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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움직인다. 움직여.” 17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성현아 양(7)이 탄 자전거가 앞으로 굴러가자 어머니 이은영 씨(37)는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뇌병변장애 1급 장애인 현아는 이날 장애인 맞춤형 특수자전거를 선물받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현아는 “언니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늘 부럽게 지켜봤는데 직접 타보니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아가 탄 자전거에는 몸을 잡아주는 보조장치가 달려 있어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도 안전하게 탈 수 있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의 후원을 받아 국내 최초로 중증 장애인을 위한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벌였다.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장애인 66명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중증장애인용 특수자전거는 아동용 4종, 성인용 1종 등 총 5종류로 개당 150만∼200만 원 선이다. 일반 자전거에 머리받침대, 등받이, 발 고정 끈이 부착된 아동용 자전거는 다리로 움직이거나 팔과 다리를 함께 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성인용 자전거는 손으로 손잡이에 달린 페달을 움직여 탄다. 자전거는 현아에게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 스스로 걷지 못하는 현아는 어릴 적 늘 어머니에게 업혀서 이동했다. 어머니 이 씨는 현아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집 안에만 있지 말고 혼자 힘으로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휠체어를 사줬다. 하지만 휠체어는 오히려 현아에게 족쇄가 됐다. 한번은 현아가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자 현아 또래 친구가 달려와 손가락으로 현아를 콕콕 찌르며 ‘장애인이다’라며 놀렸다. 이 씨는 “맞춤형 자전거는 겉보기에 일반 자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며 “딸이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또래보다 1년 늦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아는 30분가량 이 씨의 도움으로 자전거 연습을 하더니 “혼자 달려보겠다”며 신나게 동네를 누볐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조윤희 씨(53)도 이날 자전거를 선물받았다. 조 씨는 1962년 다리를 다친 이후 침 치료를 잘못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조 씨는 어릴 때 부모님이 남들 보기에 창피하다며 외출을 시켜주지 않아 늘 방 안에 갇혀 생활하느라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열네 살 때 직업 교육을 받은 그는 시계 수리공, 구두 수선공으로 일했지만 휠체어에 의지하느라 출퇴근할 때 빼고는 외출도 잘 못했다. 조 씨는 “50년 동안 하반신 마비로 지내다 보니 자전거를 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이제 비장애인처럼 자전거로 운동도 하며 살을 빼고 싶다”고 말했다. 조 씨는 손으로 페달을 굴리며 집 근처 산책로를 달렸다. 그는 오르막길에서 조금 힘들어했지만 능숙하게 기어를 변속하며 올라갔다. 그는 “며칠 더 연습하면 오르막길도 가뿐히 오를 수 있겠다”며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강원도로 가서 바닷가 주변을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진행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국내 최초의 재활공학서비스 전문 기관으로 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보조기구와 관련 산업·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2004년 설립됐다. 지원센터는 자전거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를 지원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센터 자전거 사업 담당 이준호 씨는 “중증 장애인 맞춤용 특수자전거는 아직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모여 많은 장애인이 자전거와 보조기구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장애인의 날’(20일) 다음 날인 21일 오후 3시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경기도청 잔디광장에서 ‘생애 첫 자전거 행진 및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용인=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화언론인클럽은 제12회 ‘올해의 이화언론인상’ 수상자로 지영서 KBS 부장급 아나운서(방송 부문), 이은숙 서울문화사 베스트베이비 편집국장(잡지), 류인하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신문)를 18일 선정했다. 시상식은 25일 서울 이화여대 동창회관에서 열리는 이화언론인클럽 정기총회에서 열린다.}

