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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대회 전의 예상을 깨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연출돼 팬들을 웃고 울렸다.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반전, 최악의 반전’ 베스트 3를 꼽아봤다.○ 최고의 반전③조별리그 통과도 힘들다? ‘죽음의 조’ A조에 속했던 우루과이에 대한 대회 직전 평가였다. 남미 예선에서 5위로 턱걸이해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우루과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자국 언론마저 회의적이었다. 한 일간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달리 큰 대회 경험이 적은 우루과이는 세계의 벽을 넘기 힘들다’며 냉소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우루과이는 두 팀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구멍’으로 지적받은 수비라인은 본선에서 철벽 수비진으로 거듭났다.②감독부터 바꿔라? 그 감독이 어느새 국민 영웅이 됐다. 월드컵 조 추첨 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4강이 목표”라고 하자 전 세계가 코웃음을 쳤다. 평가전에서 1무 4패로 부진할 땐 퇴진운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본선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강호 카메룬, 덴마크를 연파했다. ‘지루한 수비축구’라던 비난은 ‘세련된 실리축구’란 찬사로 바뀌었다. 16강전에서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했지만 일본은 행복한 6월을 보냈다.①역대 최약체 라인업? 대회 전 전문가들은 “독일이 아무리 토너먼트 강자라지만 이번만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주축 선수는 노쇠한 데다 신예들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 설상가상으로 대회 직전엔 미하엘 발라크마저 부상당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기계 같은 조직력에 스피드, 개인기까지 가미된 ‘신형 전차’의 거침없는 질주에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이 줄줄이 희생양이 됐다. 이제는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패션 스타일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최악의 반전③이번만은 다르다?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뻥 축구’는 여전했다. 고질적인 골키퍼 문제는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대회 전만 해도 초호화 멤버를 보유한 잉글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유럽 예선에서 터뜨린 34골은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간신히 16강에 오르더니 독일전 1-4 패배란 대형 참사로 44년 만의 우승 대신 민망한 귀국길에 올랐다. 잉글랜드 팬들은 지금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의 시원한 골 소식 대신 수비수 애슐리 콜의 스캔들 소식을 들으며 한숨을 쉬고 있다.②나라면 기꺼이 돈 내고 보겠다? 8강전을 앞두고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라위프가 “브라질 경기는 돈 내고 볼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카를루스 둥가 브라질 감독은 “이기는 게 재미있는 축구”라며 화려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에 기반을 둔 실리축구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 전반까지만 해도 그의 뜻대로 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동점골에 역전골까지 허용하자 브라질 선수들은 공격하는 법을 잊은 듯 허둥대다 결국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승리’란 면죄부를 잃은 둥가에게 기다렸다는 듯 해임을 통보했다.①그래도 챔피언인데? 2회 연속 우승을 노리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덜 부끄러웠을 듯하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그래도 4강까진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조 편성도 좋았다. 그러나 노쇠한 빗장 수비는 3경기도 버티지 못했다. 파라과이, 뉴질랜드에 비기면서 불길한 조짐을 보이더니 슬로바키아에 3골이나 내주며 조기 탈락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는 더 심하다. 조별리그 1무 2패로 다른 팀들의 승점 제조기 역할만 했다. 대회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불협화음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월드컵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대회 전 예상을 깨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연출돼 팬들을 웃고 울렸다.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반전, 최악의 반전' 베스트 3을 꼽아봤다.● 최고의 반전③조별리그 통과도 힘들다? '죽음의 조' A조에 속했던 우루과이에 대한 대회 직전 평가였다. 남미 예선에서 5위로 턱걸이 해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우루과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자국 언론마저 회의적이었다. 한 일간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달리 큰 대회 경험이 적은 우루과이는 세계의 벽을 넘기 힘들다"고 냉소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우루과이는 두 팀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구멍'으로 지적받은 수비라인은 본선에서 철벽 수비진으로 거듭났다.②감독부터 바꿔라? 그 감독이 어느새 국민 영웅이 됐다. 월드컵 조 추점 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4강이 목표"라고 하자 전 세계가 코웃음을 쳤다. 평가전에서 1무 4패로 부진할 땐 퇴진 운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본선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강호 카메룬, 덴마크를 연파했다. '지루한 수비축구'라던 비난은 '세련된 실리축구'란 찬사로 바뀌었다. 16강전에서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했지만 일본은 행복한 6월을 보냈다.①역대 최약체 라인업? 대회 전 전문가들은 "독일이 아무리 토너먼트 강자라지만 이번만큼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주축 선수들은 노쇠한데다 신예들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 설상가상으로 대회 직전엔 미하엘 발라크마저 부상으로 잃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기계 같은 조직력에 스피드, 개인기까지 가미된 '신형 전차'의 거침없는 질주에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이 줄줄이 희생양이 됐다. 이제는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패션 스타일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최악의 반전③이번만큼은 다르다?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뻥 축구'는 여전했다. 고질적인 골키퍼 문제는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대회 전만 해도 초호화 멤버를 보유한 잉글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유럽 예선에서 터뜨린 34골은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간신히 16강에 오르더니 독일 전 1-4 패배란 대형 참사로 44년 만의 우승 대신 민망한 귀국길에 올랐다. 잉글랜드 팬들은 지금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의 시원한 골 소식 대신 수비수 애슐리 콜의 스캔들 소식을 들으며 한숨을 쉬고 있다.②나라면 기꺼이 돈 내고 보겠다? 8강전을 앞두고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라위프가 "브라질 경기는 돈 내고 볼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둥가 브라질 감독은 "이기는 게 재미있는 축구"라며 화려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에 기반을 둔 실리축구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 전반까지만 해도 그의 뜻대로 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동점골에 역전골까지 허용하자 브라질 선수들은 공격하는 법을 잊은 듯 허둥대다 결국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승리'란 면죄부를 잃은 둥가에게 기다렸다는 듯 해임을 통보했다.①그래도 챔피언인데? 2회 연속 우승을 노리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덜 부끄러웠을 듯하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그래도 4강까진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조 편성도 좋았다. 그러나 노쇠한 빗장 수비는 3경기도 버티지 못했다. 파라과이, 뉴질랜드에 비기며 불길한 조짐을 보이더니 슬로바키아에 3골이나 내주며 조기 탈락했다. 지난 대회 준 우승팀 프랑스는 더 심하다. 조별리그 1무 2패로 다른 팀들의 승점 제조기 역할만 했다. 대회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선수, 코칭스태프의 불협화음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유럽의 자존심을 살렸다.” 남아공 월드컵 8강전이 끝난 뒤 유럽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말을 전했다. 반면 남미는 우울해졌다. 8강까지 4개 팀이 이름을 올리며 득의양양했지만 8강전에서 남미의 ‘양대 산맥’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짐을 쌌고 이제 우루과이만 남았다. 