 갔던 서울시가 올해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올해 3월 실시되는 만 0∼5세 영유아 무상보육으로 인해 시가 져야 할 재정 부담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1월 1일 여야 합의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보육 관련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무상보육 대상을 0∼5세 영유아 전체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같은 무상보육 확대 정책으로 인해 서울시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예산 중 부족한 예산은 4668억 원(시비 3263억 원, 구비 1405억 원)에 달한다. 시와 구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약속했던 “보육지원체계 개편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믿고 올해 무상보육 예산을 지난해 수준인 4063억 원으로 편성했으나 4668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 것. 서울시는 국고보조금 비율을 큰 폭으로 확대하지 않는 이상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 모두 해당되는 문제여서 박 당선인의 보육 관련 핵심 공약이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조현옥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난해 0∼2세 영아에 대한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시와 구는 1751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부족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국고보조금이 50%까지 확대되지 않으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서울시와 구에 총 2241억 원을 정부 추가 보전액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부족한 돈은 2427억 원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시는 “이 돈에는 원래 지자체로 들어오는 돈인 특별교부금이 일부 포함돼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에는 0∼5세 영유아가 있는 가구 중 이번 무상보육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소득 상위 30% 가구가 42%(영유아 수 기준 5만6534명)에 달해 평균 23.4%에 달하는 다른 시도보다 예산 부족 사태가 빨리 올 수 있다. 조 실장은 “서울의 어린이집 이용 영유아 수는 2009년 18만5668명에서 0∼2세에 대한 무상보육이 확대된 지난해 23만5596명으로 급증했다”며 “매해 예산 확보에 대한 대책 없이 무상보육 대상만 늘리고 그 부담을 지자체에 지운다면 중단 위기는 매년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KBS 2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묘사되는 학교는 회색빛이다. 학교는 학교 폭력, 교권 추락, 과도한 경쟁으로 점철돼 있다. 요즘 학교생활을 사실에 가깝게 묘사한 덕에 시청률도 15%까지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암울한 학교’는 서울 강북의 한 고교로 설정돼 있지만 촬영이 진행되는 실제 학교는 강북이 아니다 이 학교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율천고다. 율천고 건물은 파랑, 주황 등 다채로운 색으로 꾸며져 드라마 속 학교의 우울한 분위기와 극명히 대비된다. 이 드라마 섭외부장 김영두 씨는 “신생 학교라 오래된 학교와 달리 구조가 특이하고 건물 색감도 좋아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용이했다”며 “율천고의 선명한 색감이 드라마 속 학교의 암울한 분위기를 한층 강렬하게 부각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초 개교해 아직 3학년이 없어 학교 건물 4층이 통째로 비어있는 것도 장소 선정에 큰 이점이었다. 대부분의 학교는 고3이 있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장소 섭외 제의를 거절한다. 현재 이 드라마는 오전 7시부터 밤까지 학교 4층의 한 교실을 주무대로 쓰고 있다. 다른 빈 교실은 대기실, 분장실 등으로 사용한다. 학교 앞에는 주연 배우들을 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팬 500여 명으로 연일 붐빈다. ‘학교 2013’처럼 학원물 촬영이 일반 고교에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에 지은 학교가 아니라면 일반 고교는 대부분 일자형의 단조로운 구조인 데다 건물 색도 회색이어서 화면에 밋밋하게 잡힌다. 드라마 장소 섭외 담당자들은 구조가 특이하고 색깔도 다채로운 예술고, 체고 등의 특목고, 조경이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를 촬영 장소로 선호한다. 또 수도권에 있는 학교를 선호한다. 가깝기도 하지만 학생이 많고 학교 규모가 커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방영된 SBS TV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무대가 된 학교는 한 곳이 아니었다. 목원대 청강대 용인외고에서 촬영한 장면을 합쳐서 한 학교인 것처럼 연출했다. 화면 구성 효과를 높이고자 학교 밖의 장소를 학교인 것처럼 촬영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2011년 초 방영)에 나오는 학교 매점과 식당은 인천아트플랫폼이었다. 일반 고교가 주 촬영지가 되는 경우는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거나 주 배경이 과거인 드라마 등이다. 이 경우엔 역사가 오래돼 운치 있는 일반 고교가 촬영지로 선호된다. 2002년 방영된 KBS 2TV의 ‘겨울연가’는 서울 종로구 계동의 중앙고에서 촬영했다. 105년 역사의 이 학교는 고풍적인 모습으로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의 풋풋한 학창시절을 충분히 담아냈다. 