방송인 김구라(본명 김현동·42) 씨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나꼼수’ 김용민 PD의 노인 폄훼 발언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위안부 할머니 폄훼 발언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자 16일 그가 출연하는 방송국 홈페이지에는 퇴출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2002년 방송된 인터넷 라디오 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 녹음파일에는 김 씨가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 아닙니까”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씨는 당시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 성매매 여성 80여 명이 경찰의 단속에 반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전세버스를 타고 항의 방문한 사건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김 씨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장은 “김 씨가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발언했는지 해명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위안부 할머니를 창녀에 빗댔다면 이는 일본 극우파가 위안부 할머니를 매춘부라고 폭언하고 역사를 왜곡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 씨는 ‘B급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표방하며 시사 문제를 욕설과 막말로 다뤄 인기를 끌었다. 2002년에는 ‘총칼 쑤신 박정희 유신독재 18년 암울했던 시절 한국은 ×됐다’는 등 고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가사가 들어간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들’ 이라는 노래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다음 해에는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멸치대가리’ ‘노가다 십장’으로 부르며 비난했다. 김 씨는 정치인뿐 아니라 여성 연예인의 외모와 몸을 소재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김 씨의 막말은 공중파 방송 데뷔 이후에도 계속됐다. 김 씨는 방송에 출연해 “정신 차려 개××야”라고 욕을 하는 등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막말과 비속어를 가장 많이 쓴 방송인으로 꼽히기도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심심해서 그랬습니다.”11일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청담동 신사동 일대를 차량으로 누비며 쇠구슬을 난사했던 백모 씨(42).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14일 서울 강북구 인수동 백 씨의 집에서 그를 검거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백 씨는 “내가 저지른 범죄는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심심해서 쇠구슬을 쏘았을 뿐이다”라며 철없는 반응을 보였다. 백 씨의 범행 때문에 이날 상가 13곳과 차량 3대의 유리창이 깨졌고 무차별적 범행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증거는 단지 “심심해서”라는 백 씨 진술과 달리 미리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임을 보여주고 있다. 백 씨는 청계천에서 모의총기와 탄창 등을 구입한 뒤 검은색 그랜저 차량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집에서는 모의총기 2정과 비비탄·쇠구슬 탄창 5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강남 외에도 자유로와 마포구, 인천에서 발생한 쇠구슬 테러가 그의 소행인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을 타고 다니며 쇠구슬을 쏜 것으로 볼 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백 씨가 계속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져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5일 백 씨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0일 ‘차 트렁크에 납치됐다’는 거짓 신고를 해 경찰관 60명을 허탕 치게 한 30대 ‘양치기 남성’ A 씨를 두고 경찰이 처벌을 고민하고 있다. 그의 신고를 받고 112순찰차량 7대와 경찰관 40명이 출동해 2시간이나 허비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거짓 신고자를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A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3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섣불리 형사입건을 했다가 무혐의로 결론나면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즉결심판에도 넘기지 못한다. 기존 방식대로 A 씨를 즉결심판에 넘기면, 경찰관 60명이 2시간 동안 투입돼 다른 곳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피해자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치안공백이 만들어진 데 대한 죗값이 최대 10만 원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12 신고는 모두 995만1202건으로 하루 평균 2만7260건이었다. 이 중 경찰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처지 비관이나 하소연성 전화가 3통 중 1통꼴이다. 또 신고자가 상황을 잘못 판단한 오인신고는 3.2%인 31만9139건, 의도적인 허위 장난 전화는 0.11%인 1만680건이었다. 오인 또는 거짓신고를 받은 경찰이 하루 평균 876차례나 헛걸음한 셈이다. 문제는 명백한 거짓 신고를 해도 그냥 봐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최근 5년간 5만9731건의 거짓 신고가 들어왔지만 처벌이 이뤄진 건 9185건(15.4%)에 그쳤다. 처벌 강도도 문제다. 경찰은 폭발물 설치처럼 막대한 공권력이 투입되는 등 거짓 신고의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입건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0.5∼1%에 불과하다. 대부분 즉결심판에 회부되는데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 등의 처분을 받는다. 미국은 거짓신고가 확인되면 경찰 출동으로 소요된 액수에 상응하는 벌금을 물린다. 사안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까지 벌금이 올라간다. 