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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의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옮기는 호송 인치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이달까지 두 기관이 호송 인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라고 권고했지만 2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올해 초 이 MOU가 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검찰 사건에 대한 호송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피의자 호송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검찰과의 협상 시한을 잠정 연기하고 당분간 검찰 사건 피의자 호송 인치를 현행대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송 인치는 체포한 피의자를 재판기간에 수감하는 구치소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동안 이 업무를 경찰이 전담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검찰 사건 피의자에 대해선 검찰이 독자적으로 호송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경찰 측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을 단순히 옮기는 행위는 수사가 아닌 행정지원에 속하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개정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에도 호송지휘 관련 규정이 없어 검사가 경찰에 호송을 요구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호송 인치가 범인 확보나 증거 보전을 위한 행위로 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지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본다. 호송지휘가 수사지휘의 일환임을 인정한 법원 판례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및 수사와 관련된 행정업무까지 검사에게 복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53조가 폐지돼 기존 판례는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대통령령인 호송규칙 2조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검찰은 ‘교도소와 교도소 사이의 호송은 교도관이 행하며 그 밖의 호송은 경찰관이 행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호송은 경찰업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 조항에 나온 ‘경찰관’에는 검찰청 소속 일반사법경찰관리(검찰수사관)도 포함된다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실제로 출입국 관리 세관 등 특별사법경찰관리는 자체적으로 호송 업무를 하고 있다. 검찰은 무술 능력을 갖춘 호송 인력이 부족하고 호송 차량 등 장비 관련 예산이 확보돼 있지 않은 점도 호송 인치를 맡기 어려운 이유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찰 역시 호송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 별도로 편성돼 있지 않고 수사 관련 예산과 장비를 대신 투입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인력은 경찰의 3분의 1 수준이고 1인당 수사예산도 경찰보다 2배 많으면서도 처리하는 사건은 경찰보다 18배나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이 업무 부담이 커서 피의자 호송 인치를 중단해야 한다면 호송 인치를 담당하는 검찰 수사관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검찰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벼랑 끝에 내몰린 대한민국 자영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시급하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40, 50대 베이비붐 은퇴 세대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 퇴직한 뒤에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60, 70대까지 줄지어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은 피비린내 나는 경쟁이 벌어지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죽어라 일해도 빚만 지는 자영업자 문제는 과도한 경쟁 탓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영업자 수가 662만9000명(무급 가족종사자 포함)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자영업 부문에 229만 명이 과잉 종사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18일 발간한 보고서에도 “한국의 취업인구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며 “지난해 3월 기준 정기 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가계대출의 점유율이 일반 가계대출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 염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과잉공급과 소득저하의 악순환 고리가 고착되면서 자영업자의 빚도 계속 늘어 국가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자영업자의 부채를 포함한 가계부채가 952.3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1%로 OECD 평균보다 8%포인트 높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85%)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 등 경기불황에 민감한 자영업자의 파산이 이어지면 스페인 그리스 사태가 한국에서도 빚어질 수 있다”며 자영업자 문제 해결 3가지 대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생계형 자영업자나 예비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를 제시해 자영업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 중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창업을 하거나 실업자 신세가 두려워 폐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낮은 임금의 일자리라도 창출해야 반실업 형태의 자영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며 “월수입 150만 원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기업과 자영업 탈출을 꿈꾸는 사람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신규 진입 조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는 작은 구멍가게를 개업할 때도 상권 분석 등 컨설팅을 받고 시의 허가를 받아 개업한다”며 “우리도 자영업 개업과 관련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국가재정을 압박하는 자영엽자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5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자영업자의 경우 상용근로자 등과 비교하면 소득에 비해 부채규모가 