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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자율형 사립고 미달 사태가 올해도 이어졌다. 22일 내년도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 자율고 24곳의 평균 경쟁률은 1.35 대 1로 지난해(1.30 대 1)보다는 약간 높았다. 올해 초기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는 8개교로 지난해보다 3곳 줄었다. 그러나 2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해 일반고로 전환된 동양고와 용문고를 제외하면 한 곳이 줄었다. 지난해 두 차례 추가모집에도 미달됐던 경문고 대광고 동성고 우신고 등은 올해도 미달됐다. 올해 정원을 가장 많이 채우지 못한 학교는 미림여고(0.39 대 1)다. 미림여고는 지난해에도 여고 중 유일하게 끝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9, 30일과 내년 1월 8, 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모집을 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50개가 지정된 자율고는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신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법인 전입금만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수업료가 연간 500만 원가량으로 일반고의 3배 수준인데도 기존 학교와의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매년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재외한국학교이사장협의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새누리당에 “재외국민 자녀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21일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한 반발이다. 개정안은 외국에 있는 한국학교 학생의 입학금과 수업료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내용이었다. 전체회의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여야 의원들에게 조항 완화를 요청했다. ‘지원한다’고 하면 추가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학교 설립 요구가 늘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일부 여당 의원도 예산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 의견대로 조항을 ‘지원할 수 있다’로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다음 회의는 여야 간사가 합의해 다시 잡을 수 있지만, 현 국회 내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에 있는 한국학교 학생의 입학금과 수업료 중에서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개정안은 지난 국회에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이 발의해 교과위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국회 법사위 상정이 무산돼 폐기됐다. 이번에 다시 안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월 현재 외국에서 운영되는 한국학교는 15개국 30곳으로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1만2041명이 다닌다.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이고 한국 국적을 가진 자녀는 입학이 가능하다. 연간 수업료는 50만∼1230만 원, 입학금은 5만∼300만 원으로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정부는 한국학교에 운영비와 교원 인건비, 학교 임차료를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예산은 385억 원이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년에만 300억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재외국민의 표심을 의식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 재외한국학교이사장협의회는 19일 국회를 방문해 “재외국민 교육지원법을 재외동포 투표 개시일(12월 5일)까지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계 인사는 “재외국민도 의무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긴 하지만 과도하게 지원하면 국내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일본 프랑스 독일은 재외학교의 입학금과 수업료를 모두 수익자 부담으로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전국 특성화고(475개교) 대부분이 내년 신입생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서울 충북 세종은 21일 부터, 경남은 22일부터, 대전과 강원은 26일부터다. 지난달 합격자를 발표한 마이스터고 35개교의 평균 경쟁률은 2.88 대 1이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인기가 높아지며 지원자가 늘어나는 추세. 내년에 입학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평해공고 가는 이창민-성민 쌍둥이9시간. 쌍둥이 형제 이창민(사진 왼쪽) 성민 군(15)이 평해공업고(경북 울진)까지 버스를 타고 갈 시간이다. 인천에 사는 형제는 340km나 떨어진 학교에 가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인천학생과학관에 자주 갔다. 여러 실험을 했지만 가장 재미난 건 ‘에너지’였다. 풍력 조력 파력에 관한 실험을 할 때 눈이 반짝거렸다. 울진원자력본부에 가고 나서부터는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8월 코엑스에서 열린 ‘2012년 국가 원자력 연구개발 성과 한마당’을 보고 형제는 결심을 굳혔다. 평해공업고에 가겠다고.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설비 분야 마이스터고로 내년에 개교한다. 부모는 망설였다. 아버지 이승규 씨(50)는 “내가 경영 컨설턴트지만 아이들이 마이스터고에 진학한다는 걸 인정하기 어려웠다. 집안에 대학 안 가겠다는 아이가 없는 데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인천 정각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형제의 성적도 아까웠다. 학교가 먼 점도 걱정이었다. 가까운 곳의 마이스터고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제는 확고했다. “원자력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거니까 꼭 평해공업고에 갈래요.” 그러고는 스크랩한 신문 기사를 아버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된다고 걱정한대요. 먼저 취업해도 나중에 사이버대나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언제든 공부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형제는 오랜 경험을 쌓은 뒤 후배 사원을 양성하는 사내 교수가 되려고 한다. ■ 울산마이스터고 가는 천영준 군“대학만 가면 네가 원하는 삼성전자에 바로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아?” 천영준 군(15·울산 현대중·사진)에게 형이 한 말이다. 울산마이스터고 1기로 학생회장까지 맡은 형은 고려아연㈜에 취업해 4주째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영준 군은 과학고에 진학하려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봤다. 하지만 과학고 입시가 입학사정관제로 바뀌며 외부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않게 됐다. 