다른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하게 한 만큼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자녀가 장난으로 911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어려서부터 철저히 가정교육을 한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장난전화 방법과 녹음된 장난전화 음성을 공유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짓 신고는 112 근무자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드는 폐해도 낳는다. 서울경찰청 112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몇 번 거짓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허탕을 치고 나면 그 이후 들어오는 신고에 대해선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했다. 경찰은 최근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계기로 거짓 신고자를 엄벌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거짓 신고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애들이 장난 전화 한 번쯤 할 수 있지’하는 국민정서 때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전국 지휘부회의를 열고 112 운영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경찰은 위치추적 법제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한편으로 신고자가 치명적 위협을 받는 긴급 상황에선 동의 절차 없이도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112센터 직원 중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강력사건 신고는 일반 경찰관이 아닌 상황실장이 직접 처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112 신고내용을 모두 녹취해 파일화한 뒤 현장 경찰관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유할 방침이다. 이원화된 112지령실과 치안상황실 업무를 통합해 ‘통합상황실’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우리 모두 투표합시다, 앙!”4·11총선을 이틀 앞둔 9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흰색 비키니 차림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나타났다. 비키니 상의 위에 립스틱으로 ‘LOVE’라고 적은 낸시랭은 ‘앙’이라고 적힌 판을 들고 선거 현수막과 지역구 후보 선거 벽보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추임새와 비슷한 ‘앙’은 자신을 나타내는 수식어 ‘큐티 섹시 키티 낸시’를 한마디로 줄인 말로, 신세대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광화문광장 등 서울 시내 곳곳을 활보하며 행진을 벌이던 낸시랭은 퍼포먼스 도중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낸시랭은 이날 퍼포먼스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인 ‘낸시랭 닷컴’에 올린 뒤 “이번 선거가 국민이 주인이라는 점과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멋진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출생의 낸시랭은 한국 국적을 포기해 이번 총선에서 투표권이 없다.유명인의 신체 노출을 이용한 투표 독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그맨 곽현화 씨도 상의를 벗은 채 ‘우리가 대한민국 주인이다’라고 쓴 팻말로 가슴 부위만 가린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연극배우 엄다혜 씨는 투표율이 60%가 넘으면 알몸으로 무대에 오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게임중독인 20대 미혼 여성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낳은 아기를 살해한 뒤 버리고 도망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이처럼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어 살해하거나 버리는 ‘나쁜 엄마’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송파구 삼전동의 한 PC방 화장실에서 출산한 아기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질식해 숨지게 한 뒤 건물 주차장 화단에 버린 혐의(영아살해 등)로 미혼모 정모 씨(2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게임중독 증세가 있던 정 씨는 출산일도 모른 채 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양수가 터지자 화장실로 이동해 혼자 남자아기를 낳았다.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5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의 집에서 동거하다가 임신했으나 이 사실을 안 남성이 이별을 요구해 쫓겨난 뒤 PC방과 찜질방에서 생활했다. 이후 게임에 빠져든 정 씨는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2만∼3만 원씩 받아 시간당 700원의 PC방 이용료를 내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경찰 관계자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정 씨는 고교 졸업 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며 “정 씨가 아기를 출산한 후 양육할 자신이 없어 살해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경기 성남시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출산한 아기를 수건으로 말아 질식사시킨 뒤 토막 낸 시신을 화장실 변기와 집 근처 쓰레기통 등에 버린 20대 미혼모가 6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52건이었던 영아유기 사건은 2010년 69건, 2011년 127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지난달 18일 ‘강남 재력가 납치사건’ ‘말레이시아 한인회 부회장 실종사건’의 주범 김모 씨(53)가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그는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가족에게 실망시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들은 김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의 길이 막혀 또 한 번 고통을 받고 있다.