크고,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며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부담에 대한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는 적극 지원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의 빚은 탕감해 주면서 폐업을 유도하는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현행 ‘미소금융’ 방식으로 퍼주기 지원을 하면 자영업자는 근근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다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에 마지막 희망을 건 40, 50대 조기은퇴 자영업자를 위한 고용보험·연금보험 가입을 늘리고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대상 고용보험은 1월 시행 이후 360만 명의 가입대상자 중 가입자가 25일 기준으로 9489명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절반이 5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3명 중 1명꼴로 가입해 있는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가입률 역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고령화사회가 지속되면서 건강한 노동력의 유지·보존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4대 보험 중 유일하게 자영업자가 가입할 수 없는 산재보험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독일의 경우 산재보험법에 따라 자영업자도 산재보험이 강제 적용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쉬지 않고 일해도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2593만 명) 4, 5명 중 한 명은 자영업 종사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 종사자는 584만64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12월 이후 4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전체 335만5000개 사업체 중에서 종업원이 5인 미만이면서 연 매출 1억 원 미만인 업체를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96만여 명. 특히 이들 중 150만여 명은 연 매출이 5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식당이나 청과물상 슈퍼 문구점 사장들은 인건비 줄 돈도 없어 가족까지 총동원해 가게를 운영해 보지만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시간당 458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동아일보는 14일부터 20일까지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조언을 거쳐 소상공인진흥원과 함께 전국 56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자영업자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가난한 사장님’들은 노동자의 주당 법정근로시간 40시간보다 무려 32시간이나 많은 주 72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도 벌이는 최저생계비 수준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2.1%)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었다. 10명 중 3명가량(28.8%)은 14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9%는 월평균 28일 이상 일을 했다. 이들은 “가게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손님이 떨어진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휴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일만 하는 데도 벌이는 시원찮았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다수(75.6%)가 40대 이상이었지만 중소기업 신입사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5.3%는 장사를 해서 손에 넣는 순이익이 200만 원이 못 됐다. 10명 가운데 2명은 한 달 순이익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149만5550원)도 안 됐다. 형편이 쪼들리다 보니 종업원을 두는 것도 어려웠다. 49.4%가 혼자 또는 가족 1명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절반가량(45.1%)은 “전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처럼 국가경제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자영업 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을 넘어 공멸의 블랙오션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후준비가 미흡한 생계형 자영업자의 증가는 복지수요를 팽창시키는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통상 ‘생계형 자영업자’는 연간 매출액 1억 원, 직원 5인 미만의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5인 미만인 256만3000개 업체 중 연간 매출액 1억 원 미만은 196만3000곳으로 전체의 76.6%였다. 이들의 업체당 연 매출액은 3513만 원, 영업이익은 1566만 원이었다. 업체당 월 순익이 겨우 100만 원을 넘는 사람들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사이에 걸쳐 있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하루도 쉬는 날이 없으니 재충전이 안 되네요.” 23일 오전 2시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골목 전통시장’ 인근 하모니마트 사장 김민수 씨(35)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손님이 뜸한 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계산대 앞에 선 손님을 뒤늦게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 사장과 함께 보낸 24시간, 기자는 딱 하루만 지켜보는데도 두 다리가 퉁퉁 부었다. 대형마트 점장으로 일하던 김 씨는 지난해 3월 족저근막염이 매우 심해져 직장을 관뒀다. 그는 “발바닥이 아파 어쩔 수 없이 퇴사했지만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가게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으로 전세 대출금을 갚고 다시 대출을 받아 지난해 5월 8일 편의점을 열었다. 하지만 현재 김 씨의 일은 더 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더 줄었다. 마진을 줄여 주변 가게에 비해 판매가를 낮췄지만 매출은 약간는 데 반해 순익은 그대로였다. 김 씨 가게는 24시간 문을 열지만 직원은 김 씨와 아내 이화연 씨(33) 둘뿐이다. 이 씨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김 씨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맞교대로 일한다.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교대시간 때 가게를 함께 정리하는 한두 시간이 전부다. 전 직장에서 하루 11시간을 일하던 김 씨는 오히려 사장님이 된 뒤 근무시간이 3시간 더 늘었다. 좁은 공간에서 일하고 퇴근 이후에는 잠자기 바쁘다 보니 몸무게는 1년 새 7∼8kg 늘었다. 부부는 식사시간이 따로 없다. 