겨울연가 촬영이 끝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학교 앞은 준상과 유진의 추억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붐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자살을 생각했거나 계획 또는 시도해본 청소년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조성민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살이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주관하에 지난해 6∼8월 서울시내 98개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171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위기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자살을 생각(25.8%), 계획(9%), 시도(5%)해 본 청소년이 39.8%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직전 조사였던 2010년의 46.6%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40%에 육박하는 등 청소년들이 자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센터는 위기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해당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우울·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은 37.4%로 였다. ‘한 번 이상 친구로부터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도 2010년 6.4%에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11.7%에 달했다. 또 12.8%는 심한 언어폭력을, 10.2%는 괴롭힘을, 7.1%는 ‘신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청소년 중 10% 이상이 크고 작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이상국 서울시 아동청소년담당관은 “지난해 서울시내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3개를 신규 설치했고 올해도 1개소를 더 설치할 예정”이라며 “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위기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상반기 무료직업훈련생 4121명을 모집한다. 모집과정은 정규과정, 청년희망디딤돌과정, 단기과정인 준고령자과정·여성과정·신성장동력산업과정 등이다. 만 15세 이상의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직업훈련생으로 선발되면 수강료, 교재비 등 교육훈련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직업훈련과 함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체가 원하는 과정을 교육하는 기업채용약정제도, 교수가 취업을 돕는 교수기업전담제 등도 시행하고 있다. 직업훈련을 희망하는 시민은 4곳의 기술교육원을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접수시킬 수 있다.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해도 된다. ■ 서울 시민참여옴부즈맨 출범서울시는 시정 7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참여옴부즈맨’을 7일 출범시켰다. 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위촉식을 열었다. 7개 분야는 여성복지, 도시안전, 산업경제, 생활환경, 도시교통, 교육문화, 일반행정으로 회계사,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 사회 각계 전문가 23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시민감사옴부즈맨’의 시정 감사 및 조사 업무에 조언하는 활동을 한다. 시정 전반에 대해 제언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건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들은 5명으로 구성된 상근직 공무원인 시민감사옴부즈맨과 달리 명예봉사직으로 활동한다.}

캐나다에서 36년간 생활한 교포 진승섭 씨(63)는 사업차 한국에 들른 지난달 11일 오전 8시 가판대에서 산 동아일보 1면 기사를 보고 놀라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는 변절자’라는 폭언을 들은 여명학교 청소년들이 큰 충격에 빠져있다”는 기사였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서울 중구 남산동 여명학교(탈북청소년대안학교). 그는 교무실에 들어가 이 학교 이흥훈 교장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진 씨는 “사업차 중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이 공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처참한 실상을 목격했다”며 “목숨을 걸고 생지옥을 탈출한 이들에게 힘이 돼도 모자랄 국회의원이 폭언까지 한 것은 상식 이하의 일이라 생각해서 달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이민 간 직후 직원 300여 명을 두고 특수유리사업을 시작한 진 씨는 1993∼2006년 본사 공장이 있는 중국 광둥(廣東) 성을 1년에 6번 이상 오가며 반제품 구매 업무를 하면서 많은 탈북자들을 봤다. 1998년 중국 옌지(延吉)의 한 고아원에서는 중국 고아들 사이에 끼어있던 왜소한 체격의 탈북 어린이 4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은 몰래 고아원에 들어와 중국 아이들 눈치를 보며 구석에 숨어 있었다. 진 씨는 “탈북 아이들을 잘 돌봐 달라”며 증축하던 고아원에 7만 달러(약 8800만 원) 상당의 특수방한유리를 기부했다. 진 씨는 “하청 문제로 북한 공장에 갔을 때 ‘수령님을 위해 총폭탄이 되리라’라는 커다란 글귀가 쓰인 천을 걸어놓고 하루 종일 일만하는 어린 노동자들을 보고 가슴이 무너졌다”며 “당시 바쁘다는 핑계로 발 벗고 나서 도와주지 못했지만 이제 은퇴했으니 탈북 청소년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했다. 진 씨는 9월부터 여명학교 학생들에게 매주 무료 영어 강의를 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흰색 야구모자 사이로 보이는 백발, 검버섯 핀 얼굴과 돋보기안경….