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사업가 A 씨(57)는 “해외도피 3년 만에 붙잡힌 김 씨가 납치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돈도 찾아 주리라 믿었다”며 “김 씨에게 건 기대가 큰 탓인지 마치 친구가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2008년 김 씨와 대학동창 이모 씨(53·구속) 등에게 80여 일간 납치돼 100억여 원을 뜯긴 ‘강남 재력가 납치 사건’의 피해자다. 납치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고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한 A 씨는 충격으로 은둔 생활을 해왔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본지 기자와 만나 입을 연 A 씨의 코에는 흉터가 남아 있었고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다.A 씨가 김 씨를 친구에 비유한 것은 ‘대학동창 3인방’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A 씨는 대학시절부터 사업가인 이 씨 및 변호사 J 씨와 친했다. 부유한 A 씨는 이 씨의 사업이 힘들 때마다 금전적인 지원을 해줬다. 은혜를 모르는 이 씨는 A 씨 재산을 탐내고 김 씨와 짜고 납치 행각을 벌인 것이다. A 씨는 “김 씨가 해외로 도망가면서 이 씨가 모든 죄를 김 씨에게 미뤘다”며 “이 씨가 범행에 가담한 조선족 4명을 고용하고 마약을 구입한 것 같은데 이를 밝히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사건 현장에는 없었지만 변호사인 J 씨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J 씨가 범행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 증거가 없어 김 씨의 진술이 꼭 필요했다”며 “전과 17범인 김 씨는 원래 나쁜 사람이지만 오랜 우정을 배신한 친구의 죄는 꼭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김 씨의 죽음으로 80억 원도 찾을 길이 막막해졌다. 김 씨는 A 씨에게 마약을 투약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A 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H저축은행에서 80억 원을 대출받아 자신의 통장으로 옮겼다. 김 씨가 붙잡히기 전 H은행과 대출금을 두고 소송을 벌인 A 씨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대출한 돈이라 갚을 수 없다고 했지만 법원은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며 “오랜 공방 끝에 절반만 갚기로 결정이 났지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A 씨보다 더 큰 고통을 받은 것은 말레이시아 한인회 부회장 B 씨(54)의 가족이다. A 씨는 “김 씨가 B 씨를 죽인 게 분명하다”며 “나를 살려준 김 씨가 오히려 고맙다”고 말할 정도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B 씨에게 접근했다. B 씨는 김 씨를 만난 날 실종돼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경찰은 B 씨가 실종 직전 김 씨와 함께 있었던 정황 등을 증거로 김 씨가 B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B 씨의 친척은 1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큰딸이 직장도 관두고 아버지 행방을 찾는데 집중했는데 김 씨가 죽어 시신이라도 수습할 길이 막혔다”며 “남은 가족은 말레이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몇 달을 매달려 수사한 사건이지만 피의자가 없으니 종결할 수밖에 없다”며 “사망처리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B 씨 가족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폐막한 27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로비. 화장실에 다녀온 외교통상부 핵안보준비기획단 소속 A 이집트담당의전관은 이집트 대표단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당황했다. 이집트 정상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무함마드 암르 이집트 외교장관 일행이 담당의전관을 남겨둔 채 예정시간보다 10분 먼저 출발해버린 것. 이집트 대표단의 출국을 대리 수속할 담당의전관이 비행기 출발 시간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이집트 대표단은 비행기에 오를 수 없었다. 경호 문제 때문에 앞서 출발한 대표단 차량을 세울 수 없었고 통제구역이라 택시를 부를 수도 없었다. 담당의전관은 다급한 마음에 112로 전화해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이장호 경사는 곧장 담당의전관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경찰서 지령실도 실시간으로 덜 막히는 도로를 안내했다. 이 경사는 묘기에 가까운 운전솜씨를 발휘해 출발 40분 만인 오후 5시 5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퇴근시간대에 보통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이집트 대표단은 긴박하게 펼쳐진 출국 작전도 모른 채 6시 20분 예정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집트 대표단이 담당의전관이 없어 출국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신속한 대응으로 막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선주자 박근혜 안철수는 물론이고 법무부, 국방부 장관을 모두 들먹였지만 음주단속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23일 오후 9시 반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8차로 언주로에서 출발신호가 떨어졌는데도 외제 승용차가 3, 4차로에 걸쳐 멈춰 있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술에 취한 운전자 정모 씨(39)는 운전대에 엎드린 채 깊이 잠든 상태였다. 