계획이 틀어진 그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취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형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을 봤다. 1학년 2학기 때 삼성전자, 2학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의 면접을 보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얼마 후 그는 울산마이스터고 진학을 결심했다. 어머니 박미영 씨(41)는 서운했다. 큰아들을 마이스터고에 보내고 ‘정말 괜찮은 일꾼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도 말이다. 주변에서도 “큰애 하나면 됐지, 과학고까지 준비했던 애를 뭐 하러 마이스터고에 보내느냐”고 걱정했다. 박 씨는 주변을 살폈다. 1, 2등만 하다 대학에 가도 직장을 못 구해 졸업을 미룬다는 자녀를 둔 부모가 많았다. 마이스터고에 가서 열심히 하면 원하는 일자리를 골라 갈 수 있다는 믿음은 큰아들을 통해 이미 갖고 있었다. 박 씨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고졸자라는 이유만으로 직급이나 월급에서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이런 차별을 바로잡지 않으면 마이스터고가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 구미여상 가는 박소정 양“아니요. 전 고등학교 때부터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경북 상모중 3학년 박소정 양(15·사진)이 구미여상에 원서를 낸 이유다. 반대가 심했다. 온통 말리는 사람뿐이었다. 상위 10% 이내였던 박 양의 성적 때문이었다. 박 양은 처음부터 대학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고졸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너무 심하다고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걸 내가 꼭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회계사나 경영 관련 일을 하고 싶은 거라면, 돌아가기 싫었다. 인문계고에 가서 대학에 진학한 뒤 취업하는 건 돈과 시간 낭비라고 봤다. 박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공인 정보기술자격(ITQ) 워드프로세서를 포함해 이미 웬만한 자격증은 다 땄다.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초등학교 4학년)을 생각했다. 박 양이 대학에 가면 동생은 중학생이다. 중학생 교육비도 만만치 않음을 박 양은 잘 안다. 박 양은 특성화고 졸업 뒤 바로 취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뒤 대학 진학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당찬 포부가 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사람들이 고졸자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 박 양은 말했다. “기업 공채에서도 고졸자 대졸자를 나누고, 월급에 차이가 있잖아요. 학벌이 아니라 사람 자체만 보고 평가했으면 좋겠어요. 고졸자를 키우는 정책이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해요.”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6월 초 경남 안의고 1, 2학년생 118명은 모두 서울 대구 부산 등으로 흩어졌다. 그중 교지 편집 동아리 ‘씨밀레’ 회원들은 서울의 한 신문사를 찾았다. 편집국에서 신문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환경 동아리 ‘O2’ 회원들은 봉투를 하나씩 들고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을 보호하자고 다짐했다. 영어·영화 번역 동아리 회원들은 경상대 영어영문학과를 찾았다. 학과 설명을 듣고 캠퍼스에서 외국인과 인터뷰를 했다. 안의고의 교육에서 동아리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모든 학생은 입학하자마자 동아리 11곳 중 한 곳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동아리는 학교가 실시하는 홀랜드 적성검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유형은 △예술형 △탐구형 △사회형 △기업형 △실재형 △관습형으로 나뉜다. 집단상담을 한 뒤 일부 유형은 더 세분해 동아리를 만든다. 탐구형은 과학 수학 역사로, 예술형은 교지 편집과 미술, 사회형은 영어·영화 번역과 독서토론으로 나뉘는 식이다.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은 동아리 활동만 한다. 실재형 동아리는 체육관에서 풋살 축구 농구 등을 하고, 관습형 동아리는 정보실에서 포토샵을 배운다. 안의고가 이 같은 진로교육을 시작한 것은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소규모 농촌학교인 이곳에 오는 학생은 대개 중학교 내신 백분율이 50%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학력도 낮고 의욕도 없었다. 진로연구부장인 최진숙 교사(여)는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1학년 때부터 꿈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래야 3학년 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의고는 5월에 ‘진로의 날’도 연다. 자신이 미래에 사용할 명함과 진로 로드맵을 만든다. 동아리별로 대학을 탐방하는 날도 있다. 모든 활동의 결과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비교과활동 기록시스템(에듀팟)에 기록해 대입 때 활용한다. 진로교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현재 2학년의 경우 지난해 3월 입학 직후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국어 수학 영어 1, 2등급 비율이 모두 0%였지만, 올해 9월 같은 시험에서는 각각 12%, 12%, 4%로 올랐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후보자 매수 혐의로 9월 말 구속 수감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국고로 지원받은 선거비용 35억2000만 원을 한 푼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19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곽 전 교육감은 선관위가 지정한 계좌에 입금해야 하는 8일까지 선거비용을 넣지 않았다. 선관위는 판결문을 받은 직후 “30일 이내로 선거비용을 반환하라”라는 통지서를 보냈다. 선관위 관계자는 “어떤 설명은 없었고, 지정한 날까지 입금이 되지 않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9일 곽 전 교육감의 주소지 관할인 서울 강서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했다. 공직선거법 제265조 2항(당선 무효된 자 등의 비용 반환)에는 ‘후보자가 선관위로부터 금액을 고지받고 30일 이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관할 세무서장에게 징수를 위탁하고 세무서장이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한다’라고 돼 있다. 통상적으로 세무서는 고지나 독촉에 이어 압류 및 공매 절차를 거쳐 체납액을 징수한다. 실제로 이원희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는 선거비용(31억3700만 원)을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300만 원씩 나눠서 내는 중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전액을 반환하는 데 87년이 걸리므로 사실상 처벌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도 선거비용(28억5000만 원)을 정해진 날까지 반환하지 않았다. 이에 선관위는 2009년 12월 서울 종로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했고, 세무서는 그의 재산을 압류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공개한 곽 전 교육감의 재산은 14억5370만 원. 