김 씨는 출출할 때면 팔리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나 우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가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을 때도 있지만 한 명이 서 있기도 힘든 좁고 밀폐된 창고에서 박스 위에 앉아 허겁지겁 먹기 일쑤다. 화장실에 갈 때도 가게 문을 잠그고 뛰어 갔다 와야 한다. 낮에는 이 씨가 가게를 지켰다. 가정주부였던 이 씨는 처음 가게로 출근할 때는 바깥일도 하고 남편을 돕는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살림과 가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이제는 고단하기만 할 뿐이다. 이 씨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점. 아이는 어린이집 교사나 할머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이 씨는 가게를 지키고 아침에 일을 마친 남편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딸과 함께 공원에 갔다. 이 씨는 “딸이 더 크면 엄마 아빠가 함께 해주지 못하는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부부의 월 순수입은 180만 원, 시간당 2500원이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양대가 6·25 참전국 에티오피아에 ‘보은(報恩)’의 의미로 현지 대학과 학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한양대는 24일 에티오피아 아다마과학기술대와 MOU를 체결하고 한양대 ERICA캠퍼스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2명을 아다마과기대에 파견하는 한편 아다마과기대 교수 5명의 한양대 박사 학위 취득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아다마과기대에 컴퓨터 전공서적 등을 기증할 예정이다.아다마과기대는 에티오피아 최초의 과학기술 중점대학으로 강사진 1000여 명에 학생이 2만여 명에 이르는 명문대다. 한양대가 지원을 결정한 아다마과기대 토목공학과는 학생 규모가 2000명이 넘지만 교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강사진 71명은 학사 혹은 석사 학위만 갖고 있어 교수진 지원이 절실했다. 한양대 심종성 이종세 교수는 방학과 안식년을 이용해 콘크리트구조공학과 구조역학 분야를 강의하며 다리 건설과 관련된 기술 보급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에티오피아는 1951년 5월 6일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3518명의 군인을 파병하는 등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모두 6037명의 군인을 파견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GS샵-열린의사회 태국 방콕서 참전 용사-주민 찾아 의료봉사 활동6·25전쟁 발발 62주년을 맞아 GS샵과 열린의사회가 23∼25일 참전국인 태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태국은 1950년 11월 7일부터 모두 1만3000여 명을 파병했고, 이 가운데 136명이 전사했다.의사 7명과 간호사, 약사, GS샵 직원,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의료봉사단은 당시 참전부대 본부가 있었던 방콕 인근 촌부리 지역에서 참전용사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외과수술과 약 처방, 침 시술 등을 했다.이번 봉사활동에는 GS샵의 태국 홈쇼핑 합작사인 트루GS에서 활동하고 있는 쇼핑호스트 5명도 함께 참여했다. GS샵은 지난해 5월 태국에 트루GS를 설립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하고 있다. 한국 홈쇼핑 업체가 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트루GS가 처음이다.GS샵 해외사업부문장인 조성구 전무는 “태국은 6·25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준 혈맹인 동시에 한류 붐을 계기로 한국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라며 “이번 의료봉사활동을 계기로 양국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보험사기범은 반드시 붙잡힙니다.”치밀하게 계획된 보험사기도 그의 레이더에 걸리면 덜미가 잡힌다. 동양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 지경순 수석(52·여) 이야기다. 19일 서울 중구 생명보험협회에서 기자와 만난 지 수석은 사회에 만연한 보험사기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어서인지 결연한 표정이었다.그는 국내 유일의 여자 경찰 출신 보험사기 조사관이다. 보험금 때문에 캄보디아인 아내를 살해한 남편, 중국에서 허위로 사망한 것처럼 꾸민 자매, 고아로 자란 청년을 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사채업자 등 세간에 화제가 됐던 보험사기극의 전모는 그의 손을 통해 드러났다.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1979년 박근혜 씨(현 새누리당 의원) 경호팀 경호원으로 특채됐다가 그해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경호팀이 해체돼 경찰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 창립 멤버로 대형 호스트바를 추적해 검거한 일은 후배 여형사들에게 전설로 통한다. 1994년 경위 계급장의 경찰복을 벗은 그는 2005년 보험조사관으로 일하던 옛 동료 경찰의 권유로 보험조사관 일을 시작했다.그는 보험조사관으로 변신한 첫해 52억 원 규모의 보험사기 사건을 해결했다. 2004년 4월 정육점 주인 A 씨가 운전 미숙으로 경기도 외곽 절벽에서 추락해 언어청각 1급 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2005년 7월 11개 보험사에 52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보험사는 A 씨가 단기간에 여러 보험사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지 수석은 A 씨의 거짓말을 밝히려고 두 달간 A 씨 동네에서 생활했다.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며 동네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A 씨도 만만치 않았다. 지 수석이 갑자기 A 씨의 이름을 불러도 답하지 않았고 동네 사람과 화투를 칠 때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A 씨의 범행은 욕심 때문에 발각됐다. A 씨 아내가 추가 보험금을 타내려고 보험사와 통화하던 중 A 씨를 바꿔줬다가 A 씨가 무심코 ‘네’라고 말한 녹취록을 찾은 것. 지 수석은 “한번 보험사기에 성공한 사람은 더 큰 욕심을 좇다 결국 파멸하게 된다”고 했다. 지 수석은 인터뷰 다음 날 병원 입원기록을 속인 보험사기를 밝혀내기 위해 다시 지방으로 갔다. 그는 “보험금에 눈멀어 사람을 죽이는 악마가 되는 걸 막으려면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기 전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차라리 도망치지 말걸….”40여 일간 도주 끝에 15일 검거된 전과 17범 박모 씨(42).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의 주택가에서 탐문하던 경찰에게 붙잡히자 오히려 고마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도주 이후 밖에서 발소리가 날 때마다 놀라 잠을 못 자니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그때 도망치지 말걸 계속 후회했다”고 경찰관에게 털어놨다. 신문과 TV에도 그의 도주 행각이 보도돼 그는 ‘전국구 도망자’ 신세로 살아야 했다. 그는 지난달 5일 강남의 한 술집에서 돈을 훔치다 절도 현행범으로 파출소에 연행됐다. 