경찰이 잠긴 문을 한참 두드리자 일어난 정 씨는 “대리기사를 부르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만취한 정 씨는 경찰서에서 유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라고 신분을 밝힌 뒤 장장 5시간 동안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사 경찰관에게 “내 장인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가정교사였고 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근과도 친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와 국방부 장관, 대통령민정수석실 직원과도 알고 있다”고 소리쳤다. 그는 취재 중인 기자에게도 “기사 써라, 회사 사장과 친분이 있으니 해고시켜 버리겠다”고 비아냥거렸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이 없어 그가 주장하는 인맥이 사실인지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14%까지 지워지지는 않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정 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정 씨는 경찰에 “이의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틀째인 27일 김윤옥 여사는 옷차림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적극적인 ‘스타일 외교’를 폈다. 미국의 미셸 오바마 여사를 비롯한 각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이 대형 국제행사나 외교 무대에서 패션을 통해 자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알리거나 상대국에 간접적이지만 친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패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 배우자 오찬 겸 한류 문화공연 행사에서 김윤옥 여사는 대담한 갈색 무늬 디자인이 돋보이는 스카프를 매 시선을 모았다. 이 스카프는 2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배우자 특별 만찬장에서 가봉 대통령 부인인 실비아 봉고온딤바 여사가 이날 생일을 맞은 김 여사에게 선물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선물해준 것도 감사하고 아이보리색 투피스와도 잘 어울린다”면서 이 스카프를 직접 골라 연출했다. 27일 저녁 특별만찬에서 김 여사는 짙은 푸른색 치마에 화려한 흰색 저고리로 젊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냈다. 특별만찬 때 입은 한복 저고리는 한복디자이너 김영석 씨가 제작했다. 김 씨는 “흰색 저고리 위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여러 개 달아 화려하게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석 전통한복’은 탤런트 심은하 씨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 등이 결혼할 때 입었던 예복으로도 유명하다. 김 여사 역시 다양한 국내외 행사에서 김 씨의 한복을 즐겨 입어 왔다. 화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씨가 맡았다. 김 여사는 이 씨가 만든 국내 색조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가 제안하는 최신 메이크업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 씨는 대통령 취임식,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평창겨울올림픽 발표회장 등 굵직한 국내외 행사 때 김 여사의 메이크업을 담당해 왔다. 이 씨는 “지적이고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배우자 만찬 때 7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비디비치’ 신제품 세트를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증정했다.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27일 폐막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정상회의장이 일반에 공개된다.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역사적 현장 체험전’을 28일 하루 동안 개최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 핵안보정상회의 정상회의장과 양자회담장 정상라운지 정상오·만찬장 등 58개국 정상이 사용한 공간을 공개하는 행사다.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이 누볐던 역사적인 공간을 관람하고 58개국 정상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그룹포토존’에서 정상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02-800-0212 한편 27일 시민들의 ‘승용차 자율 2부제’ 참여율은 62%에 그쳤다. 전날 참여율 61%에 비해 조금 올랐으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의 64%에 미치지 못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미디어센터를 찾은 외신 기자들은 핵안보정상회의 현장 상황을 기사로 작성하느라 분주했다. 2010년 제1차 미국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를 점검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합의할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는 26, 27일 이틀간 국제회의 최대 규모인 37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찾는다.