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16

추천

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종교37%
문학/출판20%
문화 일반20%
인사일반10%
역사7%
미술3%
여행3%
  • 불상 안에 향낭-경전, 복장 유물 한자리에

    한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불상과 복장(腹藏) 유물을 함께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서울 종로구)은 기획 전시 ‘만월의 빛, 정토의 빛’을 15일부터 6월 25일까지 연다. 복장 유물은 불상을 만들 때 안에 모시는 물건이다. 주로 경전, 사리 등 신성한 것이나 신도들의 염원을 담은 물건을 안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국보로 승격된 충남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과 보물인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볼 수 있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다. 장곡사 약사여래좌상은 현존 유일의 고려 후기 금동 약사불로 몸에서 길이 10m가 넘는 발원문(부처에게 비는 소원을 적은 글)과 향을 담은 비단 주머니(향낭), 오색번(五色幡·사진)이 발견됐다. 오색번은 다섯 가지 색깔의 실로 짠 일종의 노리개로 향낭과 함께 건강과 장수, 질병 치유를 비는 의미를 지닌다. 1000여 명의 이름이 적힌 발원문에도 건강과 장수를 비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아미타불은 법(法)을 설하는 부처다. 개운사 아미타여래좌상 전시실에서는 9∼13세기 간행된 여러 화엄경 등 총 15점의 복장 유물이 공개된다. ‘대방광불화엄경의 제28권 변상도’도 전시된다. 변상도는 경전의 내용이나 교의를 알기 쉽게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박물관은 “불상과 복장 유물을 함께 감상하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부처님의 마음도 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영화는 역사 왜곡? “대중적 해석도 역사로 인정해야”

    2013년 영화 ‘변호인’이 개봉되자 보수 진영에서는 주인공을 너무 미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듬해 개봉된 ‘국제시장’은 반대 진영으로부터 욕을 먹었다. 그들은 이 영화가 “독재 정권 치하의 산업화 시대를 미화했다”며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역사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생긴 논란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주류 역사는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등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작품 속 허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학계 전문가 20명이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과거와의 대화를 새롭게 꾀한 책이다. 저자들은 백인, 남성, 이성애자, 서구권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통적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기존 역사학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그동안 부차적으로 취급되던 가족사, 환경사, 여성사, 인간의 감정 등을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것이 역사 사실에 허구를 섞어 만들어진 영화, 드라마 등 예술일지라도. 대중의 적극적인 해석도 역사를 재구성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60여 년 전 E H 카가 던졌던 ‘역사란 무엇인가’의 확장판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 대화 소재도 늘고, 방식도 변하는 게 당연하니까. 더군다나 저자 중 한 명이 카의 증손녀인 헬렌 카니 말이다. 저자들은 이런 적극적인 역사 재구성으로 설사 역사 왜곡이 생기더라도 실제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논쟁을 통해 질문하고 조사하며, 어디까지 믿을 만한 내용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앞서 두 영화 모두 처음에는 각 진영으로부터 역사를 왜곡하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현명한 국민들은 두 영화를 천만 영화 반열에 올렸고, ‘영화는 영화로 보자’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도 생겨났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배당도 간판도 없는 ‘도서관 교회’ 아시나요

    예배당이 없는 교회가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로에는 교회 간판도, 예배당도 없는 일명 ‘도서관 교회’(다움 영어도서관)가 있다. 교회 건물 대신 아이들이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영어도서관만 있을 뿐이다. 주일 예배는 인근 학교 강당을 빌려서, 평일에는 온라인으로 한다. ‘도서관 교회’를 운영하는 양승언 다움교회 담임 목사는 “9년 전 교회를 개척할 때, 없어져도 아무도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기뻐하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우리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영어도서관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 주고, 말하기, 문화 체험 등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를 포함해 6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하는데, 학부모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 양 목사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교인이 아닌데 이용할 수 있냐’ ‘회원 가입하면 교회를 다녀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두 질문에 사람들이 기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교인끼리만 잘 지내는 것보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그 속에서 사랑받는 교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리 주님∼ 부처님의 뜻∼ 스님-목사님 함께 부른다

