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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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4-04-07~2024-05-07
종교34%
문학/출판23%
문화 일반20%
역사10%
인사일반7%
미술3%
여행3%
  • “정석(定石)은 어디 가고, 강수 꼼수만…”[이진구기자의 대화, 그 후- ‘못다한 이야기’]

    국수(國手) 조훈현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가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이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갈등과 혼란만 난무한 상태에서 두 달 후 지방선거를 치러야 했습니다. 당 개혁이라는 정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는 아노미 상태인 당 상황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러더군요. “사실 바둑도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누가 더 실수를 많이 하느냐로 갈릴 때가 더 많다”고요. 솔직히 믿기지는 않았습니다. 정치에 반사이익이 다반사이긴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제대로 된 노력은 없이 내부 분란만 가중되는 정당이 다시 일어설 거라 생각하기는 어려웠으니까요. 자유한국당은 이 지방선거에서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 광역지자체에서 전멸합니다. 그리고 2020년 20대 총선에서도 말 그대로 ‘폭망’했지요.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국민의힘이 특별히 뼈를 깎는 노력이나 혁신을 한 것도 아닌데 그의 말처럼 현 정권의 숱한 실정으로 이번 4·7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으니까요.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와 당시 새누리당도 외부의 힘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실정과 강변, 억지, 진박 논쟁 등으로 민심이 떠나 무너졌지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검찰개혁,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문빠’ 등 강성 친문 세력의 발호 등을 보면 데자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국회 당 대표실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플래카드는 걸었는데 그 말대로 되가는 것 같네요. 안타까운 점은 양대 거대 정당이 스스로의 힘이 아닌 반사이익으로만 이기다보니 정권은 바뀌어도 여전히 정치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늘 기다리다보면 반사이익으로 이기다보니 굳이 힘들게 자기 혁신을 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정치의 정석(定石)은 언제나 돼야 볼 수 있을까요. 그는 스스로 정치 하수라고 했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정말 하수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세 번째 인터뷰는 2019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던 날이었지요. 그는 “크게 보면 살 길이 있는데 황 대표가 과연 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국당은 당 내 인사들의 5·18 망언으로 국민적 지탄은 물론이고 내홍까지 겪고 있었습니다. 망언도 문제지만 징계도 미약했지요. 그는 “돌 몇 개 잡는 것보다 대국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이나 당의 입장보다 전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는 뜻이지요. 황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도 대다수 국민이 인정한다면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정치는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당시 한국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었고 이듬해 21대 총선에서도 역시나 ‘폭망’합니다. 바둑에서 ‘귀신보다 무섭다’는 자충수를 둔 것이지요. 여담입니다만 바둑을 좋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조 국수를 연희동 자택으로 불러 몇 차례 바둑을 뒀다더군요. 아마 초단 또는 2단 정도의 실력인데 9점을 놓으면 조 국수가 지고 7점을 깔면 비슷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의 기질대로 수비고 뭐고 없는 엄청난 싸움 바둑이었다고 합니다. 내친김에 “혹시 대국료를 받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세간에 전 전 대통령이 주는 금일봉은 생각하는 것에 0이 하나 더 붙을 정도로 손이 크다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가 마침 재판장에서 그가 “전 재산이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고 했을 때였다는군요. 전 전 대통령이 미안한데 그 말이 워낙 퍼져서 대국료를 줄 수가 없다고 했답니다. 그 뒤로는 못 봤다고 하네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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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당 개혁하면 尹오지 말라 해도 올텐데 러브콜만 하니…”

    《열흘 후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고 바통을 차기 지도부에 넘긴다. 김종인 비대위로 불린 국민의힘 비대위는 4·7 재·보궐선거 승리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근본적인 내부 개혁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겸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34)은 “반사이익으로 이기다 보니 재·보선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독이 됐다는 건가.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탄핵이 잘못됐다는 소리가 나오더라. 탄핵 부정은 재판 불복이고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요구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아니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한 게 박근혜 정권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더불어민주당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재수사 주장이 나왔을 때 우리는 ‘왜 끝난 판결을 다시 끄집어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고 비난했다. 뭐가 다른지…. 더 놀란 건 서병수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탄핵을 부정하는 말을 했는데도 당 안에서 아무런 지적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비대위 회의에서 말했더니, 아… 하루에 전화가 100여 통씩 날아오는데 욕을 하며 뭘 알고 까부느냐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당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전대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30%만 하기로 한 이유가 뭔가.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큰 게 문제라고 늘 얘기하면서…. “첫 선관위 회의에 들어갔더니 ‘이게 정당이냐?’ ‘당원들에게 부끄러워서 (7 대 3은)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더라.” (민심 반영 비율이 너무 낮아 부끄럽다는 뜻인가?) “그 반대로 당의 주인은 당원들이니 9 대 1, 10 대 0으로 해야 한다고. 일반 여론조사는 하지 말자는 뜻이다.” (누가?) “영남 쪽 의원들인데 정당에 당원들이 왜 있느냐 이러면서….” ―자칫했으면 9 대 1이 될 수도 있었다는 건가? 반대는 없었나. “5 대 5 주장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토론을 좀 하다가 현재 당헌당규에 있는 7 대 3으로 지도부에 올리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7 대 3에 동의한 적이 없으니 선관위원 전부가 동의했다고 하지 말고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명기해 달라고 했다.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룰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없었다고도 하던데.) “당헌당규를 바꾸려면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개최 3일 전에만 공고하면 된다. 오늘 비대위가 의결하고, 내일 공고하면 길어도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다. 선관위가 늦게 발족됐지만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바꾸기 싫은 거지. 말은 젊은층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지만 지금 당 구조로는 민심, 특히 20, 30대 의사는 반영되기가 거의 어렵다.” ―비대위가 성과도 있지만 비판받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재·보선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한일 해저터널까지 공약했는데. “해저터널은 정말 할 말이 없고 선거 때문에 휩쓸려 갔는데 무리한 공약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대위원 될 때 인터뷰에서 정의롭지 않다고 느낀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던데.) “(그 공약에) 반대하지 못했다. 좀 비겁했는데, 변명이지만 선거에 영향을 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선거 때문이라면 다른 당의 포퓰리즘은 왜 비판했나.) “…논리가 안 되긴 한다.” ※2019년 정부가 24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자 당시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겨냥한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올해 4월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는 민주당보다 먼저 예타를 면제해주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러다 보니 젊은 비대위원들이 눈치만 본다는 말도 나왔다. 헬스장 같은 다소 작은 사안만 이야기한다고…. “정국 상황이나 우리 당 비판을 안 한 건 아닌데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아직 잘 모르다 보니 깊이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신이 좀 없어졌다. 헬스장 문제는… 여의도에서는 정치적으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20, 30대는 중요하게 보는 것들이 있다. 젠더 문제도 그중 하나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여러 통계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젠더 문제가 1등이었다. 안보·대북 문제보다 8배 이상 관심이 높더라.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김재섭의 말·말·말“탄핵 부정은 재판 불복”(4월 20일 대정부질의에서 탄핵 부정 발언이 나오자)“국민들이 ‘저 당 이제 먹고살 만한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재·보선 승리 후 오세훈, 박형준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자)“돌아오면 우리 당의 꼰대력이 평균 10% 상승할 것”(홍준표 의원 복당 관련)“당비보다 국고보조금을 더 받는데 당원만의 정당이라 할 수 있나”(본보 인터뷰 중)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도 뜨거운 감자인데 비대위에서 논의가 좀 됐나. “서울시당에서 요청서를 올렸는데 그냥 계류 상태다. 사무총장과 원내대표가 협의해 비대위 회의에 올려야 하는 걸로 아는데 아직 안 올라왔다.” (홍 의원은 빨리 받아 달라고 하는데.) “지금 비대위에는 홍 의원 복당에 반대하는 기류가 많다. 당 규정상 만약 올렸다가 부결되면 1년 후에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전대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차기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미루는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 누가 뭐래도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것 아닌가. 그리고 자꾸 탄핵 직후 당 지지율이 턱없이 떨어졌을 때 총대를 메고 대선에 나가 당을 살려놨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때 더 많은 국민은 우리 당이 반성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 후보를 안 냈다면 이후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4연패는 안 당했을 거다.” ―비대위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문제를 언급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던데…. “지역구인 도봉구에 한일병원이 있는데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대형종합병원이라 위상이 굉장히 크다. 그때 조 전 장관 딸이 이 병원 인턴에 합격했다고 기사가 났는데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인턴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가 자기 진료에 관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의에서 딱 한마디 했다. 한일병원에 소위 ‘무자격자’로 불리는 조 전 장관 딸이 온다고. 거의 1년이 넘게 조 전 장관의 딸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나. 공익적인 목적으로 세간의 평을 전했을 뿐인데, 그게 왜 명예훼손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조 전 장관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개 질의를 한 건가. 그가 고발한 것도 아닌데…. “그분이 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하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어떤 식으로든 보장돼야 한다고 강의했으니까. 1년 넘게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안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딱 한마디 했는데 그게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형법 교수인 조 전 장관에게 물은 거다. 형법 제307조가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다. 명예훼손을 가르치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고.” (조사는 받았나.) “고발인 조사는 끝난 것 같은데 아직 나오라는 말은 없다.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됐으니 경찰이 조 전 장관의 딸 문제가 허위인지 아닌지도 밝혀줬으면 좋겠다.”※조 전 장관은 2010년 6월 오마이뉴스와 4차례에 걸쳐 ‘조국 교수의 법 고전 읽기’를 강의했다. 첫 강의는 밀의 자유론이었고 조 전 장관은 “밀은 남을 해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무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현재 밀의 문제의식은 한국사회에서도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고, 그때는 이렇게 말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데려오겠다고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답답한 게, 윤 전 총장을 데려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을 개혁해 그가 ‘저 당에 안 들어가면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들어가는 게 마이너스란 생각이 들면 올까? 윤 전 총장이 오면 당이 바뀌는 게 아니라, 당이 바뀌면 알아서 올 수밖에 없는데… 그건 없고 용광로를 만들겠다, 원탁회의를 만들겠다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김재섭(34)서울대 법학부 졸. 청년정당 ‘같이오름’ 대표로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21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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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응천 “이성윤 기소와 직무배제가 별개? 그러시면 안 되지”[이진구 기자의 對話]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가 조직에 찍혀 검사를 그만뒀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비선 실세 정윤회의 국정 개입 의혹을 보고했다가 거꾸로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해임되고 기소까지 당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덕(?)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됐지만 잦은 쓴소리로 강성 지지층에서 “차라리 나가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공천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의원) 안 하면 그만이지 할 말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사람인데 마음고생은 없나. “답답한 건 있는데… 동료들 중에 강성 의원들을 보면 ‘왜 민심을 저렇게 해석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서울시당에서 큰돈을 주고 저명한 곳에 의뢰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를 보고도 그러니까.” (민심은 언론을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거야 항상 언론지형이 기울어졌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니 안 듣는다 쳐도 서울시당에서 만든 보고서를 보고도 왜 그러는지. 그리고 당도… 가치를 추구하고 기득권을 깨자는 건 좋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류가 됐는데도 여전히 비주류로 인식하고, 기득권 집단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그런 게 좀 힘들다.”※FGI 보고서는 선거 패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무리한 검찰개혁, 부동산정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내로남불에 편 가르기 등을 꼽았다. ―검찰, 청와대, 당 등 늘 조직에서 싫어하는 일을 하는 이유가 뭔가. 검찰 힘 빼는 일에 앞장선 검사를 조직이 좋아할 리가 없을 텐데. “그 때문에 결국 검사를 그만뒀는데… 난 원래 판검사 비리를 전담하는 법조비리수사처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참여정부 공약이었고, 당시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가 주도했는데 거기에 파견되다 보니….” (자원했나.) “자원했다기보다는 이리저리 보니 내가 갈 차례인 것 같고, 생각도 있었고, 마침 김성호 부방위 사무처장과 인연도 있다 보니… 그런데 하… 대검찰청에서 쓸데없는 짓 한다고 매일 전화해서 뭐라 하더라. 파견 끝나고 검찰에 복귀한 뒤 인사가 났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원이었다. 그동안의 보직 경로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찍혀도 서울중앙지검 아니면 서울 내 지청은 갈 거라 생각했는데… 고민하다 수원 출근한 날 사표를 냈다.” ―대통령 공약을 수행한 검사는 영전하지 않나? 지금은 그런데…. “그때는 부장급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공안1부장 정도나 청와대가 신경 쓰지 다른 자리는 안 그랬다.” (살다 보면 내리막도 있는 것 아닌가. 수원 간 게 그렇게 못 견딜 일이었나.) “견딜 수 있는 일이지… 그러니까 나도 참… 주변에서 ‘이 미친 놈아 그렇다고 나가냐’고 하더라. 하하하.” ―쓴소리 때문에 당내에서 “나가라”는 말도 나오는데 공천 걱정은 안 드나? 금태섭 전 의원 경우도 봤는데. “안 하면 되지 그걸 뭘…. 할 말 하다 못 받으면 그냥 팔자고, 운명인 거고. 지역에서도 걱정해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지역 주민들을 믿는다. 그런데 만약 못 받으면 냉동식품 장사를 하겠다’고 했다.” (냉동식품 장사?) “공직기강비서관에서 해임된 뒤에 ‘별주부짱’이라는 해물전문점을 했는데 생물이라 재고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냉동식품은 재고 걱정이 없으니까.” (해물전문점은 왜 한 건가?) “식당을 하기로 하고 이름부터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정윤횟집’을 생각했다. 근데 그건 너무 티가 나는 것 같고, ‘십상스시’로 짓고 스시집을 하면 어떨까 했는데 그것도 좀 그렇고. 그러다 보니 어쩌다 해물 쪽으로 하게 됐다.”