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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낮췄다. KDI는 17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3.4%로 제시했다. 5월에 내놨던 전망치(올해 3.6%, 내년 4.1%)에 비해 각각 1.1%포인트, 0.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KDI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타격을 받아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도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문별로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7%(5월 전망)에서 1.9%로, 설비투자는 8.1%에서 2.9%로 낮췄다. 건설투자(―0.2%)와 수출(―0.9%)은 아예 마이너스로 전망을 바꿨다. 수요부진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둔화(2.6%→2.1%)된 것만 빼면 거의 모든 지표에 대한 전망이 악화됐다. KDI는 “우리 경제는 대내외 경제 여건의 구조적 변화로 상당 기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개연성이 있다”며 “유로존 위기의 정치적 합의 여부나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재정지출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경기 충격)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한국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통화정책도 완화기조(금리 인하)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민간, 해외 기관들에 이어 한국의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2%대 성장을 전망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가 목표로 했던 3%대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10개 해외 투자은행(IB)이 전망한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평균 2.7%였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및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에 호재(好材)다. 하지만 정부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하고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올라가면서 자칫 해외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4일 브리핑에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 자체는 굉장히 좋은 것이지만 혹시 일부 있을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출이 줄고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자본의 대량 유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해 침체된 국내 기업의 수출에 또다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다. 정부는 또 한국으로 몰리는 해외자본이 향후 유로존 위기 등이 재발할 때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한다. 재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양적완화와 신용등급 상승으로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선진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수출이 위축되는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차례 나타났다. 찰스 댈러라 전 미국 재무차관은 이날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따라 한국의 외자조달 여건이 개선됐지만 당국은 자본 유입에 대처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깐깐하기로 유명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마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 지난 10여 년간 S&P는 한국 경제부처의 국제금융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국제 신용평가사였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다른 신평사보다 워낙 인색한 데다 ‘북한 리스크’를 유난히 따지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디스, 피치에 이어 S&P마저 14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가 15년 전인 1997년 발생했던 외환위기의 ‘낙인 효과’에서 완벽히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부 당국자는 “다른 나라들의 등급이 줄줄이 떨어지는 와중에 우리만 등급이 올라간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 달 만에 특정 국가의 등급을 3대 신평사가 모두 올린 것은 더욱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 감소, 깐깐한 S&P 마음 돌려 지금까지 S&P의 한국 신용등급 조정방식은 ‘내릴 때는 화끈하게, 올릴 때는 인색하게’라는 말로 요약된다. 1997년 10월 ‘AA―’였던 신용등급을 두 달 만에 투기등급(B+)으로 끌어내린 S&P는 3대 신평사 중 가장 늦은 2002년 7월에야 한국을 A레벨(A―)로 올려줬다. S&P는 3년 뒤인 2005년 7월 이를 ‘A’로 한 계단 높이더니 그 후 7년 2개월 동안 한 차례도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았으며 등급전망마저 ‘안정적’에서 요지부동이었다. 고압적이던 S&P의 자세가 누그러진 계기는 엉뚱하게 작년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었다. 당시 박재완 장관 등 재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 싱가포르에서 잇따라 S&P 측과 접촉해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 후에도 잠잠하던 S&P는 올 7월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연 뒤 두 달 만에 신용등급을 올리겠다고 정부에 통보했다. S&P가 밝힌 등급 상향조정의 이유는 “북한의 원만한 권력승계와 붕괴 가능성 감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무디스, 피치가 잇달아 한국의 등급을 올린 게 큰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A+로 등급이 올라도 S&P의 한국 신용등급은 여전히 일본, 중국의 현재 등급이자 외환위기 직전 한국이 받았던 최고 등급인 ‘AA―’의 한 계단 밑이다.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한 계단 높게 평가한 피치, 한국을 일본과 동급으로 본 무디스보다 낮은 것이다.○ S&P “추가로 등급 올릴 수도 있다” S&P의 이번 등급조정으로 한국은 지난해 이후 ‘A레벨 국가’ 중에서 3대 신평사의 등급이 모두 올라간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국만 놓고 봐도 같은 해에 3대 신평사의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3대 신평사의 등급이 모두 올라가 한국 경제의 국가신인도가 상승하고 국내 금융회사, 기업들의 외화조달 비용이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S&P는 이날 성명에서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제고되거나 은행 시스템이 강화되면 추가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각 정당이 선거 전에 내놨던 기업규제 공약들을 다 추진하긴 어렵지 않겠어요?” 올 4월 총선 직후 동아일보 취재팀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들이 보였던 반응이다. 