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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전형근)는 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이 검토하는 혐의는 △형법상 특수공무방해(144조) △형법상 국회 회의장 소동(138조)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상 화약류 무허가 소지(10조, 18조) 등 세 가지다. 형법은 국회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소동을 부린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최루탄은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 소지하고 사용해야 하는 ‘화약류’인데 김 의원이 최루탄을 무단으로 소지해 사용했다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 측 시각이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참가자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공권력 경시 풍조가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8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비준 무효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청구된 김모 씨(41)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 씨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후 4시 50분경 지하철 광화문역 지하통로를 막고 서 있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발길질을 하고 주먹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씨 측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광화문역 통로를 막는 등 공무집행의 정당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집회장소 주변을 통제한 것은 불법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며 “채증 영상을 보면 김 씨가 경찰을 폭행한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FTA 반대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청구된 박모 씨(38)와 황모 씨(34)의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달 26일 광화문 집회 도중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청구된 김모 씨(54)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문 시위꾼’ 같은 집회 참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도주,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공권력에 대한 범죄는 중범죄인데도 잇달아 영장을 기각하는 법원의 결정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 주동식 사무처장도 “공권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축”이라며 “공권력에 대한 범죄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붕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금호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서둘러 매각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금호석유화학 회삿돈 200여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63)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6일 기각됐다. 이날 박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남부지법 안동범 영장전담판사는 “일부 범죄 혐의는 소명이 부족하고 피해 변제가 이루어졌거나 변제가 담보돼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일단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8개월 동안 장기간 수사를 해왔음에도 박 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A 씨가 등장한다는 성관계 동영상이 5일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와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경찰은 이날 A 씨가 블로그 개설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자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방송인 A 섹스비디오’라는 제목으로 4일 개설된 이 블로그에는 한 여성이 남성과 유사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긴 2분 52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사진 1장도 함께 게시됐다. 사이트 개설자는 “동영상은 A 씨와 동거했던 전 애인이 찍은 것”이라며 “그는 A 씨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A 씨에 대해 폭로할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동영상을 올린 이유는 “A 씨의 친오빠는 해결사들을 고용해 전 애인을 구타, 감금한 뒤 절대 폭로하지 않겠다는 혈서를 쓰게 했다”며 “A 씨는 TV에서 순결함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모두 거짓말이다. 봉사, 자선활동은 연기이고 표절로 책을 출판했다”고 밝혔다.블로그에는 또 A 씨의 얼굴 사진이 담긴 여권과 A 씨의 이름이 적힌 병원 진료 기록지를 스캐닝한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A 씨는 고소장을 통해 “동영상, 사진, 글 모두 허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유포는 진위에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라며 “유포자를 찾아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전형근)는 민주당 당대표실 회의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53)을 3일 소환해 조사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한 의원을 상대로 녹취록 입수 경위와 도청 의혹을 받고 있는 KBS 장모 기자(33)와의 관계 등을 조사했지만 한 의원은 “제3자로부터 녹취록을 건네받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올해 6월 2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녹취록을 한 의원이 다음날 공개하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경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채 서면조사만 한 차례 받았고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한 의원과 장 기자의 사건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유례없는 국회 본회의장 내 ‘최루탄 테러’로 대한민국 국회가 세계적 비웃음거리가 됐지만 정작 국회는 사건 발생 사흘째인 24일까지도 당사자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에 대한 징계나 사법처리 방안은 물론이고 유사한 사건을 막을 대책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과 민노당은 반성은커녕 사건을 합리화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 사이에선 “이러다가 다음번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화염병이 터지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지만 국회만 귀를 막은 채 “수사기관이 알아서 하겠지”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이러한 국회의 고질적인 ‘폭력불감증(violence insensitivity)’과 정치적 집단 망각은 사회병리적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야간 불법시위를 한 시위대에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집권여당조차 웬만한 불법과 폭력에 대해선 대충 눈을 감고 넘어가려는 태도가 국회와 사회 곳곳의 폭력불감증을 부추긴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반성 모르는 민노당과 김선동 민노당과 김 의원은 각각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루탄 투척 관련 사진을 버젓이 걸어두고 있다. 민노당은 홈페이지에 김 의원이 최루탄 투척 후 본회의장 밖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윤봉길 의사의 심정으로…’라고 주장한 대목을 촬영한 동영상도 올려놨다. 김 의원 역시 본회의장 단상에서 최루탄 가루를 뒤집어쓴 자신의 사진과 동영상을 홈페이지 전체의 절반 크기로 올려놓고 “한미 FTA로 피눈물을 흘리게 될 서민들의 분노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한 진보좌파 인터넷매체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불멸의 김선동’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김 의원의 최루탄 투척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은 2004∼2005년 KBS에서 방송된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김 의원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안중근, 윤봉길 의사를 거론하더니, 한미 FTA에 반대하는 세력이 급기야 민족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까지 들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김 의원은 23일 국회 대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한미 FTA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이어 24일 정오에는 청와대 앞에서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 포기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전개한 뒤 다시 서울광장으로 가 한미 FTA 반대 집회에 합류했다. 