코파아메리카(남미의 국가대항전)가 될 뻔한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을 구한 삼총사는 스페인과 독일, 네덜란드. 특히 이 세 팀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전통의 유럽 축구 강국과 대조돼 더 빛났다.》○ 기술이 다르다유럽 축구 강호들의 엇갈린 ‘명암(明暗)’은 우연이 아니다.이번 대회를 보면 수비를 탄탄하게 한 뒤 역습을 노리는 실리 축구가 하나의 흐름이 됐다. 특히 ‘잠그는’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팀은 이런 전술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얻었다. 상대 팀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 수비수들에겐 더 유리해진 상황. 기존 유럽 축구의 장점인 좋은 신체조건과 힘만으론 이제 세계 축구를 지배할 수 없게 됐다.스페인은 ‘유럽의 브라질’로 불릴 만큼 세밀한 축구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역시 화려한 기술 축구가 장점. 힘과 조직력으로 대표되던 독일도 메주트 외칠(브레멘),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등 창의력과 개인기가 좋은 자원들이 합류하며 힘과 기술이 접목됐다.결국 기술 축구가 접목된 국가만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들 국가는 세밀함의 척도인 패스 성공률에서 다른 유럽 국가에 앞섰다. 특히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의 연결 고리인 중간거리 패스 성공률에서 그 차이가 뚜렷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상대적으로 긴 패스에 의존한 ‘뻥 축구’를 구사한 팀들은 성적이 초라했다(표1 참조).슈팅의 질도 달랐다. 기술이 뒷받침된 세 국가는 반발력이 좋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인구 자불라니를 잘 다뤘다. 상대적으로 높은 유효슈팅 비율이 이를 증명해주는 지표다(표2 참조). 유효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비율에서도 독일(37.1%), 네덜란드(26.5%), 스페인(17.1%)은 잉글랜드(9.7%), 프랑스(9%) 등을 압도했다.○ 크로스가 다르다수비 축구를 뚫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무엇일까. 측면 크로스가 정답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선수비, 후공격’의 전술을 쓸 경우 중앙 수비 라인은 빈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촘촘해진다”며 “결국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가 돌파구”라고 말했다.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등 패스 마스터가 넘쳐나는 스페인은 경기당 크로스 시도가 25개로 본선 진출국 가운데 단연 최고. 뮐러, 외칠 등 공격 자원 외에도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 등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능력까지 좋은 독일(32%)도 높은 크로스(측면 세트피스 상황 프리킥까지 포함) 성공률을 자랑했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등 개인기와 스피드가 좋은 측면 공격수들을 보유한 네덜란드(30%) 역시 크로스 성공률이 높았다. 반면 측면 공격수 문제로 고민이 컸던 잉글랜드, 프랑스 등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로 일관하며 공격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표3 참조).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8분의 4→4분의 1. 이틀 만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남미 팀들이 유럽의 역풍을 맞아 기세가 꺾였다. 남미는 본선 진출 5개팀 가운데 4개팀이 8강까지 오르며 기세등등했지만 3, 4일 열린 8강전에서 3개팀이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 ‘失’利축구둥가 감독의 실리축구 실책 - 퇴장에 무너져전반 10분 호비뉴(산투스)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브라질. 화끈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택한 둥가 감독의 실리 축구에서 한 골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 8분 브라질 미드필더 펠리피 멜루(유벤투스)의 머리가 이변의 서곡을 알렸다. 네덜란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가 올린 크로스를 걷어낸다고 한 게 그의 머리를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네이더르의 골로 인정됐지만 자책골이나 다름없었다.멜루와 충돌하며 균형을 잃은 브라질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인터 밀란)는 망연자실한 채 그만 바라봤다. 행운의 동점골을 얻고 기세를 탄 네덜란드는 후반 23분 스네이더르가 헤딩 역전 골까지 터뜨리며 2-1로 거함 브라질을 침몰시켰다. 호비뉴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멜루는 후반 28분에는 불필요한 반칙으로 퇴장까지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 ‘手’아레스손으로 슛막은 수아레스 승리 공신 돼 ‘국민영웅’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가나의 도미니크 아디이아(AC 밀란)가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다. 골키퍼까지 쓰러져 있던 상황. 볼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타난 손이 그 볼을 막았다. 손의 주인공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 주심은 수아레스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가나엔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전반 가나의 선제골과 후반 우루과이의 동점골로 스코어는 1-1. 이 페널티킥만 성공하면 경기는 가나의 승리로 돌아가는 상황. 하지만 아사모아 기안(렌)의 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퇴장당해 경기장 밖으로 나간 수아레스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우루과이는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가나를 4-2로 꺾고 40년 만에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다. ‘신의 손’ 수아레스는 퇴장으로 한 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지만 국민 영웅이 됐다. ■ 혼절 탱고개인기에 의존 아르헨 전략부재로 최악 참패경기 전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듯 얼음같이 냉정했다. 반면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은 선수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키스를 해줬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라도나 감독은 선수들을 안으며 입을 맞췄다. 하지만 표정은 일그러졌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는 “무하마드 알리에게 얻어맞은 듯 힘이 다 빠졌다. 나는 내일 팀을 떠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차 군단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4-0으로 꺾었다. 뢰프 감독은 뛰어난 패션 감각 못지않게 치밀한 전략으로 ‘지적인 승부사’란 별명을 얻었다. 초보 사령탑 마라도나 감독은 승리를 호언장담했지만 그의 전략은 그 말을 따라주지 못했다. 약속된 전술 없이 개인기에 의존하던 공격수들은 독일의 철벽 수비에 꽁꽁 묶였다. 수비수들은 독일의 폭풍 같은 공격에 넋을 잃고 공간을 내줬다. 독일은 잉글랜드와의 16강전(4-1승)에 이어 또 한번 대승을 거뒀다. ■ PK 無情양팀 다 페널티킥 실축 후반 막판 비야 결승골기회는 파라과이가 먼저 잡았다. 후반 14분 스페인 수비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지만 오스카르 카르도소(벤피카)의 슛은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선방에 막혔다. 3분 뒤엔 스페인이 파라과이의 반칙으로 똑같은 찬스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심판은 슈팅 전에 스페인 선수들이 먼저 페널티 지역으로 들어왔다고 판단해 그 슛을 무효로 선언했다. 알론소의 다음 슈팅은 파라과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양팀의 운명은 후반 38분에 갈렸다.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가 이번 대회 다섯 번째 골을 터뜨리며 스페인에 1-0 승리를 선물했다. 스페인은 60년 만에 준결승에 올라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 한국 축구대표팀은 16강전에서 우루과이를 만나 1-2로 아쉽게 졌다. 하지만 이날 등번호 4번을 단 태극전사의 플레이는 마치 현역 시절 ‘아시아의 리베로’ 홍명보(올림픽대표팀 감독)를 보는 듯 인상적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우루과이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특히 4번의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세계적인 공격수 포를란이 지목한 4번은 ‘제2의 홍명보’로 불리는 조용형(27·제주)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2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그의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스페셜 넘버 4 조용형에게 숫자 4는 특별한 의미다. 그는 “원래 좋아하는 숫자였는데 프로에 온 뒤 계속 4번을 달고 뛰면서 더 애착이 간다”며 웃었다. 축구를 처음 시작한 것도 초등학교 4학년. 육상부였던 그를 눈여겨본 당시 축구부 감독의 권유로 운동화를 바꿔 신었다. 축구 선수로서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도 4명이다. 먼저 부평동중 시절 그를 지도했던 신호철 감독. 조용형은 “감독님께선 당시 혹독하다 싶을 만큼 기본기를 강조했다. 