정치권이 선거 기간 중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분위기에 휩쓸려 각종 규제공약을 쏟아낼 수 있지만 선거 후에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을 냉정히 판단한다면 설마 무리한 공약들을 입법으로 현실화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었다. 국회 개원(開院) 석 달이 지난 지금 기업인들의 이 같은 전망은 ‘헛된 희망’에 그치게 됐다. 여야 총선공약의 핵심인 ‘부당 하도급 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 ‘대기업 총수 사면제한’은 물론이고 순환출자 금지, 대형유통업체 영업제한 등 초강경 법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규제법안 발의 경쟁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관련 법안의 내용도 대동소이해 국회 통과로 현실화되는 건 시간문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엇비슷한 규제 법안 ‘홍수’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법안들의 면면을 보면 어느 당, 어느 의원실에서 나온 법률안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내용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숫자나 단어 한두 개만 다를 뿐 주요 내용이 대부분 겹치는 ‘카피 법안’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유통업체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제한하는 대형마트 규제법안이 대표적이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다. 같은 이름의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은 영업허용시간이 ‘오전 10시∼오후 10시’인 것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다. 영업시간, 영업일을 제한하는 대형마트 규제법안은 지금까지 총 14개가 국회에 제출됐다. 심지어 영업 규제시간마저 똑같은 법안도 이 중 5개다. 8건의 개정안이 발의된 공정거래법도 마찬가지다. 기업 부채비율 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이들 법안은 ‘자본총액을 초과하는 부채 보유를 금지’, ‘자본총액의 1배를 초과하는 부채의 보유를 금지’ 등 어미나 조사 정도만 차이가 난다. 6건이 발의된 청년고용촉진법도 ‘정원의 3%’, ‘근로자 수의 100분의 3’ 등으로 같은 숫자의 표현법만 다르거나 ‘상시고용자’, ‘상시고용 근로자’, ‘정원’ 등 용어 차이만 있을 뿐 내용이 거의 같다. 규제법안 양산 경쟁에는 여야의 구분도 없었다. 취재팀의 분석 결과 양당 모두 기업 관련 법안 중 규제법안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이라는 의원모임을 각각 만들고 경쟁적으로 비슷한 법안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당이 경제민주화 이슈를 놓고 차별화를 모색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임이름부터 법안 내용까지 거의 분간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의 실적이 발의법안 수로 판가름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업적과시를 위해 폐기된 법안을 재활용하거나 다른 의원이 내놓은 법안을 인용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바라는 법안은 국회서 낮잠 경제계는 총선과 대선이 겹친 해의 ‘규제리스크’를 연초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의원발의 법안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 특히 이런 분위기가 각 당의 대선 공약으로 이어지면서 정작 기업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규제완화 법안의 통과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게 경제계의 고민이다. 이미 일부 업계는 규제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4∼6월 매출은 영업시간 등에 대한 각종 규제로 매출이 약 3000억 원 줄고 고용도 3000여 명 감소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의 휴무일이 월 4회로 늘어나면 약 9000명의 일자리가 더 없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거꾸로 규제완화 및 산업지원 법안이 보류됨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만8000개의 일자리와 12조 원의 국민경제 생산유발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8대 국회에선 폐기됐고, 19대에서도 논의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기획재정부는 새 간이세액표를 12일 공개했다. 간이세액표는 근로자의 소득, 부양가족 수에 따라 월급에서 원천 징수되는 근로소득세액을 표로 만든 것이다. 매달 월급에서 미리 떼는 근로소득세를 평균 10% 인하하기로 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의 후속 조치다. 새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원천징수세액 감소폭은 월 급여 수준과 부양가족 수에 따라 큰 차가 난다. 일부는 지금보다 30% 이상 징수액이 감소하기도 한다. 다만 연말정산 때 그만큼 적게 돌려받기 때문에 연간 납부세액에는 변화가 없다. 예를 들어 홑벌이 2인 가구로 월 급여 300만 원인 근로자는 지금까지 매월 8만8700원의 소득세가 원천 징수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6만9430원으로 징수액이 22% 줄어든다. 20세 이하 자녀가 1명이고 월 급여 300만 원인 홑벌이 3인 가구는 원천 징수액이 매월 4만7560원에서 3만2490원으로 32%나 감소한다. 그러나 홑벌이 2인 가구, 월 급여 700만 원이면 원천 징수액이 기존 74만7050원에서 70만300원으로 6%만 준다. 20세 이하 자녀 2명, 월 소득 500만 원인 홑벌이 가구(다자녀 공제 혜택 적용)는 25만540원에서 22만2070원으로 11%가량 감소한다. 새 간이세액표는 9월분 월급부터 적용된다. 올해 1∼8월 초과 징수된 소득세는 9∼10월 원천 징수액에서 차례로 차감된다. 예를 들어 1∼8월 초과로 낸 소득세가 15만 원이고 새 간이세액표에 따른 원천징수액이 월 10만 원이면 9월의 소득세는 0원, 10월에는 5만 원만 원천징수된다.▼ 내 월급서 떼는 근소세 얼마로 줄어들까… 재정부 개정 간이세액표 공개 ▼간이세액표의 세로줄은 월급여액, 가로줄은 ‘공제대상 가족의 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본인 월급여(비과세 수당 제외)가 500만 원, 공제대상 가족의 수가 5명이면 매달 월급이 나올 때 22만2070원의 근로소득세가 미리 징수된다는 뜻이다. 소득에 따른 정확한 원천 징수액을 알고 싶으면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를 참조하면 된다. 공제대상 가족의 수를 계산할 때는 본인과 배우자를 각각 1명으로 치고 연소득 100만 원 이하인 60세 이상 부모, 20세 이하 자녀의 수를 더하면 된다. 맞벌이 가정은 배우자를 공제대상에서 빼야 한다. 따라서 홑벌이 가장으로 전업주부인 배우자가 있으며 60세 이상 양친(兩親)과 20세 이하 자녀 한 명이 있으면 공제대상 가족의 수는 5가 된다. 20세 이하 자녀가 2명 이상이면 ‘다자녀 공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계산법이 달라진다. 이 경우 ‘간이세액표상 공제대상 가족의 수=실제 공제대상 가족의 수+(20세 이하 자녀의 수―1)’이라는 공식을 따른다. 예를 들어 홑벌이로 공제대상인 배우자가 있으며 20세 이하 자녀가 2명이면 공제대상 가족의 수는 4가 아닌 5이다. 이때 20세 이하 자녀가 3명이면 공제대상 가족의 수는 5가 아닌 7이 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이에 대응한 정부의 내수부양책 여파로 올해 정부의 세입(歲入)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공기업 민영화마저 줄줄이 좌절되면서 정부 수입이 예상보다 더 줄어들 위험에 처했다. 