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은 “회의 시설 준비는 완벽하지만 회의의 질적인 성과가 기대만큼 나올지 미지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신 기자들은 회의 성패의 변수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를 꼽았다. 자칫 북한 로켓 발사문제가 핵안보 논의를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지 세바스티앙 팔레티 기자(37)는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은 핵안보 문제보다 북한 로켓 발사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며 “안보 문제도 논의하겠지만 이번 회의가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간 합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한과 핵안보 문제에만 집중돼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아시아퍼시픽비즈니스앤드테크놀로지리포트 라빈더 싱 편집장은 “핵 안보 외에도 핵에너지와 친환경 핵이용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국제회의인 만큼 핵안보에 편중하지 말고 여러 이슈를 복합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외신기자들은 회의장인 코엑스의 시설과 서비스에 만족했다. 기자석에는 한지로 만든 등을 설치해 아늑한 느낌과 함께 한국의 미를 살렸다. 하지만 회의장 접근성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일간지 기자는 “교통통제가 너무 심한 데다 지하철 이용까지 어려워 코엑스까지 오기 불편하다”며 “공항과 회의장 거리가 너무 먼 것도 외국 정상에게는 결례”라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첫날인 26일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다. 시민 약 61%가 승용차 자율 2부제에 참여하는 등 평소 월요일 출근길보다 차량 운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식행사가 시작되자 서울 시내 주요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9시 서울과 수도권 교통량은 지난주 월요일인 19일보다 5.3% 감소한 35만8702대로 집계됐다. 특히 행사장인 코엑스가 위치한 강남권을 지나는 차량이 4만3635대로 일주일 전보다 10%가량 줄었다. 서울시가 시내 50곳에서 승용차 자율 2부제 참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운행 차량 중 61%가 짝수 차량이었다. 2010년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에는 64%가 참여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코엑스 인근으로 출근하는 김지헌 씨(39)는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출근 시간이 20분 정도 더 걸리지만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경 공식행사 시작을 앞두고 교통통제가 시작되자 61%의 2부제 참가율에도 교통정체가 극심해졌다. 종로 퇴계로 등 강북권 주요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강남지역 행사장 주변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9시에 회의가 열리는 27일에는 길게는 2시간가량 교통통제가 시행될 예정이라 더 많은 시민의 참여가 없으면 서울시 전역이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라며 “대중교통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27일에는 정상회의 외에도 16개 개별 행사와 23개국 정상의 출국이 예정돼 있어 잦은 교통통제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 직장인들이 큰 불편을 호소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서울시가 출퇴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렸지만 일부 강남권 직장인들은 만원 버스와 지하철을 타지 못해 지각하기도 했다.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은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주변에는 셔틀버스가 배치됐지만 길게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해 시민들이 100m 이상 줄을 서야 했다. 퇴근길에도 기다리다 지치거나 셔틀버스 정거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20∼30분씩 걸어서 이동했다. 차를 두고 온 직장인 정모 씨(39)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을 위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군과 경찰은 행사 방해를 노린 북한의 도발이나 기습테러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첩보위성과 주일미군의 공중조기경보기(AWACS), 주한미군의 U-2 정찰기, 한국 공군의 피스아이 조기경보기 등 한미 연합감시자산이 24시간 북의 동향을 비롯해 한반도 전역에 대한 밀착감시를 시작했다. 조기경보기는 주일미군에서 1대, 피스아이 1대 등 2대가 낮밤 교대로 감시 중이다. 또 미국에서 파견된 급조폭발물(IED) 처리요원들이 행사장 곳곳에서 폭탄테러에 대비해 점검을 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대북정보작전 방호태세인 인포콘도 5단계(평시 준비태세)에서 4단계(증가된 경계태세)로 높였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와 해군 2함대사령부, 공군 작전사령부는 함정과 전투기 등 장비와 병력을 총동원해 행사에 참석하는 세계 50여 개국 정상들에 대한 입체적인 경호경비작전을 펼치고 있다. 경찰도 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주변에 경찰관 3만6000여 명과 경찰특공대 330여 명을 투입한다. 