※그가 유출 배후로 지목돼 해임된 계기가 된 세칭 ‘정윤회 문건’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최순실의 전 남편)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고 있다. ‘십상시(十常侍)’는 당시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청와대 안팎의 측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식당에 찾아와 정계 입문을 권유했다던데. “당시 정치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문 대표에게 민주당 비판을 여러 번 했다. 그랬더니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당신 같은 사람들이 들어와 그런 마음으로 변하지 않고 해 달라’고 하더라. ‘당신이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정치가 아니겠느냐’고도 하고….” (그 아픔을 금 전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겪던데.) “나중에 여당이 되니까….” ―당신더러 문자폭탄 얘기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얼마나 많이 오나. “진짜 얘기하는데… 나는 나한테 문자폭탄 오는 걸 문제 삼은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각인된 건가.) “나더러 ‘조응천은 왜 자꾸 문자폭탄 이야기를 하느냐’ ‘정치인이라면 감내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문자폭탄 이야기를 한 건 지난달 중순이 처음이다. 당 게시판에 민주당 권리당원 일동이라며 초선 의원 5명의 자성을 비판한 성명서가 나왔을 때다. 강성 당원들이 초선 의원들을 두드려 패는데, 당시 비상대책위원회는 아무 말을 안 했다. 그래서 ‘지도부가 초선 의원들을 보호해라. 지금 문자폭탄이 쏟아지는데 내버려 둘 거냐’고 한 거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이 난리다. 왜 당원들의 목소리를 막느냐고…. 김두관 의원도 조응천이 처음 얘기할 때는 괜찮았는데 자꾸 들으니 짜증난다고 하는데, 좀 제대로 알고 얘기를 하시든지. 오히려 나는 진짜 전체 당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자는 쪽이다. 권리당원이 70만 명인데 소수의 강성 당원 때문에 전체 목소리가 묻히면 안 되지 않나. 어느 쪽이 더 당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건가.” ―그 성명서 때문에 조국 사태를 반성한 초선들은 ‘초선 5적’으로 몰렸다. “성명서에 ‘일동’이라고 한 권리당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정말 70만 명이 다 동의한 건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아니라면 참칭한 것 아닌가. 당헌당규에 어긋난 일이라면 징계를 하고….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당원들 모두 각자 생각이 있다. 그런데 과도한 열정을 가진 소수가 어느 한쪽으로 물꼬를 틔우면, 그게 방향이 돼서 다른 이야기는 하기 어렵고 침묵하게 만든다. 조국 사태 때 그랬다.” (그들은 의견 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한다.)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이 더 이상의 언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걸 의견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나는 더 많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자고 그러는 건데, 왜 자꾸 거꾸로 모는지 정말 답답하다.” ―지금 정부에서 거꾸로 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어쨌거나 본인 말처럼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2선으로 빠져야 한다. 전에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모두 용퇴했다.” (지금은 사표도 낼 수 없다.) “그러니까 (돈 봉투 만찬 사건 때) 본인들이 했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처럼 하면 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을 유지하며 재판을 받는다? 그럼 공소 유지에 지장을 줄 게 너무 뻔하지 않나. 이미 조사 받으러 나오라는데 4번이나 안 나가고, 검찰을 못 믿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요구했으니까.” (이 지검장이 12일 하루 연가를 낸 것도 관련이 있을까.) “그날 기소됐으니까 직접 결재하는 걸 피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중요 사안이라 검사장 전결인데 연가를 내면 차장이 대신 결재하니까.”※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감찰국장 간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사표를 냈으나 감찰 중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전보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건 아니다”라고 한다. “하… 박 장관이 그러시면 안 되지. 항상 보면 편에 따라 말씀이 달라지는데… 그러면 자꾸 신뢰가 떨어진다. 어떤 일이든 적용되는 법이나 원칙은 같아야 하지 않나. 예쁜 놈이건 미운 놈이건 사안을 봐야지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하나.” 조응천의 쓴소리“우리 동네 하천 정비도 그렇게 안 한다.”(올 2월 가덕도 특별법 졸속 처리 때)“법무(부)·검찰을 보면 고려 무신정권 행태 떠올라.” (지난달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내로남불’을 빗대)“(박범계 장관은) 항상 보면, 편에 따라 말씀이 달라진다.”(올 5월 본보 인터뷰 중)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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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 고수들이 왜…”[이진구기자의 대화, 그 후- ‘못다한 이야기’]

    흔히 정치판을 바둑판에 비유합니다. 사소취대(捨小取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부득탐승(不得貪勝·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 등 정치판에 인용되는 바둑 교훈도 수두룩하지요. 그래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조훈현 국수(國手)가 영입됐을 때 당대의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은 정치판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습니다.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둑과 비유해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요. 이후 매년 한 번씩 4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 조 국수(그는 국회의원대신 국수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의 조언을 돌이켜보면 지금 곱씹어 볼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의원 신분이기는 했지만 스스로도 정치인이라고 여기지는 않았고, 그러다보니 정치판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당대의 국수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과 날카로운 외모 탓에 처음 만났을 때는 다소 기가 죽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그는 굉장히 털털했고, 말도 허세나 꾸임 없이 인정할 것은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만약 2002년 한일 월드컵이 2016년에 열렸다면 자신이 아니라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국회의원이 됐을 거라 하더군요.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 9일 저 유명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있었죠. 당시 이 9단이 알파고에게 1승을 거두면서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이것이 새누리당이 조 국수를 영입한 계기가 됐습니다. 바둑 애호가인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권유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에는 허 전 감독도 신청을 했었지요. 만약 그 해에 월드컵이 열리고,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했다면 그 인기 덕에 자신 대신 허 전 감독이 됐을 거란 뜻입니다. 첫 인터뷰(2017년 6월)는 그가 의원이 된지 1년 정도가 지난 후였습니다. 그 1년 동안 새누리당에서는 20대 총선 막장공천, 최순실 정유라 사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등 엄청난 일이 벌어졌지요. 그 스스로도 “10년 동안 겪을 일이 1년 사이에 벌어지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여당에서 시작해 대통령 탄핵을 겪고, 정권을 빼앗기고, 당명도 자유한국당으로 바뀌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는 등 당이 난리였으니까요. 그는 개별 정치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지적을 하거나, 특정인을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둑으로 치면 겨우 죽고 사는 것과 간단한 정석을 아는 정도일 뿐”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 고수들이 왜…”라며 요즘 표현으로 묵직하게 ‘뼈 때리는’ 지적을 하더군요.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변화를 하면 살 수 있는데 살길은 안 찾고 내부에서 서로 싸우기만 하는 당 인사들에게 일침을 가한 거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끌고는 가야하지만 내세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열성 지지층의 자제를 당부했고, 핵심 친박 인사들에 대해서도 이제는 자신들이 손해라고 생각해도 희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명진 비대위에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성과를 자화자찬했지만 그는 “미흡했다”고 잘라 말했지요. 이후 지금까지 세 번의 비대위가 더 들어선걸 보면 정치 고수들보다 그의 눈이 더 정확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한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는 그런 뜻입니다. 그는 당시 취임한 지 한달도 채 안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조이구승자 필다패(躁而求勝者 必多敗)’란 바둑 10훈 중 하나를 들며 조언했습니다. ‘조급하게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인데 “국정을 급하게 하지 말고 속도를 지키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세월이 흘렀고,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도 1년 남짓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벌어진 검찰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부동산 정책 실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 등 숱하게 벌어진 일들의 진행과정과 속도를 보면서 4년 전 그의 말이 왜 서늘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사족일 수는 있습니다만 그가 문 대통령에게 ‘조이구승자 필다패’를 조언했을 때 “정작 당신은 현역 프로기사 시절 행마가 아주 빨라서 별명이 ‘제비’아니었느냐”고 반문했지요. 빠르지만 이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는데 이렇게 답하더군요. “빨랐다. 그래서 창호(이창호 9단)에게 잡혔다”고요.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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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대생 군대 보내 ‘이남자’ 표 얻겠다니… 정치 참 단편적으로 해”[이진구 기자의 對話]

    《청년 정치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아직 미숙하지 않을까’라는 주변의 시선이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 후 정치권에서 이탈한 20대 남자들 마음을 돌리겠다고 군 가산점을 부활하고, 여자도 군대 보내겠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미숙함은 나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25)은 “우리가 진 것은 무능과 위선 때문이지 여자들 군대 안 보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여당 최연소 최고위원에 임명된 그는 지난달 초 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물러났다.》―군 가산점을 부활해주면 20대 남자들이 돌아오나. “청년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완전 대찬성이다. 그런데 왜 20대 남성의 마음을 잡는 것에만 집중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비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돌아섰기 때문에 진 것 아닌가. 우리가 진 건 무능하고, 위선적이고, 오만했기 때문이지 여성들을 군대 안 보내서가 아니다. 더군다나 군 가산점은 이미 20여 년 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사회적 합의가 끝난 문제를 왜 다시 끄집어내는지…. 청년들이 민주당에 원하는 게 정말 여성들 군대 보내는 거라 생각하는 걸까? 당장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려서 마치 민주당이 20대 남성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닌가 싶은데… 해법이 너무 얄팍하다.” ―선거 몇 달 전(지난해 10월)에도 당에서 BTS 병역면제 주장이 나왔다. “본인들은 간다는데 왜 정치권이 부담을 주는 건지…. 병역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아주 뿌리 깊은 틀을 이루고 있다. 수백 번의 국민 토론을 거치고 합의를 해도 엄청난 갈등이 생기는 사안이다. 그런 문제를, 본의는 아니더라도 잘나가는 연예인 빼주자는 것처럼 보이게 건드리면 안 되지 않을까? 접근법이 좀….” (순수예술 분야와의 형평성 차원이라 했지만 정치적 계산도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BTS가 군대 안 가면 당 지지율이 올라가나. 그리고 그걸 청년 문제로 보는 시각이 (당내에) 있는데 그 자체가 정말 청년을 모른다는 방증이다. BTS가 청년 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나. 잘살고 있는데…. BTS 군 문제를 언급하면 마치 청년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걸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지난해 BTS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는 BTS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작 가장 입대가 가까운 BTS의 진은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 패배 후 ‘역사 공부 더 한다고 민주당 찍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이번 선거 캠페인 중에 ‘우리는 다시 독재정권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있었다. 그걸 보고 굉장히 올드(old)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재정권이 나쁘다는 걸 누가 모르나? 청년들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의식이 있다. 그런데 당에는 20대 유권자들은 역사를 잘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너희들은 독재정권을 경험해 보지 못했잖아. 역사를 안다면 우리를 찍어야 해. 왜냐하면 쟤들은 나쁜 놈들이니까.’ 이런 생각이 굉장히 뿌리 깊다. 20, 30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안 찍는 걸 우리가 잘못해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젊은층들이 아직 뭘 잘 몰라서’라고 여기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역사적인 경험을 가르치고, 주입시키려 한다.” ―지도부에서 얘기를 좀 하지 그랬나. “했다. 청년들이 역사를 몰라서 민주당을 안 찍는 게 아니고 정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투표한다고…. 왜 청년들의 투표를 미성숙한 시민들의 미성숙한 행위로 여기는지 답답하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우리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치를 보여 달라는 거다. 그러지 못해서 졌는데 해법이 군 가산점 주고, 여자들 군대 보내자니…. 이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해야 할 정치인가? 청년들은 이미 충분한 기준을 갖고 투표를 한다. 그 심판을 받아들여야지 왜 ‘얘들이 뭘 잘 몰라서 그래,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래, 보수화돼서 그래’ 이런 식으로 자꾸 호도하는지….” ―올 초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처지에서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민주당 소속으로 이런 말 하는 게 부끄럽지만…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이 자꾸 자문을 하게 몰아간다. ‘내가 많이 예민했나?’ ‘피해 사실을 밝힌 게 잘못한 건가?’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게 만든다.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이런 말들이 따라오는 사회는 잘못된 거다. 그래서 장 의원이 잘못한 게 아니고, 또 당신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은 갔었나. 민주당에서는 많이 갔는데.) “그때는 내가 최고위원이 되기 전에 당 청년 대변인을 할 때였는데…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했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SNS에 추모 글은 올렸지만….” (추모 글은 올렸는데 조문은 안 갔다?) “박 전 시장이 생전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추모 글을 올렸는데… 조문까지는 못 가겠더라.” ―당내에 개혁을 더 강하게 하지 않아 선거에서 졌다는 사람들이 있다. “왜 졌는지 정말 진지하게 성찰했다면… 우리가 개혁을 덜해서 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삶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심판을 받은 것 아닌가. 그동안 해온 개혁을 잘 매듭지을 필요는 있지만 더 강한 개혁을 외치는 건 이번 선거 결과를 완전히 오독하는 거다.” (하지만 반성 입장을 냈던 초선 5명은 강성 지지층의 극심한 공격을 받았고, 장경태 의원은 결국 사과했다.) “그분들이 당이 망하라고 고사를 지낸 것도 아닌데… 의도가 있다, 생각이 다르면 나가라,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문제가 있다. 모두가 내가 가는 길로만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받고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는데 당신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건드렸다. “추 전 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지도부에서 너무 사법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추 장관)가 전화한 게 아니라 보좌관이 한 거라 문제없다는 식으로 엄호했으니까. 그래서 최고위원회의에서 ‘평범한 청년들에게는 보좌관이 없다’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얘기했다. 나름대로는 진영 논리로 싸우는 게 너무 심화돼 있어 우리가 유턴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에서 했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는데.) “그냥 심호흡 한 번 하고 했다.”※그는 지난해 11월 추 전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에 반대해 친문 지지층의 소위 ‘조리돌림’ 대상이 됐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어리다고 다 용서가 안 되니까 나대지 말라’ ‘24살 그냥 웃지요’ ‘이낙연 라인 잘 타서 최고위원 타이틀 거저 얻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청년들은 아직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인데…. 그런데 그런 기준을 다 채울 수 있는 사람이나 계층, 연령은 또 어디에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기성 정치인들이라고 다 충족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유독 청년들이 제대로 못하거나 실수했을 때는 ‘역시 젊으니까 미숙해서…’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운다. ‘청년들이 왜 정치를 해야 해’라는 질문 속에 이미 ‘아직 미숙하고 부족한 청년들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왜 청년들은 그걸 매번 증명해 내야 하는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나이 든 정치인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좀 다른 얘기인데, 인터뷰를 꽤 했는데 의외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안 부르던데… 부를 만도 한데 왜 안 불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당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당을 막 옹호하고 강변하고 이러지는 않았으니까 (뉴스공장과)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하하."박성민의 말·말·말△“평범한 청년들에겐 보좌관이 없다.”(아들 휴가 의혹에 추미애 전 장관이 보좌관에게 부대 장교 전화번호를 전달한 건 보좌관에 대한 지시가 아니라고 하자)△“본인들이 간다는데 왜 정치인들이 나서나.”(여당 내 BTS 병역특례 주장에 대해)△“단언컨대 ‘원래 민주당 편’이었던 계층은 없다. 환상에서 깨야.”(재·보궐선거 직후)△“역사 더 공부해도 민주당 찍지 않아.”(역사를 알면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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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정부는 전체 국민 백신접종률을 발표하지 않을까[이진구기자의 대화, 그 후- ‘못다한 이야기’]