지금 나의 장점은 그때 모두 습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첫 프로 팀인 부천 SK 사령탑이었던 정해성 현 대표팀 수석코치와 부평고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천수(오미야),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이영표(알 힐랄) 등도 그가 꼽은 사람들이다.○ 공포의 숫자 10 수비수들에게 10은 공포의 숫자다. 보통 팀 내 공격의 핵심이 10번을 단다. 월드컵을 거치면서 그에게도 10번은 잊지 못할 숫자가 됐다. 먼저 태극전사들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겨 준 아르헨티나의 10번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조용형은 “드리블이 좋고 무게중심도 낮고 빠르다는 걸 알면서도 눈뜨고 당했다. 메시만 신경 쓰다 다른 쪽 선수를 놓친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또 “수비수는 보통 공격수의 첫 번째 볼 터치를 보고 수준을 가늠하는데 메시의 볼 터치는 인간의 경지를 넘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루과이의 10번 포를란도 잊지 못할 상대. 조용형은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결국 도움도 기록하고 자기 역할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리운 숫자 23 23명의 태극전사들은 월드컵을 치르면서 가족처럼 특별한 사이가 됐다. 조용형에게도 마찬가지. 그는 “최고의 선후배들과 월드컵이란 무대를 함께 밟았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라며 웃었다.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오범석(울산) 차두리(셀틱) 등이 일부 누리꾼의 ‘악플’에 시달릴 땐 자기 일처럼 힘들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전 실축 한 번으로 비난을 받은 ‘절친(절친한 친구)’ 염기훈에겐 “그때 골을 넣었으면 엄청난 인터넷 댓글 대신 영웅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며 농담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그는 “나 역시 얼마 전까지 ‘자동문’이라는 등 비난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45 대표팀 캡틴 박지성은 최근 그의 자서전에서 “나는 지금 축구 인생에서 후반 20분을 뛰고 있다”고 밝혔다. 조용형은 어떨까. 잠시 생각하더니 “전반 45분 끝나고 딱 후반 시작할 무렵”이라고 말했다. “전 뒤늦게 빛을 봤어요. 전반 30분이 지나서야 제 플레이를 하게 됐죠. 후반엔 좀 더 큰 무대에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고양=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대업을 이루고 금의환향한 태극전사들이 꿀맛 같은 휴식에 들어갔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월드컵을 치른 선수들에게 이번 휴식기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다. 태극전사들은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바쁘다 바빠…마당발형 월드컵 기간만큼 바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다.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캡틴’ 박지성이 대표적이다. 2일 첫 공식 일정으로 경기도청과 수원시청을 방문했고 구리주니어클럽과 수원삼성리틀윙즈클럽 유소년 축구선수 12명도 만났다. 3일엔 안산에서 열릴 할렐루야와의 다문화가정 돕기 자선경기에 나선다. 24일엔 ‘박지성 유소년 축구센터’ 준공식에 참석한다. 조용형 정성룡은 월드컵 후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연예인 뺨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조용형은 귀국 후 하루 3개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정성룡도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월드컵 기간에 태어난 아들 ‘사랑이’를 볼 시간도 부족하다고 한다.○ 최고의 휴식처는 집…가정충실형 대외 활동을 접고 휴식에 전념하는 태극전사도 많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부족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최고라는 가정충실형이다. 이동국은 모든 외부 일정을 접고 아내,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인근 조용한 장소로 여행을 떠났다. 염기훈은 임신 중인 아내를 극진히 돌보며 못 다한 남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일 계속된 합숙으로 떨어진 체력을 ‘집 밥’으로 보충하는 선수들도 있다. “집 밥이 보약”이라는 김형일은 김치찌개, 돈가스 등 사랑 가득한 ‘어머니표 밥상’을 앞에 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겨울 결혼 예정인 여자친구를 집으로 초청해 어머니와 함께 미래 계획도 세웠다. 이정수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야식을 함께한 후 장염에 걸려 병원까지 다녀왔다. 박주영은 에이전트와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하며 가족과 휴식에 전념하고 있다.○ 소속팀에 보답을…결초보은형 반면 월드컵 때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은 소속팀 복귀를 위해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김보경은 휴가도 반납하고 예정보다 이른 2일 소속팀인 일본 오이타로 복귀했다. 김동진은 풋살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복귀 때 많은 배려를 해줬던 울산의 우승을 위해 디나모 모스크바의 영입 제안도 거절했다. 강민수는 본가가 있는 일산에서 구단 트레이닝센터가 있는 수원까지 원정 운동을 진행 중이다. 월드컵 기간에 훈련량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이 밖에 이청용 기성용 등은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번에도 흰색 유니폼 징크스에 또 울었다.한국은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상하의와 양말 등 흰색 일색인 유니폼을 입었다. A조 1위 우루과이의 홈경기로 열기기 때문에 B조 2위 한국은 원정 유니폼을 입게 됐던 것.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흰색 통일 유니폼을 입었을 때 1무 2패에 그쳤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전에서 1-3 패배.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다시 만나 2-2로 비겼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0-2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대한축구협회는 우루과이와의 경기 하루 전 열린 회의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게 해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청했다. 우루과이 유니폼 색깔은 하늘색이고, FIFA가 색깔이 확실히 구분되는 유니폼을 입도록 하고 있어 대표팀의 상징이자 승률도 높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FIFA는 "흑백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하늘색과 붉은색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흑백 TV로 월드컵을 보는 10억 명의 팬들을 배려해야 한다"며 거부했다.2001년 이후 흰색 상의를 입었을 때 한국의 A매치 승률은 37.5%(12승 11무 9패)로 붉은색 상의를 입었을 때의 승률 46.1%(59승 38무 31패)보다 낮다. 하의와 양말까지 흰색으로 통일했을 때는 20%(2승 5무 3패)로 더 낮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역시 '월드 클래스'였다. 한국은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 박지성의 활약은 변함없었다. 이날 박지성은 원래의 포지션인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선발 출격했다. 원톱 박주영(모나코)의 바로 밑에서 공격을 이끄는 역할. 역습에 능한 우루과이의 빠른 공격을 미리 차단하고,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으로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도 부여받았다. 경기엔 패했지만 '박지성 시프트'는 성공적이었다. '산소탱크'란 별명답게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휘저으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위축시켰다.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도 일품. 좋은 지점에서 몇 차례 상대 파울을 이끌어내며 공격을 이끌었다. 언제나 그랬듯 수비 가담 역시 훌륭했다.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했던 미드필더 디에고 페레스(모나코)-알바로 페레이라(포르투) 콤비를 압박하며 흐름을 적절하게 끊었다. 경기 초반 우루과이의 빠른 패스와 현란한 개인기에 다소 위축됐던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역시 박지성. 전반 8분 실점 이후에도 그는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잘했다"고 격려하고 박수를 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박지성이 공수에서 꼭짓점 역할을 하며 윤활유 역할을 한 덕분에 미드필더에 힘이 붙었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우루과이 선수들은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선수로 모두 박지성을 꼽았다.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박지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라며 "그의 발을 묶어야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도 "박지성의 플레이를 잘 알고 있다"며 경계대상 1호로 그를 지목했다. 박지성은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 전에서 후반 쐐기 골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으로 16강 진출에 디딤돌을 놓았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전에서도 캡틴다운 듬직한 믿음을 줬다. 