이에 광복회 박유철 회장은 24일 성명을 내고 “그의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인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위대한 삶을 살다 가신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존재가치가 폄하되고, 희화화돼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된 것에 대해 분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결한 독립운동 정신을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말고 김 의원은 안, 윤 의사의 영전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정작 국회는? 이런 상황에서 국회 사무처는 24일 오전에만 3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김 의원 고발 문제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사무처의 핵심 관계자는 “조금 더 관망하며 지켜보자는 얘기가 많았다”면서 “최종 결심은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의 다른 관계자는 “법률적 검토와 함께 정무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무적 검토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국회 사무처로 미룬 만큼 말 그대로 여야 간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은 “사무처가 (고발)하면 결국 국회의장이 (고발)하는 형식인데 의장으로서는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의원들 간의 일에 사무처가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도 있다”며 “(김 의원에 대한 고발 여부가) 다음 주 정도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가 소극적인 것은 거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몸 사리기’가 원인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상황에서 괜히 김 의원 문제를 건드리면 역풍을 맞는다”며 “한나라당은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8대 국회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김 의원을 국회에서 추방하는 것이 실효가 없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4·27 전남 순천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민주당의 양보로 국회에 들어온 김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다시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 재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사법처리 역시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임기 안에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하지만 국회의 ‘김선동 책임 떠넘기기’는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수사기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국회 사무처는 선진국 의회처럼 모든 국회 출입구에 스피드게이트와 금속탐지기를 설치해 의원들도 전자출입증을 소지하고 위험물 반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탐지기를 통과해야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말 도입을 추진했으나 국회 운영위원회의 반대로 예산이 삭감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고발정치권이 손놓고 있는 동안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4개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진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사태”라며 “김 의원을 구속 수사해 의원직을 박탈한 뒤 민노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대검으로 가 “김 의원이 국회회의장모욕죄(형법 138조) 특수공무방해(형법 144조) 특수폭행(형법 261조)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및 국회법을 위반했다”며 고발장을 냈다. 보수단체 ‘인권KOREA’도 김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접수시켰다. 검찰은 고발장을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함상훈)는 24일 여자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용석 의원을 상대로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낸 위자료 지급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또 여자 아나운서 100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이 여성을 비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아나운서 개개인이 피해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강 의원의 발언은 명예훼손에 해당돼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지난해 7월 10억 원을 위자료로 달라고 소송을 냈고, 여자 아나운서 100명도 1인당 200만 원씩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중국 친구들이 박 터뜨리기 게임을 가장 재미있어 하던데 내년 운동회 때도 꼭 다시 했으면 좋겠어요.”2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경희대 중앙도서관 시청각실에 유학생 지원동아리 IFCC 회원들이 모여 앉아 최근 열린 ‘외국인 유학생 운동회’ 뒤풀이를 하고 있었다. 2003년 만들어진 이 동아리는 35명의 한국인 회원이 각각 1, 2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도맡아 이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학기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려 뛰는 운동회를 하는가 하면 학교 앞 가게를 빌려 외국인 환영 파티를 열기도 한다. ○ “웰컴 외국인 친구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학교 안팎에서 이들을 따돌리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들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성균관대의 외국인 유학생 지원 동아리인 ‘하이클럽’ 회원들은 학교 축제 기간마다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선보이는 나라별 전통춤도 구경할 수 있다. 이색적인 음식과 춤을 통해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자는 취지의 행사다. 동아리 회원들은 축제 기간 외에도 한국어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통역 번역을 해주기도 하고 새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는 휴대전화 개통법과 대중교통 이용법 등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알려준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김희진 씨(22·여·러시아어문학과)는 “한국을 불친절한 분단국가로만 알고 온 외국인 친구들도 고국으로 돌아갈 때 ‘한국인은 정말 친절하다’고 말한다”며 “이럴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 “우리도 반성”본보가 만난 외국인 유학생 중 일부는 “한국인과 공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외국인들 스스로도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저우만(周曼·24·중앙대 신문방송 4) 씨는 “발음을 할 때 실수를 할까 봐 겁나 유학생들 스스로 발표나 한국인 친구 사귀기를 기피하는 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라며 “실수가 두려워 ‘소극적인 중국인’으로 남기보다 외국인으로서 실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천쑹저(陳松哲·26·경희대 대학원) 씨도 “중국 학생들이 한국문화에 몇 번 이질감을 느끼고 나면 바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중국인끼리만 어울려 다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 중에는 한국인들이 노래방에서 춤추고 노는 것만 봐도 ‘이상한 문화’라고 생각하고 편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며 “중국인들도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한국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으로 구성된 대학생회도 속속 설립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학생도 학내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경희대에 다니는 유학생들은 다음 달 학교를 대표하는 외국인 유학생회를 설립하기로 하고 곧 후보자 등록과 관련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2009년 9월 학생회를 설립한 대구가톨릭대의 외국인 학생 400여 명은 학기 중 한국인과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관한다.○ ‘상호 윈윈’을 위해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1만 명이 늘면 1600억 원가량의 유학·연수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해외에 친한 및 지한 인사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정치·외교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1983년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유치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2020년까지 3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벼르는 이유다. 