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아버지인 박영철 씨(81)는 지난달 29일 낮 서울 송파구의 자택 인근 카페 앞을 지나다 안에 있는 외국인들을 보더니 곧바로 다가갔다. 그러곤 유창한 영어를 쏟아냈다. “대화가 안 통하면 언제든 전화해요. 새벽이라도 괜찮아요. 1588-5644, 꼭 기억해둬요!” 박 씨는 통역자원봉사단체인 ‘BBB코리아’에서 2006년부터 7년째 영어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BBB코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국인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 통역은 물론이고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전화 통역 업무도 맡고 있다. 봉사자가 4000여 명에 이르는 이 단체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9월부터는 해외에 진출해 베트남과 라오스 대학생 200여 명에게 BBB코리아가 세운 현지 한글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도 갖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7월부터는 봉사자 중에서 열의가 가장 높은 310명을 뽑아 임명한 인천공항 특임 봉사단에도 선발돼 공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화로 해결해주고 있다. 최근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한 흑인이 대표적인 사례. 그는 국적을 밝히지 않은 채 박 씨에게 “인천공항 내 가게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다. 인종 차별을 당했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라며 화를 냈다.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이 들고 있던 카드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는 종류였지만 가게 직원이 이를 영어로 설명하지 못해 오해가 생겼다. 외국인은 박 씨의 설명을 듣고서야 “사소한 오해까지 풀어주는 한국은 친절한 나라”라고 말하며 출국했다. 박 씨는 “영어로 대화가 되지 않아 생긴 갖가지 오해를 전화 한 통으로 셀 수 없이 많이 해결했다”며 “‘한국은 나쁜 나라’라는 이미지를 안고 돌아갈 수도 있었던 외국인이 전화 한 통에 ‘코리아 넘버원’이라고 칭찬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박 씨는 1946년 고향인 광주에서 미군 차를 얻어 탔다가 한 미군 옆에서 유창하게 영어로 통역하던 한국인의 모습에 반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광주에 있던 미군에게 매일 말을 걸고 미군부대에서 살다시피 하며 친분을 쌓은 뒤 미군에게 무료로 영어 과외를 받으며 실력을 쌓았다. 그는 1954년 6·25전쟁 복구 활동에 나선 유엔 산하 한국민사원조처와 미군 산하 민간원조처에서 모든 업무를 영어로 처리하며 17년간 일했다.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국내 신문에 난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33년간 한 뒤 2004년 퇴임했다. 50년간 충분히 일해 쉬어도 될 법했지만 “50년 넘게 쌓아온 지식을 혼자만 갖고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BBB코리아의 봉사자 모집 광고를 보고 “신났다”고 한다. 지식을 나눌 딱 맞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는 탓에 그는 항상 휴대전화를 벨소리 모드로 설정해 놓는다. 오전 2, 3시 커다란 벨소리의 통역 요청 전화가 오는 바람에 잠에서 깨 통역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는 행복하다. “나이 든 사람이 오해로 가득한 외국인의 마음을 풀어주고 대한민국이 친절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에요. 말을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올 2월 경찰은 네일아트 가게에 들어가 지갑을 훔쳐 달아난 최모 씨(30)를 추적하던 중 황당한 상황에 부닥쳤다. 경찰은 ‘최○○’라는 이름으로 용의자를 추적했지만 검거한 남성 이름은 최××였던 것. 범인의 외모는 목격자 진술과 일치했지만 정작 이름이 달랐다. 알고 보니 최 씨는 올 1월 개명(改名) 신청을 해 범행 일주일 뒤인 2월 12일 최종 허가를 받았다. 2005년 대법원이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개명을 폭넓게 허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개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개인에 대한 혼동으로 인해 법률 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 개명 허가를 받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거나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개명을 활용하는 것이다.2000년 3만3210건이던 개명 신청자는 2010년 16만5924건으로 급증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신분세탁을 위해 개명을 한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실제로 절도 전과가 있는 백모 군(17)은 지난해 이름의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개명한 뒤 올해 4월 중학생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을 절취하다가 검거됐다. 백 군의 지인은 개명 전 이름으로 그를 불렀다. 경찰의 추적 과정에서도 신분 불일치로 혼선이 빚어졌다. 경찰은 백 군을 쫓는 과정에서 평소 불리는 이름과 전산상의 이름이 달라 동일인지를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2009년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이던 H 씨(26·여)는 선배를 시켜 학교 서버를 해킹한 뒤 F학점을 A학점으로 모두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 유예처분을 받았다. H 씨가 방송인이 되길 바랐던 부모는 소문이 확산되자 딸 이름을 개명했다. H 씨는 범죄 경력을 숨긴 채 개명한 이름으로 방송 아나운서 및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개명을 지나치게 폭넓게 허용해 이름에 따른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청자가 ‘이름이 촌스러워서’처럼 개인적인 사유만 대면 실제 개명 목적과 관계없이 개명이 허가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개명 신청 시 수사를 받고 있거나 전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미비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개명 신청을 하려면 주민등록등·초본 등의 기본 서류와 개명 신청서만 내면 된다. 