    7일자 ‘대화’의 주인공은 최은화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된데다, 접종 기피자도 상당수여서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난 뒤 한 예방의학 전문의가 정부가 발표하는 백신 접종률이 국민들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전체 국민대비 접종률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접종대상자에 대한 접종률만 발표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백신 접종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질병관리청은 매일 백신예방접종 현황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전체 국민 중에 몇 %가 맞았냐는 수치는 없습니다. 대신 1분기 대상자 중 몇 %, 2분기 대상자 중 몇 %가 맞았다는 수치만 있지요. 그동안 전체 국민 접종률이 1%대다, 2%대다 하고 나온 건 뭐냐고요? 이 수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게 아닙니다. 언론이 임의로 현재 인구로 계산하거나,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운영하는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자료를 인용한거죠. 그래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20일 기준 누적 접종자 163만9490명을 올 3월 주민등록인구 5170만5905명으로 대비하면 전체 국민 접종률은 3.17%입니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는 집단 면약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통계는 전체 국민 대비 접종자죠. 1분기 접종률, 2분기 접종률, 병원 종사자 중 접종률 이런 것은 공무원들이 행정을 할 때 필요한 자료입니다. 이해가 안 가서 관계 기관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현재 전체 국민에 대한 접종이 아니라 접종 대상자들에 대한 접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접종은 고위험군, 병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 코로나 1차 대응 요원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접종률만 집계하지 전체 국민 대비 접종률은 안 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극히 행정적인 일처리죠. 이게 당연한 걸까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접종률은 20일 현재 89.4%입니다. 대상자 87만8181명 중 78만5011명이 맞았기 때문이죠. 이걸 ‘접종률 1’이라고 표기하더군요. ‘접종률 2’도 있습니다. 대상자 중 접종동의자 81만6241명의 접종률이지요. 96.2%까지 올라갑니다. 코로나가 접종비동의자들을 피해가나요? 물론 이런 현황도 행정부처가 일을 하기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일이 얼마나 진행이 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인 전체 국민 대비 접종률은 내지 않으면서 단기 진행과정만 파악한다는 건 뭔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지금까지 나온 전체 국민 접종률이 정부가 낸 게 아니었느냐?”며 깜짝 놀라 반문하더군요. 이 때문에 불필요한 해석도 나돌고 있습니다. 자랑할 게 K방역뿐인데 국민 접종률이 너무 낮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한다는 해석도 있고, 또 얼마 전 끝난 4·7 재보궐 선거에 악영향을 줄까봐서라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은 접종률이 너무 낮아 굳이 통계를 낼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얼핏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접종률 현황이 높으면 내고, 낮으면 안내도 되는 것은 아니지요. 연말까지 집단 면역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 일년 내내 전체 국민 접종률 통계를 안 내도 되는 걸까요. 원래 안 내는 것이라 100%를 달성해도 집계하지 않는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군요. 공급이 수월해져서 전체 국민 접종률이 하루가 다르게 40%, 50%, 60%로 올라가면 ‘집단 면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게 뻔하니까요. 벌써 1년이 넘게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고 얼마나 더 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방역의 고삐를 풀고, 악화되면 다시 죄는 일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지쳐있다는 반증이겠지요.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핑계를 댈 거리가 있으면 기대서 느슨해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실제 전 국민 접종률은 한 자리 숫자인데 정부가 이건 말하지 않고, ‘대상 목표 대비 80~90%를 접종했다’고만 발표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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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바뀐 세상 모르고 예전 방식만 찾는 사람들은 빨리 집에 가야…”

    《재·보궐선거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정치가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두 거대 정당의 다음 먹잇감이 대선으로 바뀐 것 외에는. 국민 입장에서는 이전투구만 일삼는 기성 정치판이 못마땅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는 게 사실이다. 최근 ‘리셋(reset), 대한민국’을 출간한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의 발목을 잡는 과거의 정치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찾으려는 작은 시도”라고 말했다. 18, 19,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당 해체’를 주장하며 지난해 총선에 불출마했다.》 ―정치판을 떠났는데 왜 그런 고민을 하는 건가. “과거에 파묻혀 서로 이전투구하는 정치로는 우리의 미래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 때문에 국민이 만성적인 고통을 받는 나라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실 정치인은 아니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시민 각자가 져야 할 일정 부분의 공적 책무도 있다고 생각하고….” (찾았나?) “나름대로는… 정치와 행정이 혁신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우리가 환경변화를 더 빠르게 수용해서 이들을 끌고 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을 말하나? 국민이 그런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은데…. “구성원들에게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정신적 여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여유가 없거나, 있어도 내 문제라는 생각을 못하기 때문에 무관심해지기 쉬운 점은 있다.” (대신 그런 고민을 하라고 정치인들이 있는 건데 당신은 기성 정치판을 못 견디고 나오지 않았나.) “음… 현역 정치인으로 남는 게 더 추가적인 효용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에 같은 노력을 했을 때 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뜻은 좋은데 현실은 문빠, 태극기 부대 등 극단주의자들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침묵하는 다수가 깨어나서 극단주의자, 분열주의자들을 몰아내야 한다. 그런 힘을 한번 모아보자는 것도 책을 만든 이유 중 하나고. 바른정당 창당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기존 힘은 너무 강하고, 새로운 힘은 미약해서 넘어서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치 혐오증에 빠져 정치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바뀔 거라 믿고, 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정치 혐오증은 당신이 더 강한 것 같은데.) “하하하, 과거의 정치를 놔두면 공동체의 불행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함께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수의 사람만이 정치인이 되는 것보다 더 많은 시민들의 폭넓은 정치 참여가 이뤄져 시민과 정치인의 경계가 흐려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교과서적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시민’이 돼 스스로 정치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 기본소득 논쟁을 벌였는데… 상대와 주제가 모두 대선과 관계가 있다보니 ‘혹시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건 아니고…. 작년 하반기부터 ‘기본모임’이라는 연구모임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정당이 해야 할 일인데 보수정당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다가올 현실이 위중한데 아무 대책 없이 무방비로 있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보수 정당이 쓸 수 있을 정도의 정리된 기본소득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그런데 왜 이 지사와 논쟁을 한 건가. “이 지사가 단기 목표로 제시한 1인당 연 50만 원이면 월 4만 원, 중기 목표인 연 100만 원이면 월 8만 원 정도인데 이걸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건 유권자 기만행위다. 우리가 제시한 1인당 월 30만 원 지급을 위해서는 180조 원 이상이 필요한데 이 재원을 만들어내는 것은 나라를 새로 만드는 것에 준할 정도로 크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월 4만 원 정도로 시작하는 건 지금도 이리저리 빼서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시행한 세계 최초의 국가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남기고 싶어서 기본소득이 아닌 것을 무리하게 이름 붙인 것 같아서….” (그래서 화장품 샘플을 주면서 화장품 주는 척한다고 꼬집은 건가? 이 지사가 뭐라고 반박하던가.) “1000억대 자산가라 서민의 어려움을 잘 모른다고…. 4인 가구에 연 400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 줄 아냐고 하더라. 논리적인 반론을 듣고 싶었는데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월 4만∼8만 원은 1000억대 자산가로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아오신 김세연 의원께는 화장품 샘플 정도의 푼돈이겠지만 먹을 것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저축은커녕 빚에 쪼들리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만∼400만 원은 엄청난 거금”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853억 원을 재산 신고했다. ―국민의힘은 기본소득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지난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에 정강정책에 넣기는 했는데 실제로는 주요 정치인 중 한두 명을 제외하면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시간문제일 뿐 인간이 기계의 업무를 보조하든가, 더 이상 노동할 필요가 없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닥칠 생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비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를 꼭 기본소득으로 풀어야 하나.) “민주당처럼 공공분야에서 불필요한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이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니라고 한다면 보수 정당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론적이고 상투적인 말밖에 못 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요즘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분야는 대거 채용하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고용을 줄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환경변화에 맞게 스스로를 업데이트 하지 않고 자신들이 젊었을 시절 이야기를 지금도 계속하면 안 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돼도 이제는 고용이 늘기 어렵다. 무지하거나, 나태하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일자리 증발 시대에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불가피할 것 같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했고, 스위스는 2016년 월 300만 원의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서 부결시켰다.) “그 나라들은 연금·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데다 우리처럼 인구가 급감하지 않고 있다. 나라마다 처한 여건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 현실에 맞게 공적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국민의 삶에 짐이 되는 방만한 행정부를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계기를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기성세대가 자신이 젊었을 때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미래세대에 못할 짓을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예를 들어 연금개혁도… 기성세대가 젊을 때는 인구도 늘고, 취직도 잘될 때라 연금에 대한 고민이 덜했다. 더군다나 지금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연령층이 대체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보니 미래 세대가 받게 될 영향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미루는 것 같다. 건강한 공동체라면 다음 세대의 문제를 내 것처럼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기성세대가 ‘세상이 바뀐다고 하던데?’ ‘바뀌나?’ 정도의 인식만 갖고 제대로 된 대비를 안 하면 그 여파는 미래 세대가 전부 뒤집어쓸 수밖에 없지 않나.” (좀 다른 질문인데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를 주장했다.) “나름대로는 보수정당이 바뀐 세상에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당시 청와대가 관심을 보이던가.) “그런 인식이 있었으면 전경련을 통해 K재단, 미르재단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고 역사가 달라졌겠지.” ―그렇게 나라를 바꾸고 싶다면 왜 직접 하지 않나. “왜 여의도 밖에서 떠들기만 하느냐는 건가? 하하하.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치에 몸을 담았지만 내가 갈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지금은 영웅 한 사람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니까 불과 며칠 만에 과거로 돌아가는 걸 보고 있지 않나. 혼자서는 풀 수 없다. 깨어있는 다수의 시민들과 이들의 연대를 기반으로 한 집단이 등장해야 하는데… 10년, 20년이 걸려서라도 되면 정말 다행일 것 같다. 결과와 관계없이 그런 노력을 계속 하려고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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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급하다고 러시아 백신 들여오면… 접종 기피만 더 늘 것”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4차 유행’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백신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고, 이 때문에 정부는 러시아 백신(스푸트니크Ⅴ) 등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접종 기피자도 상당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분기(4∼6월) 접종 대상자 413만5551명 중 접종 동의자는 302만8071명(73.2%·5일 0시 기준)이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안전성 기자회견을 한 최은화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최대한 빨리 접종률을 높여야 하는데 급하다고 러시아 백신을 들여오면 접종 기피자만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안 맞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상당수다. “지금 접종하는 게 대부분 AZ인데 예방 효과는 높지만 새 백신이라 불안감도 있는 것 같다. 65세 이상에 대한 AZ의 접종 효과 논란, AZ 접종자 중 일부가 이상증상을 유튜브 등에 올린 것도 영향을 준 것 같고…. 이틀 정도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는데, 아플 때 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나은 뒤 괜찮아졌다고 올리는 사람은 적다. 이상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일반 국민은 잘 몰라 그렇다 해도 의료인들 중에도 안 맞겠다는 사람이 있다. “소수지만 백신을 아주 잘 아는 전문가 중에서도 접종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효과는 신뢰하지만 장기적으로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을 갖는 건데, 코로나에 걸려도 사망률이 낮은 젊은 분들 중에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AZ를 피하면 다른 백신을 맞을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도 이유인 것 같고….”※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분기(1∼3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접종 대상자 41만723명 중 접종 동의자는 36만6760명(89.2%·5일 0시 기준)이다. ―감염은 물론이고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기 위해서도 맞는 것으로 아는데…. “백신 접종 초기 단계에서는 두 가지 확실한 목표가 있다. 고위험군 사망률을 낮추는 것과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할 의료 인프라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코로나가 집단 발생하면 기능이 마비되니까. 의료인 접종은 개인 차원을 넘어 병원과 자신의 가정,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일부에서 고위험군만 선택적으로 접종하자는 주장을 하는데 고위험군만 접종하면 소용이 없고 모두가 맞아야만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게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확산되는 걸 피하기 어렵다.”