그리스, 나이지리아 전 경기 최우수 선수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한국은 비록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박지성은 이미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조별리그 3경기 무실점. 기계 같은 조직력과 유기적인 움직임. ‘포백’(4명이 나란히 서는 수비)에서 ‘식스백’까지 이어지는 수비라인. 한국이 26일 오후 11시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맞붙는 우루과이 수비진 얘기다. 허정무 감독은 25일 훈련에 앞서 “우루과이 경기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탄탄한 수비”라고 말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우루과이의 최대 강점은 터프하면서도 영리한 수비진”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단한 방패를 뚫지 않고선 8강 신화를 쓸 수 없다. 태극전사들이 창을 더욱 날카롭게 갈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그 창끝에 선 해결사 박주영(모나코)의 어깨가 무겁다.○ 반 박자 빠른 수비?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누굴까. 박주영이다. 박태하 코치는 “득점과 상관없이 대표팀 공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선수가 박주영”이라고 얘기했다.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넣는 등 다소 부진했음에도 그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신뢰는 변함없었다. 다행히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 골을 성공한 뒤 박주영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우루과이전 역시 박주영이 살아야 공격이 산다. 우루과이 수비진은 순발력이 좋다. 박주영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수비수 디에고 루가노(페네르바흐체)-디에고 고딘(비야 레알) 콤비는 대인 마크 능력이 뛰어나 상대에게 좀처럼 슈팅 찬스를 내주지 않는다. 프랑스의 화려한 공격진도 이들 콤비의 유기적인 플레이에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다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반 박자 빠른 우루과이 수비진의 움직임에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수가 박주영”이라고 말했다. 간결한 슛 동작에 빠른 템포의 슈팅이 우루과이 수비진에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속팀 모나코의 기 라콩브 감독이 “다른 선수보다 0.5초는 더 빠르다”고 극찬했던 ‘명품’이 박주영의 슈팅이다.○ 그물 수비?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남미 예선과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수비진은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엔 대처를 잘했지만 측면에서 길게 넘어오는 크로스나 하프라인 부근에서 날아오는 볼 처리엔 다소 약했다. 한국의 전방 공격수들이 우루과이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고 헤딩 경합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현재 대표팀에서 그런 역할을 할 만한 선수는 박주영과 이동국(전북)이 ‘유이’하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이동국은 아직 실전 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 박주영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키 183cm인 박주영은 스피드도 좋지만 헤딩 능력 역시 발군이다. 웬만한 농구 선수를 능가하는 서전트 점프(91cm)에 타이밍까지 잘 잡는다. 그리스전에서도 장신 수비수들을 상대로 최전방에서 70% 넘게 헤딩 볼을 따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장신 골키퍼? 명품 프리킥으로! 박주영이 우루과이전 키 플레이어로 꼽히는 마지막 이유는 역시 세트피스 때문이다. 허 감독은 “큰 경기에선 세트피스 한 방이 경기 흐름을 뒤바꾼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 수비진을 넘어 예리하게 꺾이는 박주영의 프리킥은 언제나 믿음을 준다. 훈련 캠프에서 만난 우루과이 기자들도 “박주영의 중거리 슛과 프리킥은 경계대상 1호”라고 입을 모았다. 우루과이의 장신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라치오·191cm)는 높은 볼 처리엔 능하지만 빠르고 낮게 휘어지는 슈팅엔 약하다. 박주영의 프리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루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이 ‘바파나 바파나(남아공 축구 대표팀 애칭)’를 지켜주실 겁니다.” 22일 인도양을 낀 남아공의 조용한 해안도시 더반. 남아공 대표팀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파트리샤 에마나 씨(25·여)는 경기에 앞서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신력만큼은 바파나 바파나가 세계 최고”라며 “목소리가 쉴 때까지 그들을 응원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남아공은 블룸폰테인에서 프랑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앞서 2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한 남아공은 사실상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프랑스를 큰 점수차로 이기고, 멕시코-우루과이 경기에서 승패가 갈리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 불가능해 보였던 그 기적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전반 20분 바파나 바파나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더반의 해안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수천 명의 축구팬들 입에서 일제히 함성 소리가 터졌다. 부부젤라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다. 17분 뒤 추가골까지 나오자 도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사람들은 서로 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거리를 지나는 차량들은 경적 소리로 승리를 기원했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풍경. 기적을 희망하는 데는 성별도 인종도 없었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이상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후반에도 바파나 바파나의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초반 한 명이 퇴장 당해 수적 열세인 프랑스를 거세게 몰아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을까. 슈팅은 조금씩 빗나갔고 아쉬운 시간은 계속 흘렀다. 응원하던 팬들의 입에서도 탄식이 이어졌다. 결국 경기는 2-1로 끝났다. 바파나 바파나는 팬들에게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선물했지만 16강 티켓은 손에 얻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은 아쉬움에 한동안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윽고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나왔다. 팬들은 서로 악수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잠깐 잠잠했던 부부젤라 소리도 다시 힘을 얻었다. 타에포 에밀랑가 씨(45)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바파나 바파나의 투혼에 감동했다. 오늘 얻은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울먹거렸다. 크리스티나 음펠라 씨(32·여)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바파나 바파나의 승리는 남아공의 밝은 미래의 시작입니다.”―더반에서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약간 내려간 눈매에 선한 인상. 수줍은 듯 해맑은 웃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녹색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달라진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날렵한 몸동작은 먹이를 앞에 둔 맹수를 연상케 한다.'순둥이' 정성룡(성남 일화) 얘기다. 대표팀의 2인자 골키퍼였던 정성룡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해 최고 골키퍼 계보를 잇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 정성룡은 23일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안정적인 방어로 확실한 골키퍼 세대교체를 알렸다.앞서 1, 2차전에서에서도 백전노장 이운재(수원)를 제치고 선발로 나와 결정적인 선방을 9개나 하며 활약을 펼친 정성룡은 이날도 나이지리아의 무서운 공격을 막아내며 허정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정성룡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순발력. 최근 동아일보가 조사한 'K리그 골키퍼 코치 10명 이 꼽는 최고 순발력을 갖춘 골키퍼' 항목에서도 그는 9명으로부터 1위 표를 얻었다. 한국 골키퍼로는 보기 드물게 큰 키(190cm)에 긴 팔을 가진데다 높은 점프력을 지닌 것도 그의 무기. 그리스 전에선 장신 공격수들을 상대로 공중 볼을 안정적으로 걷어내며 그 진가를 발휘했다. 최근 컨디션도 절정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경기당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경기마다 두, 세 차례 씩 결정적인 선방으로 성남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성남 신태용 감독은 "최근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갖는 그에 대한 믿음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성남 최고의 '믿을맨'"이라며 극찬했다. 2003년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성룡은 김병지(현재 경남FC)의 그늘에 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김병지가 FC서울로 이적하며 기회를 얻었다.