범죄경력증명서는 의무 제출 서류가 아니다. 지방법원 산하 지원의 한 판사는 “작은 지원에도 일주일에 40∼50건의 개명신청이 들어온다”며 “경찰에 일일이 전과 조회를 하는 것이 번거롭고 다른 업무도 많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허가해 주고 있다”고 했다. 실제 판사들은 개명 신청자가 낸 10여 장의 서류를 검토하는 데 3분 정도밖에 할애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상수 변호사는 “‘이상한 이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개명의 자유’가 제한돼서는 안 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범죄경력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단순히 빌려준 돈을 받으려는 것이었을까.’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과 ‘논스톱’ 등을 연출하고 유재석 신동엽 등이 소속돼 있던 DY엔터테인먼트(현 스톰이앤에프)의 대표를 지낸 MBC 전 PD 은경표 씨(55·사진)가 조직폭력배 두목의 칼에 찔려 병원에 입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은 씨를 칼로 찌른 ‘익산 중앙동파’ 두목 박모 씨(53)를 현장에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경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호텔 인근으로 은 씨를 불러내 “빌려준 돈 2억 원을 갚으라”고 했으나 은 씨가 무시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허벅지와 턱 부위 등을 칼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식칼을 왼쪽 허리에 차고 쇼핑백에도 수건에 싼 회칼을 넣어갔다. 칼을 보고 도망가는 은 씨를 따라가 칼로 찌른 박 씨는 주변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한 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있다가 “나는 갈 곳이 없다. 감옥에 가겠다”며 체포됐다. 은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지난달 30일 영등포서 유치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씨는 “전일저축은행의 실질적인 대주주이자 은 전 PD의 사촌동생인 은인표 씨(54)와 알고 지내다 은 전 PD도 알게 됐다”며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해 2억 원을 빌려줬다”며 “아직까지 돈을 갚지 않았고 전일저축은행 부실 사건 당시 수사선상에 오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고 호의호식하는 모습에 화가 나 손을 봐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박 씨는 또 “2002년 은인표 씨가 전일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받아 만든 50억 원가량의 수표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게임용 칩으로 바꾼 뒤 다시 현금으로 교환하는 수법으로 돈 세탁을 해주면서 친분을 쌓게 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은경표 씨의 부탁으로 유명 가수의 전 매니저이자 은 전 PD의 일을 도왔던 A 씨를 통해 2억 원을 빌려줬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이다. 전일저축은행은 부실 경영으로 2010년 1월 영업이 정지됐고 같은 해 8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은경표·인표 사촌형제는 연예기획사가 수백억∼수천억 원대 자금을 불법 대출받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은 씨는 1일 입원 중인 서울 영등포구의 병원에서 기자와 만나 “박 씨는 10년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지만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연락이 와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더니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수천만 원을 빌려 달라고 해 ‘도와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자 식칼을 꺼냈다”며 “놀라 도망가는데 쫓아와 찔렀다”고 했다. 은 씨는 또 “나는 박 씨에게서 돈을 빌린 적이 없으며 사건 당일에도 내게 돈을 갚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제목 : '전일저축은행 대출비리' 관련 추후보도- 내용 : 동아닷컴은 작년 7월 2일자 제하의 기사에서 은 씨가 연예기획사를 통해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불법 대출받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던 서울중앙지방검은 2013년 3월 12일 은 씨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돼 이를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일본 극우 인사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말뚝을 설치하고 소녀상을 가리켜 ‘매춘부상’이라고한 사건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27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제평화인권센터 등과 함께 스즈키를 모욕죄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일본 우익들이 향후 국내에서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행위를 남발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 단체의 판단이다. 