    “(♬) …주님을 잊고 살았던 나. 이런 날 받아 주실까∼.”(구자억 목사, ‘김 집사가 돌아간다’ 중) 사찰에서 목사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어떨까. 해우소에서 혼자 하는 콧노래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말이다. 반대로 성당에서 스님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부른다면…. 종교를 초월한 음악회가 열린다. 홍매화 가득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11일 오후 1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이다. 버스킹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에는 노래를 통해 포교하고 사목하는 불교(정율·무상 스님), 원불교(한청복·김성곤 교무), 천주교(정범수 신부), 기독교(김선경·구자억 목사) 종교인과 108명의 부다스 합창단이 출연한다. 지난달 27일,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충남 천안종합운동장 내 음악 연습실은 종교의 벽을 초월한 화음으로 가득 찼다. 40년 넘게 음악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정율 스님(천안 보산선원)은 “멤버 모두 음악을 통해 종교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더 따뜻한 음악을 전해줄 방법을 고민하다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찬불가인 ‘얼마나 닦아야 거울 마음 닮을까’를 부르는 김선경 목사는 “가사가 너무 좋아 자청해서 부르겠다고 했다”며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다른 종교 노래라는 게 무슨 상관이겠냐”고 했다. 이날 김 목사는 정율 스님과 헨델의 성악곡 ‘울게 하소서’도 불렀다. 연습은 보통 5∼6시간을 훌쩍 넘긴다. 거주지가 달라 자주 모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습이 끝나면 체력적으론 지치지만, 서로 하나가 됐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곤 교무는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를 통해 관객들이 주변의 인연을 돌아보고 힐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가 열리게 된 데는 정율 스님이 큰 역할을 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 음악교육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율 스님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 전국 곳곳에서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종교 간의 벽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기독교 신자들의 부부 노래 부르기 행사에도 참석해 왔다. 정율 스님은 “여러분들의 도움 덕에 공연이 가능했다”며 “화엄사 버스킹도 취지를 들은 덕문 주지 스님이 흔쾌히 허락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엄사를 시작으로 성당, 교회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천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님-신부-목사-교무가 한 마음으로 부르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열려

    “(♬) …주님을 잊고 살았던 나. 이런 날 받아 주실까. 집 떠난 이 탕자를 모른 척하시면 어쩌나. 아니야, 우리 주님은 두 팔 벌려 나를 안아 주실 거야~.” (구자억 목사, ‘김 집사가 돌아간다’ 중) 엄숙한 사찰에서 목사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어떨까. 해우소에서 혼자 하는 콧노래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반대로 경건한 성당에서 스님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부른다면…. 실제로 이런 종교를 초월한 공연이 열린다. 11일 오후 1시 홍매화 가득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 음악회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이 그 첫 무대. 버스킹 형식으로 열리는 이 공연에는 노래를 통해 포교하고 사목하는 불교(정율·무상 스님), 원불교(한청복·김성곤 교무), 천주교(정범수 신부), 기독교(김선경·구자억 목사) 등 종교인들과 합창단이 출연한다. 40여년 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하는 정율 스님(천안 광덕 보산선원)은 “멤버 모두 각자의 종교에서 음악을 통해 종교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며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이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더 따뜻한 음악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모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열리는 이번 버스킹은 108인의 부다스 합창단과 관객이 함께 ‘오빠생각’ ‘과수원길’ 등 동요를 부르며 배우는 오프닝 공연과 4대 종교인들의 본 무대로 구성됐다. 신부, 교무, 목사, 스님들이 함께 부르는 ‘좋은 인연(덕신 작사, 이덕만 작곡)’을 시작으로, 솔로 또는 다른 종교인들과 듀엣으로 자신의 종교 노래와 다른 종교 노래, 가요, 팝송, 성악 등을 선보인다. 이들은 화엄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성당, 교회 등 각 종교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종교를 초월한 버스킹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 음악교육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율 스님은 40여년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해오름극 등 그가 선 크고 작은 무대만 1000여 회.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종교 간의 벽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동 성당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기독교 신자들의 부부 노래 부르기 행사에도 참석해왔다. 2009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 마이클 한인 천주교 성당에서 독창회를 가졌는데, 그때까지 미국 한인 사회에서 스님이 성당에서 음악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이번 화엄사 버스킹도 종교의 벽을 허물자는 공연 취지를 들은 덕문 주지스님이 흔쾌히 허락해 성사될 수 있었다. 그의 노래에 대해 불교계에는 “한 시간 설법을 듣는 것보다 정율 스님 찬불가 한 곡 듣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평이 있을 정도다. 정율 스님은 “모두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시국에 유서 깊은 고찰에서 신부, 목사, 교무, 스님 등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며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자신 주위의 인연을 돌아보고 힐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5
    • 좋아요
    • 코멘트
  • “술먹고 노래하며 추모… 흑우 선생도 잘 놀고 가셨겠죠”