다 처분해도 선거비용을 갚기는 힘들다. 곽 전 교육감이 구속 수감되자마자 선거비용 반환을 위한 모금운동 얘기를 꺼냈던 지지단체 ‘곽노현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현재 논의를 중단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회사원 안준상 씨(32)는 올해 초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으려다 포기했다. 돈이 발목을 잡았다. 2년간 외국에서 학비와 생활비로 지출할 비용 부담이 컸던 것이다. 결국 그는 올해 8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안 씨는 “국내 대학이 질적으로 뒤처지지 않는 데다 학비도 저렴해 유학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던 해외 유학생이 7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학비 부담이 커진 데다 외국 학위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외국 대학 및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밟는 학생은 15만4178명으로 지난해 말(16만4169명)보다 6.1% 감소했다. 해외 학위과정 학생은 2005년 10만716명에서 지난해까지 꾸준히 늘어왔다. 어학연수 중인 유학생도 올해 8만5035명으로 지난해 말(9만8296명)보다 14%가량 줄었다. 덩달아 유학생용 해외 송금액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을 위해 해외로 송금된 금액은 모두 33억5000만 달러(3조651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5억6000만 달러)보다 5.8% 줄었다. 유학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유학비 부담의 증가다. 여기에 최근 해외 석박사들이 넘쳐 나면서 일부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니면 학위 가치를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국내 현실도 반영됐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10년 전만 해도 해외 석박사 학위를 따면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보다 한두 직급 이상 높여서 채용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특혜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김유영·최예나 기자 abc@donga.com}

김은수 강사가 사진을 보여줬다. 남자 간호사, 여자 격투기선수, 남자 전업주부…. 그러고는 말했다. “여러분이 경험한 편견은 어떤 게 있나요?” 고교생들이 대답했다. “여자는 청순가련하고 요리를 잘해야 한다는 거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거요.” 강사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만큼 남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훈범 군(16·경기 파주 세경고 1학년)은 “어머니와 누나, 반 친구들이 남자니까 혼자 하라고 할 때 부담을 느끼곤 했다. 앞으로는 그런 편견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하겠다”고 했다. 같은 학교의 김세음 양(16)도 “부자는 돈이 많은 거지 꼭 잘 사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관에서 진행된 인성교육 현장. 기자가 찾은 17일에는 세경고와 서울 용산구 서울디지텍고의 1, 2학년 1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도 논의했다. 서울여대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로터 ‘입학사정관제 고교-대학 연계 선도모델’ 1위로 선정되면서 이처럼 고교생에게도 인성 교육을 시킨다. 지금까지 16개 고교가 참여했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인성을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 고교는 드물기 때문이다. 교육비는 무료다. 서울여대의 인성교육은 개교(1961년)와 함께 시작됐다. 고(故) 고황경 초대 학장이 ‘인간이 바로 돼야 지식과 기술도 인간 행복에 바로 쓰인다’고 강조해 전교생이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 공동체 속에서 같이 살 때 올바른 가치관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방식의 교육은 서울여대가 처음이었다. 입학생이 늘면서 교육관에서 지내는 기간은 2년, 1년, 한 학기로 점점 줄었다. 그러다가 1992년부터 1학년은 1학기에 3주간, 2학년은 2학기 때 2주간으로 정했다. 학생들은 오전 7∼8시에 원어민의 영어수업을, 오후 7∼9시에는 인성교육을 받는다. 그 중간에는 학과강의를 듣는다. 저녁에는 9∼16명이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 1학년 대상 교육(바롬인성교육 Ⅰ)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확인하고 자기 꿈을 확립하는 데 역점을 둔다. 자신의 장점과 성격을 알아보고 꿈과 롤모델을 정하는 식. 마지막 날에는 교가합창대회를 연다. 홍순혜 바롬인성교육원장은 “내가 속한 조직을 사랑해야 여기서 배우는 내용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휴학률이 높은 일부 학과는 바롬인성교육을 학기 초에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2학년 대상의 교육(바롬인성교육 Ⅱ)에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효과적인 의사전달 △공감 경청 △협상과 설득. 3학년 때는 16주간 글로벌시민소양을 쌓기 위한 프로젝트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중어중문학과 김보영 씨(21)는 “대학에 오면 술 먹고 놀면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기 쉬운데, 나와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런 교육과 합숙에 어색해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써본 경험 자체가 거의 없어서 더욱 그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해지면서 정을 나누고, 남을 배려하는 데 익숙해졌다. 2학년의 한 학생은 “고등학생 때 엄마가 돌아가신 뒤 가족의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여기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 언니들이 반겨줘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재수를 해서 어린 친구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됐는데,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최예나·이샘물 기자 yena@donga.com}