나눔의 집은 이들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적 검토를 마치면 곧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관련 단체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수요집회를 주최하는 한국정신대대책문제협의회(정대협)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기로 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일본 우익 한 사람이 관심을 유도하려고 벌인 쇼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그들의 노림수에 넘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날 열린 1028회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 우익 한 사람을 상대로 싸울 것이 아니라 말뚝을 박는 무지한 국민을 키우는 일본 정부와 진실을 부인하는 정치인들에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영업자를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없거나 빈틈이 많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일은 저소득 자영업자가 공적연금에 가입하면 사업 초기 3년간 평균 근로소득의 절반을 연금보험료 부과 기준으로 적용해 보험료를 덜 내게 함으로써 자영업자 대부분이 공적연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자영업자 미가입 비율이 33.1%에 이른다. 선진국에서는 자영업자와의 상생 정책 중 하나로 정부가 나서서 신용카드사가 카드수수료를 최소한만 받도록 적극 개입하기도 한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는 1.93%지만 프랑스는 0.7%, 호주는 0.8%, 덴마크는 0.95%다. 또 국내 체크카드 평균 수수료는 1.23%지만 스위스 벨기에는 0.2%, 네덜란드는 0.15%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박사는 “정부가 나서서 카드사가 영세 자영업자에게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창업 지원 및 자영업자 교육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호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멘토링 시스템을 갖추고 가게를 열기 전 2년 동안 창업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방법으로 창업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신강성(가명·60) 씨는 1998년 은행에서 3억여 원을 대출받아 부산에서 대중목욕탕을 열었다. 그러나 한 달 300만 원 가까운 이자를 부담하느라 직원도 고용하지 못했고 개업 2년 만에 인근에 목욕탕 3개가 더 생기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졌다. 그러다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자 목욕탕은 경매로 넘어갔고 신 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현재 작은 사무실을 빌려 혼자 신체교정 일을 하고 있다. 신 씨는 “형편이 어려워 건강보험료를 8년째 내지 못했고 국민연금 납부도 엄두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5년간 페인트 가게를 운영한 유병열(가명·61) 씨는 하루에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자 2년 전부터 가게 문을 잠가 놓고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하며 하루 6만∼9만 원을 벌고 있다. 유 씨는 “나 같은 사람에게 국민연금이나 노후 준비는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장사를 해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빚을 갚는 자영업자에게 국민연금은 ‘딴 세상 일’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 568만 명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33.1%(188만여 명)에 달했다. 임금근로자 1751만 명 중 미가입자가 4∼9.7%(70만∼170만여 명)인 것에 비하면 최대 8배 이상 높다. 불안정한 소득과 잦은 개·폐업으로 통상 자영업자들의 체납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연금에 미가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영업자 비율은 절반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 징수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체납률이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자영업자 상당수는 임금근로자들이 국민연금을 받는 노후에도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전체 자영업자 중 306만 명(53.87%)이 50대 이상으로 곧 노년기로 접어들지만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거나 아예 가입돼 있지 않아 빈곤한 노후생활이 불가피하다. 생계가 유지되지 않아 ‘투잡’으로 식당일 등을 하며 뒤늦게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바람에 월 수령액이 10여만 원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경남 창원에서 13년째 옷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강희자(가명·55·여) 씨는 2002년 인근에 생긴 백화점에 옷수선 가게가 입점하고 강 씨 가게 일대 상권이 몰락하면서 매출이 줄자 2년 전부터 오전 6시∼오후 3시에 인근 회사 구내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이때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운다고 해도 수령액이 월 17만 원밖에 안 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22일 오후 법원이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강제 의무 휴업 등 영업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재래시장 상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이번 주 일요일(24일)부터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이 재개되는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암사종합시장상인회 이남기 사무장(53)은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는 둘째 넷째 일요일에 맞춰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허사가 될 상황”이라고 했다. 