    신묘하다. 다섯 손톱, 날을 세워 가슴에 줄을 긋고, 한 점 한 점 인두로 지져 부르는 저 소리가 어찌 그리 따뜻할까. 슬픔은 또 어디 갔을까. 명색이 추모 공연인데…. 사방은 온통 즐거움뿐이다.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는 1일 흑우(黑雨)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김대환(1933∼2004)은 열 손가락에 북채, 장구채, 드럼 스틱 등 여섯 개의 채를 쥐고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는 독특한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타악기 연주자. 쌀알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모두 새겨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매년 그가 타계한 3월 1일 열리는 이 공연에는 소리꾼 장사익, 해금 강은일, 거문고 허윤정, 트럼펫 최선배, 오쿠라 쇼노스케(일본 전통 북), 요코자와 가즈야(일본 전통 피리), 가가야 사나에(현대 무용) 등 흑우와 인연 있는 한국과 일본의 최정상 예술인들이 함께한다. 흑우를 아버지처럼 여기는 오쿠라는 일본 무형문화재 인증 보유자로 전통극인 노(能)의 보존과 전승에 힘쓰고 있다. 장사익은 “김대환 선생님이 동요 ‘송아지’를 박자 맞추지 말고 부르라고 했다. 박자를 파괴해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속으로 (박자를) 세고 있잖아. 그것까지 깨야지’ 하셨다. 그게 지금의 소리꾼 장사익이 된 계기”라고 했다. 공연 중간중간 장사익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그는 보험회사 직원 등 15개 직업을 전전하다 1995년 40대 중반에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냈다. 앞서 1970년 장나신이란 예명으로 여러 가수와 앨범을 낸 적이 있었다. 곡명은 ‘대답이 없네’. 결과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추모제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즐거움이었다. 이날 1960년대 영화계 1세대 트로이카(문희 윤정희 남정임) 중 한 명인 배우 문희의 특별공연도 열렸다. 그가 취미로 정가(正歌)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안 장사익이 몇 년 전부터 함께 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문희는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등 두 곡을 불렀다. 문희는 “많이 부족하지만, 장 선생님이 ‘그냥 함께 어우러져 놀면 된다’고 해 용기를 냈다”라고 했다. 250여 개 객석은 꽉 찼다. 장사익은 공연 시작 5분 전까지 흑우가 타던 오토바이 전시물 앞에서 모든 관객과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흑우를 추모했다. 무대의 마지막은 ‘아리랑’ 떼창. 관객들과 함께하는 뒤풀이 겸 즉석 공연도 이어졌다. 장사익은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누구든 마음껏 노래도 부르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잔치”라며 “흑우도 한바탕 잘 놀다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선생님 생각하며 한바탕 노는거죠…” 즐거움으로 가득찬 흑우(黑雨) 김대환 추모 공연 열려

    신묘하다. 다섯 손톱, 날을 세워 가슴에 줄을 긋고, 한 점 한 점 인두로 지져 부르는 저 소리가 어찌 그리 따뜻할까. 슬픔은 또 어디 갔을까. 명색이 추모 공연인데…. 사방은 온통 즐거움뿐이다.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에서는 1일 흑우(黑雨)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김대환(1933~2004)은 열 손가락에 북채, 장구채, 드럼 스틱 등 여섯 개의 채를 쥐고 북 등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는 독특한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쌀알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모두 새겨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매년 그가 타계한 3월 1일 열리고 있는 이 공연은 소리꾼 장사익, 해금 강은일, 거문고 허윤정, 트럼펫 최선배, 오쿠라 쇼노스케(일본 전통 북), 요코자와 가즈야(일본 전통 피리), 가가야 사나에(현대 무용) 등 흑우와 인연을 맺은 한국과 일본의 최정상 예술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흑우를 아버지 같은 존재로 여기는 오쿠라 쇼노스케는 일본 무형문화재 인증 보유자로 전통극인 노(能)의 보존과 전승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장사익은 “한번은 김대환 선생님이 동요 ‘송아지’를 박자를 맞추지 말고 불러보라고 했다. 나름대로 박자를 파괴해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속으로 (박자를) 세고 있잖아. 그것까지 깨야지’라고 하셨다. 그게 지금의 소리꾼 장사익이 있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중간중간 장사익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그는 보험회사 직원 등 15개 직업을 전전하다 1995년 40대 중반에 첫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0년 장나신이란 예명으로 여러 가수와 함께 앨범을 낸 적이 있다. 곡명은 ‘대답이 없네’. 결과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추모제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즐거움이었다. “선생님을 생각하며 한바탕 노는 거죠. 초창기에 구경 왔던 분 중에는 이게 무슨 공연이냐며 나가 버린 사람도 있었어요. 평소에 보던 공연과는 아주 다르니까요. 하하하.” (장사익)이날 공연에는 1960년대 영화계를 풍미했던 1세대 트로이카(문희 윤정희 남정임) 중 한 명인 문희의 특별공연도 열렸다. 그가 오래전부터 취미로 정가(正歌)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안 장사익이 몇 년 전부터 함께 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정가는 우리 전통 민간 성악곡의 총칭인 속가(俗歌) 속요(俗謠)와 구분하기 위하여 근래에 사용된 용어로 시조, 가곡, 가사 등을 말한다. 이날 공연에서 문희는 평시조인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등 두 곡을 북 등 반주에 맞춰 불렀다. 문희는 “많이 부족하지만, 선생님이 ‘소리가 나와도 좋고, 안 나와도 좋고 그냥 함께 어우러져 놀면 된다’라고 해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추모제란 특성상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공연장(250여석)은 꽉 찼다. 장사익은 공연 시작 5분 전까지 흑우가 타던 오토바이 전시물 앞에서 입장하는 모든 관객과 일일이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흑우를 추모했다. 예인들과 관객이 흥겹게 논 한바탕 무대의 마지막은 ‘아리랑’ 떼창.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인근 음식점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뒤풀이 겸 즉석 공연이 이어졌다. 장사익은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누구든 부르고 싶으면 마음껏 노래도 부르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잔치”라며 “보이지는 않아도 흑우도 한바탕 잘 놀다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2
    • 좋아요
    • 코멘트
  • 부활절 광화문-서울광장서 대규모 퍼레이드