손목이 아프다고 소리치는 그의 수갑을 경찰이 느슨하게 풀어주자 손을 빼고 달아났다. 불안감에 자수할까 고민했지만 스무 살 이후 모두 합쳐 약 12년의 세월을 보낸 교도소 생활을 다시 하기 싫었다. 도주 중에는 고시원이나 가게 주인 몰래 물건을 훔치는 ‘들치기’ 수법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경찰은 가족 친구와 연락을 끊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도 쓰지 않는 박 씨를 주된 범행 장소인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를 이 잡듯이 뒤지고 난 뒤에야 붙잡을 수 있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4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 지하 1층 B유흥주점 출입구 앞은 낮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달 25일 경찰의 불법 성매매 단속에 적발된 업소라고 믿기 어려웠다. 이곳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강남구의 공무원이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이날 술에 취한 남성들은 화려하게 꾸민 여성과 함께 업소를 나와 불법 자가용 영업을 의미하는 ‘콜 뛰기’ 외제차를 타고 이동했다. 분주하게 업소를 떠나는 차량 못지않게 여종업원만 태우고 복귀하는 차량 행렬도 줄을 이어 교통 정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주차관리실에는 고급 승용차 열쇠가 30개 이상 걸려 있었다. 근처 다른 업소 종업원은 “술만 팔아서는 이윤이 적은 유흥주점 특성상 확실한 돈벌이인 2차 성매매가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오히려 경찰이 한 번 단속한 업소는 재차 단속이 없어 안전하다”고 말했다.강남구와 경찰도 지난번 단속 이후 업소가 계속 영업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손쓸 도리가 없다. 식품위생법상 유흥업소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영업허가·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을 정지시키지만 행정처분에 앞서 수사기관의 형사처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받아 행정처분을 내리기까지 짧아도 한 달 이상 걸린다”며 “검찰이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하면 행정처분 강도도 바뀌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방지 단체인 다시함께센터 곽아량 변호사는 “불법 성매매를 단절하려면 단속 즉시 영업장을 폐쇄하거나 영업이익을 몰수하는 등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텔 측은 “호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임대 기간이 끝나는 7월에는 해당 업소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2009년 4월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다 단속돼 3년을 버티다가 객실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서도 지난달 다시 성매매 장소로 객실을 제공한 호텔 측은 반성보다는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객실 영업정지 첫날인 1일 호텔 직원들은 영업정지 처분장을 호텔 정문의 잘 보이는 곳에 붙이려는 강남구 공무원에게 “성매매 장소인 객실만 영업정지이니 웨딩센터 등을 찾는 손님에게까지 알릴 수 없다”며 심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영업정지 처분장을 정문 한쪽과 후문, 객실 전용 엘리베이터 등에 붙이고 돌아갔다. 하지만 호텔은 곧 정문에 붙인 처분장 앞에 입간판을 세우고 영업정지 사실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영업정지 사실을 알려 성매매 단속 본보기로 삼고 싶어도 영업정지 공고와 관련된 구체적 규정이 없어 문제”라며 “서울시에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여기. 성폭행. 그….”14일 오후 10시경 서울 112신고센터로 다급한 여자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성폭행”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말하고는 이내 끊었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겪은 경찰은 긴급 상황으로 판단해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인근 지구대 경찰과 강력계 형사를 출동시켰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신고 전화를 건 사람은 친구들과 태평히 놀고 있던 대학생 이모 씨(19)였다.신고 15분 전. 이 씨와 고교 동창 2명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공원에서 다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심해진 동창 2명이 간지럼을 잘 타는 이 씨의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이 씨는 “계속 간질이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경고하다 끝내 여자 목소리로 112에 신고한 뒤 끊었다. 이 씨는 신고 직후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찰의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금세 자신을 찾아온 경찰과 마주쳐야 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들이 장난을 쳐서 순간 허위로 신고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파경찰서는 “장난전화로 인한 경찰력 낭비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이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울 서초경찰서는 가짜 공문서로 국가 및 공공기관과 845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170억 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인쇄업체 대표 심모 씨(51)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류모 씨(37) 등 일당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수의계약에 사용한 허위 공문서를 발급해준 국가보훈처 서기관 이모 씨(55) 등 공무원 5명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입건했다. 관련 기관 직원 18명은 향응 및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심 씨는 2000년 수의계약 자격이 없는 국가유공자 단체 인쇄조합 명의를 빌린 뒤 국가보훈처에 로비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허위 공문서를 발급받았다. 심 씨는 이를 근거로 최근까지 45개 국가·공공기관과 인쇄물 납품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 나라의 미래라던 2030세대가 울고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보려 대학에서 몰래 강의를 들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이 사회가 원망스러워 눈물이 난다. 이렇게 절박한 때 일확천금을 유혹하는 악덕 업체의 악랄하고 교묘한 상술에 당한 청춘은 더 쓰디쓴 눈믈을 흘려야 한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출구를 찾지 못한 벼랑 끝 청춘은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회한의 눈물을 떨구고 있다. 