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을 맞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한데, 접종이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사회가 풀릴 수밖에 없다. ‘면역력이 생기고 있으니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어느 정도 풀자’는 요구가 나오게 되니까. 그러다 보면 집단면역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는데 이동과 접촉이 늘면서 다시 확산되는 거지. 변이 바이러스도 재확산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또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 봉쇄를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그런 무한반복을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을까. 백신으로 중증감염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은 마련됐으니 코로나로 인한 위험과 의료 부담을 어느 정도는 수용하면서 점차 정상적인 사회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 (당신만의 생각인가.)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본다. 하지만 수많은 비난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말을 꺼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먼저 말을 해야 준비할 것 아닌가. “장기적인 방향은 맞으니 시기를 잘 선택해 합리적인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곤란한가?)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데 방역에 혼란을 주면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능한 한 빨리 고위험군 접종을 완료하고, 4차 유행을 차단하는 게 급하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말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 질병관리청에서 연 어린이날 특집 브리핑에서 ‘코로나는 없어질 수 있을까요’란 질문이 있었는데 굉장히 고민했다. 처음에는 ‘코로나는 언제든지 없앨 수 있다’고 답하려 했으니까.” ―좀 전에 코로나와 함께 살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차원이었는데…. 또 당시는 대구 확산 사태도 지나고 신규 확진자 수가 굉장히 적을 때여서 더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해 확진자 0명으로 가자는 걸 목표로 할 때라…. 고민하다 막판에 답을 바꿨다. ‘우리와 계속 같이 살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너무 위험하니 최선을 다해 줄이도록 하자’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놀라지 않던가?) “하하하. 그렇지는 않았고…. 나중에 정 청장이 한 교육자의 기사를 전달해 줬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현실감 없고, 동화 같은 메시지만 주는데 그 답변 때문에 많은 우려가 해소됐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린이 특집 브리핑이 열린 지난해 4월 29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9명(해외 유입 5명, 국내 발생 4명)이었다. ―최근 AZ의 혈액응고(혈전)장애 논란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했다. “그때까지는 AZ 접종 후 혈전 생성 사례가 많다고 보도됐는데 혈전은 일상생활에서도 드물지 않게 생긴다. 만약 AZ 때문에 진짜 일반적인 혈전 생성의 위험이 증가한다면 접종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 영국의약품규제청(MHRA)의 ‘AZ 백신 접종 후 보고된 혈액응고장애 분석 보고서’와 함께 관련 기자회견 질문과 답변까지 여러 차례 검토했다. 그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문제 삼는 부분이 뭔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처음에 알려진 것과 달랐나. “우리가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혈액 순환이 안돼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다. 혈전은 드물지 않다. 그런데 AZ 임상시험에서 이런 일반적인 혈전의 발생 빈도는 접종을 받은 쪽과 아닌 쪽에서 차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AZ를 맞았는데, 매년 보고되는 평균보다 혈전 생성 빈도가 더 낮다. 백신이 원인이라면 당연히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럼 뭐가 문제였던 건가.) “너무 전문 분야라 잘 설명될지 모르겠는데, 혈전 중에 일반적인 경우 말고 아주 특이한 두 가지 혈액응고장애가 있다.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와 뇌정맥동혈전증이라는 건데 유럽에서 AZ가 문제가 된 건 이 둘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 일반적인 혈전 때문이 아니었다. 기자들의 질문도 이 두 가지에만 국한됐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혈전과 구별 없이 알려졌다.” (두 가지 다 AZ가 원인인가.) “아직은 알 수 없다. 단지 영국과 유럽에서 AZ가 2000만 건 이상 접종됐는데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는 7건, 뇌정맥동혈전증은 18건(3월 16일 기준)이 보고됐다. 100만 명당 1명 내외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질병인데 평상시 예측되는 수준보다 AZ 접종 후 좀 더 많이 보고돼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조사가 필요한데 왜 맞는 게 낫다는 건가. “위험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았고, 또 이론적으로 100만 명 중 1명에게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중증감염과 사망에 대한 예방 효과가 70∼80%에 달하는 백신을 중단하는 게 과연 맞을까? 지금 코로나에 걸린 80세 이상은 5분의 1이 사망했다. 이 증명된 치사율을 예방할 확률이 이렇게 높은데….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어렵다 보니 정확하게 잘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기자회견 후에는 대부분의 뉴스에서 ‘혈전과 상관없음’이라고 뭉뚱그려 나오더라. 두 가지 희귀질환은 숨은 거지….” ―정부가 러시아 등 다른 백신 도입도 검토한다고 하는데…. “최근 AZ 논란을 통해 경험한 바로는, 러시아나 중국 백신을 들여오면 안 될 것 같다.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데 러시아, 중국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전체 접종률을 낮춰버리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많이 가져온들 무슨 도움이 되겠나. AZ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러시아, 중국산 백신을 맞을 사람이 있을까?”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코로나19, 결핵 등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지정 및 취소, 퇴치 계획, 국가 백신 수급 관리 등을 심의하는 전문 기구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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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복동 할머니 영정에 일본 왕실 꽃을 헌화하니…” [이진구 기자의 대화]

    지난달 1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인 정복수 할머니(99)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할머니가 머물던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인근 장례식장에서 치러졌고, 늘 그렇듯 조문객들은 국화로 장식된 영정 앞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잘못된 우리 장례문화 개선운동을 펼치고 있는 송길원 목사(63·청란교회)는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에게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꽃으로 헌화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렇게 의미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치르는 장례 문화가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장례식에서 늘 보는 국화가 일본 왕실 상징이란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군의 만행을 겪은 할머니들의 마지막 길을 국화로 장식하고 헌화하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 2019년 1월 세상을 떠난 김복동 할머니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찾아 국화로 헌화를 했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몰라서 그런 거지만 할머니들이 하늘에서 어떤 기분이실지…. 독립군 빈소도 국화로 치장하고 헌화하고 있으니….” (독립군 빈소도?) “2019년 돌아가신 마지막 광복군으로 불린 김우전 전 광복회장 장례도 마찬가지였다. 무궁화로 헌화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고인에 대한 모독은 아닐지….”※김 전 광복회장은 일제에 징집됐다가 탈출해 광복군에 입대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를 지냈고, 광복회장 재직 시 받은 월급 전액과 본인의 독립운동 연금을 모아 독립유공자 손·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생각할수록 부끄러운데… 관계 기관에 개선을 요구하지는 않았나. “장례문화라는 게 국가가 강제해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지금 인터뷰처럼 자꾸 알려서 국민들 생각이 바뀌는 수밖에는 없지 않을까. (장례식의 국화 헌화 관습은 어떻게 생긴 건가.) ”해방 이후 부산에서 시작된 걸로 알려졌는데 아무래도 일본과 가깝다보니 그런 것 같다. 일본의 국화 사랑이 유별난데 신사는 물론이고 군함에도 장식할 정도다. 그걸 우리 장례업자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들여와 자꾸 확대시킨 것 같다. 우리 전통 제사에는 꽃으로 치장하고 헌화하는 문화가 없다. 정작 일본은 작은 장례식으로 변하고 있는데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는 우리는 조선총독부가 만든 의례준칙을 왜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 ―조선총독부 의례준칙이라니? ”1934년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지배를 위해 만든 조선 의례 간소화 정책이다. 우리 전통 상복인 굴건 대신 두루마기에 두건을 입게 하고, 양복을 입을 때는 왼팔에 완장을 차게 했다. 완장의 검은 줄은 상주, 가족, 문상객을 구분하기 위해 수를 달리 했는데 탄압을 위한 감시수단으로 작동했다. 당시 장례는 온 마을의 행사였고, 각지의 친인척과 지인들이 참석하다보니 정보 교환 장소로도 이용됐기 때문이다. 잘못된 장례문화가 이 뿐만이 아니다. 고인을 죄인으로 만드는 건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조선총독부 의례준칙은 표면적으로는 의례개선을 내세웠지만 실제는 조선의 전통 의례를 해체함으로써 민족의 정체성과 긍지를 파괴하는 민족말살정책이었다. 이 총독부 의례준칙이 광복 후 ‘가정의례준칙’으로 이어지면서 현재의 장례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고인을 죄인으로 만든다는 게 무슨 말인가. ”고인이 입는 옷은 수의(壽衣)다. 전통적으로 비단이나 벼슬을 한 사람은 관복을 입히기도 했는데 고인에 대한 존중, 최고의 예우의 의미를 담았다. 유족이 입는 옷이 상복(喪服)인데 죄인들이 입던 삼베로 만들었다. 부모를 제대로 섬기지 못한 죄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고인에게 삼베옷을 입히고 자식들은 양복을 입는다. 완전히 거꾸로 된 것 아닌가? 더욱이 ‘마지막 며칠, 효도해야하지 않겠습니까’란 장의업자들 마케팅에 놀아나 수백만 원짜리 삼베옷을 입히는데 실제 원가는 몇 만원 밖에 안하는데다 대부분 중국산이다. 화장률이 90%가 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2, 3일 후에 태워질 옷이다. 이런 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가 코미디일까.“―장례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내 분야가 가정 사역인데 가정 문제 중 장례 때문에 가장 많이 싸우더라. 안 싸우는 가정이 없다. 조의금 갈등, 재산 분배 등 돈 문제로…. 돈이 많은 집은 더 하다. 형제자매끼리 원수가 되고 신앙도 잃는다. 그런걸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죽음의 문제가 나한테는 중요한 사안이 됐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많이 아프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무리 돌아가신 후라도 모르는 외간 남자가 어머니 몸을 구석구석 닦으면 아주 불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솔직히 자신이 없더라. 몸에서 분명히 뭐도 나올 것이고, 그 비위를 견딜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하… 내가 목사가 맞나 싶었다. 그때 어머니 시신을 비위 상하지 않고 씻기고 염습하고 마무리 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나를 목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염습을 해야 하는 지 이리저리 묻고 배우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안 해도 되게 됐다.“―안 해도 되다니? ”방역법상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하면 염습하지 않고 바로 화장해야 한다. 감염 우려가 있으니까. 그걸 보고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신을 간단하게 씻기는 것은 필요하지만 흔히 하는 것처럼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과하게 할 필요는 없겠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물었다. 옛날에는 왜 했냐고.“ (어머니가 어떻게 아시나?) ”우리 어머니가 속된 말로 ‘염습쟁이’였으니까. 어머니가 옛날 동네 교회 권사였는데 우연치 않은 계기로 교인 염습을 대신 했다가 잘한다고 소문이나 굉장히 오랫동안 염습을 했다.“ (뭐라고 하시던가.) ”웃으시면서 ‘아야, 옛날에는 냉장고도 없고 시신이 썩고 물 흘러나오니까 염습을 했는데 요즘은 뭐 땜에 하노’ 이러시더라. 옛날에 시신이 썩는데 방부처리를 할 수 없으니까 코, 입 등 구멍을 다 틀어막았던 거지. 관도 두껍게 하고…. 지금은 그럴 걱정이 없으니까 간단하게 씻기는 정도면 충분하다.“―설명을 들으면 다 이해가 가는데 왜 잘 안 바뀌는 건가.”이런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문상은 늘 가지만 실제로 상주 경험은 많아야 4번, 아니면 한 두 번이니까 학습이 안 되는 것 같다. 바가지를 써도 문상객들 있는데서 싸우기도 그렇고…. 고인은 뒷전이고 잘못된 문화로 비용만 부풀리는 지금의 장례문화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송길원 목사는=청란교회 담임목사. 잘못된 우리 장례문화 개선운동을 펼치고 있고, 경기 양평에 소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위한 무료 장지인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운영하고 있다. 소아암 때문은 아니지만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정인이도 이곳에 잠들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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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했더니, 매년 평가한다고 공문 보내”[이진구 기자의 對話]

    《현 정권의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죽이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수두룩하다. 재지정 평가 불과 넉 달 전에 평가 항목을 신설해 소급 적용한 뒤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고 탈락시킨 것은 약과. 지정취소된 학교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아예 설립 근거인 관련법 시행령을 삭제해 2025년 일괄 폐지토록 했다. 지난달 지정취소 결정 1심에서 승소한 배재고의 고진영 교장은 “4년 후 일괄 폐지되는데 올 1월 서울시교육청이 또 이해할 수 없는 공문을 보냈다.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이해할 수 없는 공문이란 게 뭔가. “알다시피 이미 교육청이 2019년 7월 지정취소해 지금 소송 중이다. 그도 모자라 지난해 2월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삭제해 모든 자사고·외고 등을 2025년 일괄 폐지키로 했다. 그런데 올 1월 11일 매년 학교 운영 성과를 점검하는 자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2025년 전이라도 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민원이 발생하면 특별 점검이나 감사를 실시하고, 중대한 비위가 발견되면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이다.” (4년밖에 안 남았는데 그것도 못 기다리겠다는 건가.) “그 공문을 받고 모든 자사고 교장들이 당혹해했는데… 당시에는 소송이 한창이라 신경을 못 썼다. 매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행정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이겨도 2025년 일반고 전환은 피할 수 없지 않나. “작년 5월에 헌법소원을 냈는데 거기서 이기거나… 아니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어서 시행령을 원위치시키거나….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자사고 죽이기’가 이미 오래된 일이라 지정취소는 예상했을 것 같다. “그래서 교육청 평가를 받으면서 지정취소 후 어떻게 대응할지를 준비했다. 평가계획서를 처음 받았을 때 시뮬레이션해 보니 우리는 물론이고 대상인 13개 자사고 중 아무도 탈락 기준인 70점을 넘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준 점수를 60점에서 70점으로 올렸고, 6개 항목을 신설해 소급 적용했다. 아무리 점수를 후하게 줘도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다.” ―소급 적용은 상식적이지 않은데…. “교육청 평가는 2019년 4, 5월에 진행됐다. 그 평가계획서를 넉 달여 전인 2018년 12월에 알려줬는데 그때 항목을 신설해 2015년부터 소급해 평가한 거다.” (그러면 어떻게 준비하나? 신내림이라도 받아야 하나?) “‘학급당 20만 원 이상의 학급운영비를 확보해야 하는데 2018년도에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회·학교장 간담회도 연 4회 이상 해야 하는데 2015년, 2017년에는 충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항목을 평가 넉 달 전에 만든 거다. 무슨 재주로 미리 준비하나? 더군다나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감점을 3점에서 12점으로 올렸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도 지정취소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교육청은 소급 적용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던가. “소급 적용이 왜 정당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지금까지도 한 적이 없다. 청문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말만 했다.” (명색이 교육자들인데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 “담당자들이 정말 모르겠나.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 못 하는 거지.” ―예상했다면서 왜 지정취소 후 소송을 제기한 건가. “당연히 평가 대상인 13개 자사고가 모여 고민을 했는데… 당시로서는 평가를 거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평가 항목을 갑자기 신설하고 소급 적용하는 게 문제가 안 된다는 건가.) “그건 아닌데… 평가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는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평가를 받으면 탈락이 뻔했지만 현실적으로 지정취소가 된 뒤에 소송을 제기해 이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최종 결과가 나오도록 절차를 빨리 진행한 뒤 결과를 보고 소송하기로 했다.” (살기 위해 빨리 죽어야 했다는 건가.)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셈이다.” ―교육부가 아예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일괄 폐지하기로 했는데…. “그게 참… 몇 년 전만 해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으니 정부가 일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폐지는 안 된다고 했다. 서로 공을 넘긴 거지. 