‘예빈이와 진환이에게. 우리 이제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 서로 괴롭히지 말고, 하루에 한 가지씩 칭찬해 주기로 하자.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자. 그러면 우린 정말 친한 친구들이 될 거야.’ 대구 학남초 2학년 임나은 양이 교실 안의 우체통에 넣은 편지 내용이다.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불리는 우체통에는 이런 글이 매일 쌓인다. 대부분 괴롭히거나 말다툼하고도 사과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편지. 아이들은 예전처럼 치고받고 싸우고 말다툼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주먹이 아니라 연필을 든다. 우체통은 4월 이 학교 모든 교실에 들어왔다. 정부가 3월에 학교폭력 1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였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학남초에서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56.6%. 대구지역 432개 초중고교 중 두 번째로 높았다. 학교폭력을 실제 당했다는 비율은 12.5%였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이 이렇게 많았던가…. 교사들은 암담했다. 학생부장인 이윤주 교사(40·여)는 “가해 학생을 나쁘다고만 치부할 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특히 친구를 많이 괴롭혔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였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자! 우선 저학년은 친구에게 편지를 쓰게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했지만 우체통에 편지가 쌓일수록 우정도 두터워졌다. 한 학생은 “OO야, 너랑 짝꿍이 돼서 학교 오는 게 재밌어. 우리 계속 사이좋게 지내자”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우리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 다른 친구들한테도 친절하게 하자.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자”라고 다짐했다. 고학년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반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점을 찾아보게 하려는 시도. 4학년 반에서는 싫어하는 별명을 자꾸 불러 큰 싸움이 일어난 사건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토론 끝에 실천 과제를 만들고 서약서를 썼다. 친구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자, 친구에게 고운 말을 사용하자, 친구와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자….▼ ‘친구이해’ 게임하며 대화방법도 배워요 ▼ 효과는 만점이었다. 교과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514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학교폭력 2차 실태조사에서는 학남초의 피해율이 1.11%로 줄었다. 전국 평균은 8.5%였다. 학남초의 변화에는 교과부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1차 조사에서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나타난 전국 313개 학교를 생활지도특별지원대상으로 정하고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8월에는 학남초 5, 6학년 학생 모두가 전문가와 집단 상담을 했다. 주제는 ‘소통과 공감으로 나의 친구 이해하기’. 자신을 소개하며 친구의 특성을 알게 하는 내용이었다. 갈등을 줄이는 대화법도 배웠다. 교사와 학부모는 따로 연수를 받았다. 5학년 학생 중 15명은 또래조정자로 뽑았다. 친구 사이의 작은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번지지 않도록 양쪽을 달래는 역할을 한다. 어느 날 학생 한 명이 이 교사에게 말했다. “작은 장난이어도 친구가 그걸 괴롭다고 느끼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교사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가르쳤더니, 사소한 행위도 학교폭력이라는 사실을 학남초 어린이들은 알게 됐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번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전북지역 학생들(773개교, 21만여 명)의 피해율은 알 수 없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온라인 방식의 실태조사를 거부한 결과다. 정부의 교원평가 방식을 거부해 이미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고발된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도 거부한 바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질문지 내용을 교과부의 지시대로 만들었지만 조사는 온라인이 아닌 서면으로 했다. 가정통신문으로 설문지를 배포하거나 학교에서 교사가 설문지를 한꺼번에 나눠주면 학생들이 기재하는 형식이었다. 학교별 응답률과 피해율도 취합하지 않았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학교가 알아서 생활지도 자료로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에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표집조사를 했다. 90개교에서 학년당 1개 학급을 골라 교육청 관계자들이 설문지를 나눠주고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다른 16개 시도교육청은 온라인 조사 결과가 학교알리미에 자동으로 공시되지만 전북도교육청은 학교의 서면조사 결과를 따로 받아 30일 학교알리미에 공시할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실에서 설문지를 나눠준 뒤 피해나 가해 경험을 적으라고 하면 선생님이 알까 두려울 텐데 제대로 쓸 수 있겠느냐”며 “90개 학교만으로는 전체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 교육감의 신념 때문에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북도교육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접속해 학교명과 학년 이름 주민번호를 입력한 뒤 실태조사를 하면 익명이 보장되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있다. 서면조사가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세요.” 연단에 선 권지민 씨(24·여)의 말에 참석자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10일 서울 연세대 공학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해피투게더봉사단’의 홈커밍데이에서였다. 이날 모인 200명은 공통점이 있다. 고등학생 때 ‘삼성-동아일보 열린장학금’을 받았고,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해피투게더봉사단’으로 활동했다. 열린장학금은 동아일보와 삼성사회봉사단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주관한다. 집안 형편이 어렵지만 공부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고등학생에게 1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2만4000명(총 390억 원)이 받았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일부가 2007년 해피투게더봉사단을 만들었다. 현재 활동하는 학생은 350여 명. 저소득층 학생을 돕고, 다문화가정과 상담하는 활동을 꾸준히 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런 활동은 대부분 4학년이 되면 뜸해졌다. 취업을 준비하느라 바빴고 여유를 잃었다. 남보다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좌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사회로 일찍 나간 선배들이 결심했다. 후배들의 멘토가 되고, 우리 손으로 장학금을 마련해 주자고. 사회에 진출한 선배 50명과 대학생 후배 150명이 10일 한자리에 모인 배경이다. 선배들은 ‘해피투게더봉사단 후원회’를 결성하고, 매달 1만 원씩 모아 후배 4명에게 1년간 150만 원씩의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열린장학금 2기 장학생인 권 씨는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7월 삼성코닝정밀소재에 입사했다. 고등학교 때 갑자기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당장 학비를 걱정해야 했지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선배로서 후배에게 도움을 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일하는 장예리 씨(25·여·1기 장학생)는 “우리 선배들이 그렇듯이 후배들도 자신이 받은 걸 어떻게 돌려줄지 나중에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원회는 이날 모은 50만 원을 7기 장학생인 서수인 씨(19·연세대 기계공학과)에게 전달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사흘이 지난 11일, 비바람 속에서도 1만3000여 명의 인파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의 체육관을 찾았다. 