》 ■ 경제난에… 좋은 일자리 줄자 20대 보험사기범 급증전북 전주시에 있는 한 렌터카 업체 직원 김모 씨(27)는 월급 150만 원으로 매달 생활비와 유흥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렌터카 일을 하며 배운 자동차 보험 상식을 악용해 보험사기를 계획했다. 그는 퀵서비스 배달원, 중국집 종업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선후배를 설득했다. 이들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김 씨의 말에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취업준비생, 대학 휴학생까지 가담했다. 김 씨 등 20대 20여 명은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으로 역할을 나눠 차량 두 대에 탄 뒤 고의로 사고를 내는 방식으로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9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의 보험금을 타내다가 올 초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경제난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20대가 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20대는 2006년 5527명에서 지난해 1만1166명으로 2배가량으로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대 구직자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등이 힘들게 일하기보다 보험사기로 쉽게 돈을 버는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보험사기범도 20대를 유혹하고 있다. 처음 보험에 가입했거나 보험금 수령 기록이 없는 20대는 보험사의 눈을 속이기도 쉽다. 20대는 적은 보수에도 범행에 동참한다. 2009년 전문 보험사기범 이모 씨(32)는 인터넷 구인광고 홈페이지에 ‘정선카지노 자리지킴 아르바이트 일당 10만 원’이란 광고를 냈다. 이를 보고 찾아온 대학생 30여 명은 이 씨의 꾐에 빠져 멀쩡한데도 교통사고로 부상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내다가 결국 전과자가 됐다. 생활이 힘들다 보니 고의로 병원 생활을 택하는 20대도 있다. 중소기업 직원인 부산 동래구 거주 정모 씨(29)는 2010년 6월부터 3개월간 질병 및 상해보험을 17개나 가입했다. 정 씨는 같은 해 9월 자신의 집에서 세탁기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쳤다며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탔다. 정 씨는 보험금으로 고생 없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회사도 관둔 채 지난해 7월까지 10개월 동안 4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 5700만 원을 탔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대 가운데 취업을 포기하고 ‘나이롱환자’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도 있다”며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취업난에… 졸업후에도 대학생 행세 ‘가짜 대학생’ 급증2007년 지방대 졸업 후 세무사 시험을 준비해 온 최모 씨(29·여)는 지난해 학원에 다니려고 서울에 왔다. 친구 집에 얹혀 지내기로 해 생활비를 줄였지만 4개월 과정에 140만 원이라는 학원비에 좌절했다. 고민 끝에 한 대학에서 ‘도둑강의(도강)’를 듣기로 했다. 학원에서는 꼭 필요한 과목만 단과로 듣고 대학에서 세무사 시험 관련 과목을 들으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씨는 지난해 3개월간 회계학과 전공 2과목을 수강했다. 그는 “같은 강의를 듣는 학생이 ‘전공이 뭐냐’고 계속 물어 난감했다”며 “부모가 이혼한 뒤 신용불량자가 돼 손을 벌릴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고시 및 기업 입사 준비에 필요한 대학 강의를 몰래 듣는 20, 30대 ‘가짜 대학생’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1970, 80년대 가짜 대학생은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던 백수들이 대학 배지를 달고 캠퍼스를 활보했던 ‘추억의 상징’이었지만 요즘 가짜 대학생은 ‘장기 미취업의 상징’인 셈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장기간 취업과 고시에 매달리면서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고육지책으로 도강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7·여)는 요즘 모교에서 미시경제학 수업을 도강 중이다. 그는 “공기업 중 경제학 시험을 보는 곳이 있는데 학원비가 없어 혼자 공부하다 보니 능률이 오르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격증 취득’도 도강 목적 중 하나다. 정모 씨(28)는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증권사, 은행 등 40여 기업의 취직시험에서 떨어졌다. 자격증이 없어 낙방했다고 생각한 그는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에 도전하면서 3, 4월 모 대학 경영학과에서 재무관리 재무회계 수업을 도강했다. 그는 “CFA 학원비가 100만 원이나 돼 도강을 했는데 교수가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계속하는 바람에 마음 졸이다 앞으론 강의를 듣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청년 실업률이 지속돼 가짜 대학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 실업률은 8.5%였다.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대학 졸업(전문대 포함) 이상은 302만3000명이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시 및 입사 준비로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이 최빈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가짜 대학생은 요즘 20, 30대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새로운 풍속”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3월 초 학생 180여 명이 다니는 강원도의 한 공립고교에서 2학년생 A 군이 복통을 호소하며 교무실을 찾았다. 담임교사는 보건교육 담당 체육교사에게 학생을 봐달라고 부탁했지만 보건교사 자격증이 없는 체육교사는 “왜 아픈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담임교사는 “의료전문가가 학교에 없다 보니 위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며 “단순 복통이었지만 큰 병이었다면 대처가 안 돼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때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3학년생 B 군이 배가 아프다며 교무실을 찾았다. 담임교사는 새 학기부터 꾀병 부리는 학생의 ‘군기’를 잡아야 한다며 병원에 보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이모 보건교사는 학생의 상태를 보고 급성충수염(맹장염)이 의심된다며 담임교사를 설득해 병원으로 옮겼다. B 군은 보건교사의 판단으로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환자가 자주 발생하는 학교에 의료 전문 인력이 없어 학생의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학교 보건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기 고양외고에서 결핵으로 학생 4명이 격리되고 120명이 잠복환자로 판정받은 데 이어 같은 달 26일 전남 영암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6명이 백일해를 앓는 등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보건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가 늘면서 학내 질병은 늘고 있지만 학교 보건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4일 교육기술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선 학교 보건교사 배치율은 65.4%였다. 2006년 67.1%에 비해 오히려 2%가량 감소했다. 