정부는 계속 부인하지만 일각에선 적자국채의 발행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각종 경기부양 대책으로 곳간 흔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날 정부의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에 따라 올해 국세 수입이 1조6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간이세액표 합리화’에 따라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이 평균 10% 인하되면서 1조5000억 원의 근소세가 덜 걷힌다. 또 자동차와 대용량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로 1300억 원 중 일부도 세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예정이다. 둘을 합치면 올해 국세 세입예산 205조8000억 원의 0.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 1∼7월 국세 수입은 130조9000억 원으로 연간 세수 대비 진도율은 63.6%였다. 같은 기간 직전 3개 연도 평균치인 64.3%에 0.7%포인트 못 미치는 수치다. 국가 재정의 또 다른 한 축인 세외수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기업은행(1조 원), 산업은행(9000억 원) 등 모두 1조9000억 원을 공기업 지분 매각 수익으로 잡았다. 하지만 2개 공공기관 모두 정치권의 반대 등으로 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재정부는 이 같은 세입 감소분에 대해 “세계잉여금 등 가용재원의 범위에서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기침체도 세수에 악영향 문제는 앞으로도 세입 실적이 나아질 조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의 징수가 예상보다 꺾일 가능성이 크다. 대외 경제 여건의 악화로 수출 등 교역량이 줄어드는 것도 걱정거리다. 지난달 말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법인세와 소득세는 큰 문제가 없지만 부가가치세와 관세 등이 덜 걷히고 있다”며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올해 세입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관세는 최근 수출입의 절대액이 줄고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 감면이 늘어난 것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세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 여건도 연말까지는 회복이 쉽지 않다. 민간 및 국책연구기관들은 이미 올해 2%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내년도 쉽지 않다. 전년도 실적을 토대로 걷는 소득세와 법인세 등이 올해 경기침체로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정부도 최근 국가채무비율을 30% 미만으로 낮추는 시기를 당초 계획했던 2014년에서 2016년으로 2년 연기했다. 당시 정부는 “향후 몇 년간 성장률 전망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복지비용 지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정년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평균수명의 연장 추세를 감안해 고령자의 기준연령을 높이고 현재의 연금체계를 재편하는 방안도 함께 연구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10월 발표 예정인 중장기전략보고서의 인구구조 부문을 요약한 ‘2060년 미래한국을 위한 중장기 적정인구 관리방안’을 11일 미리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인구, 성장잠재력, 기후변화·에너지, 재정역량 등의 문제에 대응해 정부가 향후 20∼30년에 걸쳐 추진해야 할 장기과제들을 담았다.○ 국민연금 부분연기 제도 도입 정부는 우선 미래 고령사회의 노동력 확보를 위해 현재의 정년 제도를 전면 개혁하기로 했다. 충분히 일할 수 있지만 정작 일자리가 없어 은퇴하는 65세 이상 인력만 적극 활용해도 고령화의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고령자들이 은퇴 전에 제2의 인생을 미리 설계할 수 있도록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를 받아들여 장기적으로는 정년제를 연령차별로 간주해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 노사정위원회 등의 논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정년과 연금수급 연령이 일치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방침이다. 연금수급 시작 연령(60세)과 실제 퇴직연령(53세 안팎) 간의 공백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고령자의 노후 설계를 위해 현재의 국민연금 연기제도를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지금은 연금 수급권자가 65세 이전에 수령을 전액 연기하면 연기 1년당 7.2%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금액의 일부(50∼90%)도 연기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연기제도는 올 들어 신청자가 벌써 3500명 안팎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는 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아버지의 육아휴직 사용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양성 부모가 한 자녀에 대해 번갈아가며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게 더 많은 휴직급여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성별에 관계없이 임금의 40% 수준만을 주고 있어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버지들이 육아휴직을 꺼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통일되면 고령화 충격 상당부분 흡수 정부는 시대변화를 감안해 ‘노인’ 개념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65세의 고령자 기준은 19세기말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져 미래 고령사회에 적용하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 기준을 70세나 75세로 높이고 각종 복지혜택의 수혜구조도 이에 맞게 재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남북통일을 전제로 한 새로운 인구전망도 제시했다. 지금의 ‘고령자 65세 기준’으로 남한 인구만 계산하면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60년에는 인구의 40%가 노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그러나 북한지역의 출산율이 현 수준(2.0명)을 유지하고 한국도 고령자 기준을 75세 이상으로 높인다고 가정하면 2050년 통일한국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70.2%, 노인인구 비중은 17.2%가 된다고 추산했다. 이는 ‘고령자 65세 이상 기준’으로 계산한 2010년 한국(72.8%, 11.0%)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는 10일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침체된 내수를 살리고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단기적 정책방안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심각한 대내외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많다. 