메가스터디가 주관한 입시설명회.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계단까지 사람이 가득 찼다. 재수생 박모 군은 “작년보다 시험을 잘 봐서 언어 수리 외국어 모두 1등급이 나올 것 같다. 아예 정시에 올인하려고 수시 2차 준비는 접고 직접 설명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대성학원과 이투스청솔학원이 이날 마련한 입시설명회에도 각각 3000명 정도가 참석했다. 앞서 1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종로학원의 입시설명회에는 3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손자의 가채점 결과를 손에 쥔 60대 남성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에스컬레이터로 뛰어 올라가서 자리를 잡을 정도였다. 학부모들은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빠짐없이 적으며 빨간 줄을 쳤다. 중위권 수험생의 학부모들은 최상위권과 나머지 학생의 점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초조한 표정. 50대 남성은 수첩에 ‘수시에서 수능 우수자들이 많이 빠짐’이라고 적어 넣은 뒤 별표를 쳤다. 그는 “아들이 점수가 나빠서 낙담했는데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자녀의 수능 성적이 평소보다 떨어진 학부모는 12일 시작하는 수시모집 2차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였다. 설명회에 나선 입시 전문가들은 지나친 하향 지원을 조심하라고 입을 모았다. 고3 재학생, 특히 평소보다 성적이 떨어진 중상위권 수험생이 너무 겁을 먹고 있는 데 대한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수시모집 합격자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어서 수능 우수자가 수시모집 합격자로 많이 빠져나갈 거라고 전망했다. 또 내년에 서울대가 정시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을 낮추므로 올해는 특수목적고나 자율고의 최상위권 학생이 재수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는 수능이 너무 쉬워서 변별력이 없어 하향지원이 심했다. 최상위권의 정시 합격선이 뒤죽박죽될 정도였다”면서 “올해 수능은 변별력이 있으니까 예상 합격선과 지원 추이를 살펴서 정시 지원 3번 가운데 한 번 정도는 소신 지원을 하라”고 조언했다. 올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최상위권 대학의 주요 학과 합격선은 390점대 중반(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영역 2과목 원점수 400점 기준)으로 예상된다. 대성학원 유웨이중앙교육 이투스청솔 종로학원 진학사 등 입시기관들이 서울 주요 대학의 예상 합격점수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경영대는 392∼396점으로 전망됐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391∼394점, 사회과학계열은 390∼396점. 연세대 경영계열과 고려대 경영대도 389∼398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는 384∼390점, 서강대 경영학부는 382∼390점, 한양대 정책학과는 381∼387점으로 예상된다. 자연계열에서는 서울대 의예과(395∼398점), 연세대 의예과(394∼398점), 고려대 의대(392∼396점) 등 의대가 여전히 강세다. 실제 합격선은 추정치와 다를 수 있다. 입시에서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사용하고 대학마다 반영하는 영역과 영역별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영역별 만점자를 1%로 한다는 교육 당국의 방침과 달리 수리가 까다로워 중상위권의 성적편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입시기관들은 언어 수리 외국어의 원점수 합계가 2∼5점 떨어지고, 1등급 구분 점수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어려운 수능을 치른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권오량 서울대 교수(영어교육과)는 수능이 치러진 8일 “언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쉽고, 수리는 지난해 수능 및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출제했다. 외국어는 지난해보다 어렵지만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게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의 만점자 비율은 언어 0.28%, 수리‘가’ 0.31%, 수리‘나’ 0.97%, 외국어 2.67%였다. EBS 연계율은 지난해와 같이 70% 수준이었다. 연계 문항이 어려운 편이라 원리를 모르고 단순히 문제만 외운 학생은 어렵게 느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언어영역 지난해와 수준이 비슷하다. 어휘·어법과 문학, 쓰기는 쉬웠지만 비문학은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위권의 경우 점수대가 비슷하게 나오고, 최상위권은 성적이 조금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는 변별력을 위해 일부 문제를 상당히 까다롭게 만들었지만 올해는 이런 유형이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만점자 비율은 1%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3개 정도가 까다로웠지만 상위 20%대 학생이라면 풀 만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문학은 8개 중 4개, 비문학은 6개 모두 EBS 교재에서 나왔다. 김철회 서울 성신여고 교사는 “EBS 연계 지문은 난도가 다소 높고, 비연계 지문은 난도가 낮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9월 모의평가에서 2등급을 받은 문준영 군(18·서울 환일고)은 “지난해와 수준이 비슷했다. 비문학 가운데 3문제 정도가 까다로웠고, 문학은 평이했다”고 말했다.○ 수리영역 수험생들은 ‘가’형(이과생 응시)과 ‘나’형(문과생 응시) 모두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보다는 조금 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EBS 강사진은 “‘가’형은 일일이 나열해서 구해야 하는 문항이, ‘나’형은 변별력 있는 문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원마다 골고루 나왔다. 단순한 계산 능력이 아니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풀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또 주어진 풀이 과정을 이해하고 빈 곳에 알맞은 식을 찾는 문제, 귀납적 추론에 의해 수학적 규칙을 발견하는 문제가 눈에 띄었다. 만점자 비율은 ‘가’형의 경우 지난해(0.31%)와 비슷하거나 조금 올라가겠지만 ‘나’형은 지난해(0.97%)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하늘고 심주석 교사는 “‘나’형의 경우 까다로운 문제가 3, 4개 이상 보인다”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 1등급을 받은 윤지영 양(18·서울국제고)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쉬운 문제는 오히려 더 많았다”고 했다. 반면 9월 모의평가에서 3등급이었던 임수빈 양(18·계성여고)은 “EBS에서 본 듯한 문제가 있었지만 숫자 자체가 다 바뀌니 생소했다.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이금수 서울 중대부고 교사는 “시험 현장에선 당황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막상 채점하면 만점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조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어영역 지난해보다 어렵다는 반응이 공통적이다. 