그런데 결과적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까 두 방법 다 썼다.” ※2017년 6월 28일 조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타당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시기 유 장관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합리적이어야 하며,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폐지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평가를 통한 폐지가 왜 부당한가. “이번 판결문에도 나오지만… 5년마다 학교 평가를 하지만 중대한 취소 사유가 없다면 계속 이어지는 게 사회 통념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 중대한 취소 사유를 시행령에 명기했던 거고. 평가에서 지적되는 정도는 개선하면 되는 것 아닌가.”※시행령에서 규정한 지정취소 사유는 △부정한 회계 및 학생 선발 △교육과정 부당 운영 △학교의 신청 등이다. ―몇 년 동안 학교가 부침을 겪었는데 학생들 동요는 없나. “작년 지원율이 1.7 대 1이었는데 올해는 1.41 대 1로 좀 떨어졌다. 꼭 그 문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물론 한 해 경쟁률이 높으면 그 다음 해는 좀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떨어지면 안 되니까.”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수업이 힘들었을 텐데….) “그것 때문에 교육청에서 주의하라는 전화도 받았다.” ―뭘 주의하라고?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4월 중순에 개학했다. 그런데 우리는 4월 초부터 온라인 수업을 했다. 개학을 앞두고 미리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그랬더니 다른 학교는 안 하는데 왜 먼저 하냐고….” (되레 칭찬받아야 할 일 아닌가?) “개학 전 수업이라 어차피 공식 수업일수에는 안 들어간다. 그래도 어떻게든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준비한 건데…. 오히려 다른 학교도 우리처럼 시작할 수 있게 지원하고 독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반대로 우리더러 하지 말라고 하니….” ―앞서 감사 지적 항목의 배점 문제를 지적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3점에서 12점으로 늘렸는데… 교사가 주의(0.5점)를 받으면 지휘선상에 있는 부장 교감 교장까지 곱하기 4를 해 2점을 깎는다. 경고(1점)면 4점. 이게 얼마나 만회하기 힘들 정도로 큰 점수냐면… 여기 평가계획서를 보면 ‘재정 및 시설 여건’이란 항목이 있지 않나. 교육비 적정성에서 한 등급(0.4점)을 올리는 데, 계산해 보니까 2억6000만 원이 들더라. 2점 올리려면 13억 원이 드는데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 감사 지적 항목은 교육감 재량지표다. 솔직히 감사하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12점 깎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가가 부당해도 밖에서는 ‘어떻게 운영했기에 감점을 받아 학교가 지정취소되느냐고 보니까 교장으로서도 치명적이고. 그래서 사실 이번에 승소하고 제일 기뻤던 게… 말은 못 했지만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라는 오명, 누명을 벗게 된 점이다.” ―당신은 자사고 교장이지만… 일반고는 어떻게 살려야 하나. “우리 학교도 일반고 시절에는 다니고 싶지 않은 기피 학교로 인식된 적도 있었고, 자사고 전환 이후에도 2년은 신입생 지원이 미달되기도 했다. 결국 변화의 핵심은 교사에게 있다. 혁신적으로 교육과정을 바꾸고 수시로 변하는 입시제도에 발 빠르게 대처하다 보니 학생들이 호응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학교법인의 재정 지원이 더해졌다. 우리가 할 수 있었다면 다른 학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배재고는…2010년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됐다. 문용린 교육감 시절인 2014년 6월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지만 이후 취임한 조희연 교육감이 재평가를 실시해 지정을 취소했다. 당시에는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아 자사고 지위를 유지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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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만 반려동물 시대…코로나19 수인감염 문제 없습니까? [이진구의 대화]

    지난 1월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되면서 사람에게도 전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시중에는 코로나19를 예방해준다며 반려동물용 방역마스크까지 등장했다. 국내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첫 발견한 조제열(55) 서울대 수의과교수는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겼다는 사례는 없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정말 적은가. “지난 1년 여간 세계적으로 수십 마리의 반려동물 감염 사례가 보고 됐는데, 아직까지 다시 사람에게 전파시킨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기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도 연구논문이 발표됐는데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코로나를 옮긴 것은 보고 된 예도 없고,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현재(2월 26일)까지 4건이 보고 됐는데 고양이 둘, 개 둘이다. 증상도 미약하고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도 아직까지는 없다.” (어떻게 걸린 건가.) “모두 주인에게 옮았다. 첫 번째 사례인 프렌치 불도그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주인이 확진자로 판정돼 검사를 했는데, 양성으로 나왔지만 특별한 감염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치료도 안 했고, 주인 원해서 집으로 데려간 것으로 안다. 다른 반려동물들도 비슷하다.”※국내 반려동물의 코로나19감염 1호는 1월 19일 동물용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키트에서 양성 결과를 보인 5년생 수컷 프렌치 불도그다. 이 동물은 별도기관에서 실시한 두 번의 PCR 결과에서도 모두 양성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OIE는 ‘동물에서의 코로나19감염’이란 자료를 통해 개와 고양이 모두 자연과 실험환경에서 코로나에 감염됐지만 사람에게 전파시킨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고 하는데 4건이면 생각보다 굉장히 적은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전수조사나 검사를 다 해보지 않아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렵다. 사람은 조금이라도 증상을 보이면 스스로 검사를 받고, 확진자와 동선만 겹쳐도 검사를 받도록 하지만 반려동물들은 증상이 거의 없다보니 아직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질병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최대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창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동물용 진단키트를 만든 것도 그런 까닭이다. 정부가 지금은 확진자와 접촉하고 의심증상을 보이는 반려동물만 검사하도록 하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이 좀 진정되면 상황을 봐서 동물까지도 검사를 넓힐 필요가 있다.”※코로나19가 반려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증거가 없어 현재는 반려동물이 코로나에 걸려도 별도 격리보다는 자택격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자택 격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지자체 여건에 따라 위탁보호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비용은 자부담이 원칙이다.―증상이 별로 없거나 경미한 것은 왜 그런 건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동물 몸에 들어갈 때 ACE2라는 수용체에 결합해 들어가는데… 쉽게 말해 사람 쪽 수용체에 더 잘 달라붙게 최적화돼있다. 반면 동물은 같은 ACE2라도 구조가 사람과 조금 달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달라붙기는 하지만 잘 붙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좀 어려운데… 더 쉽게 말하면 사람과 동물 몸에 있는 일종의 찍찍이에 달라붙어 들어가는데 사람 쪽 찍찍이는 잘 붙고, 동물 쪽은 잘 안 달라붙는다는 건가.) “말하자면 그런 거다. 전혀 안 들어가는 건 아니고. 반려동물 중에는 개보다 고양이가 좀 더 잘 붙는다.”※미 CDC는 반려동물의 코로나19감염 증상을 발열, 기침, 호흡곤란, 혼수상태, 재채기, 구토, 콧물, 눈곱, 구토와 설사 등 9가지로 정의했다.―밍크는 왜 집단 감염된 건가. “동물 중에서 밍크의 수용체가 사람과 비슷해서 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달리 밍크는 집단 사육을 하니까 감염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 덴마크 등의 밍크농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덴마크에서는 일부 밍크농장 근로자들이 밍크로 인해 코로나에 감염되자 지난해 11월 자국내 1700만 마리의 밍크 모두를 살처분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반려동물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반려동물용 코로나 방역마스크라는 게 시중에서 개당 5000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글쎄… 동물을 얼굴 모양이 사람과 달라 마스크가 밀착이 되지 않을 텐데…. 그리고 아마 관련 기관에서 동물용 마스크를 허가해준 적이 없을 거다. 동물용 약이나 진단키트 같은 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허가기관인데, 우리가 이번에 검사한 동물용 코로나 진단키트도 전례가 없어 이제 규정을 만들면서 허가를 받고 있으니까. 효과도 알 수 없는 동물용 마스크를 씌우는 것보다는 사람이 마스크를 잘 쓰고, 애견카페같이 밀집된 공간에는 가지 않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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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외교… 있어야 할 건 없고, 없을 건 있어”[이진구 기자의 對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다자외교 무대가 급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방국들에 중국과 러시아에 함께 맞설 것을 촉구했지만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에게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미국과의 신뢰는 금이 갔고, 일본과는 최악이고, 중국과 돈독해진 것도 아니고, 북한에는 끌려다니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영삼(YS)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주미 대사를 지낸 그는 최근 이 같은 고민을 담은 책(‘한국에 외교가 있는가’)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직접 정하신 건가요. “그렇지요. 평생의 마지막 책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외교에 있어야 할 건 없고, 되레 없어야 할 건 있으니까요.”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외교를 인재, 정책, 절차가 없는 3무(無) 외교라고 했는데 우리도 닮은꼴입니다. 외교 부처 간부나 주요국 대사를 선정할 때 전문성과 경험보다 정권의 ‘코드’나 정치적 개인적 인연을 중시해 효과적인 외교에 지장을 주고 있지요.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인 것처럼 출구 없는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 일쑤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언급은 외교적으로 아주 비현실적이고 경우도 없는 거예요.” ※트럼프 정부의 첫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 CEO 출신이다. 공직 경험은 전무했는데 1년여 만에 경질되면서 “이곳(워싱턴)은 매우 비열한 동네”라는 고별사를 했다. ―경우가 없다니요. “외교 관례상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가 훈수와 조율이나 합의 안 된 사안을 먼저 발표하는 서프라이즈(surprise)예요.” (문 대통령의 말이 훈수입니까?) “결국 바이든에게 트럼프 정책을 계속하라는 것 아닙니까? 좀 친해지면 대화 도중에 넌지시 말할 수는 있지만 기자회견에서 상대국 대통령에게 대놓고 말할 성격은 아니지요.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난 건 정상적인 외교 행동이 아니에요. 트럼프니까 한 거지. 그걸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훈수를 한 거죠.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 민주당에서 가장 오래 외교위원장을 한 사람이에요. 북핵은 물론이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트럼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고요. 그런 바이든이 즉흥적으로 김정은을 만날 거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인 생각이지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검증을 거쳤을 텐데 왜 안 걸러졌을까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외교부가 모를 수는 없고… 전문가 검증을 안 거쳤든지, 아니면 했더라도 지적을 안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럴 수도 있습니까?) “문 대통령은 일편단심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이뤄지길 바라는데 아랫사람이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강경화) 장관이 그런 말을 할 스타일도 아니고…. 2001년 3월 김대중(DJ)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잘 안됐습니까?) “자신이 북한 전문가라고 생각한 DJ가 취임 두 달도 채 안 된 부시에게 북한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강의를 했지요. 부시가 굉장히 기분 나빠했는데, 지금도 외교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정상회담의 디재스터(disaster·참사 재앙) 사례로 공부하고 있어요.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한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지요.” ―먼저 하면 안 됩니까. “안 될 건 없지만 전 비정상이라고 보는데… 동맹국인 미국 신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 미국과 긴장 관계인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를 하면 미국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미국이 한국은 중국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어요. 센스 있는 정부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의미를 몰랐을까요?) “몰랐다면 문제가 있는 거고… 의도를 갖고 했다면 더 큰 문제고….” ―미국과의 신뢰 관계가 과거보다 많이 손상됐다고 보시는지요. “제 생각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도 못한 것 같아요. 노 대통령은 말은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세게 했지만 한미동맹을 중시했고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주미 대사 시절 한 미국 당국자가 제게 ‘노 대통령이 말은 과격하지만 행동은 믿을 만하다’고 했지요.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알아들었고…. 지금은 뭐… 말 자체를 안 듣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서로 성향이 다른 것 같은데 노 전 대통령이 왜 주미 대사를 부탁한 겁니까. “2003년 초인데… 노 대통령에게 나는 당신을 찍지도 않았고, 당신의 정책을 다 동의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주미 대사를 하느냐고 반문했지요. 그랬더니… ‘그래서 맡아달라고 하는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이유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자신이 반미가 아니라는 걸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당시 2차 북핵 위기가 터졌는데 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거라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어요. 제가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외무부 장관을 했으니 그 경험을 살려서 막아달라는 거였지요. 노 대통령이 잘못 생각한 거긴 하지만….” (잘못 생각했다니요?) “1차 북핵 위기 때 당시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에게 물어봤는데 (북폭) 계획안 자체는 자기 책상 서랍에 있었지만 그걸 대통령에게 보여준 적도 없고, 내부적으로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터졌다. 1994년 9월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받고, NPT에 복귀하는 제네바 합의로 위기가 해소됐으나 북한은 다시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일본과도 최악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만…. “YS 이후 역대 정권들은 늘 집권 초에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어요. 그러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때문에 나중에는 관계가 안 좋아졌지요. 노 대통령조차도 처음에는 개선해 보려고 했으니까요. DJ 때는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고요. 그런데 문 대통령은 시작부터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깨고 시작해서… 좋아지려고 노력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요.”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때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합의로 발족한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됐다. 사실상 합의 파기로 간주된다. ―전·현 주중 대사인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중국에는 문외한인데 대사직이 그래도 상관없는 자리입니까. “상관이 왜 없습니까? (그 나라) 말도 좀 하고 그래야지…. YS는 대사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점점 더 청와대가 관여하는 것 같아요.” (신임이 두터우셨나 봅니다.) “저를 믿었다기보다는… YS 인사 스타일이 그런 것 같아요.” (진짜 한 명도 관여하지 않았습니까?) “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사람이 세 명 있었는데… 하하하. 한 명은 문제가 있어서 적절치 않다고 했더니 ‘알았다. 없던 걸로 하자’고 해서 안 했어요. 다른 한 명은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보내주지 않았고요. 당시에 외무부는 정말 인사 청탁이 많았어요. 하도 많아 공식적으로 직원들을 모아 놓고 앞으로 인사 청탁 들어오면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했지요. 이후로 많이 줄더군요.” ―무식한 질문인지는 모릅니다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습니까. “10년 전만 해도 내 평생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는 걸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노력은 해야겠지만… 일단은 지금보다 더 만들지 않고 줄여가도록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외교는 트럼프나 북한처럼 해야 된다고도 합니다만….) “당장은 그런 게 속도 시원하고 뭔가 얻는 게 있어 보이지만 정상적인 국가들이 외교를 그렇게 안 하는 이유가 다 있는 거지요. 좀 답답하고 모호해 보여도 서로 예의와 선을 지키는 이유가…. 트럼프나 김정은이나 혹자들은 잘한다고 하는데 지금 결과적으로 된 게 뭐가 있습니까. 뒤에서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비웃음이나 받지.” ―현 정부가 1년여 남았는데 당부하실 말이 있으신지요. “외교는 바둑처럼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일단 저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잘 풀릴 경우와 아닐 경우 모두 대비가 돼있어야지요. 감당할 수 있는지도 잘 따져 봐야 하고…. 북한과의 정상회담도 성과라면… 자기선전에 급급한 대통령이 들어서면 김정은에게 놀아날 가능성만 있다는 교훈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걸 세계에 한번 보여줄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조금 길게, 넓게 보고 일을 했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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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성 원전 방사능 공포는 무식이 빚어낸 참사”[이진구 기자의 대화]