    ‘2023 부활절 퍼레이드 조직위원회’(대표 대회장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4월 9일 부활절 퍼레이드를 연다고 밝혔다. 이영훈 대표 대회장은 “한국 기독교 140년 역사에 처음 열리는 부활절 퍼레이드가 기독교적 가치를 공유하는 복음의 장이 되고, 문화 축제를 넘어 모든 시민이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부활절 퍼레이드는 2020년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다. 4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부활절 퍼레이드 행사는 1부 퍼레이드(오후 2∼4시), 2부 기념음악회(오후 5시 반∼7시 반) 순으로 진행된다. 구약, 신약, 근현대, 다음 세대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된 퍼레이드 행렬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기념음악회에는 남진, 에일리, 이충주, 신델라와 델라벨라 싱어즈, 하모나이즈와 합창단이 클래식과 가곡, 케이팝, 트로트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퍼레이드 참가와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2023 부활절 퍼레이드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3-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팩트라고? 당신은 믿는 대로 들을 뿐

    아쉽다. 이 책이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때 논란이 된 “○○○○ 쪽팔려서 어떡하나” 발언 직후 나왔다면 단박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텐데. 명확하게 들리지 않은 부분이 어떤 말이냐를 놓고 정쟁이 일어난 건 물론이고 온 국민이 청력까지 시험했으니 말이다. 저자는 청각적 착각인 ‘착청’ 현상을 발견한 음악심리학의 대가. 책은 다양한 착청 현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소리 지각 메커니즘과 뇌의 미스터리를 해부한다. 저자에 따르면 2008년 미국에서는 ‘말하는 팅키 윙키(Tinky Winky)’ 인형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송을 하겠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손을 잡아당기면 말을 하는 이 인형이 ‘I got a gun, I got a gun, run away, run away(나는 총을 갖고 있어, 나는 총을 갖고 있어, 도망가, 도망가)’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에 따르면 인형이 말한 것은 ‘Again, Again’이었다. 저자는 지식, 신념, 예측이 만들어낸 언어의 착청을 ‘유령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예가 있다. 1980년대 유행어였던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다. 독일 혼성 디스코 그룹 보니엠의 ‘Rivers of Babylon’의 첫 소절 ‘By the Rivers of Babylon∼’을 한 코미디언이 우리말로 들리는 식으로 개사했는데 2000년대까지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자는 같은 소리라도 평소의 신념이나 정서,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등에 따라 사람들이 전혀 다르게 듣는다고 말한다. 우리 뇌가 귀로 들어오는 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심지어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조차 들린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각자 믿는 진실은 다를 수 있으니 절대 오만해지지 말라는 경고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 중 하나는 한쪽의 말만 듣는 정치인들이 아닐까. ‘○○○○’ 논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찰 불화에 숨겨진 항일 ‘태극기 그림’