출제본부는 “쉬운 문항, 중간 문항, 어려운 문항을 적절히 배분해 변별력을 갖추도록 신경 썼다”고 밝혔다. 오창민 서울 동일여고 교사는 “중상위권 학생까지는 어려워할 만한 문제가 여러 개 있었다. 다만 최상위권은 소화할 만한 수준이라 만점자를 1% 정도로 예상한다”고 얘기했다. EBS 연계 문제가 많았지만 풀기는 쉽지 않았다. 윤장환 서울 세화여고 교사는 “지난해는 문제를 크게 변형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교재에서 그대로 출제한 비중이 줄어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나오지 않았던 빈칸 추론 문제는 가장 고난도로 꼽혔다. 9월 모의평가에서 3등급을 받은 이건우 군(18·배문고)은 “외국어영역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탐구영역 출제본부는 난이도가 적정한 수준이 되도록 출제했다고 밝혔지만 비교적 어려웠다. 특히 사회탐구가 지난해보다 까다로웠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과목별로 고난도 문항이 2∼4문항 정도 출제됐다. 세계사 등 일부 과목에선 만점자가 1%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과학탐구는 점수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수험생들은 “EBS 교재와 연계된 문제가 오히려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탐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을 소재로 만든 문제가 눈길을 끌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 영역별 만점자를 1%로 한다는 교육 당국의 방침과 달리 수리에서 고전한 수험생이 많아 중상위권의 성적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아주 쉬웠던 외국어 영역도 이번에는 까다로워졌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권오량 서울대 교수(영어교육과)는 수능시험이 시행된 8일 "수능 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영역별 만점자 1% 수준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했다"며 "언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쉽고, 수리는 지난해 수능과 올 9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의 만점자 비율은 언어 0.28%, 수리'가' 0.31%, 수리'나' 0.97%, 외국어 2.67%였다. 영역별로 보면 수험생들은 수리 문제가 힘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EBS 강사진들은 "수리'가'형은 일일이 나열해서 구해야 하는 문항이 많았고, 수리'나'는 변별력 있는 문항 숫자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언어영역은 난도가 아주 높은 문항이 없어 작년 수능보다는 만점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어영역도 빈칸을 두개로 구성한 추론 유형이나 독해, 문단순서 맞추기를 중심으로 문제가 어렵게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 연계율을 지난해와 같이 70%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연계 문항이 상당히 까다로워서 중위권 수험생에게는 오히려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상위권은 지난해보다 영역별 만점자가 늘어나겠지만, 중상위권 이하 수험생의 성적은 편차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 수능이 두 가지 유형으로 바뀜에 따라 재수 기피 현상이 커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지원 전략을 세우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평가원은 이날부터 12일까지 문항 및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아 19일 오후 5시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성적은 28일 수험생에게 알려준다.김희균기자 foryou@donga.com최예나기자 yena@donga.com}
‘NEAT 집중반 개설’ ‘NEAT 실전 유형 완벽 분석’ ‘NEAT 모의고사 실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생들을 태우는 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A학원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2015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과목을 대체하면 말하기와 듣기가 문제다. 학원에 일주일에 세 번 나오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네 가지 영역을 골고루 배울 수 있다”고 홍보한다. 또 다른 학원은 겨울에 필리핀에서 NEAT 대비 전문 캠프를 한다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하루 9시간 이상씩 NEAT 수업과 함께 골프나 수영을 즐기며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학원가의 바람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EAT의 수능 대체 여부가 다음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용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 따라 2008년부터 NEAT를 개발했다. 올해 말에 NEAT의 수능 대체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대선과 맞물리면서 이런 방침이 흔들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복수의 관계자는 7일 “(NEAT의 수능 대체 결정을) 고심 중이다”며 “차기 정부에 결정권을 넘긴다고 해도 사업 추진 경과를 알려주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 같다. 4년 동안 정부가 한 게 있어서 결정을 유보하겠다고만 발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수능 대체 결정을 미루는 이유로 교과부는 현장의 준비 부족을 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과부가 비공개로 4월과 10월에 학부모 교원 전문가 약 7600명을 대상으로 ‘NEAT가 수능을 대체하는 것을 찬성하느냐’고 물어보니 찬성 비율이 약 59%에서 58%로 다소 떨어졌다. 특히 교원의 찬성 비율(약 51%)은 학부모와 전문가(각 약 60%)보다 현저히 낮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NEAT를 가르치는 데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교과부는 수능 대체 결정에 여러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암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우리만 생각하면 (수능을 대체) 하고 싶은데, 걱정하는 쪽이 많다” “대선 이전에 발표하고 싶은데 여러 기관과 협의가 필요해 아마 이후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발표를 대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9월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NEAT의 준비도나 현장의 수용도를 봤을 때 현 정부가 수능 대체를 결정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은 NEAT의 수능 대체에 부정적이다. 안철수 후보는 1일 교육정책을 발표하면서 “NEAT의 도입과 활용을 재검토하겠다. 발음 부문의 사교육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관계자도 “수능을 대체한다고 발표하면 되돌릴 수가 없다. 