학교 10곳 중 3곳 이상에는 보건교사가 없는 셈이다. 특히 도시와 지방 간 격차가 심각했다. 서울 보건교사 배치율은 95.7%였지만 제주는 45.1%, 강원 전남은 각각 49.2%에 불과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국가직 교육공무원 정원과 예산이 제한되다 보니 주요 과목이 아닌 보건교사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보건 교육도 등한시되고 있다. 학교보건법 및 교육과학기술부 고시에 따르면 2009년 3월 1일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은 17시간 이상의 보건교육을 받고 중고등학생도 2010년부터 재량시간에 선택과목으로 보건교육을 배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는 “각종 법령에는 일선 학교에서 일정 시간 보건교육을 하도록 돼 있지만 실상은 재량시간에 형식적으로 수업이 이뤄져 내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올해 보건교육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5441개교 중고등학교 중 보건교육을 선택과목으로 선택한 비율은 7.8%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일본은 학교교육법에 따라 2002년부터 보건교육이 체육교과와 함께 정규 교과 대접을 받으며 일선 학교에서 전면 실시되고 있다. 고등학교 보건교사 배치율도 90.9%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등도 학교보건교육을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미란 보건교사회 회장은 “도서 벽지 지역에는 보건교사가 부족해 2009년 신종 플루가 확산됐을 때 대책 회의에 미술교사가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한국 학생들은 심각한 전염병이나 질병에 걸려도 무턱대고 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불법 성매매 안마시술소 업주였던 사기 혐의 수배자가 불법 업소 단속을 담당했던 경찰관과 식사를 하던 중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 경찰관이 수차례 해당 수배자의 수배 전력을 조회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하고 직무 고발했다.3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6시 40분경 안마시술소 전 업주 조모 씨(44)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순댓국밥 집에서 사복차림의 현직 경찰과 밥을 먹던 중 조 씨를 발견한 지인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사기 혐의로 고소돼 기소중지 상태인 조 씨는 경찰이 나타나자 자기 형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했지만 신원조회 결과 사실이 드러나 붙잡혔다.함께 식사를 했던 서초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김모 경사는 감찰 조사에서 “고교 시절 친구인 조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인사해 함께 저녁을 먹었다”며 “18년 만에 만나 조 씨가 안마시술소를 운영했는지, 수배자였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경사의 해명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김 경사는 만남 이전에 수차례나 조 씨의 수배 사실을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경사가 관련 정보를 조 씨에게 전달했는지 조사 중이다.조 씨의 지인에 따르면 조 씨는 2003년부터 6년간 서초구 서초동에서 바지사장을 고용해 불법 성매매영업 안마시술소 2곳 이상을 운영하며 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했다. 당시 조 씨는 6층 건물을 통째로 쓰며 20여 명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불법 성매매로 매달 억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 업소의 바지사장이었던 A 씨는 “조 씨가 6년간 운영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며 “경찰이 성 접대를 받지 않았지만 지하의 업소 목욕탕은 공짜로 자주 이용했다”고 말했다. 신고한 지인도 “조 씨가 평소 경찰 인사에 관여할 정도로 경찰과 친하다고 자랑했는데 함께 있던 경찰이 조 씨를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김 경사는 2006년 7월부터 1년간 서초서 생활질서계 소속으로 서초구 관내 불법 성매매업소 단속을 맡았다.조 씨가 파출소로 연행돼 갔을 때 일부 파출소 직원은 조 씨에게 목례를 하며 알은척하기도 했다. 김 경사는 조 씨가 수배자 신분으로 연행돼 가는데도 함께 파출소로 이동해 소명하지 않고 조 씨의 오토바이를 타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김 경사는 “조 씨가 연행되면서 ‘오토바이를 보관해 달라’고 부탁해 타고 갔다”며 “오토바이는 조 씨의 형에게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31일 “조 씨와 김 경사가 또 다른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철저히 감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종대(총장 박우희)는 28일부터 3일간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 광개토관 컨벤션센터에서 ‘제9회 Global University Network, N.E.W.S.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세계화의 사회문화적 통합과 혁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는 회원 대학 학생과 교수진 교류, 공동세미나 개최, 복수학위 협정 등을 점검하고 분교 설립이나 장기 공동 연구, 초국가적 연구개발(R&D) 클러스터 구축 등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 동아시아 등 22개 대학 민간합작기구인 Global University Network는 독일 베를린기술공대의 주도로 1993년 독일에서 시작됐다. N.E.W.S.(North, East, West, South)는 세계 각지에 위치한 회원 대학을 일컫는다. 세종대 관계자는 “국제 협업을 통해 대학의 역량을 기르고 세계화에 부응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가 성매매 업소 근절 사례로 내세운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강남구 직원들이 성접대를 받다가 경찰에 단속된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라마다호텔은 2009년 성매매 장소 제공 사실이 적발돼 다음 달 1일부터 영업정지를 앞두고 있었는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해당 구 직원이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것이다.강남구와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25일 0시 무렵 강남구 건축과 소속 직원 2명이 건설업자로부터 이 호텔 지하 1층 B유흥주점에서 술 접대를 받고 8층 호텔 객실에서 성접대까지 받은 뒤 경찰의 급습에 적발됐다.