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알린 건 2008년 1월 성남으로 이적하고부터. 그해 1월 30일에는 그를 눈여겨보던 허 감독의 부름을 받아 칠레와의 평가전 때 A매치 신고식까지 치렀다.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골문을 지킬 수문장으로 이운재를 꼽는 데 이견이 없었다.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침착하고 경험 많은 이운재를 대신한 카드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최근 이운재가 K리그와 대표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꾸준히 준비를 하며 기다린 정성룡은 그 대안으로 떠올랐고 평가전에서 잇따라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는 최고의 축제 월드컵까지 그의 무대로 만들었다. 25세에 불과한 그는 아직 젊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 수문장 계보를 예약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양박쌍용'. 1980, 90년대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린 홍콩 액션 느와르 영화 제목이 아니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25·AS모나코)의 '양박'에 이청용(22·볼턴)과 기성용(21·셀틱)의 '쌍용'을 묶은 말이다. 이 단어는 어느새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원정 사상 최초 16강 진출을 이끈 이들 유럽파 4인방의 활약상은 스크린 속을 종횡무진 누비던 홍콩 액션 배우의 화려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세계 축구의 중심 무대인 잉글랜드(박지성·이청용)와 스코틀랜드(기성용) 프랑스(박주영)에서 뛰고 있는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무대도 이미 안방처럼 편안해졌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큰 대회만 나가면 주눅 들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던 예전 한국 축구의 모습을 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캡틴 박지성은 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한 차범근(현 SBS해설위원)의 계보를 잇는 한국 축구의 선구자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을 거쳐 2005년 세계적인 명문 맨유에 입단해 현재까지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 자리를 굳혔다. 양박쌍용 가운데 가장 먼저 유럽 프로 무대를 밟은 박지성은 12일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0m 폭풍 드리블로 쐐기 골을 넣으며 세계 축구팬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지성은 이 골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3회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외신들로부터 '탈 아시아급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나이지리아 전에서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산소 탱크를 가동하며 강철 같은 체력으로 경기를 진두지휘했다.박주영도 이번 대회를 통해 진가를 입증했다. 아르헨티나 전에선 자책골을 기록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경기마다 최전방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나이지리아 전에선 결정적인 추가골까지 넣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현재 한국에 주영이만큼 '킬러 본능'을 갖춘 공격수는 없다"며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주영은 허정무호 출범 이후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9골)을 기록하고 있다.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도 매 경기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청용은 대회 개막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로부터 남아공 월드컵에서 떠오를 스타 11명에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 전문 매체 '블리처 리포트'도 남아공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영플레이어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이청용은 그리스 전에선 위력적인 돌파와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측면을 무력화했고, 아르헨티나 전에선 득점까지 기록하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했다.'중원의 사령관' 기성용 역시 한국의 선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전에서 프리킥으로 이정수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16강 진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또 경기마다 특유의 감각적인 패스로 경기를 조율하며 중원을 이끌고 있다.양박쌍용은 약속이나 한 듯 "16강에 올랐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축구를 이끄는 이들이 어떤 활약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1일 남아공 더반의 프린세스마고고 경기장.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을 이틀 앞두고 결전의 땅에 입성했다.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 대표팀이 가장 비중 있게 한 훈련은 세트 플레이. 가벼운 스트레칭과 공 뺏기 놀이로 몸을 푼 뒤 15분가량 자체 연습게임을 한 선수들은 나머지 시간 모두를 세트 플레이 훈련에 투자했다.○ 세트 플레이에 웃고 울고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7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한 뒤 “세트 플레이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말했다. 전반 상대 프리킥이 자책골로 이어지며 눈물을 삼킨 박주영(모나코)도 “세트 플레이 때 내가 실수해 팀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쉬워했다.반면 12일 그리스전에선 세트 플레이 덕분에 웃었다. 장신 군단 그리스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혔던 세트 플레이를 뛰어난 위치 선정과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로 무력화했다. 상대 코너킥 찬스에서 11번 가운데 10번, 프리킥 찬스에선 14번 가운데 10번을 먼저 걷어냈다. 전반 7분엔 이정수(가시마)가 코너킥을 골로 연결해 2-0 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결국 승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열쇠는 세트 플레이란 얘기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21일 훈련에서 선수들의 수비 위치까지 일일이 조정해주며 집중적으로 세트 플레이를 가다듬은 것도 이 때문. 허 감독은 가상의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며 최상의 카드 찾기에 고심했다. 훈련이 끝난 뒤엔 “세트 플레이는 경기 초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의 전담 키커 기성용(셀틱)도 “특히 긴장감이 큰 단기전에선 세트 플레이 하나로 승패가 좌우될 때가 많다”며 “정교하고 집중력 있는 킥으로 나이지리아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세트 플레이로 허점 노린다23일 오전 3시 30분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맞붙는 나이지리아의 세트 플레이는 어떨까.대니 시투(볼턴·191cm), 조지프 요보(에버턴·188cm) 등으로 대표되는 수비수들은 체격이 좋고 힘도 뛰어나지만 세트 플레이 수비에는 약점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뒤로 돌아 들어가는 상대 선수를 자주 놓치고 낮고 빠른 공 처리에도 미숙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상대 코너킥 때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를 놓쳐 헤딩골을 허용했다. 또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감정 기복이 심한 데다 몸싸움이 많고 거칠며 파울도 잦다. 태극전사들이 이 점을 이용하면 초반부터 의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다.세트 플레이 공격에선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한 몸동작이 위협적이다. 공격수와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공을 맞히는 재주도 뛰어나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코너킥은 7번 가운데 4번, 프리킥은 13번 가운데 8번을 슈팅 등으로 연결하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담 키커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 그나마 있었던 왼발 전문 키커 타예 타이워(마르세유)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그 공백이 더 커졌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부담요? 후회 없이 즐기다 오겠습니다.”결전의 날을 앞두고도 ‘블루 드래건’ 이청용(볼턴)의 배포는 남달랐다. 그는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오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맞아 전반 초반 태극전사들은 긴장한 듯 몸이 굳었다. 