    조금만 이상해 보여도 온갖 괴담이 난무하는 원자력발전소 공포. 최근에는 경주 월성원전 부지에서 배출기준을 무려 18배(71만3000베크렐/L)나 초과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여당 대표까지 문제를 제기한 삼중수소 검출 논란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한 걸까. 최성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최소한의 과학적 사실조차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라고 하니까 뭔가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물질 같은 생각이 드는데.“사실 야단법석을 떨만한 물질이 아닌데…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있고 인공적으로도 만들어진다. 옷은 물론이고 피부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방사선을 낸다. 방사성 물질 중에서도 가장 순한 놈이다. 야광시계의 숫자나 시침, 분침이 빛을 내는 원리가 삼중수소 때문이다.” (야광시계에도 삼중수소가 있다고?) “기체 상태인 삼중수소를 형광물질로 둘러싸면, 삼중수소가 붕괴하면서 나오는 베타선이 형광물질에 흡수돼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시계 한 개에 보통 삼중수소 2억~3억 베크렐(Bq)이 있다. 영화관이나 건물 복도에 붙어 있는 ‘비상구(EXIT)’ 표시도 같은 원리로 빛이 나는데 1개 당 삼중수소 9000억 Bq이 있다. 오늘 커피 마셨나?” (지금도 마시고 있지 않나.) “그 안에 자연 방사능 칼륨40이 들어있는데, 이걸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방사능 농도가 삼중수소 1만3000Bq/L에 해당한다.”※Bq은 1초에 방사선 1개를 방출한다는 방사능 단위다. ―내가 지금 삼중수소 1만3000Bq인 것을 마시고 있다고? “콩은 칼륨이 풍부한 음식물이고 칼륨의 0.012%는 자연방사성 물질인 칼륨40이다. 커피콩도 콩이라 칼륨40이 들어있는데, 섭취했을 때 칼륨40은 삼중수소보다 방사선 피폭효과가 340배나 높다. 칼륨40 1Bq은 삼중수소 340Bq과 같은 피폭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커피가루에는 칼륨40이 1kg당 900Bq 정도 들어 있는데, 이것을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30만 Bq/kg이다. 커피가루 20g으로 만든 진한 에스프레소 원 샷에는 삼중수소 4900Bq에 해당하는 방사능이 들어 있다. 물을 얼마나 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커피전문점 톨 사이즈(355ml)를 가득 채우면 커피의 방사능 농도는 대략 삼중수소 1만3000Bq/L에 해당한다. 국제보건기구(WHO)의 삼중수소 음용수 기준치인 1만 Bq/L보다 30%나 높은 수치다.”―지금껏 커피를 숱하게 마셨는데 괜찮나? “커피 속의 칼륨40 방사능을 아주 순한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해서 숫자가 커 보일뿐이다. 건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자연방사능 수준이다. 지금까지 커피 마셔서 방사능 피폭으로 건강 상했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지 않은가? 그리고 방사능 기준치라는 게 실제 위험성이 나타나는 방사능보다 100분의 1~1000분의 1로 낮게 잡은 값이다. 또 커피를 안 마신다고 칼륨40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음식물에 조금씩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측정한 월성원전 주변지역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8~9Bq/L다. 커피 한잔 속의 방사능 농도보다 1300배 이상 낮은 수치이다. 과연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일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커피도 절대 마시면 안 될 것 같다.”―원전 내 지하배수관로에서 검출된 것을 배출기준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는데. “71만3000Bq/L의 삼중수소가 일시적으로 검출된 곳은 원전 내 터빈건물 지하 배수관로에 고인 물이다. 이것을 배출기준과 비교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원전에서 외부로 물을 배출할 때는 희석해서 내보내고 기준은 리터(L)당 4만 Bq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가는 물 속의 삼중수소 농도는 10~20Bq/L 수준이다. 위험성을 경고하려면 외부로 배출되는 물에서 삼중수소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를 갖고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식이면 왜 원자로 핵연료봉 내의 방사능 수치로 발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배수관에서는 왜 검출된 건가.) “배수관로의 공기 중에 있는 삼중수소가 축적돼 그런 것으로 보인다. 고인 물인데다 물의 양이 적다보니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최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부나 한수원 행태를 보면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방사능은 뻥을 칠 수가 없는 게…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별도로 또 측정을 한다. 민간 환경감시기구에서도 쉽게 측정할 수 있고. 매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원전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방사능 조사를 하고, 그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린다.” (현 정부 들어 다 한통속이 됐는데….) “정말 한 통속이 됐으면 거꾸로 위험하다고 하겠지…. 측정 자체가 거짓일 수는 없다.” (이해가 안가는 게 아무리 원전의 위험성을 공격하고 싶어도 외부 배출량을 갖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환경단체가 언론에 제보해 불거진 걸로 아는데 환경단체가 그 정도도 모르나?) “참 이해가 안가죠? 그런데 그런 일이 한 두 건이 아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고 했는데…. “누가 써줬는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근거도 없는 말을 한 거다. 삼중수소는 자연에 없는 위험한 물질이라고 한 의원도 있으니까. 무식이 빚은 참사지.” (그렇게 무식한 의원이 누구인가?)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다. 탈원전 운동가 출신인데 그런 사람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이니…. 과학자들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너무 쉽게 한다.”―아무리 과학적 설명을 해줘도 너무 어려운 분야라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솔직히 방사능, 방사선, 방사성을 구별도 못한다. “우리 책임이 큰데… 참고로 설명을 하면 불안정한 핵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방사선이다. 방사선을 내는 성질을 방사성이라고 하고. 방사능은 방사선을 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방사능이 높다고 하면 방출하는 방사선이 많다는 거다.” ―논란이 커지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들은 행정·기술 지원만하고 조사는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는데, 원안위가 그런 거 조사하라고 만든 기구 아닌가? “그러니까…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런 문제가 있을 때 책임지고 확인 검증하는 책임이 있는 곳이 원안위다. 그런데 검증을 다른 곳에 맡기다니… 그러면 원안위가 있을 필요가 뭐가 있나. 예전에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어떻게 검증하고 조사해도 환경단체들이 못 믿겠다고 하도 하니까 그런 방식이 도입된 건데…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버린 거지. 더군다나 전문가 추천도 국내 최대 원자력 관련 단체인 원자력학회에는 요청하지 않았다.” (이유가?)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해당사자라고 본 게 아닌가 싶다. 탈핵단체들의 비과학적인 억지 주장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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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세 철학자 “저는 살만한데… 나라가 걱정”[이진구 기자의 對話]

    《17세 때 도산 안창호의 설교를 듣고 뜻을 세웠다. 시인 윤동주와는 어릴 적 친구. 대학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동문수학했고, 교편(중앙고)을 잡는 동안에는 정진석 추기경을 길러냈다. 그리고 평생의 벗인 고 안병욱 교수 곁에 자신이 갈 곳을 마련해 뒀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지만 이 정도 삶이라면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올해 우리 나이로 102세가 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저는 살 만한데… 나라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1920년생이신데 아주 정정하십니다. “그런가요? 건강은 괜찮은데 백 살이 넘으니 별일이 생기기는 하네요.” (별일요?) “지난해 제주도 가려고 김포공항에 갔는데 저만 발권이 안 됐어요. 컴퓨터에 제 나이가 한 살로 떴다더군요. 대한항공만 930번 이상을 탔는데… 컴퓨터가 나이는 100을 빼고 읽나 봐요. 백 살이 넘은 사람이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인지 항공사도 처음 겪었나 봅니다. 하하하. 5년 후에는 초등학교에 갈지도 몰라요.” (명예 교장선생님 같은 걸 하시나요?) “아니요. 3년 전인가? 제 주변에 106세 된 할머니가 계셨는데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가 왔대요. 별일이다 싶어 놔뒀더니 안 보내면 벌금 문다는 통지서가 또 왔답니다. 주민센터에 갔더니 여섯 살인데 손녀를 왜 학교에 안 보내느냐고 해 ‘그게 나’라고 했더니 놀라더래요. 몇 년 후에 저한테도 초등학교 입학하라는 통지서가 오겠지요? 다시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우문(愚問)입니다만 늙는다는 건 어떤 건가요. “글쎄요… 안 늙어봐서…. 저희 때는 60세가 되면 회갑 기념 논문집을 내고, 잔치하고, 소일하다 몇 년 후에 정년퇴직하는 게 보통이었지요. 저도 예순에 같은 행사를 했는데 그 며칠 전만 해도 ‘안녕하십니까’ ‘일찍 나오셨습니다’ 하고 인사하던 후배 교수들이 이제는 ‘건강은 괜찮으신지요’ ‘요새 뭘로 소일하십니까’로 말을 바꾸는 거예요. 나는 늙었다는 생각도 없고, 늙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안 늙을 수도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늙은이로 취급하니까 늙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때 들었지요. 그래서 65세 정년퇴직하는 날 후배들 앞에서 ‘졸업 후에는 사회에 나가 일하는 게 사회적 책무이니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어요. 좀 오기를 부린 거죠. 그래서인지 제 책 중에 비중 있는 건 70대에 나왔어요. 학교에 있을 때가 아니고….” ―60세가 되니 비로소 철이 든 것 같다고도 하셨습니다만…. “정년퇴임 후 외국에서 강연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썼는데 그러다 보니 75세가 됐더라고요. ‘이제는 좀 늙었나?’ 하고 봤는데 여전히 한창 좋은 나이인 것 같았어요. 여든세 살 땐가? 50년 지기인 안병욱 김태길 교수와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인가를 얘기한 적이 있는데… 셋 다 60쯤 되니까 그제야 철이 든 것 같다고 했어요. 철들었다는 게 뭐냐면…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비로소 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를 말하지요.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아요. 노력만 하면 90세까지는 성장할 수 있겠더라고요. 김태길 교수도 우리 나이로 90세까지 살았는데 세상을 떠나기 7, 8개월 전까지 정상적으로 일했거든요. 사과나무를 키우면 열매를 맺을 때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사회에 열매를 주는 때가 60∼90세라고 봐요.” ―힘든 시기는 없으셨습니까. “구십 고개가 힘들었어요. 저와 비슷한 또래들이 대부분 그때를 전후해 세상을 떠났거든요. 살아 있는 친구들도 거동을 잘 못하고…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1920∼2017)는 정신은 좋았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했지요. 강영훈 전 국무총리(1922∼2016)는 몸은 건강했는데 치매로 힘들어했고…. 저도 구십 고개가 되니 확실히 신체적인 면은 내려가더군요. 그런데 희한한 게… 정신은 아니더라고요. 문장력은 50, 60대 때가 좋았지만 역사적인 통찰력과 시야는 지금이 더 넓은 것 같아요.” ―매일 수영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오전 6시∼6시 반 사이에 일어나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 하지만 그 전에는 일주일에 5일 수영을 했어요. 50세 때까지 술, 담배는 안 했는데 지금은 와인이나 맥주만 아주 조금 마시지요. 지금도 몸에 해로운 건 전혀 안 해요. 안병욱 선생이 젊고 건강하게 살려면 공부 여행 연애를 많이 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 맞습니다. 감정이 젊어야 건강한데 연애만큼 감정이 젊어지는 게 또 어디 있습니까. 흐흐흐. 30, 40대보다 70대에 연애할 때가 더 젊어지거든요.” ―실례지만 연애도 많이 하셨습니까? “안 선생이 80대 초반 때였는데… 집 근처 카페 아가씨랑 친하게 지냈어요. 그 아가씨가 안 선생 책도 많이 읽고 친절하게 대했는데 하루는 조용히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했대요. 잔뜩 기대하고 2주 만에 봤는데… 아, 글쎄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더라는 거예요. 그러겠다고는 했는데 커피 맛이 뚝 떨어지더래요.” (주례 부탁을 했다면 20대였을 것 같은데… 괴테입니까?) “나이가 많아도 남녀 간의 감정에는 차이가 없는 거 같아요.”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하하하.” ―98세 때 세금만 3000만 원을 내셨다고요. “그땐 상금 때문에 좀 많았죠. 강연료도 있고… 재작년에는 교회 설교까지 포함해 160회 정도 했으니까요. 항상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책 인세 등이 있어서 좀 많이 내기는 해요. 작년에는 15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번 달 건강보험료가 100만 원이니까… 누군가 잘 쓰겠지요?” (네? 무슨 뜻이신지….) “잘 안 믿어서 말하기 뭐한데… 전 병원을 거의 안 가요. 어쩌다 가면 의사가 언제 건강검진 받았느냐고 묻는데 받아본 적이 없어요. 안 믿기지요?” (네…. 상금은 개인적으로 안 쓰신다고 하던데요.) “내가 번 돈은 쓰지요. 하지만 상금은 내가 번 게 아니라 사회가 맡긴 돈이기 때문에 나를 위해 쓰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자들에게 맡겨서 문화사업이나 사회사업 같은 데 쓰고 있지요.” (외람되지만 너무 훌륭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교수 때 월급이 오르거나 보너스가 나왔다고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지요.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는데 스승이라는 사람이 자기 월급 올랐다고 좋아했으니…. 요즘도 일기를 쓰면서 매일매일 실수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장수하신 분들이 많습니까.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일곱 분이 100세를 넘겼죠. 그런데 공통점이 있어요. 재산이나 명예 같은 데 욕심이 없고, 화를 내거나 남 욕하지 않아요. 감정이 아름다운 분들이라고 할까.” ―선생님 칼럼을 보면 현 정부에 화가 많이 나셨던데요. “하하하. 많이 나지요. 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만이 많은데, 사람이 미운 건 아니고 하는 일이 틀려서….”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때까지는 권력과 힘이 지배했고, 김영삼 대통령부터 법이 지배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법치사회에서 도덕과 윤리로 유지되는 사회로 넘어가야 하는데 현 정부는 권력으로 몰아대고 이끌어가니까… 다시 권력사회로 떨어지고 있어요. 청와대 사람들 얘기 들으면 도덕과 윤리가 없잖아요. 또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가 더 원해야 하는데 그런 건 언급하지 않고 오직 북한 정권하고만 손잡으려고 하니… 나 같은 사람은 나라 걱정이 많지요. 해방 후 김일성하고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가장 먼저 할 일이 뭐냐고 물으니 친일파 숙청, 토지 국유화, 지주 자본가 추방이라 하데요. 지금 여기서도 극렬 좌파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랑잎을 타고 대동강을 건넜다는 그분인가요? “네. 초등학교 선배에 고향도 같고, 집안끼리도 잘 아는 사이죠. 우리 진외가 할머니가 석 달 동안 젖을 먹여 김일성을 키웠어요. 김일성 어머니와 같은 마을 출신인데 비슷한 시기에 두 분 다 친정에서 출산했거든요. 그 할머니 아들들이 공산당 때문에 죽었지요.” ―지난해 ‘국민이 정부를 더 걱정한다’는 칼럼을 쓰신 것도 그런 까닭입니까. “사회가 유지되려면 진실 정의 휴머니즘이 있어야 해요. 이 가치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없어집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이런 가치가 다 사라지고 있어요. 지금 대통령 말을 우리가 못 믿지 않습니까? 지금 여당 대표는 물론이고 그 전 대표는 더 심했고. 정부가 국민을 걱정해줘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나라와 정부를 걱정하게 만드니…. 새해에는 문 대통령이 좀 정직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사람이 아니면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아주 편협한 사고방식도 좀 고쳤으면 하고요.” 그는 종종 모르는 사람에게 “대학 등록금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다. 영문을 몰라 하는 김 교수에게 그들은 “어떤 분이 대신 내주시면서 ‘내가 학생 때 김형석 선생님에게 등록금을 받았는데 졸업 후 갚으러 갔더니 내게 갚지 말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라’고 하셨다”고 했다고 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따른 제자들의 선행이 그도 모르게 30여 년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이런 분의 고언(苦言)은 진심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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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지원금은 피해 큰 업종에 집중돼야…옷 사 입어 되겠나”[이진구 기자의 대화]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무려 14조2000억원. 이 중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졌다면 나머지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기한 내에 안 쓰면 사라지는 돈인데….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빚을 갚거나 미래의 소비를 위해 저축을 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재난지원금은 기한 내에 안 쓰면 없어지는 돈인데 30%정도만 소비로 이어졌다면 나머지 돈은 다 어디로 간 건가. “채무 상환이나 저축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현금으로 지급한 취약 계층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카드 포인트로 줬는데 포인트를 어떻게 저축하나?) “저축이란 말에 오해 소지가 있는데… 경제학적으로 소비가 아닌 모든 행위는 결국 저축이다. 빚을 갚는 것도, 주식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그게 가능하냐면…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더라도 원래 기본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돈이 있지 않나. 그걸 재난지원금으로 쓰고 자기 돈은 남겨 둔거지. 재난지원금으로 쓰고 아낀 돈을 전혀 소비하지 않는다면 소비 효과가 0이 된다. 원래 쓰려던 금액에 더해 재난지원금까지 다 쓰면 소비효과가 100이겠지만 지금은 쓸 곳도 제한적이고 또 활동도 적으니까 그렇게까지 쓰는 건 원래 어렵다고 본다.” ―중산층 이상은 그렇다 쳐도 취약계층은 생활비도 모자랄 텐데 지원금을 남겨뒀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런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제가 설명을 잘 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집은 오늘만 어려운 게 아니라 내일, 일주일 후도 어렵지 않나. 