임기응변 성격이 강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피하기 위해 감세(減稅)카드를 꺼내는 바람에 세입(歲入) 기반이 훼손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내수 활성화 대책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올해 4조6000억 원, 내년 5000억 원 등 모두 5조9000억 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된다고 계산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6월 발표한 추가 재정투자 8조5000억 원까지 더하면 올해만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총 13조100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셈”이라며 “통상적인 추경예산보다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올해 0.06%포인트, 내년 0.10%포인트의 경제성장 제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재정 측면에서 보면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어 국가채무비율엔 영향이 없고, 재정수지만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세액의 축소분(1조5000억 원)만큼 악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당장 올해 안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대책을 집중 발굴했다고는 하지만 일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은 취득세·등록세까지 70% 깎아준 2009년 대책보다 감면 혜택이 적고, 가전제품의 개별소비세 인하도 대상품목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이전에도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가전제품은 개소세를 면제받고 있었고 이번 감면액도 제품당 5만∼6만 원에 그쳐 소비자의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하기엔 혜택이 적다는 것이다. 근소세 원천징수세액을 축소한 것도 당장은 근로자의 지갑을 두껍게 할 수 있겠지만 미래에 받을 환급액을 당겨 받는다는 점에서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거래세 인하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해당 법률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시행되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국회 경제정책포럼 조찬세미나와 대정부질문에서 “부동산은 가격 거품이 빠지는 고통스러운 과정, 특히 ‘막차’ 탄 분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떤 대책을 내놔도 큰 흐름을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르면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이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전부 면제받는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50% 깎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11일부터 ‘쏘나타 2.0’(기본옵션 기준) 한 대에 붙는 개별소비세(교육세 및 부가세 포함)는 현재의 160만 원에서 112만 원으로, ‘아반떼 1.6’은 108만4000원에서 75만9000원으로 내린다. 정부는 1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2차 재정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침체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5년간 면제해 주는 한편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구입하는 9억 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을 2%에서 1%로, 9억 원 초과는 4%에서 2%로 각각 절반으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배기량 2000cc 이하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개소세) 세율은 5%에서 3.5%로, 2000cc 초과는 8%에서 6.5%로 각각 인하되며 대용량 가전제품의 개소세율도 1.5%포인트 내린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와 새누리당이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자동차 등의 개별소비세(개소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2009년에도 경기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개소세를 깎아주고 신차 구입 시 취득·등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한 바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9일 “얼어붙은 소비의 진작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상 중”이라며 “자동차 개소세 인하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부는 1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미 발표된 추가 재정투자 규모(8조5000억 원)를 2조∼3조 원 증액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가 자동차 개소세의 인하 방안을 지난 주말 당에 보고했다”며 “이 밖에도 법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으로도 할 수 있는 소비 진작책이 여러 건 발표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재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금까지 발표한 내수대책은 기업이나 산업계의 지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에 마련한 대책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짰다”며 “다만 가계부채와 관련된 대책이나 일반적인 규제완화 방안은 10일 회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회의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 체계상 정부가 이를 인하하면 차량 구입 시 납부해야 할 개소세가 지금보다 최대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새누리당에서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선 여전히 완고한 거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내수대책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자동차 등 내구재 매출이 급감하고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체 매출이 수개월째 하락하는 등 소비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8월의 자동차 내수판매는 총 9만6648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9% 감소했다. 