전반 17분 박주영(모나코)이 자책골을 내주면서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아르헨티나는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이 추가골까지 터뜨리면서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반전의 계기가 절실했던 상황. 이때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의 발끝이 번쩍였다. 상대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가 잠시 볼을 흘린 사이 번개같이 뒤로 침투한 후 공을 가로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든 것.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것을 본 그는 침착하게 살짝 밀어 넣어 귀중한 만회골을 얻었다. 무기력했던 태극전사들의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잠잠했던 붉은악마들에게 불을 지핀 한 방이었다.이날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지만 이청용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볼 터치도 여전했다. 전반 이청용에게 공간을 내줘 여러 차례 돌파를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이후 이청용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청용을 막던 아르헨티나 왼쪽 측면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는 전반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이후엔 공격에 거의 가담하지 못했다.역습 찬스에서도 선두에는 항상 이청용이 있었다. 후반 12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뒤꿈치 패스를 받아 염기훈(수원)에게 절묘하게 패스를 찔러줬다.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청용은 “졌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해 16강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수비수들의 체격조건이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이청용의 활약에 따라 16강행 명암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부담이요? 후회 없이 즐기다 오겠습니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도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의 배포는 남달랐다. 그는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한국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오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맞아 전반 초반 태극전사들은 긴장한 듯 몸이 굳었다. 전반 17분 박주영(모나코)이 자책골을 내주면서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아르헨티나는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이 추가골까지 터뜨리면서 공격의 고삐를 바싹 쥐었다. 반전의 계기가 절실했던 상황. 이 때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의 발끝이 번쩍였다. 상대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가 잠시 볼을 흘린 사이 번개같이 뒤로 침투해 공을 가로채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만든 것.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것을 본 그는 침착하게 살짝 밀어 넣어 귀중한 만회골을 얻었다. 무기력했던 태극전사들의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잠잠했던 붉은 악마들에게 불을 지핀 한방이었다. 한국은 이날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지만 이청용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특유의 물 흐는 듯한 볼 터치도 여전했다. 전반 이청용에게 공간을 내줘 여러 차례 돌파를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이후 이청용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청용을 막던 아르헨티나 왼쪽 측면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는 전반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이후엔 공격에 거의 가담하지 못했다. 역습 찬스에서도 선두에는 항상 이청용이 있었다. 후반 12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뒤꿈치 패스를 받아 염기훈(수원)에게 절묘하게 패스를 찔러줬다.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청용은 "졌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해 16강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수비수들의 체격 조건이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이청용의 활약에 따라 16강행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다시보기 = 이청용 번개같은 만회골 장면(출처:SBS)}

■ 팀 분위기 이끄는 박지성부드럽지만 근면한 리더십선후배에 활기 불어넣어그리스전 ‘주장 대결’ 완승 오늘 마스체라노와 상대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경기 전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과 그리스의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벌이는 ‘캡틴 대결’이었다. 박지성이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심장이자 엔진이라면 카추라니스는 팀 내 공격의 시작이자 정신적인 지주.승부는 예상외로 싱겁게 갈렸다. 박지성은 전후반 내내 그리스 수비진을 헤집고 다니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후반 7분엔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이름값을 했다. 반면 카추라니스는 전반 패스 성공률이 50%에 그치는 등 부진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결국 캡틴이 ‘날아다닌’ 한국은 동료들에게까지 그 힘이 전달됐고, 캡틴이 ‘사라진’ 그리스는 구심점을 잃고 힘이 빠졌다. ○ 친근한 리더십 ‘행복 바이러스’ 전파 “축구에서 캡틴은 단순히 선수단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다.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존재다.”브라질 대표팀의 캡틴으로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카를루스 둥가 현 브라질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태극전사들 사이에서 박지성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허정무 감독은 “주장이 앞장서니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선후배 사이에서 다리 역할도 잘해줘 항상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영표(알 힐랄)도 “지성이의 부드럽고 조용한 리더십 덕분에 팀 분위기가 산다”고 치켜세웠다.역대 한국의 월드컵 대표팀 캡틴들은 대부분 수비수와 골키퍼 등 안정을 중시하는 포지션에서 나왔다. 박지성의 포지션은 이와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 정해성 코치는 “주장인 지성이가 득점도 많이 하고 활기 찬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다 보니 팀 전체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활기가 넘친다”고 전했다.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캡틴이었던 홍명보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2006년 독일 월드컵 캡틴 이운재(수원)는 형님같이 자상한 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엄격한 카리스마가 특징. 이전 캡틴들도 대체로 비슷했다.하지만 박지성은 다르다. 누구든지 다가가기 쉬운 편안함으로 팀을 이끈다. 본인은 “원래 성격이 카리스마 같은 것과 거리가 멀다 보니 그렇게 비치는 것”이라고 겸손해하지만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박지성의 리더십은 꼼꼼함과 세심한 배려가 만들어낸 결정체”라는 평가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최고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선배들에겐 겸손함, 후배들에겐 자상함으로 먼저 다가서니 팀 전체에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범근 SBS해설위원은 “최근엔 특유의 친근함에 캡틴으로서 자신감도 더해져 말이나 행동에 강한 책임감까지 묻어난다”고 전했다.○ 박지성 vs 마스체라노그리스전 캡틴 대결을 승리로 이끈 박지성은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더 강한 상대와 만난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캡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 세계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는 상대 패스를 차단하고 공격수를 집중 마크하는 데 있어 발군이다. ‘지우개’ ‘진공청소기’ 등의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주장으로서 마스체라노는 박지성과 많이 닮았다. 그는 경기장에선 거칠지만 밖에선 특유의 친근함으로 개성 강한 선수들이 넘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잘 이끌고 있다.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는 “그는 최고의 주장이다. 그처럼 자상하고 배려가 넘치는 주장을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 밝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언제나 앞장서는 모습도 비슷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땐 일부에서 당시 주장 후안 파블로 소린(은퇴)이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이 나왔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마스체라노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박지성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평소 가장 친한 형 김남일(톰 톰스크)에게 많은 조언을 받는다. 