코엑스 주변에는 반경에 따라 3중 방어막이 설치됐고 코엑스 지상 건물에는 행사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서울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26, 27일 ‘승용차 자율 2부제’가 실시된다. 26일은 차량번호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 27일은 ‘홀수’인 차량을 운행하면 된다. 26일 0시부터 27일 오후 10시까지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중심으로 영동대로와 테헤란로 절반을 차단하고 아셈로와 봉은사로는 1개 차로만 제외하고 통제한다. 서울시는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상회의 기간 중 출퇴근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의 운행 횟수를 늘렸다. 코엑스와 가까운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는 26일 첫차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행사지원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회의의 ‘주역 못지않은 조역’이다. 이들은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행사장을 누비면서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위해 땀 흘리고 있었다. 5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자원봉사자 748명은 회의장 운영 및 행사운영 전반을 돕는 행사지원, 국별의전연락관(DLO) 지원, 미디어 지원에 나서며 명예기자(e-reporter)로도 활약한다. 직업과 연령대가 다양한 지원요원들은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뒤 4일간의 면접심사를 통해 자질과 자세, 외국어 능력을 평가받았다. 합격 후 길게는 2주간 글로벌 에티켓과 보안, 직무 교육을 받았다. 지난달 2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코엑스 동문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권민주 씨(20·여)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권 씨는 “G20 정상회의 당시 남산에서 외국인 관광 안내를 맡았다”며 “이번에는 행사장에서 직접 손님을 맞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과거 해외 공보관으로 일했던 유일한 씨(65)는 최고령 행사지원요원이다. 미디어센터에서 일하는 그는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외신 기자들이 취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외교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제 문제에 관심이 많은 최연소 참가자 노혜인 씨(20·여)는 대학 입학 직후부터 스스로 행사 준비 업무에 몰두하다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모델 겸 연기자인 국지연 씨(29·여)도 미디어센터에서 환한 미소로 외국 기자단을 맞고 있다. 국 씨는 “패션쇼 현장처럼 큰 행사 뒤에는 숨겨진 조연과 스태프의 활약이 중요하다”며 “긴박한 현장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서로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17명도 참가했다. 아랍어 통역을 담당하는 모로코 출신 유학생 일리아스 씨(24)는 “큰 행사에서 아랍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실력을 발휘해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일 오후 3시경 서울지하철 분당선 선릉역에서 기흥역 방향 전철 안에서 한 여성이 담배를 피웠다. 주변 승객들이 지적했지만 여성은 담배를 끄지 않았다. 승객 신고를 받고 달려온 전철 역무원은 이 여성이 ‘분당선 담배녀’인 것을 확인하고 버릇을 고치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철 안에서 흡연을 하다가 주변 승객과 다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분당선 담배녀로 불리는 신모 씨(38)의 못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날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3만 원의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지만 그는 4시간 뒤 다시 분당선 전철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경찰은 고의적으로 반복한다고 보고 그를 연행해 조사한 뒤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즉결 심판에 회부했다. 즉심도 그를 막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분당선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술에 취한 채 담배를 피웠다. 말리는 승객에게 폭언을 퍼붓고 소란을 피우다 끝내 경찰에 붙잡혀 왔다.서울 송파경찰서는 23일 “횡설수설해 왜 그랬는지는 밝히지 못했지만 법을 무시하는 처사가 반복돼 추가로 즉심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에는 ‘담배녀 응징’이라는 제목으로 전철에서 담배를 피우다 폭행당하는 여성의 동영상이 등장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중요한 국가 행사를 다시 준비하니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김현수 강남경찰서 핵안보기획팀장(50·경감·사진)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경비 실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 팀장은 2010년 2월 G20 행사 준비 때부터 최근까지 2년간 집보다는 코엑스 주변에서 ‘퇴근 없는 생활’을 이어왔다. 이날도 그의 손에는 갈아 신을 양말이 들려 있었다. 김광식 서장과 김 팀장 등 강남경찰서 직원들은 코엑스 치안센터 주변에 세워진 가건물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주변 등 주요 지역 경비를 맡았다. 그는 “작은 사무실에서 여러 직원과 함께 숙식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코엑스 가까이에 있어야 몸과 마음이 편하다”며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잠시도 앉을 틈 없이 경비 상황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코엑스 주변에는 김 팀장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코엑스는 물론이고 주변 건물 옥상, 비상구와 사무실까지 일일이 눈으로 확인했다. 