아무리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정말 소득이 긴급재난지원금 밖에 없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오늘 돈 들어왔다고 오늘 다 써버릴 수는 없는 거다. 다음 달에 쓰기 위해 오늘 안 쓰는 것도 저축이다. 그리고 잘 설명이 안 된 부분이 있는데… 어떤 조사도 그렇지만 과소 추정됐을 부분도 다소 있다.” (과소 추정이라니?) “소상공인들은 본인도 지원금을 받지만 재난지원금으로 물건을 산 손님의 돈으로 소득이 발생한다. 이 돈으로 다시 추가 소비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추가소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분석기간을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 후 15주간(8월 2주까지)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그 뒤에 일어나는 소비효과는 다 반영되지 못한 면이 있다.”―아이러니한 게 재난지원금 지급 후 가장 크게 매출이 는 업종이 의류·잡화, 가구 등 다소 급하지 않은 품목들이었다. “의류·잡화는 지급 전 ¤17.8%에서 지급 후에는 11.2%, 가구는 -3.5%에서 19.9%로 가장 많이 매출이 늘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후의 매출액 변화 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부분만 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큰 음식업은 3%, 목욕탕 사우나 등 대면서비스업은 3.6%, 마트 식료품점 등 필수재가 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의류·잡화 등 비교적 소비가 긴급하지 않은 내구재업종이 평균 10.8%로 가장 많이 늘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보편적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보다는 선별 지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는 피해가 큰 업종에 충분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대면 업종은 간접 지원을 하면 감염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가는 걸 꺼려하니까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재난지원금으로 한우를 먹었다고 논란이 있었는데. “사실 일반의 인식과 차이가 있는 게…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효과를 말할 때 지원금 자체를 어디에 썼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재난지원금으로 절약된, 원래 내가 쓰려던 돈의 소비가 어디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음… 내가 늘 동네 슈퍼마켓에서 40만원을 쓰는데 이번 달에는 정부에서 준 재난지원금 40만원으로 썼다면 원래 내가 쓰던 40만원은 남은 거다. 그걸 어디에 썼는지가 진짜 소비 진작 효과다. 그 돈으로 가구를 샀다면 소비 효과가 가구에서 나온 거고, 밥을 사먹으면 음식점에서 나온 거고. 단순히 재난지원금으로 한우를 먹었다고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돈에 꼬리표가 있는 건 아니니까.” (재난지원금 자체를 어디서 썼는지 보다 추가 소비가 어디서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면 처음부터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 게 소비 진작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거기까지는 연구가 아직 안 돼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주소지 광역지자체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했는데 굳이 장소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을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내 경우에는 5인 가족이라 100만원을 받았다. 사용기간이 석 달이니 한달에 33만원 정도인데 그 정도 소비는 살고 있는 세종시의 사용가능 업종에서 원래 하고 있다. 그러면 원래 내 월급으로 하던 소비를 긴급재난지원금 포인트로 대체하고 월급은 남게 된다. 이 때 대체되며 아낀 월급은 지역 제한이 없는 현금이기 때문에 사실상 지역 제한이 제약이 되지 않은 거지. 재난지원금 정도의 소비를 해당 지역에서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지역 제한이 별 의미가 없다. 물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지원금 액수와 사용제한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00만원? 혹시 기부 할 생각은 안 했나.) ”그게… 건사해야할 식구들이 있어서….“―재난지원금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있는데 아예 처음부터 통 크게 왕창 줬으면 어땠을까. ”흥미로운 질문인데 쉽지 않다. 일단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모르니까. 그에 따라 몇 번을 줘야할지 알 수도 없고….“ ―소비 진작이 초기 한 달 동안 반짝 효과 그쳤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효과가 초기 한 달 안에 집중되든 석 달에 걸쳐 분산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초기에 효과가 빨리 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동안 계속 어려웠기 때문에 급하게 지출해야할 돈이 많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 체감적으로도 일단 소득이 좀 회복되면 느낌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늘어난 매출 4조 원 중 지난해 5월 셋째, 넷째 주에 32조2100억원이 집중됐고 6월 둘째 주부터 카드 매출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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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지원금 전 국민보다 선별지급이 낫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진구 기자의 대화]

    정부·여당이 3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논의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5월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모두 14조2000억원.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됐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 걸까.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를 처음으로 분석한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효과는 30%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보다 선별 지급이 낫다”고 말했다.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분석은 어떻게 한 건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전년 동기(작년 5~8월 둘째 주)대비 신용·체크카드 매출액 추이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교분석했다.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업종에서 약 4조원 정도의 매출이 늘었는데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 11조1000억~15조3000억의 26.2~36.1% 정도가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14조2000억원 아닌가?) “같은 기간에 중앙 정부 외에도 지자체에서도 지급한 곳이 있기 때문에 총 규모는 다를 수밖에 없다. 총 지원금에서 매출 파악이 어려운 상품권과 선불카드는 제외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지급된 현금은 일정 부분(69.1%)만 반영했기 때문에 총 지급금과는 차이가 난다. 그래서 중앙정부 재난지원금만을 고려하면 36% 가량, 지자체까지 포함하면 26%정도가 소비 진작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30%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14조2000억원이나 풀었는데 30%(약 4조원) 정도 소비 진작 효과가 났다는 게 효과가 좋았다는 건가 나빴다는 건가. “그게… 30% 효과가 높은 건지, 낮은 건지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아닌, 다른 소비 진작 정책의 결과와 비교해야만 알 수 있다. 다른 소비 진작 정책은 70%효과가 났는데 전 국민긴급재난지원금은 30%라면 효과가 나쁜 거고, 반대로 다른 정책은 10%인데 재난지원금은 30%라면 좋은 거고. 지금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30%의 효과는 나온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 절대 수치만 놓고 판단하기 어려운 게… 수치 자체는 높은 다른 정책에 비해 만약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효과가 더 크다면 이 정책에 대한 판단은 또 다를 수 있다.” (뭔가 굉장히 허무한 느낌인데….) “추후 다른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하겠다.”―당시 보도는 대부분 ‘재난지원금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져’, ‘소비 효과 미미’ 이렇게 났는데… 정정을 요청하지도 않지 않았나. “판단은 보는 쪽이 하는 거니까… 그런데 기자 분들이 전반적인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의미를 잘 이해하고 쓴 것 같던데… 기사에 별 무리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4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나오는데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참고나 기준이 돼야하지 않나.) “참고가 될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매출 감소 피해가 큰 여행업, 음식점 등 대면서비스업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미미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전 가구에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건 피해를 많이 입은 소상공인들에게는 효과가 낮다는 뜻이다. 또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소비 진작 정책은 방역정책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선별지급이 낫다.”―연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국가 정책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걸 맡은 건가. “예비타당성조사처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연구도 있지만 1차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분석은 내가 해보고 싶어서 연구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런 정책을 시행한 게 처음이라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너무 궁금해서….” (아무래도 정부 입장에서는 분석결과가 좋게 나오길 바랐을 것 같은데 부담은 없었나. 재난지원금 지급 기간인 작년 2분기(4~6월) 가계 평균소비성향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떨어졌다는 통계도 있었는데.) “정부에서 어떻게 볼지는 걱정하지 않았고… 내가 부담스러웠던 건 연구가 얼마나 정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확한 사실을 정부와 국민에게 알리는 게 우리 책무니까.”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방향이 컸는데 관련 기관에서 별도의 설명이나 보고를 요청하지는 않았나.“관련 기관이란 게 어디를 말하는 건가?” (청와대나 국회, 기획재정부 같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 아닌가.) “기재부 브리핑룸에서 공식적으로 언론 브리핑은 했지만 사후에 별도의 설명을 요청한 곳은 없었고….”<계속>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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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고 코로나 전담병원 전환했는데… 정부가 지원 약속 잘 지킬지”[이진구 기자의 對話]

    《지난해 12월 중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이 넘게 쏟아지면서 전국이 극심한 병상 부족에 빠졌다. 대기 중 사망자가 속출했지만 전체 병상의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들의 참여는 없었던 상황. 속수무책이던 상황은 민간병원으로는 처음으로 경기 평택 박애병원이 코로나 전담거점병원으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김병근 박애병원장(55)은 “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는 데 5년이나 걸렸다”며 “민간병원들이 흔쾌히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제반 우려를 불식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삼성서울병원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은 안 했습니까. “제가 결정하기 직전에 정부가 도와주겠다고 약속은 했어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삼성서울병원의 손실보상 문제가 해결이 안 됐을 때였지요. 삼성이 법원에서 승소했는데도 정부에서 손실보상금을 안 주고 다시 정산하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으니까요. 지난해 초 코로나 치료에 헌신한 대구동산병원도 어려움을 겪었고요. 의료인들은 이 두 사건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정부가 아쉬울 때 약속은 잘하는데 끝난 뒤에도 잘 지킬지 두려움이 당연히 있지요. 걱정은 됐지만 제가 크리스천이라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때 신앙과 양심상 가만히 있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는 면도 있고, 손해를 보더라도 정부를 믿어보자고 생각해서 결정했습니다. 제가 사기를 좀 당해 봐서 이상한 말이지만 잘 견디기도 하고….” (좀 당해봤다는 게….) “20억 원, 90억 원, 200억 원… 뭐 병원 운영 과정에서 당한 거죠.”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전 100만 원 떼인 것도 죽겠던데.) “하하하, 마음을 비워야죠. 잠 못 자고 괴로워해봐야 저만 손해지 사기 친 사람이 괴로워하겠습니까.” ※2017년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로 병동폐쇄 등을 한 삼성서울병원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병원 측은 소송에 나섰고 지난해 12월 29일에야 607억 원의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손실보상에 불합리한 점이 있습니까. “가장 걱정되는 게 회복기 손실보상이에요.” (회복기란 게….) “코로나 전담병원이 끝나고 일반병원으로 돌아간 뒤 경영이 예전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이지요. 해제됐다고 바로 다음 날부터 환자들이 전처럼 오기는 힘드니까요. 코로나 치료병원이었다는 인식도 일정 기간 꺼리게 할 수 있고요.” (경영 회복 기간을 예측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원래 두 달 해주던 걸 지금은 6개월로 늘렸는데 문제는 6개월 안에도 회복이 안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문했을 때 6개월 안에 회복이 안 되면 석 달씩 끊어서 최대 1년까지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검토 중이라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기간은 그렇다 쳐도 보상액은 충분합니까. “정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만 보상해주는 게 문제지요. 병원 수입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건강보험, 의료급여처럼 심평원을 통해 확인되는 것도 있지만 자동차보험, 산업재해보험, 공상, 비급여 등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아요. 이 부분은 뺀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수입을 기준으로 보상해주는데 우리 병원은 그때랑 비교해서 회복기 6개월간 3분의 2 정도만 보상받더라고요. 저야 최악의 경우도 받아들일 생각이지만 다른 병원도 그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나마 저는 대놓고 물어봐서 이 정도나 알고 있지 같은 처지의 다른 병원들은 물어보지도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정부 쪽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예요.” ―얼마나 많이 바뀌었습니까.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우리 병원 담당 주무관이 한 달 새 세 번째입니다. 열심히 협의해 담당자가 ‘그러면 이렇게 하겠습니다’고 했는데 며칠 후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겠습니다’고 하더군요. 후임자는 듣고 나서 ‘그게 무슨 말이냐, 규정이 이런데’라고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죠. 사무관도 계속 바뀌고…. 2주 정도마다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작년에 대구생활치료센터에 있었는데 그곳도 사무관과 주무관이 2주 단위로 바뀌었습니다. 근무 규정이 그런 것 같더군요.” (이런 얘기 다 해주셔도 됩니까? 저는 너무너무 좋습니다만….) “민감한 부분이고, 누군가에게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또 시원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꼭 알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거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정부 지원 외에 다른 수입은 없는데요. “적자는 안 날 거라 생각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아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고 비용을 청구해 받으려면 짧으면 두세 달, 길면 서너 달 이상 걸립니다. 아직 비용 청구 관련 시스템도 다 정비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년 12월에 선지급금으로 10억 원 정도를 받아서 직원 급여에 썼는데 1월분은 29일에 준대요. 그런데 얼마가 나오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몰라요.” (매달 29일에 주는 방식이 아닙니까?) “정해지지 않았어요. 이번 달 29일도 직원들 월급 줘야 한다, 언제 나오느냐, 급하다고 수시로 묻고 보채니까 알려 준 거죠. 처음에는 1월분 손실보상금이 2월 말이나 3월에 나온다고 했어요. 2월은 언제 얼마가 나올지 몰라요.” ―다른 어려움은 없습니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직원이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부모가 코로나 치료병원에 다녀 감염 우려가 있으니 아이를 보내지 말라고 했답니다. 일반적인 자발적 사직과는 다른 경우인데 형식은 스스로 그만둔 거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고용노동부에서 논의는 해보겠다고 했는데 아직 답이 없어요.” ―의료진 외의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때문에 오신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은 연세도 아주 높고 와상 상태에 기저질환도 많은 고위험군 중환자들이에요. 그래서 치료 외에도 식사, 대소변 받아내기 등 간병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이 워낙 힘들고, 감염 우려도 있다 보니 간병 인력 구하기가 힘듭니다. 다행히 다니는 지구촌 교회에서 30여 분이 도와주고 계셔서 큰 도움이 됐지요.” ―아내가 암 수술을 받았다는데 남들 코로나 치료가 문제가 아니라 옆에서 간병해야 할 때 아닙니까. “작년 10월 중순인가? 중수본에서 11월 1일부터 생활치료센터를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아내 수술이 10월 말인데….” (들어가면 일정 기간 못 나오는데 거절하셨습니까?) “수술 끝나고 4일 더 간병하고 아들에게 맡기고 들어갔지요. 아내가 당신이 가지 않으면 누가 가느냐고 하더군요. 저보다 더 대범한 여인이라…. 하하하. 코로나 전담거점병원은 생활치료센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중증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집에는 오지 말라든지, 아니면 자신이 딴 데 가 있겠다고 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더라고요.” ―2015년 정부가 메르스 종식 후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방역대책은 부실한 것 같습니다. “논어에 ‘곤경을 겪고도 배우지 않는 사람이 가장 아래’라는 말이 있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권한을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일선 현장에서 얼마나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정 청장 정도면 전문 지식도 있고, 관료 경험도 풍부하니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총책임자가 되게 해줘야 하는데…. 