이 사무장은 대형마트 휴무가 시작된 지난달 둘째 주 일요일부터 가수를 시장으로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형마트의 휴무는 재래시장에 마지막 희망이었다”며 “시장 상인들을 관객으로 앉혀 놓고 한 달짜리 ‘반짝쇼’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송파구 풍납동 풍납시장상인회 승대문 회장(56)도 “대형마트 휴무가 시행된 한 달간 상인들이 매일 모여 휴무일에 손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 방안을 고민했는데 법원에서 이런 결정이 나와 허탈하다”고 말했다. 500m 반경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있는 풍납시장 상인 김광열 씨(65)는 “상인들이 기 좀 펴고 살겠다며 서로 격려했는데 한 달 만에 이렇게 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영업제한 처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조례를 만들어 재래시장이 다시 기를 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힘을 결집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전국상인연합회 진병호 회장(60)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은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이기고 하겠지만 돈이 없는 우리는 대형마트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상인들만의 방식으로 결속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덥수룩한 하얀 수염과 은빛 곱슬머리, 온화한 미소. 산타클로스를 연상시키는 박희돈 목사(56)가 19일 낮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 나타나자 노숙인들이 모여들었다. 박 목사는 낮이면 역에 나와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이날만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그의 가슴속에서 세 글자가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 ‘영등포역 털보형님’이라 불리는 박 목사는 11년째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인생은 2001년 12월 오전 3시 영등포역 앞에서 빨간 원피스 하나만 걸친 채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컵라면 국물을 허겁지겁 마시던 여자 노숙인을 만난 뒤 바뀌었다. 그 노숙인은 “저녁에 나오면 남자 노숙인이 끌고 가 성폭행을 하기 때문에 새벽에 몰래 나와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했다. 철학박사로 병원 목사 생활을 하던 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내가 사회복지학 강의를 하는 교수였는데 세상은 학계에 보고도 된 적이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어요. 그때 결심했죠. 노숙인을 위해 살다 죽자고.” 그는 전 재산과 밥사랑열린공동체를 설립해 모은 후원금 등을 모두 노숙인 급식에 쏟아 부었다. 담임목사로 있던 교회의 신도들은 헌금이 모두 급식비로 들어가자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친구들도 그에게 “미쳤다”고 했다. 아내와도 이혼했다. 모두가 외면한 충격에 왼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가장 힘든 건 아버지(81)의 외면이었다. 경북 군위가 고향인 그는 중학교 때 대구로 유학을 오면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손수 밥을 지어주던 아버지는 그가 대학원 4곳을 마칠 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런 그가 ‘노숙인을 위해 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다시는 집에 오지 말라”며 내쳤다. 아버지가 마음을 연 것은 지난해 말. 박 목사가 재개발 지역의 쓰러져가는 한옥에서 노숙인 10여 명과 엉켜 살며 매일 밥 500인분을 지어 먹이는 ‘한국의 진짜 목사’라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뒤였다. 아버지는 “몰라줘서 미안했다”며 아들을 안고 울었다. 행복도 잠시, 4일 아버지가 심근경색과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그가 대구의 한 병원 중환자실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겨우 의식을 되찾고 마비된 입으로 아들을 부르는 듯 “어버버버”했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게 만든 건 아버지가 아프다는 것보다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쓰러진 뒤 2주간 청구된 병원비는 800여만 원. 병원에서는 “얼른 돈을 내고 요양원으로 옮겨 달라”며 퇴원을 압박하고 있다. 노숙인에게 모든 걸 퍼주고 산 터라 그는 가진 돈이 없다. 여름철 후원금은 월 800만 원가량으로 하루 500명분 식사 재료비 40만 원에 노숙인들과 함께 거주하는 집, 밥 짓는 공간 등의 월세 200여만 원 등을 쓰고 나면 적자다. 그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1년 만에 처음으로 울면서도 “내 삶의 최우선은 노숙인을 굶기지 않는 것이기에 후원금은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했다. 박 목사는 무거운 마음을 숨긴 채 이번 주말 대구 Y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다시 보러 갈 예정이다. 후원 계좌는 우리은행 891-04-100397(예금주 한국기독교복지협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