싱가포르와 중국도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섰다.유정희 국제교류문화진흥원장은 “우리가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친한파(親韓派)가 될 수도, 혐한파(嫌韓派)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자체가 큰 자산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먼저 다가서라, 뭉쳐다니며 왕따 자초말라” ▼■ 차별, 이렇게 극복해라“인신공격-소외 당했지만 봉사활동하며 인맥 넓혀… 그들의 문화 받아들여야”외국으로 가는 한국 유학생들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나 ‘왕따’에 시달릴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를 극복한 학생들은 스스로 다른 문화에 동화되려는 노력을 적극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적응에 성공한 외국인 유학생들도 “누가 다가와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올해 2월 중앙대를 졸업한 최성희 씨(25·여)는 2009년 9월∼2010년 5월 교환학생으로 미국 위노나주립대에서 공부했다. 최 씨는 유학생활 초기 한 미국인 학생이 “한국인은 개도 먹는다며? 그럼 이 벌레도 먹어봐”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야 했다. 조별(組別) 발표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많았다.그러나 최 씨는 다양한 학내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적응에 성공했다. 그는 “외국인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조직한 봉사활동단체를 통해 인맥을 넓혔다”며 “모든 학교에 있는 외국인 관련 동아리나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국내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경희대를 3년째 다니고 있는 중국인 W 씨(24)는 “많은 유학생이 한국생활을 힘들어하는데 힘들지 않은 유학생활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인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3년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부 자존심이 센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기들끼리만 뭉쳐 다니는데 적극성을 더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아마즈 라히미 미다니 씨(24·이란·부산 부경대)는 한국인 친구들과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 그는 “한국인들은 여름철 더위를 이기기 위해 고단백 음식인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나라의 역사의 요체인 문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적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문화를 사랑하다 보니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핀란드인 모르스크 예레 씨(23·한양대)도 “한국인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어 축구부에 들어갔다”며 “처음엔 특유의 선후배 문화가 당황스러웠지만 어느덧 소속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부끄럽다, 사과한다”… “거부감 있는건 사실” ▼■ 자성과 관성 뒤섞인 반응“지성인이 인종차별이라니”… “돈 벌러 온건 아니지않나”‘한국에 유학 온 손님을 잘 대접해야 우리도 나가서 대접받는다.’(김창회 씨·okman258)‘중국 정부와 중국인이 하는 행동을 보면 거부감과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이도윤 씨·startbrood3)동아일보가 21, 22일 보도한 ‘외국인 유학생 10만 시대’ 시리즈에 대해 동아닷컴과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1000개가 넘는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는 실상이 담긴 기사 내용에 대해 ‘어찌 됐든 외국인은 싫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캠퍼스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21일자 기사와 관련해 이명재 씨(lmj007)는 동아닷컴에 ‘부끄럽습니다. 이 글을 보는 유학생들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열심히 공부하십시오’라고 적었다. ID 서울시민은 ‘성숙하게 대응할수록 우리의 지위도 올라간다. 지성 있는 대학생이라면 인종차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ID 여성부×다문화박살은 ‘중국 불법체류자들은 자주 흉포한 범죄를 저지른다. 다문화 정책은 때려치워야 한다’고 적었다.외국인 유학생이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권을 침해당하는 문제를 지적한 22일자 기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김경신 씨는 ‘유럽과 미국도 유학생의 노동시간은 제한한다. 유학생들이 한국에 공부하러 온 거지 일하러 온 게 아니지 않느냐’고 적었다. 변경태 씨는 ‘나도 아르바이트만 20개 넘게 해봤지만 최저임금을 보장받은 적이 없다. 한국인의 인권부터 챙겨야 한다’고 했다. 반면 최재훈 씨는 ‘한국 학생이 외국인 유학생보다 우대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인 유학생을 천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자 각 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FTA에 찬성해 온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반대 단체들은 ‘즉각 비준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앞에서 6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이자 의회쿠데타로서 원천무효”라며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전원 낙선시키는 전면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서민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협정문을 처리하면서 국회의원들도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생각에 최루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 3시경부터 FTA를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긴급집회. 오후 5시 산업은행 앞’이라는 글을 잇달아 올리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시위대는 오후 7시 40분경 일단 해산한 뒤 오후 8시 40분부터 명동성당 앞에서 2800여 명(경찰 수산)이 참석한 채 집회를 재개했다. 시위대는 왕복 10차로인 삼일대로를 점거하고 을지로2가 방향으로 불법 행진했고, 경찰은 살수차 2대를 동원해 11차례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11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명동 일대 도로가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인도로 밀려난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집회를 이어갔다.반면 찬성 단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최루탄 가루를 뿌린 김 의원에게 비판을 쏟아냈다. 정인교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은 “최루탄을 없애자던 사람들이 본회의장에 최루탄 가루를 뿌린 것은 국회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직장인 김모 씨(28)는 “우리 경제가 체격은 커지겠지만 체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했고, 취업준비생 이우희 씨(28)는 “경제성장 기회를 생각하면 통과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월화수목금금금.’ 중국 산둥(山東) 성 출신 Y 씨(27·서울 C대)는 3개월째 주말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요리사 아버지 덕에 고향에선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냈지만 2007년 유학 온 한국의 물가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나마 싼 편이라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3평짜리 자취방도 보증금 300만 원에 월 30만 원을 줘야 했다. 교통비와 한 끼에 3000원이 넘는 밥값만 해도 한 달에 60만 원은 족히 든다. 한 달에 최소 120만 원은 벌어야 유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Y 씨가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다.Y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인보다 적게 받는 시급이다. Y 씨는 시간당 4500원을 받지만 같은 조건으로 채용된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은 6000원을 받는다. 16일 오전 1시 근무 중인 편의점 앞에서 만난 Y 씨는 “한국 친구들이 월급을 더 받아 속은 상하지만 당장 생활비가 급하기 때문에 항의할 생각은 못했다”고 했다.○ ‘유학생 알바’ 허용은 됐지만법무부는 2009년 6월 외국인 유학생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사전에 신고한 유학생에 한해 학기 중 주 2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실제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만난 외국인 유학생 125명 중 70명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현재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보다 1인당 평균 소득이 낮은 국가 출신이었다.