마스체라노에게도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백전노장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이다. 그는 “평소 베론으로부터 캡틴으로서의 통솔력과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지혜를 얻는다”고 말했다.박지성이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 공격의 숨통을 트기 위해선 수비의 핵 마스체라노의 벽을 넘어야 한다. 둘의 대결에서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누가 될지 결과는 바로 오늘 알 수 있다.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르헨티나전(17일 오후 8시 30분)을 앞두고 세계 최고 공격수 리오넬 메시를 어떻게 막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물론 메시만 막는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 1점(무승부)을 얻는 것만도 대단한 성과다. 나아가 승점 3점을 얻는다면 16강이 눈앞에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강한 상대지만 이기지 못할 팀은 아니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8승을 거뒀지만 6패를 당했고, 23골을 넣었지만 20골을 내줬다.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위한 비법은 무엇일까. ○ 후반 20분 이후를 노려라초반은 조심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폭발적인 공격력은 전후반 초반에 빛이 났다. 남미 예선 23골 가운데 9골(전반 0∼15분에 3골, 후반 0∼15분에 6골)을 초반에 집중시켰다. 12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 역시 전반 6분 결승골이 나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은 경기 초반 수비 위주로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특히 상대의 빠른 공격 템포에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우리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후반 20분까지 상대 공세를 막아내면 승산이 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중반까지 버티면 급한 건 아르헨티나”라고 강조했다.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는 후반 중반까지 경기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으면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체력적으로도 힘겨워했다.볼리비아 방문 경기 1-6 참패에서 볼 수 있듯 고지대에서도 약했다. 아르헨티나전 장소는 해발 1753m 고지대인 요하네스버그다. 수비수 조용형(제주)은 “후반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공격적인 전술로 변형시켜 밀어붙인다면 뼈아픈 한 방을 아르헨티나에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측면을 집중 공략하라아르헨티나 중앙수비는 철벽이다. 중앙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와 왈테르 사무엘(인터 밀란)은 노련미와 힘을 동시에 갖췄고, 세계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를 커버한다. 하지만 측면은 얘기가 달라진다. 왼쪽 측면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는 경험이 많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 오버래핑 뒤 수비 전환 속도도 느리다. 빠르고 순발력이 좋은 오른쪽 측면공격수 이청용(볼턴)의 공격력만 살리면 의외로 쉬운 찬스를 얻을 가능성도 높다. 오른쪽 측면의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드리블과 패스가 좋다. 하지만 수비 시 자주 상대 공격수를 놓치고 편한 크로스 찬스를 허용한다. 요하네스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8승 4무 6패(승점 28). 예선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4위로 턱걸이하며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23득점했지만 20실점. 허술한 수비와 모래알 조직력은 예선 기간 내내 입방아에 올랐다. 그럼에도 우승 후보를 말할 때 이 팀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가득 찬 무시무시한 라인업 때문이다. 17일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부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는 핵심 매치 업을 소개한다.》에인세 순발력 떨어져 이청용 스피드로 돌파○ 이청용 vs 에인세첫 번째는 한국 오른쪽 측면공격수 이청용(볼턴)과 아르헨티나 왼쪽 측면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의 대결.‘젊은 피’ 이청용은 한국 공격의 시작이다. 12일 그리스전에서도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로 상대 왼쪽 측면을 무력화시키며 공격을 주도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지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처럼 청용이가 흔들어 줘야 아르헨티나의 빈틈을 열 수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에인세는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대인 마크가 주무기인 백전노장. 그는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선 전반 6분 코너킥을 헤딩 결승골로 연결했다. 잉글랜드 리그 진출 이후 수비 가담 능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청용이지만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에인세는 최근 순발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 간혹 어이없는 실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찬스도 허용한다. 순간 스피드와 집중력, 수비수 뒤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뛰어난 이청용에게 승산이 있는 이유다.몸싸움 싫어하는 이과인 거친 플레이로 괴롭혀야○ 이정수 vs 이과인한국 중앙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아르헨티나 최전방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과 맞붙는다.이정수는 장신(185cm)이면서 순발력이 좋다. 공격수 출신인 만큼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자신감이 찬 것도 플러스 요인.올 시즌 스페인 리그 득점 2위를 차지한 이과인은 온몸이 무기다. 볼 터치, 슈팅, 순간 돌파 모두 발군이다. 특히 단신 공격수들이 주축인 공격 라인에서 위협적인 헤딩슛을 날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다. 그를 잡으려면 일단 위험 지역에서 공간을 내주는 건 금물. 상대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돌아서는 움직임이 유연하면서 슈팅 타이밍도 반 박자 빠르고 정확해서다. 또 경기 초반 다소 거친 플레이로 그를 자극할 필요도 있다. 몸싸움을 싫어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라 일단 경기 초반 자신의 뜻대로 안 풀리면 의외로 부진할 가능성도 크다.메시 일대일로 못막아 협력수비로 족쇄 꽁꽁○ 메시 vs 이영표+조용형마지막은 리오넬 메시와 이영표(알 힐랄)-조용형(제주) 조합의 대결이다.세계 최고의 공격수 메시는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기습적인 슈팅과 허를 찌르는 패스로 감탄사를 자아냈다. 수비수가 떨어지면 화려한 드리블로 돌파를 했고 붙으면 동료와 짧게 주고받는 패스로 공간을 창출했다. 메시는 일대일 방어로는 막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선수. 그에게 족쇄를 채우려면 왼쪽 측면수비수 이영표와 중앙수비수 조용형의 협력플레이가 필요하다. 두 선수는 덩치가 크진 않지만 축구 지능이 높고 순발력이 좋다. 또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고 공간을 선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왼발을 잘 쓰는 메시는 주로 상대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돌파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영표와 조용형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미리 약속된 플레이로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를 펼친다면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루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메시, 깜짝 기자회견… “한국, 공수전환 빠르고 강한 팀이지만…”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리오넬 메시 등 간판스타들은 1일 남아공에 입성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적이 없다. 수비수 또는 후보 선수들이 대신 등장해 김빠진 기자회견이 되곤 했다.하지만 13일 남아공 프리토리아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달랐다. 메시가 보이자 300여 명의 취재진은 술렁거렸다. 이어 곤살로 이과인이 나타나자 탄성을 지르는 기자들도 있었다. 두 선수는 이런 반응이 싫지 않다는 듯 자리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지었다.아르헨티나는 기자회견 직전 15분간 공개된 훈련에서 주전 선수들을 제외한 후보 선수들의 훈련만 보여줬다. 후보 선수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데려온 청소년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했다. 실망감을 안고 간 기자회견장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두 선수의 출현은 수많은 취재진에 선물과도 같았다.“우리 라이벌은 오직 우리뿐…”취재진 사이에는 질문 경쟁이 벌어졌다. 