국산차(8만6072대)만 놓고 보면 판매 감소율은 24.9%로 2009년 1월(7만3874대)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경부 당국자는 “업계 부분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자동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불황을 덜 타는 유통업체들도 최근 부쩍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재정부의 잠정집계 결과 8월 대형마트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5% 감소해 4월(―2.4%)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5년 이후 대형마트 매출액이 5개월 연속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월 백화점 매출액도 6.1% 줄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나빴던 2007년 1월(―6.2%)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내수 부진은 자연스럽게 투자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비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자본재 수입은 8월에 18.2%나 줄어들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자본재 수입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설비투자가 감소해 앞으로의 수출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내 설비투자 수요를 파악하는 지표인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2009년 2분기 이후 3년 만인 올 2분기에 처음으로 마이너스(―1.8%포인트)로 돌아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올 2분기 설비투자 둔화로 3조4450억 원의 부가가치와 5만627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평가하는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지표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7일 현재 한국의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84%포인트로 전날(0.91%포인트)에 비해 0.07%포인트 떨어졌다. CDS 프리미엄은 6일에도 5일(0.99%포인트)보다 0.08%포인트 내렸다. CDS 프리미엄이 하락하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보는 국채 부도 확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국채의 부도 위험은 최근 중국보다 낮아졌으며 이제는 일본과의 격차도 좁히고 있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5일 1.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며 중국보다 낮아졌고 7일에는 일본(0.74%포인트)과 차이를 0.10%포인트로 좁혔다. 지난달 말 한국은 일본보다 0.18%포인트 높았다. 한국 국채의 신용도가 올라가는 것은 최근 무디스와 피치 등 신용평가사의 등급 상향 조정이 큰 역할을 했고 대외적으로는 유로존 재정위기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7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CDS 프리미엄도 각각 0.50%포인트, 0.42%포인트 동반 급락했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면서 한국의 외화조달 비용도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6일 현재 2019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0.69%포인트로 지난해 말에 비해 0.75%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크고 센 ‘한 방’의 유혹을 이겨내고 정교하면서도 반듯한 처방을 제대로 추진해 ‘글로벌 위기’라는 시즌을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경기 상승기에는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고, 하강기에도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한 채 가뿐히 착지할 수 있도록 체력을 길러야겠다”며 각오를 밝혔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8월 말 동아일보 취재팀은 한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정부 측 위원으로 참여한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행으로 치닫는 ‘공공기관장 공모제’ 사례들을 취재한 뒤 그에 대한 정부 측 반론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 공공기관은 임추위가 올린 기관장 후보를 모두 떨어뜨리고 ‘낙하산 후보’를 억지로 선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과거 취재 경험상 당연히 “우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관장을 뽑았다” “낙하산은 근거 없는 얘기다”와 같은 반응을 예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공기업이란 게 옛날부터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말이 공모지, 공모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것이 있습니까? 다 위에서 떨어져 내려왔죠.” 자신도 이런 현실이 못마땅하다는 투의 자조(自嘲)적 답변으로 이해하긴 했다. 그래도 “다 알면서 왜 묻느냐”는 반응에 묻는 사람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낙하산’ 당사자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기관장 공모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취재팀은 사전에 기관장으로 내정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한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을 해명하려는 듯 본인 경력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놨다. 그의 마지막 말이 걸작이었다. “이렇게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으니까 위에서도 날 뽑아준 것 아니겠습니까?” 공모가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내정됐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공개한 것이다. 기관장 공모제를 취재하면서 이 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편법과 조작, 눈가림의 기막힌 사례들을 접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굳어져 내려온 악습(惡習)이라 마치 그게 당연한 절차요, 대수롭지 않은 현실인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당수 공무원은 “아, 그거요? 그런데 왜 지금 갑자기…” 하는 태도로 취재에 응했다. 공모제의 파행은 이미 세 정부에 걸쳐 이어졌다. 어느 정부도 제대로 수술하지 못한 채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다. 현 정부도 정권 초기엔 ‘공기업 개혁’을 주된 화두로 꼽았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의지가 후퇴해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다음 권력’인 정치권이 이 문제를 푸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새누리당 측은 “대안이 있다면 당연히 공약으로 제시하겠지만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공모제를 손대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선거캠프의 ‘식구’들을 취직시키는 데 공공기관만큼 좋은 곳도 없다”고 털어놨다. 기관장 공모제는 당초 투명인사, 책임경영이란 그럴듯한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금은 가장 위선적인 ‘대(對)국민 사기극’으로 전락했다. 기관장을 정하는 사람과 내정된 사람, 그걸 알면서 열심히 제대로 된 사람을 ‘뽑는 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한 편의 코미디다. 그걸 모르는 순진한 들러리 후보와 관객만 골탕을 먹는다. 공모제는 한국이 왜 아직 선진국이 아닌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3년째 이어지는 이 파행적 제도는 당장 없애든가, 대폭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은 이렇게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정부나 정치권이 그 이유를 더 잘 안다.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6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하고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부여했다. 