    괘불탱(掛佛幀·그림으로 그려 걸어 놓은 부처의 모습)에 태극기가 몰래 그려진 까닭은 무엇일까.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전북 남원시)는 사찰 내 명부전에 모셔진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에서 항일운동 시기 사용하던 형태의 태극기 그림이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지장시왕도는 지장보살과 시왕(十王·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그림으로, 태극기는 제6대 왕인 변성대왕의 관모에 그려졌다. 태극기 크기는 가로 8.5cm, 세로 3cm 정도다. 태극의 양은 홍색, 음은 녹색으로 채색됐고, 사방에 건곤감리를 배치했다. 이는 태극기 도안이 정착되기 전 독립운동 시절에 사용되던 태극 문양과 일치한다고 선운사 측은 밝혔다. 제작 시기는 1917년 11월 5∼17일이며, 당대의 학승이자 화엄사 주지였던 진응 스님(1873∼1941)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진응 스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불교를 일본 조동종에 병합시키려는 친일파 승려들의 시도에 맞서 임제종을 설립하고, 조선 불교 수호에 앞장선 인물이다. 조선 후기 변성대왕도는 주로 죄인들이 날카로운 칼 숲에 갇혀 있거나 옥졸이 창으로 죄인을 찌르는 장면 등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칼이나 몽둥이로 남을 괴롭힌 자가 떨어지는 도산(刀山)지옥 또는 검수(劍樹)지옥을 나타낸다. 태극기 연구 전문가인 송명호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불화에 태극기가 그려진 것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칼로 대한제국을 망하게 한 일제는 칼로 망해야 한다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1917년 당시는 일제가 탱화 제작 등 모든 예술 행위를 검열했다”며 “처음부터 태극기를 그린 게 아니라 검열이 끝난 뒤 몰래 그려 넣은 것 같다. 지장시왕도 태극기는 독립을 바라는 불교계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설교문까지 쓴 챗GPT… “아직 목사 설교 수준은 안돼”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죽으며, 그다음에는 심판이 있는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그의 죽음과 심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죽은 자는 더 이상 죽지 않으며, 그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느니라’(요한의 서신 11:26)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 목사가 고인을 추도하는 기도문 같다.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성경을 인용한 기도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만들어낸 내용의 일부다. 시, 소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챗봇이 설교문까지 만들 수 있을까. 교계 관계자는 “내용의 오류 등을 떠나 기도문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목사의 설교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신도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참고해서 쓸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문을 중심에 놓고 의미를 부여해 마무리 짓는 기도문, 설교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용한 성경의 권별 명칭에서는 오류가 있었다. 챗GPT는 인용한 구절을 ‘요한의 서신 11:26’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와 비슷한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26절에 있다. 또 성경은 국내외에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 탓인지 현재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개역 개정판과는 번역에서 차이가 있었다. 개역 개정판 요한복음 11장 26절은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로 돼 있다. 챗GPT에 ‘챗GPT 설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챗봇이) 작성한 설교문이나 기도문은 어떠한 철학적 믿음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갖지 못한,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생성된 문장”이라고 답했다. 챗GPT는 이어 “이 때문에 나를 사용해 작성된 설교문이 믿음의 근본을 포함하지 않거나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도문도 AI가?…챗봇이 작성한 기도문은 어떨까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죽으며, 그다음에는 심판이 있는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그의 죽음과 심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죽은 자는 더 이상 죽지 않으며, 그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느니라’(요한의 서신 11:26)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 목사가 망자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문.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성경을 인용한 기도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이 만들어낸 내용의 일부다. 시, 소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챗봇이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문까지 만들 수 있을까. 교계 관계자는 “내용의 오류 등을 떠나 기도문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목사의 설교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신도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참고해서 쓸 정도는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본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의미를 부여해 마무리 짓는 기도문, 설교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용한 성경의 권별 명칭에서는 오류를 보였다. 챗GPT는 인용한 구절을 ‘요한의 서신 11:26’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26절에 있었다. 또 국내외에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 성경의 특성 탓인지 현재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개역 개정판과는 번역의 차이도 있었다. 개역 개정판 요한복음 11장 26절은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로 돼 있다.챗GPT에 ‘챗GPT 설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챗봇이) 작성한 설교문이나 기도문은 어떠한 철학적 믿음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갖지 못한,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생성된 문장”이라고 밝혔다. 챗GPT는 이어 “이 때문에 나를 사용해 작성된 설교문이 믿음의 근본을 포함하지 않거나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강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나의 어린 아이들아, 너희는 선을 따라 살아라’라고 하셨습니다. 강아지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그는 생명의 문이요, 누가 그를 따르면 망함이 없겠고, 생명을 얻으리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강아지의 사랑이 끊어지지 않는 새로운 생명에서 계속하여 그를 생각할 것입니다.” 챗 GPT가 작성한 죽은 반려견을 위한 기도문. 교계 관계자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목사가 반려견을 위한 설교를 하는 경우는 없다”라며 “챗GPT가 융통성 있게 자의적으로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0
    • 좋아요
    • 코멘트
  • 범어사 대웅전에 숨어있는 부처님 이야기

    신도든, 아니든 사찰을 방문할 때면 누구나 한 번은 찾는 대웅전(大雄殿).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불국토의 정신과 돌계단 하나마다 담긴 부처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부산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발간한 ‘불국토를 조각하다, 범어사 대웅전’(사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잘 모르던 대웅전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담았다. 1602년 창건된 범어사 대웅전(보물)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 중 하나다. 부처님의 머리 위에 있는 지붕(닫집) 아래에 달아맨 용과 봉황, 학, 구름, 주악비천상 등은 상상력을 발휘해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대웅전은 이름 그대로 ‘큰 영웅’, 즉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다. 범어사 대웅전의 맞배지붕은 마주 보고 있는 보제루보다 소박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위풍당당한데, 이는 화려한 공포(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사면을 가득 채운 내외부 벽화, 기둥과 천장 등이 전각의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자리 잡은 지형적 위치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맞배지붕은 지붕 형식 중 가장 간단한 것으로 궁궐에서도 정전 같은 주요 건물에는 팔작지붕을, 부속 건물에는 맞배지붕을 얹는 것이 관례였다. 대웅전의 위상을 고려하면 팔작지붕을 올렸을 만하지만, 여기에도 시대적 상황이 있다. 범어사 대웅전이 창건된 1602년은 임진왜란(1592∼1598년)이 끝난 직후였다. 특히 동래 지역은 피해가 커서 당시 지은 사찰 대부분은 품과 돈이 많이 드는 팔작지붕 대신 맞배지붕을 올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대웅전 수미단과 불전 장엄구를 통해 범어사 대웅전이 예배 대상을 봉안하는 전통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양대로서의 시대성을 어떻게 반영해 왔는지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관장 환응 스님)은 “시민들이 늘 찾던 범어사 대웅전에서 미처 몰랐던 의미를 알게 되면 또 다른 부처님의 세계가 보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교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밥퍼’ 거리를 세계 최고의 나눔 거리로 만든다면[이진구 기자의 대화]