이들은 인터뷰에서 “한국 물가를 감안할 때 주당 20시간만 일해서는 생활비조차 충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인 4320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에 8만6400원, 한 달에 34만5600원을 벌 수 있다. 주거비와 식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외국인 유학생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 70명 중 3분의 1인 23명이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았다. 서울 S대로 3년 전 유학 온 중국인 탕정하오(唐正皓·22) 씨는 학교 앞 삼겹살집 보쌈집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는 “시급 4700원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갔더니 ‘중국인이니 4000원만 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우즈베키스탄인 압두말리코프 아짐베크 씨(21) 역시 식당 웨이터 일을 하다가 노래방 아르바이트로 옮겼다. 그는 “웨이터 일을 할 때는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받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매달 100만 원씩 주는 노래방으로 옮겼다”고 말했다.그러다 보니 주당 20시간 이상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일부 악덕업주는 이 점을 악용해 임금을 깎거나 체불하기도 한다. 지난해 충북 청주시로 유학 온 중국 선양(瀋陽) 출신 류위자오(劉玉嬌·24·여) 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이 2주일 넘게 월급을 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전북 지역에서 공부 중인 중국인 여학생은 “칼국수집에서 일하고 돈을 받지 못해 결국 노동청에 신고했다”며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생활고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져밤샘 아르바이트에 치이면서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 성적도 뒤처진다. 성적 미달로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까지 벌어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매일 오전 8시에 퇴근하는 Y 씨는 집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이고 오전 10시 반 다시 학교로 간다. 하지만 수업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기 바쁘다. 그는 “한국어 수업은 원래도 30% 정도밖에 이해를 못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니 더 뒤처진다”며 “시간에 쫓겨 발표나 과제도 제때 해내지 못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두 달 전부터 서울 회기역 인근 포장마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국인 궈신(22) 씨도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밤새워 일하고 다음 날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가려니 체력이 달린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부산=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돈없어 휴학하고 성매매 수렁에 빠지기도 ▼■ 곳곳에 검은 유혹의 손길중국인 A 씨(22·여)는 2008년 9월 서울시내 명문 사립대에 입학했다. 무역업을 하던 부모님과 함께 살며 1년간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사업이 잘 안 돼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A 씨는 서울시내 자취방에서 홀로 살았다. 등록금이 없어 학교는 휴학했고 비자는 지난해 3월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됐다.A 씨는 스스로 돈을 모아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편의점과 식당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등록금은커녕 생활비를 대기도 빠듯했다.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다 올해 8월 인터넷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호프집 종업원을 구한다는 글을 봤다. 시급도 1만5000원으로 높았다. 찾아 가니 용산구의 한 유흥주점이었다. 업주는 “남자 1명을 접대하고 2차를 나가면 15만 원씩 주겠다”고 꼬드겼다.A 씨는 다른 일을 하면서 한 달에 서너 번만 일하면 등록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다. 이 주점에는 중국과 몽골에서 온 유학생이 6명 더 있었다. 평일에는 식당에서 서빙하고 주말에만 이 주점에서 일했다. 그러나 9월 경찰의 성매매 영업 단속 때 A 씨는 다른 종업원과 함께 붙잡혔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던 A 씨는 결국 지난달 5일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다.좋은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부 외국인 유학생은 범죄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일부 학생은 큰돈의 유혹에 못 이겨 성매매까지 나선다. 성매매 업주들도 한국 여성보다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려고 인터넷에 광고까지 낸다. 생활고 탓에 등록금을 못 내고 학업을 중단하면서 비자 연장이 안 돼 불법 체류자가 되고 결국 범죄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법무부가 현재 공식 집계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자만도 4000여 명에 이른다.범죄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0일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해 진료를 하게 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정모 씨(44) 등 치과의사 3명과 우크라이나 출신 유학생 B 씨(35)를 입건했다. 국내 명문대 치의학대학원에 다니는 B 씨는 정 씨의 병원에 통역사로 채용된 뒤 외국인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취업을 노린 ‘가짜 유학생’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2008년 12월 충남 아산시의 한 사립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10여 명이 브로커에게 800만∼1000만 원을 주고 고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위조해 입학한 사실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적발됐다. 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인근 산업단지 공장에 취업해 일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中-동남아 학생 시간당 5000원 ‘막노동 알바’ ▼영미권 출신은 편한 일 하면서도 2배 받아■ 국적따라 일자리 양극화외국인 유학생들도 우리 대학생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국적과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영미권 학생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환영받는다. 중앙대에 다니는 에릭 헨슨 씨(20·미국)는 학교가 운영하는 ‘잉글리시 라운지’에서 매달 50시간 일한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을 관리하고 안내하는 일인데 시급이 1만 원이다. 헨슨 씨는 “돈을 모아 이번 성탄절에 여행을 갈 것”이라며 “친구가 추천해 유학을 왔는데 한국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줘 행복하다”고 말했다.아시아 출신이라도 영어에 능숙하면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 한양대에 다니는 웡수린 씨(22·여·말레이시아)는 최근까지 서울 잠실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했다. 말레이어 외 영어 중국어에도 능숙해 주로 외국인 손님을 상대했다. 시급도 한국 아르바이트생보다 1000원 많은 6000원을 받았다. 그는 “일을 그만둘 때 사장님이 ‘조금만 더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반면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출신에 영어가 서툰 학생들은 ‘일은 많고 받는 돈은 적은’ 아르바이트를 주로 한다. 충북 청주의 C대에 재학 중인 리장(李江·22) 씨는 주말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전자제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급은 5000원으로 한 달에 받는 돈은 40여만 원이다. 그는 “무거운 물건을 자주 옮겨야 해 늘 힘들고 피곤하다”고 했다. 부산의 B대에 다니는 뉴톈이(牛天宜·21) 씨는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아르바이트가 전단지를 배포하는 일이었는데 시급으로 5000원을 받았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다 보면 돈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해 돈 떼일 걱정 없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더러운 짱깨 놈들. 되게 시끄럽네.”전북 전주의 한 4년제 대학에 재학하는 중국인 유학생 A 씨(23)는 이달 초 주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옆자리의 한국인 학생 5명이 욕설하는 것을 들었다. A 씨는 화가 났지만 싸움이 날까봐 가만히 있었다.30여 분 뒤 A 씨 일행 1명이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다. 마침 옆자리의 한국인 학생 1명도 화장실에 있었고 “더럽게 왜 토하느냐”며 시비를 걸었다. 소란이 일자 A 씨도 달려갔고, 한국인 학생 일행은 “밖으로 나가서 한판 붙자”며 주먹을 휘둘렀다. A 씨는 이들의 폭행을 말리다가 얼굴을 맞아 멍이 들고 안경이 부러졌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학내에 소문이 나면 유학생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 같아 치료비 50만 원만 받고 합의했다. 