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해수면 상승…오션뷰 아파트의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3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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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


신간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다산북스)과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퍼블리온)의 저자들은 기후 문제가 거대 담론이 아닌 경제, 일자리 등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해외 기업에 납품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며, 결국 산업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후 위기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에 따르면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반도의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도 2050년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0.34~0.4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오션뷰 아파트가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따르면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내 주택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해변보다 고지대 집값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 때문이다. 북극곰이나 석유시추선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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