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다리’ 얻은 윤희씨 “50년만에… 세상밖 달릴 자신감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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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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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재활공학지원센터 후원… 지체장애인 2명 ‘생애 첫 자전거 타던 날’

장애인 조윤희 씨(위 사진)와 성현아 양(아래 사진 왼쪽)이 장애인용 맞춤 자전거를 타고 있다.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벌이는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은 21일 중증 장애인 66명에게 맞춤 자전거를 전달할 계획이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제공
장애인 조윤희 씨(위 사진)와 성현아 양(아래 사진 왼쪽)이 장애인용 맞춤 자전거를 타고 있다.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벌이는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은 21일 중증 장애인 66명에게 맞춤 자전거를 전달할 계획이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제공
“어머, 움직인다. 움직여.”

내일 장애인의 날
내일 장애인의 날
17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성현아 양(7)이 탄 자전거가 앞으로 굴러가자 어머니 이은영 씨(37)는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뇌병변장애 1급 장애인 현아는 이날 장애인 맞춤형 특수자전거를 선물받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현아는 “언니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늘 부럽게 지켜봤는데 직접 타보니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아가 탄 자전거에는 몸을 잡아주는 보조장치가 달려 있어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도 안전하게 탈 수 있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의 후원을 받아 국내 최초로 중증 장애인을 위한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벌였다.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장애인 66명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중증장애인용 특수자전거는 아동용 4종, 성인용 1종 등 총 5종류로 개당 150만∼200만 원 선이다. 일반 자전거에 머리받침대, 등받이, 발 고정 끈이 부착된 아동용 자전거는 다리로 움직이거나 팔과 다리를 함께 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성인용 자전거는 손으로 손잡이에 달린 페달을 움직여 탄다.

자전거는 현아에게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 스스로 걷지 못하는 현아는 어릴 적 늘 어머니에게 업혀서 이동했다. 어머니 이 씨는 현아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집 안에만 있지 말고 혼자 힘으로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휠체어를 사줬다. 하지만 휠체어는 오히려 현아에게 족쇄가 됐다. 한번은 현아가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자 현아 또래 친구가 달려와 손가락으로 현아를 콕콕 찌르며 ‘장애인이다’라며 놀렸다. 이 씨는 “맞춤형 자전거는 겉보기에 일반 자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며 “딸이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또래보다 1년 늦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아는 30분가량 이 씨의 도움으로 자전거 연습을 하더니 “혼자 달려보겠다”며 신나게 동네를 누볐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조윤희 씨(53)도 이날 자전거를 선물받았다. 조 씨는 1962년 다리를 다친 이후 침 치료를 잘못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조 씨는 어릴 때 부모님이 남들 보기에 창피하다며 외출을 시켜주지 않아 늘 방 안에 갇혀 생활하느라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열네 살 때 직업 교육을 받은 그는 시계 수리공, 구두 수선공으로 일했지만 휠체어에 의지하느라 출퇴근할 때 빼고는 외출도 잘 못했다. 조 씨는 “50년 동안 하반신 마비로 지내다 보니 자전거를 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이제 비장애인처럼 자전거로 운동도 하며 살을 빼고 싶다”고 말했다.

조 씨는 손으로 페달을 굴리며 집 근처 산책로를 달렸다. 그는 오르막길에서 조금 힘들어했지만 능숙하게 기어를 변속하며 올라갔다. 그는 “며칠 더 연습하면 오르막길도 가뿐히 오를 수 있겠다”며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강원도로 가서 바닷가 주변을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진행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국내 최초의 재활공학서비스 전문 기관으로 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보조기구와 관련 산업·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2004년 설립됐다. 지원센터는 자전거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를 지원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센터 자전거 사업 담당 이준호 씨는 “중증 장애인 맞춤용 특수자전거는 아직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모여 많은 장애인이 자전거와 보조기구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장애인의 날’(20일) 다음 날인 21일 오후 3시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경기도청 잔디광장에서 ‘생애 첫 자전거 행진 및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

용인=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장애인의 날#경기도재활공학지원센터#장애인 자전거#생애 첫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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