    지난주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의 최일도 목사를 인터뷰했습니다. 35년간 무의탁 어르신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해온 밥퍼가 1일부터 아침까지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지요. 전기·가스료는 물론이고 물가 급등으로 허리가 휘는 판에 오히려 한 끼에서 두 끼로 배식을 늘린다니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최 목사는 “새벽부터 와서 떨며 기다리는 분들이 마음 쓰여서…”라고 했습니다. 밥퍼 점심은 오전 11시부터 제공됩니다. 그런데 아침 6~7시부터 찾아와서 기다리는 분이 많았답니다. 이유는… 방이 더 춥기 때문이었습니다. 노숙자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4~5 시간을 따뜻한 물로만 몸을 녹이며 기다리는 분들이 안타까워 간헐적으로 떡국이나 누룽지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차피 하는 것 정식으로 하자’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아침 배식을 시작하게 됐다는 거죠. 이렇게 밥퍼를 찾는 분들은 하루에 약 700~800명에 이릅니다. 이런 밥퍼가 지금 철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에서죠. 밥퍼 건물은 서울시가 지었습니다. 땅도 시유지죠. 밥퍼는 이런 시청과 구청의 도움으로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무료 배식 봉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관할 구청장이 바뀌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좀 복잡합니다만 간단히 말하면, 관할 구청의 입장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건물이고, 또 그 안에서 불법 증축이 이뤄졌으니 철거하고 새로 안 지으면 강제 이행금(2억8000여만 원)을 내라는 것입니다. 밥퍼는 답답합니다. 건축·증축 허가를 낼 자격은 건축주(땅 주인 또는 땅 주인의 허락을 받은 사람)에게 있지요. 세입자인 밥퍼는 건축·증축 허가를 낼 자격조차 없는데, 불법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아 보입니다. 애초에 땅 주인인 서울시가 건물을 지을 때 건축허가를 받았다면 지금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서울 시장은 지금 오세훈 시장었이지요.하지만 저는 누구 주장이 맞느냐는 걸 따지는 건 이 문제의 본질도 아니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더 슬기로운 방법으로 푸느냐가 아닐까요.새 구청장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청량리 일대를 상업지구, 청년문화 공간으로 개발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인근 이문동 삼천리 연탄 공장이나 디젤 정비창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매일 700~800여명의 노숙자, 무의탁 노인 등이 찾는 밥퍼가 달갑지는 않겠지요. 저는 이 지점에 밥퍼와 구청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퍼가 있는 거리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상가나 백화점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문화적 이익을 창출한다면, 모두가 ‘윈-윈(win -win)’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대상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도록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돈을 들여 홍보를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망하는 기업이 있을 리 없겠지요.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아, 그거!’하고 떠올리는 이름. 그게 바로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지요. 그동안 활용할 생각을 못해서 그렇지 밥퍼는 우리 사회에서 나눔과 봉사, 사랑의 이름으로 이미 각인된 명칭입니다. 이를 활용해 도시 재생 전문가, 예술가, 프로젝트 기획자 등의 도움을 받아 밥퍼 거리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나눔과 봉사의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면, 구청이 원하는 상업·청년문화 지역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시개발의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여름철 한강 고수부지에서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장소마다 수 십 대의 푸드 트럭이 갖가지 음식을 제공합니다. 바퀴 달린 푸드 트럭이 동대문구라고 못 가겠습니까. 공간만 마련해 준다면 얼마든지 찾아오겠지요. 시와 구는 푸드 트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푸드 트럭 사장님들은 다 사용하지 못한 재료를 밥퍼에 기부합니다. (밥퍼는 푸드 뱅크로 식자재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놀러 와 음식을 사 먹는 것 자체가 기부가 되겠지요. ‘골목식당’처럼 백종원 선생님이 기부를 많이 한 푸드 트럭의 음식을 봐준다면 ‘맛 트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푸드 트럭이 서 있을 수 있는 곳에 밴드라고 못 오겠습니까. 장소만 마련해주면 실력을 뽐내고 싶은 뮤지션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연주한 단체나 개인들에게 참가 자격을 주는 뮤직페스티벌은 어떻습니까. 나눔과 배려를 주제로 한 이벤트도 열 수 있습니다. 고대와 연대는 매년 야구 축구 등 5개 종목의 자웅을 겨루는 고·연전을 엽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이와 함께 헌혈 고·연전도 4주간 열렸더군요. 건전한 대학 헌혈문화를 조성하고, 코로나19로 인한 혈액 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두 학교 학생들이 헌혈로 선의의 경쟁을 펼친 행사입니다. 밥퍼 거리에서 전국 각 대학의 헌혈 대항전이 펼쳐진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이효리 이상순 커플은 애견 봉사활동을 하다 만났다고 하지요. 놀러 온 김에 잠시라도 밥퍼에서 연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미리 연락을 주고 오면 더 좋지만 언제 가도 밥퍼에는 안내, 배식, 청소, 설거지, 도시락 포장 등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시간도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 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밥퍼에서는 봉사 활동을 한 분들에게 기념품으로 ‘밥퍼 밴드’를 줍니다. 푸드 트럭이든, 인근 식장이든 밴드를 찬 손님에게 약간의 할인을 해주면 어떨까요. ‘나눔과 사랑’이라는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더 맛있을 테고, 식당은 특별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장소가 활성화되면 선한 마음을 가진, 재능 있는 분들도 찾겠지요. 무심코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한 참치김밥이 나오기 전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해주는 첼리스트 정명화 선생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엄한 말입니다만, BTS라도 한 번 놀러 와 준다면 더 없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앞서 소개한 것보다 분명 더 좋은 계획과 이벤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밥퍼 거리’를 유례없는 나눔과 배려, 사랑의 거리로 재창조할 수 있다면, 어려운 그분들에게 하루 두 끼가 아니라 세끼를, 더 나아가 따뜻한 잠자리도 제공할 수 있겠지요. 설사 불법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하루 한 끼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이 준법이고 정의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밀어낸 자리에 설사 미슐랭 식당과 초호화 쇼핑몰이 들어선다 해도, 손님들이 정말 맛있게 먹고 놀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니까요.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고, 그것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우리가 하기 나름 아닐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8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첩보물의 거장 르 카레의 유작