현 정부가 하지 말고 인수위가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교과부는 NEAT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를 하는 영어학원을 연말까지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NEAT의 수능 대체가 무산되면 지금까지의 연구개발비를 모두 날리게 된다. 동아일보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이용섭 의원(민주통합당)을 통해 교과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금까지 NEAT 개발에 293억7037만 원이 들어갔다. 시스템 개발, 연구용역, 문항 개발을 모두 포함한다. 내년 사업을 위한 입찰은 현재 진행 중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 4년제 대학 198곳이 올해 정시모집에서 13만5277명을 선발한다. 전체 모집인원의 35.7%로 지난해보다 9803명이 감소했다. 올해부터는 수시 최초합격자뿐 아니라 충원합격자도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시모집에서 미달돼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이 줄어들어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시 미등록 충원을 하지 않았던 2011학년도와 처음 실시했던 2012학년도의 이월 인원을 비교해 보면 고려대는 721명에서 250명, 서강대는 184명에서 83명, 연세대는 679명에서 304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돼 정시모집의 문이 더 좁아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6일 발표한 ‘2013학년도 정시모집 주요사항’에 따르면 올해 정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수능 100% 전형 실시 대학은 일반전형 인문사회계열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9곳이 늘어난 98개교다. 수능 우선선발을 실시하는 대학도 많아졌다.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는 정시 정원의 70%, 가톨릭대 국민대 동국대 상명대 숙명여대 아주대 울산대 중앙대는 정시 정원의 50%를 수능성적으로만 뽑는다. 수능의 제2외국어나 한문을 반드시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 인문계열이 유일하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는 제2외국어를 탐구영역의 1과목으로 인정하고, 건국대 문과대, 성신여대 어문계열, 숭실대 어문계열은 제2외국어에 가산점을 준다. 정시모집에서 학생부는 실질 반영비율이 낮기 때문에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작다. 다만 일반전형 1단계에서 수능으로 2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학생부 40%+논술 또는 면접·구술 30%를 반영하는 서울대는 예외다. 정시모집에서 대학별고사를 반영하는 대학은 줄었다.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66개교(일반전형 인문사회계열 기준)로 지난해보다 26곳 줄었다. 논술은 서울대만 본다. 수험생들은 12월 21∼26일이나 22∼27일 모집 군별로 한 곳에만 지원해야 한다. 산업대학(청운대 호원대), 광주과기원, KAIST, 3군 사관학교, 경찰대학은 모집 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대교협은 정시모집 주요사항을 책자로 만들어 고교와 시도교육청에 배포한다. 대교협 홈페이지(univ.kcue.or.kr)에서도 볼 수 있다. 정시모집 대입정보박람회는 12월 6∼9일 서울 코엑스 1층 홀A에서 열린다. 대교협 대입상담센터(1600-1615)에 전화하면 현직 교사가 상담 해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삼성디스플레이와 포스코가 각각 충남 아산과 인천 송도에 세울 자율형 사립고는 창의인성을 중심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자율고 하면 떠올렸던 입시 위주 교육과 선행학습을 지양하자는 취지. 두 학교는 각각 2014년과 2015년 3월에 개교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은성고를 인성지도·적성개발·학습지도에 강하고 학교폭력·사교육·행정잡무가 없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그동안 12개의 유치원·초중고교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명문 사립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포스코는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올 연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 기업은 5일 교육과학기술부, 충남도교육청,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자율고 설립·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교과부와 교육청이 자율고를 세우려는 기업과 사전에 MOU를 체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율고에 대한 비판이 많은 터라 교과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기업이 탄탄한 재정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자율고 설립 취지에 부합하고, 지방에도 좋은 교육여건이 갖춰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두 학교의 선발 방향은 전혀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은성고는 정원(30학급, 1050명)의 70%를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계열사 임직원 자녀로 뽑는다. 기업이 세운 자율고 가운데 임직원 자녀 비율이 최고 수준이다. 포스코의 포항제철고가 과거에 70%까지 뽑았지만 현재는 60%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고는 20% 수준이다. 은성고는 자율고 규정에 따라 나머지 20%는 지역 내 사회적배려대상자, 10%는 지역 내 일반 학생으로 뽑는다. 반면 포스코는 정원(24개 학급, 720명)의 30%만 임직원 자녀로 채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50%는 지역 내 일반 학생, 20%는 지역 내 사회적배려대상자다. 포스코교육재단 관계자는 “임직원 자녀를 위한 복지 차원에서 학교를 만들긴 하지만, 지역 우수 학생이 서울로 유출되는 일을 막고 싶다는 인천시교육청의 뜻도 존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은 시험장에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전자사전과 같은 전자기기를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94명이 전자기기 소지로 성적이 무효 처리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6일 발표한 ‘수험생 유의사항’에 따르면 전자기기를 시험장에 가져왔을 경우 1교시 시작 전 제출해야 한다. 전원이 꺼져 있더라도 전자기기를 가지고 시험을 보다 적발되면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시험장에는 컴퓨터용 사인펜과 샤프심, 지우개, 연필, 수정테이프를 가져가면 좋다. 컴퓨터용 사인펜과 샤프펜은 일괄 지급되지만 만약을 위해서다. 특히 샤프펜에는 샤프심이 5개만 들어가 있으므로 여유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험표와 신분증은 필수다. 가채점을 위해 일부 학생이 가져오는 기름종이, 연습장은 사용할 수 없다. 시계는 스톱워치나 문항번호 표시 등 부가 기능이 있는 것은 사용할 수 없다. 답안지에 예비 마킹 흔적이 남으면 중복 답안으로 채점되므로 예비 마킹 흔적은 반드시 지우개나 수정테이프로 지워야 한다. 수험생들은 7일 예비소집일에 반드시 참석해 수험표를 받고, 수험표에 기록돼 있는 선택영역과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한다. 