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 종업원은 “술자리 대화를 들어보니 업자들이 인허가를 잘 봐달라고 마련한 자리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수 남성들은 주점에서 여성 종업원과 함께 비밀통로에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객실로 올라가 성관계를 가졌다. 1652m²(약 500평) 규모의 주점은 룸 60여 개에 여성 종업원 180여 명을 고용해 운영해 왔다. 호텔 8층 객실 전체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호텔 비상계단에서 잠복하다 급습해 성매매 현장을 잡았다.경찰은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 박모 씨(53)와 성매수 남성 김모 씨(46), 성매매 여성 이모 씨(31) 등 20명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도 묵는 특급호텔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이를 비웃듯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며 “관내 다른 성매매 업소도 파악해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경찰서는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에 대형 안마시술소, 호텔 등에서 성매매 36건, 147명을 검거했다.한편 ‘불법 성매매 퇴치 종결자, 강남구’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홍보에 열을 올렸던 강남구는 소속 직원이 단속돼 망신을 당하게 됐다. 강남구는 경찰이 2009년 4월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라마다호텔을 적발하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라마다호텔은 “종업원이 호텔 객실을 불법 퇴폐 행위 장소로 제공하는 것을 영업주가 알지 못했다”며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내거나 과징금 조정안을 내며 강남구에 맞서기도 했다. 3년여 간에 걸친 법정 공방은 10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남구의 승리로 끝났다. 강남구 관계자는 “직원이 문제가 됐던 호텔에서 성매수를 했다니 당혹스럽다”며 “해당 직원을 우선 직위해제한 뒤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화여고는 제126주년 창립기념식을 맞아 졸업생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이화기장’ 수상자로 윤후정 이화여대 명예총장을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에는 이미경 민주통합당 국회의원과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을 선정했다.}

“한(恨)이 풀릴 때까지 눈을 감을 수 없어요.”24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자택에서 만난 여운택 옹은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첫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도 웃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그의 피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집나이로 구순(九旬)이 되면서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 힘도 없다”면서도 “일본이 배상할 때까지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192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여 옹은 17세 때 평양의 한 이발소에서 조수로 일했다. 1943년 9월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그는 월급도 많이 주고 공부도 시켜 준다는 일본 기업의 거짓말에 속아 오사카 일본제철소로 갔다. 그는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하루 10시간씩 일했지만 하루치 식사를 3일 동안 나눠 먹게 해 늘 굶주렸다”며 “일본인은 야구방망이 크기의 ‘정신봉’으로 우리를 수없이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인은 매달 담배 2갑 값만 용돈조로 줬다. 기숙사 벽에 한국인 이름과 적금 명세를 표로 그려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찾아갈 수 있다”고 속였다. 그는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인들은 고국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고통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패전하자 일본 기업인은 도망쳤다.1997년 12월 여 옹은 광복 당시 황소 10마리 값인 460여 엔의 미불임금이 오사카공탁소에 남아 있는 사실을 알고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일본 오사카지방법원에 냈다. 일본 법원은 한일협정을 이유로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15년 동안 양국 법정에서 싸우는 사이 많은 동료들이 절망 속에서 죽었다”며 “젊은 세대들이 일본보다 부유한 나라를 만들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손해배상 소송을 함께 낸 신천수 옹(86)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년 넘게 일본까지 가서 외롭게 싸웠지만 매번 절망했는데 오늘은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일본에 끌려가 피해를 본 위안부 여성 등 한국인 모두가 배상받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4·11총선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고발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공동 진행자인 시사IN 기자 주진우 씨가 18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주 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기분이 별로 안 좋다. 날씨도 좋은데 이런 데 오니까…. 내 출입처잖아요”라고 말했다. 나꼼수 진행자인 김어준 씨와 김용민 민주통합당 총선 후보, 민주당 진선미 비례대표 당선자, 이재정 변호사 등은 이날 서울경찰청에 나와 주 씨를 배웅했다. 주 씨는 4시간가량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내내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같은 혐의로 고발된 김어준 씨도 15일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바 있다. 김 씨와 주 씨는 총선을 앞둔 지난달 1일부터 10일까지 8차례에 걸쳐 민주당 김 후보, 정동영 후보 지지 발언을 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지난달 고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방송에서는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경찰에서 진술하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묵비권도 권리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224.8m²형(68평) 아파트에 사는 박모 씨(50) 가족은 때 이른 더위에 에어컨 청소를 시작했다. 5인 가족인 박 씨 집의 한 달 전기요금은 20여만 원. 지난달에는 585kWh를 사용해 전기요금 19만6000원을 납부했다. 수입이 넉넉한 편인 박 씨 가족은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을 틀기 시작해 여름철 내내 사용한다. 