조사 결과 한국인 학생들은 같은 학교 1년 후배였다. 그는 “한국인은 중국인을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 같다”며 억울해했다.○ 외국인 유학생, 학내에선 ‘왕따’동아일보가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에 앞서 만난 유학생 125명 중에는 ‘제노포비아’에 시달리며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사람이 많았다. 특히 영미권이나 유럽보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심한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학내에서 겪는 차별이 가장 심각했다. 조 발표나 과제를 준비할 때 한국인 학생들이 뭉쳐 외국인을 따돌리거나 하찮은 일만 시킨다는 것. 중국인 유학생 허윈(賀云·26·여·서울 K대) 씨는 “나와 같은 조가 된 한국인 학생들이 ‘에이 ××, 또 짱깨가 끼였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외국인을 강제로 내보낼 때도 있고 막상 같은 조가 돼도 컴퓨터 작업 등 간단한 일만 시킬 때가 많다”고 말했다.대학생활의 낭만인 수련회(MT)나 동아리활동도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가오아오(高傲·22·서울 S대) 씨는 “네 학기를 다녔지만 한국 학생들과 MT를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외국인 유학생회와 동아리에 대한 금전적 지원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아프리카, 아시아 출신 유학생은 “영어가 능통한 백인 학생들은 환영을 받지만 우리는 차별과 배제의 대상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 없는 인종차별에 성희롱까지짐바브웨 출신으로 대구 K대 대학원을 다니는 B 씨(26)는 최근 대구시내 클럽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뒤에 있던 한국인 남자가 자꾸 등을 쳤던 것. “왜 그러느냐”고 항의하자 그는 “깜둥이 새끼”라고 욕을 했다. B 씨가 같이 욕하며 대응하면서 싸움이 붙었고 결국 그는 클럽 직원들에게 붙잡혀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는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깜둥이’라는 말의 의미는 알고 있어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으로 부산의 B대를 다니는 앤드루 험프리스 씨(19)도 지난해 백화점에 갔다가 한 노인이 “한국 여자들 죄다 끌고 다니는 양놈 코쟁이들”이라고 욕을 퍼붓는 것을 아무 이유 없이 들어야 했다.서울 C대에 재학하는 중국인 D 씨(27·여)는 지난해 삼겹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손님이 별로 없을 때 사장이 자신의 뒤를 지나가며 엉덩이를 슬쩍 만졌던 것. D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불법 아르바이트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을까 봐 두려워 관뒀다”며 “그후에는 절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명문대에 다닌다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K대에 재학중인 탄자니아계 미국인인 제리 에드워드 씨(22)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흑인인 내가 앉은 자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잘 앉지 않아 기분이 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차별의 결과는 혐한(嫌韓) 확산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자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혐한 분위기가 유학생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D대에 다니는 장밍(張明·23) 씨는 “한국인을 ‘가오리방쯔(高麗棒子·한국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라고 부르는 중국인이 많다”며 “혐한 사이트에는 한국에서 무시를 당한 사람들이 한국 비난 글을 많이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혐한의식이 강한 중국 친구들은 ‘왜 한국에서 공부를 하느냐’고 타박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생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이인영 씨가 서울대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올해 2월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실태 분석과 효과적 지원방안 연구’라는 석사 논문에 따르면 유학 기간이 6개월 미만인 학생은 만족도가 4.2점(5점 만점)이었지만 1∼2년은 3.44점, 2년 이상은 3.29점이었다.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학생사회에서도 우리와 다른 문화와 인종을 평가 절하하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며 “다른 나라 학생의 생각과 가치관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주=정윤식 기자 jys@donga.com 대구=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백인에겐 손 내밀고 中-흑인 학생에겐 안면 싹 바꿔 ▼○ 동료들의 두 얼굴캐나다인 유학생 크리스 매추라 씨(22·서울 J대 정치외교학)는 최근 수업 시간에 큰 환호를 받았다. 발표 차례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섰을 뿐인데 “외국인 친구 파이팅!”이라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온 것. 교수도 “외국인 학생이니 박수를 더 크게 쳐줘라”고 했다. 당시 강의실에 있던 중국인 유학생 3명의 발표 땐 이런 반응이 없었다. 최근 학교에서 만난 매추라 씨는 “한국 학생들이 너무 친절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말했다.중국인 유학생 이레이 씨(李(뇌,뢰)·여·서울 K대 경영학3)는 수업 시간에 팀별 과제를 하려고 팀을 구성할 때마다 씁쓸함을 느낀다. 영어를 쓰는 싱가포르 유학생에게는 음료수를 사주며 “같이 과제를 하자”고 제안하지만 자신에게는 다가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한국 학생들이 영어권 국가에서 온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빨리 친해져야지’라고 말하는 걸 자주 들었다”며 “같은 유학생인데 다른 대접을 받아 서운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서구권·영어권 국가 출신의 유학생 상당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친절하다. 한국 생활을 매우 즐기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이나 동남아 출신의 학생 또는 흑인 학생들이 차별과 괄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서울 H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러시아인 아쿨로바 에브게니야 씨(22·여)도 “먼저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미는 한국인 친구들 덕분에 발표나 과제 모두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다”고 했다.프 랑스인 브누아 기야메 씨(29·서울 K대 대학원 한국어학 전공)는 학교 안팎에서 늘 환영의 대상이다. 수업시간에 도와주겠다는 친구들이 줄을 서는 건 물론이고 학교 앞 식당이나 술집을 가도 서비스 음식을 받곤 한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바샹(巴翔·20) 씨가 최근 한 식당에 갔다가 주인으로부터 “중국인들은 원래 많이 안 먹으니까 반찬 리필은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것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기야메 씨는 주변에 중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차별 때문에 힘들어 해 안타깝다며 “한국인들은 유독 유럽·미국 출신 유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 출신 유학생에 대한 차별에 대해 “빠른 성장 과정을 거치며 경제 규모 순위로만 외국인을 평가하는 습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모든 국적의 외국인을 같은 인격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일부 대학 ‘외국인 유학생 장사’… 교과부 “인증제로 質관리”▼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9월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인증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 346곳을 대상으로 실사를 벌이고 있다. 대학교수, 기업 및 연구기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인증위원회가 캠퍼스를 방문해 평가한 결과는 다음 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교과부는 모범 대학에는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정부가 이같이 외국인 유학생 관리에 나선 데에는 최근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무작위로 유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 실제 교과부가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전국 18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입국하지도 않은 유학생을 출석 처리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이 기준 미달인 학생까지 선발한 대학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2020년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계획’을 세우고 정부 주도로 유학생 학사관리와 취업알선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한 일본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증제를 엄격하게 운영해 앞으로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숫자뿐 아닌 질적 관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대 법대는 전신인 ‘법관양성소’를 1기로 졸업한 이준 열사(1859∼1907·사진)를 기리는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작은 최인수 서울대 미대 조소과 교수가 맡았다. 높이 2m의 단상 위에 2.2m 크기의 입상으로 세워지게 된다. 이 열사는 1895년 11월 세워진 법관양성소를 1기로 졸업한 뒤 현재 검사에 해당하는 한성재판소 검사시보(당시 검사는 재판소 소속)로 임명됐다. 법관양성소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 ‘경성법학전문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1926년에 설립된 경성제대 법학과와 양립하다 1946년 서울대가 세워지면서 서울대 법대로 통합됐다. 법대 관계자는 “이 열사는 법률가를 넘어 특사로 활동하며 국가의 지도자 역할까지 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1907년 고종 황제의 특명을 받은 이 열사는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다 일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같은 해 7월 순국했다.}