시험 당일에는 오전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한다. 1교시를 선택하지 않았어도 그때까지 와서 지정된 대기실로 가야 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동아일보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분석한 고교평가 결과를 보고 일선 고교에서는 “일반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자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도별 20위 내에 들지 못해 지면에 순위가 안 나온 고교에서는 학교 현황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발전 사례로 소개된 학교들은 교단의 사기가 많이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열심히 하는 교사들에게 힘을 주는 기사라고 밝혔다. 인천신현고(7위)의 한상옥 교감은 “중위권 수준의 입학생들을 받아 이런 순위를 기록한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진학 실적만 따졌다면 좋은 학교로 뽑히지 못했을 텐데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평가해 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학교 순위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특히 많았다. 대도시와 달리 정보가 부족하고, 고교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학교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객관화된 고교평가 지표를 통해 학교의 부족한 점을 알고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곳도 많았다. 교장 연수 중인 경남 김해시의 한 교감은 “우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서 학교에 필요한 교장이 되도록 준비하고 싶다”고 세부 평가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고교선택제가 시행 중인 서울은 일선 교사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서울 용산구 오산고의 목진우 교사는 “고교선택제로 학교마다 한창 홍보를 하는 시점이다. 용산구 내 다른 학교와 우리 학교의 상세한 순위 및 점수를 알고 싶다”고 물었다. 서울 동작구의 숭의여고 교사는 “전체 학교 순위를 파악해서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를 비교하고 이를 통해 내년 교육방향을 설정하고 싶다. 신문 지면에는 20위까지만 나와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평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일선 고교를 위해 동아닷컴(www.donga.com)에 시도별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와 지난해의 순위, 평가 항목별 점수, 총점을 보여준다. 다만 하위권 학교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서열화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상위권 이상 학교만 공개하기로 했다. 서울과 경기는 100위까지, 나머지 시도는 50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평가에 자문단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고교평가를 통해 일반계고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김성열 경남대 교수는 “우수 학교로 꼽힌 곳의 특징을 보면 학교가 교육방향을 뚜렷하게 설정하고, 교사들이 밀착형으로 학생을 지도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목표의식을 공유하면서 공동체를 꾸리는 모습이 관찰된다”며 “일반계고 학생의 향상 요인을 연구한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런 사례를 축적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우 전 서울 여의도고 교장은 “일선 고교의 여건을 감안해 평가 항목을 합리적으로 반영했다. 다음부터는 진학률을 수도권과 지방대로 구분하고, 교사도 정규직과 기간제 비율을 나누는 등 세분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공부를 잘한다? 평준화 지역보다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가 더 좋다? 교육여건이 나쁘면 학교수준이 떨어진다? 이런 인식은 동아일보 고교평가에 따르면 딱 들어맞지 않는다.○ 남고와 비평준화 지역도 잘할 수 있다 17개 시도의 1위 학교는 남고 8곳, 공학 5곳, 여고 4곳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시도에서 상위 20개교 중에 남고의 비율이 높았다. 요즘 여학생에게 내신이 뒤질까 봐 남학생 학부모가 남녀공학을 꺼리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물론 남고라고 다 같지는 않다.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상벌을 확실히 주는 학교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부산 동래고를 보자. 17위에서 9위로 올랐다. 이 학교는 등교 시간을 관리하려고 학생증의 바코드를 기계에 찍게 한다. 지각하면 벌점을 매긴다. 이상엽 교장은 “질서를 강조하고 두발을 엄하게 규제하니 학생들이 114년의 학교 전통을 깨는 행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스스로 면학 분위기를 다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만 여고의 강세가 여전했다. 1위 학교는 지난해(은광여고)에 이어 올해(숙명여고)도 여고였다. 상위 10곳 중에도 여학교가 6곳으로 더 많았다. 이돈희 숙명여고 교장은 “교사의 수준이 학원 강사보다 높고 준비를 더 많이 하니까 입학 뒤 몇 달이 지나면 학생들이 학원을 끊는다. 전시행정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교사와 학생 모두 수업에 열중하도록 돕는 게 좋은 학교의 비결”이라고 전했다. 비평준화와 평준화 지역이 섞인 곳은 7개 시도다. 경기 충북 경북 제주에서는 비평준화, 경남 전북 전남에서는 평준화 지역에서 1위 학교가 나왔다. 경기는 상위 20개교 가운데 비평준화(11곳)와 평준화(9곳) 지역이 비슷했다. 전북은 상위 20개교 중에 평준화 지역 고교가 18곳이나 됐다. 서울은 상위 20개교 가운데 7곳이 강남구에 있다. 노원구(4곳), 송파구와 양천구(각 3곳), 서초구(2곳) 등 사교육 특구의 순위가 높았다. 대구 역시 사교육 중심인 수성구 소재 고교가 1∼3위를 하는 등 10위권에 7개 학교가 이름을 올렸다.○ 지원하고 노력하면 달라진다 올해 평가에서 교육적으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은 낙후된 지역에 있는 학교의 변화를 확인한 셈이다. 자율형공립고가 정부 지원을 받으며 방과후학교를 다양하게 했기에 가능했다. 경제력이 좋지 않아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기 어려운 지역이라도 교사들이 자체적인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하고 연수를 받으면서 가르친 결과, 성적이 올라갔다. 제주 서귀포여고의 강방선 교감은 “예산을 시설 투자가 아니라 오로지 교육활동에만 쏟을 수 있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자기소개서 작성은 물론이고 수리·언어 논술·면접 대비, 영어연극 오케스트라 연극 배드민턴 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쌓게 지도한다. 수시전형의 대학별 고사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올해는 1학년부터 수시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능 향상도 항목에서 만점을 받은 충북 청원고(2위)는 최상위권과 중상위권 학생이 골고루 많은 편이다. 학년당 80명씩 뽑아 기숙사를 운영하는 게 특징. 절반은 상위권 학생, 절반은 사회적배려대상자를 선발한다. 선택과 집중식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박재환 교감은 “신설 학교라서 개교 첫해(2007년)에는 정원에 미달됐지만 2009년 자공고가 되면서 많은 학생이 지원했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안정됐고, 수준에 맞춰 열심히 가르치니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