전기요금도 수십만 원으로 오른다. 중고교생인 박 씨의 자녀들은 집에서 각자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게임을 한다. 휴대전화 5대도 늘 충전기에 꽂혀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122.3m²형(37평)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경미 씨(39) 가족은 보통 220kWh를 사용해 3만 원이 넘지 않는다. 4인 가족인 이 씨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강남의 박 씨 가정과 별 차이가 없다. 에어컨 TV 노트북 식기세척기 트레드밀(러닝머신)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한 달 수입이 400만 원 정도인 이 씨 가족은 전기요금에 민감한 편이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고 가전제품에는 ‘멀티탭’을 달아 대기전력 낭비를 막았다. 이 씨는 “빠듯한 살림이다 보니 전기요금도 최대한 아끼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5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국내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동아일보가 지난해 7∼9월 구별 1인당 월평균 주택용 전력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25개 구 중 소득이 높은 강남구가 136.9kWh로 전기를 제일 많이 썼다.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와 고급 단독주택이 밀집한 용산구(135kWh) 서초구(134.2kWh)가 강남구의 뒤를 이었다. 이 3개 구민들은 한 달 동안 서울 평균 112.7kWh보다 20kWh나 더 사용했다. 20kWh는 선풍기 2대를 매일 6시간씩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반면 금천구(96.2kWh) 구로구(100.6kWh) 영등포구(101.3kWh)는 전력 사용량이 가장 적었다. 건국대 박종배 전기공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이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다 보니 여름철에도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놓고 있다시피 한 경우가 많다”며 “누진제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 가정이 요금을 많이 내고는 있지만 올여름 우려되는 에너지 대란을 막으려면 전기 절약 실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 거주민의 전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전력 대란 예방 차원에서 도시민의 자발적인 전기 아끼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기간 시도별 1인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서울(112.7kWh) 대전(107.8kWh) 대구(107.3kWh) 경기(107.1kWh) 울산(106.8kWh) 인천(106.7kWh) 부산(106kWh) 광주(104.5kWh) 순이었다. 이에 따라 전기 절약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용에서 절감 효과를 보려면 고소득층과 도시민이 전기 절약에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전기를 덜 쓰는 지방은 수도권과 광역시보다 발전소와 고압선로가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더 받고 있다”며 “전기 생산 혜택을 누리고 있는 도시민들이 전기를 절약하고 비용도 더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저를 고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세계 1위 박민숙 선생님 건강하세요.”10일 서울 수서초등학교 4학년 3반 박민숙 교사(50)는 반 학생 김승리 군(10)에게 한 통의 감사 편지를 받았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승리 군은 2학년 때 박 교사에게 폭력과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미운 오리새끼’였지만 2년여간 박 교사가 담임을 맡아 돌보자 올 3월 전교 1등의 성적을 거두는 ‘백조’로 거듭났다.2010년 3월 개학식 날 2학년 3반 교실에서 박 교사와 승리 군은 처음 만났다. 새 학년을 맞아 설렌 마음으로 박 교사가 교실에 들어서자 맨 앞자리의 승리 군은 책상 밑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박 교사는 “처음 승리를 보고 단순히 심한 개구쟁이라 생각했다”며 “밖으로 나오라고 손을 내밀자 ‘××년’이라고 욕하며 책상을 밀쳤다”고 기억했다. 반 학생들은 난폭하게 변한 승리 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수업 시간마다 승리 군은 소리를 지르거나 교실을 뛰어다녀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책상에 앉아서도 가래를 뱉는 소리를 내거나 멀쩡한 손바닥을 피가 나도록 긁는 틱 증상(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급작스럽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였다.승리 군 소문은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다. 일부 학부모는 승리 군의 전학을 박 교사에게 요구했다. 평범한 학생을 교육해왔던 박 교사도 승리 군 문제로 갈등했다. 박 교사는 “승리를 외면하면 훗날 교사 자리에서 물러날 때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며 “승리 군의 마음 안에 내 진심이 들어가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그해 4월 박 교사는 승리 군과 함께 친한 몇몇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ADHD 치료약 후유증으로 식사를 잘 하지 않는 승리 군도 박 교사가 해준 스파게티 한 그릇을 싹 비웠다. 식사를 마친 승리 군은 집 안을 둘러보고 박 교사에게 종이와 연필을 부탁했다. 박 교사는 “승리가 종이 위에 집 내부를 입체조감도처럼 그리더니 욕실 슬리퍼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했다”며 “ADHD에 가려진 승리의 천재성을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다음 날 박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승리가 힘든 과정을 겪고 있지만 다른 친구에게 없는 집중력과 관찰력이 있다”며 그림을 보여줬다. 이후 반 아이들도 승리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며 다가섰다. 다른 학부모도 순서를 정해 매일 승리 군 옆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도록 도왔다.하반신 마비 장애인인 승리 군 어머니는 집에서 정성껏 아들을 보살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승리 군을 집 밖에서는 많이 못 챙겨줬다. 밖에선 박 교사가 승리 군의 어머니였다. 지난해까지 승리 군이 종종 바지에 대변을 볼 때마다 직접 손으로 바지를 빨았다. 퇴근 후에는 승리 군을 데리고 예술의전당이나 백화점을 찾아 견문을 넓혀줬다. 박 교사는 “승리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 같아서 대변이 묻은 바지도 전혀 더럽지 않았다”며 “오히려 힘든 시간을 이겨낸 승리가 고맙다”고 말했다.승리 군의 장래 희망은 과학자다. 시험지를 읽지도 못하던 승리 군은 4학년 첫 교과학습진단평가에서 전교 1등을 했다. 반 친구들의 우유 급식을 책임지는 ‘우유반장’을 맡을 정도로 성격도 밝아졌다. 2014년 초 다른 학교로 부임해야 하는 박 교사의 소원은 근무 기간을 1년 더 늘려 승리 군에게 졸업식 날 사각모를 씌워주는 일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