이런 말은 5년 전 메르스 때도 나왔어요. 정부가 또 닥칠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국가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만 넘기면 또 잊어버리지 않을지….”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까. “질병청에 대규모 감염병을 어떻게 대비하고 방역대책을 세울지 국가적인 대계를 만들게 해야지요. 기초부터 최고 수준까지 대응 단계와 감염병 전담병원의 지정과 해제 절차, 인력과 장비의 운용, 컨트롤타워의 지휘권은 물론이고 지역과 공항 항만의 봉쇄 여부, 행정과 예산 인사까지 모든 것을 망라한…. 코로나 때 사용한 엄청난 장비와 시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포함해야 하고요. 그런데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만들어도 운용이 제대로 될지 걱정입니다.” (이유가….) “한 달 전만 해도 전담거점병원 전환 과정에서 제가 통화하는 사람이 담당 사무관, 과장, 국장 등 병상확충반 내에 몇 명 안 됐어요. 그 안에서 대부분 잘 해결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손실보상팀, 건강보험수가팀, 심평원 실무자, 검증위원회, 보건소 등 굉장히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돈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오니까 심평원이 자체 심사 기준을 또 적용하고, 실사 나오고, 관련 서식도 만들고… 그런 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또 지연돼요. 우리 같은 병원 하나도 이렇게 복잡해졌는데 국가 전체의 방역 대계를 세운다? 과연 일사불란하게 운용할 수 있을지…. 정권과 무관하게 바뀌지 않고 대비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우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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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현민의 文대통령 의전행사가 보는 내내 불편한 까닭은…”[이진구 기자의 對話]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경기 화성 공공임대아파트 방문을 놓고 ‘쇼통’ 논란이 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빈집 두 채에 4200여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했기 때문. 지난해 6월 국군 유해 송환 공중급유기 행사, 9월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 12월 탄소중립선언 연설 등 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늘 비슷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강래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47)은 “진짜 주인공들을 제치고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만들다 보니 생기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보좌관을 거쳐 이명박(MB) 정부에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핵 안보정상회의 등 국내외 주요 행사를 기획·총괄했다.》 ―대통령이 행사의 진짜 주인공들을 제치고 있다고 했는데…. “6·25전쟁 참전 용사 유해 송환 행사의 주인공은 누가 돼야 할까?” (그야 참전 용사 유해, 유가족 등 아닌가.) “당연하다. 그런데 ‘국민과의 대화’(2019년 11월), 정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 공공임대아파트 방문 등 거의 모든 행사에서 부각된 주인공은 문 대통령이었다. 최고의 의전은 VIP를 띄우는 게 아니라 행사의 진짜 주인공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거다. 대통령을 위한 행사가 되면 대통령 본인은 좋겠지만 진짜 주인공은 소외되고, 참석자는 힘들고, 뉴스를 보는 국민은 불편해진다. 그래서 ‘쇼통’이라고 하는 거다.” ―대통령 행사에 LH처럼 주최 측이 과잉 의전을 하는 경우가 많은가. “2009년 10월 인천대교 개통식 때였는데 환담장과 행사장 사이에 사전 답사 때는 없었던 새 길이 생겼다. 대통령이 조금 돌아가게 된다고 화단 중간을 끊고 길을 만든 거다. 어떤 기관은 대통령이 온다고 건물 내부에 새 페인트칠을 해서 냄새 빼느라 밤새도록 대형 선풍기를 돌린 곳도 있었다.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하는 건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되레 며칠 동안 막사 페인트칠 하고, 풀 뽑느라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논란이 일자 LH는 “임대주택을 입주민이 거주 중인 아파트처럼 가정하고 꾸며서 공개하기로 계획된 행사”라고 밝혔다.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냐면… 실제 주민 중 인테리어에 2000만 원이나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실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아닌가.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은 서민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가는 게 맞다. 그래서 현장에서 사는 데 불편은 없는지,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등을 직접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니까 공공임대아파트로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기획·홍보 차원으로 간 것 아닌가. 그러니 실제 주민들 집을 방문해 어떻게 사는지를 살펴보는 건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또 썰렁한 빈집을 보여주면 유인 효과가 떨어지니까 집당 2000만 원씩 들여 멋지게 인테리어를 한 거고…. 보통 집 전체를 공사하려면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 짧은 시간 내에 하려다 보니 아마 비용도 더 비싸게 줬을 거다. 당연히 공사 소음으로 주민들은 엄청 피해를 입었을 테고.” ※해당 동 주민들은 언론에 “드릴 소리 때문에 새벽 3, 4시부터 거의 못 잤다”고 말했다. 해당 임대주택은 보증금 약 6000만 원에 월세가 19만∼23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주민들이 아니고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변창흠 차기 국토부 장관 후보자여서 이상하기는 했다. “코미디가 따로 없는 거지. 그리고 대통령이 장관들과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눴는데… 주민들을 만났다면 바닥에 앉아 이야기하는 게 정상이다. 사진을 보니 대통령과 일행들이 집 안에 아예 신발을 신고 들어갔더라.” (요새 임대주택은 서양식인 줄 알았다.) “신발을 안 벗었으니 바닥에 앉을 수도 없던 거지. 우리나라에 그런 아파트가 어디 있나. 사실 그런 디테일들은 진짜 전문가라면 담당 의전관의 행사 시나리오에 다 적혀 있다. ‘대통령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이렇게….” (실무진이 그런 디테일을 전혀 몰랐을까.) “몰랐다면 정말 무능한 거고…. 내 생각에는 실무진 회의에서 실제 주민 집을 방문해야 한다,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등 문제점이 분명히 지적됐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를 지적해도 위에서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찍어 누르면 별수 없다.” (누가 찍어 눌렀을까?) “짐작이 가는 사람이 하나 있지 않나. 의전비서관.”4200여만 원을 들여 모델하우스처럼 개조한 빈집. 그 집을 “진짜 아늑하다”며 칭찬한 대통령. 빈집을 개조하고 대통령을 안내한 LH 사장은 얼마 후 국토교통부 장관이 됐다. 문 대통령은 공공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전부 자신이 방문한 집처럼 꾸미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실제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왜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연계된 야외 행사 예산도 4억1000만 원이나 책정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한번 나가면 그렇게 돈이 많이 드나. “행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면 주최 측이 최상급 행사 기획사를 쓰기 때문에 기본이 억 단위다. 2011년 9월 농협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사전 답사 때 보니 관중석 상단을 초대형 현수막으로 도배를 했다. 장당 1000만 원이 넘는 것이었다. 경기장 내 스피커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별도의 스피커는 설치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도 크레인이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있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대통령 목소리가 구석구석 잘 전달돼야 한다고…. 중단은 시켰지만 결국 행사 후 ‘농협 50주년 행사 33억 원 돈 잔치’라는 기사가 났다. 68억 원을 책정했는데 외부 비판을 의식해 그나마 줄인 거라고….” (LH는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야외 행사가 축소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행사를 안 치렀어도 돈은 거의 다 지출됐을 거다. 중간에 취소했다고 준비한 업자들에게 안 줄 수가 없지 않나. 사전 준비에 들어가는 돈도 있는데…. 사실 쇼 중의 쇼는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1시간을 달려가 직접 줬다며 문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부각시켰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장소는 사전에 경호실에서 속된 말로 완전히 ‘깐다’. 건물 전체를 전부 검측하고 행사 전날 저녁부터는 완전히 봉쇄하는 게 보통이다. 원격조종 폭발물, 드론 등의 공격에 대비해 전파 방해를 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도 안 터지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간다. 수여식을 한 곳이 긴급상황센터 아닌가.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보고를 받고 지시하고 조율하는 최전방 컨트롤 타워다. 그런 곳을 탈권위주의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이 엄중한 시국에 일시 정지시켜 놓은 거다. 뒤에선 직원들이 뭐하고 있던가.” (병풍처럼 둘러서 사진 찍고 박수치고 있던데….) “대통령 없이 자기들끼리 그런 행사를 했다면 아마 언론에서 난리가 났을 거다. 나중에 거리 두기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거다. 정 청장을 위해 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를 빌려 문 대통령을 띄운 것이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통령 의전 기획은 늘 이런 식이다. 그러니 쇼통이라고 하는 거고. 대형 사고가 터지면 국민들은 대통령이 현장에 안 가고 뭐하냐고 비난하지만 사실은 가면 안 된다. 모든 인력이 대통령 경호에 몰두해 정작 구조 활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방해해도 안 되고….” ※질병관리청에는 수여식을 할 수 있는 큰 회의실도 있지만 센터처럼 ‘그림’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 행사를 의전비서관실이 주관하는 이유가 뭔가. “대통령 참석 행사가 결정되면 담당 의전관이 정해지고 그의 주관 아래 경호, 홍보, 대통령비서실, 행사 기획사 등 관계자들이 모여 실무 회의를 한다. 그리고 그 최종 결과를 의전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업무적으로도 의전이 중심을 잡아야 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경호는 대통령이 공개된 장소에 나가거나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걸 꺼린다. 홍보는 반대다. 중간에서 상황에 맞게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지 조절을 해야 하는데 이걸 담당 의전관이 할 수밖에 없다. 연설 시간에 햇빛이 대통령 얼굴을 비추어서 찡그린 표정이 나오지는 않는지, 혹시나 멀리 러브호텔 간판이 보이지는 않는지, 외부 참석자가 있다면 대중교통편은 불편함이 없는지 등 총감독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경호는 우리 상식과 다른 일이 많이 벌어진다. 온도 검측 담당 경호원과 싸운 걸 생각하면….” ―대통령 체감온도까지 살피나. “MB가 겨울에는 늘 내복과 조끼를 입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행사장에서는 남들보다 조금 더 더워했다. 그런데 그걸 난방이 과해서라고 여겼기 때문에 경호실에서 늘 온도를 측정하고 일정하게 유지했다. 2010년 3월 대전에서 업무보고를 받는데 어디서 찬 바람이 쏴하고 들어오더라. 열린 창문도 없는데 이상해서 보니 방문 하나가 열려 있는데 경호원이 그 안에 있는 대형 에어컨을 틀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 온도가 올라가는데 경호상 창문은 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더우면 에너지 낭비라고 대통령한테 혼날 것 같고, 창문은 열 수 없으니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3월에 에어컨을 튼 거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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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 박애병원으로!’[횡설수설/이진구]

    올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을 때 전국의 수많은 의료진은 “가자, 대구로!”를 외쳤다.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던 대구시의사회가 SOS를 치자 이에 화답한 것이다. 늙었지만 쓰일 데가 있다면 써달라는 노(老)의사, “죽으러 가냐”며 말리는 딸을 뿌리친 어머니 의사도 있었다. 5급 지체장애인이면서 기초생활 급여로 생활하는 강순동 씨(46)는 7년간 모은 암보험을 깬 118만7360원을 대구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기부했다. 강 씨의 선행 기사를 본 한 시민은 강 씨를 위해 같은 금액을 기부했고, 또 다른 시민은 직접 만든 밑반찬을 강 씨에게 보냈다. 사랑과 온정 바이러스는 코로나보다 강했다. ▷민간병원 최초로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경기 평택 박애병원에 전국에서 의료진의 자원봉사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박애병원은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대란이 목전에 닥치자 자발적으로 전체 병상을 소개(疏開)하고 전담병원으로 전환했다. 대규모 공사를 거쳐 24일부터 진료를 개시했는데 잠시 귀국한 기간에 달려온 의사, 고위험군에 속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며 자원한 노의사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전담병원 전환을 결정한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올 초 대구경북 지역의 1차 대유행 때 가장 빨리 자원봉사를 다녀온 인물이다. 병원 손실이 예상되는 등 전환에 따른 내부 반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상황이 너무 심각해 이것저것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진료를 개시한 24일 전국에서 추가 확보된 병상이 176개인데 이 중 박애병원이 140개(중환자 20개, 준중환자 80개, 중등증환자 40개)에 이른다. ▷196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정착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로세토 지역 주민들은 기름진 음식과 과도한 술, 담배, 열악한 노동 환경 등 심장병에 매우 취약했는데도 발병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도 안 됐다. 이별이나 파산 등 중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이웃이 나서 도와주는 공동체 문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추적 조사를 통해 밝혀냈는데 이를 ‘로세토 효과’라고 한다. 공동체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가 진행되던 시기 로세토의 범죄율은 0%에 가까웠고, 대학 진학률도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는데 공동체의 건강성이 여러 방향으로 확대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코로나19는 재앙이지만, 극복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곳곳에서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최근 확진자가 늘고는 있지만 전체 인구 대비로 보면 우리는 양호한 편이다. 그 배경에 로세토 못지않은 ‘코리아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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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종과 변이[횡설수설/이진구]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크게 S형 L형 V형 G형 GH형 GR형 등 6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내에는 S형이 처음 등장했는데 올 초 대구경북 신천지발 바이러스는 V형, 5월 재확산을 주도한 서울 이태원 클럽발 바이러스는 GH형이다. 유형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자기복제와 감염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유전자 배열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까지 포함하면 형태가 조금씩 다른 코로나19는 수백 개에 이른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최근 런던을 포함한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의 코로나19 대응 수위를 4단계로 올렸다. 당초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완화하려고 했지만 기존 코로나19보다 감염력이 최대 70%나 높은 ‘변종’ 코로나19(VUI-202012/01)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원래 3단계까지만 있었지만 4단계를 신설했다. 체육관과 미용실 등 ‘비필수’ 업종은 영업을 중단하고, 야외에서도 1명만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지역 봉쇄 수준이다. 영국 정부는 약 2주간 추이를 본 뒤 지속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형태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흔히 ‘변종’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금까지 나타난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19는 변종(變種)이 아닌 변이(變異)다. 변종은 코로나19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완전히 다른 종으로 바뀌는 것인데 사람과 호랑이의 차이만큼 크다. 지금까지 등장한 여러 코로나19는 수만 개로 이뤄진 자체 유전물질(RNA) 중 한두 개가 달라진 정도라 변종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종 자체가 달라지면 기존 바이러스를 기준으로 개발된 백신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19가 나타날 때마다 공포에 휩싸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코로나19는 감염력은 점차 높아졌지만 접종 중이거나 개발 중인 백신을 무력하게 만든 것은 아직까지 없다고 한다. VUI의 경우도 아직 조사 중이지만 변종보다는 변이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증상 감염, 재감염, 후유증 등 코로나19는 우리가 그동안 알던 바이러스 상식을 무참히 깨왔다. 코로나는 더 완벽하게 우리 몸에 침투하기 위해 변이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모양이 달라져도 더 엄청난 괴물로 변신한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건 당연하다. 턱없는 자신감은 당연히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괴물 가면을 쓴 상대를 괴물로 증폭시킬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백신 접종은 시작됐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어떤 경우에도 과학적 의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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