“○○주식회사 부사장인데요, 잠시 시간 좀 내주실래요?”지난해 3월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지하상가 내 벤치에 혼자 앉아 있던 고모 씨(29·여)에게 이모 씨(50)가 다가왔다. 이 씨는 고 씨에게 자신을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소개하며 “내 사업에 투자해 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고 씨는 이 씨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 씨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었고 외모도 번듯했다.이 씨는 투자 상담을 해준다며 고 씨와 몇 차례 더 만났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맺었고, 고 씨는 이 씨를 철석같이 믿게 됐다. 이 씨는 “새로운 기업 하나를 인수할 예정이다”, “새 사업에 투자를 하면 등기임원으로 채용해 주겠다”는 식의 거짓말로 지난해 8월까지 강남에 거주하는 고 씨에게서 2억9900만 원을 빌렸다.그러나 이 씨는 세금 연체로 신용불량 상태였고, 일정한 수입이나 보유한 자산도 전혀 없는 ‘백수’였다. 이 씨는 고 씨에게서 받은 돈을 주식투자나 생활비 등으로 탕진했다.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위광하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고 씨에게 2억9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용석 의원(42)이 이번엔 ‘애정남(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으로 유명한 개그맨 최효종 씨(25)를 집단모욕 혐의로 17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최 씨는 지난달 2일 ‘사마귀 유치원’이란 코너에 출연해 “국회의원이 되는 건 아주 쉬워요.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돼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 준다든가 지하철역을 개통해 준다든가. 아∼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라고 말했다.정치인들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실세에 줄을 대거나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행태를 개그로 꼬집은 것. 이 코너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선생님이 그 방법을 설명하며 사회문제나 정치권을 꼬집는 형식의 풍자극이다.강 의원 측은 통화에서 “법원이 역사상 처음으로 강 의원에 대해 집단모욕죄를 인정했는데 법리적으로만 따져본다면 최 씨의 발언도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개그맨들의 풍자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집단모욕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제대로 받아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그대를 사랑했지만….” 동성애자인 A 씨(27)는 2005년 10월 웹사이트를 통해 만난 B 씨(28)에게 호감을 느껴 연애를 시작했다. B 씨가 자주 주먹을 휘둘러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지만 2009년 12월부터는 서울 강서구의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B 씨는 다른 동성애 남성들을 만나 성매매를 하며 돈벌이를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A 씨는 올해 3월 19일 B 씨에게 불만을 털어놨고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B 씨가 A 씨의 뺨을 때리자 A 씨는 “몸을 팔고 다니는 주제에 왜 때리냐”고 소리쳤다. 격분한 B 씨는 주방에서 21cm 길이의 과도를 들고 와 휘둘렀고 A 씨가 베개를 들고 저항하는 사이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A 씨는 급히 칼을 집어 들어 B 씨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 A 씨는 B 씨의 시신을 비닐봉투와 이불 등으로 싸서 오피스텔 보일러실에 넣고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올해 4월 25일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의 죄가 무겁지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초대형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향해 쏟아진 것으로 △아들 정연 씨의 불법병역면제 비리에 대한 은폐(병풍·兵風) 의혹 △이 후보가 최규선 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 △이 후보 부인 한인옥 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 원의 ‘검은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대선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들 3대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폭로의 장본인들은 모두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두 후보의 승패는 불과 57만여 표 차로 갈렸다. 이 ‘3대 거짓말 사건’이 없었다면 대선 결과는 어땠을까. 어쩌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간 큰 거짓말’들인 셈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시종일관 네거티브 공방으로 진행됐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도 FTA에 대한 근거 없는 ‘괴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흑색선전의 폐해를 경험하고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숱한 거짓말에 흔들리고 휩쓸리며 표류하고 있다. 깊은 성찰과 문제의식 없이는 대한민국은 ‘거짓말의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9년 전 당시 폭로의 주인공 중 누구에게도 반성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동아일보는 9일 2002년 병풍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씨(51·사진)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당시 김 씨는 인터넷매체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 후보의 아들 정연 수연 씨의 병적기록부가 위조 변조됐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고 주장했고, 2004년 2월 김 씨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과 공무원사칭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현재 무역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 씨는 “병풍 사건 이후 가족 모두가 많이 불행해졌다. 아내와 자녀 모두 외국으로 나가 각자 살며 가끔씩 왕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거티브와 괴담이 난무할 때마다 언론 등에서 ‘제2의 김대업’이란 표현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FTA도 나는 잘 모른다. 사실이 아니라면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이해를 시켜야지 ‘김대업’을 갖다 붙이는 건 억지”라며 불쾌해했다.이 후보의 낙선에 대해선 “선거 결과와 내 주장을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 이 후보의 낙선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폭로의 배후에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노 정권 출범 특등공신이라면 구속이 됐겠느냐”고 반문했다.김 씨는 “이 후보에게 개인적으로는 미안한 감정은 있다”면서도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이란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자신의 과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병풍과 관련해 실형선고를 받은 데 대해서도 “사건의 핵심과는 큰 관련이 없는 지엽적인 걸로 유죄를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4년 2월 확정 판결에서 김 씨의 주장에 대해 “현실적 악의가 의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김용덕(54·사법연수원 12기) 및 박보영(50·16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각각 7일과 8일 실시된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을 기초로 현장 취재 등을 거쳐 두 후보자가 보유한 재산을 분석했다. 또 두 사람이 판사 시절 내놓은 주요 판결을 대법원 판결문 검색서비스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검색서비스(KINDS) 등을 이용해 찾은 뒤 판결 성향과 요지 등을 분석했다. 