    일찌감치 물려받은 유산 덕분에 편안한 삶을 살던 젊은 부자 줄리언 론즐리. 그가 더 단조로운 생활을 위해 황량한 영국 북해 해변 마을에 연 작은 서점. 손님 하나 없던 서점에 어느 날 찾아온 노신사 에드워드 에이번. 서점 지하의 빈 공간을 ‘문학 공화국’으로 만들어보자는 노신사의 기묘한 제안…. 이 책은 ‘007’ 시리즈의 이언 플레밍과 쌍벽을 이루는 첩보 소설의 제왕 존 르 카레(본명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월·1931∼2020)가 마지막으로 쓴, 생전에 발표되지 않은 유작 소설이다. 그는 실제로 영국 비밀정보국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며 작품을 썼는데, 3번째 작품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히트하자 사표를 내고 작가로 전업했다. 본명 대신 필명을 사용한 이유도 첫 소설을 쓸 당시 신분이 정보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비밀정보국 출신의 첩보 소설가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르 카레와 플레밍의 작품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을 정도로 느낌이 다르다. 007 시리즈가 술과 여자, 도박을 좋아한 이언 플레밍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들은 대부분 사실적이고 회색적이다. 또 007 시리즈가 영국식 ‘국뽕’과 선명한 선악을 담았다면, 르 카레의 작품들은 선악의 구별이 모호하다. 대부분의 주인공은 남다른 충성심으로 무장한 채 조국과 조직을 위해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도덕과 정의에서 멀어져 가는 자신을 보게 되고 동시에 그렇게 자신이 지켜낸 조국의 어두운 이면에 절망한다. 신간에서도 영국이 취한 외교적 자세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된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곳곳에 담겨 있다. 실제 그의 삶도 그가 쓴 소설과 다르지 않다. 그는 2019년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책 ‘에이전트 러너’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추진한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했고, 급기야 사망 직전 영국 국적을 버리고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실체는 모두 스파이다. 냉전 직후 벌어진 정치적 사건들을 시점과 배경을 바꿔 21세기 영국으로 가져온 뒤 스파이 조직이 가진 정치적 양면성을 입혀 사건을 풀어간다. 그 안에 정파적 이해로 점철되고, 반드시 품어야 할 사람들에게조차 등을 돌리는, 종종 인간의 존엄성도 외면하는 첩보의 실체를 담았다. 소설에서 그려진 영국 스파이들은 조국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 간다. 그리고 그들의 임무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유작 원고를 정리해 신간을 출간한 아들 닉 콘월은 이와 관련해 “내가 보기에 아버지도 그 얘기를 큰 소리로 외치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가 20세기 중반 갈 곳 없는 떠돌이였을 때 집을 마련해준 기관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미 4분의 3 정도가 완성된 상태였음에도 작가가 생전에 이 소설을 출판하지 않은 것은 이런 고민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거장이 남긴 작별 인사고, 자신의 전직(스파이)에 대한 러브스토리라는 해석은 타당해 보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890년대 선교사, 한복 입고 회갑연 열며 조선에 적응

