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교육 내쫓는 ‘창의경영학교’ 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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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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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학생맞춤형 특화교육

대전 서구 둔산여고는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된 이후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둔산여고 지구과학 심화보충반의 수업 모습. 둔산여고 제공
대전 서구 둔산여고는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된 이후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둔산여고 지구과학 심화보충반의 수업 모습. 둔산여고 제공
대전 서구 둔산여고 2학년 이해민 양. 중학교 때는 혼자 힘으로 공부했지만 고교에 진학한 뒤에는 힘에 부쳤다. 특히 국어와 수학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고민에 빠져 있는 이 양에게 담임선생님은 심화보충반을 추천했다. 둔산여고가 2010년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면서 생긴 방과 후 프로그램이었다.

○ 사교육비 39만 원→25만 원

이 양은 그 뒤 2년 동안 국어심화반, 자연수리반, 고전소설반, 경제논술반에 꾸준히 참여했다.

학교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니 질문하기 편했고 필요한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비용 부담은 거의 없었다. 이 양은 지금까지 국어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다. 수학도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한다.

또 하나, 이 양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카이스트 멘토링 수업’이다. 학교가 카이스트와 교육 협약을 체결하고 진행한다. 주말마다 카이스트 학생이 찾아와 수학과 물리를 지도한다. 이 양은 “카이스트 선배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다 보면 주말마다 대학생이 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수준별 이동수업, 독서 인증제, 논술 동아리는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둔산여고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더욱 특별하다. 보충심화반, 특기적성 프로그램(연극반 볼링반 등), 스포츠반이 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에서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재정과 행정 편의를 지원받은 덕분이다.

창의경영학교는 교육과정혁신형(660개교), 학력향상형(629개교), 사교육절감형(575개교), 자율형(186개교) 등 4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집중됐던 학교의 교육자원을 모든 학생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취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3년 전 둔산여고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9만 원가량. 올해는 25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학생 만족도는 3년 전 57점에서 올해 71점으로 껑충 뛰었다.

○ 2년 만에 기초학력 미달 ‘제로’

대구 서구 중리초가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한 ‘아름이반’ 덕분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사라졌다. 학생 3, 4명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아름이반의 수업 모습. 중리초 제공
대구 서구 중리초가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한 ‘아름이반’ 덕분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사라졌다. 학생 3, 4명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아름이반의 수업 모습. 중리초 제공
이런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이 또 있다. 대구 서구에 있는, 전교생 232명의 작은 학교인 중리초등학교다. 기초수급대상 학생이 32명이고 한부모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도 49명에 이른다.

열악한 교육여건 탓일까. 중리초는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한 학생 59명 중 5명(과학), 4명(영어 사회), 3명(수학), 1명(국어)이 기초학력에 미달했다. 보통학력 이상인 학생의 비율도 과목별로 50% 내외에 불과했다.

그랬던 학교가 2011년 평가에서 단 1명(국어)만 기초학력에 미달했다. 2012년 평가에서는 마침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도 국어 92.3%, 수학 88.5%, 영어 98.1%로 껑충 뛰어올랐다. 학교는 “지난해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 학교는 모든 교사가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전략을 썼다. 이를 위해 학년별로 수학과 영어를 중심으로 ‘아름이반’을 편성해 교사 1명이 3, 4명의 학생을 맡아 방과 후에 따로 지도했다.

아름이반은 1∼4학년은 학년마다 한 반씩, 5, 6학년은 수학과 영어 과목별로 한 반씩 운영했다. 전체 학생의 30% 정도인 50여 명이 아름이반 수업을 들었다.

방학 때도 아름이반 수업은 계속됐다. 학교 교사가 16명에 불과해 이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이 문제는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된 후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으면서 해결됐다. 4명의 보조교사를 쓸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 학교는 나아가 5, 6학년 심화반도 따로 개설했다.

중리초는 이번 겨울방학에도 25일 동안 아름이반을 운영한다. 이번에는 토요일마다 실시하던 비즈공예, 공작,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 등 특기적성 활동을 방학 중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학교 박동규 교장은 “지금까지는 몰락한 이현공단 근처에 있어 대구에서 가장 학력이 낮은 학교로 평가받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신진우·김도형 기자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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