이로써 한국은 피치 기준 ‘A+’ 등급인 일본, 중국보다 한 계단 높은 등급으로 올라섰다. 한국이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 국가신용등급 순위에서 일본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린 건 2005년 10월 이후 약 7년 만이며 ‘AA―’ 등급을 회복한 것은 1997년 이후 15년 만이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여 등급 조정을 예고했다. 이날 피치는 한국의 등급을 올린 이유로 △실물 및 금융 부문의 안정성 △튼튼한 거시경제정책 체계 △사회·정치 부문의 안정 등을 제시했다. 또 “앞으로 건전 재정 기조가 지속되고 국가채무가 줄어들면 추가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달 2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에서 일본, 중국과 같은 ‘Aa3’로 올렸다. 다만 북한 리스크를 중시하는 S&P의 한국 등급은 ‘A’로 여전히 ‘AA―’인 중국, 일본보다 두 계단 아래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지금은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필요한 때다.” 정부가 기업들에 한층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나섰다. 기업의 투자 부진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6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현재 설비투자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업투자 감소와 인구 고령화가 경제구조에 타격을 입히면서 민간 연구소들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빠르게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세 1990년대의 절반 유럽 재정위기와 내수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의 각종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지만 투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010년 3분기만 해도 1년 전보다 26.3%나 증가했지만 이듬해부터 빠르게 둔화돼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올해는 1분기에 잠시 플러스(8.6%)로 돌아섰다가 2분기에 ―2.9%로 추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 투자심리 지수도 7월 이후 석 달 연속 하락해 앞으로의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1991∼2000년 연평균 9.1%에서 지난해에는 3.7%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불황 탈출의 돌파구 역할을 했던 기업의 투자가 지금은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반등을 앞두고 이뤄지는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재정부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기확장 국면이 시작되기 약 3분기 전부터 투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이 시점이 ‘1분기 전’으로 단축됐다”라며 “평상시엔 여유자금을 내부에 쌓아뒀다가 경기 반전이 뚜렷해져야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자 부진 현상이 특히 심한 중소·중견기업, 서비스업 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잠재성장률 2030년대 1%대 하락” 인구 고령화로 이미 약화된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기업의 투자 부진까지 겹쳐 더 빠른 속도로 가라앉을 조짐을 보인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최저 3% 중반대까지 낮춰 잡고 있다. 지난달 LG경제연구원은 2010년대 평균 잠재성장률을 3.5%로 추정하고 이 수치가 2020년대에 2.2%, 2030년대엔 1.7%까지 각각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출산율 하락에 따른 노동인구의 감소, 고령화로 인한 저축률 하락과 투자 둔화가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2년 전에 우리 잠재성장률을 3.8% 정도로 추정했지만 지금처럼 성장이 둔화되고 고용과 투자가 부진하면 이보다 더 낮아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기업 투자와 고용,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만든 용어다. 외부 여건 등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본능에 따라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업가 정신을 의미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지난달 말 무디스가 우리 신용등급을 올렸을 때만 해도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었다. 하지만 피치의 등급 상향 조정으로 (한국의 국가신인도에 대한) 평가가 매우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6일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밝혔다.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민간 경제전문가들도 무디스에 이어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린 데 대해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이 승자(勝者)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A레벨(‘AA―’ 이상) 국가들 중 3대 신용평가사의 등급이 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2011년 이후 두 개 이상의 신용평가사에서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도 한국이 처음이다. 반면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은 줄줄이 등급 하락의 철퇴를 맞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공공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올 5월 피치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두 계단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외환보유액이 한국의 10배에 이르는 중국 역시 최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부도 위험 지표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국가신인도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한국이 5일 0.99%포인트로 중국(1.00%포인트)을 처음 하회했다. 피치의 이번 상향 조정엔 무디스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안정적인 성장기조와 재정건전성이 큰 몫을 했다. 