    일제강점기 선교사와 스님, 사찰 등의 모습과 생활상이 담긴 사진첩이 잇달아 출간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발간한 ‘100년 전 선교사의 서울살이’는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에 소장된 ‘마펫 한국 컬렉션’ 4000여 점 중 160여 점을 추렸다. 마펫 한국 컬렉션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선교 활동을 편 사무엘 A 마펫 선교사와 그의 가족, 동료 선교사들이 수집한 자료다. 마펫 한국 컬렉션은 교회사 연구자들에 의해 일부 소개된 것은 있지만, 1890년대 서울 풍경과 선교사의 생활상이 다양하게 담겨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서울 생활’편에서는 선교사들이 낯선 타지에서 30∼40년을 살며 어떻게 적응했는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선교사들은 한국 문화에 스며들기 위해 60세 생일 파티를 한국식 회갑연으로 열어 모두 한복을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105명의 독립운동가를 체포한 ‘105인 사건’ 공판 사진 등 한국 근대사에서 의미 있는 사진도 담았다. 최근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출간한 ‘사진으로 읽은 근현대 한국불교’에서는 19세기 말 사찰 모습과 함께 왜색 불교를 청산하고 진정한 수행 공간과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불교계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금강산 신계사, 지금과는 달리 서울 홍제천변 자갈밭에 맞닿아 있는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서울 서대문구 홍지문길)도 담았다. 신계사는 6·25전쟁 때 대웅보전 앞 3층 석탑만 남기고 전소됐으나, 2000년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 공동으로 복원을 추진해 2004년 14개 전각이 복원됐다. 1950년대 불교 정화 운동을 통해 오늘날 한국불교의 토대를 일군 큰스님들을 비롯해 수계(受戒) 직후의 스님들, 안거와 용맹정진을 마친 스님들의 단체 사진에서 훗날 한국 불교계를 이끈 큰스님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남 사찰 소장 불교 문화재 200점 한자리에

    순천, 영암 등 전남 지역 사찰이 소장한 불교 문화재 2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순천대(총장 고영진) 박물관은 ‘불교 문화재 순천 나들이’전을 28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품 가운데는 순천 금룡사가 소장한 보물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사진)’이 눈에 띈다. 훈민정음 창제 후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불경 언해서로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1461년(세조 7년) 조선시대 활자를 주조하는 관청인 교서관에서 금속활자를 사용해 찍어냈다. 한자 원문과 언해문으로 이뤄졌으며 10권으로 구성됐다. 한글 창제 무렵의 국어 특징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순천 선암사의 ‘목조 인왕상’과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는 ‘금동은입사향로’, 선암사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선암사 중창건도기’, 금룡사의 ‘묘법연화경’, 영암 천황사의 목탑을 장식했던 불꽃무늬 장식품과 연화문 수막새도 볼 수 있다. 선각국사 도선이 35년간 머문 광양 옥룡사의 중국제 해무리굽 청자와 연화문 막새류도 전시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계종 상월결사 인도 순례단 9일 출발

    조계종 상월결사 인도 순례단이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 중흥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9일부터 43일간 총 1167km의 인도 도보순례에 나선다. 순례단은 스님과 신도 100여 명으로 이뤄졌으며 부처님이 성도 후 처음 설법한 사르나트(녹야원)에서 입재식을 가진 후, 부처님 성도지인 보드가야, 최초의 결집 장소인 칠엽굴과 영축산이 있는 라즈기리, 라즈기리의 나란다 대학, 부처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 탄생지인 룸비니 등 불교 성지를 방문한다. 또 녹야원, 마하보디대탑, 죽림정사, 쿠시나가르 등에서는 대규모 법회도 열 예정이다. 조계종은 순례에 맞춰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현지를 찾고, 연등회 전시를 비롯해 템플스테이 홍보, 사찰음식 시연·만찬 등 다양한 교류 행사도 갖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7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기후위기’로 주식-집값 출렁… 지속가능한 전략은

    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 두 책의 저자들은 기후 문제가 거대 담론이 아닌 경제, 일자리 등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해외 기업에 납품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며, 결국 산업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후 위기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에 따르면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반도의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도 2050년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0.34∼0.4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오션뷰 아파트가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따르면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내 주택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해변보다 고지대 집값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 때문이다. 북극곰이나 석유시추선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후위기에 해수면 상승…오션뷰 아파트의 미래는?

    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신간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다산북스)과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퍼블리온)의 저자들은 기후 문제가 거대 담론이 아닌 경제, 일자리 등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해외 기업에 납품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며, 결국 산업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후 위기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에 따르면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반도의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도 2050년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0.34~0.4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오션뷰 아파트가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따르면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내 주택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해변보다 고지대 집값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 때문이다. 북극곰이나 석유시추선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3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