김 후보자가 자신과 배우자가 소유했던 골프회원권 4개 가운데 3개를 지난해 잇달아 매각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대법관 후보자가 고가의 골프회원권을 4개나 사고판 것이 적절한 처신이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제출된 대법관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재산공개에서 본인(3개)과 부인 탁모 씨(51·1개) 명의로 골프회원권 4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 자신 명의로 양주CC(근영농산㈜) 회원권(신고가격 6650만 원)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2009년 6월과 7월 프린스틴밸리CC(㈜평산투자개발)와 옥스필드CC(㈜한일개발) 회원권 등 2개를 실거래가로 각각 5억811만 원(신고가격 4억5000만 원), 9900만 원(신고가격 동일)에 추가로 매입했다고 지난해 4월 신고했다. 당시 부인 탁 씨도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주중·신고가격 4050만 원)을 소유하고 있었다. 김 후보자는 부인이 회원권을 소유한 사실을 2006년 재산신고 때부터 공개했다.그러나 김 후보자는 지난해 6월 부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주중)을 6350만 원에, 7월에는 본인 소유의 양주CC 회원권을 8550만 원에 각각 매각했다. 또 12월에는 본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을 2억9700만 원에 팔았다. 본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은 사들인 지 1년여 만에 매입한 가격보다 2억1111만 원이나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기 전 골프회원권을 서둘러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김 후보자는 “2008년에 상속받은 부동산을 팔고 받은 돈이 있어 기존 회원권을 팔고 인터넷 부킹이 가능한 골프회원권으로 바꾸려고 했다”며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을 매입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옥스필드CC 회원권도 소개받아 구입한 뒤 기존 회원권을 차례로 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2009년부터 회원권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옥스필드CC 개장이 늦어지는 바람에 다른 회원권을 바로 팔지 못했다”며 “실제 골프를 치려고 한 것이지 재산을 늘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대법관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아파트와 건물, 예금, 골프회원권을 포함해 36억2000만 원이다. 김 후보자와 함께 대법관 후보에 오른 박보영 후보자는 임야와 전답, 예금 등을 합쳐 6억64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판결-변호사 활동으로 본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金 “업무상 재해, 근로자의 입증책임 경감”1982∼87년 원진레이온 기술관리부에서 일하다 퇴직한 김모 씨는 2007년부터 원인 모를 병에 시달렸다. 갑자기 다리가 굳어 걷기가 힘들어지고 몸의 균형감각도 잃어버렸다. 2008년 병원에서 다계통위축증(소뇌위축증) 판정을 받은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승인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원진레이온은 1980년대에 근로자 수백 명의 이황화탄소 중독사태를 불러온 곳이지만 김 씨의 병이 이황화탄소 중독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낸 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6월 죽음을 맞았다.1심은 김 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는 이를 뒤집었다. 김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발병원인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유해성 등에 대해선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근로자가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며 “근로자의 작업환경을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게 배려해 줄 사회적 책무를 지닌 사업주와 국가가 전혀 다른 발병원인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올해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김 후보자가 26년간 법관으로 일하며 내놓은 판결 및 결정문은 소액심판 사건과 경매항고 사건 등을 포함해 약 3만 건. 특히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민사지법 초임판사로 일하던 1985년 김 후보자는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굴과 꼬막을 캐며 생계를 이어가던 영세 어민들이 광양제철소 공장용지 조성공사로 피해를 본 사건에서 어민 491명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어민 수백 명의 주장을 일일이 검토하고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느라 변론을 종결하고도 3개월에 걸쳐 판결문을 작성한 일화는 법원 안팎에서 유명하다. 또 한국에 들어와 반(反)미얀마 정부 활동을 벌이던 미얀마 근로자 8명과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의 난민지위를 인정하기도 했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도 판결 곳곳에 나타난다. 김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장지중 학생들이 학교 이름이 좋지 않다며 낸 행정소송에서 “학생들은 교명에 대해 학습자로서 권리를 가지지만 교명 지정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히로뽕을 투여한 피고인에게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공소장에 기재된 일시, 장소에서 마약을 투여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된다면 양성반응만으로 유죄판결을 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朴 “매맞는 아내 보호해야” 여성 권익 대변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50·사법연수원 16기)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가사사건을 맡아 여성 피해자들에게 치료 상담을 받게 하거나 소송보다 중재를 시도하게 하는 등 공익적 활동을 펼쳐 왔다. 남편을 살해한 여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1심은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당시 피고인 측 변호인이었던 박 후보자는 피고인이 남편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징역 4년의 감형을 이끌어냈다.판사 시절에는 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이 저지른 범죄 사건에서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판결을 내렸다. 술을 마신 남성으로부터 욕설과 구타를 당한 여성이 샌들을 벗어 남성의 머리를 때리는 바람에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는 항소심 주심 판사를 맡아 “구타를 당해 대항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행위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박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이상한 변호사’로 통한다. 박 후보자는 사건을 바로 수임하는 법이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 당사자들이 법정까지 가기 전에 가능하면 합의를 통해 다툼을 마무리하도록 최대한 설득했다. 대법관 후보로 결정되기 전인 9월 말 박 후보자를 찾아 그렇게 한 배경을 물었다. 당시 그는 “이혼소송 당사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법률 비용은 최대한 절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사건을 맡긴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임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올 1월 가사소송을 위해 변호사인 박 후보자를 찾았던 A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A 씨는 “변호사라면 돈을 위해 사건 수임에 적극적인 것이 당연한데 박 변호사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당시 박 후보자가 A 씨에게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니 사건을 문서로 좀 정리해서 보여 달라”고 해 A 씨가 직접 정리한 서류를 가지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박 변호사는 법률용어를 좀 보태고 문장을 몇 군데 다듬고는 “잘 쓰셨으니 그대로 법원에 제출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A 씨는 “박 변호사에게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달라고 했지만 박 변호사는 ‘제가 제출하면 수임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한편 함께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박 후보자와 김용덕 후보자는 인연이 남다르다. 김 후보자가 1985년 서울민사지법에서 초임 판사로 근무할 때 박 후보자는 같은 재판부에서 시보 생활을 했다.인사검증팀=▽사회부 최창봉 유성열 전지성 이서현 박훈상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서울시장 선거 때 후보를 내지 못한 채 시민단체세력의 ‘들러리’ 역할을 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도 여당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1야당’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질 못했다는 것이다.