피치는 “한국이 같은 등급 그룹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2007∼2011년 경제성장률이 높고 물가변동성은 낮았다”며 “경기 둔화와 선거 등을 겪으면서도 안정된 재정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국가채무 비율도 낮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해외자금 조달 비용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무디스의 등급 상향 조정으로 신용등급이 ‘Aa3’로 올라간 KDB산업은행은 6일 10년 만기 달러 공모채 7억5000만 달러를 1.55%포인트의 가산금리에 조달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국책은행의 평균 가산금리(2.70%포인트)에 비해 1.15%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시각이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실물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2년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7월에 발표한 속보치 0.4%보다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글로벌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영원히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잇따라 겪으며 5년째 세계경제가 위축되는 동안 노동시장 초기 진입에 실패한 청년들이 장기간 경제현장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지표만 보면 한국은 아직 유럽 등지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낮은 고용률과 높은 임시직 비율, 일자리와 대학교육의 부조화(미스매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 유례없는 ‘실업 세대’ 등장하나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의 최근 청년실업사태는 ‘재앙’ 수준으로 유럽 전체의 청년실업자는 550만 명에 이른다.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17개국)의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22.6%였다. 특히 스페인은 52.9%, 그리스가 53.8%로 두 명 중 한 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뿐 아니라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기업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지 못하는 처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일자리가 없는 많은 젊은이가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낙인효과(scarring effect)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례없는 실업사태에 스스로를 ‘버려진 세대’로 인식해 경제활동에 나설 자신감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학력과 기술이 없는 청년들은 물론이고 번듯한 대학을 졸업해 괜찮은 ‘스펙’을 갖춘 졸업생도 임시직,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년실업은 경제적 곤란을 넘어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구직이 어렵다 보니 결혼, 출산이 늦어져 인구 고령화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나 폭동, 반(反)정부 시위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럽의 일부 실업자는 유럽 안에서 일자리를 잡지 못해 과거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남미로 ‘원정 구직’을 떠나고 있다. 젊은 구직자들의 일자리 부족 현상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5년 뒤인 2017년에도 북아프리카, 중동의 청년실업률이 여전히 25%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 ‘사실상 구직 포기’ 청년 넘치는 한국 지난해 말 한국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9.6%로 OECD 평균(16.2%)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매월 40만 명 안팎의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청년층 실업률은 올 7월에는 7%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체감 실업률을 반영하는 고용률을 보면 한국의 청년일자리 부족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 한국의 15∼24세 청년 고용률은 23.1%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끝에서 7번째였다. 재정위기로 ‘청년일자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스페인(24.1%), 포르투갈(27.1%)보다도 낮다. 상당수 청년이 구직난을 겪는데도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건 아예 상당 기간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학원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장수 취업준비생’,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이른바 ‘니트(NEET)족’ 등은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해 15∼24세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는 448만1000명으로 5년 전인 2006년(417만6000명)에 비해 7.3% 늘어났다. 어렵게 일자리를 찾더라도 비정규직 등으로 고용상태가 불안하거나 저임금에 고통받는 청년층도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제조업보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소매업, 음식점업 등의 업종에서 일하는 청년층 비중이 46%나 됐다. ‘학력 인플레이션’과 ‘고용 미스매치’ 현상이 심해지면서 청년들이 일손이 필요한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풍토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처음부터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나중에 더 나은 직장이나 직종으로 옮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취업 장수생’의 길을 선택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 OECD는 4일 내놓은 한국의 직업교육 체계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청년층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전문대학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위였으며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 국가 중 13위였다. 5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 증가율(3.6%)은 34개 OECD 회원국 중 8위였다. 8.5% 성장한 터키가 1위였으며 에스토니아(7.6%) 칠레(5.9%) 이스라엘(4.7%) 폴란드(4.4%) 스웨덴(4%) 멕시코(4%) 등 7곳이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유럽국가들의 지난해 성장률은 대체로 낮았다. 독일은 3.1%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프랑스(1.7%) 영국(0.7%) 등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6.9%)는 OECD 회원국 중 꼴찌였고 33위는 포르투갈(―1.5%)이 차지했다. 일본은 ―0.7%로 32위였다. 한편 각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해 국민들의 실제 소비능력을 나타내는 PPP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의 GDP 규모는 1조5740억 달러로 전 세계 국가에서 13위였다. 