한 기자가 질문을 한 뒤 또 질문을 하자 다른 취재진이 비난을 하며 질문을 막기도 했다. 스페인어로 10여 분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영어 기자회견이 1분간 열렸다.한국 취재진이 ‘한국과 그리스 경기를 봤나. 봤다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메시와 이과인은 서로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이과인은 “우리 경기에 앞서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열려서 경기 전체를 볼 수 없었다. 솔직히 한국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도 “우리 경기에 집중하느라 몇 분밖에 보지 못했다. 한국은 공수 전환의 속도가 빠르고 강한 팀 같다”고 밝혔다. ‘B조에서 최대 라이벌이 한국인가’라는 아르헨티나 취재진의 질문에 메시는 “우리의 라이벌은 오직 우리뿐이다. 우리 스스로만 잘 지키면 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메시는 최근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동료인 다니 아우베스(브라질)가 ‘대표팀에서 메시가 어려운 것은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팀의 실력 차이 때문이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대표팀 동료들은 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나 말고도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는 많다. 오히려 내가 동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토리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S세대’의 유쾌한 도전]Soccer 즐기는 축구Self-confidence 자신감 충만Strength 힘이 넘치며Smart 영리한 그들또 한번 ‘코리아 신화’ 기대 “예전엔 경기장에 들어서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렸죠. 선수들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으니 패스할 곳이 없었어요.”(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제가 월드컵에 나갔을 땐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이 조용했어요. 선수들 모두 너무 긴장해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죠.”(차범근 SBS해설위원)예전엔 이랬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녹색 그라운드를 밟기 직전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즐겁게 놀아 보자.”○ 유럽도 안 무섭다…당당한 그들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러진 경기인 데다 상대는 우리가 원정지에선 맥을 못 추는 덩치 큰 유럽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뒤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리스 공격수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는 “한국은 경기 전부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여기서부터 지고 들어갔다”며 고개를 숙였다.이러한 자신감의 중심에는 1985년 이후 태어난 ‘S세대’가 있다. 박주영(25·모나코) 이청용(22·볼턴) 기성용(21·셀틱) 정성룡(25·성남) 이승렬(21·서울) 김보경(21·오이타) 강민수(24·수원) 등이 그 주인공.그리스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박주영은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장신 수비수들을 상대로 헤딩 볼을 따내 동료에게 찬스를 제공했고, 날카로운 침투로 수비진을 교란했다.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6개의 슛을 날려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며 공격을 이끌었다.‘쌍용’ 이청용과 기성용의 활약도 여전했다. 이청용은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로 그리스 측면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기성용은 정교한 패스와 프리킥으로 ‘허정무호의 황태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정성룡의 활약도 눈부셨다. 후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등 경기 내내 안정된 모습으로 골키퍼 세대교체를 알렸다. 이승렬은 이날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들어가 많은 기회는 없었지만 언제든지 출격 가능한 ‘신예 병기’. 김보경 강민수 등도 진작부터 허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자원이다.○ V세대의 밴쿠버 쾌거…우리가 잇는다S세대의 S는 ‘Soccer(축구)’ ‘Self-confidence(자신감)’ ‘Strength(힘)’ ‘Smart(영리하고 활기찬)’ ‘Serenity(차분함)’ 등을 상징한다.이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며 꿈을 키웠고, 어릴 때부터 유럽 축구 등 선진 축구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몸에 익혔다. 또 성적 위주의 학원 축구 그늘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을 차기 시작한 세대다.S세대는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친다. 훈련장에선 집중력 있게 훈련을 하되 여유를 잃지 않는다. 큰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감마저 재미로 승화시킨다. 이영표는 “한마디로 대범하다. 우리 때와 비교하면 참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신기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아무리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선배들이 이런 후배들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으로 재무장하게 된다”고 전했다.‘베이비붐 세대(6·25전쟁 직후에 태어난 세대)’인 부모들의 희생 속에 비교적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며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좌절하기보단 냉정하게 문제점을 찾고 다시 일어선다. 지난달 약체로 꼽히던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패배한 직후 이청용은 이렇게 말했다. “아쉽지만 실망스럽진 않습니다. 경기 내용을 분석해 잘못을 찾아 고친다면 오늘 패배는 더 큰 성공을 위한 과정일 뿐이니까요.”올해 초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선 김연아(피겨), 이정수(쇼트트랙),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상 스피드스케이팅) 등 이른바 ‘V세대’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용감하고(Valiant), 다양한(Various) 창의성과 생기발랄한(Vivid) 모습으로 국민에게 기쁨을 줬다. 이번 월드컵에선 S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다시 한 번 ‘코리아’로 전 세계를 물들일지 지켜보자.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리자 경기장은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과 부부젤라(나팔 소리가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전통 악기) 소리가 뒤섞여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태극전사들은 순간 긴장한 듯 몸이 굳었다. 전반 초반 상대 코너킥 찬스에서 위협적인 상황까지 연출되자 표정은 더욱 굳었다.이 때 한 선수가 나서 그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차분히 하자는 의미로 손짓을 하며 동료들을 다독였다. 전반 7분 과감한 돌파로 상대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리며 프리킥을 얻어 냈다. 이 프리킥은 그대로 골로 연결되며 2-0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주인공은 '초롱이' 이영표(알 힐랄). 이영표는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와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다.수비에선 침착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꽁꽁 묶었다. 다른 수비수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며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영표(177cm)보다 키가 10cm이상 큰 그리스 오른쪽 측면공격수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192cm)는 그의 노련한 수비에 공 한번 제대로 잡지 못했다. 하리스테아스는 결국 후반 15분 교체됐다. 공격에서도 돋보였다. 경기 내내 위력적인 오버래핑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그리스 공격수들은 전반 초반 이영표의 오버래핑이 이어지자 마음 놓고 공격에 치중하지 못했다. 33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부지런한 플레이 역시 돋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영표는 언제나 그랬듯 믿음직스러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그라운드를 걸어 나왔다.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에 환한 미소와 박수로 화답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평소 훈련에서 이영표와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눈다. 그가 수비 전술의 핵심이자 젊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여서다. 숨은 캡틴 이영표의 믿음직스러움에 허 감독은 이날 다시 한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이정수의 선제골 (출처: SBS) 박지성의 두번째 골 (출처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