특히 한미 FTA는 4년 전 민주당이 여당(열린우리당) 때인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것이고 현 민주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총리, 장관 등을 지낸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지금 와서 “절대 불가”를 외치는 것은 자기부정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지금까지 요구해온 피해대책을 여당이 받아들였음에도 의원총회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번에 퇴짜를 놓은 것 역시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린 일이다.의석수 87석인 민주당은 “우리는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밝히면서도 FTA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의석수 6석의 민주노동당이 주도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한미 FTA 소관 상임위) 사무실 점거 농성에 아무런 반대 없이 들러리로 동참하고 있다.당내에서는 ‘야권연대’에만 매몰돼 민노당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김영환 의원은 1일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FTA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니 만큼 투쟁 수위를 조절해 국민에게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공개 질타했다. 그럼에도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한편 과거 국회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의원들이 태연히 폭력을 반복하거나 묵인하는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2일 외통위 전체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 뒤 폐쇄회로(CC)TV를 신문지로 가렸다. 강 의원은 2009년 1월 미디어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 난입해 ‘공중부양’ 활극을 펼쳤다. 2008년 12월 외통위 회의실의 출입문을 해머로 때려 부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같은 날 외통위 회의실 점거 책임의 소재를 놓고 남경필 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폭력의 악순환’에는 국회의 고질적 온정주의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올해 4월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기를 마치며 양당 간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한나라당 김성회,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징계안도 없던 일이 됐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30여 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3일 또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경찰은 이날 9차례에 걸쳐 물대포로 대응하며 시위대 진입을 막았다. 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앞에서 3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3차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 FTA의 독소조항과 불이익조항에 대해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참여연대 등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위대는 행사가 끝난 오후 2시 50분부터 여의도공원을 거쳐 여의대로 왕복 9개 차로를 점령하고 불법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이 국회로 향하는 모든 진입로를 전경버스와 병력으로 막아서자 시위대는 지난달 28일 2차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우회해 국회 북문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오후 3시 20분경 일부 시위대가 국회 북문과 서문 사이의 진입로로 들어서며 경찰 병력과 몸싸움을 벌이자 경찰은 사전경고 없이 15초간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국회 안은 물론이고 국회 주변 반경 100m 이내 지역에서는 집회를 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고 국회 동문 등 여러 방면으로 흩어져 진입하려 하자 이번엔 경고방송을 한 뒤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30여 초씩 8회에 걸쳐 물대포를 발사하며 해산을 유도했고, 선두에서 몸싸움을 벌인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등 24명을 연행했다. 이날 경찰은 77개 중대 6000여 명의 병력과 버스 200여 대, 살수차 10대를 동원해 시위대의 국회 진입을 원천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집회 때 국회에 진입한 시위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시위에서는 원천봉쇄 방침을 세우고 국회로 통하는 진입로를 모두 차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행자들을 강남, 수서, 동대문경찰서 등으로 분산해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오후 3시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의 보수단체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비준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와의 마찰이 우려됐지만 경찰이 기자회견 장소를 에워싸며 시위대와의 접촉을 차단해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경찰의 봉쇄에 막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자 진열을 재정비한 다음 국회 주변에 그대로 머무르며 구호를 외치고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다 오후 5시경 해산했다. 운동본부는 오후 7시부터 다시 산업은행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한 뒤 오후 9시 반경 해산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분명 누군가가 도청을 해 문건까지 만들었는데 도청한 사람은 없는 사건.’ 올 6월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해 작성됐다는 의혹을 받은 문건이 공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끝내 미궁으로 빠졌다. 경찰은 민주당 당대표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던 KBS 장모 기자(33)와 녹취록을 공개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53)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2일 결정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사상 초유의 야당대표실 도청사건의 진실이 묻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진실을 밝히는 게 직업인 장 기자와 입법부의 구성원인 한 의원은 경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장 기자는 경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못한 채 혐의만 부인했다. 무엇보다 진술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장 기자는 “한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한 6월 24일 당시 국회에 없었다”고 했지만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국회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국회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KBS는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응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시점이었다. 경찰은 민주당 당직자에게서 “비공개 회의가 끝나고 장 기자가 ‘휴대전화를 두고 갔다’면서 당대표실을 다녀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장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그 사이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꿨다. “예전 것은 술에 취해 택시에 두고 내렸다”고 했지만 택시운전사는 경찰 조사에서 “두고 내린 물품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장 기자의 일부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증은 뚜렷해졌지만 ‘도청 장비’로 사용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사라져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한 의원은 아예 경찰 소환에 불응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결백하다면 ‘면책 특권’에 기대지 말고 떳떳하게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서면조사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녹취록을 받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정황에도 경찰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장 기자의 사법처리를 포기했다. 이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남았다. 검사들은 ‘수사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증거가 없어 묻혔던 사건도 새 증거가 나오면 진실이 밝혀진다는 뜻이다. 특권층 대상 수사라서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대다수 국민은 또다시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유성열 사회부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