단일 경제권인 유럽연합(EU)이 15조6500억 달러로 1위였으며, 이어 미국(15조2900억 달러) 중국(11조4400억 달러) 순이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가 향후 5년간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재정위기로 청년실업률이 급증한 유럽지역 국가들 외에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등 다른 신흥경제 지역으로도 이 현상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4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고용전망, 절망적인 청년노동시장’ 보고서에서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유럽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동아시아, 중남미도 경기 둔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올해 12.7%인 세계 청년실업률 전망치가 2017년에는 12.9%로 0.2%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중동의 청년실업률 전망치가 올해 26.4%에서 5년 뒤 28.4%로 상승해 노동시장 상황이 가장 빠르게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동남아의 청년실업률도 2012년 13.1%에서 2017년에는 14.2%로 높아지고,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는 같은 기간 9.5%에서 10.4%로 청년실업률이 급등할 것으로 ILO는 내다봤다. 북미, 서유럽 등 선진경제권의 청년실업률은 올해 17.5%에서 2017년 15.6%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12.5%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ILO는 “향후 선진국의 청년실업률 감소는 노동시장의 개선 때문이 아니라 직장을 얻지 못해 낙담한 많은 젊은이들이 아예 구직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겉으로 나타나는 지표와 실제 실업률 간에 심각한 착시 현상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또 ILO는 “파트타임(임시직) 비율도 청년층이 전체 평균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회복 기간이 길어지면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LO는 이 같은 청년층의 고용둔화 현상이 각국의 성장률과 수출 둔화, 재정 적자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의 악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ILO는 “청년실업률이 높은 몇몇 나라의 경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오랫동안 잡지 못해 낙담하거나 니트(NEET·직장도 없고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안 받는 실업자)족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세계 경제가 또다시 깊은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 정부가 청년실업률 억제를 위한 긴급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록 경기가 반짝 상승하더라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성장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가 담보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ILO는 “각국 정부가 친(親)고용 성장과 고용시장의 회복을 위해 즉각적이고 목표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청년들을 위한 취업 기회와 훈련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이 라이더 ILO 차기 사무총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세계 청년실업 문제로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각 나라 정부가 뚜렷한 목표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 이로 인해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중견국가가 된 한국은 과거의 ‘추격(catch-up) 전략’만으로는 선도국가가 될 수 없다”며 “이제는 ‘한국의 길(Korean route)’을 개척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한 ‘벨웨더 콘퍼런스’에 참석해 “그동안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발전을 이룬 한국경제는 이제 ‘새로운 한국’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제구조가 아시아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아시아시장의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며 “성장과 복지의 관계 정립, ‘일하는 복지’를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유로 지역 위기는 해결이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당분간 시장불안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9∼10월 중 중요한 몇 가지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겠지만 10월까지만 잘 넘기면 내년 4월까지 상당히 안정된 기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의 경기대응책과 관련해 박 장관은 “정부 채무를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창의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에 밝힌 추가 재정투자(8조5000억 원)를 증액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현 정부 초기만 해도 기관장을 공개모집하면 각계의 지원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개혁하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새 정부의 약속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권 말에 접어든 최근 공모의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무늬만 공모제’란 불신이 깊게 뿌리 내린 데다 정권 말에 기관장이 됐다가 대통령이 갈리면 임기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유력 후보들이 지원 자체를 꺼리고 있다. 올 4월 사장을 공모한 예금보험공사는 지원자가 1명밖에 없어 공모 마감기한을 두 차례나 연장해야 했다. 물망에 올랐던 금융당국의 고위 관료들이 자신은 지원을 꺼리면서 다른 사람의 등을 떠민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김주현 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사장직 지원이라는 ‘부담’을 받아들여 예보 사장에 취임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말에 기관장이 되면 ‘지난 정부 사람’으로 낙인찍혀 차기 정부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 금융권 관계자들도 금융 분야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자리를 채우는 예보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잘 알기 때문에 아예 지원을 하지 않아 사장감을 구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직의 위상과 연봉 등 조건이 탁월해 평소라면 지원자 이력서가 산더미처럼 쌓이던 인기 공공기관장의 공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8년 사장 공모 당시 각각 49명, 22명이 무더기로 지원했던 KOTRA와 한전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 때 지원자 수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출범 당시 21명이 지원서를 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자리도 이지송 현 사장의 연임이 유력시되면서 후임 공모는 아예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 정부 부처의 인사담당 공무원은 “정권 초기에 임명된 기관장들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난 지난해에 ‘공기업 사장 인력난’이 심했지만 정권의 끝이 보이는 지금은 공무원, 민간, 정치인 등 출신을 막론하고 공기업 사장에 지원하려는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