심지어 코엑스와 연결된 한강 인근 하수구에도 직접 들어갔다. 그는 “두 번째 행사를 치르니 행사 준비의 큰 흐름을 알 수 있다”면서도 “50여 개국이 방문하는 이번 행사는 G20 때보다 규모가 두 배나 커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더 꼼꼼히 살핀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육군 중사로 복무 중인 딸이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 보내준 문자메시지는 큰 힘이 된다. 김 팀장은 “경찰이 시민 불편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회 성공은 결국 시민의 손에 달렸다”며 “대회 기간인 26, 27일 승용차 자율 2부제와 대중교통 이용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하루 평균 4000만 원씩 모두 수십억 원을 가로챈 국내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사기로 벌어들인 돈으로 시장에서 의류나 신발을 구입하고 이를 중국에 팔아 이익을 남겼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짜고 국내 피해자로부터 55억여 원을 가로챈 일당 11명을 검거해 국내총책 임모 씨(45)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송금책 한모 씨(57·여)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출책 송금책 자금세탁책으로 역할을 나눠 중국 선양(瀋陽)이 본거지인 일명 ‘학교’로부터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 ‘학교’ 직원들은 국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경찰을 사칭하거나 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여 입금을 유도했다. ‘학교’가 임 씨에게 돈이 입금됐다고 전달하면 국내 조직원은 현금카드를 이용해 돈을 인출했다. 이들은 인출한 현금이 하루 4000만 원에 달하자 계수기를 구입해 돈을 셌다. 이들은 기존의 환치기 방법 대신 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해 중국으로 보내는 방법으로 범죄자금을 현금화했다. 자금세탁책인 20대 최모 씨 자매는 젊은 여성의 감각으로 직접 동대문시장에서 중국 여성에게 인기를 끌 여성 의류와 신발을 구입해 중국으로 보냈다. 물건을 받은 중국 조직은 정식으로 한국 옷 가게를 열고 이익을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조직은 한국 옷을 팔아 가로챈 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겼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일명 ‘강남 룸살롱 황제’로 알려진 이경백 씨(40)를 2007년과 2010년 수사할 때 검찰이 이 씨에 대한 체포를 이례적으로 승인하지 않는 등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한 정황이 22일 드러났다. 이 씨가 검사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친분을 쌓아온 정황도 확인됐다.2010년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 관계자는 2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씨가 성매매업소 업주라는 증언이 확보돼 이 씨를 긴급체포하려는데 검사가 긴급체포를 불승인했다”며 “검찰이 경찰의 긴급체포 요청을 불허하는 건 당시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이 씨를 데려오려 하자 이 씨는 검사들과 통화를 하며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 씨가 검경 인사들과 막강한 인맥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외압을 막기 위해 서초경찰서에서 수사하던 그 사건을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이 씨가 형사들에게 ‘경찰이 아무리 영장을 신청해도 나는 구속 못 시킬 것’이란 얘기를 하면서 큰소리를 쳤고 계속 묵비권을 행사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2007년 당시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던 이 씨와 관할 경찰서 직원의 유착 관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검사 3, 4명과 주기적으로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이 확보한 이 씨의 통화기록에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의 사무실 번호와 지방의 한 부장급 검사의 휴대전화 번호가 기록돼 있었다. 경찰은 이 씨를 상대로 통화기록에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관련성을 추궁했지만 이 씨가 입을 닫아 혐의 확인에는 실패했다. 이 씨는 경찰 수사에서 “나는 성매매업소 업주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사들에게 로비를 할 이유가 없다”는 진술만 반복했다.수사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이 이 씨의 술집에 투자해 억대 금액을 챙긴 정황이 나오자 검찰이 “사건을 파지 말고 넘기라”고 지휘했다는 경찰 측 증언도 나왔다. 당시 수사팀은 검찰청 계장급 직원(6급 수사관) 2명이 이 씨의 성매매업소에 투자해 억대의 돈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의욕적으로 비위 사실을 밝히려고 했지만 검찰이 이 씨와 수사관 사이의 유착 관계에 대해 더 이상 캐지 말고 수사자료를 송치하라고 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이 씨는 2010년 성매매 알선과 탈세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구속된 뒤 법원장에서 갓 퇴임한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당시 이 씨는 10년 동안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하고 42억6000만 원을 탈세한 혐의에도 보석금 1억5000만 원만 내고 풀려나 전관예우 논란이 일기도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