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둔산여고 2학년 이해민 양. 중학교 때는 혼자 힘으로 공부했지만 고교에 진학한 뒤에는 힘에 부쳤다. 특히 국어와 수학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고민에 빠져 있는 이 양에게 담임선생님은 심화보충반을 추천했다. 둔산여고가 2010년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면서 생긴 방과 후 프로그램이었다.
○ 사교육비 39만 원→25만 원
이 양은 그 뒤 2년 동안 국어심화반, 자연수리반, 고전소설반, 경제논술반에 꾸준히 참여했다.
학교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니 질문하기 편했고 필요한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비용 부담은 거의 없었다. 이 양은 지금까지 국어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다. 수학도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한다.
또 하나, 이 양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카이스트 멘토링 수업’이다. 학교가 카이스트와 교육 협약을 체결하고 진행한다. 주말마다 카이스트 학생이 찾아와 수학과 물리를 지도한다. 이 양은 “카이스트 선배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다 보면 주말마다 대학생이 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수준별 이동수업, 독서 인증제, 논술 동아리는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둔산여고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더욱 특별하다. 보충심화반, 특기적성 프로그램(연극반 볼링반 등), 스포츠반이 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에서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재정과 행정 편의를 지원받은 덕분이다.
창의경영학교는 교육과정혁신형(660개교), 학력향상형(629개교), 사교육절감형(575개교), 자율형(186개교) 등 4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집중됐던 학교의 교육자원을 모든 학생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취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3년 전 둔산여고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9만 원가량. 올해는 25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학생 만족도는 3년 전 57점에서 올해 71점으로 껑충 뛰었다.
○ 2년 만에 기초학력 미달 ‘제로’
이런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이 또 있다. 대구 서구에 있는, 전교생 232명의 작은 학교인 중리초등학교다. 기초수급대상 학생이 32명이고 한부모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도 49명에 이른다.
열악한 교육여건 탓일까. 중리초는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한 학생 59명 중 5명(과학), 4명(영어 사회), 3명(수학), 1명(국어)이 기초학력에 미달했다. 보통학력 이상인 학생의 비율도 과목별로 50% 내외에 불과했다.
그랬던 학교가 2011년 평가에서 단 1명(국어)만 기초학력에 미달했다. 2012년 평가에서는 마침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도 국어 92.3%, 수학 88.5%, 영어 98.1%로 껑충 뛰어올랐다. 학교는 “지난해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 학교는 모든 교사가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전략을 썼다. 이를 위해 학년별로 수학과 영어를 중심으로 ‘아름이반’을 편성해 교사 1명이 3, 4명의 학생을 맡아 방과 후에 따로 지도했다.
아름이반은 1∼4학년은 학년마다 한 반씩, 5, 6학년은 수학과 영어 과목별로 한 반씩 운영했다. 전체 학생의 30% 정도인 50여 명이 아름이반 수업을 들었다.
방학 때도 아름이반 수업은 계속됐다. 학교 교사가 16명에 불과해 이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이 문제는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된 후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으면서 해결됐다. 4명의 보조교사를 쓸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 학교는 나아가 5, 6학년 심화반도 따로 개설했다.
중리초는 이번 겨울방학에도 25일 동안 아름이반을 운영한다. 이번에는 토요일마다 실시하던 비즈공예, 공작,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 등 특기적성 활동을 방학 중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학교 박동규 교장은 “지금까지는 몰락한 이현공단 근처에 있어 대구에서 가장 학력이 낮은 학교로 평가받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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